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사돈
1. 개요
사돈을 맺은 관계의 사람들끼리 또 다시 사돈 관계를 맺은 사이. 쌍사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법적으로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과 결혼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냥 사돈댁 총각/처녀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1]
2. 상세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A와 B가 형제, C와 D가 자매이고 A와 C는 부부 사이이다. 이 때 B와 D는 사돈 관계가 되며, 둘이 서로 결혼하면 겹사돈이 성립한다.
이 경우 A와 C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의 입장에서는, 친가 기준으로 보면 B는 아버지의 남동생이므로 작은아빠가 되고, 그의 아내인 D는 작은엄마가 된다. 외가 기준으로 보면 D는 어머니의 여동생이므로 이모가 되고, B는 이모부가 된다. 이런 식으로 호칭이 복잡해진다.[2]
남매끼리 겹사돈이 되어도 역시 복잡한데, A와 B가 남매, C와 D가 남매이고 A과 C는 부부 사이이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B과 D는 사돈 관계가 되며, 둘이 서로 결혼하면 겹사돈이 성립한다.
이 경우 A와 C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의 입장에서는, 친가 기준으로 보면 D가 고모, B는 고모부가 된다. 외가 기준으로 보면 B가 어머니의 남동생이므로 외삼촌이 되고, D는 외숙모가 된다. [3]
1990년 민법 개정 전에는 인척의 범위에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와 함께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도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겹사돈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으나, 민법 개정 후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인척에서 삭제되어 법적으로는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권에서는 혼인으로 이어진 관계에 in-law를 붙이는데, 겹사돈이 발생하면 내 형제자매가 인척(in-law)이 되버린다. 이를테면 내가 영희와 결혼했고, 내 누나/여동생(my sister)이 영희의 오빠/남동생(her brother)과 결혼할 때, 내 누나/여동생은 sister(언니/여동생)이자 sister-in-law(처남댁, 처남의 아내)가 된다. 사실 독자들은 무척 헷갈릴 것이다. 한 집의 형제와 다른 집의 자매가 서로 겹사돈을 맺어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역사적으로 근대 이전 시대에는 결혼이 가문과 가문이 동맹을 맺어 뭉치기 위한 수단이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기 전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급사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겹사돈을 맺거나 형사취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상대가 왕족인 경우, 아예 자매를 보내서 하나가 죽어도 가문끼리의 인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시 되었다.
3. 인식
호칭과 촌수 문제 때문인지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지금도 겹사돈을 보는 시각이 근친혼 못지 않게 부정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 특히 막장 드라마에서 클리셰이자 필수요소로 자주 써먹기도 한다.[4]
일반 가정은 이혼하면 그냥 안 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겹사돈이 된 집은 한 커플이 이혼해도 다른 커플이 잘 살면 깨진 커플은 친척으로서 계속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니 현실적으로 매우 껄끄러울 일이 많을 것이다. 이혼율이 높은 요즘 시대에서는 더더욱….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가족에 대한 인식과 범위가 상당히 얆아져서 기성세대에 비해 겹사돈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적다. 사실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기피된다고는 해도 찾아보면 꽤 있다. 일단 법적으로나 가장 중요한 유전적으로나 문제 될 것이 없다. 물론 인식이 좋지 않은 만큼, 집안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당사자들이 그냥 혼인신고 때려버리면 그냥 끝이다. 그저 인식의 문제.
유교의 강세로 근친혼에 대해 가장 깐깐했던 조선왕조 시절에도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의 경우도 이방원의 남동생 덕안대군 이방연이 원경왕후의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겹사돈이 되었고,[5] 중종도 형수 폐비 신씨의 조카인 단경왕후와 결혼했다. 장화홍련전에서도 이상적인 해피엔딩에서 쌍둥이 자매로 환생한 장화와 홍련이 쌍둥이 형제와 결혼하는 결말이 나왔지만 문제될 일 없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걸 보면 과거에는 별로 문제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삼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왕족이나 양반들의 결혼들을 보면 흔히 나타나고 있다. 흔히 결혼동맹을 맺을때 동맹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던가, 집안 어르신들끼리 자식을 결혼시키기로 했는데 며느리가 영 맘에 안들어서 하나 더 보내달라고 한다던가(…), 서로 딸을 교환한다던가 하는 게 높으신 분들 사이에선 제법 있었다. 별로 높달 것 없는, 족보에서 사망 원인 중 가장 많은 게 영양실조인 잔반 집안되는 시골 집성촌 등에서도 시집 온 며느리나 장가든 사위가 중매를 서서 사돈댁 사람과 자기 친척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주선해주는 식으로 꽤 최근까지도(거의 60년대 후반까지) 흔하게 겹사돈을 맺곤 했다.
