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1. 개요
일종의 클리셰. 각종 매체에서 어떤 물건이 더 이상 힘을 못 쓰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걸 만든 과학자나 개발자들이 하는 마법의 말. 시기 자체는 정확하지 않아도 '''언젠가 곤란한 상황이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XXX을/를 준비했다!" 같은 대사와 함께 숨겨진 능력이나 기능, 추가 장비 등등을 친절하게 소개해 준다. SF물, 특히 일본의 로봇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유비무환의 정신이 빛나는 대사이며 위기에 몰린 주인공 일행을 구원해 주는 대사이기도 하지만, 이런 전개가 너무 남발되면 '그런 기능 있으면 미리 말하라고!!' 같은 반발을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니 되도록 자제해야 할 대사. 특히나 이런 전개는 작중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독자들조차도 전혀 예상 못하는 말 그대로 갑툭튀인 경우가 대다수라서 이런 말이 나올만한 것.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속성을 가진 대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런 일도 있을까봐"는 말 그대로 이런 일도 있을까봐 대책을 마련해 둔 경우이며,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는 해당 문서 보면 알겠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고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즉 전자는 행동, 후자는 말뿐인 것.
2. 유래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나다 시로가 이 패턴의 원조[1] 로 알려져 있으며, 각종 2차 창작이나 패러디물에서 어김없이 사나다의 얼굴이 등장한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이 기동전함 나데시코의 우리바타케 세이야로, 원작은 물론이고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등장하기만 하면 꼭 한 번 이상은 이 대사를 한다.[2] 원작에서는 이 대사를 몇번씩 되풀이하며 '꼭 한번 말해보고 싶었다'며 흥분하는 장면도 있다.
토니 타케자키가 1991년부터 98년에 걸쳐 애프터눈에서 연재한 '키시와다 박사의 과학적 애정(岸和田博士の科学的愛情)'에서는 매편마다 한번은 반드시 이 대사가 나온다. 오직 이 대사 하나만 가지고 12권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소개에도 나온다. 사실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 대사가 안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할 지경이다(...).
이후로 각종 서브컬처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응용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포켓몬 라디오 쇼! 로켓단 비밀제국. 이 방송의 컨셉 자체가 나옹이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준비해 놓은 기획서'''이다. 자세한 것은 해당 문서 참고.
3. 걱정됐으면 처음부터 막았어야 했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미리 그런 일을 막는 쪽으로 예산을 쓰는 게 담당자로써 현명하다는 주장도 있다. 왜 1차적인 범위에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2차적인 피해를 키우는가? 라는 것.
이는 시스템 설계(공학적이건 사회적이건)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비판으로, 예방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반드시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방서, 자동차의 스페어 타이어, AED(심장충격기), 낙하산, 데이터 백업 등 "이런 일이 있을까봐" 마련하는 장치에 비용을 들이지 않겠다고 "절대 불이 나지 않는 건물", "절대 펑크가 나지 않는 타이어", "절대로 심장마비가 생기지 않게 하는 약", "절대 고장나지 않는 비행기", "절대 고장나지 않는 컴퓨터" 같은 것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비용적 측면을 차처하더라도 애당초 가능할지조차 의문이다.
때문에 사회적, 공학적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이런 일도 있을 것이다"라는 전제 하에 예비/응급 장치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이는 크게 contingency(컨틴전시, 비상시 대책)와 redundancy(리던던시, 예비용 시스템)로 나뉘는데, 리던던시는 응급처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하는 것으로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나더라도 그 기능을 곧바로 이어받아 수행할 예비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나 우주선 등의 중요 시스템들(비행기의 경우 중요 시스템은 삼중 리던던시가 기본이다.), 인간의 기관계 중 일부(두뇌, 콩팥 등), 일부 컴퓨터 시스템(RAID 셋업), 원자력발전소 안전계통(비상디젤발전기[3] , 냉각수 주입계통 등) 등이 리던던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면 컨틴전시는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날 경우 이를 수리할 때까지 다른 시스템이 그 기능을 (부분적으로라도) 수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거나 빠른 응급조치로 원래 시스템의 기능을 (부분적으로라도) 복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대부분의 공학적, 사회적 시스템이 이런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대부분의 기계, 도시의 교통 및 전력공급 시스템, 행정부나 군대의 직권대행 체계, FEMA 등).
