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병
1. 개요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나 듣는 사람들 중에서 '''고음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 쓰는 말. 초보들에게만 있는 현상이 아니라 수만 적을 뿐 프로 뮤지션중에서도 존재한다. 특징은 '''옥타브'''와 '''키'''를 절대적인 비중으로 노래의 난이도를 평가한다는 것인데, 노래방에서 '''고성방가'''를 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이 고음병에 걸린 사람들이 좋아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노래는 김경호나 박완규 같은 고음에 능한 가수들의 노래가 많다. 유사한 사례로 연주자들에게는 속주병이 있다.
2. 역사
고음병이 노래방의 대세가 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였는데, 이 때에 박완규, 김경호, 김종서, 플라워, 야다, 얀, 더 크로스, 김현성, 김상민, 김명기 등 국내 락발라드로 유명했던 가수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팝송 중에서는 80년대 서양 팝 메탈 가수들과, 일본의 엑스 재팬과, 스틸하트의 She's Gone과, 스트라이퍼의 ‘To Hell With The Devil’이나 4옥타브 도로 유명한 ‘In God We Trust’가 특히 유명했다. 여자 노래의 경우에는 서문탁의 노래나 소찬휘의 노래가 남자 고음병자들에게 많이 불렸다. 허스키한 음색이 남자 가수와 비슷해 남자들 입장에서 따라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당시 너도나도 고음 노래를 불러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고 이러한 유행을 따라 연규성 등이 고음 노래의 모창으로 인터넷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고음이 들어가게 되면 노래에 대한 흥을 고조시킬 수가 있고 부르는 가수의 흥까지 고조할 수 있기 때문에 고음 곡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최초의 고음병 현상이었으며, 지금도 고음 가수의 대표라고 하면 위의 가수들이 우선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90년대의 국내 락 계통 가수를 제외한 다른 계열 가수의 경우에는 고음병자들에게 홀대를 받았으며 국내 락 가수라 해도 90년대 이전의 가수의 경우에는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버즈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와 SG워너비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고음병의 흐름은 주춤하게 되었다. SG워너비의 등장에 뒤이은 소위 소몰이창법을 이용하는 가수의 범람과 그에 뒤이어 고음 말고도 감성 표현도 중시하는 풍토는 고음 일변도의 풍토에 큰 타격을 주었다. 사실, 버즈나 플라이투더스카이나 SG워너비의 노래들도 진성으로 부르기에는 높은 곡들도 많다.
하지만 이 때에도 고음병이라는 용어는 사라지지 않았는데, 고음 자체를 추구하는 것은 꽤나 많은 사람들의 기본 심리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때에 고음을 추구하려는 수요는 어떤 노래가 충족시켰을까? 그건 소몰이창법 가수의 노래였다. 비록 이들의 노래는 2옥타브 극후반대의 노래도 많았지만[1]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부르기 쉬운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음에 대한 희소성을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눈에 확 띈다는 점이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몇몇 남자들의 마음을 끌어 모은 것.
당시 소몰이창법을 구사하지 않으면서도 고음병자들의 우상이었던 가수로는 임창정과 이수가 있었다. 사실 대중성이나 인기로 보자면 임창정은 이미 90년대에 정점을 찍은 가수였다. 하지만 고음병 열풍으로 '''박완규, 김경호 등보다 후달리는 A급 가수'''의 평을 받았으나 당시 소주 한 잔의 대박으로 노래방 인기차트의 한 구역을 꿋꿋이 지켰다. 엠씨더맥스로 대표되는 이수도 '''잠시만 안녕''', '''One Love''', '''행복하지 말아요''' 등으로 고음병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부류의 남자들의 기본 성향 때문에 고음을 추구하려는 풍토는 잔존할 수 있었으며 2010년대에 이러한 남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가수는 김범수, 나얼, 박효신, 엠씨더맥스였다. '''바람기억'''(2012), '''야생화'''(2014), '''어디에도'''(2016)로 대표되는 이들의 노래[2]는, 상대적으로 이들보다 최고음이 낮기에 감정을 제대로 실을 수 있는 izi의 '''응급실''', 버즈의 '''가시'''와 대비되어 현재 노래방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임창정도 최근 내가 저지른 사랑(최고음 '''3옥타브 레(D5)''')의 성공으로 소주 한 잔에 뒤이어 고음병자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그리고 이수가 따라부르지 말라고 만든 My Way(최고음 '''3옥타브 레(D5)''')가 다시 고음병자의 우상으로 등장했다. 자세한 건 2017년 가요계 참조.
