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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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닐에게 마지막 일격을 하는 시구르드'''
'''-아서 래컴(Arthur Rackham) 작품-'''
1. 개요
2. 행적
2.1. 초기
2.2. 영웅이 된 후
3. 산문 에다에 나오는 시구르드
4. 평가
5.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6. 대중문화 속의 시구르드
7. 관련 항목


1. 개요


'''시구르드'''(Sigurðr, Sigurd)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오딘을 조상으로 하는 볼숭 가문의 전사이며 구드룬의 남편이다. 북유럽 신화에서 신들을 제외한 인간 가운데에서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며 그만큼 뛰어나고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다.
현존하는 시구르드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전승은 고(古) 에다(또는 운문 에다)에 있는 10세기경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문시이다. 고 에다에는 시구르드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내용이 모순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관된 이야기를 도출해내기 힘들다. 반면 신(新) 에다(또는 산문 에다, 스노리 에다)는 스노리 스트를루손 한 사람이 정리한 작품인만큼 나름 일관성이 많이 높아졌다. 시구르드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작품은 바로 13세기 후반에 문헌으로 정착된 볼숭 사가이다.
시구르드라는 캐릭터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여러 설이 있지만 다들 확실한 근거는 없다. 시구르드의 원조로 6세기 메로빙거 왕조의 시게베르트 1세(Sigebert I, 535-575)가 많이 거론되는데, 이름 Sigebert가 Siegfried와 나름 비슷하고, 상당히 용맹했으며, 인생의 절정기에 자객에게 암살된 것, 그의 부인이었던 희대의 악녀 브륀힐다(Brunhilda of Austrasia)가 브륀힐트 캐릭터의 원조로 유력하다는 것 등이 시구르드의 원조로 주목받는 이유이다.[1] 다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설로 남아 있다. 그 외에도 토이토부르크 전투의 영웅 아르미니우스가 시구르드의 원조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현재는 거의 사장된 설이다.
한편 시구르드는 게르만 기독교 기사도 문학 니벨룽의 노래에 나오는 지크프리트의 모티브가 됐다. 시구르드는 고대 노르드어이자 현 북게르만어군에서 사용되는 발음이며, 같은 게르만 신화권인 독일에선 지구르트라 불린다.[2]

2. 행적


주로 볼숭 사가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각주로 다른 전승도 언급한다.

2.1. 초기


시구르드는 영웅 시그문드와 효르디스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시그문드의 세 번째 아들이다.[3] 시구르드는 시그문드가 훈딩 왕에게 살해당한 뒤 태어난 유복자로 어머니 효르디스가 덴마크의 왕 히얄프레크의 아들 알프와 재혼하면서 덩달아 그곳에서 자라나게 된다. 히얄프레크 왕의 궁전에 있는 대장간에는 솜씨좋은 대장장이 레긴이 있었는데 시구르드는 어린 시절부터 대장간에서 지내는 걸 좋아해 자연스럽게 레긴에게 여러 지식과 꾀를 배우게 된다.
시구르드는 성장하고 레긴의 말에 따라 히얄프레크 왕에게 말 한 마리를 달라 청했다. 그러자 왕은 숲속의 마굿간에 있는 말 아무거나 가지라고 한다. 시구르드가 마굿간에 가는 도중 한 늙은 애꾸눈 나그네와 만나는 데 나그네는 시구르드를 도와 마굿간의 말들을 시험했다. 말들 중 가장 용감한 잿빛 수말이 남았고 시구르드는 이 말에 잿빛이란 뜻의 '''그라니(Grani)'''란 이름을 붙이고 가진다. 나그네는 이 말이 슬레이프니르의 후손이라 말하고 사라진다.
시구르드가 어른이 되자 레긴은 자신과 안드바리의 보물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고 사악한 용 파프닐을 쓰러뜨리고 보물을 차지하자고 꼬신다. 그걸 위해 레긴은 칼 한 자루를 만들어주기로 했지만 레긴이 만든 칼을 시구르드가 모루에 내려치자 칼이 전부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이렇게 되자 시구르드는 어머니 효르디스에게 부탁해 효르디스가 보관하고 있던 부셔진 그람의 조각들을 받아 레긴과 힘을 합해 다시금 벼려낸다.
파프닐을 죽이기 전에 시구르드는 아버지의 원수 훈딩 왕과 그 아들들을 정벌하기로 결심하고 히얄프레크 왕에게 청해 군대를 빌려 레긴과 함께 떠난다. 이후 또 다시 인간으로 변해 찾아온 오딘과 만나 이런저런 도움을 얻어 훈딩 왕의 군대와 그 일족들을 전부 처단해버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4]
다시 궁전으로 돌아와 지내던 시구르드는 레긴의 꼬드김에 따라 용 파프닐을 처치하러 떠난다. 시구르드는 파프닐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으며 결국 파프닐을 죽이는데 성공한다. 뒤에 숨어있던 레긴은 파프닐이 죽자 그 피를 마시고, 시구르드한테 용의 심장을 구워놓으라 시킨 뒤 옆에서 잠이 든다.
시구르드는 심장을 굽던 중 도중 끓는 기름에 손을 데어 우연히 손가락에 묻어 있는 용의 피를 핥게 된다. 그러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주변에 있던 새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데 용의 심장은 놀라운 힘을 지니게 해주며, 힘을 얻은 레긴이 시구르드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다는 것. 이어 '차라리 시구르드가 레긴의 목을 자르고 파프닐의 황금을 독차지 하는게 좋을텐데'라고 말한다.
새들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시구르드는 결국 레긴을 살해하고 자신이 파프닐의 심장을 먹은 뒤 보물을 가지고 떠난다.

