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한(가운데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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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기마대의 땅 로한이야."'''
- 아라고른이 말하는 로한.
영국 작가 톨킨이 창조한 가상 세계 가운데땅에 존재하는 국가. 정주(定住)화된 유목국가로 그려진다.
2. 역사
본래는 정주민족화한 유목민족으로, 그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로바니온의 동남부에 있던 북부인들. 이들 중 로바니온 왕국이 이들의 기원인데, 로바니온 왕국이 '''전차몰이족'''에게 멸망한 이후 기존의 북부인에서 분리되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에오세오드족이라 부르면서 처음에는 안두인 계곡, 그리고 계속하여 북부로 올라가 최후에는 회색산맥 아래에 정착한 이들이었다.(구체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로바니온 항목 참조.)
몇백년 뒤, 곤도르를 향한 발코스족(동부인 일파)의 침공에 대항하여 당시 섭정 키리온이 지원을 요청하였고 이에 국왕 에오를이 에오세오드족을 이끌고 남하하여 마차몰이족을 쓸어버리고 곤도르를 구원하였다.[3] 이는 700년만에 설욕을 한 것으로, 곤도르가 고마움의 표시로 이들에게 역병이 돌아 버려둔 땅인 백색산맥 북쪽의 땅을 영지로 준다. 이 영토가 로한의 시초가 되었다. 이 때 곤도르는 '''"우왕 이 사람들 말 정말 잘 타니까 말주인이라는 뜻에서 너네는 '로히림(Rohirrim)', 그리고 너네 나라와 땅의 이름은 '로한'이라 부르겠음"''' 한 게 국명이 되었다. 로한어로 땅의 이름은 기사의 땅 마크, 그리고 스스로를 에오를의 후예들, 즉 에올링가스(Eorlingas)라 불렀다.
정착한 뒤에 곤도르와는 동맹을 맺고 '''서로가 곤란하면 봉화를 피워 돕자'''[4] 라고 협약한다.[5] [6] 토착민이었던 던랜드인과의 사이는 매우 안 좋았다. 초기에는 로한인들이 우세한 듯했으나 중간에 일어난 반란으로 헬름협곡에서 왕 헬름이 두 아들과 모두 전사하고 제1왕가가 끝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이 일로 던랜드인들은 본래 살던 곳에서 쫓겨나 더 북쪽으로 이주했다.
헬름의 조카 프레알라브가 창건한 제2왕가 때는 성군들과 곤도르의 지원으로 국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셍겔과 세오덴의 시대엔 국운이 크게 기울어 아이센가드에 의하여 멸망당할 뻔 했다. 결국은 아라고른을 비롯한 원정대의 활약으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곤도르에서 봉화와 사절을 통해 구원을 요청하자 오래전의 맹약을 지키고 미나스 티리스를 지키기 위하여 출전하여 반지전쟁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활약하였다. 그러나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 세오덴이 전사해, 그의 조카인 에오메르가 왕위를 이음에 따라 제3왕가가 시작되었다.
3. 국가 체계
역사에 현존했던 유목 민족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로한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곤도르보다는 비교적 떨어지는 국가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일단 상비군이 없고 유사시 각 영주들이 군대를 소집하는 방식이며 수도인 에도라스에는 성벽이 없다. 다만 영화상에서는 목책으로 성벽을 구성했다. 대신 석벽이 아니라서 던랜드의 도적떼 정도라면 모를까 곤도르에 쳐들어온 오크들처럼 본격적인 공성무기를 갖춘 적을 상대로는 방어력은 그다지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본편에는 이런 상황이 묘사되지 않지만 실제로 벌어진다면 공성전보다는 넓은 평원에서 강점인 기마대를 이용한 야전으로 요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대 동원 체계를 보면 중세 유럽의 봉건시대와 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체계를 섞은 느낌이다. 일단 작위는 유럽식이지만 유사시에 주민들을 기병으로 소집하는 것은 동아시아 유목민족들의 특성이다. 몽골이 특히 그랬고 거란족이나 여진족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병이 주병력이라 그런지 말 하나는 정말 잘 탄다. 말과의 교감이 엄청나게 강해서 말이 주인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사랑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영화상에서는 창병 방진으로 정면돌격할 때도 말들이 겁을 내지 않았다.[7] 또한 무마킬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다. 이 말들의 정체는 뭐냐...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상의 묘사고, 원작 소설에서는 무마킬의 거대한 덩치를 겁내서 말이 근처에 가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묘사가 나온다.
