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만화)
1. 개요
보기(약혐주의)
2009년 9월 6일 웃긴대학의 신길동뎀뿌라[1] 가 그린 낙태 반대 메시지를 담은 만화이다. 2000년대 후반 싸이월드, 블로그 등지에서 자주 공유되곤 했었다.[2] 당시 꽤 유명세를 타서 중고등학교 보건/성교육 수업 시간에 시각 자료로 활용되었다는 증언도 있다.
특유의 충격적인 작화와 스토리로 당시 인공 임신 중절 반대 진영에서 자주 인용되던 작품이었으나 연출이나 정보 전달 측면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었던 점 또한 지적받는다.
2. 등장인물
모두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다.
- 주인공: 짧은 샤기컷을 한 고3 남학생으로 본작의 화자이다.
- 소꿉친구: 마치 김창후를 연상시키는 롱샤기컷을 한 타 학교를 다니는 여고생. 어릴 적부터 주인공과 친구 사이여서 주변에서 마치 남매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오곤 했다.
- 커플 여자: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환생체의 친모로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으나 출산을 원한다.
- 커플 남자: 마찬가지로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며 위 환생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이다. 여자친구를 진심으로[3] 사랑하지만 사고쳐서 생긴 아이들을 낳을지에 대해서 여친과 갈등을 빚는다.
3. 스토리
고3 남자 수험생인 주인공은 소꿉친구인 여고생[4] 에게 연정을 느끼고 고백에 성공하나 싶던 찰나, 심장마비로 급사한 기사가 몰던 버스가 도로로 추돌하는 바람에 함께 사망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인공은 임신 13주차의 태아로 환생하게 되고 같은 양막 안에 소꿉친구인 여고생의 환생체[5] 도 있다는 사실에 어쩔 줄 몰라하며 세상 밖으로 나갈 날만 기다린다.[6]
허나 기쁨도 잠시, 주인공은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자신이 원하지 않은 임신의 결과물이며 생물학적 아버지는 어머니의 출산에 반대하는 상황임을 깨닫는다.'''[7] 하지만 생물학적 어머니는 쌍둥이인데 불쌍하지도 않냐며 어떡해서든 태아를 지키려 울부짖음을 듣고 크게 안도하며 잠이 든다.
얼마 후 밖에서 다시금 들리는 소리에 눈을 뜨는 주인공. 그러나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어머니가 아닌 낯선 이가 말하는 수술도구의 명칭이었고 이내 양수와 몸이 작은 구멍으로 빨려듦과 동시에 소꿉친구도 잠에서 깨게 된다.[8] 이윽고 주인공은 '''임신 중절 수술이 시작되었으며 믿었던 어머니에게 배신당했음'''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먼저 소꿉친구가 유산되는 과정을 바라보며[9] 주인공은 오열하게 되고 이후 주인공도 산산조각이 난 모습으로 소꿉친구의 시신 옆에 놓여 짧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게 된다.[10]
쌍둥이의 시신은 의학용품 폐기물 보관함에 버려져 '''"나는 죽고 싶지 않았는데... 빌어먹을..."'''이라는 유언을 남기는 주인공의 눈이 클로즈업 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4. 평가 및 오류
아마추어 웹툰임에도 낙태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는 매우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11] 이 작품의 여파로 한동안 낙태 반대 만화 열풍이 잠깐 분 적이 있으나 모두 이 작품의 그늘에 가려져 아직까지도 낙태 관련 만화라고 하면 십중팔구 본작이 인용되곤 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4.1. 긍정적 평가
4.1.1. 기존에 없던 접근법
이 작품이 나오기 이전에도 인공 임신 중절을 다룬 작품은 널리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임산부나 임산부를 둘러싼 가족 내지는 의료진 입장에서 서술되었으며 태아의 입장에서 서술된 작품은 극히 드물었고 이는 이 작품 이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후 본작의 영향을 받은 듯한 태아 입장에서 그린 개인 작가들이 그린 반대 진영 만화가 몇차례 제작된 바 있으나 '''환생'''이라는 소재로 하여금 개별 인격체인 독자들에게 체감이 가게 하는 연출을 사용한 작품은 본작이 거의 유일하다.[12]
또한 교통사고를 당해 환생하는 연출도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묘사였다. 한국 환생물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환생 클리셰는 아무리 빨라야 2010년대에 일본 서브컬처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
4.1.2. 뛰어난 연출
등장인물들의 수려한 외모 또한 이 작품이 독보적인 유명세를 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는다. 주인공은 전생에서 어린 나이에 비참히 사망했지만 모성애가 넘치는 미모의 젊은 여성의 아이로 자라나 전생의 썸녀와 행복하게 살 날을 기약하게 된다[13] . 그러나 주인공의 바람이 무색하게 결코 잘생겼다고는 보기 힘든 산부인과 의사의 손에 처참히 찢겨 짧은 두번째 생을 마감한다. 환생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니 만큼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 여지는 있으나 전생의 썸녀와 다시 만나리란 보장도, 환생체의 부모가 미모라는 보장도, 하다못해 인간으로 환생하리라는 보장도 처참히 사라지며 전생에 버스에 치여죽던 시점의 기억이 없이 따뜻한 자궁 속으로 화면이 이동되던 부분과 대칭되는, 끝끝내 또다른 생명으로 환생한다는 암시없이 주인공의 싸늘한 시신만을 보여주는 찜찜한 결말을 보여준다.
