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실전성

 


1. 개요
2. 택견 원형
3. 택견과 MMA
3.1. MMA 택견의 가능성
4. MMA와 실전의 차이점


1. 개요


택견은 기본적으로 발차기와 '걸이' 등의 유술기를 이용해 승부를 겨루는 무술적 놀이로서, 시합에서 금지된 살상 기술들은 '옛법'이란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다.
'택견의 실전성'에 대한 논의란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과격한 방식의 결련택견을 포함한, 조선 말 원형 택견의 무술적 가치
  • 1980년대 이후 '얼굴을 발로 차면 승리' 등의 기본 규칙을 바탕으로 성립된, 현대 경기 체육으로서의 택견을 수련했을 때 가질 수 있는 MMA 및 실전 상황에서의 강점과 약점
  • 현대 입식타격기의 기술 체계를 이식했을 때 실전적 격투기로서의 발전 가능성

2. 택견 원형


일단 첫 번째 문제에 대한 간단하게 논하자면,
  • "그 당시에는 택견이라고 해서 특별한 무술이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가를 이용해서 운동하기 좋은 장소에 모여서 실시하던 일종의 민속놀이였다"는 기능 보유자 송덕기 본인의 증언[1] 등을 근거로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견부터,
  • 결련택견에 대한 구술 등을 비롯해 택견의 무술성을 강조하는 송덕기의 다른 증언, 송덕기가 직접 시연자로 참여한 《태견》 책에 수록된 택견 기술의 다양성, 고용우·이병한 등 택견계 비주류 인사들의 수련 회고,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조선 말에 과격한 격투기가 유행했다는 외국 기록[2] 등을 근거로 택견이 광범위한 기술 체계를 가진 강력한 무술이었다는 의견까지,
택견계 내·외부에서 극과 극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불가능하다. 조선 말에 행해진 택견의 본모습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당장 지금 우리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여러 현대 무술의 실전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연속 동작이 담긴 영상물 하나, 주요 기술을 정리한 교본 하나 전해지지 않는 전근대 무술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를 넘어서 사기다.
단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21세기의 고도로 스포츠화된 격투기들과 견주었을 때 실전성 면에서 미치지 못했으리라는 것이다. 현대의 격투 스포츠는 다름 아닌 택견과 같은 전통 무술이, 전승 지식의 집성, 대중적 보급, 경쟁 대회 개최, 타 무술/스포츠와 교류 등을 통해 축적된 경험정보를 바탕으로 기술 체계와 훈련법을 효율화·합리화하는 과정을 거쳐 발전하고 개량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사람이 택견과 같이 집단적으로 향유된 무형 문화에 대해 당대의 모든 면모를 아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상식선에서나, 결련택견에 대한 회고를 비롯해, 송덕기가 전승한 형태 외에 다른 방식의 택견이 존재했음을 직·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각종 증언, 기록물[3]들에 의해서나, 조선 말의 택견을 균질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다양성이 어느 정도 폭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역시 현재로선 '''알기 힘들다.'''
택견의 역사적 실체와 관련된 첫 번째 논의는 이 정도로 정리하고, 주로 본 항목에서는 두 번째, 세 번째 문제를 다룰 것이다.

3. 택견과 MMA


결론부터 말하자면, '''준거 대상이 현대의 종합격투기(MMA)일 때, 21세기 현재의 경기 택견은 협회를 막론하고 실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걸쳐 무술 간의 대결이 종합격투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격투/무술가들이 얻은 교훈은 무척 많다. 그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꼽자면 다음 단연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1. 서로의 얼굴에 주먹질을 주고받는 무술은 그렇지 않은 무술에 대해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태기권극진공수도의 교류전
당시에는 안면 타격 연습을 별로 하지 않았던 극진 측의 주요 선수들—첫 번째로 등장하는 극진 측 인물이 천재 가라테카로 이름을 떨쳐 극진회관 2대 관장 자리까지 오른 마쓰이 쇼케이(문장규)다.—이 동시대 복싱/무에타이펀치 테크닉에 한참 못 미치는 태기권 권사들의 수기에 당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 그라운드 공방을 위한 각종 기술이 발달된 무술은 그렇지 않은 무술에 대해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4]

