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노
1. 개요
Guano
동물의 '''똥'''이 점점 축적되어서 된 일종의 광물질. 인광석[1] 이라고도 부른다. 영양분과 유기물(특히 인산염과 질소화합물)이 풍부하여, 구아노 광상(鑛床)을 발견하면 그것을 캐다가 인·질산염 등을 정제하여 비료나 화약의 원료로 쓴다. 서양의 경우, 옛날에는 합성 암모니아를 개발하기 전까지는 이것이 화약 제조에 필요한 질산염을 얻는 주요 자원이었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사실은, 구아노를 둘러싼 먹이사슬로 인해 생태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구아노라는 명칭의 유래는, 16세기 잉카 제국 시절 케추아어의 단어 "wanu"가 스페인어로 옮겨진 것이라고 하는데, "wanu"의 뜻은 바로 '응가'이다.[2]
명칭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 남아메리카의 태평양 연안, 페루 지역에 사는 가마우지[3] 등 바다새들의 배설물로 형성된[4] 구아노(즉 "버드 구아노")를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잉카 제국을 비롯한 안데스 문명권에서는, 유럽인들이 비료의 재료로 주목하기 훨씬 이전부터, 1500년 이상 오랜동안 페루 등 남미 태평양 연안 섬들에서 채취되는 이 구아노를 토질개선 재료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5] 따라서, 잉카 제국 당시에도 이미 구아노는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취급되었다.[6] 구아노가 채취되는 섬들에는 황제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했으며, 심지어 그 섬들에 서식하는, 구아노를 '생산하는' 바다새들을 사냥하거나 괴롭히면 사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스페인의 침략 이후 잉카 문명을 비롯 안데스 문명 전반이 붕괴되었고, 당시 유럽인들이 잉카인들의 문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하[7] 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16~17세기 남아메리카를 정복한 유럽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은광이었다. 따라서 구아노의 가치는 잠시 잊혀졌다.[8]
하지만 이후 19세기에 들어 유럽 등 서구에서는 한편으로는 공업 뿐 아니라, 농업도 기업농의 출현과 플랜테이션의 확산 등 대규모의 집약적 산업으로 변화해 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빠른 인구증가에 따른 농업생산성 증대의 요구도 커져갔다. 그러나 전통적 방식의 비료로는 대규모 집약적 농업, 특히 그 중심이 된 모노컬쳐와 빠른 회전을 감당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대체물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구아노는 뒤늦게 유럽인들의 주목을 받게된다. 유럽인으로 구아노의 가치에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은 1802년, 독일의 지리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9] 이후 구아노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인·질산염 등의 주요 원료가 됨에 따라, 구아노는 (잉카 시대에 이어) 또 다시 국가의 운명을 들었다 놓는 자원으로 부상한다.[10]
옛날에 남미에서는 구아노로 인한 전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 물론 이것 뿐 아니라 영토 갈등 및 여러 원인도 같이 들어가 있었는데 자세한 건 태평양 전쟁(남아메리카) 문서 참고.
그 후 20세기에도, 구아노는 또 한 번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존재가 되기도 했다. 에스토니아 같은 경우는 에스토니아 SSR 시절 소련이 개발하려고 했으나 에스토니아인들의 저항 끝에 철회했다. 소련 붕괴, 에스토니아 재독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현재도 아프리카 서부의 모로코와 서사하라의 분쟁인 서사하라 분쟁도 바로 인광석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량이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정식수교를 하는 조건으로 이 모로코의 편을 들어주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짐 캐리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에이스 벤추라 2에서, 주인공 에이스가 아프리카의 한 부족들의 마을에서 이걸로 만든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다가 이 사실을 알고 기겁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이 구아노의 주인은... 참고로 사건의 원인도 이 구아노의 가치 때문이었다.
이언 플레밍이 쓴 소설 《007 살인번호》에서는 007이 악당의 구아노 광산에 잠입한 채로 시작한다. 소설에선 이 부분이 전체 사건 플롯의 중요한 시발점인데 영화에서는 007 시리즈 특유의 서막 정도로 묘사되는 수준에 그쳤다.
