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1. 개요
암석이나 동식물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생성된, 땅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토양과는 다소 다른 의미인데 차이는 문서 참조.
한자로는 주로 土를 쓴다.
2. 종류
위의 표는 크기에 따라 흙을 분류한 것이다. 주로 자갈, 모래, 진흙으로 나누는 정도가 일반적이지만 세분화하면 입자의 크기와 배합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뉜다.
사전적으로는 '흙'이 포괄적인 단어이고 '모래, 자갈' 등이 포함되는 식이지만 일상적으로는 좀 더 물기가 있고 알갱이가 작은 쪽을 흙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저 위의 표로 보면 실트나 점토만 흙으로 주로 부르는 식. 실제로 구글 같은 데 '흙'이라고 쳐서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고동색의 찰진 알갱이가 주로 나온다.
물기가 특히 많은 흙은 '진흙'이라고 부른다. '질다 + ㄴ + 흙'으로 파생된 듯하다.
흙의 화학적 조성과 유기질 함량에 따라서도 흙을 분류할 수 있다.
3. 어형
한글이 창제될 때부터 ㄺ 받침으로 겹받침이었다. 종성에 2~3자를 합용해서 쓸 수 있는 겹받침의 예로 훈민정음 본문에 예로 들고 있다. 또 하나의 예는 '낚시'의 '낛'이고 3개의 예는 'ᄃᆞᇌ(닭 + 속격 ㅅ). 그러나 형태소 위주의 표기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모음이 이어지는 경우 주로 'ᄒᆞᆯㄱ'과 같이 연철되었다. 한글 창제 이전에는 계림유사에서 轄希와 유사하게 발음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希의 당시 음을 고려하면 당시에도 ㄱ 받침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終聲二字三字合用,如諺語ᄒᆞᆰ為𡈽[1]
,낛〮為釣,ᄃᆞᇌᄣᅢ〮為酉時之類。
유성음을 포함한 겹받침만이 표기되었던 근세 국어의 받침 표기 양상을 보면, 근세에는 발음되지 않는 받침은 적지 않았던 것에 미루어보아, 자음이 이어지거나 어말인 경우에도 ㄹ과 ㄱ 받침을 모두 발음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나 근대로 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ㄱ으로 자음군 단순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발음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구어의 경우 ㄹ이 탈락된 ㄱ 받침 발음 현상이 더욱 확장되어, 어말이거나 자음이 후행하는 경우뿐 아니라 심지어 모음이 후행하는 경우에도 [흑]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음상이 통일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흙으로'를 [흘그로]가 아닌 [흐그로]로 발음하는 것이 그 사례. 이런 현상은 ㄺ을 낀 대부분의 체언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닭' 역시 [닥]으로 통일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행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이런 발음은 엄연히 비표준이지만, 미래에 이 현상이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면 '흑'으로 표기가 바뀌거나 '흙'의 표기에서 'ㄹ'을 묵음으로 여기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공영방송사의 뉴스 등 매체에서는 표준발음법을 고수하고 있는 등 상기한 언중의 발음변화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으므로, 가까운 미래에 위 발음 변화가 공인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모음은 아래아였다. 대부분의 아래아가 'ㅏ' 혹은 'ㅡ'로 변화한 것과 같은 양상. 드립이긴 하지만 어두음절에서 주로 ㅏ로 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핡'이 됐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2]
4. 냄새
흙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나는데 이것을 '흙내, 흙냄새'라고 부른다.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듯. 이름부터 '땅'을 의미하는 'geo-'와 '냄새'를 의미하는 'osm-'의 조합이다. 방선균, 시아노박테리아 등 토양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와 죽은 미생물로부터 형성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독 흙내가 더 많이 난다. 인간은 공기 입자 1조 개 중에 지오스민 분자가 3~4개만 있어도 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이에 예민한데, 물기를 찾는 능력과 결부되어서 그런 듯하다.# 거의 상어가 물 속에서 피 냄새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섬세함이라고.
민물고기의 경우 그 특유의 냄새를 보고 '흙냄새(흙내)가 난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민물고기의 냄새도 이것에서 유래한 게 맞아서 정말 흙의 냄새가 맞는 모양.
5. 인간과의 관련
5.1. 연구
지구과학이나 농업 등에서 매우 중요시하는데 이는 생물, 특히 식물이 살아가는 데에는 흙이 결정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생물과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제일 많이 다루는 곳은 단연 토목공학과. 흙을 크기별로 분류까지 하고 그래프로도 표시한다. 고고학과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토층과 층서는 고고학 자료의 출토정황을 표현하는 단서가 된다.
