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451
미국의 SF 소설.
[clearfix]
1. 개요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1953년작 소설. 〈화성 연대기〉와 함께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인간의 생각이 통제되는 사회에 대한 경고가 담긴 디스토피아적 미래 소설이다. 책이 금지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라져가는 정신문화를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 시놉시스
세속적이고 통속적인 정보만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빠른 속도의 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이 쾌락만을 추구하는 가까운 미래,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독서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직업인 방화수(Fireman) 가이 몬태그는 전혀 의문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느끼기를 원하는 생동감 넘치는 옆집 소녀 클라리세를 알게 되고 만나면서 몬태그는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느 날, 클라리세가 갑작스럽게 실종되고, 그의 생각과 행동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3. 등장인물
- 가이 몬태그(Guy Montag)[1]
이 작품의 주인공. 몬태그 본인은 자신은 무척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클라리세를 만난 뒤로 자신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이 시대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 밀드레드(Mildred)
가이 몬태그의 아내. 살고 있는 시대가 막장인 만큼 이 인물도 가치관이 상당히 막장이다. 벽면 TV에 중독된 일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역시 세상에 염증을 느끼기는 하는 듯, 작품 초반에 수면제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당국의 의료기술로 수면제가 퍼진 피를 새 피로 모두 교체한 뒤 다시 모든 것을 잊은 듯 살아가게 된다. 피를 바꾼 뒤 세뇌라도 당한 듯한 묘사가 압권.
- 클라리스 매클렐렌(Clarisse McClellan)
가이 몬태그의 옆집에 새로 이사온 17살의 소녀. 항상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에 잠기곤 하는 호기심 많은 소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사람들은 주변 사물에 관심도 안가지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지도 않는다며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가이 몬태그에게는 꽤 많은 호감을 보인다. 그리고 몬태그와 잠깐 대화하는 것만으로 그의 가치관과 인생을 바꿔놓는다. 생김새가 대놓고 예쁜 것처럼 서술되어 있는데, 갸름한 얼굴에 빛나는 우유빛 피부라고 한다. 몬태그는 아예 '아름답다'라고 표현했다.
- 비티(Beatty)
몬태그가 일하는 방화서의 서장이자 몬태그의 상사. 책을 불태우는 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대단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무서운 성격이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기한다는 인간이 어째서인지 여러 유명한 책이나 시집에 등장하는 어구를 많이 응용하며 상당히 박학다식하다.
- 파버(Faber)
몬태그가 (작중 시점을 기준으로) 작년에 만났던 어느 노인.
4. 줄거리
여느 때처럼 퇴근길에 오른 fireman(방화수)[2] 가이 몬태그는 어느 날 클라리스라는 소녀와 만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녀는 몬태그가 사회의 다른 이들 마냥 쾌락만을 추구하기만 하는 인물이 아님을 깨닫고 왜 책이 탄압받는지,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둥 몬태그가 자신의 삶과 사회에 모순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그 소녀와 매일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루는 그 소녀가 실종되었다. 몬태그는 주변 지인들에게 원래 이상한 애였다면서 차 사고나 났을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몬태그는 찜찜한 마음을 뒤로한채, 다음날 불을 지르러 한 집으로 출동한다. 그러나 책에 불을 질러버리자, 불타는 집 아래로 안 내려오겠다는 집 주인의 외침. 그녀는 결국 자기 자신을 불에 던져 버리고 만다. 이에 몬태그는 책에 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해하고, 그 궁금증 때문에 책 한 권을 훔치게 된다..
5. 이야깃거리
- 이 소설의 제목인 '화씨 451(섭씨 233도)'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상징한다.