애초에 음역의 높낮이는 사실상 어떤 성종으로 태어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가창력과는 일절 상관이 없다.
만일 음역대와 가창력이 상관관계가 있다면 폴킴이나 로이킴 과 같은 극고음을 부르지 않는 가수들은 성공할 수 없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찾아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고, 놀라운 호흡과 성대 컨트롤을 보여주며 가수로 대성했다. 고음도 저음도 결국엔 노래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음역대가 넓다면 표현할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겠지만 3옥타브 소리를 못 낸다고 해서 노래를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3]
3. 문제점
고음을 깔끔하게 내는 것이 중요하긴 하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깔끔하게 소화하는 고음은 시원한 통쾌함과 단면적인 난이도, 그리고 기술력 덕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쉬워서 노래의 한 가지 기법으로 선호도가 높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관객에게 강한 임팩트를 줘야 하는 나는 가수다나 복면가왕 등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고음을 적당히 섞어 편곡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수로서 고음을 낼 수 있다면 좋지만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 노래는 스포츠가 아닌 예술이기 때문에 미적 기준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더 높은 고음을 낼 수 있든 없든 일반적으로 남자는 '''2옥타브 라(A4) ~ 2옥타브 시(B4)'''의 진성 고음이 본인의 목소리와 파워를 살리면서 낼 수 있는 가장 듣기 좋고 이상적인 고음이고 여자의 이상적인 진성 고음은 '''3옥타브 레♯(D♯5) ~ 3옥타브 파(F5)'''이다. 이 음보다 높아지면 진성이더라도 목소리가 가늘어져 자연스러운 음색을 느끼기 힘들며 호불호가 갈리는 고음이 나오게 된다.
물론 그저 그것으로 끝날 문제였다면 고음'''병'''이란 이름으로 문서가 개설되어 다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고음병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수의 실력을 고음과 음역으로만 판단한다는 점인데, 애초에 음악 장르에 따른 가창 스타일의 차이를 인지조차 못 하는 거다. 초고음을 지르는 국내 락커들이 발라드, 재즈나 알앤비 가수들 노래 따라한다고 그 장르의 가수들보다 그 곡을 더 잘 부르겠는가?
음역 외 공명, 호흡, 감정, 박자, 리듬감 등과 같은 요소는 아예 배제하고 단순히 '어디까지 올라가는가'만을 따진다는 게 문제점. '''기본적인 음정이나 박자도 못맞추면서 듣기싫은 소리로 무조건 고음역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만드는 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소음에 불과하다.'''
이에서 야기되는 또 다른 고음병의 문제점은 자신의 노래 실력도 고음만 되면 무조건 잘하는 거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특히 초보자들이 자신이 고음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 중 십중팔구는 후두를 한껏 올려서 조여내는 경우인데, 이렇게 후두를 올리면 고음이 나오긴 하나 정작 남들이 듣기엔 공명감이 전혀 없는 경박한 소리가 난다. 만에 하나 본인이 녹음한 소리를 들어보면 진짜 쥐구멍을 찾게 된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도살장에서 돼지 멱 따는 소리가[4] 옥타브는 엄청나게 높을지언정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닌것과 같은 이치이다.'''
프로 가수들도 고음역대에 가면 당연히 후두가 올라가나 그 올라간다는 게 일반인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또 후두가 너무 올라가버리면 목을 막기 때문에 후두를 한껏 올려서 고음을 내는 초보자들의 경우 중고음은 그나마 경박한 소리일지라도 올라갈지 모르나 그 이상의 음역은 십중팔구 목이 막힌다.
