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

 

1. 을 불살라버리는 행위
1.1. 분서를 당한 책
2. 중국의 사상가 이지(이탁오)가 쓴 책
3. 이종 개체군의 상호관계


1. 을 불살라버리는 행위


[image]

1933년, 나치 정권의 분서
焚書
Book Burning / Biblioclasm

'''"그것 참 고맙군요. 내 책은 구운 밤 같이 불에 구워야지 제대로 값어치가 있거든요. 그런데 직접 구워주시다니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입니까?"'''

- 볼테르[1]

[2]

Dort, wo man Bücher verbrennt, verbrennt man an Ende auch Menschen.

책을 태우는 곳에서는 사람도 불타게 되어 있다.

-

하인리히 하이네

책(현대에는 책에 준하는 매체인 디지털 저장 장치도 포함된다)을 불태우거나 기타 방법으로 읽을 수 없도록 파괴하는 행위. '책'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지식이라는 상징성을 철저히 짓밟아버리는 행위이다. 요컨대 책에 담겨있는 정보가 하나도 가치가 없다면, 종이뭉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불쏘시개로 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반대파에 대한 위협과 같은 정치적 퍼포먼스의 성격을 갖기에 공개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인 동기는 책들의 내용물에 대한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인 반발심이다.
동양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시황제분서갱유가 가장 유명한 사건이고, 서양에서는 나치 독일 시절 괴벨스의 주도 하에 카프카, 에밀 졸라 등 유대인 작가의 저작과 마르크스 등의 책들이 대규모로 불태워졌던 나치스 분서 캠페인이 가장 유명하다.
동독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나치스의 분서[3] 에서 모티브를 얻어 아래와 같은 시를 짓기도 했다.

분서(焚書)

브레히트 詩, 김남주 옮김

당시의 정부가 유독(有毒) 지식이 든 책을

만인이 보고 있는 앞에서 태워버리라고 명령하고

도처에서 황소들이 책을 쌓아올린 짐차를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로 끌고 갈 때

뛰어난 시인 중의 한 사람이고

추방당한 어떤 시인은 소각된 책의 목록을 보다가

자기의 작품이 잊혀지고 있는 데에 경악하여

분노로 책상으로 뛰어가 당시의 권력자에게 편지를 썼다

나를 태워라!라고 그는 갈겨 썼다. 나를 태워라!

나에게 이런 치욕을 가하지 말라! 나를 특별 취급하지 말라

내 작품 속에서 내가 진실을 쓰지 않는 것이 있었느냐

지금 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취급할 것이냐

네놈들에게 명령하노니

나를 태워라!

-

Als das Regime befahl, Bücher mit schädlichem Wissen

Öffentlich zu verbrennen, und allenthalben

Ochsen gezwungen wurden, Karren mit Büchern

Zu den Scheiterhaufen zu ziehen, entdeckte

Ein verjagter Dichter, einer der besten, die Liste der

Verbrannten studierend, entsetzt, daß seine

Bücher vergessen waren. Er eilte zum Schreibtisch

Zornbeflügelt, und schrieb einen Brief an die Machthaber.

Verbrennt mich! schrieb er mit fliegender Feder, verbrennt mich!

Tut mir das nicht an! Laßt mich nicht übrig! Habe ich nicht

Immer die Wahrheit berichtet in meinen Büchern? Und jetzt

Werd ich von euch wie ein Lügner behandelt? Ich befehle euch:

Verbrennt mich!

