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일랜즈
1. 개요
'''그의 이름은 반세기의 게으름보다도 반년간의 각성 덕에 후대에 남았다.'''
Walter Islands[2]'''"말씀하신 대로 저는 3류 정치가입니다.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것도 당신 덕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망국의 위선자로서 역사에 악명을 남기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 - 은하제국군의 하이네센 강습 직후,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려는 트뤼니히트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면서
은하영웅전설의 자유행성동맹측 인물.
동맹의 통치기구인 최고평의회 일원으로 욥 트뤼니히트 파벌의 정치가. 을지 해적판 번역은 월터 아이랜즈, 서울문화사판에서는 월터 아이란즈였는데 이타카판에서 월터 아일랜즈로 번역했다. 철자를 봐도 아이랜즈나 아이란즈란 발음은 나올 수가 없다.
우주력 799년 2월 트류니히트의 실종부터 5월 초 하이네센 함락까지 사실상 최고평의회 의장 권한대행[3] 으로서 자유행성동맹의 임시 수반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2. 작중 행적
2.1. 각성 전: 부패하고 한심한 3류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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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령 침공작전의 여파로 중도파의 샌포드 정권은 붕괴되었다. 최고평의회 의장 로열 샌포드를 포함한 평의회 전원이 불명예스럽게 사임하였고 그 뒤를 이어 침공작전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전직 국방위원장 욥 트뤼니히트가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최고평의회 의장에 당선되며 정권을 잡게된다. 트뤼니히트는 자신의 후임자로 수하 네그로폰테를 지명하였으나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직전, 이제르론 요새의 양 웬리 대장의 사문회를 단행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였고 트뤼니히트는 월터 아일랜즈를 신임 국방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5] 사실 트뤼니히트는 아일랜즈를 그다지 신임하지 않았지만, 독재자의 출현을 우려한 동맹의 선구자들이 최고평의회 의장과 국방위원장의 겸직을 금지했기[6] 때문에 바지사장으로서 아일랜즈를 임명할 수 밖에 없었다.아일랜즈가? 그 2류 브로커가 뭘 할수 있단 말이야? '''군수산업에서 리베이트 챙기는 것 외엔 능력도 없는 놈''' 아니야? '''트뤼니히트보다 더한 녀석이라고!''' - 은하제국의 페잔회랑 침공 직후, 트뤼니히트가 잠적했고 대신 아일랜즈가 평의회를 주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언론인의 한숨.[4]
새롭게 국방위원장으로 임명된 월터 아일랜즈는 은하제국군이 침공한 시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하게 이제르론 요새로 복귀하는 양 웬리 제독에게 제 1함대를 지원병력으로 붙여 파견해야 한다는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의 요청을 수도 방위를 전담하는 1함대가 파견되면 수도 방위에 공백이 생긴다는 이유로 거부하였고 지역 성계에 배치된 방위함대들을 긁어모으면 '''대충 5천가량 나올테니 그걸 파견하라'''는 충격적인 지시를 내린다.[7]
이런 무능한 행보에도 양 웬리 대장을 비롯한 이제르론 수뇌부의 노력으로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이 대승으로 마무리지어졌고 멸망의 기로에서 벗어난 뒤에도 아일랜즈는 정신을 못차리고 군수기업에서 뇌물을 받아챙기고 국방위원장 공금으로 '개인적인 여행'을 떠나며 '부인이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하는, 전형적인 쓰레기 정치꾼의 표본이나 다름 없었다. 군사적인 식견도 드러낸 바 없이 트뤼니히트의 부하 답게 트뤼니히트와 사무부국, 군부를 연결하는 연락책 업무만 열심히 수행했다. 은하제국 정통정부 성립 이후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으로부터 은하제국군이 페잔 회랑 방면으로 전격적으로 침공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하였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며 제국재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이 이끄는 대규모 제국군 함대가 페잔을 점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버리고 만다.
트뤼니히트의 심복들로 채워진 동맹정부는 이 사실을 숨기고 언론의 보도를 막은 채 '이 사실을 언제쯤 공개해야하나'를 주제로 회의나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하였고[8] 최고평의회 의장 트뤼니히트는 그간 자신있게 주장하던 '주전론'을 실천하기는 커녕 '이번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짤막한 입장표명을 끝으로 '''잠적해버렸다.'''
동맹정부는 트뤼니히트의 지시에 순종하는 '충견'들로 채워져있었다. 최고평의회에는 트뤼니히트 '각하'의 뜻에 따르며 잠깐씩은 자신들만의 소소한 이득을 챙기던 무능한 '쓰레기들'밖에 없었고 국가위기상황에서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도망쳐버리자, 이들은 차마 도망치지는 못했지만 자리에 앉아 그 어떠한 행동도, 발언도 하지 않은 채 충격에 빠져만있었다.