본작의 클라이맥스인 시술씬이 대단히 두렵고 절망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창 꽃다울 나이에 썸녀와 비명횡사한 주인공은 모든 안전이 보장되는 편안한 공간에서 정신을 차린다. 비록 자신들이 예정에 없던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지만 어머니인 커플 여자의 모성애를 확인하고는 마음 놓고 잠이 든다. 하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눈물흘려 태아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외침이라는 일말의 희망도 사라진 채, 의료진의 무미건조한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들을 살해하려는 시술이 시작되었음을 알릴 뿐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빨리 눈치를 챘으면 버스를 피할 수도 있었고 설령 치었다하더라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면 살아날 여지라도 있었던 전생과 달리, 낙태 시술은 애당초 '''자신들의 죽음을 전재로 한 것'''이었기에 의료진이 갑자기 생각을 바꿔먹거나 커플 여자가 마취에서 벌떡 깨어나 수술을 철회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돌파구 같은 것이 있을리 없는 상황이었다. 즉, 위기를 극복할래야 극복할 수 없었고 썸녀의 몸이 산산조각나면서 급기야는 머리통마저 박살나는 광경을 목도하며 본인의 죽음마저 하릴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말그대로 코즈믹 호러라는 표현이 썩 어울리는 연출이었다.
이 대목에서 커플 여자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시술대에 누워 다리를 벌려 국부를 드러내는 장면[14] 이 교차된다. '아무리 쌍둥이이고 살림도 애키울만한 여건은 아니지만 난 그래도 낳을 거고 너 없어도 나 혼자 둘다 키울 거야!' 라고 모성애를 어필하던 여자는 온데간데 없고 자식을 살해하려는 이에게 자식이 있을 곳과 연결되는 자신의 다리 사이 부위를 스스로의 의지로 드러내어[15] 모정의 결핍과 무책임함을 대단히 훌륭히 연출했다는 부분도 고평가받는 요소 중 하나이다.
4.2. 부정적 평가
허나 낙태 허용 진영에서는 침묵의 절규[16] 이나 더월 같은 기존의 무리수를 둔 작품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으며 비현실적인 전개가 많고 실제 인공 임신 중절과 맞지 않는 틀린 부분이 너무 많아 부정적 평가를 듣기도 했다. 단적으로 말해,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찬반 논쟁과는 별도로, '''이런 식으로 묘사했으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주요 지적거리였다.
4.2.1. 비과학적 무리수
서사는 나름대로 공들인 부분이 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는 신랄하게 말해 '''감정에 호소'''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일단 수술 자료는 낙태영상보고 참고했어. (외국자료)
이거 그리려고 그 역겨운 영상을 몇번이나 돌려봤는지 몰라..
