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에테 관현악단을 위한 모음곡
Suite für Varieté-Orchester/Suite for stage variety orchestra
구 소련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 모음곡. 흔히 '''재즈 모음곡 제2번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곡'''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주로 교향곡이나 협주곡, 실내악 등 진지한 클래식 장르의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가벼운 여흥 음악에 대한 흥미도 꾸준히 갖고 있었다. 심지어 예술에 대한 규제가 덜했던 레닌 집권기에는 미국 작곡가 빈센트 유먼스의 폭스트롯 '둘이서 차를(Tea for Two)' 을 독특한 음색의 관현악 소품으로 편곡하기도 했고, 또 재즈나 블루스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소련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던 대중 예술로 바리에테 쇼가 있었는데, 공연장에서 노래와 춤, 코미디, 서커스, 마술 등이 잡다하게 펼쳐지는 영국의 뮤직홀 쇼를 프랑스에서 수입한 이래 고유명사가 된 공연 장르였다. 바리에테 쇼는 이후 오페레타와 결합해 좀 더 통일성을 갖춘 음악극인 레뷰(Revue)라는 파생 장르를 낳았고, 이 레뷰도 미국으로 넘어가 뮤지컬로 변화했기 때문에 서양 예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2차대전 이후로는 재즈나 록 음악, 팝 음악의 번성으로 인해 크게 쇠퇴하게 되었는데, 문화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었던 소련과 동유럽 쪽에서는 1950~60년대까지도 여전히 대중적인 오락 수단이었다. 쇼스타코비치도 아마 이런 사회적 특수성을 감안해 이 곡을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쇼스타코비치의 '가벼운'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곡이기도 한데, 원래 단일 작품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써둔 영화 OST라든가 스탈린 집권 이전에 한 때 몰두하기도 했던 발레에서 따온 곡들을 짜깁기한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 외에도 후배 작곡가인 레폰 아톱먄(Levon Atovmian)이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구작에서 짜깁기한 소위 '발레 모음곡' 네 편을 만드는 작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작곡 시기는 불명확한데, 사용된 곡 중 가장 마지막 시기의 것이 1955~56년에 작곡한 영화음악 '첫 번째 군용열차(Первый эшелон)' 에서 따온 왈츠라서 아무리 빨라도 1956년 혹은 그 이후에야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모두 여덟 개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곡인 행진곡과 마지막 곡인 피날레를 제외하면 비슷한 성격의 곡들이 모두 묶여 있는 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주할 경우 식상해지기가 쉽기 때문에, 대개 폴카 스타일의 빠른 곡들과 약간 느릿한 템포의 왈츠를 번갈아 가며 끼워넣어 연주하고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영국 음반사 데카에 취입한 이래 보편화되어 있는 배열에 따라 설명하고자 한다.
첫 곡인 행진곡은 1940년에 작곡한 영화 '코르진키나의 모험(Приключения Корзинкиной)' 의 OST에서 따온 것으로, 박력 만점인 군대식 행진곡이라기 보다는 서커스나 오페레타 풍의 가볍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두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다섯 번째 곡)인 서정적 왈츠(Lyric Waltz)는 제목 답게 왈츠 리듬을 타고 진행되지만, 빈 왈츠와 달리 색소폰이 연주하는 다소 우울한 단조의 멜로디가 주가 되어 진행된다.
세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두 번째 곡)인 춤곡 I은 1955년에 쓴 영화 '등에(Овод)' 의 OST에서 빌어온 것인데,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빠른 속주로 제시되는 멜로디가 보여주듯이 상당히 빠르고 쾌활한 폴카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여섯 번째 곡)은 왈츠 I로 되어 있는데, 앞에 나온 서정적 왈츠나 이후 나올 왈츠 II와 달리 밝은 장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곡도 빈 왈츠라기 보다는 선배 차이콥스키의 발레에서 나올 법한 스타일이다.
다섯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네 번째 곡)인 작은 폴카(Little Polka)는 실로폰이 특유의 가벼운 음색으로 제시하는 선율이 주가 되는데, 이외에도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빠른 속주와 트롬본의 글리산도 등이 더해져 속도감과 익살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여섯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일곱 번째 곡)인 '''왈츠 II'''(유튜브)는 이 곡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데, 상술한 대로 영화 '첫 번째 군용열차' OST에서 따왔고 왈츠 I과 마찬가지로 좀 우울한 느낌의 색소폰 선율이 주가 되고 있다.