2.2. 영웅이 된 후


시구르드는 용을 죽인 용사로 명성을 얻은 후 덴마크의 히얄프레크왕에게 돌아가는데, 도중에 새들의 대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키리가 근처 산 위에 잠들어 있으며, 다만 불의 장벽이 그녀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깨우려면 엄청난 용기와 무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편 다른 새는 이대로 가면 시구르드가 규키라는 왕이 사는 나라에 도착해 그 딸과 결혼하게 된다는 말을 해준다.
시구르드는 첫 번째 새가 말한 것을 토대로 힌다르피알 산을 찾아간다. 새의 말대로 엄청난 높이의 불의 장벽이 산의 정상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시구르드는 이 장벽을 뛰어넘은 후 성 안에 잠들어 있는 발키리 브륀힐트를 발견한다. 시구르드는 브륀힐트의 갑옷을 벗겨서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그 자리에서 결혼을 맹세했다. 이어 두 사람은 브륀힐트가 성장했던 헤이미르(Heimir)왕의 왕성에 와서 다시 한 번 결혼맹세를 한다.[5]
다만 시구르드는 당장 결혼하는 대신 좀더 명예를 쌓기 위해 일단 브륀힐트와 헤어진 후 부르군트로 간다. 여기서 시구르드는 부르군트의 왕녀인 구드룬의 구애를 받지만 이미 임자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그런데 부르군트의 왕비 그림힐드는 시구르드에게 기억을 잊는 약을 몰래 마시게 하고[6] 그를 자신의 딸 구드룬 공주와 약혼시킨다.
이 와중에 구드룬의 오빠 군나르가 브륀힐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한다. 시구르드가 기억을 잃기 전 브륀힐트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는데, 시구르드가 구드룬과 약혼하자 군나르는 본격적으로 브륀힐트를 신부로 맞이하려고 한다. 문제는 군나르는 시구르드만큼 뛰어난 무사가 아니라는 것.
불숭 사가에서는 군나르의 모친인 그림힐드가 헤이미르 왕성에 있는 브륀힐트의 가족들에게 구드룬과 브륀힐트의 결혼을 주선하고 허락을 받는다. 문제는 브륀힐트가 힌다르피알 산에 있는 불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만 자신과 결혼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그녀의 가족들도 이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브륀힐트는 이미 자신과 약혼한 시구르드 외에는 이 불의 장벽을 넘을 사람이 없다고 확신했고, 그래서 굳이 군나르의 청혼을 거절하는 대신 이런 조건을 걸었다.