정부는 마비되었다. 군부의 1인자 통합작전본부장 도슨 대장은 자신은 트뤼니히트에게 '''정치적으로 충성한 대가'''로 본부장으로 임명된 것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집무를 포기하였고 이렇게 정부에 이어 군부까지 마비되었다. 시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국가의 운명은 바람 앞의 작은 촛불과도 같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양 웬리조차 예상치 못한 이변이 발생한다.'''[9]
2.2. 각성 후: 자유행성동맹의 마지막 수호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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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명운이 위태롭고 민주공화주의의 정신이 백척간두에 서자, 오십년 간 마음 속 깊은 곳에 묻혀만 있던 인간 월터 아일랜즈의 '양심'과 '의무'가 눈을 뜨며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참된 정치인으로 각성한 아일랜즈의 외모는 열 살이나 어려진 것처럼 피부에 광택이 돌고 등이 쭉 펴졌다. 사라진 머리카락은 돌아오지 않았지만.[11]'''"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야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군요. "''' - 은하제국군의 페잔 점령소식이 알려진 이후 각성하여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을 찾아가 동맹군의 방침을 의논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새로 태어난 월터 아일랜즈는 국가원수가 도주하여 붕괴 직전에 몰린 최고평의회를 장악하였다. 이때 진행된 내각회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뤼니히트 밑에서 기꺼이 앞잡이 역할을 자진하던 무능한 각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아일랜즈 혼자 의견을 내고 대책을 내고 다른 평의원들은 고개만 끄덕거렸다.'''[12]"전투지휘는 제복 입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우리가 결단해야 할 일은 항복이냐 항전이냐 아니겠습니까? 다시 말해 우리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명시하고, 군부에 도움을 청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무턱대고 혼란에 빠져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 사태의 책임은 결국 최전선 군인들이 짊어질 것입니다. 그려먼 그들은 무익한 희생만을 치르고, 결국 무질서 속에 와해되겠지요. 이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자살을 뜻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항복을 주장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으므로 국방위원장은 의제를 바꾸었다.
"그러면 항전하기로 하고, 동맹의 전 영토를 초토화해가며 전 국민이 사멸할 때까지 침략군과 싸울 것인지, 아니면 강화,講和, 조약 내지는 평화 조약을 목적으로 가급적 유리한 조건을 얻을 때까지 정치적 환경을 갖출 것인지...... 그러기 위한 기술적인 수단으로써 무력을 선택할 것인지, 그 부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다른 각료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침묵에 잠겼다. 사태의 심각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국방위원장의 침착함과 명석함이 그들의 고정관념에 비례한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식,伴食, 능력도 없이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라는 단어의 살아있는 예시였던 국방위원장이, 이제는 뛰어난 통찰력과 상황인식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최선의 해결로 이르는 최단의 길을 동료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격조 높은 말재간을 무기로 삼아서.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7
정부의 방침을 결정한 아일랜즈는 즉시 자리를 떠나 '강화협정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점하기 위해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였다. 바로 전날 아일랜즈의 무식함과 무력함을 심하게 비판했던 뷰코크는 이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 했지만,[13] 아일랜즈가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강화를 위한 군사적 행동'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그 사람됨이 급변했다는 것을 깨닫고 전격적인 협력을 약속하였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맹군의 방어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었다.[14][15]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장 도슨 대장이 집무를 포기한 이상, 군권을 거머쥐게 된 뷰코크 대장은 군부를 장악하고 전권을 휘두르는건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원칙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최고결정권자인 도슨 대장을 찾아가 수립한 계획안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았다.[17]"국방위원장의 수호천사가 갑자기 근로의욕에 눈을 뜬 모양이구먼. 안 그러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 아일랜즈 국방위원장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찾아와 협조를 요청하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8
이후 뷰코크 대장과 양 웬리 대장, 그리고 그들의 부하들을 1계급 승진시켜[18] 사기 증진을 꾀하고[19] 세부 작전 사항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며 군부의 자율적인 행동을 보장함과 동시에 자신이 장악한 행정부 기능을 가동시켜 국가 붕괴를 막고 방어 체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이전에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만 해도 수도 방위를 이유로 제 1함대의 파견을 거부한 바 있던 아일랜즈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이네센 방위를 담당할 함선을 단 1척도 남기지 않고 양 웬리에게 파견'''하였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제 14, 15함대의 잔존 병력이 '''허가도 없이 양 웬리에게 합류했으나 묵인해주었다.'''