정치적 저작물만큼이나 빈번하게 분서의 타겟이 된 책으로는 만화책도 있다. 주로 이 경우에는 보수적인 교육계나 학부모 단체가 주축이 된다. 1948년 뉴욕 등 미국 각지의 도시들에서 교사와 학부모 단체에 의해 만화책이 분서당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60~70년대에 관변단체의 어린이 악서(惡書) 추방운동이나 경찰의 단속 등으로 인해 수많은 만화책이 공개된 장소에서 불탄 적이 있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회에서 분서란 거의 학살이나 제노사이드에 준하는, 인류 전체에 대한 모독과 범죄 행위로 취급받는다. 종이와 책이 고가의 사치품이었던 전근대 사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쇄술이 널리 보급된 현대에도 책은 그렇게 값싼 물건이 아니다.[4] 게다가 책 중 희귀본이나 고문서는 돈으로도 따질 수 없는 수준의 가치를 지니는데 이를 대량으로 불태워서 파괴한다는 것은 인류의 정신적 문화유산에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게다가 분서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수많은 폭력과 살인, 절도, 강도 행위들로 인해 책들 뿐만 아니라 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조차 함께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짓을 저지르는 정치/종교 세력은 100%가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를 멸시하고 폭력을 숭상하는 막장 집단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분서를 조장했던 정치 세력들이 대부분 제노사이드까지도 함께 저질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불태우게 된다"는 하이네의 글은 분서라는 행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셈이다. 물론 위에서 만화책의 사례대로, 민주국가에서도 분서가 발생했던 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양식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분서 사건들을 흑역사 취급하지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각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기본적인 권리로서 확실히 존중받게 되고, 세계 각지의 정부가 민주화되고 냉전이 종결되면서 적어도 1세계나 2세계 내에서는 20세기 중반과 같은 조직적인 대규모 분서 사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선진국에서도 조직적인 분서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그를 달성하고자 분서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한다면 분서를 선동한 조직은 과격파나 광신도라는 딱지가 붙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적어도 기성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주체가 된 분서 행동은 이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아직도 정치적 상황이 불안한 제3세계 국가나 종교적 갈등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과격파에 의한 조직적 분서가 행해지고 있다. 일례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이 점령한 이라크 도시인 모술의 도서관에 있던 서적과 문화유산을 대량으로 파괴하는 분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image]
정의소녀환상 분서사건
위와 같은 대규모 분서 행위와는 별개로, 현대의 서브컬처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품파괴인증, 디스크 뽀개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분서도 존재한다. 주로 자신이 구입한 만화책이나 라이트노벨, CD 등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는 위의 많은 역사적 분서 사건처럼 정치적/종교적/도덕적인 동기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해당 상품의 질이 심각하게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하거나 ,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줄거리가 전개되지 않아(소위 비처녀 논란도 이에 포함된다) 그에 대한 불만을 팬덤이나 제작자에게 표현하려는 목적으로 행해진다. 단순히 '책(book)을 불태운다(burning)'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라면 분서라고 할 수 있지만, 압수나 강탈 등의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정당하게 입수한 자신의 사유재산을 정치적/종교적 과격파의 논리와 상관없이 단순히 내용에 대한 실망만으로 불태우는 것이므로 이는 분서갱유와 같은 전통적 의미의 분서 사건들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단순히 과격한 퍼포먼스를 수반한 비평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1. 분서를 당한 책


  •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소장되었던 책들.
  • 나치 독일 정권에 의해 불태워진 책들.
  • 근로기준법 법전 - 전태일(가능하면 이쪽 참조) 열사와 함께 불타올랐다.
  • 란마 1/2 - 한국의 모 단체가 '포르노'라면서 불태워버린 병크를 저지른 적이 있다.
  • 배트맨 악마의 십자가
  • 블리치
  • 설공찬전
  • 성경, 불경, 쿠란 등 종교 경전들.[5]
  • 수능특강 - 매년 11월마다 일어나는 연례행사(...). 이쪽은 쌓이고 쌓인 수험생들의 원한이 낳은 비극에 가깝다.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 스쿨럼블
  • 악마의 시
  • 소량의 동죽각전에 비치된 고금도서 14만 권 분서
  •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 미사카 미코토의 극성 팬이 신약 3권에서 등장한 단절 복선에 분노하며 라이트노벨 전권을 분서.
  • 애덤 스미스의 미출간 유고(遺稿)들 - 애덤 스미스가 보는 앞에서 불태워졌다.[6]
  • [7]
  • 정의소녀환상 - 백괴사전에 의하면 고화력연료.
  • 메이드 인 코리아
  • 청낭서[8]
  • 칸나기
  • 퀸즈 나이트 카엘 - 어떤 모 사이트의 난독증 한명이...
  • 트와일라잇
  •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강의 노트[9]
  • 죠죠의 기묘한 모험 Eyes of Heaven/스토리 모드 - DIO의 일기
[image]
[image]
  • 이명박의 회고록인 '대통령의 시간' 직썰에서 불살라 인증도 했다.
  •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시인 겸 국회의원의 대표작으로,사별한 아내에 대한 순정을 절절하게 담은 시집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몇 년 뒤 도종환이 다른 여성과 재혼하자 뭇 독자들이 '나의 도종환은 그렇지 않아'라고 분개하며 시집을 불태우곤 했다.
  • 각종 TOEIC 수험서들 - 전남대학교에서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시’를 강요하는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토익책을 불살라서 고기 파티를 열었다,
  • '항목 2의 焚書

