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영화 제목
대한민국에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로 번역된 영화의 원제. 대표적인 오역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아예 반대의 뜻으로 번역해버렸으니...
2. 정치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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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네 사람은 위에서부터 조갑제, 박홍, 이인화, 이문열. 그리고 전체적인 표지를 장식한 사람은 '''박정희'''.
진중권이 1998년에 발간한 정치비평집. 미학 입문서인 미학 오디세이와 더불어 진중권의 저작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부제는 극우 파시스트 연구.
진중권은 원래 자기 장래에 대해 방송에서 시사 평론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고 평범한 미학자, 즉 인문학자로서 살아갈 것을 생각하던 사람이었다.[1]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1990년대 중반에 이인화(본명 류철균)[2] 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던 '상상'이라는 잡지(문학 계간지)에서 '근대 유럽의 낭만주의 미술과 악마 숭배'에 대한 글을 기고해줄 것을 요청받아 "유럽의 악마주의 예술에서 악마는 일종의 '외로운 영웅, 고독한 천재'로 해석되었다"는 논조의 글을 써 보냈다.
문제는 그 상상 잡지에서 '박정희에 대한 찬양 글'을 여러 명이 쓴 것에 위의 진중권의 글을 섞어서 박정희를 영웅적 악마, 고독한 천재로 묘사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진중권이 완전히 욱하게 되어버리면서 시사평론가 진중권으로서의 삶이 시작되었고 그 본격적인 시작이 이 책이다.
당시 화가 난 진중권은 그 박정희 찬양글을 반박하는 글을 써서 '상상'에 재기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상상'은 글만 받고 통보없이 계속 잡지에 싣지 않았다. 분노한 진중권이 자기 글을 기고할 잡지를 계속 찾던 중 '상상'잡지와 살짝 대척점에 있던 '인물과 사상' 잡지에서 그 글을 실어주게 되고, 글이 좋은 평가를 받자 여러 잡지에서 진중권에게 요청을 하게 되어 주기적으로 '인물과 사상' 뿐만 아니라 '문학동네', '시사저널', 대학교 신문 등에 시사평론, 특히 이인화와 우파 유명인들의 사상에 대한 평론글들을 많이 기고하게 되었다. 그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합치고 편집해서 출간한게 이 책이다.
제목은 당시 조선일보에 이른바 우파 언론인 조갑제가 연재 중이던 박정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걸 위 항목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상당히 웃기다. 당시 독일에서 유학해 박사 과정 도중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아, 할 수 없이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던 진중권을 일약 스타로 만든 비평집. 본래 진중권은 당시만 해도 그저그런 젊은 미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독일 유학전에 미학 오딧세이라는 미학 입문서를 써 청소년 권장도서에도 선정되고 국내에 드문 러시아 미학서를 번역하는 등 제법 팔리는 저자였고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그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센세이션으로 대중적 시사평론가로 엄청난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현란하고 위트있는 문체, 적절한 정치의식 뿐만 아니라 당시 평론계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실명비판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한 것. 실명이 등장하는 것은 소위 '주례사 비평'이라는, 좋은 소리만 잔뜩 나오는 비평이었을 뿐이고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글을 쓸 때는 모 소설가, 평론가 A식으로 두루뭉실하게 좋은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던 당시 한국 평론계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사건 이후로도 이인화나 이문열, 조갑제는 진중권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서 비난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신나게 까인 이문열은 모 글에서 자기 분야에서 자기 작품 하나 없고 검도 초급에 불과한 사람이 자기같은 검도 9단에게 덤빈다...는 식으로 깐다. 사실 당시 진중권은 미학 입문서, 번역서 정도만 출판한 햇병아리 미학자였다. 이런 식으로 에둘러 비판하는 것이 이전까지의 평론계에서는 일반적이었다.[3]
어쨌든 진중권이 여러 글을 기고한 "문학동네"의 판매부수가 급격히 상승하는 등 독자의 반응이 좋자 진중권의 반박원고를 게재한 "문학동네" 측은 진중권에게 비슷한 원고를 좀더 요청했고 이게 바로 정치평론가로서의 진중권의 시작이 되었다.
