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비판

 





1. 개요
2. 고블린 관련 설정의 개연성 문제
2.1. 작중의 혼란상
2.1.1. 세계적 위기라는 설정과 극단적으로 상충하는 묘사
2.1.2. 모험가 길드의 이해하기 힘든 대응
2.1.3. 인류의 무지함과 약함
2.1.4. 지나치게 많은 고블린
2.1.5. 지나치게 강한 고블린
2.1.5.1. 10살 어린아이의 스펙?
2.2. 설정과 묘사의 괴리
2.3. 판타지 세계관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
3. 서술 관련 문제
4. TRPG 설정 자체 문제
4.1. TRPG에 이입을 유도하는 인물의 부재
4.2. 룰 묘사의 부재
4.3. 위 두 현상이 합쳐져 벌어지는 현상
4.4. TRPG라고 했을 경우 문제
5. 비판에 대한 반론
5.1. 해당 세계관의 신체 스펙이 현실과 동등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5.1.1. 인간들이 고블린에게 지는 원인


1. 개요



Goblin Slayer: The Worst Anime Ever Made (Gigguk의 리뷰, 성인인증 필요)
고블린 슬레이어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반박을 적은 문서.
최근에는 평범한 모험물로 변질된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블린 슬레이어는 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을 어필하는 다크 판타지 작품이다. 그런데 판티지니까 현실성은 그러러니 하고 넘어가도, 핍진성과 개연성에서 문제가 상당히 보인다.

2. 고블린 관련 설정의 개연성 문제



2.1. 작중의 혼란상



2.1.1. 세계적 위기라는 설정과 극단적으로 상충하는 묘사


해당 작품에서 나오는 설명들을 보면 고블린 사태가 별 대수롭지 않다고 간주할 정도인 세계관이다. 작품 내에서 주인공이 고블린만 잡기에 자세히 나오지 않았을 뿐, 다크 엘프나 오우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몬스터들도 있고, 마신장들도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을 벌이고 있으며, 용사도 헤카톤케일과 같은 몬스터들과 싸우러 돌아다닐 정도다. 임금님도 옛날에 노상강도에게 밀려서 도망쳤다는 말이 나옴을 보면, 무력을 일정수준 이상 갖춘 노상강도나 산적이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 즉 국가는 국가대로 모험가들로만 대응하기 어려운 사태 속에서 우선적으로 강대한 몬스터들에게 대응하느라, 고블린 따위 잡몹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고블린 문제가 심각하다 하더라도, 고블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노상강도와 산적들이 판치며, 매일매일 리치와 드래곤, 국가멸망급 재해가 일어나는지라 고블린에 신경 쓸 여유는 정말로 없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작중 묘사와는 정반대 수준으로 상충한다.
매일매일 국가 위기급의 재해가 벌어지고 있다는데, 그로 인해 발생할 만한 난민, 상이군인, 미망인과 전쟁고아, 경제난에 대한 묘사 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군대도 대응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고 강하다는 몬스터들을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이 마주치는 장면도 나온 적이 없고 마을 분위기는 고블린이 나오면 끝도 없이 암울해지지만 역으로 안 나오면(...) 태평해서 갭이 너무나도 크다.
그리고 전쟁중인 상황이라면 더욱 더 고블린들에게 시민들이 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시민들이 바치는 세금과 인력을 통해 군대를 꾸리는데 그게 자꾸 피해를 입고 줄어들면 군사력이 약해져서 전쟁의 힘싸움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니까. 비유하자면 지속적인 전투중에 본진에 저글링이 들어와 일꾼테러하는데 무시하고 전투만 하다가 힘싸움에서 밀려 패하는 것과 같다. 전쟁도 자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래서는 설정이 어떻든 간에 독자들이 세계관의 막장성을 실감할 수가 없다, 변경 마을들이 안그래도 없는 살림에 있는 재물들을 다 긁어다 모아 고블린 퇴치를 의뢰한다는건 그만큼 절박한 막장상황이라는 뜻인데, 정작 그 마을 사람들은 고블린을 은연중에 하찮은 몬스터 취급한다는 이중성이 있으며, 심지어 마을 자체가 고블린에게 습격당해 전멸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는데도 피난민이 없는 묘사는 위화감까지 들게 한다. 이정도 사태가 변경마을들에 일어나고 있으면 물의도시 같은 대도시 주변에는 피난 온 변경마을 사람들의 난민촌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어야 정상 아닐까? 워해머 40K마냥 작중 세계가 매우 넓고 인구도 많아서[1], 어디는 막장이지만 어디는 매우 평화로운 지역들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알아둬야 할 것이 세상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막장인 지역이 있다면 다른 곳도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는 없다. 평화로운 지역의 사람들이 도울 생각이 없더라도, 국가가 급한 대로 모병관을 보내거나 세금 징수원을 닦달해 물자공출을 시행할 것이다. 또한 이 곳에는 고블린이 없다더라는 소식에 난민들이 떼거지로 몰려올 것이다. 해당 사회와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온 데다가, 먹을 것도 부족한 난민들로 인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고, 그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거나 도시의 특정 구역이 난민을 수용하게 위한 게토로 변질되는 현상도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작중 묘사는 고블린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슨 어린이 동화 수준으로 평화로워서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런 평화로운 지역이 어떻게 제대로 잘 유지될 수 있는지 묘사가 전혀 없다. 그냥 고블린이 평화로운 도시만 골라서 안 쳐들어간단 말인가?
물의 도시에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다크 판타지가 맞기나 한지 혼동이 올 정도에, 바보 이반에 나오는 태평한 이반들의 백성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멍청하다. 세계관은 다크 판타지답게 꿈도 희망도 없이 암울한데, 사람들의 생활상은 태평하고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러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똑똑한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주인공 이외의 사람들을 죄다 멍청이로 만든 것이다.

2.1.2. 모험가 길드의 이해하기 힘든 대응


거기다가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모험가 길드마저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모험가들이 고블린 퇴치에 나섰다가 전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데, 길드 입장에서는 귀중한 인력이 한 푼도 벌어주기 전에 갑자기 소멸하는 꼴이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면 퇴치 의뢰를 주기 전에 고블린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서 경각심을 주고,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지 않은 파티에게는 의뢰를 수락하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해야 정상이다. 모험가는 자기책임이라는 기질이 강하다는 이유로 신입에 대한 교육은 거의 안하고 있다. 임금이 왜 세웠는지 알 수 없는 세금먹는 도둑놈들이다.
작중에서 잘 보면 길드도 고블린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고블린이 위험하다는 정도는 잘 알기에 경고까지 한다. 길드 지침서에도 초짜에게는 고블린 퇴치를 추천하지 말고 일단 시궁쥐부터 잡게 하라는 구절이 있으며, 실제로 1권에서도 접수원 아가씨가 고블린을 잡으러 가려고 하던 검사 일행을 만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사람들을 말리는 것치고는 너무 소극적이다. 그래서 신참 모험가들이 고블린 소굴에서 전멸하는 일이 그렇게 많다면, 신참들이 소굴로 뛰어들기 전까지 전혀 모르는 것도 어색하다. 게임에서야 죽어도 다시 도전할 기회가 있으니 죽어가며 배워보자는 심산으로 들이대는거지, 비싼 돈 들여서 장비 사고, 기존의 삶을 버리고, 생사의 갈림길로 뛰어드는 일인데, 관심이 없어도 그렇게 없을 수가 없다.
길드 직원이나 고참 모험가들에게 물어보고, 술자리에서 떠도는 소문들을 엿들어서 정보를 조금이라도 모아야 정상이다. 아무리 사전준비를 철저히 한다한들 운이 없으면 죽어버리는 세계관이지만, 적어도 준비를 해두면 생존확률은 100%는 아니더라도 월등히 올라갈테니까. 결국 훈련을 받은 자가 현명하고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현명하고 강한 것이지만 훈련을 받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올라가는것이 당연한 이치다. 돈에 쪼들린다해도 최소한 사전 조사정도 하는건 어렵지 않고, 오히려 형편이 곤궁하기에 더욱 더 신중해야하는데 다들 방심 만렙이라 고블린따위...하면서 방심하다가 다들 죽는다.
물론 설정상으로는 숙련된 모험가들은 푼돈 벌겠다고 신입 교육을 해줄 이유가 없기에 신참에게 교육을 시키지 않고, 신참 모험가들은 내일 숙박료도 곤란한 판국이라 며칠에 걸쳐서 훈련할 여유조차 없는 실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길드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것이며, 길드는 이런 신참 모험가에게 며칠 정도 숙박을 시켜주고, 교관을 고용해서[2] 신입 모험가에게 훈련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길드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다. 아무것도.

