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철이음이의어
1. 개요
Heteronym
동철이음이의어는 글자는 같지만 소리가 다르고 이에 따라 뜻도 다른 단어를 의미한다. 주로 표기 심도가 깊은 언어에서 볼 수 있다.
2. 같은 언어의 정서법을 쓰는 경우
한 언어의 정서법과 독음법을 따르는 단어인데도 동철이음이의어인 경우를 적는다. 예를 들어 한국어는 한국어 정서법, 영어는 영어 정서법을 따르는 동철이음이의어를 적는 식이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정서법'은 '어원'하고는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라는 단어는 어원은 영어이지만, 그 단어의 철자와 발음을 구성하고 있는 정서법은 영어가 아닌 한국어의 정서법이다. 영어의 'computer'라는 단어가 영어의 정서법을 따르는 거지, 한국어의 '컴퓨터'는 영어가 한글 표기에 대한 규범이 없는 이상 영어의 정서법일 수는 없다.[1] 마찬가지 논리로 한국어에 있는 수많은 한자어들도 중국어의 정서법을 쓰는 것이 아니며, 그 한자어들이 한국어의 한글 표기 규범에 따라 적히고 한국어의 독음법에 따라 읽히는 이상 엄연히 한국어의 정서법을 쓰는 것이다.
2.1. 한국어에서
2.1.1. 발음의 장단음 차이
2.1.2. 경음화 현상
고유어보다 한자어의 뒤 음절 된소리화가 훨씬 많다.[2]
- 잠자리[잠자리](곤충)와 잠자리[잠짜리](잠 자는 곳)
- 대가[대ː까](代價)와 대가[대ː가](大家)
- 송장[송ː장](시체)와 송장[송ː짱](送狀)
- 외과[외ː꽈/웨ː꽈](外科)와 외과[외ː과/웨ː과](外踝)
- 볼거리[볼꺼리](볼 만한 것)와 볼거리[볼거리](질병)
- 캘거리[캘꺼리](캘 만한 것)와 캘거리[캘거리](도시 이름)
- 물질[물찔](物質)과 물질[물질](해저식용생물을 채취하는 일을 뜻하는 고유어)
- 영장[영장](靈長)과 영장[영짱](令狀)
- 열병[열병](閱兵)과 열병[열뼝](熱病)
- 지적[지적](指摘)과 지적[지쩍](知的)
- 안다[안다]('알다'의 활용형)와 안다[안따](껴안다)
- 사제[사제](司祭/師弟)와 사제[싸제](社製)
2.1.3. 둘 다 해당되는 경우
- 시가(市價)[시ː까]와 시가(市街)[시ː가], 시가(時價)[시까]와 시가(詩歌)[시가]로 같은 철자에 발음이 4개나 있다.
- 성적(成績)[성적]과 성적(聖籍)[성ː적]과 성적(性的)[성ː쩍]
- 정적(靜寂)[정적]과 정적(正籍)[정ː적]과 정적(靜的)[정쩍]
- 고가(高架)[고가]와 고가(告暇)[고ː가]와 고가(高價)[고까]
- 소수(疏水)[소수]와 소수(小數)[소ː수]와 소수(素數)[소쑤]
2.1.4. 사잇소리
- 일일이[일리리](하나하나)와 일일이[일릴리](112)
2.1.5. 음성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어휘
- 일[일ː](노동)과 일[ʔ일](숫자)[3]
2.2. 영어에서
- bass : '저음'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beis/, '농어'라는 의미로 쓸 경우 /bæs/로 읽는다.
- ensign : '깃발'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ensain/, '소위'라는 의미로 쓸 경우 /ensn/로 읽는다.
- lead : '이끌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liːd/, '납'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led/로 읽는다.
- tear : '눈물'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tiər/, '찢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teər/로 읽는다
- heavy : '무겁다'는 의미로 쓸 경우 /hevi/, 수의학 용어로 쓸 경우 /hiːvi/로 읽는다.
- wind : '바람'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wɪnd/, '감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waɪnd/로 읽는다.
2.2.1. 영변화
- live: 동사형은 /liv/, 형용사형은 /laiv/로 읽는다.
- read: 현재형은 /riːd/, 과거 및 과거분사형은 /red/로 읽는다.
2.2.1.1. 강세에 따른 발음 변화
주위 음소 환경에 따른 형태소의 자음 발음 변화가 심한 한국어와 대조적으로 영어는 강세에 따라 형태소의 모음 발음이 잘 변한다. 발음보다는 형태소를 보존하는 표기를 쓰는 영어의 특성상 같은 철자임에도 강세 위치에 따라 발음이 다른 동철이음이의어가 있다.[4]
- record: 명사형은 /rekəːrd/, 동사형은 /rikɔːrd/로 읽는다.