이런 것을 보면 겹사돈이 좋지 않은 인식이 된것은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잠깐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현재는 이런 현상이 다시 없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4. 창작물에서
- 고전소설에서는 아주 많이 쓰이는 소재다. 예를 들어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를 같은 날 태어난 쌍둥이로 태어난 자매에게 결혼시킨다던가(...). 장화홍련전에도 결말에서 환생한 장화, 홍련 자매 역시 사돈 집안의 쌍둥이 형제와 결혼했기 때문에 겹사돈이 된다.
- 왜 그러지 (1977) - 혜은이가 주연한 드라마로, 이웃한 두 집의 형제자매가 겹사돈이 된다. 하지만 혼인 신고나 결혼식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 아기공룡 둘리 (1987) - 고길동의 가족도 겹사돈에 해당된다. 희동이와 고길동의 관계는 조카와 고모부이며, 고길동 부부 및 철수, 영희가 희동이의 부모를 "고모네"라 지칭하기에 고길동의 부모님과 아내 박정자의 부모님은 겹사돈임을 알 수 있다.[6]
- 코미디 하이웨이 (1987) - 코미디 시트콤 형식의 개그 프로. 겹사돈을 주제로 몇 주 동안 시리즈로 콩트를 방영한 적이 있다.
- 며느리 전성시대 (2007) - 겹사돈 시나리오의 재림. 이 전까지만 해도 아무리 막장 드라마여도 겹사돈 전개는 상당히 드물었다. 보고 또 보고 이후 약 10년만에 나온 겹사돈 패턴이 나와서 그런지 그당시 시청자들도 깜짝 놀라게 한 드라마였다. 이복수-조미진 부부가 버젓이 있는데도 이복수의 여동생인 이복남과 조미진의 오빠인 조인우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돼서 설마.. 하다가 예상을 깨고 결국은 양 사돈을 혼돈의 카오스로 만든 뒤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 (2012) - 사돈 관계인 차세광과 방말숙의 연애가 다뤄진다. 2012년 7월 22일 방송분에서는 방말숙이 겹사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차윤희에게 호소하기 위해 관련 민법을 줄줄이 읊는 장면도 나왔다.
- 내 딸 서영이 (2012) - 극중 이서영의 쌍둥이 동생 이상우가 이서영의 남편 강우재의 여동생 강미경과 레지던트 커플이였지만, 이서영의 거짓말 때문에 결국 깨지고 만다. 겹사돈은 안맺어졌지만 극 중후반의 전개에서 중요한 갈등사항이였다.
- 응답하라 1988 (2015) - 성동일 집안과 최무성 집안이 겹사돈이 되었다. 최무성이 김선영과 살림을 합치면서 김선영의 자식인 성선우와 성진주는 최무성의 아들 최택과 의붓형제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성동일의 큰딸 성보라와 최무성의 의붓아들 성선우가 결혼하여 두 집안은 사돈지간이 되는데, 여기서 성동일의 작은 딸 성덕선이 최무성의 친아들 최택과 결혼하면서 결과적으로 겹사돈 관계가 되었다.[7]
-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2017)
- 한 번 다녀왔습니다 (2020) - 이혼한 부부 사이였던 송나희와 윤규진이 재결합한 데 이어 이들의 동생인 송다희와 윤재석 커플도 결혼에 골인 하면서 겹사돈이 형성됐다.