고음병 환자들은 노래방에서 음정을 자신에게 맞는 음역대에 낮추어 부르는 것과 가성 사용을 죄악으로 생각하며, 가수 지망생이나 노래 좀 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너 She's Gone 되냐?"와 "음 어디까지 올릴 수 있어?"라는 질문을 단골메뉴로 한다. 또 가수들 라이브 원키 논란의 선봉장에 서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일부 고음병 환자들의 경우 남성이 여자 키 노래를 자신의 키에 맞춰 부르는 것을 노래를 못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여자의 톤이 남자보다 높으니 키가 올라간 것뿐인데, 여기서 또 고음병 환자들이 착각하는 게 목소리 톤이 높다는 건 그냥 톤이 높다는 거지 음역이나 옥타브가 더 넓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진성/가성과 음역도 구분을 해서 본인이 키를 선정해야 한다. 성대 접촉이 두터워서 노래가 두텁게 들리거나, 여리여리해서 노래가 높게 들릴 수는 있어도, 성대 접촉율과 음색은 키와 전혀 비례관계가 없다. 음역이 평범해도 충분히 성대 접촉을 적게 할 수 있고, 음역이 전체적으로 높아도 성대 접촉이 두터워 질 수 있다.
'''한편으로 키가 높아진다 해서, 듣기가 비례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고음은 만능이 아니다. 키를 높이는게 더 듣기가 좋을 수도 있고 오히려 키를 낮추는게 더 듣기가 좋을 수 있고 그건 아무도 모른다. 키를 몇 개를 높이거나 낮추면 더 좋게 들린다 같은 어떤 절대적인 공식이 존재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키를 낮췄다가 높였다가를 수십 번 반복해서 가장 청중들이 듣기가 괜찮은 음역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본인이 고음병에 걸렸든 어찌되었든 간에 '''청중들이 듣기 가장 괜찮은 키로 부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
사실 다른 악기와 비교해보면 이런 고음 집착 현상이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인지 알 수가 있는데, 관악기를 예로 들면 트럼펫이나 색소폰을 불 때 고음역대의 음정으로만 연주하기를 고집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고 음역대 음정의 소리를 내었을 때 저 음역대에 비하여 청중에게 더 큰 임팩트를 준다든지 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도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같은 공식이 있는 건 전혀 아니다.
다른 악기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키나 음역을 악기 연주자 스스로 찾는 것은 필연적으로 연주에 있어서 수반되는 과정이다. 특히나 보컬은 일반적으로 리드악기의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다보니, 노래에 있어서 청중들이 듣기 좋은 적절한 음역을 찾는 일은 정말 상당히, 엄청나게 중요하다. 연주자의 선호에 따라 음역을 높이는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키를 마냥 올린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무턱대고 내린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본인이 노래에 가장 잘 맞는 본인의 음역을 찾는 수고를 정말 많이 들여야 한다.
그리고 음역을 찾는 만큼 다른 노래를 결정짓는 요소들에도 신경을 정말 많이 써야 한다. 유독 음역에 대한 비중이 크다보니 다른 가창 요소에 대한 의식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음병에 빠져서 상대적으로 다른 가창 요소들의 중요성을 등한시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 가성, 진성같은 음의 굵기의 유무나 발음도 음역과 비교해서 무시 못할정도로 영향을 상당히 많이 끼치고, 그래서 음역을 찾는 수고만큼 적절한 음의 톤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이도 정말 만만치않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같은 음정이라도 구강구조와 발음, 톤에 따라서도 느낌이 다르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음정을 낼 때는 다각도로 소리의 공명을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애시당초 '''음역은 음색과 마찬가지로 태어날 때부터 사람들의 성종에 따라서 선천적으로 결정이 된다. '''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후천적으로 본인의 음역대보다 더 높은 음정까지 연습해서 소리를 낼 수는 있어도,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의 평균 음역대 자체는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베이스 음역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이 열심히 연습을 하여 3옥타브의 국내 락을 커버하게 되었더라 하더라도, 상당히 듣기가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고 차라리 본인 음역대에 맞게끔 2키에서 4키까지 내려서 부르는게 훨씬 더 깔끔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음원 녹음 중에는 가수가 임팩트를 실기 위해서 일부러 한키 높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 혹은 두키 높게 부르기도 한다. 정말 녹음할 때만 그렇게 높이는데 음역을 가능한 높게 뽑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레코딩을 여러번 반복하다가 ‘어쩌다보니, 가장 듣기가 괜찮아서’ 살짝 무리를 주거나 가수들도 한번 도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라이브로 부를 때는 프로가수 본인들도 다시 한키를 내려서 부른다. 가수들 중에서는 태생적으로 성종이 고음 음역대인 사람들도 분명 있기 때문에, 본인이 만약 음역대 자체가 다른데도, 억지로 높은 음역대를 쫓아가려 하다보면 성대에 크게 무리 가기가 쉽다. 단순 계산으로도 일반인보다 선천적인 평균 음역이 한 두키 높은 가수가, 음원을 한두키 높게 불러서 녹음했다고 가정하면 일반적인 노래의 음역대보다 2키에서 4키나 높은 것이다.