호이스 그레이시 하일라이트
그레이시는 타격 실력이 아마추어 수준이었음에도 내로라하는 타격가들을 제압하며 UFC 초대/2대 왕좌에 오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주짓수 블랙벨트인 그레이시는 능수능란한 태클로 상대를 자신의 전장인 그라운드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반면, 테이크다운 방어법을 익히지 못한 타격가들은 그레이시에게 자신에게 유일한 스탠드업 상태를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면 펀치와 그라운드 테크닉이라는 MMA의 양대 필수 영역은, 공교롭게도 현대 택견의 실전성을 논할 때 항상 부재를 지적받는 지점과 일치한다.'''
근대화의 세례를 받기 전의 각지의 전통 무술이 1단계라면, 스포츠화·상업화·과학화를 통해 발전한 현대 무술이 2단계인데, MMA는 그 현대 무술에서 가장 유용한 기술만을 집대성한 무술 진화의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택견이 2단계의 위치라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으면 좋을 텐데, 전통적인 택견(1단계)보다 실전성에서 퇴보한 면모가 적지 않기까지 하다. 일례로 택견에는 원래 유도배대뒤치기와 같은 유술기가 있었으며[5], 이는 택견의 기본 기예였으나 현재는 사실상 실전 상태다. 다른 주요 두 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택견의 무술성을 강조하는 결련택견협회조차 그러하다. 수련 프로그램에 들어있건 아니건 시합에서 쓸 수 없으니 적어도 '경기 스포츠로서 택견'의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택견의 아래발질은 본래 무릎이나 정강이를 발바닥으로 깎아 차는 '깎음다리'[6]라는 발차기였다. 이와 같은 발차기를 오늘날의 격투기 용어로 '오블리크킥(oblique kick)'이라고 하는데, 그 유용성은 근래 앤더슨 실바 등의 발차기 달인들이 실전에서 충분히 입증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대한·한국 양대 택견 단체의 경기 기술에는 깎음다리는커녕 아예 하단 차기가 없다. '걸이'라는 하는, 상대의 발목이나 종아리나 오금을 걸어 넘어뜨리기 위한 아래발질이 허용될 뿐이다.
사실 택견의 실전성에 무엇보다도 악영향을 끼친 근대적 요소는 주요 3단체가 공히 채택하고 있는 '얼굴 차면 승리'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송덕기의 직계 제자들 상당수는 1985년 첫 택견 대회를 열기 전까지 그런 규칙이 있다는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해당 규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아무도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도 원형에 없는 요소를 현대 택견인이 추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서 "얼굴 차면 이긴다"는 것을 규칙으로 학습했다는 송덕기 직계 제자 도기현·양창곡의 증언이 확보되었다.[7] 그렇다고는 해도, 송덕기로부터 그런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사람이 그렇게 드물 정도면[8] "손을 땅에 짚으면 진다"에 비해서는 그렇게 확고한 규정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는데, 대회를 준비하던 이들이 빠르고 깔끔한 승부를 선호했던 것인지 이를 승패를 가리는 제2의 규정으로 채택해 버린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현대 택견 경기의 상단 차기는 강한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상대 얼굴을 스치기라도 해서 승리를 따내기 위한 용도로만 구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발차기 중에서도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헤드킥임을 감안하면 이는 실전성 면에서 후퇴임이 분명하다. 발차기의 다채로움을 자랑하는 택견이 정작 가장 강력한 발차기는 갖고 있지 못한 셈이다.
이미 전근대에 스포츠화를 겪으며 일격필살의 무술로서 면모가 상당히 누그러진 택견이 20세기 후반에 다시 한 번 근대 스포츠화를 겪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살상/제압 기술들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단, 전통 무술/놀이 택견이 현대적인 경기 스포츠로 탈바꿈한 것이 꼭 '무술로서 택견'을 약화시킨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무술성이 강화된 부분도 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시대의 각종 입식타격기에서 여러 가지 쓸모 있는 발차기가 흘러 들어온 것이다. 그 중에서도 택견꾼들이 가장 유용하게 써먹고 있는 것이 사실은 가라테/태권도 식의 돌려차기(roundhouse kick)[9]다.