4. 언어
이들의 언어는 고대 영어로 묘사되며, 곤도르와는 다르다. 톨킨은 본래 서부 공용어라는 가상의 언어를 영어로 치환했는데, 이 '번역' 과정에서 로한어는 고대 영어로 바꿨다는 설정.[8] 곤도르인들은 대부분 서부 공용어를 모국어로 사용했다는 설정이다. 원작에서도 로한인들이 고대 영어로 말하는 장면이 종종 있다. 한 예로 로한의 간신인 그리마가 간달프에게 라스스펠(Láthspell)이라는 멸칭을 붙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영어 고어로 나쁜 소식을 뜻한다.
5. 군사
기본적으로 기병이 주력이므로 탁트인 야전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가진다. 톨킨이 남긴 반지의 제왕 세계관 관련 문서를 엮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보면 반지전쟁 당시 로한이 동원할 수 있는 기병의 수는 12,0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9] 실제로 펠렌노르 평원 전투 당시 로한군은 6,000명의 기병을 동원하였고[10] 그보다 수백년 전 로한의 건국자이자 태조인 에오를 1세가 켈레브란트 평원 전투에서 이끈 로한 기병의 수는 7,000명에 달하였다. 이 중 가볍게 무장한 궁기병 몇백 명만 제외한 나머지는 중무장 창기병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를 통해 톨키니스트들이 추정해낸 로한의 인구는 40만~60만 정도.
6. 영화에서
영화판에서는 원작보다 크게 부각되었다. 2편에서 곤도르의 오스길리아스가 모르도르군에게 털리는 모습, 파라미르가 형 보로미르처럼 일시적으로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데 비해 로한은 나팔산성 전투에서의 승리, 세오덴의 과단성 등이 강조된다.[11] 또한 3편의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에서도 중요한 부분은 전부 로한이 맡는다. 임라힐의 기사단 등 곤도르 소속의 원군들이 없어짐에 따라 그 모든 공이 로한에게로 간 것. 감독 피터 잭슨이 로한의 모티브인 노르만과 곤도르의 모티브인 동로마 제국의 이미지를 더욱 극명하게 부각시키려 했던 듯하다. [12]
또 한가지 영화판에서 로한만의 특징이 있는데, 주요인물들이 모두 투구를 쓰고 나온다. 다른 진영의 경우 난쟁이(김리는 쓰지만 호빗에 가면 대다수 주요인물들이 안 쓰고 나온다.), 요정(엘론드라든가 스란두일이라든가), 곤도르(아라고른이 예시)나 너른골(바르드) 모두 투구를 안 쓴다. 참고로 소설에서는 다들 쓰고 나온다. 톨킨 옹부터가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지라. 아마 투구를 쓰면 배우 얼굴이 안 보인다는 것 때문에 그런거 같은데, 정작 세오덴이나 에오메르 같은 영웅들은 개성이 넘치면서 로한 분위기에 맞는 투구를 쓰고 다녀서 배우를 더 돋보이게 한다.[13]
7. 여담
- 로한의 설정은 톨킨옹의 "만약 영국이 대륙국가에 말을 잘 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소설 두 개의 탑을 보면 로한 창기병은 무릎까지 걸친 사슬갑옷과 투구, 긴 창, 방패와 검으로 무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로한의 기병은 11세기 헤이스팅스 전투의 노르만 기병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14] 그리고 이 모티브로 인해 로한인들은 원작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서유럽계 백인"이다.