거기다 고블린이 위험하다곤 해도 몇 번 보내다 보면 해결되니까 별 문제 없다는 것 자체가 설정충돌이다. 접수원 아가씨는 분명 몬스터 중 제일 수가 많고 다른 몬스터보다 인간과 많은 접촉을 하며 다른 몬스터가 주는 피해보다 더 많이 피해를 줘서 마왕과 마신보다도 시민들을 괴롭히는 존재라고 했다. 독자들은 작중에서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적을 통해 고블린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하며 사악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위험천만한 존재를 모험가 몇 번 보내는 걸로 위험요소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된다.
작중에서 몇 번이고 명시되지만 이놈들의 물량은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죽여도 계속 튀어나오는 저글링 레벨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개체가 튀어나와 무리를 만들어버린다. 한술 더 떠서 숫자가 쌓이면 상위종까지 나와버린다. 그러니 모험가를 보내서 퇴치해봐야 임시방편일 뿐이며 후술하겠지만 상위종이 튀어나오거나, 물량이 너무 많으면 소수의 모험가로는 각개격파가 아닌 이상 당해내지 못한다.
고위 몬스터들과의 전쟁 때문에 고블린에게 신경도 못 쓰는 상황이라면 인력도 귀할 것임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10-20대의 인재들이 비싼 갑옷과 무기를 들고[3] 고블린 소굴로 몰려갔다가 전멸한다면, 어떤 국가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중대한 사태다.
인재 뿐만이 아니라 귀중한 장비품이나 아이템도 손실되고 그 장비품들로 고블린들은 전력을 강화한다. 거기다 패배한 모험가가 여자라면 저놈들이 끌고가서 여자를 씨받이로 사용해 마구 번식하니 역효과.(...) 여자 모험가에게는 고블린 대신 하수구 해수구제를 추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쯤 되면 여자는 일정등급 이하는 고블린 의뢰 금지를 내거는 게 정상일 텐데 그러지도 않는다. 남자는 심해봐야 먹히고 끝이지만 여자는 머릿수를 불려주는데도.
인력 양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길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 이 세계관에서는 인력이 부족해서 고블린보다 훨씬 더 강한 마족들을 상대하느라고 인원과 전력이 매우 벅찬 세계관이다. 만약 고블린 슬레이어의 인류가 인구수가 매우 많고 부강하다면 이 항목에 나열된 삽질들을 모두 저질러도 그럭저럭 버텨나갈수 있겠으나, 여러 정황을 보아 인구수가 많은건 절대 아닌 상황이다. 나라가 병력이 부족해서 고블린같은 하급몬스터조차 처리를 못해주는 판국이고, 나라가 못나서면 민병대라도 들고 일어나서 고블린 토벌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고 있으니 민간사회의 동원력도 별다를것 없이 미약한 상황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이렇게 인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길드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저런 식으로 바보같이 인재들을 소모시키는 게 아니라, 빨리 신인 모험가들을 도와주고 키워서 성장시켜, 고급 모험가로 바꿔서 내보내 군대에 들어가 저런 강대한 마물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만들어, 세계에 만연하는 혼돈의 세력들에 대처할 모험자들을 늘려야 하는게 정상이다. '''저런 식으로 길드에서 후진양성을 아예 도외시하면서 거대한 혼돈의 세력과 맞서 싸울 인력과 장비를 계속해서 무의미하게 소모시키는 것은 어떻게보아도 바보가 아니면 할 리가 없는 자폭이고 자멸이다.'''[4]
애니메이션 10화에서 신참 전사와 중장전사의 훈련 장면에서 신인 모험가의 검술은 대부분 독학이라 제대로된 검술을 배우기만 해도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는 대사가 있다. 또, 은퇴한 모험가를 고용한 훈련소를 추진중이라는 접수원의 대사도 있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신인 모험가들의 대부분은 검술도, 지식도 없이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소리다. 현실의 인류 역사에서는 거대단체가 운영하는 저런 전문 교습소가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원시 시대부터 스승과 제자의 도제식 교육이라는 훌륭한 맨투맨 시스템이 있었다.
쉽게 말해 강력한 모험가를 신참 모험가가 따라다니며 모험의 보조를 하며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나가는 시스템이다. 신참 모험가가 대부분 돈에 쪼들린다지만, 애초에 현실에서도 이런 도제교육은 친척관계나 친우관계간에 큰 대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신참 모험가의 재력은 큰 관계가 없다. 사회 밑바닥 계층도 친인척 관계 정도는 다 있을테고, 이 중에 먼저 모험가로 나서 살아남은 자가 주변 친척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전수해주면 되니까. 하지만 작중 이런 스승과 제자 관계는 고블린 슬레이어 말고 딱히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런 일은 길드에서 지원금을 사용해서 해줘야하는일인데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길드의 무능을 엿볼 수 있다.'''
애초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렇듯 수가 모이기전에 싹을 뽑아버리는 것이다. 고블린들이 위협적인것은 숫자가 모여서일뿐, 숫자가 모이지 못하면 두려워할게 못된다. 고블린에게 매번 약탈당해 손해를 입느니, 그 시간에 자경단을 만들어서 틈틈이 찾아가 박멸하는 편이 더 이득이다. 고블린이 나타난 후에야 모험가를 부르는 것은 극단적인 하책일 뿐이다.
또한 신참들 중에서도 분명 1/3은 소멸하지만, 2/3가량은 고블린 소굴로 몰려가서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당연히 이 사람 중에는 쉽게 고블린을 이긴 사람도 있겠지만, 고블린의 흉악함과 교활함을 뼛속 깊이 체험했으나 운 좋아서, 아니면 재능이 출중해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사람들이 그냥 입 다물고 있을까? 그럴리 없다.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알려 "고블린들은 무서운 놈들이야. 나 죽을 뻔했어."라고 은연 중에 경험담을 퍼트릴 게 불보듯 뻔하다.[5] 길드에서 저런 모험가들의 정보통제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어떨까? 모험가가 의뢰를 보냈는데 안 돌아온다고 치자. 가만히 있을까? 새로운 모험가를 찾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걱정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을 하거나, 그 모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것이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를 걱정해서 무언가를 해보려는 의뢰인은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애초에 초반에 나온 음유시인이 고블린 슬레이어를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자, 모두가 환호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을 사람들은 이미 고블린들이 위험한 줄 대부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모험가에게는 그 위험을 알리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2.1.3. 인류의 무지함과 약함


실질적으로 위의 비판이 생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작품에서 인류는 고블린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경각심마저도 없다. 고블린에 의해 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사람이 납치당하거나 죽고 마을까지 쓸려나간다. 그런데 고블린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를 한것도 아니면서 다들 고블린을 따위로 여기며 가벼이본다. 사람들은 고블린이 약한것은 하위종에만 한정되지, 숫자가 쌓이거나 상위종이 나오거나 어지간한 마물들보다도 강해지는것을 고블린 슬레이어말고는 다들 모른다. 애초에 이 작품에서 인류는 고블린 슬레이어의 주변 인물들 빼고는, 대개 농성전의 개념조차 모르는 영애 검사와 파티원처럼 무능하거나 상식이 결여되어 어처구니없는 삽질하다가 망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사람이 납치당해 죽고, 마을이 멸망하고, 여격투가처럼 고블린들에게 능욕당하고 폐인이 되어 요양가는 여성들이 아예 수레가 가득찰 지경인 시점에서 사람들이 고블린의 심각성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고블린이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면 이해할만한 일이겠지만 이미 고블린 슬레이어가 태어나기도 전, 최소 20년이 넘어가도록 고블린이 계속해서 존재해 온 시점에서 설득력은 완전히 사라진다. 20년 넘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고블린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
거기다가 아래쪽에서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분명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고블린의 스펙이건만, 정작 본편에서 보여주는 스펙은 10살의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반면 인간은 10살 어린아이들의 무리에게 손쉽게 당해버린다. 극장판에서는 고작 20명짜리 선봉대에게 마을 하나가 통째로 점령당하는 추태가 벌어졌다.
한 줄로 정의하자면 '''작가의 서술 능력, 묘사 능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만 치중했지, 정작 그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아가는 세계관 묘사는 제대로 된 핍진성과 개연성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고블린 슬레이어를 위해 인류 전체를 발판으로 삼았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 인류의 지능지수와 신체 스펙을 너프시켜버린 것이다.

2.1.4. 지나치게 많은 고블린


또한 다른 비판점으로는 고블린이 너무 많다는 것이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매일같이 고블린 퇴치에 나서고 매 의뢰마다 수십 마리를 퇴치하는데, 이 짓을 최소 수십 번은 했을 텐데도 주변 고블린이 거의 전멸했다는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저렇게 숫자가 많으면 약탈과 살인을 안 하고 살아도 그 존재만으로도 크나큰 문제가 된다.
게다가 이 세계관 설정상 고블린은 여자(주로 연약한 인간 여성)를 납치해서 강간한 후 씨받이로 만들어서 번식한다. 당연히 수많은 고블린들을 뽑아내기 위해 필요해 납치한 여자들만 해도 정말 지독할 정도로 많다는 소리인데, 그쯤되면 조용히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단 상황을 보아하면 그 수많은 씨받이 수요를 납치한 인근 마을 여자들이나 소굴에 들어온 여자 모험가들로 채우는 듯한데, 고블린이 저만큼 나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잡혀가는지 감도 안 잡힌다. 이 정도면 인구문제 때문이라도 국가에서 심각한 사태로 여겨야 정상일 정도. 그리고 이 세계관은 작중 묘사를 보면 이상하리만치 성비가 여자에 치중되어있는 감이 있다.
물론 여성 캐릭터를 이용한 능욕과 고어 소재를 넣고 싶은 작가의 취향에 의한 것이겠지만, 조금이라도 현실적으로 보게 되면 이상한 부분이 되어버린다, 일단 설정상 고블린은 10살 아이의 신체능력에 불과하므로 여자를 납치하려면 상당히 많은 수의 고블린이 필요하다. 기껏해야 고블린 한 마리가 제압할 수 있는 성인 여성은 한두명 정도이며, 설사 제압하더라도 성인여성을 운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여섯은 되어야 몰래 납치를 시도한다는 소리가 되겠지만[6], 그런 숫자를 갖춘다는 것부터 발각될 위험성이 커진다. 다른 성인 남성들에게 발각되어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숫자를 갖추면 되겠지만, 그런 숫자를 갖추려면 애시당초 번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즉 첫 조건인 납치부터 실패할 공산이 크다.
설령 번식에 성공했다 해도 숫자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불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식량이 필요한데, 저 끔찍하게 많은 고블린과 포로로 잡힌 여자들을 먹이고 재울 식량이 하늘에서 툭 떨어져지지 않는 한, 이들 대부분이 태어나기도 전에 여자들이 굶어죽을 것이다. 어찌어찌 살려서 태어나게 해봐야 굶어죽을 운명이다. 농사를 지을 줄 모르는 이 녀석들이 식량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도는 작중에서 묘사되기로 인간을 습격해 잡아먹거나 곡식을 터는 것뿐이지만, 당연히 인간을 습격하려면 성인 고블린 여럿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성인 고블린들을 키울 식량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7]
가축을 훔친다 해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모험가들을 불러오게 될 테고, 훔친 것만으로 입에 풀칠도 제대로 못한다. 거기다가 만약에 이놈들이 산에 있는 동식물을 먹고 사는 잡식성이라면 그 급격한 소모량 때문에 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다.
성인 여성의 건강도 문제다. 작중 묘사를 보면 고블린들이 위생에 아무런 개념이 없는지 오물 속에 그냥 놔두는 모습이 보이는데 전염병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특히 체력이 약한 인간 여성이라면 질병에 더욱 취약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인간의 출산시 심한 출혈을 동반하며,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그 과정에서 감염되어 산욕열로 죽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지금도 의료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는 수 십 명 중 한 명 수준, 심한 경우 사망율이 10%를 넘기기도 하는게 출산이다. 그런데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씨받이 역할을 하면서 출산을 한다면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고블린이 병마에 비정상적으로 강하냐면 그것도 아닌 게 고블린 슬레이어는 일부러 부상 입힌 고블린을 도망치게 둬서 전염병을 퍼뜨리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고블린의 씨받이로 사용되는 종족 (여성)[8]의 전염병 발병율이 하필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고블린이 그 종족의 병만 비정상적으로 안 받아들여야 설명이 되는데 어느 쪽이든 너무 편의주의적인 설정이다.
일단 작중에서도 고블린을 아무리 죽여도 끝없이 솟아나옴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대체 어디서 생겨나는지 여러 가지 가설을 내세우기도 한다. 사실 이 세계관의 만악의 근원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고블린 개체수가 줄거나 하더라도 얼마든지 고블린들을 만들어서 풀어놓거나 고블린들을 개량/강화하거나 이런저런 이벤트를 열어 모험가들을 분산하거나 흔들어 놓아 약화시켜 고블린에게 취약해지도록 만드는 건 일도 아닌 듯하다.
물론 이렇게 설정구멍을 신적 존재의 농간이라고 전부 다 퉁쳐버리는 게 편의주의적인 전개라서 문제지만. 차라리 고블린들의 은신처 안에는 고블린들의 녹색 달로 이어지는 포탈이 생겨나기에 이것들로 인해서 수가 비이상적으로 늘어난다는 식의 설정으로 풀었다면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을 것이다, 고블린의 번식과 수에 관해서는 작가는 어줍잖은 고어 능욕물을 포기하고 설정의 탄탄함에 더 집중했어야한다.
그리고 번식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겨울이다. 신체능력이 뛰어난것도 아니고, 방한능력도, 방한구도 없고, 동면도 안하는 이 놈들에게 있어서 동장군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이런 맹추위에서 대다수가 얼어죽거나, 식량을 구하지 못 해 굶어죽어야 정상이지만 이놈들은 겨울에도 멀쩡하게 활동과 침략을 하고 다수가 살아남는다. 극장판에서는 아예 방한장구 하나 없이 한겨울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들판에서 쌩쌩하게 돌아다니면서 싸움을 하는데 황당해서 말이 안나올 지경. '''심지어 몇몇 개체는 겁도 없이 맨발로 눈 위를 돌아다닌다.'''
고블린 슬레이어 혼자서 잡는 것이니 개체 수가 그렇게 줄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작품만 보다 보면 고블린 슬레이어가 매일 수십 마리씩 퇴치하는 듯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으니까. 제대로 된 교통수단이 없는 작중 세계관에서는 한번 여행을 떠나면 며칠씩 걸리는 것이 기본이므로 1주에 1~2건 정도가 한계일 테고, 그렇다면 생각보다 많이 퇴치하진 않았으리라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고블린 슬레이어 혼자서 한 번에 고블린 수십 마리를 전멸시킴부터가 말이 안 된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이나, 옛날 영웅담에서는 하루에 열 마리씩 동물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판을 치지만, 현실에서는 하루는커녕 평생에 10마리 이상을 사냥하면 경이로운 기록이다.[9] 그런 식으로 사냥해도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천 종이 멸종되는 형편인데,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한 번에 소굴을 초토화시키고 새끼까지 씨를 말리면 고블린의 수가 격감해야 마땅하다. 애초에 진짜 문제는 왜 그렇게 숫자가 많은것인가?도 있지만, 도대체 그 많은 숫자가 어떻게 멀쩡하게 유지될 수 있냐는 것이지만.
많이 봐줘서 건당 5마리를 소탕했고 평균 2주당 3건을 해결해왔다고 가정하면 5년간 고블린 슬레이어가 처리한 고블린의 수는 최대 2천여 마리가 된다. 그런데 몽골 전체에 사는 늑대의 수가 1만~2만 정도이다. 한 사람이 몽골 전체의 늑대 중 1/10 이상을 해치웠다고 하면 말이 될까? 설령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런 위업을 달성했다 치더라도, 그랬다간 터무니없이 넓은 지역에서 늑대의 씨가 마를 것이다. 몽골 영토 면적은 한반도의 7배가 넘는다.
물론 고블린과 늑대를 1:1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늑대는 개체 수가 많고 무리지어 다니며 인간과 생활영역이 겹쳐서 크게 위협이 된 육식동물이란 점에서, 현실 속 동물 중에서는 그나마 고블린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늑대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사는 나라인 몽골에서조차[10] 1~2만밖에 안 사는데, 고블린 슬레이어가 발품을 팔아 다닐 수 있는 영역에 1~2천 마리가 산다면 너무 많다.
그렇게 많은 숫자를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거점을 초토화시키고 새끼까지 다 죽였다. 그런데도 1권 초반에 여신관 파티가 걸어서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에 22마리의 고블린 소굴이 존재하고, 1권 막바지에는 백이 넘는 고블린 군세가 마을에 쳐들어온다. 전자의 소굴은 대체 어떻게 아직까지 고블린 슬레이어의 손에 걸리지 않았는지 모를 노릇이고, 후자의 고블린 군세는 대체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모를 노릇이다.