당연히 리던던시가 컨틴전시보다 바람직하지만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때문에 상술한 대로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면 리던던시는 사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막상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브레이크 케이블 파열 등) 응급처치가 불가능하며 사고가 인명과 직결되는 시스템인데도, 리던던시(예비 브레이크)가 없고 컨틴전시(안전벨트, 에어백, 크럼플 존 등)만 있다. 리던던시가 마련된 시스템은 응급처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시 비용이나 손실이 리던던시를 마련하는 비용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리던던시의 유명한 사례로 JAXA의 하야부사에 장착된 이온엔진 세트가 있다. 4개의 이온엔진 세트는 2개의 조로 구분되어 상호간의 노즐과 이온발생기를 교차연결할 수 있는 장치를 혹시나 해서 만들었고, 제대로 테스트도 하지 못한 채 탑재해 쏘아보냈다. 이후 항행과 시료 채취중 온갖 사고와 고장을 겪으며 이온 엔진을 포함한 중요 기능들을 하나하나 상실당하는 와중에도 단 한번도 검증하지 않았던 회로가 훌륭하게 제몫을 하면서 이온엔진을 간신히 재점화시킨 덕분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근년 개발되는 공학적 시스템 중 많은 수가 리던던시는 커녕 컨틴전시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이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의 논리, 즉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4] 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설계된 기계는 생산공정을 간략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원가가 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신형 기계장치들(자동차, 스마트폰 등)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반면, 고장에 대한 대책이 (전통적인 시각으로 볼 때) 터무니없이 미흡한 경우가 많고 수리 비용도 비싸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종류는 트랜지스터 하나가 고장났을 뿐인데도 이 트랜지스터만 교체할 수가 없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모듈화된 어셈블리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거나 아예 기계를 새것으로 교환해주도록 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적 논리가 공학적 시스템 설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시스템의 설계에도 적용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각 지역별 소방서가 담당하는 영역을 서로 겹치게 하지 않고 비용 효율적으로 설계할 경우, 한 지역의 소방서가 화재 진압을 위해 전원 출동중인데 그 지역에서 또 화재가 난다면 이를 진압하기 위해 인근 지역의 소방서에서 시간 내에 와줄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페일 세이프 문서도 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4. 창작물에서의 예시
- DC 코믹스 -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의 폭주를 예상하고 저스티스 리그의 대비책을 장만했다.
- 가면라이더 시리즈
- 가면라이더 드라이브 - 크림 스타인벨트 : 이 말을 직접 한건 아니지만 그에겐 비밀주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나마 같다고 볼수 있다.
- 가면라이더 빌드
- 가면라이더 지오 - 카도야 츠카사 : 라이더의 힘을 빼앗길 때를 대비하여 자신의 힘의 절반을 디케이드 라이드워치로 만들어 봉인해 놓았다. 이후 스월츠에게 힘을 빼앗긴 이후 어나더 지오 2와 싸울때 소고에게 디케이드 라이드워치를 넘겨받고 그걸로 다시 변신한다.
- 가면라이더 제로원 - 히덴 코레노스케 : 휴머기어와 제로원 시스템을 회사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로 등록해서 손주에게 물려줌으로서 히덴을 빼앗으려던 가이에게 빅엿을 처먹였다.
- 기동전함 나데시코 - 우리바타케 세이야 : 슈로대에서 한번 이상은 꼭 말하며, 원작에선 몇번씩 되풀이하며 『꼭 한번 말해보고 싶었다』며 흥분하는 장면도 있다.
- 개그콘서트 코너인 이럴 줄 알고.
- 드래곤볼 - 나메크성인 :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드래곤볼의 성능을 파워업 시켰지! 이제 한번에 여럿을 살릴 수 있어!』
- 레스톨 특수 구조대 - 강마루 외부 조종 장치로 인해 레스톨이 작동불능이 될 것을 염려하여 미리 제거했다.
- 마스터 : 영화의 대부분이 전부 다 이 클리셰로 점철되어 있다.