직접적인 분석이나 평가가 작중에 나온 적은 없지만, 아일랜즈가 각성한 이후로 재평가받는 부분으로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 명확하면서도 현실적인 전쟁전략 지침 수립
이런 방침은 아일랜즈가 당시 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간 군사력 격차가 뒤집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또한 아일랜즈가 트뤼니히트를 중심으로 하는 강경 주전론파에[21] 속했음에도 제국과 강화를 추진할 만큼 정치적인 식견을 가지고 현실적 사고를 바탕으로 정부의 전쟁전략 지침을 수립한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뷰코크 대장 또한 현실적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요격태세를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일랜즈가 뷰코크에 강화를 위한 정치적 환경 조성을 위한 군사적 승리를 요청할 때 뷰코크가 괜히 아일랜즈를 극찬한 것이 아니다. 물론 양이 라인하르트를 전사시키자는 것에 호응한 것을 보면 그도 비교적 안전해보일지는 몰라도 동맹이 불리한 강화조약으로 연명하는 것 보다는 위험하지만 제국을 상대로 이겨 동맹을 확실히 존속케 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 것 같지만 어차피 이는 국가원수로서 당연하긴 하다. 제국과 화평을 맺는다면 어차피 불리해질 수 밖에 없고 이제르론 회랑과 페잔 회랑만은 확실히 넘겨주어야 하는 국방상으로 보면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만큼 국가원수로서는 가능성은 집어치우고 적 수장을 죽여 적을 사분오열하게 만들 확실한 방안이 있다면 그쪽을 택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는 이후 바라트 화약-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이후의 동맹정부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월터 아일랜즈는 대단한 일을 해낸거다. 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이 수립되고 제국군이 밀려왔음에도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때와는 달리 동맹정부는 조안 레벨로 의장이 정신을 놓아버리면서 마비되었고 결국 동맹군 그것도 우주함대 사령장관 단독으로 전쟁의 모든 준비를 총괄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이 시점에서 동맹에게 이미 가망은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뚜렷한 대책이라도 세운것과 세우지 못한것과의 괴리는 큰 법이다.
- 임시 국가수반으로서 전시 국가행정 총괄
그런 위기에서 아일랜즈는 그동안 보여준 적 없는 지도력을 발휘하며 붕괴 위기에 처한 중앙정부를 추스려 자멸을 막았다. 이후로도 실질적인 국가수반으로서 정부가 해야할 방침과 정책을 시행하며 실전을 치룰 군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 직접적 묘사는 없지만,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이전에 동맹군 수뇌부의 회의에서 뷰코크가 "시민들을 산간 지역으로 대피시키긴 했지만..." 이라는 말을 하는데 당시 군부는 전쟁준비 때문에 과로를 하다 결국 뷰코크의 부관 파이펠 소령이 심장 발작으로, 총참모장 오스만 중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각각 순 수울과 춘우 지엔으로 교체된 정황으로 보면 군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런 건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일인 만큼 정부에 의한 전쟁에 대비한 시민들의 대피도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뷰코크 대장이 지휘하는 동맹 함대가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패배한 뒤에도 수도 하이네센은 물자 부족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었지만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큰 문제없이 유지되고 있었으며[24] 치안 상황도 매우 안정적이었다. 또한 율리안 민츠와 동맹 페잔 주제무관들이 제국 구축함을 탈취해 복귀하자 이를 발빠르게 이용해 전시선전을 펼쳐 국민 사기를 고양시키는 등[25] 전시국가행정이 완벽하게 수행되고 있었다. 후일 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 당시 조안 레벨로와 행정부 수반들이 정신줄을 놔버린 탓에 군부는 혼자서 제국군에 맞서 싸울 준비에 나섰고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는 커녕 기초적인 치안 유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도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등 대규모 혼란이 발생 했던 것과 비교하면 월터 아일랜즈는 실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26] 불과 1~2년전 벌어진 구국군사회의도 이것에 실패해서 하이네센 시민들의 민심을 잃었다는 것을 보면 진정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 인재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이 때 동석해 있던 뷰코크는 그동안 꾹꾹 억눌러왔던 감정을 쏟아낸 후[29] 그나마 트뤼니히트를 죽여 양이 제지를 받지 못하도록 하려 했지만, 결국 트뤼니히트가 지구교도들을 동원하여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실패한다."제국군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소. 무차별 공격을 언급한 이상 그럴 수 밖에 없지."
아일랜즈 국방위원장이 항의하자 트뤼니히트의 두 눈에서 바늘을 내던지는 듯한 시선이 날아갔다.