거기다 숫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그 많은 고블린을 사람들이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고블린이 그렇게 많다면, 전쟁하느라 땀나게 바쁜 국가는 어쨌든 민간 입장에서라도 고블린이야말로 최대의 문제 사안이어야 마땅하고, 그렇다면 밤낮으로 고블린의 습격을 두려워하고 고블린 대책만 생각하고 있어야 하고, 마을에서 젊은이들을 동원해서 자경대를 조직해 고블린의 습격에 파수를 세워야 정상이다. 고블린 슬레이어 한 명만 고블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11]
하물며 이 정도로 위험천만하고 신적 존재까지 고블린 슬레이어의 존재 하나 때문에 고블린을 밀어주는 세계관이라면 상술했듯이 사람들이 '''평화롭고 한가롭게 사는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인류가 진격의 거인처럼 전멸 직전까지 가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 애초에 인간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난자를 배란해서 가임기를 맞이하는데 고블린의 태아가 모체 안에 있는 기간이 극단적으로 짧아서 인간의 10분의 1이라고 해도 인간 여성 1명이 1년간 출산할 수 있는 고블린의 수는 뻔하다.
그렇다고 고블린 소굴에 납치되어 강간당하는 여성이 무슨 부대 단위로 있지도 않다. 작중 묘사엔 한두 명에서 서너 명 정도다. 한 번 임신시키면 베르세르크의 트롤처럼 서너 마리가 튀어나오면서도 임신 기간은 매우 짧다면 여성 포로가 한두 명이라도 고블린의 숫자가 '금방 금방' 불어나는 이유가 설명은 되지만 작중에 그런 묘사는 없다.

2.1.5. 지나치게 강한 고블린


사실 이 모든 설정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은 '''고블린이 너무 강하게 나오고 활약상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이다.''' 분명 이놈들은 설정상 최약체중의 최약체이며, 바깥에 나가면 저것들은 따위로 보일만한 괴물들이 득시글 해서 나라에서는 우선순위가 낮다는 설정이지만, 작중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은 그 설득력을 앗아가 버린다. 보다 보면 저것이 정녕 10살 어린아이급의 완력과 스피드와 체력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게 된다. 자세한 것은 아래쪽의 스펙 항목 참조. 게다가 최하급종인데도 종류는 또 엄청나게 많다.

물론 모든 고블린이 이렇게 강한 것은 아니다. 여신관 파티를 괴멸시킨 홉고블린의 경우 고블린을 얕보고 방심한 모험자 파티, 예상보다 많았던 고블린들, 홉고블린의 하위종 지배력, 모험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다양한 함정이 준비된 홈그라운드라는 이점 등등이 일구어낸 성과이다. 애초에 작품 설정상 홉고블린이 혼자서 생활하거나 일부러 상위 모험자와 일기토를 붙을 일이 없다. 홉고블린이나 고블린 로드가 위력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단지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고블린들을 지휘하고 계책을 사용하여 단순한 해수급의 마수들을 제대로 된 부대로 탈바꿈시키는 조직력 때문이다. 은등급인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 챔피언에게 고전하는 부분도 나오지만, 원래 고블린 슬레이어는 많은 수의 고블린을 사냥한 의뢰 성공율을 기준으로 은등급에 오른 측면이 있고, 작품에 나오는 다른 은등급에 비해서 개인 전투력이 우수하다고는 평가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작중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나오는 오거나 다크 엘프와 같은 적들이 고블린을 마치 싸구려 도구 취급하는 것을 보아도 한 개체의 위력은 많이 위험하다고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활약상을 펼치는 놈들이 드물기는 해도 희귀종 수준으로 적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숫자가 너무 잘 쌓인다는 것이다. 고블린 슬레이어의 마을을 전멸시킨 무리나, 고블린 로드의 무리 정도로 세력이 커져버리면 모험가 4-5명으로는 답이 안나오고, 다수의 모험가가 레이드를 가거나 군대를 파견해야한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토록 일대의 고블린들을 소탕하고 다녔는데도, 1권 마지막에는 조직력을 갖춘 고블린 무리가 농장을 습격해 고블린 슬레이어조차도 감당을 못했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놈들이 죄다 조악하지만 냉병기를 들고다닌다. 아무리 모험가들에게 조달한다지만 무구 만드는 재능이 없는 그들이 그 많은 무장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 길이 없다.
A판에서 한 중견급 모험가 파티가 근처에 엘프 유적이 있다 해서 조사 의뢰를 받고 준비해 들어갔는데, 고블린 무리가 있었고, 어느 정도라면 대충 처리하지만 물량이 상상 이상이라 짤없이 전멸한 사례가 있다. 1권에서는 강철등급 모험가 4명이 고블린 퇴치하러 갔는데 경보장치 건드렸다가 물량에 밀려 전부 전멸하고 능욕당한끝에 죽었다. '''중견급 모험가 파티조차도 고블린 물량공세에는 그냥 쓸려나간다는 이야기다.'''
더 어처구니없는건 이 녀석들이 죄다 무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블린들이 무기를 얻을 수단은 쳐들어온 모험가들을 격파해서 전리품으로 얻은 것이거나 기껏해야 뼈, 몽둥이같은 나뭇가지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무수한 숫자의 고블린들이 전부 무장할 수 있을 정도의 무기는 얻기 힘들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다들 무기를 들고 있다. 무기 만들줄도 모르는 고블린들이 어디서 이런 많은 무기를 구했는지 알길이 없다.
조직력을 갖춘 고블린 무리가 그렇게 많다면 '고블린은 하나하나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지만 강력한 조직력을 지녔기 때문에 뭉치면 위험한 놈들'이란 인식이 퍼져야 마땅하다. 이런 10살 짜리 신체능력을 가진 고블린들이 소수일때는 별 볼일 없는데, 숫자가 모이면 갑자기 급격하게 전투력이 올라갈 정도로 숫자만 모이면 정말로 두려울게 없는 놈들이 숫자를 모으기가 매우 쉬우니 이걸 얕잡아 보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의 극치다.
게다가 상위종이 나오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당해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살해당할 레벨이다. 상위종인 홉고블린의 경우 격투가가 있는 힘껏 홉 고블린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데미지가 없었고 그 직후 역으로 제압당했다. 격투술을 체계적으로 수련한 모험가의 공격을 맞고도 아예 노데미지였다는 이야기인데 이 정도면 근접전투력만으로 따지자면 어지간한 성인남성을 가볍게 뛰어넘는 레벨이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경멸하는 이들조차 '잡몹 처리 담당'이라고 할 뿐이지 약하다고 경멸한 적은 없다. 은 등급인 것이 이상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은 등급 중에서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격이 다르게 고블린과 싸운 경험이 많으며, 따라서 고블린과 싸우는 요령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그런 고블린 슬레이어가 매번 고전할 정도로 고블린 챔피언이 강하다면, 은 등급 이하는 절대 상대가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만났다간 끝장인 고블린 챔피언이, 고블린 소굴에 뛰어드는 모험가들 중 아무도 모를 정도로 무시받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하물며 초보 모험가는 절대로 이기는게 불가능한 홉 고블린은 고블린 챔피언보다도 조우 확률이 훨씬 높다.
이렇게 교활함과 쪽수만으로 수도 없는 맹활약(?)을 펼치니 독자 입장에서는 최약체라는 설정이 전혀 와닿지 않는 것. 그리고 뒤에 가면 '''고블린 프리스트'''에 '''고블린 팔라딘'''까지 등장하면서 가면 갈 수록 고블린은 약체 종족이 아니라 만능 종족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지경까지 온다.
결국에는 연출 문제다. 고블린이 최약체라고 하면서, 자꾸만 고블린이 무쌍(?)을 벌이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니, 설정에 괴리감이 와버리는 것. 차라리 고블린 개체에 따라 실력 편차가 커서, 강한 고블린과 약한 고블린이 들쭉날쭉하다고 설정했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고블린을 얕잡아 보는 초보 모험가가 있어도 이상할게 없을테니까. 사실 맨 처음에는 마을까지 쳐들어오는 고블린은 서식지에서 쫒겨나 위험지역인 인간 마을까지 건드려보다가 죽는 약한 놈들이라는 언급을 하는 등 이런 설정을 쓰긴 했는데, 작중에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들어가는 던전마다 족족 고블린이 강하다보니 어느새 없어져버린 설정이 되어버렸다.
서적판에서 밝혀진 뒷설정에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지켜보는 신(환상, 진실과는 다른 신으로 추정됨)들이 "이 룰치킨 놈이 제대로 된 모험을 하면 어떤 결말이 나올까?"하고 궁금해한 나머지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모험을 시키려고 이놈의 활동 범위 내 고블린들에게 쫙 버프를 돌려서 이 사단이 난 거라고 한다. 그러니까 고블린들이 전체적으로 강한 게 아니라, 고블린 슬레이어 곁의 고블린들이 유난히 강한 거였다는 설정. 나중에 코믹스 4화에서 나온 음유시인의 노래마냥 고블린 왕국이 세워질 정도로 버프를 받는 정도라고 보면된다 거기에 6권에서는 비슷하게나마 이루어졌었고.
문제는 이것도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 세계는 신들의 주사위 놀음에 의해 결정되며, 신들은 여러가지 판을 짜고 기본적인 룰을 지키고, 주사위를 이리저리 던지면서 사람들이 죽거나 아니면 성공하는 걸 같이 지켜보며 천상에서 하하호호하는 세계관이다. 그런데 고블린 슬레이어가 너무 잘나간다고, 난이도를 갑자기 전체적으로 올려버린다? 당연히 이건 룰 위반이다. 당장에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는 이유도 룰의 허점을 찌르는 룰치킨적인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며, 그건 반대로 뒤집어 말하자면 이 세계 자체에 신들이 정한 기본적인 룰이 있기 때문에 그 룰을 타파하는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 룰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멋대로 바뀌면? TRPG팬들이 보아도 이런 설정은 욕먹기에 딱 좋다. 게임하다가 GM이 갑자기 룰을 멋대로 바꾸는 격이니까. 작가야 신들의 농간이라고 퉁쳐서 납득할지 몰라도 관객인 독자들중에 그걸 납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래 비판에 대한 반론에서는 '독자가 장르를 몰이해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TRPG리플레이가 아니다. 소설이나 만화, 애니 등의 형식을 띄고 나온 이상 독자가 장르를 이해해야 하는게 아니라 작가가 독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또한 모든 단점을 '이거 사실 TRPG니까' 하고 넘어가는데 TRPG에서 GM이 신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가 하는 모든 설정이나 진행이 비판받을 수 없는 성역인 것은 아니다. TPRG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GM이 룰이나 설정을 바꾼다고 해도 게임을 망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주인공이니 납득할 수 있지만, 이를 리플레이식으로 읽는 독자에게 TRPG플레이어의 입장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래쪽에 반론의 예시로 든 크툴루 TRPG에서는 독일이 1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걸로 진행했지만, 크게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다. 독일이 전쟁에서 이긴게 게임내에서 그렇게까지 큰 중요성을 차지하는 설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블린은 다르다. 게임, 아니 소설 내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을 차지하는 고블린과, 그저 배경일 뿐인 독일의 승전 여부는 그 무게가 엄연히 다르다.
사실 일이 이렇게 된 진짜 이유는 정작 세계관에서 최상급이라는 몬스터들이 고블린보다도 활약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마신장인 다크 엘프도, 고블린 챔피언보다도 훨씬 강한 오우거도, 그냥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손도 발도 못 쓰고 광탈하고 고블린보다도 약해빠졌다는 모욕이나 듣고 앉았으니 고블린보다 훨씬 더 강해보일리가...(...) 게다가 가끔가다 보여주는 외적과의 싸움은 전부 다 용사 일행이 간단하게 외적을 박살내는 장면밖에 없으니, 외적들이 전혀 강해보이지 않는것이다.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대사가 아닌 서사로 외적들의 강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말이나 설정으로만 강하다고 해봐야 체감이 되지 않는다. 작가가 고블린 슬레이어와 고슬의 숙적인 고블린을 부각시키기 위해 외부의 몬스터들을 발판으로 쓰고 있는 것.
여담으로 오버로드(소설)의 고블린과 많이 비교되곤 한다. 오버로드 작화가 뛰어난 점도 있지만 중하권 모험자 정도 급의 아인이라는 점과 잡몸이라는 표현이 확실하게 묘사되기 때문이다.


