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
待避所 / Shelter
1. 개요
대피소란 위험 요소로부터 피(避)하여 임시로 대기(待機)하기 위한[待避] 곳을 말한다. 이때의 위험 요소는 대개 자연재해나 전쟁이지만 강도나 해적 등의 인적 위협이 포함되기도 한다. 전시상황에 공중으로부터의 포격/폭격에 대비하기 위한 대피소는 특별히 방공호(防空壕, bomb shelter)라고 한다.
2. 종류
2.1. 전시 대피소(≒방공호)
전시를 상정한 대피소는 주로 포격/폭격에 대비하기에 대부분 방공호에 속하며 주로 지하에 마련된다. 지하에 있다가 폭격으로 건물이 내려앉아 깔리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 지경이 됐을 땐 이미 지상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우므로 그 전까지라도 안전한 지하가 낫다. 다만 생화학무기 공격이 펼쳐질 경우 대부분의 가스는 바닥에 깔리므로 건물 옥상이나 높은 곳으로 대피하자.
혹 전시에 돌입할 경우 대피소로 사용되는 장소는 각 건물의 지하주차장, 지하철역(지상역 제외) 등 지하. 깊을수록 안전하다고 본다. 특히 지하철 역의 경우 전시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운행될 가능성이 높고 전동차운행이 중단되더라도 선로 위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으므로 행동반경을 상당히 넓힐 수 있다. 또한 환승역이면 통상 역보다 더 깊어서 안전도가 높다. 사실 적군의 포격이나 폭격등으로 부터 대피하는 용도의 방공호로는 지하철역 시설이 최적인데, 적당한 깊이의 땅속에 튼튼하게 지어지는 지하 시설이고 평상시에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식수 공급이라든가 화장실 같은 편의 시설도 존재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지하철역은 '''구내식당'''(없는 역도 있다)과 '''초대형 물(식수, 수도, 중수 별도)탱크''', '''식량을 비축해두는 비축창고''', 최대 3,000~5,000여명을 수용 가능한 지하광장(주로 대합실이나 승강장 통로), 방독면, 비상등 등이 있다. 물탱크와 비축창고, 방독면은 없는 역이 없다. 이게 왜 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 전쟁이나 대형 화재, 지진 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일부 지하철의 경우에 한하지만, 지하철역의 환풍 시스템부터 거의 모든 구간에 댐퍼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있다. 자가발전 설비를 구비한 곳도 있고, 대구역 근처의 경우 역 중간이나 통로 중간에 '''비상시 이 문을 열고 대피하시오''' 라고 아주 작은 명판이 붙어있는 방폭문이 달려있어 방공호 설비로 진입이 가능하게 된 경우가 많다. 다만 이것도 구식 역이나 건물일 경우에 한하고 신규로 들어서는 역이나 리모델링 하는 역의 경우 설비의 규모나 질이 줄어들거나 완전히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전이 이런 설비가 거의 없다. 특히 서울 지하철 5호선은 설계 때부터 당시 이병태 국방장관의 강력한 요구로 거의 대부분의 역 시설에 방공호 기능을 집어넣었다. 덕분에 노선 전체가 깊어지고 역 건설비 운영비 폭등(...)
화약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성이 이러한 대피소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성밖에 살다가 전시가 되면 성벽 안으로 들어와 적의 위협으로부터 대피했다.
2.2. 패닉 룸
포격/폭격 이외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대피 시설은 패닉 룸(panic room), 혹은 '세이프 룸'(safe room)이나 '시타델'(citadel)이라고 부른다. 물리적인 기타 위협을 겪기 쉬운 일반 가옥이나 해적의 위협이 있는 선박에 주로 설치된다. 방공호로서의 대피소와는 달리 인적 위협을 막는 것이 중요하므로[1] 육중한 잠금 장치로 개폐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2.2.1. 선박
2010년대 들어 해적들이 선박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지자 선박 내 패닉 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엔진을 끄고 구조 요청을 하고 배에 미리 만들어놓은 대피 시설인 패닉 룸으로 숨는 식. 엔진 시동을 거는 데에는 통상적으로 10 ~ 20분이 걸리며, 특정 배는 기관실을 잠가버리거나 연료 차단 밸브 등을 달아두면 자기 배가 아닌 한 시동 걸기가 곤란하다. 이 모든 걸 떠나서 처음 보는 배의 시동을 빠르게 걸 수 있을 만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보통 해적질을 하지 않는다.[2] 그러면 해적은 아무도 없는 배에서 우왕좌왕하다가 특공대한테 잡히게 된다.