- 소울 카르텔 - 파우스트
- 스타크래프트 - 대함선 : 참사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어떤 위협에도 대응해 프로토스 종족을 보존할 수 있도록 최후의 방주로서 대함선을 만들었지만, 진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는 프로토스 종족의 특성상 그런 위협이 찾아오면 싸우다 죽겠다며 대함선을 포함해 모든 병력을 최후의 항전에 소모해 버린 뒤 멸망할 것을 예견하고 진짜 절대로 막아낼 수 없는 위험이 찾아올 때에만 가동해 프로토스 종족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봉인해 두었다. 이때 계승자들의 철두철미한 면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데, 프로토스가 워낙 호전적인 종족이라 종족보전의 목적을 등한시하고 너죽고 나죽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더 많이 만들 수 있음에도 더이상 생산을 하지 않고 꼭 필요할 때에만 쓰게 만들었다. 없거나 부족할때의 문제점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을때의 문제점까지 고려한 철두철미함이 돋보이는 케이스.
- 슈퍼로봇대전 - 료우토 히카와 : 작중 미칠듯한 수준의 엄친아라 그런지 전투 대사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를 말하는 패턴이 있다.
- 언더테일 - 알피스 : 주인공과 첫 만남에서 개조해 준 핸드폰이 이후 등장한 살인기계 메타톤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 여러 난관에 봉착했을 때 기술적으로[5] 큰 도움을 준다. 그런데...
- 우주전함 야마토 시리즈 - 사나다 시로 : 본인이 꺼낸 말은 아니지만 이 패턴을 널리 퍼트린 인물.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답습하기로 유명한 컬트적인 캐릭터이다. 제작진도 99년도 극장판 DVD를 홍보할 때 사나다의 대사로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이 DVD를 준비해놨지.』라고 써먹을 정도.
- 원피스 - 상디 : 에니에스 로비 전에서 정의의 문을 미리 닫아두어 해류를 발생시켜서 일당의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트라팔가 로 : 펑크 해저드 편에서 미리 자신의 수갑을 해루석 수갑이 아닌 일반 수갑으로 바꿔치기해두어 독가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 포켓몬스터 XY(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XY&Z - 시트론 : 발명품 시트로닉 기어를 발명해 써먹다 고장내 폭발이 일어나는게 다반사.
- 천원돌파 그렌라간 - 리론 리트나 :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다이그렌용 수중장비를 만들어놨다구.』, 레이테 조킨 :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간멘들을 파워업시켜 놨다구.』
- 카드캡터 사쿠라 - 다이도우지 토모요 : 일반적인 수단으로 키노모토 사쿠라의 활약상을 촬영하는 게 불가능해보이면 "이런 일도 있을까 봐!"라고 하면서 뭔가 특수 장비를 꺼내는 게 클리셰.
- 키시와다 박사의 과학적 애정 - 키시와다 박사
- 페어리 테일 - 메이비스 버밀리온 :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멤버 전원의 수영복을 준비해왔어요!!!』
[1] 정작 본인은 원작에서 저 대사를 한 적이 없다. 해당 문서 참조.[2] 다만 슈퍼로봇대전 V에서는 이 패턴의 원조인 사나다 시로가 먼저해서 말하지 못했다.[3] 2 ~ 4중의 독립된 계통으로 구성한다. 여러 발전기를 공간 상으로 분리(서로 다른 건물에 설치한다거나)해서 한 번에 고장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그러나 후쿠시마는 이게 안 되어있었고, 그래서 망했다. 일단 비상디젤발전기를 여러 개 설치하기는 했는데, 그걸 전부 지하실에 몰아넣었다. 그러니 쓰나미가 밀려오고 침수가 되면서 단번에 블랙아웃. 공통원인고장(Common Cause Failure)의 모범적인 사례 되시겠다. 이 따위 야매 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도쿄전력은 자기네 발전소가 리던던시를 갖췄다고 주장했다.[4] 이를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라 부르며, 때문에 근년 생산되는 기계류는 대개 사용수명이 5년 안팎이다. 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1970년대에 생산된 제품 중에는 사용수명이 50년이 넘는 것도 많았다.[5] 예를 들면 주인공이 가는 길을 가로막는 레이저를 해킹해서 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