그래도 수술과정이나 세세한 부분은 실제랑 다를거라 생각해. (사실 나 의학지식 줫도 없음)
--
작가의 변에서 발췌
- 무엇보다 하필 환생이라는 비과학적이며, 종교적 입장을 도입하더라도 정작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해 가장 크게 반대하고 있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 입장에서는 크게 공감가지 않을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17] 주인공은 자궁 속 자매가 자신의 소꿉친구임을 확신하고 하느님에게 감사기도를 드린다. 이 하느님이 그 하느님이 아니고서야 아브라함계 종교의 야훼를 가리키는 표현일 것임은 당연지사. 결국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삽입한 요소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크게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설정이건만 정작 환생을 인정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종교인 불교에서는 낙태를 사실상 허용하는 분위기이다.[18] 이 환생 설정에는 작가가 미처 상정하지 못한 듯한 단점도 있는데, 주인공도 태아 상태에서 '사망'한 이상 다른 생명으로 환생할 게 분명하니까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차피 죽어도 다른 생명으로 환생할테니 장땡이라는 식으로 곡해될 여지가 있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 위 환생 연출에서 이어지는 문제점으로 설령 환생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과거의 자아가 온존히 보전되어 임신 13주의 태아가 청소년에 준하는 지능과 감정, 통각을 지녔으리라는 보장할 순 없다. 비과학적인 무리수를 두개나 둔 셈인데 이는 신랄하게 말해 야이 ㅋㅋㅋ 그래서 낙태 허용 할거야? 너도 그 태아로 환생해서 낙태당할지 모르는데? 수준의 논증에 지나지 않는다.(우물에 독풀기) 이는 낙태 허용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이전의 문제인 것이, 애당초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설파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면 응당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않겠는가? 주제는 다르지만 나무위키에서 종교적 관점과 세속적 관점이 충돌할 시 세속적 관점을 우선시하여 서술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 것이다.
- 태아의 전체적인 형태는 13주차 태아의 형태를 잘 묘사했으나 문제는 이 당시의 태아는 기초적인 청각과 촉각만을 지니고 있으며 시각은 애초에 존재하질 않는다. 만화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탯줄이나 양막 속의 자매를 눈으로 확인한다거나 자궁 밖에서 나는 실랑이 소리를 명확히 파악한다든가 하는 연출은 앞서 말한 두가지 무리수 설정을 모두 묵인한다 해도 커버가 불가능한 부분이다.
- 남녀 쌍둥이가 같은 양막에 공존하고 있다.[19] 이성인 쌍둥이는 이란성 쌍둥이일 수밖에 없으므로 만화에서 나온 이런 식의 연출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20] 결국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일란성 쌍둥이의 특징이므로 둘중 하나는 전생과 반대의 성으로 환생했다는 얘긴데 작중에는 이미 두번[21] 전생체의 실루엣이 묘사되었고 임신 13주는 태아의 지정성별이 정해지는 시기이며 소꿉친구는 낙태당할 때 주인공을 오빠라고 지칭했으므로 반대의 성으로 환생했다는 묘사는 일절 없다. 애초에 그런 부분까지 집어넣었으면 메시지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되므로 그냥 고증오류로 봐야 자연스러운 연출이다.
- 임신 13주이면 어느 정도 산모의 배가 나와야 하는 시점임에도 작화상으로 그런 점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았다. 심지어 쌍둥이임에도.
- 본작의 절정부분인 낙태신도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작가가 임의로 상상하고 그린 흔적이 여럿 보인다.
- 수술 도구가 총합 5개만 등장하고 개중 하나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고[22] 그나마도 석션[23] 과 질경[24] 을 제외하면 많지도 않은 이 도구들의 이름은 모두 틀렸다(...). 경부를 고정시키는 도구로 테나크람이 언급되는데 실제 발음은 테너클럼에 가까우며 관련 정보를 제대로 구하지 않아 잘못 듣고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궁 질경 확장기라는 정체불명의 기구가 언급되는데 여성의 신체에 '자궁 질경'이라는 명칭의 부위는 존재치 아니한다. 아마 자궁 경부를 쓰려다 오타낸 것으로 보이고 그 자궁 경부를 확장할 때 쓰이는 도구로 라미나리아라는 게 있는데 확장'기'라는 이름을 쓸만한 물건은 아닌 '약품'이다. 테너클럼으로 경부를 고정시키기 이전에 윤활제로 사용된다[25] . 말하자면 총기수입할때 먼저 꼬질대를 넣고 기름을 들이붓는 식의 오류를 범한 것.
