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1. 개요
어느 임금이 귀가 엄청나게 길었는데 임금은 이 사실이 부끄러워 왕관 혹은 모자로 숨기고 살았고, 이발사(혹은 모자를 다루는 기술자)만 알았다가 소문이 퍼지는 이야기.
그리스 신화의 내용 중 하나며 또한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왕국 때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로 유럽과 페르시아(현재의 아랍지역)지역에서도 널리 퍼진 이야기이며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이야기다. 또한 그리스의 영향을 받은 구 유고슬라비아 국가들에도 비슷한 민화가 있다. 페르시아 책인 이스칸다르나메(알렉산드로스의 책)에 '귀가 긴 이스칸다르(알렉산드로스 대왕)'이야기로도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우물에 이발사가 소리지르고 소문이 나지만, 왕이 "이런, 역시 소문은 어쩔 수 없구나"라며 깨달음을 얻고 그냥 살려줬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미다스 왕 설화가 있으며 만지면 금이 된다는 그 마이더스다. 그 일로 학을 뗀 그는 화려한 것이라면 질색을 했는데, 훗날 음악의 신 아폴론이 숲의 신 판과 악기 연주를 겨루게 되자 심판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폴론의 리라 연주가 판의 피리 연주보다 많은 호응을 얻게 되자 그는 화려한 리라 연주보다 판의 소박한 갈대 피리 연주가 더 낫다며 혼자 편파판정[1] 을 했고 분노한 아폴론 신이 그딴 것도 귀라고 달고 다니냐며 잡아 당겨서 귀가 길어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한국 버전도 있다. 어떻게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가 한국 버전으로 전해지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신라는 그리스식 유리 세공품 유물들과 그리스식 보검 등 고대~중세 그리스계 국가들과 교역을 했던 증거가 있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실크로드를 거쳐 교류를 하는 동안 이 이야기도 신라시대로 전해져서 구전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나라 고유의 전래동화라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 버전은 신라의 48대 왕인 경문왕이 그 주인공으로 삼국유사에 실려있다. 여기서는 우물이 아니고 대나무 숲이다. 또한, 사실을 안 사람은 복두장, 즉 왕의 모자를 다루는 기술자로 나온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왕이 이 소리를 싫어해서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더니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혹은 크다)"라는 소리로 변했다고 한다. 다만 경문왕이 업그레이드된 소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은 삼국유사에는 없다.[2]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는 이 설화가 경문왕의 줏대 없는 성격을 반영한 설화였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의 경문왕은 화랑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인물이었으나 왕에 자리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었기에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옛날 옛적에에서 이것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든 적이 있다.
2. 줄거리
2.1. 동화
어느 한 나라의 임금은 남 모르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귀가 당나귀 귀처럼 크다는 것이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이런 건 절대 아니었다. 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멀쩡하던 귀가 5년 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조금씩 커져가더니 1년 전 겨우 커지는 게 중단되었지만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귀가 볼성 사나워, 엿새간은 몸이 아프단 핑계로 국사에 참여하지 않고 대신들에게 위임하고 있었지만 평생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머리를 써서 큰 모자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에 나라 내의 최고의 갓장이를 부르기로 한 왕. 갓장이는 왕의 명을 받아들이고 서둘러 왕의 침소로 달려갔다. 갓장이가 오자 내시가 침소 밖의 문을 서둘러 닫고, 침소 안에서 왕은 갓장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갓장이는 왕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웃음을 꾹 참았다. 감히 무엄하게 왕의 모습을 보고 웃으면 목이 달아나는 건 둘째치고 일족이 멸족당하는 불온한 일을 당하니까. 왕은 갓장이에게 이 귀를 가릴 만큼의 큰 모자를 만들어달라 하고 만일 소문을 내면 반드시 일족을 멸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갓장이는 왕의 명을 받아들여 서둘러 집으로 가서 귀를 가릴 정도의 큰 모자를 만들어 바쳤다.