2.1.5.1. 10살 어린아이의 스펙?

설정상 평범한 고블린의 신체능력은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중에서 보여주는 활약상은 이게 정말 10살이냐? 라는 생각이 나올 레벨이다.
일단 고블린의 피지컬 스펙을 현실로 치환하면 대략 평균 체중 30kg, 평균 신장 135cm는 된다.[12] 그러나 그건 인간 기준, 그것도 잘 먹고 잘 큰 현대인 기준이고, 이 녀석들은 여건이 지독하게 안 좋고 숫자가 너무 많아서 인간과 비교했을때 영양문제 때문에 스펙이 더 낮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남한의 초등학생 평균 체중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이런 신체에 무디지만 잡독이 발린 칼, 조악하지만 어쨌든 제대로 작동하는 활 등을 사용하며 지능은 멍청하기는 하지만 교활하고 사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래봤자 거기까지라는게 문제. 물론 10세 아동 수준의 능력이라도 성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작중에 나온 고블린의 능력은 10세 아동의 그것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치명적으로 묘사된다. 아무리 봐도 이놈들의 신체 스펙은 인간 아이 10살이 아니라 길이 130cm에 체중 30kg의 야생동물급이다. 체중 30kg급 견공이 성인을 공격하면 뭣도 못해보고 그대로 훅갈 수도 있는데 작중 고블린 활약이 딱 이렇다.[13]
애초에 어른이 진심으로 애들을 살상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175cm 정도의 평균 체격 성인 남성의 발길질 한 방에도 10세 아동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으며 체급 차이라는 것은 그 만큼 절대적이다. 물론 중세식 세계관이니 인간들이라고 해서 잘 먹고 잘 자라서 현대의 성인 평균 피지컬일 리는 없지만. 어쨌든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몸무게와 그에 따른 힘의 차이 뿐 아니라 발달된 근육에 따른 속도, 민첩함, 지구력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오히려 힘을 쓰는 직업, 특히 모험가라면 현대의 평범한 성인보다는 더 강인한 신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실제 어린아이와는 달리 무기를 들고있기는 하지만, 무기를 만들줄 몰라서 좋은 철제 무기를 쓸 수 없고, 무거운 무기는 당연히 근력이 부족해서 휘두르지 못하니 끽해봐야 나이프나 단검, 몽둥이가 한계. 키도 작고 점프력도 낮아 노릴 수 있는 부위는 성인의 하반신 정도 밖에 없다. 게다가 힘도 약해서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중갑까지는 아니어도 가죽갑옷도 숙달되지 않은 성인남성이 베어내기 불가능에 가까우니 일반 고블린에게는 당할 일이 없다. 실제 전쟁에서도 두꺼운 천 갑옷이 잘못 휘두른 창칼을 손쉽게 막아내는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10살 꼬마는 검을 들어도 천으로 만든 누비 갑옷조차 뚫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왜 소년병이 총기류가 보급된 이후부터 난립하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맞추기만 한다면 누가 쏴도 동일한 화력을 보장하는 총기와 달리 냉병기의 위력은 사용자의 신체 스펙과 숙련도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굳이 가능성이 있다면 여럿에게 둘러쌓여 빈틈이나 급소를 무기로 가격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파티를 짠 이상 그런 상황에 처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작중에서 보여주는 이놈들의 활약은 정말 10살짜리가 맞는지 의심이 가는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모험가들을 쪽수로 잡아서 족쳐버리지를 않나, 지능은 대체 어린애가 맞는지 의심가는 레벨의 분업과 협업에다가, 인간이 인질에 대해 약하다는 것과 대략적인 인간의 습성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쳐도 시체를 이용한 정교한 함정이나 부비트랩을 만들줄도 안다. 근력도 마법사의 지팡이를 두 손으로 손쉽게 부러뜨리거나[14], 부드러운 지방의 성인 여자를 매단 거대한 인질방패를 든채로 무리없이 진군하며, 성인 남성의 머리높이까지 서전트 점프를 하는 것도 비일비재한데다 조잡한 돌도끼로 성인 남성의 머리를 단번에 깨버리고 전력질주로 도주하는 영애를 간단하게 달리기로 따라잡는 등 어른들도 쉽게 하지 못할 짓들을 한다. 당장 상술했듯 숙련된 강철등급 모험가 4명조차도 고블린의 물량공세에 전멸하는 판이다.[15] '''심지어 극장판에서는 혼자서 성인 남성을 질질 끌고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결국 평균 어린애 스펙이라면서 작중 묘사와는 딴판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 고블린 슬레이어의 아치 에너미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린애 스펙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스펙을 올린게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저 세계관의 사람들이 운동부족 화이트칼라 현대인 사람들보다 '''육체적으로 신체가 강건한 것은 사실이다.''' 기반이 중세라서 육체노동의 비중이 현대보다 높다보니, 다들 신체능력은 좋은 편이다. 일반인인 소치기 소녀 역시도 힘이 제법 세다. 몬스터들과 싸우기 위해 뛰어드는 모험가라면 말할것도 없다. 코믹스에서 고블린 로드의 군대와 맞설 때 몇몇 모험가들은 한쪽팔로 나무판자+인간 여성을 들고 질주하고, 주인공인 고블린 슬레이어도 극도로 단련된 일반인에 불과한 신체스펙이지만 일반적인 고블린을 상대로는 육탄전으로도 충분히 압도한다. 따라서 인간과 고블린이 싸우면 당연히 인간이 여유있게 이겨야 정상이다.[16]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어찌된게 고블린을 도저히 어찌하지를 못하고 수십마리 물량공세에 남자는 죽고 여자는 손쉽게 겁탈당하는 식으로 마을째로 전멸하고, 고블린들에게 쩔쩔매서 스스로 어찌할 생각을 하지도 않고 모험가들에게 비싼 돈 주면서 길드를 통해 의뢰를 넣고, 그 모험가들조차도 물량에 종종 게임 오버당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놈들은 최약체이고, 신체능력도 10살 어린아이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무기를 든 중세시대의 인간 쪽이 이겨야 정상인데 정작 이기는 건 대개 쪽수로 밀고들어오는 고블린이고, 시민들은 호구같이 매일마다 고블린들에게 약탈당하고 강간당하며 살육당한다.[17] 대개 고블린과 인간이 싸우는 장면에서 고블린이 이기는 장면이, 고슬을 제외한 인간이 이기는 장면보다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아무리 중세로 높게 잡았는다고쳐도 이 최약체 고블린놈들은 위문단에 써놓은 활약상을 그대로 실천하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보여준다.''' 하물며 역으로 중세 기준이라고 친다면 오히려 지능은 영재 교육받는 현대보다 떨어질텐데 이 녀석들의 지식 수준은 중세 어린아이의 그것이 결코 아니다.
신체 스펙이 약하다고 나오는데, 상술했듯 작중 묘사로는 전혀 약해보이지 않고, 머리는 나쁘지만 사고방식 자체가 특이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데다 잔악함도 상상 이상이고 독이나 무기같은 도구도 쓰고 함정이나 부비트랩도 만들고 매복도 잘한다. 야행성에 후각도 뛰어나고 불빛 없는 동굴 속에서도 시야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밤눈도 매우 밝아서, 주간에 활동하는 인간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껄끄럽고, 개개인은 성인에 비해 좀 약하지만 번식력과 집단을 만드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18] 숫자가 모이면 답이 안나오고, 상위종도 가끔 나오는데 상위종은 숙련된 중, 상급 모험자를 상대로도 압승하는 놈들이며, 샤먼같은 상위종 1마리만 무리에 섞여도 고슬의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로 위력적이 된다. '''....도대체 이게 어딜봐서 최약체라는 것일까?''' 최약체라고 설정되어 있지만 그 설정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작가는 독자를 설득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애초에 작중에서 서술되는 10살 어린아이의 신체능력을 한국 나이 기준이라면 12~14세로 잡아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주장이다. '''작중에서 나온 10살 어린아이(어린 고슬)는 고블린과 크게 다를게 없는 체구였기 때문.'''
거기다가 쪽수가 너무 많아서 농사도 짓지 않고 제대로 된 수렵 활동도 하지 않아서 밥도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고블린들이 대체 어떻게 UFC 파이터나 마사이족 전사급의 성인도 쪽수와 기습으로 이길 레벨의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농사도 안 짓고 수렵도 제대로 안해서 약화된 피지컬이 작중의 그것(...)이거나, 종족 자체가 영양 보급과 꾸준한 활동 없이도 피지컬의 약화 폭이 아주 작은 특수 체질이거나, 어린아이급의 신체능력과 지능, 이기심으로도 사실은 아주 착실하게 수렵을 하고 있거나, 어느 쪽의 설명도 "약하고 멍청한 고블린"이라는 설정에서는 억지스럽다.
그리고 성인 기준은 15세라고 해도, 그건 '''사회적 성년'''이 15세라는 것이지 '''육체적 성숙'''에 걸리는 년도가 15년과 20년으로 다르다는 말은 될 수 없다. 작가가 그것에 대해서 명백하게 추가로 설명해주지 않는이상, 보통 이런 기준은 독자의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서 10년 전 고블린 슬레이어 정도의 10살 아이들로 잡는것이 일반적이다.