군나르는 일단 대책없이 힌다스피알 산에 갔는데 험하게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뛰어넘을 용기가 없어서 포기한다. 다음에 자신의 말을 타고 갔지만 뛰어넘을 자신이 없어 포기, 다음에는 시구르드의 명마 그라니를 빌려타고 갔는데도 결국은 뛰어넘는데 실패했다. 세번이나 실패한 군나르는 이미 이 불의 장벽을 넘은 경험이 있는 시구르드에게 대신 불의 장벽을 넘어달라고 부탁했고, 시구르드는 그림힐트의 도움을 받아서 군나르의 모습으로 변장한 후 불타는 성을 넘어 브륀힐트에게 간다. 시구르드 외에 불의 장벽을 넘어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브륀힐트는 결국 변장한 시구르드와의 결혼을 승낙한다.[7]볼숭 사가에 의하면 이때 브륀힐트와 변장한 시구르드가 동침을 했지만 그녀의 처녀성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칼을 가운데에 두고 3일간 동침을 했다고 한다.
과정이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변장한 시구르드는 브륀힐트를 데려오고, 이어 부르군트 왕성에서는 군나르-브륀힐트, 시구르드-구드룬의 합동 결혼식이 열린다. 문제는 시구르드가 기억을 잃긴 했지만 브륀힐트는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였던 시구르드가 자신과 약혼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자신의 약혼자를 뺏어간 구드룬를 몹시 싫어했다.
어느 날 브륀힐트와 구드룬 두 사람이 강에서 함께 목욕하다가 큰 싸움을 벌이는데, 브륀힐트는 구드룬에게 당신의 남편이 내 남편보다 아랫사람이니 나와 같은 물에서 목욕하면 안된다고 주장해서 구드룬의 열받게 한다. 화가 폭발한 구드룬은 시구르드가 기억을 잃게 된 경위와 시구르드가 군나르로 변장해서 불의 장벽을 넘어 그녀에게 구혼한 것을 모조리 폭로한다.
속아서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브륀힐트는[8] 분노로 펄펄 뛰었고, 구드룬의 폭로로 비로소 기억을 되찾은 시구르드는 브륀힐트에게 함께 떠나자고 하지만 브륀힐트는 매몰차게 거절한다. 복수심에 불탄 브륀힐트는 군나르에게 시구르드가 힌다르피알 산에서 자신의 처녀성을 범해놓고는 아무 말도 안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에 분노가 폭발한 군나르는 동생 회그니와 함께 시구르드를 죽일것을 의논한다. 그러나 시구르드와 군나르 회그니는 시구르드와 의형제의 맹세를 했기 때문에 직접 죽이긴 곤란했고,[9] 꾀를 써서 맹세를 하지 않은 이복형제인 구토름에게 마법을 걸어 시켜 시구르드를 죽이게 했다. 자다가 영문도 모르고 칼을 맞은 시구르드는 죽어가면서 구토름에게 일격을 가해서 함께 죽는다.
시구르드가 죽자 브륀힐트는 시구르드의 세살난 아들 시그문드마저 살해한다.[10] 이로써 브륀힐트의 복수는 완료되었지만, 시구르드에게 애증을 갖고 있었던 브륀힐트는 시구드르, 시그문드, 구토름 세 사람의 시체를 모아 화장할 때 불길에 스스로 뛰어들어 함께 죽는다.