2016년 전국체육대회 택견 남자부 걸급(65-74 kg) 경기에서 나온 부산 대표 김성현의 두름치기
현대 종합격투기의 기본 테이크다운 방식인 레슬링의 원레그/투레그 태클과 매우 비슷해서 레슬러 출신 신한승이 들여온 것으로 의심을 받기도 하는 '마구잽이'는 대한택견회에서는 금지 기술이지만 허용하고 있는 한국택견협회나 결련택견협회 주최의 대회에서는 그것 때문에 시합 재미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자주 나오는 기술이다.
[image]
한국택견협회의 안아잽이(마구잽이) 시범
후려차기, 마구잽이 외에도 3대 주요 단체 경기에서 허용되는 기술의 합집합을 구하면 실용적인 발차기와 잡아넘기는 기술들이 꽤 나온다. 특히 발차기가 다양하면서 '째차기'[10]와 같은 변칙적인 기법들을 발달시킨 것은 분명 강점이다.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 제기한 문제점 두 가지는 여전하다. 특히 명색이 입식 계열의 무술이면서, 발보다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손/주먹을 이용한 타격이 기술이 죄다 금지 기술인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태권체조', '발 펜싱'으로 조롱받는 WTF 태권도조차 주먹으로 몸통을 가격하는 정도는 허용하고 있는데 말이다.[11][12]
2010년대 들어 떠오른 비주류 단체인 위대태껸회의 경우는, 손을 이용한 타격을 발차기 버금가는 택견의 기본 공격 기술로 여겨 집중 수련하고 있으며 "옛법은 경기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택견계의 통념부터 부정하고 있으므로, 기존 단체에 비해 그와 같은 부분에서 유리한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론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아직까지 정식 대회를 개최해서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들의 완성도를 검증받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손을 이용한 공격 기술을 연마한다고 해도, 그 손이 대개 권(拳, 주먹)이 아닌 장(掌, 손바닥)이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 위대태껸이 아무리 택견의 무술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택견이 원래는 지금의 복싱, 킥복싱마냥 자유롭게 주먹으로 상대를 두드려 팰 수 있는 무술이라고 우기진 않는다. 이들이 익히는 타격 손질이란 결국 장이다. 그런데 장은 권에 비해 느리고 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효율성 면에서 그에 미치지 못한다.