2. 중국의 사상가 이지(이탁오)가 쓴 책


焚書
이름이 분서다(...)[10] 1590년 이지(李贄. 호는 탁오(卓吾),굉보(宏甫))가 만든 책으로, 원래 이름은 이지분서(李贄焚書)이며 같은 형식의 속분서(續焚書)로 쓰기도 했다. 현재 전해지는 분서 6권은 이지 사후에 편집 증보된 것이다. 분서라는 이름 답게 '''남녀평등''' 같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11] 그래서 수없이 금서로 지정되어 분서되었다 [12] 2004년에 우리나라의 한길사에서 번역 출간하였다.

3. 이종 개체군의 상호관계


분서(分棲), 분리서식(分離棲息), 서식지분리(棲息地分離)
생태적 지위가 비슷하나 일부 차이가 있는 종들이 먹이나 공간을 달리 하는 것. 경쟁 이후 더 이상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먹이, 생활공간, 활동시간 등을 달리한다.
[1] 볼테르가 받은 "당신이 써댄 헛소리가 웃겨서 당신의 책을 불태우고 있다. 그래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는 편지에 대한 답장이다.[2] 계몽주의 시대에 교회나 여타 꼴통들의 심기를 거스른 급진적 책은 금서나 분서 처분을 당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때문에 어떤 책이 금서/분서 처분 당했다는 소문이 나면, 계몽주의 지식인들 네트워크에서 ''' "올ㅋ 그거 기똥찬 책인가 보네" '''하는 반응이 일면서, '''요즘으로 치면 노벨문학상 받은 걸로 여겨지고 오히려 대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었다.''' 즉 볼테르가 이런 소리를 한 것은 상대한테 열 치여서 아무 소리나 지껄인 게 아니고 "야 고맙다 니 덕에 내 책 히트치겠네ㅋㅋㅋ" 하면서 상대를 고단수로 조롱한 것이다.[3] 1933년 5월 10일, 나치 당국이 전 독일의 모든 대학에서 금서를 색출해 분서할 때, 자신의 저작들이 금서목록에 들기는커녕 권장도서(...)로 승인받은 것을 알게 된 작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Oskar Maria Graf)'는 격분하여 5월 12일 '비엔나 노동자신문(Vienna Arbeiterzeitung)'에 자기 작품을 태워달라는 글을 기고하였다. 나치 당국은 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고.[4] 책을 살려고 하면 책값이 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나마 값이 싼 만화책도 거의 오천원에 달한다.[5]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의 과정으로 불태워진 경우도 많았지만, 요새는 개독교이슬람 근본주의같은 또라이 근본주의자들 때문에 해당 종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려고 불태운다.[6] 당초 스미스는 자신의 사후에 미출간된 원고 전체를 불태우라는 유언을 남겼다가, 임종하기 직전에 자신의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걸 염려하여 자신이 보는 앞에서 원고를 불태우게 했다고 한다.[7] 이문열 항목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붙태워진 적은 없고 항의표시로 10원에 고물상에 넘겨졌으나 분서가 일어났다는 유언비어가 워낙 많이 퍼져 여기에 포함.[8] 중국 삼국시대의 명의 화타가 쓴 유일한 의서. 정사에 의하면 감옥지기에게 주려고 했으나 그가 두려워해 받지 않자 스스로 불태워버렸고, 삼국지연의에 의하면 화타가 옥에 갇혔을때 의학에 관심이 많은 한 감옥지기에게 주었는데, 그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도 이 책을 읽고 화타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되는것이 두려워서 태워버렸다고 한다. 안습 [9] 한 학기가 끝나면 해당 학기에 사용한 강의 노트를 전부 소각해버렸다. 문제는 소쉬르가 19-20세기 언어학에 큰 획을 그은 사람인데 그가 직접 집필한 강의노트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10] 저자가 책 제목을 이렇게 붙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체로 꼬투리를 잡는 말, 분격어(忿激語)가 많아 보통의 상투적인 언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를 읽는 자들이 혹시 기괴한 느낌이 생길까 두렵다. 때문에 이름하여 분서라고 하였는데, 그것은 실로 태워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11] 정확히는 '''"여자는 식견이 짧아서 도를 배울 수 없다 는 말이 있는 데 이게 말이 됨?"''' 정도(...)[12] 위에 나왔듯이 이탁오는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을 즐겼다. 의도적으로 지은 것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