2.3. 일본어에서
어찌 보면 이 바닥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는 언어로, 같은 한자라도 훈독, 오음, 한음, 당음, 아테지 등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달리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 人氣 : 인기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にんき로 읽으며, 사람의 기척을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ひとけ로 읽는다.
- 仮名 : 가명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かめい로 읽으며, 자기들의 고유 문자를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かな로 읽는다.
- 年生 : 학년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ねんせい로 읽으며, 태어난 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ねんうまれ로 읽는다.
- 大人 : 신체적으로 큰 사람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たいじん으로 읽으며, 어른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おとな로 읽는다.
- 大文字 : 대문자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おおもじ로 읽으며, '大'를 쓴 것을 이르는 의미로 쓸 경우 だいもんじ로 읽는다.
- 大丈夫 : 대장부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だいじょうふ로 읽으며, 괜찮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だいじょうぶ로 읽는다.
- 紅葉 : 단풍나무의 잎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もみじ로 읽으며, 단풍이 물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こうよう로 읽는다.
2.4. 중국어에서
일본어가 끝판왕이라면 한자의 기원인 중국어는 원조 격으로, 한문을 배울 때 '왜 이 한자는 훈음이 두 개이지?' 하는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 了 : 완료상을 나타내는 의미로 쓸 걍우 le(무성조)로, 가능, 이해, 끝내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liǎo/(⮍)로 읽는다.
- 发 : 하다, 발사하다라는 의미로 쓸 경우 fā(→)로, 머리카락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fà(↘)로 읽는다.
- 鉈 : 분동, 추라는 의미로 쓸 경우 tuó(↗)로, 탈륨이라는 의미로 쓸 경우 tā(→)로 읽는다.
- 乐 : 즐거움을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lè(↘)로, 음악을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yuè(↘)로, 좋아하다는 의미로 쓸 경우 yào(↘)로 읽는다.
- 斗 : 도량형을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dǒu(⮍)로, 싸움을 뜻하는 의미로 쓸 경우 dòu(↘)로 읽는다.
3. 다른 언어의 정서법을 쓰는 경우
다른 언어에서 빌려온 외래어가 언어 간 정서법과 독음법의 차이로 해당 언어에 이미 있던 단어와 동철이음이의어가 된 경우를 적는다. 해당 언어의 정서법에 따른 발음을 앞에 적고, 빌려온 단어의 발음을 뒤에 적을 것.
- mare : /meəɹ/(영어 정서법. 뜻은 '암컷 말'.) 또는 /mɑːɹeɪ/(라틴어 정서법. 뜻은 '바다'.)[5]
- mate : /meit/(영어 정서법. 뜻은 '친구'.) 또는 /matei/(스페인어 정서법. 차의 일종.)
- Band : /bant/(독일어 정서법. 뜻은 '테이프', '리본'.) 또는 /bænt/[6] (영어 정서법. 뜻은 '음악 밴드'.)
- modern : /ˈmoːdɐn/(독일어 정서법. 동사. 뜻은 '썩다', '부패하다'.) 또는 /moˈdɛʁn/(프랑스어 정서법. 형용사. 뜻은 '현대의'.)
- Montage : /ˈmoːntaːɡə/(독일어 정서법. 'Montag'의 복수형.) 또는 /mɔnˈtaːʒə/(프랑스어 정서법. 몽타주.)
- Tee : /teː/(독일어 정서법.[7] 뜻은 '차'.) 또는 /tiː/(영어 정서법. 골프 용어.)
4. 관련 문서
[1] 'computer'라는 단어 역시 순수 영어는 아니고 어원이 라틴어의 'computare(computo)'지만, 적어도 라틴어 식으로 '콤푸테르'처럼 읽지 않고 영어의 발음 규칙에 따라 읽기 때문에 영어의 정서법 및 독음법을 따른다고 볼 수 있다.[2] 김홍석, "후행음절 고유어의 硬音化에 대하여 - 이음절의 同綴異音語를 대상으로 -", 한어문교육 제13집, 2005년 1월, pp.147-159.[3] ʔ는 성문 파열음이다.[4] 한국어든 영어든 형태소 발음이 잘 변하는 언어는 발음에 맞춰 표기를 하기보다는 형태소를 유지하며 표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당장 한국어의 분철법이 그 예시이다('좋다', '좋아', '좋니' 등의 어절에서 '좋'의 발음이 어떻게 다른지 보자.).[5] 후자의 경우 영어에서는 다른 행성의 바다를 뜻할 때 쓰인다.[6] 사전에 따라 /bɛnt/나 /bɛːnt/인 경우도 있다.[7] 정서법은 독일어의 것이지만 어원은 민난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