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1. 개요
白 / white'''나는 파란색 하늘의 경계를 뛰어넘었다. 하늘을 찢어 가방에 넣고, 모양을 만들고, 색을 입히고, 매듭으로 묶었다. 나는 헤엄친다! 흰색 자유의 심연, 무한이 눈앞에 있다.'''
― 카지미르 말레이비치
색 중 하나. '하얀색'이라고도 한다. 단 '하양색'은 틀린 말이며, '하양' 또는 '하얀색'이 옳은 말이다.[1] 중세 한국어로는 'ᄒᆡ다'로, 어원은 '해(태양)'의 고어형인 'ᄒᆡ'이다. 즉, 태양의 밝고 환한 빛에서 유래한 말이다. 명사 뒤에 바로 어미가 붙었다는 점에서 무접파생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옛날에는 흰색으로 많이 불렸으나 2003년 색 표준이름을 하양(하얀색)으로 바꾼 이후 하양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인간의 눈에 있는 세 가지의 색을 느끼는 세포들이 같은 정도로 자극되면 흰색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빛의 3원색을 합치면 흰색이 되며, 가시광선 전체를 반사하는 물체도 흰색으로 보인다.[2] 색을 가진 다양한 빛들을 최대한 합하면 합할수록 흰색에 가까워진다.[3]
아무것도 없다는 이미지를 주는 색으로 항복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청순과 성스러움의 상징으로 대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가끔 희지 않은 동물이 흰색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권 대부분(특히 한국)에서는 이를 성스러운 존재로 생각해 숭앙한다. 냉혹함과 차가움을 상징하는 색이라고도 한다.
정치적으로는 대개 아무런 상징이 없지만 아주 가끔 러시아 내전의 경우 '백군', '백계 러시아인'[4] , 팔레비 왕조의 백색혁명, 중공 수립 전 국민당 치하의 지역을 백구, 백지라 부르는 등 황실, 반공, 우파를 상징하기도 한다. 백색테러도 있고. 물론 진짜로 자본주의, 자유주의, 우파, 반동주의를 상징하는 색은 파란색이다.[5]
각종 매체에서 흰색으로 떡칠한 옷을 입고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선하거나 적어도 착한 척이라도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 세상 밖의 존재'나 소위 '하얀 어둠'이라 하여 보통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어둠보다도 더욱 괴기스럽고 고차원적인 악으로 등장해 공포를 주는 경우도 있다(예: 백경, 귀신의 하얀 소복, 운 다그바 제바, 파멸의 빛, 저그 발로그 무리, ). 역으로 악당 보스에게 클리셰 반전을 주기 위해 하얀색을 주는 경우도 있다.(예: 이런 영웅은 싫어의 백모래). 이래저래 중간은 없는 색.
페인트나 종이 등 원래 흰색이 아닌 경우 산화 티타늄으로 흰색을 낸다. 특히 산화 티타늄이 무해하기 때문에 껌이나 자외선 차단제에서도 쓰이고 있다.
2. 문화
한국 민족은 예로부터 흰 옷을 즐겨 입었다 하여 스스로를 백의민족이라 부르기도 한다.[6] 대표적으로 흰색을 좋아하는 국가와 민족들을 보면 몽골[7] 과 거란족 등 몽골계 민족들이나[8] 만주족(또는 여진족)을 포함한 퉁구스 제족 등[9] 북방 유목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영향으로 이해하기도 한다.[10] 다만 이를 왜곡해 흰 옷을 즐겨 입는 것이 몽골의 영향이라는 병크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몽골 침략 이전의 고려를 기록한 <고려도경> 7권 의복에 고려 국왕의 복식을 기록한 부분을 보면 "혹 평상시 쉴 때에는 검은 건(烏巾)에 흰 모시(白紵) 도포를 입으므로 '''백성과 다를 바 없다''' 한다."는 기록이 등장한다.[11] 즉 이 시절에도 흰 옷을 위 아래 구분 없이 즐겨 입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극히 최근까지 이어져서 한국전쟁 후에도 상당 기간 한국인들의 옷은 흰색이었다. 이 시기 한국에 파병왔던 유엔군 관련자들이 촬영한 컬러 사진을 보면 그야말로 흰색밖에 안 보이고 어쩌다 검은 갓이나 신발이 보이는 정도이다.[12]
상복의 색도 흰색인데 조선 시대에는 국상이라도 있으면 조선 모든 사람들이 3년간 흰 상복을 입어야 했다.[13] 이 때문에 이 무렵 조선을 다녀간 외국인들은 조선인들이 흰 옷만 입는다고 오해하기도.
가끔 '돈 없어서 염색 못하고 흰 옷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14] '''흰색 염료가 더 비싸고 자주 빨아야 돼서 왕실에서는 흰 옷 좀 입지 말라고 했다'''.[15] 처음부터 삼베나 모시를 뽑으면 상아색이랑 비슷한 색이 나올 뿐, 순백색이 나오지 않는다. 단청의 호분색처럼 한국 전통 상복을 떠올리면 쉽다. 사실 우리가 아는 사실과는 다르게, 순백색은 언제 어디에서나 무척 비싼 색상이다. 고대 로마에서 각종 관직에 입후보하는 사람들의 옷이 백색 토가였음을 떠올려보자.