- 커플 여자가 허공에 다리를 끈으로 묶인채 시술을 받는데 무슨 하드코어 sm 장르가 아닌 이상 인공 임신 중절 역시 출산과 동일하게 흔히 '굴욕의자'로 불리우는 시술대(Gynecological chair)에서 진행되며 석션을 작동 시킬 때에도 만화에서 연출한 것 처럼 우렁찬 작동음이 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이 만화가 나온지 얼마 안된 당시에 사실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아닌 비판도 있었다.[26]
- 본격적인 시술로 들어가기 이전에 탯줄을 자른다. 이렇게되면 태아가 자궁 속에서 둥둥 떠다니게 되어 시술에 지장을 주므로 탯줄은 일반적으로 태아를 먼저 들어내고 자궁 벽을 긁어내는 소파술을 진행할 때 같이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석션으로 태아 신체 대부분을 제거하는 것도 실제 시술 과정을 알면 묘사할 수 없는 바, 태아가 정말 임신 초기의 극소 사이즈일 경우 간단한 석션 시술로도 시술이 끝날 수 있지만 본작의 임신 13주차 태아 정도면 석션으로는 어림도 없고 가위와 집게 등 여러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애초에 석션은 양수를 비롯한 체액이나 미처 긁어내지 못한 신체 부분을 들어내기 위한 기구이기 때문.
- 시술이 끝난 후 주인공과 소꿉친구가 시술 도구와 함께 종이 위에 얹혀있는데 실제 유산된 태아는 일반적으로 앞서 말한 '굴욕의자'에 부산물을 옮길 수 있는 쟁반이 부착되어 있어 의학 폐기물 보관함으로 이동될 때에도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무슨 지우개가루 버리듯 탈탈 털어버리지는 않는다.
4.2.2. 만화로서도 미숙하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겪은 커플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타 작품들과는 다르게 태아를 주요 인물로 설정한 전무후무한 연출로 고평가받으나 서사면에서 허술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시술 상황 외 등장인물들의 내적 묘사나 상황 설정, 캐릭터리티도 개연성이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 먼저 주인공의 문제점부터 접근해보자면 초반에 친구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같은 태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쩔 줄 몰라할 정도로 기뻐하는데 사랑하는 상대가 '자매'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태어날 때부터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뻐하는 정도면 모를까 '연정'을 품은 상대에게서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보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따른다.[27]
- 소꿉친구는 약간 경박하게 말하자면 이 캐릭터가 아예 없어도 스토리 전개에 지장이 없으며 전술한 바 처럼 오히려 이 캐릭터 때문에 한 양막에 이성인 쌍둥이가 공존하는 오류가 생기게 되었다. 캐릭터리티라 할만한 부분도 전생에 주인공과 썸을 타 비극적 전개를 극대화하는 역할 외에는 이렇다 할 부분이 없으며 그나마 명대사라 할 수 있는 "말해줘 오빠, 내가 왜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 해?"라는 대사도 주인공의 독백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더더욱 이 캐릭터의 존재의의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대사와 메시지를 한 캐릭터의 독백으로 처리하느냐 두 사람 간의 대화로 처리하느냐에 따른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굳이 캐릭터를 하나 추가해가면서 넣은 연출이라기엔, 소꿉친구에게 부여되는 의미가 더 있어야 했음은 확실하다.[28]
- 커플 여자는 어찌보면 작중 메시지에 의한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것이, 길거리에서 울부짖으면서까지 위험일에 질내사정 당한 것을 억울해하며 원하지 않는 임신이었지만 그래도 낳을거라고 큰소리 칠 정도로 모성애를 어필했건만 정작 그녀가 이런 결정을 뒤집고 낙태를 선택하게 된 경위는 작중에 아무 설명이 없다. 작품처럼 수많은 임산부들이 오히려 낙태를 원치 않음에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음을 생각하면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이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작중엔 아무런 경위가 언급되지 않았고 커플 여자는 주인공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히는데 주인공이라는 인물상이 작가의 페르소나로 대변되는 경우가 많고 또 작품 자체가 낙태=악이라는 공식을 기저에 깔고가는 성향이 강한 만큼 그냥 별 생각없이 '열악한 상황에도 애낳으려는 좋은 엄만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냥 나쁜 년이더라'이라는 설정을 어설프게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전술했다시피 작중에는 이러한 그녀가 왜 결국 낙태라는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 말미에 2008년 낙태 건수가 342,433건으로 출생대비 낙태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내래이션이 흐르지만 이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으로 낙태 반대 진영에서 과장해서 내놓는 수치를 곧이 그대로 소재로 쓴 촌극이다. 애초에 극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낙태가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나라에서 범죄인증이나 다름없는 낙태 통계를 낸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 소꿉친구가 전형적인 일본식 세라복에 학생 구두를 신고 있다. 지금도 세라복 자체는 여기저기서 교복으로 채택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식 블레이저 교복과 습합된 와이셔츠식 세라복이며, 작중에 묘사된 세라복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짜형 세라복인데 만화가 그려질 시점에는 국내에선 사실상 이미 멸종했다. 학생 구두 역시 지금은 물론 당시에도 전혀 한국 정서와 맞는 물건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작가가 시술 과정이나 임신 상태 묘사 외에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음을 엿볼 수 있다.