"내가 정식으로 리콜이라도 당했던가?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렇다면 종전을 결정할 책임과 자격이 내 손에 있다는 뜻일세. 그 책임을, 그 자격을 가진 자가 다하겠다는 것 아닌가."
"부디 그만두십시오."
국방위원장의 목소리는 분노보다도 비참함에 흔들리고 있었다.
"민주정치 제도를 악용해 그 정신과 역사를 더럽힐 권리는 각하에게 없습니다. 각하 혼자서, 국부 알레 하이네센 이래 2세기 반에 걸쳐 쌓아 왔던 민주국가의 역사를 타락시킬 생각이십니까?"
트뤼니히트의 입술 양끝이 올라간다 싶더니, 그의 얼굴은 한층 더 가면 같은 인상을 더해갔다.
"이젠 아주 훌륭한 말씀을 다 지껄이시는군. 아일랜즈 군. 자네는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네만, 나는 똑똑히 기억하네. 부디 각료로 삼아달라고 우리 집에 값비싼 은식기 세트를 들고 왔던 그날 밤을 말일세."
이렇게나 비열하고 악의에 가득 찬 말을 들어본 자는 일동 중에서도 거의 없었다.
"아울러 자네가 어떤 기획에서 얼마나 되는 헌금이며 리베이트를 받아먹었는지, 선거자금을 분배받았을 때 그중 몇 퍼센트를 빼돌려 별장을 사는 데 썼는지, 공금을 쓴 여행에 부인 외의 여성을 데리고 갔던 것이 몇 번인지, 나는 모두 알고 있다네."
국방위원장의 넓디넓은 이마는 더위 탓이 아닌 구슬땀을 무수히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삼류 정치꾼입니다. 현재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의장 각하, 당신 덕이지요. 각하께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 만큼 각하께서 망국의 위정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음을 바꿔 주십시오. 우리는 이곳에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양 제독이 로엔그람 공작을 전투에서 물리친다면 동맹은 구원받을 것입니다. 한 개인의 불행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나 이것은 사실입니다. 로엔그람 공작이 죽고 제국군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그들이 차기 패권을 다투는 동안 양 웬리 제독에 국방체제를 바로잡을 것입니다. 우리의 뒤를 이을 다음 정치지도자가 그와 손을 잡고......."
"흥, 양 웬리라."
목소리가 독물이 될 수 있다면, 트뤼니히트의 목소리가 바로 그러할 것이다.
"생각이나 좀 하고 말하게. 양 웬리 그 멍청한 작자가, 과거 이 별을 지켜 주던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제국군의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었을 걸세. 이렇게 된 것도 양 웬리 탓이지. 명장은 무슨 놈의 명장. 앞날도 보지 못하는 무능력자가 아닌가."[28]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25~327
이후 기절하여 지구교도들에게 연금되었다가 풀려나고, 동맹과 제국의 평화 조약 체결 이후에는 인생의 활력을 거의 소모해 버렸는지 병상에 누워버렸다는 언급을 마지막으로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다.[30] 올리베이라 같은 일회성 엑스트라들도 언급되는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 때에도 언급이 안 되는 것으로 보아 이때 이미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병실에 누워 있어서 오베르슈타인이 건드리지 않았던 듯 싶다. 멀쩡했다면 오베르슈타인이 동맹의 전 국방위원장, 그것도 파멸로 치닫던 동맹을 원상복구하기 직전까지 갔던 동맹 최후의 브레인이라는 거물을 절대 가만히 뒀을 수가 없다.[31]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발동 이후 자유행성동맹의 국가 행정을 총 지휘했으며, 병상에 누워버린 이후 그 역할은 조안 레벨로가 물려받는다. 아일랜즈가 건강을 회복해 바라트 화약 이후에도 실권을 쥐고 있었다면 렌넨캄프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든 양 웬리를 보호하려 했을지도 모른다.[32]
3. 평가
못된 놈 파벌의 찌질한 엑스트라로 등장했다가 그야말로 화려한 대변신으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으나 짧은 시기에 힘을 모두 소진한 탓에 결국 쓰러지고 만 비극적인 인물. '''비상시국/전시전용'''[33] 이라는 평도 있다(…).
평상시에 유능하고 양식있다가 비상시에는 무능하고 치졸함의 극치를 보여준 조안 레벨로와는 정반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종종 둘이 비교된다.[34]
오십년의 삶보다 몇 개월밖에 안되는 짦은 기간의 행적이 아일랜즈라는 인물을 평가하는데 더 큰 영향을 끼쳤다. 그야말로 '''인생은 최후의 한방'''이라든지 '''끝이 좋아야 다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안겨주는 인물.
