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르 가문
1. 개요
레젠다리움에 등장하는 가문. 태양의 제1시대에 벨레리안드에서 주로 활동한 에다인 세 가문 중 첫 번째 가문이다. 베오리안(Bëorians)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도르소니온의 라드로스에 영지를 받고 피나르핀 가문, 특히 핀로드를 섬겼다.
외형적으로는 놀도르와 가장 닮았다. 검은색이나 갈색 머리에 회색이나 갈색 눈이 많았다. 피부색은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까지 다양했다. 키는 보통이었고 체격이 다부졌다. 손재주가 좋고 이해력이 뛰어났으며 의지가 강하고 잘 웃거나 울지 않았다.
이들은 하도르 가문과 친척이었는데 두 가문의 공통조상이 서쪽으로 이주할 때 룬(Rhûn) 지방에서 난쟁이들의 언어에 영향을 받아 탈리스카(Taliska)라는 인간어를 형성하게 된다. 룬 내해(Sea of Rhûn) 근처에서 이주민들이 두 무리로 분화한 뒤 베오르 가문의 선조들은 아바리들과 친하게 지낸다. 이들은 점차 요정어의 영향을 받은 형태의 탈리스카 방언을 쓰게 되었고 하도르 가문의 선조들은 이를 격이 낮게 보았다.
가보로 브레고르가 쓰던 활과 바라히르가 핀로드의 생명을 구하고 우정의 증표로 건네받은 바라히르의 반지가 있다. 브레고르의 활은 누메노르의 몰락 때 누메노르의 다른 두 국보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바라히르의 반지는 베렌, 엘로스, 실마리엔, 엘렌딜, 아르베두이를 거쳐 아라고른 2세에게 주어진다.
2. 역사
발란이 이끄는 무리가 청색산맥을 넘어 옷시리안드에 도착하면서 최초로 벨레리안드에 진입한 인간들이 된다. 이들은 마침내 위험과 공포가 없는 땅에 도착한 것을 기뻐하며 모닥불 주위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옷시리안드에 사냥을 나왔던 요정군주 핀로드는 우연히 불빛과 노랫소리에 다가갔다가 최초로 이 별난 종족들을 발견한다. 핀로드는 인간들이 잠들 때까지 멀리서 지켜보다가 이들이 만든 조악한 악기를 집어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에 깨어난 인간들은 그때까지 그 어떤 인간도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노래에 잠시 자신들이 꿈을 꾸고 있는 줄만 알았다고 한다. 이들의 언어가 아바리들이 쓰는 요정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핀로드는 곧 이들과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었고 빠르게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옷시리안드의 초록요정들은 자신들의 땅에 낯선 종족이 들어와 나무를 베고 사냥을 하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았다. 초록요정들은 핀로드에게 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핀로드는 북서쪽에 암로드와 암라스가 지키던 지역의 빈 땅으로 인간들을 인도한다. 이곳은 야영지, 에스톨라드(Estolad)라 불리게 된다.
핀로드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오자 발란은 그를 뒤따라 가기를 원했다. 발란은 핀로드를 따라가 나르고스론드에서 그를 섬겼고 인간어로 '가신'이란 의미인 베오르(Bëor)라 불리게 된다. 에스톨라드에 남아 있는 그의 무리는 베오르 가문이라 불리고 그의 장남 바란(Baran)이 이끌게 된다. 세월이 흘러 베오르는 긴 천수를 누리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때 요정들은 오직 인간만이 받은 일루바타르의 선물, 죽음을 처음으로 목격하였으며 영원히 알지 못할 친구의 운명에 슬퍼하고 경이로워하였다.
한편 많은 인간들이 에스톨라드에서 좀 더 서쪽으로 이주하기를 원했다. 놀도르 왕가들이 모르고스에 대항하는 협력자로서 인간들을 환영하여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다. 이때 베오르 가문은 핀로드의 동생 앙그로드와 아이그노르가 지키는 도르소니온으로 이주한다.
다만 신다르 대왕이자 벨레리안드 전역의 통치자인 싱골은 자신의 허락없이 놀도르 왕가들이 인간들의 이주를 받아들인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또한 오래 전 인간들의 도래에 대한 불길한 꿈을 꾼 것도 있어 어떤 인간도 도리아스 및 벨레리안드 남부로는 내려오지 못하게 한다. 도리아스는 싱골의 아내이자 마이아인 멜리안의 마법으로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싱골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나 멜리안은 그녀의 마법을 뛰어넘을 만큼 너무나 위대한 운명을 지닌 단 한 명의 인간이 훗날 도리아스를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한편 에스톨라드에 남은 인간들도 있었다. 그들 중 베오르 가문의 베레그는 요정들의 전쟁에 인간이 휘말리는 것을 불만스러워 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수천의 인간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났으며 그들의 운명은 알려져 있지 않다.
베오르 가문은 4대 당주 보로미르 때에 핀로드로부터 도르소니온의 라드로스(Ladros)를 봉토로 하사받게 된다. 그들은 라드로스의 영주로서 갑작스런 화염의 전쟁에서 요정과 함께 싸웠다. 도르소니온과 라드로스가 모르고스의 손에 떨어지고 6대 당주 브레골라스가 전사하자 그의 동생 바라히르가 7대 당주에 오른다. 이때 바라히르는 주군 핀로드의 목숨을 구했고 핀로드는 자신의 반지를 영원한 우정의 증표로서 그에게 건네준다. 바라히르는 아내인 '여장부 에멜디르'에게 일족의 여자와 아이들을 맡겨 할레스 가문이 사는 브레실로 피신시킨다. 그곳에서 다시 일부는 하도르 가문이 통치하는 도르로민까지 이주했고 그곳에서 두 가문 사이의 혼인도 일어났다.
이후 바라히르는 그를 따르는 열두 동료들과 함께 모르고스 지배 하의 도르소니온에서 저항 활동을 벌인다. 그러다 동료들 중 '불행한 자 고를림'이 사우론에게 잡히게 되고, 그는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아내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사우론의 유혹에 넘어가 동료들의 위치를 누설한다. 사우론은 약속을 지켜 고를림을 죽임으로써 이미 사망한 그의 아내와 만나게 해준다. 결국 바라히르와 동료들은 사우론이 보낸 오르크 무리에게 참살당하고 베오르 가문은 사실상 소멸한다. 오직 바라히르의 아들 베렌만이 살아남아 오르크 무리를 뒤쫓아 복수를 하고 아버지의 반지를 되찾는다.
이후 베렌은 도르소니온에서 명성을 떨치다가 점차 거세지는 추격을 피해 남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필멸자 중 유일하게 도리아스에 도달하여 신다르의 공주 루시엔을 만나 제1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