곡을 반드시 원키대로 불러야 한다는 법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5] 이건 노래 뿐만이 아니고 재즈피아노든 기타 솔로든 모든 악기 연주에 해당된다. '''남의 노래가 높다고 해서 비교의식을 갖거나, 그 키로 본인의 음역을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본인이 무리없이 소화 가능한, 그리고 노래가 깔끔하게 들리는 음역대를 본인 스스로 파악해서 부르도록 하자. 다만 본인이 낼 수 있는 범위에서, 곡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음역대를 넓히는 것 자체는 상당히 중요하므로 이 부분은 충분히 연습을 해야한다.
추가로 말하자면 정상적인(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발성으로 일반적인 바리톤 남성이 낼 수 있는 진성 최고음은 보통 '''2옥타브 미(E4)/파(F4)'''이고, 테너라 해도'''2옥타브 솔(G4)/라(A4)'''가 평균 한계음[6], 그 이상 올라가는 사람들은 발성 연습을 따로 한 경우다.[7]
고음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일반적인 두성 고음의 한계를 이야기하자면 발성을 익힌다고 해도 보통 3옥 중반 두성은 안 나온다. 프로들도 몇몇 고음이 잘 나는 사람들 말고는 두성 최고음이 '''3옥타브 도(C5) ~ 미(E5)''' 정도인데 당연한 거다.[8] 또 '''3옥타브 도(C5)'''까지만 두성이 돼도 어지간한 가요들은 다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두성 최고음이 '''3옥타브 도(C5)'''라고 음역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일반적인 대중 가요가 최고음으로 내는 게 '''2옥타브 솔(G4)/라(A4)'''이기 때문에 '''2옥타브 시(B4)'''까지 두성을 확장했고 파사지오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면 '''2옥타브 파(F4)'''까지는 부담이 없고, '''2옥타브 솔(G4)'''도 낼 만하며 '''2옥타브 라(A4)'''도 최고음으로 몇 번 내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음은 그 음에 올라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에서 낼 수 있는 음의 '''안정도'''와 목소리의 '''깨끗함'''(샤우팅은 예외)이 매우 중요하다. 고음만 올라간다고 다가 아닌 것.
고음병에 걸린 사람들은 미성을 매우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분명 미성은 목소리가 곱고 높아서 좋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발성법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소울이나 파워풀하고 탁한 목소리 같은 느낌을 내기가 어렵다. 한마디로 톤이 단조로워지기 쉽다는 것. 이건 프로도 예외가 아니다. 미성인 프로보컬들은 상당수가 자기가 특화한 장르 외에는 굉장히 약한 면모를 보이는데[9] 이는 톤이 단조롭다는 문제와 관련이 깊다. 자신의 목소리를 강하게 조절하거나 다양하게 조절해도 톤이 크게 변하지 않고 단조롭게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하기가 어려운 것. 다만, 미성만의 장점들도 있는 편이다.