2.2. 설정과 묘사의 괴리


결론. 비판을 종합하면, 작가가 상당히 공을 들여 설명했음에도, 작중 고블린에 대한 묘사를 완전히 납득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 고블린이 너무나도 많고 강하며, 그 많은 고블린이 하찮게 보일 정도로 세계가 위기라는 설정인데, 그에 비해 작중 묘사되는 생활 풍경은 풍요롭고 평화롭다.
  • 고블린이 끼치는 피해가 굉장히 심각한데, 그 피해가 아무리 다른 위기에 비해서는 하찮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피해를 주는 고블린에게 고블린 슬레이어 단 한 명만 경각심을 갖고 있고 나머지 모험가나 시민들은 대비책도 안한채 무시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정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어색하다. 어떻게보면 사태는 심각한데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 감각[19]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설정과 묘사의 괴리가 작품의 모순점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일례로, 본 세계관은 신들의 주사위 게임판이라는 설정이 존재하는데, TRPG적인 설정이고, 소설의 핵심 설정임에도 거의 묘사가 되지 않고 그냥 지나가둣 나오기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을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멍청하게 만들기 위해 신들의 농간, 신들의 간섭으로 고블린 슬레이어이외의 인간, 엘프 같은 지적생명체들이 고블린에 대해 과도한 위험성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 또한 있을 수 없다. 애초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태생적으로 평범한 인간이었다가 그 특이한 행동방식으로 인해 신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레귤러기때문.
예를 들어 어떤 신들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어난 작은사건을 배경으로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면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말판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사는 말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여기에 고블린들의 습격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어서 평화를 깨부수며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게 만든다. 또한 여기서 외부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 또 다른 신들이 '세계를 위협하는 마신왕에 맞서는 용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면 '위협받는 세계'라는 말판과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들'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이로인해 국가는 개입할 수 없게 된다.
'위협받는 세계' 게임판의 말들인 '군대'[20]가 '괴물들을 퇴치하는 모험가들'게임판에 멋대로 난입해서 괴물들을 퇴치하는 일은 이것으로 인해 방지되었다. 여기까지는 확실히 문제가 없다. 문제는 시민들이다. 고블린들이 계속해서 습격을 해서 피해를 보는데도, 시민들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상대는 최약체 고블린인데 그런 최약체를 상대로 호구처럼 당하기만 하고 모험가만 부를 뿐이다. '''이 세계관 최약체는 고블린이 아니라 호구인 시민들이다.'''
여기서 고블린 슬레이어가 등장해 고블린들을 마구 박살내지만 그렇다고 판이나 게임이 망쳐지지는 않는다. 고블린 슬레이어를 재밌게 지켜보고 있는 신들도 많고 '세계를 구하지도, 무언가를 바꿀 일도 없는' 어디에나 있는 말 하나에 불과했기에 딱히 룰을 어기는 것도 아닌 고블린 슬레이어를 신들이 어떻게 할 이유가 없다. '재밌고 밸런스에도 문제 없으니 용서되는 컨셉 룰치킨 플레이'지만 어쨌든 게임의 판도를 뒤엎을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지켜보는 것.
아무리 고블린 슬레이어가 룰치킨이어도 수 많은 고블린들을 전멸시키는건 무리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나머지 고블린들은? 그런 고블린들은 시민들이 알아서 커버하게 만들거나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해도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하는데 지장이 생기는건 아니다. 시민들이 고블린 슬레이어가 활약할 자리만 남겨놓는 정도로만 능력이 있었어도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신입 모험가들이 고블린을 얕보고 들어가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인데, 작중 묘사로만 보면 고블린 소굴은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는 그럭저럭 실력이 있던' 나름 우수한 모험가들 여럿이 몰려가도 셋에 하나는 죽어나가고 심지어 재능도 실력도 있는 모험가들조차도 간혹 죽어나가는 마굴이지만 메타적으로 보면 어차피 한 신입 모험가 팀이 전멸해도 신들은 새로운 말을 준비해서 다시 오면 그만이다.[21]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험가 길드 입장에서도 신입 모험가라는 존재는 어디서 그렇게들 몰려오는지는 잘 몰라도 하나 죽으면 또 한명이 새로 오는, 그런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고블린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전멸시키고 여자를 납치해 번식을 해도 끝없이 몰려와서 결국 자신들을 퇴치하는 인간들 쪽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상기한 바 대로 너무 많고 강한 고블린들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데,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판 엎고 다니는 말이 튀어나오니 재미들린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모험을 더 보고 싶어서 고블린들을 양산해댄 결과 이런 일이 벌어진 것.[22]
문제는 당연히 이것도 있을 수 없다. 신들이 농간을 부려서 난이도가 하드한 세계관이기는 하나, 성공하거나 행복하게 결말을 맞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들이 인간들이 행복해저기나 불행해지거나 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인생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신들도 GM들처럼 룰은 지키면서 지나칠 정도의 개입은 삼가고 있다. 신들은 어디까지나 주변 환경과 몬스터들을 이용해 게임의 말을 농락하거나 모험을 만드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말을 건드리는 건 아니다.[23] 당연히 게임의 말들에게 직접적으로 간섭을 가해버리면 제대로 된 게임이 되지 않고, 그런건 의미가 없다. 뭐만하면 신의 농간이 이리저리 튀어나와서, 아니 필요할때나 주인공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신의 농간을 적용하는 것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나 마찬가지이고, 그런건 독자들이 좋아할만한게 아니다.[24][25]
거기다 이래서야 '''그 설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너무 적어 독자가 설정오류나 편의주의적 전개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TRPG적인 요소를 살리고 싶었다면, 적어도 무슨 TRPG 룰에 기반하는지를 이해 시켜야 하는데, 그런 부분 묘사가 너무 적으니 그냥 작가가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TRPG 클리셰 비틀기메타발언으로 시작한 작품인만큼 저런 요소가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음을 감안하면 더 아쉬운 부분.

2.3. 판타지 세계관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


옹호측에서는 "이것은 신의 농간이다, 판타지니까 가능하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26] 그러니까 "판타지라서 곡식도 매번 풍부하게 수확되고, 가서 조금만 캐도 광물이 우르르 쏟아지는 광산이 있다. 그래서 번듯한 문명을 일고, 세계의 생활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의 설명은 낡디낡은 옛날 '''대여점 양판소'''의 흔한 클리셰다.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 '고블린 슬레이어'를 양판소 수준으로 격하하는 것이다. 대여점 양판소는 차라리 설명이라도 하지, 풍부한 곡창지대와 광산은 공식 설정도 아닌 옹호 측의 뇌피셜일 뿐이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고블린 슬레이어는 한순간에 클리셰 파괴와 비틀기를 주력으로 하는 작품에서 대여점 양판소 1이 된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기존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클리셰를 파괴'하는 작품이다.''' 지금껏 나온 판타지 소설에서 그냥 지나쳐 왔던 여러 부조리를 다시 한번 보고 생각하는 것이 클리셰 비틀기의 매력인데, 정작 그 작품의 세계관이 독자가 탐구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결점이다.
본작의 비현실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본작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작중 세계관은 신들이 지배하는 TRPG 말판 세계관이다. 오류처럼 보이는 부분은 신들의 의도가 담긴 것이며, 사람들도 멍청하거나 제정신이 아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판 위의 말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반박을 자주 한다. 이런 반박은 작품의 오류를 해결해주는 훌륭한 설명이 될 수는 있지만, 대신 작품의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소설이 허구인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소설에 현실성을 요구하는 것은, 실감나는 묘사와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 작품에 몰입하면서 '정말로 이런 세계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실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품이 처음부터 '이건 허구라서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란 전제를 깔고 들어가면 몰입도가 확 떨어진다. 작품에 개연성이 필요한 이유는 몰입감을 주기 위한 것인데, 정작 개연성을 위해서 몰입감을 포기해 버린다.[27]
그리고 책의 서술이 인물의 시점에서도 일관성이 없는 것은 독자들의 세계와 작품의 세계관이 달라서 라고 변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2권 승급심사에 등장하는 척후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보고 '쉽고 안전한 고블린 사냥이나 맡는 겁장이'이라고 무시하다가, 바로 뒷 장면에서는 '파티가 도전하는 고블린을 혼자 사냥하는 강자'라고 두려워한다. 그 사이에 척후의 평가가 바뀔만한 사건은 전혀 일어난 없었다. 이건 '주인공이 일반인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실은 뛰어난 인물'라는 클리셰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생긴 오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런 관점이 모든 독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으며, 모든 작품에 현실성을 대입해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판타지 장르는 이름 그대로 '환상'임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는 만큼, 어느 정도 현실성을 눈감아줄 필요가 있지만, 본작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작품의 어필하는 것이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주인공과 대비되는 '현실주의자'인 고블린 슬레이어의 캐릭터성'''이기 때문이다. 영웅주의에 빠저서 멋모르고 고블린 소굴에 뛰어들었다가 전멸하는 초보 모험가들, 더 큰 명성을 위해 큰 의뢰만 맡으려고 하고, 서민들의 고통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급 모험가들과 달리, 고블린 슬레이어는 언제나 철저한 준비를 하고 현실적인 수단을 강구하며, 명성보다는 서민들의 삶에 대한 동정과 자신의 복수심 등의 이유로 언제나 고블린 의뢰만 맡는다.[28]
거기다가 고블린 슬레이어는 어디까지나 논리적인 근거와 신중함을 통해 현실적인 분석을 하고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해서 고블린을 때려잡고, 독자들도 그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이 아귀가 맞다는 걸 알고 이해하기에 그의 행동에 놀라워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이고 서민적인 캐릭터성이, 근거도 없는 이상론만 내세우는 주제에 행운주인공 보정으로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전형적인 주인공에게 불만을 품던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것이다.[29]
그런데 정작 본작의 설정에서도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발견되자, 처음부터 작품의 현실성에 매력을 느껴서 읽게 된 독자들은 평소보다 심하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판타지 소설의 한계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하지만 오류가 쌓이면서 점점 작품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움직이는데, 정작 그 세계관이 비현실적이니 갭이 생겨버린다. 특히 '고블린을 최약체라고 무시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블린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철저하게 대비하는 현실주의자'라는 면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매력이기 때문에, '고블린이 최약체'라는 설정과 '무시하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대목이 납득이 안 가는 순간 몰입감이 확 떨어진다.
결국에는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그저그런 먼치킨물과 다를 바 없다'라고 느끼며, 그 동안 봐왔던 작품에 정나미가 떨어지고 비판 의견으로 돌아서는 것이다.[30] 고블린 슬레이어가 코노스바[31] 또는 마법진 구루구루 같은 개그성 짙은 판타지물이라서 설정오류마저 작품 내 메타발언 등으로 희화화되는 수준이거나, 또는 고블린들이 여자들을 끌고 가 능욕하는 스토리를 가진 24페이지 짜리의 평범한 상업지라서 꼴리면 그만이라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 모든 비판론들은 모두 진지충들의 잡설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작품의 매력으로 현실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그 작품에서 현실성이 무너져 있어서 비판하는데 "판타지니까" "TRPG니까"가 통하겠는가?
정리하자면, 고블린 슬레이어는 단순히 오류가 있어서 비판받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주요 매력과 상반되는 오류가 강조되기에 비판받는 것이다. 본작을 '기존 판타지 세계관의 비현실성을 꼬집는 클리셰 파괴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작 본작의 세계관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반면, 본작을 '클리셰 파괴'라는 관점으로 보지 않고 그저 '독특한 판타지 모험물'라는 측면에서 본다고 해도, 세계관에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독자의 몰입을 해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느 쪽으로 봐도 문제인 셈이다.