왕은 그 모자를 쓰고 병이 나았다고 하면서 다시 정무를 보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갓장이였다. 그 사달 이후 갓장이는 왕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함부로 발설할 수가 없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듯 심한 마음고생을 하며 지내야했다. 결국 골병이 든 갓장이는'에라, 어차피 병으로 이래 죽으니 처형당해 저래 죽으니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차라리 속 시원하게 말을 하고 죽자' 라고 굳게 결심하고 한밤중에 뒷산의 대나무 밭 중심에 땅을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닷!!!'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계속 소리를 지르자 속이 후련해지고 마음이 뻥 뚫려 속 시원하게 병이 나았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그 이후, 대나무밭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고 심지어 대나무를 사용하는 물건 전체에 그 소리가 나자 궁궐은 난리가 났으며 왕은 이 사태에 놀라 서둘러 대나무를 자르라 했으나, 대나무가 자라면 바로 그 소리가 들렸으니... 아예 문제의 대나무밭 전체를 다 밀고 싸리나무를 심었지만 이마저도 싸리나무가 그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결국 싸리까지 다 베어버렸으나... 이미 온 나라 전체가 왕의 귀가 당나귀 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 나라 전역 뿐 아니라 나라에 오가는 사람마다 왕의 당나귀 귀 얘기를 하는 등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결국 왕은 진짜로 병이 들어 몸져누워버렸다. 그러던 중 왕에게 두 사람이 상소를 내고자 오게 되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가 보니 중년의 남자와 남자의 아들인 젊은 청년이 왕에게 온 것이다.
중년의 남자가 왕에게 왕의 귀는 결함이 아니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라고 당부하자 왕은 자신을 놀리는 거냐고 화를 냈다. 그러자 청년이 다급하게 아버지께선 다른 뜻이 아니라 왕에게 조언을 하고자 온 것이라고 해명하였고 왕은 노여움을 풀고 청년의 말에 따라 남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중년의 남자는 자신은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본래 큰 귀들은 장수와 복을 불러오는 관상 중 하나라고 얘기했다. 왕은 이에 노여움이 다 가라앉았으나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귀는 이미 그 정도까지 넘어선 상태라며 우울해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은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얘기하며 그 귀는 백성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설명해주었다. 본래 큰 귀를 가진 왕들은 백성의 소리를 잘 들어서 후에 명군이라 칭송을 받았다고 얘기하며 왕에게 그것은 전혀 숨길 일이 아니라며 얘기했다.
왕은 중년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것은 백성의 소리를 들으란 것임을 깨닫고 완전히 마음을 풀어서 남자와 청년에게 수많은 금은보화를 상으로 내린 뒤 자신의 약점이던 귀를 마음 편히 내놓고 백성의 소리를 들어 훗날, 위대한 성군 중 한 사람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2.2. 삼국유사에 실린 경문왕 버전
왕위에 오르자 임금님의 귀가 갑자기 길어져서 당나귀 귀처럼 되었다. 그러나 태후와 궁인들 모두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직 두건을 만드는 장인 한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토록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 속에 사람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서 대나무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乃登位 王耳忽長如驢耳 王后及宮人皆未知 唯幞頭匠一人知之 然生平不向人說 其人將死 入道林寺竹林中無人處 向竹唱云,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
吾君耳如驢耳。
그 후로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숲에서 이런 소리가 났다.
其後風吹 則竹聲云,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생겼다!”
吾君耳如驢耳。
왕이 이 소리를 싫어해서 곧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다. 그러자 바람이 불면 다만 이러한 소리만 났다.
王惡之 乃伐竹而植山茱萸 風吹則但聲云,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도림사는 예전에 서울로 들어가는 곳의 숲 인근에 있었다.】
吾君耳長【道林寺 舊在入都林邊。】
3. 나라와 미디어에 따른 차이
- 전래되는 나라에 따라 이스칸다르, 미다스, 경문왕.
- 귀를 가리는 게 머리카락이 아니라 왕관.
- 이 경우 임금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이 이발사가 아니라 왕관 만드는 직공 등이 되기도 한다.
- 이발사가 외치는 장소. 우물. 대나무밭 등. 아예 땅에 구멍을 파고 거기에 외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 외친 곳을 왕이 찾아서 처리(우물을 메우거나, 대나무를 벤다)했지만 두 번째 외친 곳이 나타나서 도로아미타불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 우물 등 이발사가 말한 곳에서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은 지나가는 사람이 소문을 퍼트린다.