이런 고음병에 걸린 사람들이 문제가 되고 이슈가 되고 나니 오히려 반대로 고음으로 올라가는 노래만 나오면 그 곡의 소화, 표현 능력, 감성과는 별개로 '어휴 소리만 지르네' 하는 고2병 비스무리한 사람들도 나타났다. 뭐 그냥 시끄러워서 그러는 걸 수도 있기야 하겠다만 합리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같은 음도 어떤 발음이냐에 따라 난이도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 같은 발음보다 '이'라든지 '으' 같은 발음이 똑같은 음에서 내기 훨씬 어렵다. '아'는 열린 발음이라 상대적으로 고음에 강한 발음이고 입안 공간 확보가 용의하기 때문. 박효신의 야생화를 예로 들자면 3옥타브에 이르기 전부터 이미 발음은 ''''날아'''가' 로 전부 열린 발음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3옥타브 도인 '가' 발음이 다른 '이'나 '으' 발음에 비해 쉽기도 하지만 전 부분인 '날아'에서 3옥타브 도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었기에 마지막 부분을 좀 더 편히 낼 수도 있던 것이다. 자동차 기어 변속으로 예를 들자면, 한 번에 3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1단, 그 다음은 2단, 그 다음은 3단 순으로 나아간 것이다. 야생화를 잘 들어보면 '날'에서 성대를 확실히 잡고, '아'에선 더 강하게 접촉시킨 뒤 3옥타브 도인 '가'에 이른다. 만일 야생화의 '날아가'가 '아'행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면 저 부분의 난이도는 더 올라갔을 것이다.
이렇듯 고음에서 장점이 많은 발음이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고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음에서 모아져 있는 소리를 만든다면 오히려 '아'보단 '이'나'으'와 같은 발음이 더 쉽다. '아'의 경우 '이'나 '으'에 비해 고음을 내기가 쉽긴 하지만 동시에 호흡과 소리가 터져나오기 쉬운 발음이라 고음에서 소리를 잡거나 모으기가 힘든 발음이다. 이에 비해 '이'라는 발음은 비록 고음을 내긴 어렵지만 '아'에 비해 소리를 모으기가 쉽고 성대도 잘 늘어난다. 박효신의 그날 브릿지 고음 파트 발음을 보면 '거칠게 없'''는 마'''음으로, 잠들지 않'''는 이'''름으로 단 한 번 내린 '''붉은''' 태양,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꿈 등, 유난히 고음을 내기 어려운 '이'와 '으', '우' 계열의 발음이 많다. 이런 점 때문에 실제로 노래방 가서 불러보면 음역대가 넓은 사람도 부르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모으기가 쉽고 호흡과 소리가 잘 안 터져나오기 때문에 음원이나 라이브를 들어보면 고음에서 유달리 한 점으로 소리가 집중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으'는 바로 저런 모아져 있는 소리를 만들기가 용의한 발음이다. 물론 위 예시로 든 곡들은 그저 이런 소리를 만들기가 쉽다는 예시일 뿐, 모든 가수가 소리를 저렇게 써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 가수마다 발음을 본인에게 맞춰 조금씩 커스텀을 했고, 그 결과 '아'나 '이'를 '하'나 '히'로 발음하는 가수도 있으며 꽤나 독특한 발음을 구사하는 가수도 있다. M-net에서 박효신 Gift 녹음 현장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발음을 좀 부정확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물론 이는 당시 녹음하는 박효신의 발음이 너무 딱딱해서 그걸 좀 풀어주고자 했던 말이지만, 모든 가수의 발음이 동일하지 않은 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발음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음 마다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음이 어디인지만 따지는 게 좀 무의미한 이유 중 하나.[10]
좀 더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노래의 최종적인 목적은 노래는 높은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감정 전달'''에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깔끔하게 고음을 낸다고 해도 감정 전달이 안 된다면 단순한 소리내기 혹은 성대모사에 불과하다. 기술적으로도 좋은 보컬의 요건은 단순한 고음이 아닌 '''음역, 음색 그리고 성량'''이다.
단순히 고음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정현처럼 좁은 음역대밖에 소화할 수밖에 없다면 가수로서의 감정 전달에 매우 불리하며, 김동률처럼 전체적인 음역이 넓은 가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음을 구사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감정 전달에 유리한 경우가 많다.[11]
모든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가수들로는 대표적으로 임재범이나 이승철 등이 있다.