- 겹사돈은 아니지만 삼각사돈 관계도 있다. 전문용어로는 물레혼이라고 한다. A 집안, B 집안, C 집안이 있는데 A 집안-B 집안, B 집안-C 집안, C 집안-A 집안 간 사돈을 맺는 경우이다. 매체에서는 오자룡이 간다, 하나뿐인 내편[9] 에서 이 삼각사돈을 다루고 있다.
-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 - 시즌1 432화 한 지붕 세 시누이 편 및 95화 시누이 삼총사 편에서, 겹사돈이 발생할 뻔한 상황이 나타난다. 공통적으로 시누이가 주인공(며느리)의 남동생을 사랑하다가 들통난다.
- 굿바이 사돈! - 다음 웹툰 굿바이 사돈에서 과거로 돌아온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오해를 풀고 각자의 언니와 형이 죽는 미래를 바꾸면서 결말 끝에 결혼하게 된다. 바뀐 미래로 결혼하지 않았던 언니와 형 역시 시간이 조금 흐른 외전에서 다시 이어짐으로써 겹사돈이 된다.
5. 기타
- 일란성 쌍둥이들끼리 겹사돈이 될 경우, 유전적으로는 그 자식들이 모두 형제, 자매가 된다. 이 경우 사촌간 결혼이 허용되는 국가에서 서로가 결혼하기를 원할 경우 심히 곤란한 상황이 되는데, 분명 법적으로는 사촌이기 때문에 결혼이 가능하지만 유전적으로는 친형제자매나 다름없기 때문.
- 겹사돈 관계인 집안에서 난 자녀는 호칭이 겹치게 되므로,[10] 그냥 서로 편한 대로 부른다.
[1] 참고로 이것과 한끝차이인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는 말을 저렇게 써놔서 그렇지(…) 실제 생활에서는 상당히 가까운 인척이다. 예컨대 어느 집안에 며느리가 둘 있으면 그 며느리 둘(형님-동서)끼리는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남편의 형제의 부인) 관계이다.[2] 영어에서는 고모(부)든 이모(부)든 남자는 uncle, 여자는 aunt라고 하면 그만이고, 일본어도 삼촌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 전부 おじさん이고 고모 이모 숙모 외숙모 전부 おばさん인데 비해 한국어에서는 친족에 대한 호칭이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다 보니 문제가 된다.[3] 영미권이라고 해도 사실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미국은 몰라도 영국이라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영국 외에 다른 유럽 국가들은 왕가끼리의 족보는 겹사돈과 근친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기도 했다.[4] 언니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 동생이 언니 남편의 형과 결혼해서 형님이 된다던지...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이상우가 서로 끌리던 강미경과 헤어지고 최호정과 결혼한 이유가 겹사돈이 되기 때문이다.[5] 이방원의 형 이방우와 이방과도 판숭경부사 지윤의 딸들과 결혼했다. 다만 이방과는 지윤의 딸 2명을 첩으로 들인것이지만 이 또한 겹사돈으로 볼 수 있다.[6] 즉 고길동의 여동생은 희동이 엄마고, 박정자의 남동생은 희동이 아빠다.[7] 다만 최택과 성선우는 혈연지간이 아니며, 최무성과 김선영이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관계로만 지내고 있다. 즉 법적으로는 남남. 이 때문에 성선우와 성보라의 결혼식 청첩장 중 가까운 지인들에게 준 청첩장에만 혼주로 최무성의 이름이 있고, 대외적으로 돌린 청첩장에는 혼주란에 김선영만 올라있다.[8] 결말에서 동생들 쪽이 정식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혁이 스포일러하고 마는 통에 엄밀히 따지면 결국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9] 특히 하나뿐인 내편에서는 왕대륙네-장다야네, 김도란네-왕대륙네, 장다야네-김도란네의 삼각사돈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는 강수일이 장고래의 간이식을 위해 나홍주랑 법적인 부부가 돼서 삼각사돈 그 이상을 보여준다. 즉, 김도란-장다야의 관계는 왕대륙네 시점에서는 형님-동서지만 장다야네 시점에서는 의붓사촌이 된다.[10] 예를 들어 집안 1의 형제와 집안 2의 자매가 서로 결혼한 경우, 그 아이는 (큰/작은)아버지와 이모부, (큰/작은)어머니와 이모 둘 다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