춤곡 II라고 되어 있는 일곱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세 번째 곡)은 춤곡 I과 마찬가지로 쾌활한 폴카 스타일의 곡인데, 다만 중간부에서는 갑자기 템포와 박자가 바뀌어 왈츠 식으로 흘러간다. 이 곡은 1930~31년에 작곡한 두 번째 발레인 '볼트' 중 '무언극과 교황의 춤' 으로, 이후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발레 작품이 된 '맑은 시냇물' 에서도 '만남의 초대' 라는 제목으로 그대로 전용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첫 번째 곡과 마찬가지로 영화 '코르진키나의 모험' OST에서 따온 쾌활한 곡으로, 후반부에서 첫 번째 곡인 행진곡 선율이 인용되며 끝맺는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2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오보에/클라리넷 2/알토색소폰 2/테너색소폰 2(소프라노색소폰을 겸함)/바순/호른 3/트럼펫 3/트롬본 3/튜바/팀파니/트라이앵글/탬버린/스네어드럼/베이스드럼/심벌즈/서스펜디드 심벌즈/글로켄슈필/실로폰/비브라폰/기타/하프/첼레스타/피아노 두 대 (혹은 네 손 연탄)/아코디언/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목관과 금관 규모가 좀 줄어든 대신 색소폰과 기타, 아코디언 등 평상시의 관현악단에 상비되지 않는 악기들이 추가되어 있다.
쇼스타코비치 생전에 출판된 기록이 없어서 초연 기록은 확실치 않은데, 1988년 12월 1일에 영국 런던에서 소련 출신 망명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였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지휘로 열린 공연이 서방 초연이었다. 다만 이 때는 원제가 아닌 '재즈 모음곡 제2번' 으로 잘못 소개되었고, 이후 레알 재즈 모음곡 2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어느 음반이나 공연에서도 계속 이 제목이 사용되었다.
첫 음반도 곡 자체가 뒤늦게 소개된 만큼 1991년에 가서야 만들어졌는데, 리카르도 샤이가 네덜란드의 왕립 콘서트허바우 관현악단을 지휘해 데카에 취입한 것이었다. 재즈 모음곡 제1번 등의 작품들과 함께 '재즈 앨범(Jazz Album)' 이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발매되었는데, 상당한 판매고를 올려 이 곡을 쇼스타코비치의 인기작들 중 하나로 격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 저 데카 음반의 왈츠 II를 삽입했고, 이후에도 온갖 텔레비전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 심심하면 BGM으로 삽입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릴러 영화 텔 미 썸딩 과 멜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흘러나온 이래 쇼스타코비치는 몰라도 이 왈츠 멜로디는 아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덕분에 한국 관현악단들도 심심하면 이 왈츠를 앵콜곡으로 선곡해 연주하고 있다.
출판은 소련이 붕괴한 뒤 진행되고 있는 쇼스타코비치 사료 연구에 따라 간행된 '쇼스타코비치 신전집' 을 통해 성사되었고, 이후 미국의 셔머, 독일의 시코르스키, 일본의 젠온 등 제휴 음악출판사들이 라이선스를 얻어 악보를 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젠온 혹은 시코르스키의 포켓 스코어.
제라드 맥버니가 편곡한 '재즈 모음곡 제2번' 원곡.
로스트로포비치의 서방 초연 이후에도 한 동안 진짜 재즈 모음곡 2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쇼스타코비치는 1934년에 작곡한 재즈 모음곡 제1번에 이어 1938년에도 빅토르 크누셰비츠키가 이끌던 소련 국립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해 두 번째 재즈 모음곡을 작곡했지만, 2차대전의 혼란 속에서 악보가 소실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바리에테 관현악단을 위한 모음곡이 재즈 모음곡 2번으로 둔갑해 인기를 얻고 있던 1999년에 러시아 음악학자 마나시르 야쿠보프가 이 곡의 피아노 악보를 발견했고, 1년 뒤 영국 작곡가 제라드 맥버니가 재즈 모음곡 1번과 당시 소련 국립 재즈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을 참고한 빅 밴드 용으로 편곡해 BBC가 주최하는 대규모 음악제인 프롬스의 마지막 밤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이 곡도 그냥 원제 대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대중적으로는 재즈 모음곡 2번이라는 호칭이 쓰이고 있어서 곡명 밑에 괄호로 '잘못된' 호칭까지 병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의 자필보에 따로 '1번' 이라는 번호를 기입했는데, 이 때문에 이 모음곡의 후속작인 2번이 있을 까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 2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다만 쇼스타코비치의 전기 작가인 데릭 흄이 2000년에 제2번의 악보가 발견되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이 악보는 아직 쇼스타코비치의 진본인지 확인하는 연구 혹은 편집 작업 중인지, 악보 출판이나 녹음은 2013년 현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구 소련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 모음곡. 흔히 '''재즈 모음곡 제2번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곡'''이다.