이런 대처방법이 퍼지면서, 해적들도 선원들이 패닉룸에 숨은 것으로 보이면 포기하고 도망친다. 다만 운이 없게도 해적이 이것저것 만지다가 배를 좌초시키거나 섣불리 자동항법장치를 켰다가 배를 다른 선박과 충돌시킨 경우도 있는데 이때의 안전은 보장 못한다. 풍랑이 거셀 땐 이 방법을 쓰기 어렵지만, 그럴 경우엔 해적도 습격해오지 않는다.
2.2.2. 기타
세계 각국의 최상류층 부호들도 자기 집에 혹시 모를 강도 등에 대비해서 패닉 룸을 만들기도 한다. 일단 안에서 열 수 있는 거대한 금고라고 볼 수 있으며, 안에는 식량, 물, 담요 등과 함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통신 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다.
3. 한국의 대피소
[image]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마크.[3] 지하철 입구, 지하상가나 지하주차장 등에 흔히 표시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주택용 건축물을 짓는 경우 방공호로 쓸 수 있는 지하 대피소를 만드는 것이 의무사항이었다. 그리고 한국이 상대하고 있는 북한은 그 의무사항이 현재진행형이며 지하철도 방공호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예로 부산 도시철도 만덕역은 그 깊이가 지하 9층까지 이어지는데 지형적 조건도 있지만 전쟁발발 시 대피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피소라 할 만한 실제적인 장비, 식량을 확보한 가정집이나 공공기관 및 개인 시스템의 경우 '대피소' 표지를 건물 외벽에 붙이게 되며, 시설형태도 지하실, 기계실, 주차장 등의 시답잖은 네이밍을 벗어나 대피시설로 바뀌게 된다. 이 표시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시설을 점검하고 붙여주는 것으로, 실제 개인 가정이라도 기반 시설[4] 이 충분하면 붙여준다. 길거리 가다가 웬 다세대주택에 대피소 표지가 붙어있으면 높은 확률로 그냥 지하실이 큰 곳일 것이다. 정말 드문 확률로 집주인이 생존주의자라서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DTMD에서 제대로 된 대피시설의 목록을 뽑아 휴대하고 다니거나, 자기 집 근처의 대피소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국가재난정보센터의 '민방위 대피소'를 클릭하고 주소지를 선택하면 주변의 대피시설, 급수시설 목록을 알 수 있다. 재난시의 지침을 전달하기 위한 한국의 앱인 안전디딤돌을 설치하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알려준다.
대피소는 안전도 등급에 따라 1등급~5등급으로 나뉘며 1등급은 핵방공호 역할도 할 수 있으나 이러한 곳은 대부분 군사용으로 쓰이며 이용 통제될 확률이 높으므로 민간인들은 2등급 이하 대피소(지하 2층 이하 공간 또는 지하철 터널 등)를 향하게 된다. 애초에 국내의 1등급 대피소는 고작 15곳에 불과하므로 근처에 별로 없다. 가급적 5분 내로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의 위치를 파악해 두도록 하자.