3. 산문 에다에 나오는 시구르드


스노리 스트를루손의 산문 에다에서는 2부 '스칼드[11] 작성법(Skáldskaparmál)에 시구르드 전설이 나오는데, 내용이 볼숭 사가보다 좀더 원형에 가깝고 훨씬 간략하다. 여기서는 볼숭사가와 차이점을 중심으로 간단히 기술한다.
시구르드가 새의 말을 알아듣고 레긴을 죽이는 부분까지는 볼숭 사가와 비슷한데, 다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훈딩왕 일족을 쓸어버린 이야기는 빠져 있다. 용을 죽인 시구르드는 새의 이야기를 듣고 힌다르피알 산에 찾아가서 오딘의 벌을 받고 잠들어 있는 브륀힐트의 갑옷을 벗겨서 그녀를 깨우는데, 브륀힐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그대로 떠난다.
후에 시구르드가 규키 왕국에 가서 왕녀 구드룬과 결혼하는데, 구드룬의 오빠 군나르가 브륀힐트와 결혼하고 싶어서 그의 오빠 아틀리에게 찾아간다. 아틀리는 자기 여동생은 현재 힌다르피알 산 정상의 불의 장벽 안에서 지내고 있으며, 그 장벽을 통과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해준다.
군나르는 이 장벽을 뛰어넘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시구르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시구르드는 군나르로 변장하고 장벽을 뛰어넘어 브륀힐드에게 대신 청혼하면서 서로 반지를 교환한다. 그리고 브륀힐트와 시구르드는 하룻밤을 지내는데, 신부의 순결을 지켜줬다는 보증을 하기 위해 칼을 가운데 두고 동침한다. 이후 시구르드는 '진짜 군나르'에게 브륀힐트를 넘겨주고 함께 기우키 왕국으로 돌아온다.
어느날 구드룬과 브륀힐트가 누구 남편이 더 훌륭하냐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데, 구드룬이 자기 남편(시구르드)가 용을 죽인 영웅이라고 하자 브륀힐트는 자기 남편(군나르)는 불의 장벽을 뛰어넘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맞선다. 화가 난 구드룬이 실제로 불의 장벽을 넘은건 변장한 자신의 남편 시구르드였다고 폭로하면서 그 증거로 브륀힐드가 당시 변장한 시구르드에게 준 반지를 보여준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브륀힐트는 군나르의 동생 구토름을 사주해서 시구르드의 아들 시그문드를 죽인 후 시구르드도 죽인다. 시구르드는 죽어가면서 일격으로 구토름을 두동강으로 베어버린다. 시구르드 부자가 죽은 후 브륀힐트도 자살하면서 시구르드를 화장할 때 자신도 함께 화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4. 평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으나 장모를 잘못 만난 탓에 불운했던 영웅. 그의 장모 그림힐드는 그리스 신화로 치면 거의 에리스 수준인데, 술수와 계략으로 당대 최고의 사위(시구르드)와 최고의 며느리(브륀힐트)를 얻는 경사를 맞이했으나 뒷감당이 되지 않아 결국 파멸로 치닫고 말았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시구르드가 죽은 후 구드룬이 오빠들에게 원한을 품자 그림힐드는 분노를 진정시키는 마법약을 먹인 후 아틀리(Atli)왕과 결혼시키는데, 이 아틀리왕이 시구르드의 보물을 차지하려고 자기 아들들을 몰살해 버린다.
그림힐드 때문에 시구르드가 브륀힐트와 맺어지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인데, 그래서인지 아동용 서적에 보면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을 죽어서야 지키게 된 셈이지' 라는 씁쓸한 설명이 달려 있다. 시구르드가 죽은 후 군나르의 만류에도 시구르드의 뒤를 따라 죽었다는 것으로 보아 사랑이 애증으로 변한 셈.
여튼 뵐숭 가문의 일원답게 끝이 좋지 못했다. 시게일의 음모에 빠져 아들들과 시종을 비롯한 몇 십명만 데리고 군대에 맞서 싸우다 죽은 할아버지 뵐숭[12], 훈딩 왕과의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아버지 시그문드와 달리 암살당했다. 당시 북유럽 사람들에게 있어 최고의 명예가 싸우다 죽는 것임을 생각하면 가문의 일원 중 가장 최악의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시구르드와 브륀힐드가 죽은 뒤 이어지는 서사시가 브륀힐드의 저승(헬)가는 길이다. '''그렇다. 그들은 발할라로 가지 못하고 에 떨어진 것이다.''' 발할라의 존재 의미가 라그나로크에 대비해 최강의 인간 전사들을 모으는 것인데 정작 최강 중의 최강의 영웅인 시구르드는 헬로 가 버렸다.[13] 아이러니의 극치. [14]
한편 시구르드와 얽힌 자들은 모두 그와 마찬가지로 안 좋은 결말을 맞이했다. 시구르드의 볼숭가문과 마찬가지로 군나르의 니플룽가문도 나중에는 파멸해 버린다. 니벨룽의 노래에서도 지크프리드를 아는 모든 영웅이 죽는다. 어찌 보면 시구르드를 옴 파탈의 전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 시구르드보다는 안드바리의 보물에 걸린 저주가 근본 원인이다. 그러나 그 보물을 인간세계로 가쳐온 것은 어디까지나 시구르드이니 결국 그의 책임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5.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