3. 서술 관련 문제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AA라서 그런지 작가의 필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묘사력이 풍부하지 못하고, 문장도 딱딱하다. 묘사력은 코믹스판이 훨씬 좋기에, 코믹스판의 처절한 묘사를 보고 원작을 기대하고 봤다간 실망할 수 있다. 사실 원작 소설보다 코믹스가 먼저 결정이 난 이유도 GA문고의 편집장이 "이건 코믹스화로 밀고 나가야 되는 작품"이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라고 AA판 연재 종료후 작가의 코믹스화 결정 후기에서도 나와있다.
또한 작품이 어떠한 흑막[32] 또는 떡밥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매 권마다 일발성으로 진행되고 이야기가 진전되거나, 전개되는 일 없이 끝나는 스토리라 잘 만들어진 주조연 캐릭터의 개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으로 스토리 전개에서 오는 재미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캐릭터와 작품의 세계관, 히로인들 에 매료되지 않은 독자들에겐 1권 이후로는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최대 약점인 셈'''. 물론 인기가 많이 모일 듯한 캐릭터를 설정한 후 캐릭터빨로 밀고 나가는 건 요즘 나오는 라노벨 대부분의 문제점이지만, 이 작품은 거기에 더해 '''작품의 목적이 없다.''' 그저 고블린만 죽이고 죽이는 것을 반복할뿐, 작품내에서 뭔가 이루어지거나 진전이 있거나, 목적이나 방향성도 없다. 주인공은 고블린만 죽일뿐이고, 그에 반해 고블린은 백날 죽여봐야 무한 증식하니까.
다만 이 경우에는 5권에서 고블린 팔라딘이 등장한 이후로,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흥미를 느끼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나 7권에서 고블린들이 철제무기로 무장하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나오는 등 슬슬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 모양인지 '''떡밥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으나''' 결국에는 주적이 고블린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블린과의 전투 레퍼토리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있다.

4. TRPG 설정 자체 문제


이 소설은 TRPG 요소가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에서 TRPG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정말 TRPG를 묘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의 개연성이 허술한 것에 대한 변명이기 때문이다. 작품과 독자를 위한 설정이 아니라 작가를 위한 설정인 것이다. 이 작품의 TRPG는 판타지 세계를 똑바로 만들고, TRPG요소도 판타지와 맞물리게 해서 좋은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엉성한 판타지를 엉성한 TRPG로 때우려고 했다. 그 결과, 개연성 없는 판타지 세계에, 엉터리 TRPG를 묘사하며 결국 작품 전체가 주인공인 고블린 슬레이어를 제외하면 굉장히 허술하고 엉터리 전개가 난립하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4.1. TRPG에 이입을 유도하는 인물의 부재


이 작품은 TRPG 요소가 있지만 전혀 섬세하지 않아서, TRPG에 이입될 소설적인 요소가 없다. 일단 TRPG 파트는 독자를 TRPG에 이입 시켜줄 캐릭터가 없다. TRPG 설정은 이 작품에서 세계의 이면 같은 설정이다. 보통 세계의 이면 있다는 식의 설정은 스토리 진행가 진행되어 감에 따라 주인공이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작품은 그런 방향성이 아니다. 혹은 대놓고 알려주더라도, 주인공의 진실에 다가서 진실과 얽혀야 한다. 예를 들어, 음모론적인 세계관에서 표면적인 정부와 그림자 정부가 있다는 설정이라면, 처음에 독자와 주인공 모두 그림자 정부에 대해 모르든지, 아니면 독자에게는 따로 서술로 알려주지만 작중의 주인공은 모르든지 간에, 주인공은 그림자 정부와 관련된 사건을 통해 조금씩 그림자 정부의 실체에 다가가는 것으로 독자 역시 주인공을 통해 그 세계의 그림자 정부를 보게 되어야 그림자 정부라는 설정이 독자에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은 대놓고 서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 설정을 어필하는 반면, 이 작품은 주인공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주인공 고블린 슬레이어와 TRPG라는 설정은 사실상 분리되어 있는 것에 가깝다. 때문에 TRPG 세계관을 안내하여야 하는 캐릭터가 따로 필요하다. 안 그러면 독자는 TRPG에 이입할 수 있는 정보를 받을 수 없다. 추리 소설에서 주인공이 탐정인 이유는 그래야 독자들 역시 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물에서 주인공의 열정을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 스포츠인이고, 그 스포츠인의 내면을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게임의 중요 요소인 참가자들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환상”이나 “진실” 같은 제대로된 이름도 아닌 것으로 GM 혹은 플레이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이 애당초 TRPG를 성실하게 묘사할 생각이 없다. GM이나 플레이어를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면 평범한 사람의 이름을 등장시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게다가 GM과 플레이어들끼리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TRPG를 하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기승전결을 통해 묘사하지도 않는다. 스포츠든, 도박이든, 다른 게임이든 간에 게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작품은 플레이어 혹은 선수인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이는 게임 캐릭터와 구별 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입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RPG 내부의 캐릭터가 목숨을 거는 전투 장면은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리 긴장되더라도 결국은 흥미로운 놀이거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TRPG가 제대로 묘사될려면 TRPG 파트를 대표하는 플레이어나 캐릭터가 제대로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의 인물, 고블린 슬레이어는 TRPG 내부의 게임 캐릭터이지, TRPG 플레이어가 아니기에 TRPG 플레이어를 대표하기엔 부족하다.
그리고 플레이어들 간의 인간 관계묘사와 변화 역시 필수적이다. 게임이라면 잘 될 때가 있고 잘 안될 때가 있는데, 이때 플레이어의 내면과 플레이어들 끼리의 인간 관계 변화 묘사 역시 중요하다. 더구나 컨셉이 TRPG이다. TRPG는 사회적인 게임이고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GM과 플레이어 간의 인간 관계를 그리지 않으면 TRPG라는 느낌은 굉장히 약해진다. 때문에 고작 “환상”이나 “진실” 같은 걸로 GM과 플레이어를 다 때울려고 어색함이 한층 더 심해진다.
또한, 플레이어가 확실하지 않으면, PC와 NPC를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PC가 플레이어블인 이유는 당연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4.2. 룰 묘사의 부재


게임 룰에 대한 묘사 역시 없다. 컴퓨터 게임이든 스포츠든 도박이든 TRPG든 간에 게임이라면 룰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같은 구기라도 축구와 농구가 다르 듯이, TRPG라도 룰에 따라 세계와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실재하는 게임이면 나름 독자가 따로 룰을 찾아 볼 수라도 있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고블린 슬레이어 TRPG 룰북이 있긴 한데, 2019년 5월에 나왔고, 이 때쯤이면 소설은 10권이나 나온 후이다. 즉, 고블린 슬레이어는 실제하는 규칙을 기반으로 쓴 물건도 아니고, 소설 내 묘사로 봐도 제대로된 게임을 묘사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만일 게임에 이입 시키고 싶다면, 게임 시작 전에 필수 적으로 알아야 할 룰은 독자에게 숙지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플레이, 나쁜 플레이, 특이한 플레이는 구분할 수가 없다. 캐릭터 메이킹 역시 룰이 개입하는 곳으로, 룰을 모르면 캐릭터가 어떤 점을 고려해서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친숙하지 않은 스포츠나 게임을 창작물이 다룰 경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의 입을 빌려 게임 규칙을 어느 정도 설명하거나, 게임 도중에 게임에 관해 해설하는 장면이 있다. 잘못하면 설명으로 작품 전개가 지루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에 안 하면 대다수 독자들은 이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름 이해해보고자 룰을 추론해봐도 이 작품의 TRPG 묘사 작품이라고 하기 힘들다. 오히려 추론 해볼 수록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TRPG인 척 하는 느낌이 든다. '신들이 주사위 게임을 한다'는 부분을 가지고 이 작품을 TRPG와 연관을 짓는데 이 경우 그 '신들' 이라는 것은 플레이어인가 GM인가? 신들'이 주사위를 굴려 주인공에서 강제적인 명령을 내린다고 하는 점을 보면 '신들'은 플레이어고, 주인공 파티는 PC(플레이어 캐릭터)이다. 근데 또 다음에는 고블린의 강함 역시 '신들'이 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세계관 내지 설정의 영역으로 GM의 역할이다. 또한 그런 통제권을 가진 자들은 신'들'이어서 다수 존재한다는데 TRPG에서 GM은 일반적으로 한 명이다. 물론 GM 한명이 다수의 신 역할이 가능하므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고, GM과 플레이어를 겸임하는 TRPG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번 양보해 TRPG라고 쳐도 일반적인 TRPG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고블린 슬레이어가 '룰치킨' 짓을 하면서 신들의 주사위 놀음에 저항하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TRPG에서 고블린 슬레이어는 PC가 아니다. 일단 GM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TRPG는 ''신'들이 모여 GM이 조종하는 NPC인 고블린 슬레이어의 룰치킨 짓에 슬쩍 간섭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소설 몇 권 분량의 시나리오를 말이다. 보통 TRPG에서 플레이어가 하는 룰치킨 짓을 아무리 봐도 NPC로 보이는 주인공에게 시키려하니 이 '신들'이 대체 플레이어인지 GM인지 게임판의 구성조차 애매모호하게 되는 것이다.
아니면 그냥 신들이 말판과 말을 만들어 노는데 일개 말에 불과한 주인공이 룰치킨 짓을 하는 것인가? 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도 현실에서는 말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할 수도 없고 말이 저절로 움직일 수도 없으니 이건 현실세계의 TRPG가 아니라 그냥 소설 상의 또다른 설정 상 장치인 게임, 유희일 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설명을 상세히 하지 않고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도 틀은 똑바로 제공해주어야 하는데 고블린 슬레이어 TRPG 묘사는 그 틀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4.3. 위 두 현상이 합쳐져 벌어지는 현상