수재,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난시에 종종 학교 건물을 이재민 대피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3.1. 문제점
대피소 많지만..전쟁나면 국민 20%는 갈 곳 없어
한국의 지하실들은 이를 반지하 셋집이나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지만[5] , 아파트의 경우 지하 공간을 만드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대피소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주 활용하지 않아 벌레 천지가 되기도 하고 대부분 자물쇠로 잠가놓는다. 대부분 환기와 채광을 위해 작은 창문 정도는 달아놓기 때문에 완벽한 밀폐와 방호가 되지도 않는다. 안전불감증도 원인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주택은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투자 대상'의 속성이 강하고 주민들이 사정에 따라 이사를 자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나면서 방공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뤄졌는데, 대피해봤자 별 다른 효과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관리되는 것들이 많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방공호로 쓸 수 있는 대피소의 위치나, 대피소의 이용 방법 등 구체적인 시스템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언론에서 뭇매를 때리자 소방당국은 가장 기초적인 문제부터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시스템에 대한 홍보는 미흡한 등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2015년 8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한 대피소가 논란이 되었다. 하필 감자 창고를 대피소로 지정한 탓에 감자 썩은내가 숨막힌다고 주민들이 대피소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최전방 마을 대피소는 모두 열악한 상황이지만 반지하화돼 있어 포격 방어에 좋다. 오랜 기간 대피하는 게 아니므로 평소 감자 창고로 쓰인 장소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3.2. 전산상의 대피소
한국에는 '''전산상''' 상당히 많은 대피소가 등록되어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Civil Defense Resource Manager에서 대피시설 목록을 뽑아보면 상당히 부러워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피소로 쓰기 어렵다. 왜냐면, 한국에서 대피소의 기준은 '지하에 있는 사람 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조회해보면 노래방이 가장 많이 나온다. 집에 지하실이 크게 있을 경우 대부분 이 민방위 자원관리 체계에 실려있다.
서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예전에 지어진 신분당선[6] 이나 공항철도와 같이 개구간이 은근히 있는 도시철도역은 대부분 대피소로서는 활용할 수 있어도 본격적인 방공호로서는 무리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2기 지하철 계획 때 지어진 지하철들이 대부분 본격적인 전쟁 방호시설을 깔고 있다. 1기 신도시와 맞물려서 짓게 됐는데 당시 국방장관인 이병태의 요구로 2기 지하철들에 대해 전쟁 방호시설을 의무적으로 붙여야 했기 때문이다. 2기 지하철 설계/건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영변 폭격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김일성이 지미 카터와 만난 직후 사망하는 등 남북한관계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상황'''이었어서 이런 요구를 서울시가 받아들인 결과물이다. 덕분에 2기 지하철들은 엄청나게 역 자체가 깊어지고 각종 방호 설비도 1기 지하철 대비 3-4배씩 떡칠해 놨다. 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상황은 1998년 남한의 외환위기 때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 절정에 달하며 남북한 모두 전쟁 여력을 상실하면서 2000년 김대중-김정일 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나서야 간신히 끝났다. 다행히도(?) 5678호선은 전쟁 위기 상황에 다들 개통한 터라 각종 방호시설을 장비해둔 채로 개통하는 데에 성공했다.
[1] 방공호로 쓸 수도 있는 지하실 정도라면 모를까 본격적인 방공호나 핵방공호 등은 개인으로서 마련하기 어렵다.[2] 해적업이 호황세에 접어들자 실제로 그런 사람도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럴 지식이 있으려면 멀쩡한 국가에서 면허를 갖춘 사람일건데, 해적까지 굴러떨어질 경우는 없을것이다. 노숙자가 되면 모를까.[3] 지붕의 삼각형 세 개는 민방위 마크이다.[4] 자가발전설비, 공기·물 정화설비, 화생방 대응설비, 충분한 거주공간, 방호장비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택의 기반 설계[5] 지하가 꽤 넓을 경우 가내수공업 설비를 들여놓아 공장처럼 써먹는 경우도 있다.[6] 다만 신분당선은 터널 내 사고 대비용으로 대형 방공호를 하나 만들어두긴 했다. 판교역 자체도 방공호이고, 서울시-경기도 경계 부근인 달래내고개 밑에 별도의 방공호가 하나 더 있다. 왜냐하면 달래내고개 옆에 있는게 '''국가정보원(...)'''이라서 국정원이랑 연결돼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