만약 처음 원고를 맡겼던 "상상"에서 진중권의 반박원고를 게재하였더라면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고 진중권은 계속 순수미학자로서 남을 수도 있었다. 처음 진중권의 글을 이용해 박정희 옹호에 사용한 "상상"의 주요 멤버 중 한 명이 소설가 이인화였는데 실질적으로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주도해서 박정희 옹호 글을 만든 것이다.
당시 이인화는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같은 소설을 통해 박정희 옹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몰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영원한 제국은 정조 암살설을 다룬 소설, 인간의 길은 박정희를 모델로 한 캐릭터 허정훈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다.
처음 진중권의 낭만주의 관련 원고가 박정희 옹호 맥락에서 배치된 것은 그 때문. 그래서 이 책의 초반부는 이인화 비판에 할애하고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인화는 문학가였고 박정희를 낭만주의적 악마로 재해석하는 것은 문학가로서의 자유이기는 하다. 하지만 상대가... 원고가 게재된 순서 그대로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진중권은 이인화를 다 씹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다음부터는 이문열, 조갑제 등으로 넘어간다.어쨌든 박정희는 우리 사회의 봉건적 잔재를 격퇴시키고 한국에 근대를 도입했다고 한다. 과장이다. 최초로 근대를 도입한 것은 갑오개혁이고, 국사학에서도 이를 기점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또 한국에 자본주의를 도입한 건 일본이다. 일본의 극우파들이 이걸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철학사전에 안 나오는 박정희 철학도 일본 메이지 유신을 베낀 거다. (중략)
하지만 이인화의 애국심은 진보의 역할을 빼앗기는 걸 허가할 수 없었다. 이런 왜곡과 과장을 통해 박정희를 근대성이 유일한 담지자로 만들어 놓으면 그는 이제 위대한 부르주아 혁명가 나폴레옹이 된다.
어떤 저능아가 이런 논리로 박정희를 옹호할수 있단 말인가? 먼저 박정희는 나폴레옹이 아니다. 박정희가 나폴레옹[4]
이라면 이디 아민은 알렉산더다.[5]둘째, 나폴레옹이 안가를 차려놓고 여자 불러다 술먹었다는 얘긴 들은 적 없다.[6]
우리 사회의 봉건적 잔재를 완전히 청산한 위인이 즐긴 봉건적 기생문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했던 그 융통성없는 위인이 국민이 밀가루 막걸리를 마시며 힘들게 벌어들인 외화로 때로 양주를 사 마시는 융통성은 있었다.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금욕과 절약을 규유했다던 그 위인이 말이다.셋째, 나폴레옹은 왜 비난하면 안되는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는 순간 베토벤은 영웅의 원고를 찢어 버렸다. 저능아였을까? 나폴레옹을 지지한 고야도 그의 만행은 가차없이 고발했다. 저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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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서 이인화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는 '박정희와 악마주의' 장의 일부.
보수 지식인들인 이인화(류철균), 이문열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으며 박정희의 행동과 보수 지식인들의 주장과 그 논리는 이미 사상적으로나 논리적, 학문적으로 비판 검증까지 모두 끝난 히틀러의 나치당, 혹은 일본의 파시스트의 그것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수구 이른바 자칭 우익보수의 말과 글들을 '''그대로 뒤집어 그들을 비판하는데 사용한다.''' 특히 수구 지식인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여러모로 널리 인용된다.
다만, 비판 받는 상대가 논리적으로 많은 모순점을 가지고 있어서 망정이지, 사실 이 책도 논리적으로 완벽한 건 아니다. 글 자체가 체계적인 논변보다는 말꼬리 잡기로 일관되어 있다. 물론 저 당시 그들의 논리가 워낙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진지하게 접근하는게 저자 입장에선 더 희극적인 것이며, 그들의 논리가 워낙 자가당착적이라 저자는 그들의 논리의 우스꽝스러움을 과감히 까발림으로써 "한판 광대처럼 놀아보자"식으로 쓴 것이다. 본인도 이건 평론이 아니라 순 문학이라 밝힌 바 있다.
나온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논리적으로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진중권이 왜 독설가이고, 키보드 워리어의 최종 보스라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독설을 욕설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해보면 보기 드문 제대로 된 독설가. 이후 황우석 사건 때 서프라이즈 편집장이었던 서영석이 "똥물만도 못한 진중권"이라고 비난하자 그에 대한 진중권의 응수가 걸작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내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믿는 걸까?"'''