2. 구아노의 종류
2.1. 배트 구아노 or 케이브 구아노
박쥐가 동굴 천장에 매달린 채로 똥을 누면[11] 그 똥이 바닥에 점차 쌓여가게 되면서 동굴 생태계의 중요한 먹이사슬의 대상이 된다. 즉, 박쥐가 많이 서식하고 있는 동굴일수록 그 동굴의 생태계는 다양하다는 뜻. 바퀴벌레 등 다양한 생물의 먹이가 되어준다.
2.2. 버드 구아노
주로 태평양의 옹기종기 흩어져 있는 섬에 철따라 번식하는 바닷새들이 주 거주지인 절벽에서 똥을 싸면 그 똥이 축적되어 일부는 섬의 식물이 자라기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게 되고, 일부는 바닷속으로 흘러가면서 초식성·육식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면서 그 먹이사슬에 따라 물고기들이 섬에 머무르게 됨으로써 새들이 그 물고기를 잡아먹고 다시 똥을 싸면서 살아가는 등 섬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에 공헌한다. [12]
2.3. 펭귄 구아노
남아프리카의 남쪽 해안이나 남미[13] 등지에서 서식하는 온대성 펭귄과 바닷새들이 바닷가에서 약간 멀리 떨어진 언덕에서 서식하면서 싼 똥(과 시체)이 축적되면서 펭귄 구아노가 되고, 그 일부는 식물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의 환경을 조성하고, 흘러내려간 바다의 구아노는 초식성·육식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면서 근해의 생태계를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펭귄들과 기타 동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그러나 19세기 중반~20세기 초반에 사람들이 바닷새와 펭귄의 서식지를 훼손해가면서까지 구아노를 과도하게 채취하자, 그 대가로 육지 & 해양 생태계의 파괴(+α펭귄 개체수의 급감)되어 이에 따른 식용 물고기의 개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현재 구아노 광산은 펭귄 서식지와 함께 보호받고 있지만, 그래도 불법으로 구아노를 채취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질소 함유량이 높은 크릴새우를 주식으로 하는 왕펭귄 등의 구아노는 대규모로 퇴적된 주변에 아산화질소를 배출하기에 위험하다고 한다. 펭귄을 연구하러 간 연구진이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두통과 정신착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3. 관련 문서
[1] 인광석으로 검색해도 본 문서로 리다이렉트된다.[2] 정확히는 '거름으로 쓰이는 배설물'을 뜻한다고 한다.[3] 덕분에 페루 연안에 사는 이 가마우지 종류는 "구아노 흰배 가마우지(Guanay cormorant)"라고 불린다.[4] 주로 가마우지와 더불어 펠리컨과 부비새의 배설물이라고 한다.[5] 1609년, 스페인령 페루 출신의 역사가인 Garcilaso del la Vega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잉카인들은 '다른 거름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새똥(구아노)만을 이용해서 경작을 했다'고 한다.(#)[6] 덧붙여 잉카 제국을 비롯, 남아메리카 문명 전반이 유럽이나 아시아에 비해 가축 사육과 축력(畜力)의 사용도 적었던 탓에 다른 비료의 공급원도 별로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구아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7] 나아가 종교적 이유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파괴하기도 했다.[8] 사실 큰바다오리가 멸종당한 이유 중에, 구아노의 가치가 하락한 점도 있었다.[9]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의 설립자인 언어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의 동생이기도 하다.[10] 덕분에 최초로 구아노가 발견된 곳이었던 페루는 19세기 중반, 특히 1845년에서 1866년 사이 구아노 수출을 통해 한동안 번영을 누리게 되어, 이 시기를 "구아노 시대(Guano Era)"라고 부르게 된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구아노 시대"의 끝을 알리는 사건이 바로 뒤에 언급되는 '구아노 전쟁'이다.[11] 물론 눌 때는 뒤집는다. [12] 사실 해당 국가의 인산염은 구아노가 아니라고 한다. 한편 약간 다른 부분이지만 열대 섬에 쥐가 들어오면서 바닷새의 수가 감소하자, 바닷새들이 먹이를 먹고 싸는 똥의 양도 줄어들면서 인근 해역의 산호초의 성장 속도가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13] 주로 칠레·페루 등의 안데스 산맥에 인접한 동태평양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