게다가 이 인물은 본래 시궁창에 가까워서 각성 후 능력이 모자란 점을 보이더라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이해해준다는 이점도 가진다. 양이나 뷰코크 같은 사람들이 배려를 해주는 것만 봐도…[35] 양이나 뷰코크로선 그동안 방해나 하던 인물이 최선을 다하여 도우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눈물나게 고마울테니까.[36] 참고로 애니나 원작에선 라인하르트만 쓰러뜨리면 후계자가 없는 제국은 서로 권력을 노리고 무너진다는 양의 설명을 듣고 감탄하면서[37]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고 할 때 양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궁극적인 목적 달성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동맹이 아예 정복당할 뻔한 상황에서 그나마 아일랜즈의 조치가 동맹의 저항을 가능하게 했고, 바라트 화약까지 밀어내서 동맹이 '유예 시간'을 얻어낸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헬무트 렌넨캄프의 폭주로 그 유예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단축되었다는 점이지만.[38]
트뤼니히트를 국가수반에서 정식으로 탄핵시키지 않은 것이 각성 이후 아일랜즈의 유일한 실책일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아일랜즈는 트뤼니히트를 책임방기나 페잔 회랑 침공에 대한 책임을 묻고 탄핵시켜야 했다.[39] 물론 탄핵까지는 아니라도 트뤼니히트 파벌이 완전히 무력화되고 아이랜즈가 독주하는 상황이라면 트뤼니히트를 정치적으로 무력화 시키는 방법은 몇가지든 존재한다.
왜 그렇게 되지 않았나에 대해서는 트뤼니히트에 대한 개인적 의리와 이미 혼란해질대로 혼란해진 국가위기상황에서 국가원수를 탄핵하여 더 큰 혼란을 가져오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트뤼니히트의 충실한 개들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장 OVA만 보더라도 트뤼니히트가 내빼버렸는데 월리엄 오데츠 같은 놈들이 방송에 나와서 '''"의장은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하지만 이 위기는 동맹 전 시민의 책임이다."''' 라는 소리나 내뱉고 있었다.[40] 정부와 군부에 심어진 심복들이 트뤼니히트가 탄핵당하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페잔 회랑 침공 책임은 아일랜즈도 똑같이 진 책임인데다가[41] 상황은 탄핵으로 정쟁이나 벌일만큼 한가한 상황도 아니었다. 요즘도 탄핵한번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탄핵은 뒷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트뤼니히트가 악인인것은 알았어도 '''매국노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맨날 하는 말은 답없는 주전론이었으니 적어도 '''그를 제국에 나라 갖다바칠 매국노'''로는 보지 못했을거라는 것. 즉 무능하고 무책임하나 거기서 끝으로 당장에 탄핵을 시키지 않아도 위협은 안되었을 인물로 보았을 것이다. 만일 아일랜즈가 그런 인물이라고 눈치를 챘다면 탄핵이 아니라 암살이라도 시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트뤼니히트와의 친분이 크긴 했지만 그는 적어도 '''진심으로 조국에 충성하는 인물이었으니까'''.[42] 조국을 망하게 할 놈이라면 개인적 친분이고 뭐고 때려치웠을 것이다.
퇴장 뒤에는 작중에서 반 세기의 활동보다는 반 년 동안의 활동으로 후대에 평가받은 인물이었다고 나온다. 그걸 감안하면 후대에는 굉장히 평가가 좋은 것 같다. 양 웬리의 반격이 성공하여 자유행성동맹이 어떤 식으로든 존속될 수 있었다면, 윈스턴 처칠에 버금가는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받았을지도.[43]
호평을 받을만한 요소를 살펴보자면 독립된 국가로서 '자유행성동맹'의 마지막 정치적 지도자이자, 사실상의 유일한 군사적 대안격인 양 웬리를 전폭 지원하여 황제 라인하르트와 정면 일전을 벌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었다. 화약 문제도 아일랜즈는 반대했지만[44] 결국 트뤼니히트가 강행하여 책임자가 되었고 조국의 병탄에 대한 충격을 아일랜즈 혼자 감내해야만 했다. 그 뒤를 이은 조안 레벨로는 양 웬리를 모살하려다가 끝내 자유행성동맹의 관에 못을 박아버렸다. 후대 시점의 평가로는 그나마 아일랜즈가 이 시기 동맹 정치가들 가운데서 비록 끝내 나라를 지키진 못했지만 노력의 방향과 결과가 모두 좋았기 때문에 평가가 나쁠래야 나쁠 수가 없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