상참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예조 판서 민의생(閔義生)이 아뢰기를,
"지금 조정의 관리들이 모두 푸른 빛깔의 옷[靑衣]을 착용하옵는데, 물들이는 값이 매우 비쌉니다. 이제부터는 각각 심홍(深紅)·토황(土黃)·옥색(玉色)·남색(藍色) 옷을 착용하도록 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옥색은 국초(國初)에 숭상하던 것이나, 그러나 고려(高麗) 사람이 흰옷을 입기 좋아한다는 말이 중국의 사전(史傳)에 보이고, 토황색 옷은 중국에서 흉복(凶服)으로 여기며, 심홍색 옷은 여자의 옷에 가깝고, 남색 옷은 왜인의 옷[倭服]과 유사하니 모두 불가하다. 푸른 빛깔의 염료(染料)가 비록 값이 높다고 하더라도 군사(軍士)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미 갖추었은즉, 어찌 어려울 것이 있겠는가. 더구나 항상 입는 옷도 아닌데서랴. 또 초록색(草綠色)·다할색(茶割色)·유청색(柳靑色)은 입어도 가하나, 그것은 다시 의논하도록 하라."
하였다.
己亥/受常參, 視事。 禮曹判書閔義生啓: "今之朝士, 皆着靑衣, 染價甚重。 自今各着深紅土黃玉色藍色衣何如?" 上曰: "玉色, 國初所尙, 然高麗人好着白衣之言, 見於中國史傳。 土黃衣, 中國以爲凶服, 深紅則近於女服, 藍色則類於倭服, 俱不可也。 靑染雖價高, 至於軍士, 皆已備之, 何難之有? 況非常着之服乎? 且草綠茶割柳靑三色, 服之可也, 其更議之。"
세종실록 91권, 세종 22년 10월 30일 己亥 1번째기사 <'''예조 판서 민의생이 관리 의복의 색상 변경을 건의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흰 상복을 입는 중국에서는 죽음을 뜻하는 색인지라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경사스러워야 할 결혼식에 축의금을 하얀 봉투에 넣어서 건네는 것을 보면 거의 호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고.[16]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문화 차이로 중국 사람들은 '조선 갔다 왔는데 걔네 만날 상복 입더라.' 같은 카더라 통신을 전하기도 했다.조정의 관리와 사인(士人)으로 하여금 검은 옷을 입게 하고 흰 옷을 입지 못하게 금하였다. 동방 사람은 예로부터 흰 것을 숭상하였으므로 국법에 흰색을 금하는 법이 있기는 하나 그대로 습속이 이루어져서 바꾸지 못하였는데, 상이 바꾸고자 하여 이에 제도를 정한 것이다.
令朝官士人, 着黑色衣, 禁白色衣。 東方之人, 自古尙白, 國典雖有白色之禁, 而因仍成習, 莫之變, 上思以易之, 遂定是制。
현종실록 19권, 현종 12년 1월 1일 癸丑 1번째기사 <'''조정의 관리와 사인들에게 흰 옷을 금하다'''>
음양오행에서 쇠(金), 서쪽을 뜻하는 색이다. 중국 경극에선 간사하거나 악한 인간이 흰 얼굴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17] 예를 들면 조조. 또한 프랑스의 국기에서는 평등을 뜻한다.
3. 그 외의 상징
- 건담, 거기서도 주연 건담은 대부분이 하얗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동양에서는 흰색을 상복,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연방의 사신(死神)'이라는 별명이랑 매우 잘 맞는 색상이다. 하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 건담이나 악의 건담은 대부분 흰색이 아닌 것을 써먹는다. 아주 좋은 예로 건담 Mk-II 티탄즈 컬러가 있다.
- 구기 스포츠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색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팀의 상징색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홈 팀과 원정 팀 중 한쪽이 유채색 유니폼을 입고, 다른 쪽은 흰색을 입는 관례가 있는 종목이 많기 때문.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야구에서는 홈 경기에서 흰색 유니폼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18] 팀 컬러가 흰색인 팀이 없으며,[19][20] 농구나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같은 경우 반대로 원정 팀이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
-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절대 흰색으로 하면 안 된다는 룰이 있다. 그 이유는 마라카낭의 비극 문서 참고.
- 슈퍼전대 시리즈에서는 선역과 겨루는 라이벌 캐릭터의 상징색으로 나온다.
- 펜싱 플뢰레에서 무효면에 공격하면 흰색불이 들어온다.
4. 백색의 공포
한국에서 흔한 흰 종이로 된 책, 흰 휴지에서는 형광증백제가 검출된다. 흔한 A4용지도 마찬가지. 흰옷, 생리대에서도 형광증백제가 검출된다. 이러한 형광증백제는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예전엔 흰색 물감이나 화장품으료 납을 이용하였는데, 납 역시 유독한 중금속이다.
백미, 밀가루는 현미, 통밀가루보다 당뇨발병률이 높다고 여겨진다.
이런 것들을 한데 묶어 백색의 공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백색 제품은 청결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백색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담으로 위기탈출 넘버원 2006년 3월 18일 33회에서 형광증백제의 위험성을 방영했다.
5. 흰색 관련 일람
- 흰색/이미지 문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