- 출간된 지 60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스미디어에 중독되어 살아가면서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멈춘 현재의 기성 세대에 대한 경고를 전해준다. 또한 개성적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엄격하게 통제된 사회에서 '책'으로 상징되는 생각의 자유를 찾으려 든 주인공의 이야기는 인간의 영혼은 의미와 메세지를 찾고 갈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원작자는 2007년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것은 국가의 검열이 아니라, 텔레비전으로 인한 문화의 파괴"라고 밝혔다. 원작 소설이 발표된 것은 1953년으로 한창 텔레비전 수상기가 미국 가정에 보급되던 시절이었다.[3] 책을 읽고 스스로 곰곰히 사색하기 보다는, TV나 라디오에서 퍼트리는 정보를 주는대로 받아먹고 소비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 소설에서는 책을 금지하고 불태우게 된 원인으로 정보의 범람으로 인한 기록과 문학의 단순화, 자극적 미디어, 지식인 계층에 대한 반발감을 비롯해 소수자들의 반발을 사는 작품을 배제하려는 추세[4][5] 를 들었다. 2010년대 후반까지 이 주제가 찬성과 반대로 갈려 늘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고 2010년대 후반, 정치적 올바름의 개념이 자리잡힌 지금 이 책을 읽어보면 사건의 전개 과정이 현실과 어긋나는 점이 있지만 PC운동의 태동기에 이러한 비판이 등장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6]
- 일반적인 SF소설과는 다르게 순수 문학상까지 수상한 적 있는 작품. 또한 1953년에 씌여진 책 치고는 21세기 초반에 걸맞는 테크놀로지까지 선보여 지금 읽으면 오히려 과거보다 더 몰입감이 넘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본편에서 서술한 벽걸이형 TV의 존재는 지금 보면 감탄할 정도. 본래 휴고상 수상작은 아니었지만[7] 후에 2004년에 열린 월드콘에서 휴고상 50주년 기념 추가 시상에서 본래 시상작이 없었던 1954년 레트로 휴고 수상작에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경쟁작들은 똑같이 1953년도에 출판했던 작품들이었으며 작가와 작품들은 아래와 같다.
>아서 클라크 - 유년기의 끝
>아이작 아시모프 - 강철 동굴
>헐 클레멘스 - 중력의 임무
>시어도어 스터전 - 인간을 넘어서
어지간한 SF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과 작가들이며 특히 여기에 언급된 작가들 중에서는 스터전을 제외하면 SF계에서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명인들이다. 물론 브래드버리 역시 그랜드 마스터의 칭호를 받았다. 그렇다고 시어도어 스터전이 그다지 안 유명하다는 것은 아닌게, 이 사람의 이름을 딴 SF상도 존재한다.
>아이작 아시모프 - 강철 동굴
>헐 클레멘스 - 중력의 임무
>시어도어 스터전 - 인간을 넘어서
어지간한 SF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과 작가들이며 특히 여기에 언급된 작가들 중에서는 스터전을 제외하면 SF계에서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명인들이다. 물론 브래드버리 역시 그랜드 마스터의 칭호를 받았다. 그렇다고 시어도어 스터전이 그다지 안 유명하다는 것은 아닌게, 이 사람의 이름을 딴 SF상도 존재한다.
- 1963년에는 프랑수아 트뤼포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같은 이름의 영화를 만들었다. 트뤼포는 카예 뒤 시네마에서는 독설적인 평론을 하던 평론가였지만 정작 그는 원작을 황당하게 각색했다(…). 이외에도 2009년 레이 브래드버리가 서문을 적은 그래픽노블 버전이 있다.
- 2018년 라스트 홈으로 유명한 라민 바흐러니 감독이 마이클 B. 조던, 마이클 섀넌, 소피아 부텔라를 캐스팅해 HBO TV 영화로 만들었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야상영 부분에 초청되었다.
6. 이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혹은 요소
- 러시아 락의 대부라고 불리는 밴드 아크바리움(Аквариум)의 1981년 명곡 '전기견(Электрический пёс)'의 제목과 테마는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기계견[8] (mechanical hound/механический пёс)에서 따왔다. 주류 해석에 따르면 전기견은 КГБ에 대한 은유라고 한다.
- 도서관 전쟁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도 하며 애니 내에서 주인공 일행이 지켜야하는 책으로 나오기도 하였다. 원제 그대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트랜스퍼 K505라는 제목으로 나온다. K505는 화씨 451도를 절대온도인 켈빈으로 변환한 것. 참고로 도서관 전쟁 원작 소설에선 안 나온 스토리이다.
- 용자 엑스카이저에서도 책이 불타는 온도를 이야기 할 때[9] 코우타가 이 책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 미국의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본격 부시 까는 영화"의 마스터피스인 화씨 911도 이 작품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그러나 정작 원작자인 레이 브래드버리는 공화당 지지자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가 자신의 허락도 없이 제목을 빌려 쓰는 것에 대해 불쾌해했다. 무어가 후에 내놓은 트럼프 까는 영화 화씨 11/9의 제목도 이 소설에 대한 오마주.
-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한 영화 이퀼리브리엄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해당 영화는 인간의 감정을 통제한 사회가 주된 무대인데, 작중에서 예술이나 문학작품 등 인간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 들을 불로 태운다. 그리고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런 예술품들을 모아놓고 혁명을 계획하는 반란조직이 있다.
-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화염방사병 영웅 가이 몬태그(Gui Montag)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이 몬태그(Guy Montag)에서 이름을 따왔다.
- HTTP/응답 코드 중 451 Unavailable For Legal Reasons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등장인물 '손미-451'의 번호도 여기서 따왔다.