- 작화도 딱히 훌륭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화풍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주인공부터가 어떤 장면에서는 애니체로 묘사되는가 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코가 큰 극화체로 묘사되기도 하며 소꿉친구도 처음에는 애니체로 묘사되다가 클로즈업될때에는 마찬가지로 극화체로 묘사되다가 그 다음컷에 곧바로(...) 미소녀체로 묘사되는 등 기본적인 작화 통일조차 안 되어 있다. 이후 태아 상태에서의 전생 실루엣에서는 시종일관 극화체로 묘사된다. 등장인물 디자인도 주인공부터 소꿉친구, 커플여자, 커플남자, 산부인과 의사 모두가 독창적인 부분이 적고 당시 유행하던 매체에서 이것저것 갖다붙인 느낌이 강하다.
5. 기타
의학적으로 사실적인가와는 별도로 '''낙태 시술 과정을 시각적으로 자세히 묘사한 만화는 이 작품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전술했다시피 디테일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지만 일단 자궁 속의 태아를 대충 어떻게 꺼낸다 정도는 묘사했으니까. 에로 동인지나 상업지까지 포함해도 수술적 낙태를 어떻게든 묘사한 작품은 이 작품 포함해 정말 몇 안된다. 오죽하면 천하의 '''신도 에루''' 마저 자신의 막장 상업지인 변신에서 수술적 낙태를 '뱃속의 아이를 지웠다'라는 한마디로 요약했을 정도로 이쪽바닥에서 조차 금기시되는 묘사이다.[29]
[1] 본작 외에 <로또2등 당첨되는 만화>를 그린 적이 있다.[2] 보통 이누야샤의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 bgm으로 곧잘 삽입되었다.[3] 위험일에 질내사정을 강행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수습을 하고 결혼을 전재로 연애를 이어나갈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 방식에 있어서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4] 설정이 좀 어설픈 게 소꿉친구라면서 연하이다.[5] 환생체이고 거기다 태아 상태이기 때문에 전생의 면모는 당연히 남아있지 않지만 자신은 그 여고생이 맞다고 확신한다는 식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사실 진짜 여성 태아인지도 불확실하다(...).[6] 물론 같이 세상 밖으로 나가긴 한다. '''안 좋은 방향으로.''' 굳이 태어나고 싶다가 아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표현한 데에는 이런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7] 이때 커플의 실랑이를 들어보면 이 둘은 아직 부부 사이도 아닐 뿐더러 위험한 날이라 여자는 극구 반대했건만 남자가 피임을 하지 않고 질내사정을 강행한 것으로 추정된다.[8] 태중에서 정신을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9] 먼저 양수를 흡수한 석션으로 다리 한짝을 시작으로 척추가 뽑히고 집게로 머리가 두동강이 난다.[10] 머리가 두동강 난 소꿉친구와는 달리 턱이 분리되는 식으로 머리가 해체되었기에 즉사하지는 않았다.[11] 과장 조금 보태자면 비슷한 시기에 잘나간 웃대 만화 중에선 탁탁탁하다오줌싼놈이나 치삼만화 등 병맛 코미디 만화 다음가는 인지도를 지녔다고봐도 무방하다.[12] 범위를 넓혀 일부 성인 페티시물로 눈을 돌리자면, 언버스물 중 일부가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13] 아버지도 대단한 미남이다. 일단 탄생만 한다면 그야말로 연예인급 외모를 보장받는 셈이다.[14] 후술하겠지만 엄밀히 말해 실제 시술방식과는 차이가 꽤나 큰, 마치 성인물에서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다.[15] 왜 여자가 모성애를 어필해놓고 시술을 결정했는지는 묘사된 바가 없다. 다만 작가의 기조가 낙태에 대단히 부정적이라는 점을 보아 흔히 낙태 반대론자들이 오해하는, 무책임한 부모 클리셰를 넣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남친의 강압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일 가능성이 높은 것.[16] 태아가 자궁 속에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비명을 지른다는 식의 연출로 유명해졌다. 