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1. 그릇의 일종
2. 본래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
3. 아내가 남편에게 늘어놓는 잔소리의 관용적인 표현
4. 필요 이상으로 얻게 됨


1. 그릇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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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열매를 반으로 갈라 속을 비우고 남은 껍질을 말려서 만든 그릇의 일종으로, 현재는 의미가 전용되어 그러한 용도의 그릇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이 되었다. 즉, 현재는 플라스틱 재질이 훨씬 많다.
주로 목욕이나 샤워할때 많이 쓰긴 하지만, 용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익히 알려진 곡물을 퍼담는 역할도 있고, 물을 마실 때 쓰는 임시 물잔의 역할도 맡았으며, 마을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를 때 쓰기도 했고, 악기로도 사용된 적도 있다. 거기에 모자로 쓰고 다니기도 했다. 여하튼 반 구체형 그릇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보면 된다.
어원은 박에 낮춤 혹은 작음을 의미하는 '아지'(송아지, 강아지, 망아지에 쓰이는 그 아지이다.)가 붙어서 탄생하였다. 고로 고유어에 속한다. 다른 문명권에서는 이와 유사한 자연적 그릇이 거의 없었으므로, 한국만의 독자적 전통 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인류의 생활에 중요한 식문화에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릇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민속 신앙의 개념으로 모셔진 경우도 많았다. 흥부전에서도 흥부가 박을 타니 금은보화가 나왔지만 놀부가 박을 타니 도깨비가 나왔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있고, 조선 시대에는 혼례 당시 신랑 신부가 바가지를 밟아서 깨뜨리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는 바가지 깨지는 소리에 놀란 악귀들이 도망가기를 바라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요즘도 같은 목적으로, 이사할 때 살던 집 대문 앞에서 바가지를 놓고 힘차게 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날의 바가지들은 생산성, 위생, 내구도 등의 문제로 플라스틱을 이용한 바가지가 더 많이 쓰인다. 이제 전통 바가지는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 요즘은 시골에서도 플라스틱 바가지들이 널리 쓰인다. 전통 바가지들은 장식품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전통 바가지는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머리 때릴 때 벌칙으로 많이 쓰인다. 쉽게 깨지고, 벌칙 당사자가 큰 물리적 충격을 받지 않으면서 폭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덕에 심심하면 깨지고 찢어져 나간다. 다만 바가지의 내구도와 벌칙 당사자의 머리 상태에 따라 안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서 쉽게 깨지라고 약간 쪼개놓는 경우도 있다. 사실 잘 깨져도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안 깨지면 더 아프다. 물리학을 아는 사람은 운동량 보존 법칙을 생각해 보자.[1] 때문에 예능에서 쓰이는 벌칙용 바가지들은 쉽게 깨지도록 소품 담당들이 미리 흠집을 내놓는다.
한때는 머리를 자를 때도 썼다. 머리에 바가지를 씌운 다음 거기에 맞춰서 잘랐기 때문에 바가지처럼 일자로 잘린 머리를 소위 바가지 머리라고 부른다. 가끔 바가지 표면에 홈이 나서 한 구석만 이상하게 튀어나오는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이사할 때, 이삿짐을 다 싸고 떠나기 직전 옛집 문 앞에서 바가지를 밟아 깨는 관습이 있다. 이는 옛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훼방놓는 귀신들이 바가지 깨는 소리에 놀라 겁을 먹고 따라오지 않도록 하여 새로 이사간 집에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지금은 생략하거나, 플라스틱 바가지를 깬다.
아무튼 여러모로 서민과 친숙한 물건이였기에 많은 관용어들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이하는 전부 바가지를 기원으로 삼는 관용어들.