1. 개요
쇼스타코비치는 주로 교향곡이나 협주곡, 실내악 등 진지한 클래식 장르의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가벼운 여흥 음악에 대한 흥미도 꾸준히 갖고 있었다. 심지어 예술에 대한 규제가 덜했던 레닌 집권기에는 미국 작곡가 빈센트 유먼스의 폭스트롯 '둘이서 차를(Tea for Two)' 을 독특한 음색의 관현악 소품으로 편곡하기도 했고, 또 재즈나 블루스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소련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던 대중 예술로 바리에테 쇼가 있었는데, 공연장에서 노래와 춤, 코미디, 서커스, 마술 등이 잡다하게 펼쳐지는 영국의 뮤직홀 쇼를 프랑스에서 수입한 이래 고유명사가 된 공연 장르였다. 바리에테 쇼는 이후 오페레타와 결합해 좀 더 통일성을 갖춘 음악극인 레뷰(Revue)라는 파생 장르를 낳았고, 이 레뷰도 미국으로 넘어가 뮤지컬로 변화했기 때문에 서양 예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2차대전 이후로는 재즈나 록 음악, 팝 음악의 번성으로 인해 크게 쇠퇴하게 되었는데, 문화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었던 소련과 동유럽 쪽에서는 1950~60년대까지도 여전히 대중적인 오락 수단이었다. 쇼스타코비치도 아마 이런 사회적 특수성을 감안해 이 곡을 만든 것으로 여겨진다.
쇼스타코비치의 '가벼운'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곡이기도 한데, 원래 단일 작품으로 구상된 것이 아니라 이전에 써둔 영화 OST라든가 스탈린 집권 이전에 한 때 몰두하기도 했던 발레에서 따온 곡들을 짜깁기한 작품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 외에도 후배 작곡가인 레폰 아톱먄(Levon Atovmian)이 비슷한 방법으로 자신의 구작에서 짜깁기한 소위 '발레 모음곡' 네 편을 만드는 작업을 승인하기도 했다.
작곡 시기는 불명확한데, 사용된 곡 중 가장 마지막 시기의 것이 1955~56년에 작곡한 영화음악 '첫 번째 군용열차(Первый эшелон)' 에서 따온 왈츠라서 아무리 빨라도 1956년 혹은 그 이후에야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2. 곡의 형태
모두 여덟 개 대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곡인 행진곡과 마지막 곡인 피날레를 제외하면 비슷한 성격의 곡들이 모두 묶여 있는 식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연주할 경우 식상해지기가 쉽기 때문에, 대개 폴카 스타일의 빠른 곡들과 약간 느릿한 템포의 왈츠를 번갈아 가며 끼워넣어 연주하고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이탈리아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영국 음반사 데카에 취입한 이래 보편화되어 있는 배열에 따라 설명하고자 한다.
첫 곡인 행진곡은 1940년에 작곡한 영화 '코르진키나의 모험(Приключения Корзинкиной)' 의 OST에서 따온 것으로, 박력 만점인 군대식 행진곡이라기 보다는 서커스나 오페레타 풍의 가볍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두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다섯 번째 곡)인 서정적 왈츠(Lyric Waltz)는 제목 답게 왈츠 리듬을 타고 진행되지만, 빈 왈츠와 달리 색소폰이 연주하는 다소 우울한 단조의 멜로디가 주가 되어 진행된다.
세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두 번째 곡)인 춤곡 I은 1955년에 쓴 영화 '등에(Овод)' 의 OST에서 빌어온 것인데,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빠른 속주로 제시되는 멜로디가 보여주듯이 상당히 빠르고 쾌활한 폴카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여섯 번째 곡)은 왈츠 I로 되어 있는데, 앞에 나온 서정적 왈츠나 이후 나올 왈츠 II와 달리 밝은 장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곡도 빈 왈츠라기 보다는 선배 차이콥스키의 발레에서 나올 법한 스타일이다.
다섯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네 번째 곡)인 작은 폴카(Little Polka)는 실로폰이 특유의 가벼운 음색으로 제시하는 선율이 주가 되는데, 이외에도 클라리넷과 색소폰의 빠른 속주와 트롬본의 글리산도 등이 더해져 속도감과 익살을 배가시켜주고 있다. '''여섯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일곱 번째 곡)인 '''왈츠 II'''(유튜브)는 이 곡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인데, 상술한 대로 영화 '첫 번째 군용열차' OST에서 따왔고 왈츠 I과 마찬가지로 좀 우울한 느낌의 색소폰 선율이 주가 되고 있다.