위 두 사항을 합치면 이 작품에서 TRPG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소설은 독자라는 상대에게 들려주기 위한 이야기이므로 창작자만 이해할 수 있는 인물과 규칙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현실의 잡담이라면 인물 A, B가 서로 아는 은어로만 이야기해도 상관 없다. 잡담하는 사람이 서로 즐거운 것이 중요하지, 제3 자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담을 소설로 만든다면 독자가 읽을 것을 전제로 만드는 이야기이고 이것은 현실과 다를 필요가 있다. 마치 인물의 말투는 현실의 잡담 같으면서도, 제3자가 보기에도 내용이 이해가 되어야 하고, 스토리 속에서 사소하게 나마 의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가 읽기에 유용한 정보도 없고, 재미도 없다면 그 잡담 부분은 소설 속에 있을 필요가 없다. 만일 그런 부분이 있다면 창작자가 혼자 노는 것이다.
이는 잡담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본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보드 게임이든, 콘솔 게임이든, 도박이든, TRPG이든 간에 그것이 소설 속에 나온다면 그것은 소설의 소재이지, 소설과 독립된 무언가가 아니다. 일단 독자는 GM도 플레이어도 아니다. 능동적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소설을 쓰면서 TRPG니까 게임 참가자가 즐거우면 되고 GM이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건, 독자는 내버려두고 소설 속 등장인물만 즐거우면 되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으면 그냥 해결된다고 주장하는 수준과 다름 없다.
추리 소설에서 녹스의 10계나 반 다인의 20칙 같은 법칙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마치 법처럼 모든 추리소설이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니지만, 녹스의 10계나 반 다인의 20칙은 추리소설을 읽는 데 있어 초보적인 독자들도 손 쉽게 납득하고 같이 범인을 추리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다. 이들은 녹스 10계나 반 다인 20계를 따르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그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확보했다. 즉, 독자는 능동적으로 탐사를 하지는 못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작중의 주인공과 비슷하게 정보를 받을 수 있기에 독자 역시 추론할 수 있어야 이입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 추론 역시 합리적으로 통하는 세계여야 추론이 통하므로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세계관과 모순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고블린 슬레이의 TRPG 만듦새 추리 소설에 비유하면, 탐정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정보도 제대로 주어지는 것이 없고, 주어진 정보로 추론을 해봐도 추론이 안통하는 세계관이다. 특히, GM의 권한을 내세워서 뭐든지 가능하므로 괜찮다고 하는 팬덤의 변명은, 추리 소설에서 추리가 어려운 부분은 마법사를 등장시켜서 해결하면 된다는 수준의 변명이다. 이쯤되면 추리를 소설 속에서 내세워서 독자에게 납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다른 예시로, 반대로 생각해봐도 된다. TRPG를 소설 같은 느낌으로 시나리오를 중시해서 만든다고 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시나리오의 완성도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즐거워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규칙은 어느정도 공평해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사, 마법사, 성직자, 궁수이 등장하는데, 소설에는 주인공에 있어야 하니까, 직업 중 한명에게는 활약할 요소를 몰아주자는 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하면 게임으로서는 치명적인 실수이다. 소설 속에서는 활약하는 등장인물이 제한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게임에서는 게이머가 즐겨워야 하고, 게이머가 고르는 직업이 무엇이든지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은 더더욱 그렇다.

4.4. TRPG라고 했을 경우 문제


억지로 TRPG에 이입해보려고 해도,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이 대체 무엇을 묘사하고 싶은 작품인지 의문스러워진다. 판타지 세계에서 목숨을 건 싸움은 TRPG를 강조하는 순간, 이입해야하는 곳은 TRPG가 되는데, 이러면 고블린과의 싸움은 목숨을 건 사투가 아니라 그저 즐거운 유희거리에 불과하다.
또,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문제지, 사실 TRPG라도 앞뒤가 맞는 게 좋다. TRPG는 역할 연기하는 놀이인데, 이게 잘 되기 위해서는 앞뒤가 맞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성격이 드래곤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있다면, 왜 그런지 대략적인 스토리라도 설정해두는 것이 좋다. 즉, TRPG라고 주장해도 그게 설정이 허술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너무 짜임새가 있으면 리얼한 TRPG와는 거리가 멀어지겠지만, 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이 애당초 그닥 리얼한 TRPG플레이 재현과 거리가 먼데다가, 비중을 봐도 TRPG파트가 크진 않은데, TRPG를 변명으로 내세우면 대체 이 작품은 무얼하고 싶은 작품인지 의문스러워진다.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 혹은 세계라는 신들의 유희거리에 불과하다라는 것으로 공포스러운 것을 나타냈다고 보기에도 실패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호러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신들은 상실이나 무력감을 주는 요소라고 보기 힘들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에게만 관심이 있고, 소설의 묘사는 그것이 중심이다. 세상의 진실을 탐구하거나, 부조리한 신들의 힘에 저항하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신들과 고블린 슬레이어의 관계에서,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에게만 관심이 있어서 절박함이 부족하다. 주인공이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면서 미쳐버리거나, 허무함과 무력함을 주고있는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말로 신들이 갑자기 질렸다고 하면서 갑자기 모든 걸 다 갈아치우고 있지도 않다. 또, 호러러 보기엔 주요 인물들이 너무 무사하다. 중간 중간에 잔혹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그건 엑스트라들이나 그럴 뿐, 주인공 주변 인물은 너무 오랫동안 무사하다. 정신적으로도 주인공 동료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자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전투 상황에서 위기는 딱히 코즈믹 호러가 아니라, 다른 판타지에서도 나오는 요소이다.
더군다난 신들의 공포의 원인이라면 TRPG에 대한 독자의 이입은 물건너 간 것이다. 앞서 말했 듯이 독자가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임 룰을 이해하고 플레이에 이입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 게임을 하는 신, 다시 말해 GM이나 플레이어들이 공포의 근원이라면 “환상”이나 “진실”들은 이입의 대상이 아니다.

5. 비판에 대한 반론



5.1. 해당 세계관의 신체 스펙이 현실과 동등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


위의 고블린의 신체스펙 관련은 일단 어린 아이의 기준을 암묵적으로 현대에 맞추고 있다. 작품은 현대가 아니라, 중세 판타지를 세계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온갖 비현실적인 묘사가 나오는 판타지 세계관이니, 10살 어린이들의 신체 스펙이 현실보다(현실의 중세 포함) 월등히 강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작중에서 일반인 vs 일반 고블린의 정면승부를 자세하게 묘사한 일이 없으므로 가늠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모험자 중 최하위인 백자 등급의 초짜들도 첫싸움에서 일반 고블린 정도는 몇 마리씩 해치운다. 이들은 일반인이 아니라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작가가 서술하는 뉘앙스로 볼 때[33] 백자 등급의 모험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넘사벽으로 강한 존재들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작품의 배경이 중세 판타지인 것을 감안해서 작품 기준 어린아이들의 신체스펙이 현대의 어린아이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 평가한다면, 성인들의 신체스펙도 현대의 일반적인 성인들보다는 월등히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관이라 하더라도 어린아이의 신체스펙만 상향 평가하는 것은 이상하니 말이다. 그러나 베테랑 모험가들이라면 모를까 작품 내에서 일반인들이 그만한 강함을 보여주는 묘사는 딱히 없다. 하물며 아무리 경험없는 초짜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인보다는 신체를 단련하고 어느 정도 전투기술도 가지고 있을 모험가들이 그렇게 쉽사리 죽어나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고블린은 인간의 아이가 아니다. 신체 크기가 인간의 아이 정도일 뿐. 집에서 기르는 개가 만만하다고 야생의 육식동물이 된 들개도 만만할까? 사람 보다 한참 작은 중형견이 사람에게 전력으로 공격하면 성인 남자도 감당하기 힘들다. 사람의 아이라고 해도 총도 제대로 못 쏴본 우리나라 군인 말단 사병이 아프리카 군벌에게서 훈련받고 많은 살인경험이 있는 아이나 ISIS에서 사람 죽이는 훈련과 실전을 겪은 아이들과 조우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유리할까? 고블린은 맨손이 아니고 독단검이나 함정까지 사용한다. 많은 살인경험과 겁이 상실된 반 미쳐가는 피에 굶주린 살인마 같은 자기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어린애들이 흉기로 무장하고 게릴라로 둘러싼다면 고블린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잘 모르는 어른이 당하는 건 결코 이상하지 않은 거다. 실제로 훈련장에 고블린이 습격해온 6권의 내용을 보면 백자등급이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도우러 오기 전 까지는 훈련을 하던 초보들이 몰살을 당하고 있다.