2. 본래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


rip-off ( (터무니 없는 가격) 바가지를 씌우다)
소위 바가지 썼다고 표현한다. 특이하게도 어원은 중국화교에 있는데, 조선 말기 중국에서 들어온 도박십인계(十人契)라 하여, 1부터 10까지 쓰인 그릇이나 바가지를 놓고 이리저리 섞은 다음 바가지 한개에 돈을 걸고 숫자를 맞추는 도박이었다. 여기서 실패하면 당연히 걸은 돈을 잃게 되므로, 여기서 실패한 사람들이 바가지 + 독박을 썼다 하여 바가지를 썼다고 한 게 유래라는 설이 있다. 확실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런 어원(?)과는 달리 그 활용법은 상당히 다른데, 현대에서의 의미는 터무니 없는 값을 지불한다/하게 만든다는 쪽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위의 어원이 정석이 아닐 수도 있다. 위쪽은 자기가 선택을 잘못해서 당한거고, 실 사용법은 노름이 아니라 알고도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서 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한국어와의 어원은 다르겠지만 일단 거의 모든 문화권/언어에서도 '바가지를 쓰다'라는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상인은 어디서나 존재했고 당연히 악덕 상술도 고르게(...) 발달했으니, 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는 전 세계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의 한국에서는 특히 노량진수산시장[2], 소래포구, 용산 전자상가[3], 테크노마트, 동대문시장,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 전주한옥마을, 강릉시, 평창군, 정선군, 그리고 군인 한정으로 최전방 지역 위락시설 등을 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사실 휴가철 유명한 휴양지에서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해외에서도 도심이나 관광지에선 매우 조심해야 하는데, 같잖은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대뜸 같이 사진 찍자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은 후 사진값을 요구하거나, 비둘기 모이를 손에 무작정 쥐어준 후 모이값을 요구하거나, 신호 대기 중인 차에 다가와 유리창을 수건으로 대충 문지르더니 세차값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선 대대적으로 단속하나 서유럽이든 북미든 동남아든 모든 관광지에 이런 부류는 널리고 널려있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어디나 택시 탈 때는 가급적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 컴퓨터, 자동차 등을 수리할 때는 딱히 정해진 가격 없이 그냥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바가지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설사 바가지임을 알고 있어도 구체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항의도 못하고...
그리고 조폭택시 역시 바가지로 악명높다. 택시를 탈 때 주의하자. 여기는 바가지 이전에 협박 및 폭행부터가 법에 걸린다.[4]
대한민국군인들 중 병사(주로 육군)들 중 강원도에 위치한 군부대의 경우에는 위수지역 내에 있는 상인들에 의해 바가지를 많이 쓰게 된다. 특히 휴전선과 인접한 강원도 전방 지역인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바가지 문제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지역이 양구군이다.[5] 다만 2019년 부로 위수지역 폐지가 발표되면서 바가지 문제는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신조어로는 창렬이라는 표현이 있다. 다만 바가지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매긴다는 의미의 표현이라면 창렬은 내용물의 부실함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피처폰의 써킷/패킷당 과금체계도 바가지를 쓰도록 짜여져있다.[6]
이런 시장에 갈 때는 무조건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두고 현장에서는 흥정부터 하고 가자.
과거 인천광역시 광역버스는 인천.부천을 기반으로 강남발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도심행 노선들 전부 및 일부 강남행 노선들을 전부 삼화고속이 독점했는데 삼화고속이 타지보다도 700원가량 훨씬 더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서 경기도나 서울이 1800원 받을때 인천쪽만 2500원을 징수했다. 이렇게 비싸게 받아먹으면서 독점의 힘으로 배짱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7] 정작 그 삼화고속은 기사 처우 등 내부 문제로 혼란을 겪다가 광역버스에서 모두 철수하고 고속버스만 운행하고 있다.

3. 아내가 남편에게 늘어놓는 잔소리의 관용적인 표현


소위 바가지 긁는다고 한다. 본디 민간에서 쥐통(괴질)이 돌 때 병 귀신을 쫒기 위해 바가지를 득득 긁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던 풍속이 있었는데, 아내의 잔소리가 저 귀신도 도망가는 바가지 소리만큼이나 듣기 껄끄럽다는 것에서 온 표현이다.
바가지로 쌀이 없는 쌀뒤주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어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 빈곤함을 간접적으로 항의하는 것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유명한 해적 중 하나인 스티드 보넷마누라의 바가지를 견디다 못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해적이 되었다. 다만 이쪽은 살림살이 형편은 괜찮았다는 걸 보면 이것저것 잡다한 잔소리가 많았던 듯.

4. 필요 이상으로 얻게 됨


바가지의 특성상 대부분 크기가 매우 큼직하므로, 바가지로 무언가를 퍼올리면 그 양이 생각보다 많이 퍼오르는 경우가 잦다. 여기서 착안하여 무언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얻게 되면 바가지로 먹었다는 말이 쓰이곤 한다.
다만, 여기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얻었다는것은 '생각지도 않게 좋은 결과를 많이 얻었다'는 뜻이 아니고, '생각지도 않게 결과를 많이 얻었다'는 뜻으로 쓰이므로, 보통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당장 가장 많이 쓰이는 용법인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라는 관용구만 봐도 알 수 있듯이...따라서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5. 한국의 테크노 프로듀서/DJ


자세한 내용은 Bagagee Viphex13 문서로.
[1] 쉽게 풀이하자면, 바가지가 머리에 부딪혀서 조각으로 깨지는 데에 운동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바가지가 깨지지 않는다면, 운동에너지는 고스란히 머리로 몰린다.[2] 그냥 수산시장이 바가지의 천국이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경험이 없으면 시가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부르는 게 값.[3] 이쪽은 용팔이용산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4] 부산광역시, 특히 그 중에서도 부산역이 조폭택시로 특히 악명 높은데 다른 택시기사에게 영업할 생각 말고 꺼지라는 식으로 시비를 걸면 100% 조폭택시니 이용하지 말자. 부산역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폭택시 조직이 검거됐다는 뉴스가 유독 부산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잘 뜬다.[5] 군인이 많아도 근처에 민간인이 많이 살아 경제가 군인을 주축으로 돌아가지 않는 지역에서는 군인을 우대해주면 우대해줬지,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 대표적으로 공군기본군사훈련단이 있는 진주제1전투비행단이 있는 광주, 혹은 수도방위사령부 등이 있다. 제5공중기동비행단은 근처에 김해공항이 있어서 예외이며, 이곳에서는 공항 터미널에서 식사한다던지, 혹은 공항리무진을 타면 바가지를 쓴다. 다만 여긴 특성상 민간인들도 똑같은 수준으로 바가지를 쓴다는 게 차이이며, 태화공항버스 등 군인 수요가 많은 공항리무진에서는 복귀 시 부대 앞에서 내리게도 해 주는 등 할 수 있는 만큼의 우대를 해준다.[6] 0.5KB당 텍스트만 6.5→4.55원을 내야하며 나머지는 텍스트보단 저렴하다. 써킷은 10초당 비할인 17월 할인 10원 심야 7원정도로 터무니없는 요금을 내야했다.[7] 이 결과 일어난 것이 소신여객 700번 광화문 연장 반대와 인천 논현 기점 광역급행버스 경원여객 M6410번 경기도 운임 징수 반발 사건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