춤곡 II라고 되어 있는 일곱 번째 곡(악보상으로는 세 번째 곡)은 춤곡 I과 마찬가지로 쾌활한 폴카 스타일의 곡인데, 다만 중간부에서는 갑자기 템포와 박자가 바뀌어 왈츠 식으로 흘러간다. 이 곡은 1930~31년에 작곡한 두 번째 발레인 '볼트' 중 '무언극과 교황의 춤' 으로, 이후 세 번째이자 마지막 발레 작품이 된 '맑은 시냇물' 에서도 '만남의 초대' 라는 제목으로 그대로 전용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첫 번째 곡과 마찬가지로 영화 '코르진키나의 모험' OST에서 따온 쾌활한 곡으로, 후반부에서 첫 번째 곡인 행진곡 선율이 인용되며 끝맺는다.
관현악 편성은 플루트 2(2번 주자는 피콜로를 겸함)/오보에/클라리넷 2/알토색소폰 2/테너색소폰 2(소프라노색소폰을 겸함)/바순/호른 3/트럼펫 3/트롬본 3/튜바/팀파니/트라이앵글/탬버린/스네어드럼/베이스드럼/심벌즈/서스펜디드 심벌즈/글로켄슈필/실로폰/비브라폰/기타/하프/첼레스타/피아노 두 대 (혹은 네 손 연탄)/아코디언/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목관과 금관 규모가 좀 줄어든 대신 색소폰과 기타, 아코디언 등 평상시의 관현악단에 상비되지 않는 악기들이 추가되어 있다.
3. 초연과 녹음, 출판
쇼스타코비치 생전에 출판된 기록이 없어서 초연 기록은 확실치 않은데, 1988년 12월 1일에 영국 런던에서 소련 출신 망명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였던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지휘로 열린 공연이 서방 초연이었다. 다만 이 때는 원제가 아닌 '재즈 모음곡 제2번' 으로 잘못 소개되었고, 이후 레알 재즈 모음곡 2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어느 음반이나 공연에서도 계속 이 제목이 사용되었다.
첫 음반도 곡 자체가 뒤늦게 소개된 만큼 1991년에 가서야 만들어졌는데, 리카르도 샤이가 네덜란드의 왕립 콘서트허바우 관현악단을 지휘해 데카에 취입한 것이었다. 재즈 모음곡 제1번 등의 작품들과 함께 '재즈 앨범(Jazz Album)' 이라는 제목의 음반으로 발매되었는데, 상당한 판매고를 올려 이 곡을 쇼스타코비치의 인기작들 중 하나로 격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에 저 데카 음반의 왈츠 II를 삽입했고, 이후에도 온갖 텔레비전 광고와 영화, 드라마에 심심하면 BGM으로 삽입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스릴러 영화 텔 미 썸딩 과 멜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흘러나온 이래 쇼스타코비치는 몰라도 이 왈츠 멜로디는 아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덕분에 한국 관현악단들도 심심하면 이 왈츠를 앵콜곡으로 선곡해 연주하고 있다.
출판은 소련이 붕괴한 뒤 진행되고 있는 쇼스타코비치 사료 연구에 따라 간행된 '쇼스타코비치 신전집' 을 통해 성사되었고, 이후 미국의 셔머, 독일의 시코르스키, 일본의 젠온 등 제휴 음악출판사들이 라이선스를 얻어 악보를 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젠온 혹은 시코르스키의 포켓 스코어.
4. 진짜 '재즈 모음곡 제2번' 은?
제라드 맥버니가 편곡한 '재즈 모음곡 제2번' 원곡.
로스트로포비치의 서방 초연 이후에도 한 동안 진짜 재즈 모음곡 2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쇼스타코비치는 1934년에 작곡한 재즈 모음곡 제1번에 이어 1938년에도 빅토르 크누셰비츠키가 이끌던 소련 국립 재즈 오케스트라를 위해 두 번째 재즈 모음곡을 작곡했지만, 2차대전의 혼란 속에서 악보가 소실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바리에테 관현악단을 위한 모음곡이 재즈 모음곡 2번으로 둔갑해 인기를 얻고 있던 1999년에 러시아 음악학자 마나시르 야쿠보프가 이 곡의 피아노 악보를 발견했고, 1년 뒤 영국 작곡가 제라드 맥버니가 재즈 모음곡 1번과 당시 소련 국립 재즈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을 참고한 빅 밴드 용으로 편곡해 BBC가 주최하는 대규모 음악제인 프롬스의 마지막 밤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이 곡도 그냥 원제 대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대중적으로는 재즈 모음곡 2번이라는 호칭이 쓰이고 있어서 곡명 밑에 괄호로 '잘못된' 호칭까지 병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의 자필보에 따로 '1번' 이라는 번호를 기입했는데, 이 때문에 이 모음곡의 후속작인 2번이 있을 까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 2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다만 쇼스타코비치의 전기 작가인 데릭 흄이 2000년에 제2번의 악보가 발견되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이 악보는 아직 쇼스타코비치의 진본인지 확인하는 연구 혹은 편집 작업 중인지, 악보 출판이나 녹음은 2013년 현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