- 판본에 따라서는 이발사/장인이 늙어 세상을 떠난 뒤에 우물이나 대나무숲에서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 2015년 10월 24일 모여라 딩동댕의 뚝딱이와 이야기 속으로 코너에서 이 이야기가 등장했으며, 한국판의 노멀 엔딩 버전이다. 왕은 마리오의 유수호, 내시는 더잘난의 이상철, 메아리의 주인공인 무관은 나잘난의 최오식. 여기서는 피리가 메아리를 그대로 재현했다.
4. 기타
- '머저리 보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소설가 박성훈은 자신이 연재하는 소설 시리즈인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시리즈의 외전 소설인 '대통령의 귀는 당나귀 귀'를 2017년 1월에 발표했다. 이 책에서는 신라 경문왕과 미다스 왕 이야기가 모두 나오는데 둘 다 '기왕 당나귀 귀가 된 거, 백성들의 말에 기울이며 살자'라고 마음먹은 뒤 성군이 되었다고 묘사했다. 참고로 제목에서 말하는 대통령은 이 사람이고, 이 책에서 대통령이 당나귀 귀가 된 계기는 이 사건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 빌런은 주인공 일행의 눈을 피해 이 곳에 은신했고, 은신하는 동안 이 사람처럼 대통령의 뒤에서 비선실세로 군림한 것은 물론, 직접 나서서 대기업들에게 삥뜯기도 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이를 눈치채는 결정적인 단서는 이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이 책에서는 이 사건까지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책 속에서는 군 수뇌부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했고, 실제 사건은 군 수뇌부가 매우 적극적으로 모의했다는 점 정도. 게다가 이 책은 2017년 1월에 발매되었는데, 탄핵이 인용되었으니 망정이지 기각되었더라면...
- SNL Korea에서는 당시 이 사실을 누설한 관리가 현재까지 살아서 '임금님귀'라는 닉네임의 프로스포일러로서 스포일러를 떠들고 다닌다는 설정으로 나왔다. 호스트로 나온 정성화가 이 프로스포일러를 추적하는 주인공(프로파일러)으로 출연했으며, 김민교가 프로스포일러를 연기했다. 여기서 김민교가 말한 스포일러들은 다음과 같다.
- 별에서 온 그대를 웹하드 사이트에 올린 후 그 후기에 '도민준 안 죽어여ㅋㅋㅋㅋ 다시 부활함ㅋㅋ\'라 적어 그걸 다운받아 보던 히키코모리가 '이 죽일놈의 스포일러'란 글을 적고 자살하게 만들었다.
- 유주얼 서스펙트 포스터에는 '절름발이가 범인 ㅋㅋ\'라고 낙서했다.
- 주인공이 퇴근 후 노트북으로 설국열차를 보려고 했으나, 시작하자마자 결말을 암시하는 자막이 떴다.
- 주인공의 딸이 보는 인어공주 동화책 첫장에 '인어공주 마지막에 거품돼서 죽음 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 낙서했다.
- 소년탐정 김전일 만화책에는 등장인물의 얼굴에 '범인 ㅋㅋㅋ\'라고 낙서했다.
- 기어이 직접 경찰서까지 쫓아와, 겨울왕국 스포를 한 번 거하게 한 다음, "산타클로스는 니네 아빠야~"에 이어 "다음 주 SNL의 호스트는 DJ DOC !!!"라고 소리쳐 경찰들이 괴로워하고, 정성화는 "나보다 더 재밌는 사람들이잖아!"라고 절규한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보던 관객들은 환호했다.
[1] 물론 정상적인 이의제기로 볼 수도 있지만, 판과 미다스는 신과 인간관계이면서도 절친한 친구 사이였기에 혼자 상식에 뒤떨어진 그의 판정은 객관성이 떨어졌다.[2] 다만 유비나 석가모니가 긴 귀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동양에서는 '귀가 긴 사람은 덕이 있다'라는 인식이 있기에, 이것을 경문왕이 자신의 웃음거리를 뒤집어 자신에게 덕이 있다는 프로파간다로 만들었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3] 지게꾼 옆에 써놨는데 지게꾼 얼굴을 김민교 얼굴로 바꿔놨다.[4] '거북이 이김.戶戶戶\'라 써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