지크프리트는 본래 시구르드의 독일식 이름으로 동일 인물이다. 북유럽 신화는 게르만 신화이기도 하며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게르만 민족의 일파인 노르드인은 시구르드(Sigurd)라 불렀지만 모음 앞의 s를 z 발음으로, 어말의 d를 t 발음하는 독일 북부의 게르만 민족들은 이를 지구르트라 읽었고, 이 발음이 시간이 지나며 고유의 의미를 지닌 지크프리트(Siegfried)란 이름이 되었다. 그리스의 제우스와 로마에선 유피테르가 된 것도 비슷하다 볼 수 있다.
시구르드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딴 기사도 문학인 니벨룽의 노래의 큰 차이점은 기독교의 영향으로 신화적 요소가 전부 사라졌다는 점이다. 오딘과 같은 북유럽의 신들이 나오지 않으며, 지크프리트도 신의 혈통이 아닌 네덜란드 크산텐(Xanten)의 왕자로 등장한다. 브륀힐트 또한 지크프리트 전설 속에선 아이슬란드여왕 브륀힐트로서 뛰어난 여전사지만 엄연히 인간이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시구르드 전설을 기독교 기사도 문학으로 리부트한 니벨룽의 노래에 다시금 본래의 신화적인 요소를 융합시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완성했다.
정리하자면 시구르드는 고대 북유럽 신화에서 운문으로 전해오던 영웅이며 독일식 이름은 지크프리트다. 이는 니벨룽의 노래니벨룽의 반지의 주인공 지크프리트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라고 하지만 사실 뵐숭 사가의 시구르드와 니벨룽의 노래, 니벨룽의 반지의 지크프리트를 같은 인물로 본다. 엄격하게 구분한다면야 이름도, 가족도, 행적도 다르니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위의 제우스 예시에서 볼 수 있듯 애초에 신화를 포함한 전설에서 신이나 영웅의 이름과 가족과 행적이 전승마다 다른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결국 사람들이 그 신, 영웅을 동일시 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여기서 시구르드와 지크프리트는 같은 인물을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들을 타인으로 구분하는 경우는 없다.
사족으로 영어식으로 읽으면 시거드(Sigurd), 시그프리드(Siegfried)가 된다. 시그프리드는 가끔씩 '시그프라이드'로 읽힐 수도 있다. 어차피 영어권에서 잘 쓰는 이름도 아니니 상관없지만...

6. 대중문화 속의 시구르드



7. 관련 항목


  • 신화 관련 정보
  • 북유럽 신화
  • 전설의 영웅
  • 뵐숭 사가
  • 그람
  • 브륀힐트
  • 아슬라우그
  • 지크프리트
  • [15][16]