- 듀크 뉴켐 3D의 에피소드 3 레벨 7 맵에서 소방차 양 옆에 '45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있다. 게다가 레벨 제목도 Fahrenheit다.
- 시스템 쇼크 이래 이머시브 심계열 게임 및 시스템 쇼크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는 게임에서 0451로 열수있는 비밀번호가 필수요소처럼 채용된다.
- 래퍼 Denzel Curry의 노래 'Clout Cobain'의 뮤직 비디오도 작품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 일라이(영화)의 마지막에 머리속을 바이블 저장매체로 쓴다는 점이 유사성이 있다.
7. 현실의 유사한 사건
8. 같이보기
[a] A B 1953년과 1955년 이후는 매년 휴고상 시상식을 개최했기 때문에 레트로 휴고상은 없을 예정이다[1]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미사용 파이어뱃 영웅유닛의 이름은 여기서 따왔다.[2] 본래 불을 끄는 소방관이란 뜻이고 실제로 작중에도 옛날에는 그렇게 쓰였다고 하지만, 작중 현재에서는 소방관이 아니고 불을 지르는 방화수라는 의미로 쓰인다. 영단어가 fire-man으로 이루어져 중의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이나 한글로 번역할 땐 아예 다른 단어로 적어야 해서 그렇게 번역하지 못한 듯. 작중 방화수들은 책을 몰래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 그 책과 집을 태우는 직업이다.[3] 냉전으로 인한 불안감이 팽배했던 당시 사회의 분위기는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늘 폭격기의 소음이 들리고 군대에서 수시로 남성들을 골라 징집하는 듯 하다. 거기에 군이 병사의 아내에게 '48시간 뒤면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통보하는 것을 보면...[4] '소수자들의 눈길에 거슬리는 작품은 골칫거리가 되기 전에 불태워버려라'라고 작중 몬태그의 상사인 비티의 말에서 언급된다.[5] 레이 브래드버리는 '마치는 글'은 물론 이후 황금가지판에 실린 인터뷰에서도 SJW의 조상뻘 되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깠다(...). 마치는 글에 이들에게 시달렸던 경험을 하나하나 적어둔 것을 보면 어지간히 화가 났던 듯. 레이 브래드버리가 마치는 글에서 소수자들의 비중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가 그런 소수자들의 사정을 다 들어주다 보면 더 점입가경이 될 것이다"라고 디스한 것을 생각하면 이들을 악의 축으로 묘사할 법도 한데, 이 작품에는 소수자성을 드러내는 악역은 물론이요, 몬태그를 죽이려 드는 비티와 로봇 사냥개들을 제외하면 악역이 딱히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거기에 매카시즘의 검열에도 시달렸을 사람이니,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든 그에게는 문학이 검열되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혐오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6] 이들의 편에 서는 지식인들이나 소수자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언더도그마를 정의로 포장하는 일을 자주 벌이는 것으로 이들의 속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이것은 오늘날 소위 인권운동으로, 특히나 중산층, 고학력층과 지식인을 중심으로 진지전을 구축한 네오 마르크스시즘이 사회 각계에 자리잡고 프레임되어 자신들의 의견에 반대되는 것들은 차별적 언어로 낙인찍고 없애려는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PC운동과 68혁명을 기점으로 성장한 신좌파들이 그렇다는 것. 화씨 451은 이들이 차별에 맞서기 위한다는 명분 하에 또 다른 검열의 주체가 된 모습을 잘 잡아내고 있다. 과거의 문학에서 인권 침해적인 요소를 검열하려 든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현재 서방국가에서 벌어지는 캔슬컬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셰익스피어는 인종차별주의자였다고 그의 모든 책들을 불태우고 워싱턴은 노예주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의 동상을 끌어내리는 영상을 보면 공포스러울 정도라는 것. 다만 매카시즘 등을 언급했듯 보수권에서도 혈연, 지연 등으로 뭉친 '소수'가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검열'을 한 게 현실이며 일본/정치에서 보듯 소수가 대대로 정치를 한 경우는 흔하고, 금서, 금지곡 등을 보듯 자기들의 주장에 반하는 내용을 검열한 역사가 있단 의견도 있다.[7] 휴고상은 전년도에 나온 SF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데, <화씨 451>이 나온 다음 해인 1954년에는 휴고상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았다[8] 역본에 따라 로봇 사냥견이나 기계 사냥견이라고 묘사되기도 함[9] 가이스터 로보 위에 도서관 건물이 얹혀 있었는데, 책이 불타지 않도록 드래곤 썬더의 온도를 조절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