정리하자면 고음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음역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포함될 때 더 강점을 가지는 부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가창력의 척도는 무조건 고음이 아니라는 걸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다.
4. 오해
고음을 추구하는 것 그 자체가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다. 그저 멋 모르고 높은 음역대만이 절대적인 가치인 줄 알고 고음 일변도의 관점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게 문제일 뿐. 발성적으로 보면 맑고 무게를 가진 올바른 고음을 내는 사람은 발성을 잘 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저음과 중음이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고음에서 발성이 안정적이지 않아 오늘은 이 음이 올라갈까 걱정하는 보컬과 고음에 대한 걱정 없이 표현과 감정에 충실하게 노래를 할 수 있는 보컬 중에 당연히 후자가 가창에 있어서 표현력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고음 발성을 체계적으로 배우면 호흡의 깊이가 깊어지고 비성이나 두성, 믹스보이스 등의 발성법을 익히게 되는데, 이러는 과정에서 바이브레이션, 논(None)바이브레이션, 한음 오래 끌기, 성량 등등 고음 외의 역량도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고음을 익힌다는 것은 말 그대로 노래를 잘하는 기술을 익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고음에만 집착해 가사 전달력등에 무관심해지면 노래들에 감정이 없어진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리고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락이라는 쟝르 자체도 이미 90년대부터 즉 얼터너티브락 시대부터는 '고음'보다는 '개성'을 훨씬 더 중요시 여기는 시대로 바뀌었다.
노래방 등지에서 귀에 듣기 괴로운 고음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뜻 듣기에는 어설픈 소리를 내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 고음병 열풍에 휩쓸린 어리석은 이들처럼 보이겠지만 다 노래 잘 부르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니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다만 심하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방법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런 사람에겐 보컬 트레이닝을 추천해주는 편이 좋다. 전술했듯이 고음은 노래의 한 요소일 뿐, 무조건 가창력의 척도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
5. 고음 노래 목록
6. 기타
진성/가성은 어떠한 발성으로 고음을 낸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고음을 본인의 진짜 목소리로 낸 것인지[12], 아니면 가짜로 낸 소리인지[13] 구분하는 것이다. 애초에 타고난 미성이 아닌 이상 일반 남성 기준 3옥타브 이상의 음역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냥 진성으론 올릴 수가 없다. 믹스보이스[14]라고 봐야 할 듯.
머라이어 캐리의 'Emotions'에서 최고음 부분은 발성으로 따지면 '휘슬 레지스터(Whistle Register)'다. 성대가 두성보다 더 얇게 성구전환이 되어 만들어지는 진성이다. 다만 두성과는 소리의 떨림이 다르며 이 발성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흔하지 않지만 여자는 대부분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고 남자도 사람에 따라서 가능한 경우가 있다.[15] 이 발성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머라이어 캐리, 비타스, 아담 로페즈, 리오나 루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토코노코a, 에반에센스의 보컬 에이미 리,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 차수경 등이 있다. 사실 고음병과도 연관되는 것이지만 휘슬 레지스터건 가성이건 내는 건 가능하지만, 아름답게 내는 건 매우 어렵다. 머라이어 캐리의 휘슬이 유명한 이유도 그녀의 휘슬 레지스터가 듣기 좋기 때문. 여담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휘슬 발성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기에 돌고래 소리 또는 하이노트(High Note-고음)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하현우의 고음은 마치 두성과 휘슬 레지스터의 믹스처럼 들리는데 이는 당연히 진성이다.
음악 관련 만화 오디션에서도 고음병에 걸린 사람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문서에서 나오는 옥타브 표기는 한국 기준과 외국 기준이 뒤섞여있으므로 옥타브 문서를 잘 보면서 확실하게 비교해 보자.
만약 자신이 고음을 좋아한다면, 뮤지컬에 시선을 돌려보길 권한다.