[1] 시게베르트1세의 아내 브륀힐다와 힐페릭 1세(Chilperic I, 539-584)의 아내 프레데군다(Fredegunda)는 유럽사에서도 유명한 불구대천의 원수관계였다. 이 두 악녀 때문에 본인들의 남편들까지 원수지간이 되었는데, 결국 전쟁이 벌어져서 시게베르트 1세가 힐페릭 1세를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하지만 프레데군다가 보낸 자객들이 시게베르트 1세를 암살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다.[2] 독일어에서는 모음 앞의 s를 z 발음으로, 어말의 d를 t 발음으로 읽기 때문이다.[3] 삼남이지만 위의 아들들이 각자의 이유 떄문에 일찍 죽어 시그문드가 죽었을 때엔 아들이 전혀 없었다.[4] 볼숭 사가를 제외한 전승에서는 시구르드가 부친의 복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고(古) 에다에 보면 시구르드가 아니라 그의 이복형인 헬기(Helgi)가 15살때 훈딩을 죽이고 복수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이야기가 실려 있는 시의 제목 자체가 헬기 훈딩스바네(Helgi Hundingsbane), 즉 훈딩을 죽인 헬기. [5] 브륀힐트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헤이미르왕은 브륀힐트의 누나 벡킬드(Bekkhild)와 결혼했으니까 브륀힐트의 형부가 된다. 그리고 브륀힐트는 원래 반인반신의 발키리였지만 시구르드에 의해 깨어나는 순간 인간이 된다. 브륀힐트 항목 참조.[6] 그림힐드는 시구르드 이야기에서 왕국의 힘을 키우기 위해 욕심을 부렸다가 뵐숭 가와 자기 가문(니플룽)까지 모조리 파멸로 몰아넣은 사실상 만악의 근원이 된다. 크림힐트와는 별개의 인물로 니벨룽의 노래에 나오는 크림힐트는 그림힐드와 구드룬의 요소를 복합해서 만든 인물이다. 한편으로 그림힐드가 마법에 능해서 시구르드에게 술을 권했는데 이 술에 기억을 잊게 하는 마법을 걸었다는 식의 설명도 있다.[7] 그냥 이미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 있고, 그 결혼은 주신 오딘과의 맹세로 보증받는 것이라고 하면 다 끝날 일인데도 승낙했다는 부분이 좀 이상하다. 사실 민간전승이 다 이렇게 두루뭉실한 구석이 있지만[8] 그전까지는 그냥 시구르드가 자신을 잊었는갑다 생각했지만 이정도면 그냥 브륀힐트를 가지고 논 수준이니 뭐...[9] 북유럽 신화에서는 살인자, 간통자, 맹세를 어긴 자 등은 나스트론드(Nástrǫnd)라는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10] 자신의 할아버지 시그문드와는 동명이인이다. 어떤 전승에 따르면 브륀힐트가 아니라 군나르와 그 형제들이 시그문드가 성장한 후 자신들에게 복수할 것을 두려워해서 살해했다고 되어 있다.[11] 스칼드(skáld)는 바이킹 시대에서 중세 시대까지 북유럽 시인들의 많이 창작했던 시 형식이다. 에초에 스칼드라는 단어 자체가 시(詩)를 뜻한다.[12] 이때 아내도 같이 싸웠는데 이는 뵐숭의 아내도 시구르드의 연인 브륀힐트가 그랬듯 발퀴리 출신이었기 때문, 단 뵐숭의 아내는 오딘에게 파문을 당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뵐숭의 아내는 뵐숭이 태어나기 전부터 연관이 있었다. 뵐숭의 부모는 자식이 없어 근심하던 찰나 프레이 신에게 빌어 자식을 가졌는데 이때 관여한 것이 뵐숭의 아내였다(,,,) [13] 그나마 행복한 게 하나 있다면 '''정말로 죽어서는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 말미에 브륀힐드가 자신과 시구르드는 이제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걸 보면 브륀힐드 옆에 시구르드도 있었음이 확실해보인다. 물론 옆에서 듣고 있는 시구르드는 그 슬픈 기억을 곱씹어야 하니 기분은 좋지 않았겠지만.[14] 흥미로운 사실은 북유럽 신화를 믿는 지역에서는 편안히 죽으면 발할라로 갈 수 없다고 믿었기에 만일 병에 걸려 죽거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살해했다.''' 시구르드의 최후와 엮어서 보면 모순적인 면이 있다.[15] 시구르드손은 시구르드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마블 코믹스토르가 토르 오딘슨이라 불리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보다 자세한 건 참고[16] 여담으로 북유럽 신화에 길피라는 인간이 있다. 마법에 능한 스웨덴의 왕으로 자기 나라 백성들 어떤고 살펴보러 갔다가 거만하게 굴어 문전박대 당했다가(정작 본인은 백성들이 너무 야박한 인간들 뿐이라고 불평 웃기게도 정작 길피 왕은 그런대로 괜찮은 왕이었다고) 어느 거지 노파에게서 조언을 듣고는 큰 깨달음을 얻어 그 대가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때 노파는 자신에게 아들 넷이 있다고 하자 길피는 그럼 황소 네마리가 하룻동안 끌 수 있는 만큼의 땅을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노파는 바로 게피온 여신이었으며 게피온 여신의 아들들은 황소(...) 일반 황소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힘으로 하룻동안 땅을 갈아 그 만큼의 땅을 스웨덴 본토에서 뗴어내니 그것이 바로 오늘날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 있는 셸란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