- 2부에서 우글룩이 로한인들을 "흰둥이"라고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8. 로한의 역대 왕과 치적
[1] 그림의 백마는 '로한의 말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메아르(Mear)의 시조로 이름은 펠라로브. 로한의 초대 국왕 에오를의 말이다.[2] 정확히는 로한어가 따로 존재하나, 서부어로 쓰인 <붉은책>을 톨킨이 현대 영어로 된 소설 반지의 제왕으로 ''' '번역' '''하면서 로한어는 고대 영어로 옮겨졌다는 설정이다. 톨킨 번역지침 항목 참조. 다만 이건 작품 내적인 설정이고, 작품 외적으로는 톨킨이 영국에서 모티브를 따와 로한을 구상했기 때문이다.[3] 이때 행군중 돌 굴두르 근방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곳에 어린 짙은 어둠에 두려움을 느껴 망설였다. 이걸 본 갈라드리엘이 하얀 안개로 어둠을 몰아내 도와줘서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4] 사실 봉화는 팔란티르가 건재하던 시절에는 그저 장식용일 뿐이었고, 실제 원조를 요청할 때 사용하는 것은 전령들이 가져다 주는 붉은 화살(화살촉을 붉게 칠했다)이다.[5] 소설상에도 곤도르 전령이 붉은 화살을 가지고 오는 장면이 있다. 세오덴 왕은 원군을 몰고 간다는 대답을 주고 돌려보냈으나 그 전령이 돌아가는 길에 모르도르군에게 잡혀 죽는 바람에 소식이 전달되지 못했다.[6] 다만 상대가 아무리 혈맹이라도 누메노르 조상들의 유물을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 팔란티르는 사우론 때문에 사용이 금지된 상태였다.[7] 말도 동물인지라 본래 뾰족한 물체를 보면 본능적으로 회피한다. 그래서 실제 기사들의 랜스차징은 보병진을 정면돌파하는 게 아니라 긴 창으로 가장 앞열의 보병들을 찔러 죽이고 후퇴해 새 창을 보급받고 다시 돌격해 찔러죽이는 과정을 반복해 보병진형 붕괴를 유도하는 수준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닥치는대로 돌격해 썰어대는 건 이미 적군이 패퇴할 때 전과확대 단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런데 설정에서 로한의 말들은 '''뾰족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설상에는 펠레노르 평원에서 동부인들의 창기병과 로한인의 창기병들이 서로 격돌하는 장면이 묘사되는데 동부인들의 말은 날카로운 것을 두려워한 반면 로한의 말들은 주인에 대한 경애로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한다. 게다가 충돌직전 오크들이 이미 모랄빵 직전까지 간 상태라 저렇게 뚫는 게 마냥 비현실적이지도 않다. 빛 때문에 눈부셔서 진형도 흐트러졌고 대항한 무기도 파이크도 아닌 조잡한 단창들이라...[8] 즉 세오덴, 에오메르, 에오윈, 그리마, 에오를, 에오세오드 같은 이름은 모두 (설정상) 로한어 원형이 아니라 톨킨이 고대 영어로 치환한 이름이다![9] 1차, 2차 아이센여울 전투와 그 외 자잘한 소규모 전투에서 피해를 입은 후의 전력이다. 그 이전에는 더 많았을 것이다.[10] 세오덴 왕은 곤도르 사절 히르곤에게 최대 10,000명의 기병을 파견할 수 있으나 그리하면 로한을 방어할 병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11] 그런데 왠지 세오덴의 위엄이 아라고른에게 넘어간 면도 있어서, 영화에서는 뱀혓바닥 그리마에게 분노한 세오덴이 이성을 잃고 칼로 쳐 죽이려다가 아라고른이 말리는데, 소설에서는 당당하게 같이 싸우겠냐고 묻는다.[12] 그런데 이건 사실 마술사왕, 즉 나즈굴이 내뿜는 공포에 말들이 통제불능이 된 거다. 에오윈이 그 장소에 남은 것도 말이 죽어서 두 발로 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13] 에오윈도 변장할 때 얼굴을 다 가리는 투구를 쓰고 다니고, 마술사왕과 싸울 때도 쓰다가 마술사왕을 마무리하기 직전 자기가 여자인 것을 밝혀(I am no man) 조롱하기 위해 벗는다.[14]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들 중 이들이 사용하는 검을 보면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데 전형적인 서양검의 형상을 한 아라고른의 검이나 안두릴과 달리 튀어나온 부분이 거의 없는 크로스 가드와 반원 형태의 폼멜, 테이퍼 경사가 거의 없어 양날이 거의 수평에 가까운 것을 보면 노르만 기병이 사용하던 바이킹 소드와 유사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