5.2. 활용
5.2.1. 식용
오늘날에는 먹으면 미친 사람 취급받지만 옛날 먹을 것이 없었을 때에는 황토나 적토 등을 파먹기도 했으며 일부 흙은 지금도 약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먹을 것이 없는 아이티 난민들은 진흙쿠키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며 한국에서도 고려 시절 가뭄이 들었을 때 백성들이 흙으로 국수를 말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무 흙이나 되는 건 아니고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흙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라목손 내복 환자의 위세척에 사용하기도 한다. 해독제가 없기 때문에, 그나마 흙에 닿으면 비활성화된다는 특징을 이용해 최대한 인체 흡수량을 줄이려는 것. 이 경우 풀러토(Fuller's Earth)라 부르는 특별한 정제 점토를 사용한다.
요즘은 중금속이 흙에 잔뜩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함부로 퍼먹으면 안 된다. 흙은 광물질과 유기물의 혼합물이라 먹는 것 자체는 가능하고 소화도 어느 정도는 된다. 하지만 주요 영양소는 다 빠져나간 찌꺼기로만 이루어져 있어 영양가가 거의 없고 흙 속의 유기물은 소화되더라도 광물질은 소화가 안 되기에 먹고 나서 배변을 할 때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5.2.2. 기타 활용
황토의 경우 적조현상 해결에 사용된다.
흑색화약을 사용했던 시대에는 흙에서 질산을 얻기도 했다.
5.3. 질병
구충에 감염되면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의 증상으로 이식증(異食症)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구충에 감염된 사람은 특히 흙에 집착하는 경항을 보인다. 실제로 20세기 초 미국 남부에서 구충이 만연했을 때 특정 지역의 진흙이 구충에 걸린 사람들에게 별미(?)였다고 하고 한 사업가는 이 진흙을 우편판매하는 사업을 해 큰 돈을 벌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 식품방역법상으로 해외에서 흙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흙이 묻은 채소류도 금물.
5.4. 관념
공기, 물, 불 등과 함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고대 철학자인 헤시오도스는 이것을 만물의 근원, 즉 원소라고 보았다.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에서는 세상의 구성물질이다. 동아시아의 오행(五行) 중 하나로도 들어있다.
기독교 등에서는 사람을 빚을 때 쓰인 매질로 여겨져기도 하며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비유가 즐겨 쓰인다. 실제로도 130년이 지난 후에는 시체는 진토가 되므로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성공회 기도문에서 유래한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Earth to earth, ashes to ashes, dust to dust)라는 표현이 유명하다. 창세기에도 3장 19절에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3] 라는 구절이 있다.
'눈에 흙이 들어가다'는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힐 때를 은유한다. 그 때를 제외하고서는 어지간해서 사람 눈에 흙이 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 그래서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안 된다"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내가 죽을 때까진 안 된다'라는 의미. 그래서 흙이 눈에 들어가면 어떤 소원이고 다 해결되는 거 아니냐는 농담도 있다. 영어에서도 'bite the dust'라고, '흙(먼지)을 물다 → 쓰러지다' 라는 뜻을 가리키게 된 관용어구가 있다.
2000년대가 지난 시기부터 도시에서는 땅을 죄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보도블록 등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의외로 밟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흙은 개발이 덜 된 시골이나 촌 지역을 의미하는 경향이 생겼다. '흙냄새 난다'가 '농촌을 의미하는 것이 그 예.
근래에는 평범하다, 금/은/동에 비해서 계급이 낮다는 의미로 흙수저라는 단어가 새로 생겼다. 위의 '개발이 덜 됨'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고,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점, 혹은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단어가 파생되었을 수 있다.
6. 다른 언어에서
대체로 '땅', '더러운 것(먼지, 때)' 등의 의미도 같이 나타낼 때가 많다. 한국어의 '흙'은 '땅'을 의미하기는 어려운 반면 '더러운 것'을 의미하는 것은 가능하다. 아래의 제시된 단어들은 {1. 대지('땅'), 2. 대지의 표면을 이루는 고체 물질('흙'), 3. 더러운 알갱이('먼지')}의 세 의미 가운데 적어도 2개 이상의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다.
7. 관련 문서
[1] 원문에 土 옆에 점이 찍혀있다. 土의 이체자로 간혹 용례가 있긴 한 듯.# 네이버 한자사전에는 점 위치가 약간 내려간 圡로 실려있다.[2] 주로 비어두음절에서 ㅡ로의 변화가 16세기에 먼저 나타나고 18세기에 어두음절의 아래아도 ㅏ로 바뀌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변화를 겪은 사례가 '가을(ᄀᆞᅀᆞᆶ)'이나 '마을(ᄆᆞᅀᆞᆶ)'. 여담으로 이 두 단어에서는 반치음 탈락과 ㅎ말음 체언의 소실도 관찰할 수 있다.[3] '먼지'로 번역되기도 한다. 영문은 for dust thou art, and unto dust shalt thou return.(흠정역), 히브리어는 כִּי-עָפָר אַתָּה, וְאֶל-עָפָר תָּשׁוּב. #[4] 노바야 제믈랴가 '새로운 흙/땅'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