당연히 연출이었을 뿐인데 아직도 이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 공교롭게도 <침묵의 절규> 역시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비과학적인 요소를 삽입했다는 점과 출시 당시 성교육 자료로 자주 활용됐다는 측면에서 본작과 일맥상통한다.[17] 초기 기독교 분파 중에는 윤회를 인정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 학설이다.[18] 세속적 진보주의자들 수준이라는 건 아니고 아브라함계 종교들과는 달리 어쩔 수 없는 상황 정도는 묵인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유래된 것이 바로 일본 불교의 미즈코(水子) 공양이다.[19] 낙태에 대한 시선이 대단히 부정적이었던 업로드 당시 원본글에서도 이점을 지적하는 댓글이 있다.[20] 경우에 따라 태반은 공유할 수도 있다.[21] 소꿉친구를 확인할 때 한번, 소꿉친구가 유산당할 때 한번[22] 이 도구의 명칭은 겸자(Forceps)로 작중 나온 것 외에 용도에 따라 여러 디자인이 존재한다. 소꿉친구의 머리를 두동강 낸 그 도구인데 실제로는 조각난 신체를 끄집어 내는 용도이고 만화에서 나온 두개골 부수는 도구는 따로 있다.[23] 낙태 시술 외에도 여러 의료 분야에 쓰이는 체액을 흡수하는 관[24] 마찬가지로 낙태 시술 외에도 많은 분야에 쓰이는 질에 삽입하여 열린 채로 고정시키는 기구이다. 성인물에 이따금 등장하기에 익숙한 사람도 많을 듯.[25] 마치 질에 탐폰을 끼우듯 경부에 거즈를 적셔 끼우는 식으로 사용된다.[26] 아닌게아니라 작가는 이 작품 외에도 <로또 2등 당첨되는 만화>라는 제목의 작품을 그린 바 있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여친을(본작의 커플여자와 똑같이 생겼다) 아무 전후맥락없이 걷어차자(...) 치마 속의 팬티가 보이는 연출이 있었다. 본 문서에서 서술하는 작품보다 훨씬 엉성하고 주제 의식도 알 수 없는 기묘한 작품이었는데, 본작에서 나온 sm을 연상시키는 수술 장면과 연결시켜보면 작가의 사심이 들어간 연출일 수도?[27]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서 주인공 성기가 썸타던 여자가 알고보니 자신의 혈족이었음을 알고 크게 실망하는 장면을 상기해보면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자매로 태어난다는 이유 하나로 기뻐하는 장면"은 개연성이 크게 부족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어니면 처음부터 연정을 느꼈단 부분을 넣지 말든가. 덧붙이자면 이 만화가 각종 유머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지에서 가장 자주 돌아다니던 시기는 이미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등의 근친물이 한창 오덕계에 세력을 떨치고 있던 상황이었다.[28] 약간의 항변을 해보자면 이 캐릭터 때문에 오히려 로맨스 판타지 비극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작품이 유명해지는데 일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요즘같은 분위기라면 다소 체감이 안가겠지만 이 작품이 한창 퍼지던 당시에는 여초 커뮤니티에도 이 작품이 알음알음 알려지곤 했는데 '주인공과 썸타는 여자의 환생'이라는 소재가 로판소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라는 점 때문이라고도 분석해볼 수 있다. '누이'로 태어나게 될 썸녀를 보며 기뻐한다는 연출상 문제점은 남아있지만 당시 분위기가 근친물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였고 '썸남이 환생체의 오빠가 되며 환생체의 부모는 미소녀에 미소년'이라는 설정에 당시 여덕들이 얼마나 구미가 당겼겠으며 또 그러한 커플의 환생의 실패가 얼마나 안타깝게 다가왔겠는가. 브금으로 곧잘 삽입되곤 했던 음악 역시 아직까지도 로맨스 판타지하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었으니...[29] 다만 이쪽바닥도 아예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니 만큼(!) 아예 찾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절대다수가 외부 충격으로 인해 애가 떨어지더라- 하는 식으로 '격렬함'을 묘사하는데 치중하지 낙태 그 자체를 묘사하는데 포인트를 넣지 않기 때문에 본작에서 서술하는 바와는 지향점이 전혀 다르고 또 본작 이상가는 무리수 설정과 연출을 자랑한다(...). 이쪽의 대가로 'ポンチ'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