3.1. MMA 택견의 가능성



결련택견협회의 옛법 연구 동영상
으레 생각하는 입식타격과는 타격 방식이 많이 다르다. 또 킥복싱/무에타이에 비해 넥클린치, 니킥 등의 활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무술의 이론 및 기술 체계를 빌려 와서 택견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데 그러한 전면적인 개조를 거친 결과물은 더 이상 택견이 아닐 수도 있다.'''
태국낙무아이들은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오늘날의 무에타이를 만들었으며, 일본의 가라테카들은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풀컨택트 가라테를 만들고 그것을 한 번 더 뜯어고쳐서 대도숙 공도(大道塾空道)를 만든 바 있다.
중국의 권사들조차 현대 무술의 발전 방향과 극단적으로 떨어져 있던 자신들의 무술을 실전적으로 뜯어고쳐서 산타를 만들었는데, 한국의 택견꾼들이라고 그런 일을 못 해내리란 법은 없다.
경기 택견의 발차기, 잡아넘기기에 현대적으로 가다듬은 옛법—이를테면 어설픈 스트레이트라 할 수 있는 '장못박기'를 제대로 된 스트레이트로 바꾼 것—을 섞은 다음, 권투로부터 잽, 훅, 어퍼컷을, 무에타이로부터 니, 엘보우 등을 빌려와서 강력한 입식타격기를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 나아가자면 BJJ로부터 가드/가드패스, 스위프, 이스케이프, 서브미션을 훔쳐 와서 MMA 택견을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그와 같이 (원래는 반칙인)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한 공격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원래는 반칙인데다가 금지 기술 중에서도 상당히 주변화되어 있던) 펀치 기법을 고도로 발전시키며 (원래는 있지도 않았던) 그라운드 공방 체계를 적극 도입해서, 누가 봐도 MMA의 짝퉁 내지 그 자체가 되어 조선시대 마지막 택견꾼 현암 송덕기가 전수한 기예와는 발가락만큼만 닮게 된다면, 그것을 택견으로 취급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떤 무술의 부족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가 다른 무술에서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시도에 대해서는 또 이건 그 무술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자신이 익히고 있는 것이 강력한 실전 무예이기를 바라는 수련자 입장에서 짜증나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택견은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재이므로 내부인들에게 '고유의 정체성 보존'이 하나의 의무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개별 택견 수련자가 전통 무술의 아름다움과 현대 격투기의 파괴력 가운데 어느 것을 지향할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유다. 다만, 빤스만 입고 오픈핑거 글러브 낀 주먹으로 파운딩 때리면서 남들이 그걸 택견으로 봐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무술과 구분되는 택견만의 고유한 특색이라면 단연 품밟기다. 현대 택견의 개조(開祖)라고 할 수 있는 송덕기는 생전에 품밟기가 "택견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이를 강조했으며, 대한택견회 측은 송의 그러한 진술과 "발을 品字로 놓는다는 約束이 있"다는 초기 자료[13]등을 근거로, (지속적인) 품밟기를 일종의 경기 규칙으로 해석해서[14] 자신들이 개최하는 경기에는 반드시 품밟기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택견협회도 마찬가지다. 결련 측은 경기 중에 삼각형 모양으로 발을 움직이도록 규칙으로써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씨름의 샅바와 같이 경기를 성립시키는 기본 전제로 보는 것은 타 협회들과 마찬가지다. 그러한 견해가 타당하다면, 아무리 변화를 추구한다고 해도 맞서는 두 선수가 품을 밟는 전제 하에 경기가 이루어지거나, 적어도 품밟기와 같은 발놀림이 자주 나오도록 유도하는 메커니즘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해야 그것을 택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품밟기 외에도 택견의 필수요소라고 할 만한 특성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넘어지면 진다는 승부 규정
  • 주요 공격 수단은 발짓(발차기와 걸이)
  • 전통적인 복장 착용
택견을 택견답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땅에 손을 짚으면 진다는 승부 방식으로 본다면, 기술 체계를 그라운드 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합을 지향하든 입식을 지향하든 실무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난관이 있다. 바로 '''인재 풀의 문제'''다. 택견계에서 옛법을 현대적으로 개량하는 연구는 주요 단체 중에서 규모가 작은 편인 결련택견협회에서 주도하는 것이다. 거기서도 해당 사업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는 전세계 8000만 명의 수련 인구를 자랑함에도,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유단자쯤이면 일반인과 싸움이 붙는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기·수련 방식을 개발·보급하거나 그러한 유파를 창출하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15] 그러한 현실을 보건대, 택견인들이 과연 자체적인 연구와 약간의 '참고'만으로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오늘날의 격투기 동호인들이 흡족해 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무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는 역시 낙관적인 전망이 어렵다.
그렇다면 원형을 고수하며 실전성 문제를 외면하거나 택견을 MMA로 만들어 고유의 정체성을 버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제3의 길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실전 무도를 추구하기 위해 전통 가라테에서 갈라져 나온 극진공수도나, 그런 극진조차 실전성에 한계가 있다 하여 착의 MMA로 변신한 대도숙 공도처럼, 기존의 전통은 전통대로 보존하되 현대적인 방법론을 따르는 새로운 유파를 창출하면 된다는 것.