[1] 위에 예시로 적은 1990년대의 고음 노래들은 3옥타브 중반대에 극후반대에 이르는 노래도 더러 찾을 수 있다.[2] 이 세 노래의 최고음은 각각 '''3옥타브 레♯(D♯5), 3옥타브 도(C5), 3옥타브 레(D5)'''인데, 이정도면 보통보다 약간 음역대가 낮은 여성 가수들 노래의 최고음에 맞먹는 수준이다. 여자들의 애창곡들의 최고 음역대는 보통 '''3옥타브 미(E5)'''이기 때문이다.[3] 오히려 노래를 부를 땐 고음보다 성대와 호흡 컨트롤이 더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다.[4] 참고로 멱따는 소리랑 샤우팅·스크리밍이랑 헷갈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예 발성법 자체부터 다른 것[5] 심지어 클래식에서도 피아노 한 대로 반주하는 가곡 등의 경우 키를 바꾸는 경우가 아주 아주 많다.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오페라의 경우 실용적 관점에서 키를 바꾸는 것이 그 전후의 곡과의 관계도 그렇고 오케스트라 전체에게 키를 바꿔서 연주하라고 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키를 바꾸지 않을 뿐.[6] '''2옥타브 솔(G4)/라(A4)'''도 안정적으로 내는 것은 상당히 힘들며, 사실 이 음들은 분명한 '고음'이다. 오디션에서 나오는 프로 지망생들도 2옥타브 후반대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일반적인 평균적인 음역의 성대로는 단련해도 두성 최고음은 '''3옥타브 도(C5)/레(D5)''' 정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단련해도 2옥타브 후반대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이 든다.[7] 2옥타브 후반이 그래도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확실하게 들어줄 만하거나 3옥타브 초반까지는 두성으로 올릴 수 있는 경우를 얘기한다. 박완규같은 아주 초희귀한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흉성으로 3옥타브를 찍는 건 불가능하며, 사실 타고났다고 불리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두성 등 고음 발성을 스스로 터득한 경우에 속하는 경우라고 봐야 하기 때문.[8] 음역이 넓고 기본적인 톤도 높은 박효신이 자기 노래에서 보인 최고음이 '''3옥타브 미(E5)'''이다. 박효신이 노래에 쓸 수 있는 고음이 '''3옥타브 미(E5)'''인 것을 생각하면 실제 두성 최고음은 '''3옥타브 파(F5)/솔(G5)''' 정도로 3옥타브 중반. 근데 박효신같이 톤이 높고 음역이 넓은 케이스도 두성 최고음이 3옥 중반인 걸 생각해보면 가수들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두성으로는 절대 3옥 중반을 찍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9] 신용재, 벤 등이 그렇다.[10] 그런데 나얼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는데 '너때문에','귀로'와 같은 노래에서도 보았듯이 '우'라는 발음으로도 3옥타브 음역대의 애드리브를 구사한다.[11] 여담으로 김동률은 고음병 환자들이 가장 폄훼하는 가수 중 하나였는데, 김동률의 노래 중 2옥타브 후반까지 올라가는 등 결코 만만치않은 곡들이 있음에도 전람회 이후 그가 솔로로 빵 터진 곡이 비교적 음역대가 낮은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였기에 "고음불가" 운운하는 음알못들이 많았다. 물론 김동률은 최고음역대가 높지 않을 뿐 음역대도 넓고 음색도 좋고 표현력도 뛰어나며 성량도 뛰어난 훌륭한 가수이다.[12] 기도에 호흡이 지나는 동안 성대의 부딪힘으로 나타난 소리 진성과 호흡이 공명을 일으켜나는 팔세토, 즉 가성.[13] 발성이 아닌 소리, 음이탈현상인 피치브레이크가 일어났으나 호흡의 힘으로 음을 끌어올린 소리.[14] 원래는 4성구에서 중성(mixed voice, middle voice)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나 세스릭스의 발성 훈련법이 퍼지면서 상업적으로 믹스보이스라는 훈련법이 생겼다. 이 훈련법은 흉성과 가성을 섞어 두성의 감각을 익혀 두성을 익히는 연습법이다. 원래 뜻은 흉성과 두성의 믹스구간 즉 파사지오를 의미한다고 봐야한다.[15] 가갤이나 몇몇 음악 관련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5옥타브 휘슬을 인증한 남자 용자가 몇 있긴 하나 써먹을 데가 없다. 휘슬 잘한다고 무조건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기 때문. 이런 소리는 비명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