5.1.1. 인간들이 고블린에게 지는 원인


위에서 '고블린이 약하다면 일반인들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개체의 약함이 종족전쟁의 결과에 무조건 반영된다는 법이 없으므로 당연히 타당성이 없다. 일단 작중에서 제시하는 원인들을 보자면
  • 물량의 차이 - 제4장에서 나오는 강철등급 파티가 엄청난 물량을 감당 못해서 전멸
  • 방심 및 정보부족 - 여신관의 첫 파티원들
  • 불필요한 자비심 - 고블린 로드를 어린 아이라서 용서했다가 뒷치기 당한 여모험가
  • 강력한 상위종의 존재 - 홉 고블린에게 제압당한 여무투가 등
  • 단순한 불운 또는 신들의 농간 - 고블린 둥지에서 트롤과 조우하여 전멸한 파티
등등이 있다. 고블린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를 봐도 정면에서 대놓고 공격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고, 기습을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인간이 고블린에게 당한다고 해서 피지컬이 고블린보다 약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애초에 작중에서 주인공 일행 이외의 파티들이 고블린에게 자주 당하는 장면을 보여줘서 그렇지, 생초보들도 무조건 고블린을 상대로 패배하거나 하는 건 아니다. 설령 초보자 파티 하나가 괴멸되어도 3~4회씩 지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면 어쨌든 정리는 된다. 초짜 시절의 고블린 슬레이어도 중간에 실수가 있긴 했지만 장비를 충실하게 갖춘 덕에 간신히 성공하기도 했다.
다만 이것은 다른 일로 인한 피해나 위험도 높은 다른 일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때문에 생긴 오해일수도 있다. 왕이 검의 처녀에게 투덜거린 것이나 용사 일행의 묘사만 봐도 고블린 외의 일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블린에게 당한 피해가 다른 위험한 몬스터나 마신 측 음모로 인한 피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실질적으로 주인공 주변으로 체감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로바로 정보가 공유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무슨 언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봤자 길드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일텐데 주의나 경고도 겪어 보기까진 체감하기 어려운 법이다.
모험가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직업이다. 안전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자가 모험가를 직업으로 삼을리가 없다. 모험담으로 환상에 부푼 자는 고블린이라는 약체 몬스터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고 아마 고블린이 그런 환상을 깨부수는 현실의 벽에 가까울 것이다. 게다가 고위 모험가들은 일종의 세례나 통과식 정도로 여길지도 모른다. 고블린에게 죽을 정도면 그 이상의 위험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테니까.
저글링 초반 러쉬가 오는데 병력의 질을 위해서 업글 올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우선순위는 존재한다. 그래도 그나마 작품 내부에서도 길드에서 훈련소를 설치한다고 한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바로 체감되는 효과가 없는 그런 지원에 바로 손이 가긴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불필요한 자비심은 일반화하기 어려운데다가[34] 저 여모험가도 아이니까 살려준것 뿐이지 성인은 죄다 몰살했다. 따라서 아이에게 통수맞는 예시로는 쓸 수 있을 지언정, 성인 고블린과의 승부에서 패배하는 예시로는 쓸 수 없다.
고블린을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올 수 있는 것은 녹색 달이라는 것으로 묘사되긴 했다. 녹색 달이라는 곳에서 고블린이 살고 있고 계속 이곳으로 온다는 설정은 그저 신의 놀이판에서 대한 설정에 가깝다. 사실상 고블린을 박멸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신들이 원한다면 어차피 다시 고블린이 투입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1] 적어도 이건 고블린 슬레이어가 1권 시점에서 활동한 곳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고, 고블린들이 진격하기 전에 목장에 방어를 위해 도착할 정도로 시간이 여유로웠다.[2] 교관은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하기가 싫어졌거나, 신체의 영구손상을 입어서 은퇴한 모험가를 고용해 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3] 많은 중세풍 판타지 작품들의 묘사와 달리, 갑옷과 무기는 서민이 마련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물건이다. 소설이니까 상관없다 하기에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런 "소설이니까" 따위의 변명으로 때우는 판타지 소설의 클리셰를 비틀어서 어필하는 작품이다.'''[4] 당장에 1화에서 나온 여신관의 파티원들만 해도 하나하나가 초짜로서는 실력이 우수한 유망주들이었다.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않고 저렇게 어이없게 소모시킨다니 완전히 자폭이다. [5] 일단 작중에서 고블린 둥지에서 살아돌아온 이후의 케이스가 크게 4가지(현실을 깨닫고 포기, 현실을 깨닫고 수라가 된다, 복수심으로 돌진하다가 사망, 좋은 준비로 성공)로 분류되지만, 정작 가장 상식적인 '고블린의 위험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작가가 적지 않았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 당시에는 길드에서 정보통제를 한다는 설정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6] 성인 여성은 적어도 5-60kg, 아무리 날씬해도 40kg은 나간다. 초등학생 두, 세명이 쌀포대 20kg 2, 3개를 한번에 나를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거기다가 고블린이 사는 동굴은 산지에 있고, 설령 평지라도 포장도로가 깔린 것도 아니니 손수레를 쓰기도 어렵다. 사실 대여섯명이 되더라도 옮기기 쉽지 않다.[7] 사실 성인 고블린 십여명 있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설정상 10살 아이의 신체능력인데 식량을 구하기 쉬울리가 없다. 초등학생 십여명이 외딴 오지에서 조난당했을때 생존할수 있을까? 늑대나 들개에게 잡아먹히지 않기만 해도 다행일 것이다. 거기다 저 세계관은 그런 동물들 뿐이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에 모험가들도 돌아다닌다. 성인 고블린도 생존하기 어려울텐데, 심지어 미성년 고블린이라면 어디 고블린 무리가 따로 받아주거나 하지 않는 이상 결국 다른 동물들에게 잡아먹히던 사람에게 맞아죽던 끔찍한 운명만이 기다릴 것이다. 이 와중에 납치당한 인간 여성까지 보호해야 한다.[8] 작중에서 확인된 바로는 인간(흄)과 엘프가 포함된다. 드워프 등은 어떨지 불명.[9]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제3의 침팬지에 관련 내용이 나온다.[10] 첫 번째는 캐나다이다. 늑대 문서 참고.[11] 설정이 어느 정도 쨔져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고블린은 주로 변경 지역에서 큰 문제가 될 뿐 도시 지역에서는 별로 신경쓰는 무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의 도시에도 고블린의 대해서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고블린은 변경이나 벽촌에서 일어나는 일 쯤으로 여기는 모양. 특히 상위종인 챔피언을 그냥 큰 고블린 취급한 중전사의 발언으로 볼때 고블린 취급이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문제는 그렇게 고블린이 위험하며 피해를 입힌다고 몇 번이고 작중에서 강조하면서 정작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그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는 모순에 있지만.[12] 현대의 10살 기준. 다만 중세식 세계관이 배경인 이 소설에서 중세의 10살과 잘 먹고 잘 자란 현대 아동 10살을 1:1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넘어가자.[13] 이어원 1화를 보면 고블린이 성인 여성과 고블린 슬레이어 머리까지 점프를 하고 창을 든 성인남성이 고블린 5-6명을 당해내지 못한다. 어린아이 스펙인데도 인간 여성 정도는 힘으로 손쉽게 눌러버린다.[14] 대걸레 자루 정도의 두께였다. 그런데 잡목으로 만든 대걸레 자루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데 좋은 나무를 잘 손질해서 만든 그 정도 두께의 봉은 성인 남성이 무릎에 대고 내려쳐도 부러뜨리지 못한다.[15] 같은 숫자의 하이에나도 숫사자 네 마리가 모이면 당장 도망쳐야 한다.[16] 실제로 무법천지였던 과거에는 외부의 치안지원을 기대할 수 없던 마을이 민병대를 조직해서 도적들을 물리친 사례가 수도 없이 많고, 심지어는 그 민병대가 퇴역군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도적들이 역으로 아작난 적도 있다.[17] 일반인들이 마을로 내려온 소수의 고블린을 이긴적은 있다. 극초반의 초보 검사가 그 예다. 하지만 그 파티는 고블린 따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 소굴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끔살당했다. 그 고블린들은 무리에서 낙오된 나약한 개체였기 때문. 보통의 고블린은 훨씬 강하게 나온다.[18] 쪽수가 많으면 자신이 아닌, 동료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고블린들의 사고방식이다.[19] 고블린은 게임에서 잡몹 취급이며, 고블린 슬레이어의 세계관에서도 고블린을 잡몹 취급한다.[20] 사실 말이라기보다는 배경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21] 이 세계관의 신들에 대한 작중 묘사에 따르면 '진실'의 경우 아예 대놓고 캐릭터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을 즐기며, '환상'이라도 아끼던 말의 죽음에 슬퍼할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캐릭터 시트를 준비하러 간다.[22] 다만 이 경우는 작중에서도 점점 묘사가 늘어나고 있다. 자꾸 판을 엎고 다니니 얼마든지 날뛰고 다녀도 엎어지지 않을 판을 만들고 있는 듯.[23] 일례로 작중에서 진실이 고블린 슬레이어 엿먹이려고, 보수는 엄청나게 많지만, 갖가지 함정과 괴물이 득시글한 의뢰를 준비했는데,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냥 생까고 고블린 조지러 갔다. 직접적으로 간섭했다면 고블린 슬레이어가 의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죽였겠지만, 진실은 그러지 않았다.[24] 서적판 6권에서 비록 등급 자체는 낮고 맡은 의뢰도 문제 없었던 파티 하나가 고블린 무리만 있는것으로 알던 곳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나타난 트롤에게 전멸당하는 대목이 나온다. 장비도, 멤버 밸런스도 방심, 자만도 안했고 대열도 문제 없었는데, 진실이 멋대로 "오늘은 파티 하나정도 전멸시켜 볼까."하면서 죽게 만든 것. 고블린 슬레이어에게는 그렇게까지 안했으면서, 정작 다른 파티에게는 그런 만행을 하는건 완전히 주인공 보정이다.[25] 고블린 슬레이어의 앞에 나타난 적들은 전부 다 신들이 고블린 슬레이어의 활약상을 보기 위해 배치한 적, 거대한 벽이다. 그런데 정작 신들은 그런 적들에게 고블린 슬레이어의 상세에 대해서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 결과 적들은 너나할것없이 방심하고 철저하게 대비나 경계 안하다가 어처구니없게 고슬에게 통수맞고 골로 가버리는 주인공 보정 스러운 상황이 자꾸 생기는 것.[26] 이런 멍청한 옹호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 역사 탭을 눌러 기록을 살펴보자. 쉐복이 아니라 이런 말을 진짜로 했다![27] 비슷한 예시로는 미니어처 게임인 워해머 판타지의 미니어처 게임과 소설의 묘사 차이이다. 이 세계관의 고블린들도 그린스킨들의 '전투원들'이라 칠 수 있는 유닛들 중 게임에서는 쪽수 많은거 빼면 좋은 게 전혀 없는 소모품이다. 소설에서도 인간 패잔병들이 농성하는 '''돌담 쌓은 방앗간'''을 상대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도 인간의 눈으로 볼 땐 애들 장난같다고 묘사된다.참조 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능가하는 지략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면 종족의 체급과 수에서 압도당하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등, '''납득이 가능한''' 묘사를 한다.[28] 누군가가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방치해도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이고, 더 큰 문제가 산적해 있다.[29] 고블린은 큰 문제가 아니니 더 큰 문제의 집중한다. "대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라는 말은 오랫동안 정부나 지배계층이 해왔던 말이다. 작중에 고블린에게 당하는 사람은 작은 마을이나 벽촌이기에 정부에서는 문제를 방치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주인공 역시 자신의 마을이 단순 숫자로 기록 되었다고 하는데, 결국 고블린은 힘있는 자들에게는 큰 일이 아니겠지만, 정작 힘 없는 약자들에게는 재해다. 이는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일이다. 심지어 큰 일이 일어나도 지금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해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많기에 더욱 공감하게 만들 수 있다.[30] 이는 소설이 시작하면 파워인플레 즉 더 강한 시련이 와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고블린은 약체가 아니라 강대한 적이 되어버리는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블린이 점차 강해지는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그래도 작가도 그걸 직시한 것인지 이를 최근에서야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31] 사실 코노스바가 개그물이라서 그렇지, 판타지 세계관의 생활상과 설정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는 고블린 슬레이어보다 훨씬 앞서있다.[32]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위에서 말한 신들이 흑막 포지션을 차지할 가능성이 생겼다.[33] 고블린은 어린아이 수준으로 약해서 여신관의 첫 파티원들도 몇마리씩 해치웠다고 언급된다.[34] 다 잡아놓고 불쌍해서 풀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많아봐야 한두마리지 잡는 족족 불쌍하답시고 풀어줄 멍청이 or 부처라면 애시당초 살생으로 먹고 사는 모험가나 용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는 점은 초반부에 나오는 고블린 로드는 어린 시절부터 성년이 될때까지 매 위기를 정말로 모험가들의 자비심 덕에 모면했다는 것이다. 고블린 로드의 회상을 보면 자신을 죽일수 있었음에도 모험가, 특히 여성 모험가들이 계속 자비를 보이는 바람에 기습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