4. MMA와 실전의 차이점


  • 주먹이 없으면 약한 무술이다?
사람의 주먹은 의외로 연약하기 때문에 밴디지를 하고 글러브를 착용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타격에 적합하지 않은 부위이다. 그 때문에 많은 전통 무술들이 맨손 격투를 무기술을 익히기 위한 기본기로만 취급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현대 미군 격투술에서도 주먹이 아닌 장타를 주요 타격 수단으로 삼는다. 주먹질을 하다가 부상을 입으면 총기 및 대검 운용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이다.
  • 그라운드 공방 부재의 이유
택견에 그라운드 공방은 없지만 테이크다운까지는 존재한다. 과거 유럽의 레슬링이나 일본의 유술에서 그라운드 공방이 발달한 이유는 그것이 전쟁에 쓰이는 살인 기술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옷을 입은 기사사무라이들이 칼이 먹히지 않는 상대방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상대를 바닥에 눕히고 갑옷의 빈 틈으로 단검을 찔러넣어야 했고, 그러려면 그라운드 그래플링 기술이 필수적이었다.
반면 한국 최후의 전근대 왕조인 조선은 군반씨족적 전통이 오래 남아 있었던 고려의 병제를 양인개병제로 변화시켰으며 임진왜란 이전까진 수군 중심의 남방군과 기병 중심의 북방군으로 이원화된 국경중심 방어전략을 택했고, 중기 이후에는 거듭된 전란으로 전기의 국영 목장들이 대거 유실된 상태로 청의 기병을 주적으로 상정해야 했다. 농사짓다 온 병사들 데리고 배 위에서 유술을 쓸건가? 말한테 관절기를 쓸건가? 누구나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으며 100보 밖에서 조준사격으로 기병을 제압할 수 있는 조총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고 실전에 써먹지도 못할 그라운드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1] 박종관, 《전통무술 택견》(서림문화사, 1984).[2] 김영만·심성섭, <조선말 외국인의 기록을 통해 본 택견>, 《한국체육과학회지》 제23권 제1호(한국체육과학회, 2014).[3]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이 쓴 《한국의 놀이(Korean Games)》 중 '택견하기' 항목(p. 39)을 들 수 있다. "XXXII. HTAIK-KYEN-HA-KI—KICKING (Fr. Savate). / Htăik kyen-hă-ki is a combat between two players, chiefly with the feat. They take their positions with their feet apart, facing each other, and each endeavors to kick the other's foot from under him. '''A player may take one step backward with either foot to a third place. His feet, therefore, always stand in one of three positions.''' One leads with a kick at one of his opponent's legs. He moves that leg back and kicks in turn. A high kick is permitted, and is caught with the hands. The object is to throw the opponent. This game also occurs in Japan, but the Chinese laborers from Canton do not appear to be familiar with it." 강조한 부분은 당시 택견 경기에서 품밟기가 역삼각형 형태로 이뤄졌음을 알려준다.[4] 이는 택견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합격투기에서 그라운드는, 파운딩을 제외하면, 사실상 브라질리안 주짓수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MA를 별개의 무술로 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무술도 그라운드 공방에서는 주짓수에 비해 취약점이 드러난다.[5] 예용해, '속 인간문화재 5: 택견 송덕기', <한국일보>(1964.5.16). "무르팍치기 / 相對方이 쳐서 들어오면 손으로 그 발뒤꿉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옷을 맞붙잡아 뒤로 넘어지면서 발로 늦은배(下腹部)를 괴고는 받아 넘긴다. 발등걸이와 무르팍치기는 다같이 守勢에 있으면서 쓰는 수다."[6] 박종관의 《전통무술 택견》에서는 무릎 바로 아래를 노린 것을 별개의 기술로 분리해서 '촛대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7] 박상혁, <송덕기의 택견 기술과 구한말 경기규칙에 대한 고찰>, 용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2014)[8] 이전에도 "확실히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런 걸로 알고 있었다"는 식의 증언은 있었다. 사실 저 박상혁 논문이 인용한 관련 증언들도 송덕기가 단정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식은 아니고 자신들이 배울 때 그렇게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다.[9] 대한택견회에서는 '두름치기', 한국택견협회와 결련택견협회에서는 '후려차기'라고 부른다.[10] 한국택견협회식 용어. 대한택견회에서는 '곁치기', 결련택견협회에서는 '곁차기'라고 부른다.[11] <2017 태권도 겨루기 경기규칙> pp. 19-21 참조.[12] 잇따른 규칙 개정으로 경기 양상이 달라지면서 2018년 현재는 WTF 태권도 시합에서 주먹 공격의 비중이 무시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다.[13] 위의 예용해 기사.[14] 이용복, <택견의 구성 원리>(대한택견협회, 1993). 이용복은 이 글에서 품밟기를 "비규정적인 관습"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엄밀히는 규칙이 아니었다는 거다.[15] 그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올림픽 정식 종목이라 무술로서 파괴력 이전에 대중성을 추구해야 하고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WTF가 무에타이와 같이 상대를 타격하는 데 최소한의 제한만을 두는 방향으로 경기 규칙을 개정한다면 폭력성으로 인해 올림픽에서 퇴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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