유시민은 이 책을 읽으면서 배를 잡고 웃다가 침대에서 몇 번이나 떨어졌다면서, "세기말의 명저"라고 일컬었다. 조갑제는 읽은 적이 없다고 한다. EBS의 '시대의 초상'에서 읽어보았냐는 질문을 받자, 제목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책에 실린 저자 약력이 유명하여 전문 기술한다.
> "1963년 세포분열로 태어난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은 86년 서울대 미학과를 마치고 군 적화 사업의 일환으로 입대해 병영에서 노태우 후보 낙선을 위한 선동 사업을 벌이다 귀환한 뒤, 92년 소련[7] 의 '구조 기호론적 미학'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학강의>, <맑스레닌주의 미학원론>을 번역하고, 좌익현대화를 위해 컴퓨터 미학입문서 <예술 기호 정보>를 번역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중교양서 <미학 오딧세이>를 집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포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춤추는 죽음>으로 '죽음의 굿판'을 일으키는 등 좌익 문화 단체('노문연')의 간부로 이 사회에 '문화 사회주의자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다가, 무너진 동구사회주의를 재건하라는 지하당의 명으로 독일 베를린 자유 대학에 유학온 이후, 베를린 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97년 노동자 총파업 지지 시위에 참가하고, 혁명기지 강화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 군량미를 보내고, 교회 주일학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 적색 소조 활동을 펴는 등, 일생을 세계 적화의 외길로 걸어 왔다. 왜, 꼬와? "
(...)2.1. 합본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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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6일에 나온 합본개정판. 표지가 간결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부제가 '극우 멘털리티 연구' 로 바뀌었다. 물론 이것만 바뀐건 아니고, 초판이 나온지 10년도 넘은지라 그동안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등장했는데 그것을 반영했다. 일례로 시의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빠지고, 뉴라이트와 일베에 대해 다룬 부분이 추가되었다.
[1] 진중권 본인이 방송에서 직접 말한 표현으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인생은 생각해 본적도 없고) "평생 달달한 글이나 계속 쓰며 살아가는 학자"이길 원했다. 젊을 때부터 (유명세와 무관한 의미의) 순수 학자로서의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으며, 방송에 주기적으로 나오거나 언급되는 사람이 된다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물론 진중권이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독재시대라 토론가가 자주 나올 프로그램이 극히 드물었던 것도 있고, 미학이 대중의 주목을 받은 적도 없기도 하다. 지금도 그리 많지 않지만.[2] 이 류철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유라 부정입시 사건의 그 류교수가 맞다. [3] 물론 한국 평론계에서 실명비판을 정착시킨 것은 인물과 사상을 발간했던 강준만의 공이 훨씬 더 크다. 이후 가감없는 실명비판의 선구자격인 강준만, 진중권은 서울시장후보에 누가 더 적절한지를 놓고 대격돌하게 되는데 강준만, 진중권의 성을 따서 '강진논쟁' 또는 당시 민주당 후보 김민석과 민주노동당 후보 이문옥의 이름을 따서 '옥석논쟁'이라 한다. 실명비판의 거두끼리 맞부딪힌 이 논쟁의 결과는 익히 아는대로 처참했지만....이들이 이렇게 싸워 놓고도 결국 그 해 서울시장은 이명박이 당선됐다. 찻잔 속의 태풍이었던 셈.[4] 공교롭게도 박정희가 존경하던 사람 중에 나폴레옹도 있었다.[5] 이디 아민은 이민족(인도계, 유대계를 포함한 국내 소수민족들)을 배척했지만 알렉산더는 이민족을 포용했다. 즉 진중권은 이인화가 나폴레옹에 빗대 박정희를 옹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의미로 이디 아민을 인용한 것이다.[6] 그러나 나폴레옹은 안가를 차리지 않았을 뿐 사생아를 여럿 뒀다. 박정희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정치인들인 김영삼과 김대중도 사생아 논란이 있다. 사실 과거시대 남자들은 기혼자임에도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거나 혼외자식을 만드는 것에 대해 딱히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특히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높으신 분들이라면 더더욱.[7] 소련에서 학위를 받은 것이 아니다. 소련의 미학에 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