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거볼

 

wenger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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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2. 시스템
2.1. 두두다다
2.2. 스위칭 플레이
3. "티키타카"전술과 무엇이 다른가?
4. 역사
4.1. 도입 이전 : "Boring Boring Arsenal"
4.2. 벵거, 축구판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다
4.3. 절정기
4.4. 정체기 : 속공에서 지공으로
4.5. 최근의 변화
5. 문제점
5.1. 공격 중심의 철학에서 파생한 전술이라는 한계
5.2.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대한 대처 문제
5.3. 라인을 내리고 역습하는 상대에게 고전하거나 쪽박찬다.
5.4. 과도한 유연성으로 인한 선수 의존도
5.5. 고질적인 세트피스 수비 약점
6. 미래 : 아름다운 축구와 실리 축구는 공존이 가능한가?


1. 소개


아스날의 감독 아르센 벵거의 전술을 일컫는 축구 용어. 1996년 9월 아스날에 부임한 아르센 벵거는 당시 롱볼축구만을 고집하는 EPL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전술을 과감하게 시도했다. 그는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하여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장담했고 몇년 간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자신의 말을 지켰다. 벵거가 이끄는 아스날은 곧 축구를 재미있게 하는 팀으로 각광받았고, 벵거볼은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여 아스날이 승승장구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축구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벵거볼은, 훗날 결과를 동반하지 못하는 이상주의로 인해 많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성공을 가져다 주었던 혁신이 계속 제자리에만 머물며 끝내 영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훗날 벵거 감독의 말년에 아스날은 FA컵을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내었으나, 끝끝내 벵거의 축구는 과거만 못하다는 지배적인 여론 끝에 역사의 막을 내린다.
벵거볼을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 벵거의 축구는 아스날 부임 이후부터 임기 내내 크게 단 한 가지의 사상 속에서 여러 세대들(Generation)이 각기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축구를 해왔다. 이는 벵거가 전적으로 선수들의 자율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벵거볼'''이란 말은 유달리 눈에 띄는 아스날의 축구 스타일을 외부에서 부르는 명칭이었지만, 그 속에선 단순한 전술적 매커니즘이 아닌 벵거의 이상향을 읊어 볼 수 있다. 벵거는 자신의 선수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건설하길 원했고, 그러한 문화 속에서 서로 성장한 선수들이야 말로 집단적인 결속력을 통해서 비자연적인 초거대자본이 난립하며 질서가 붕괴되어 가는 축구계의 거인들에 맞설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이것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건설 문제와 자본 조달 등의 금전적인 문제와도 엮을 수 있겠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벵거의 철학은 좀 더 구단의 미래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는 이해 관계 속에서 세워진 것이었다.
따라서, 단순히 축구적인 용어로서 만들어진 '벵거볼'을, 아르센 벵거아스날의 역사에서 어떠한 흥망성쇠를 겪었는지에 대한 그의 심볼적인 용어로서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벵거가 '벵거볼'을 통해서 축구를 새로 발명한 것도 아니며, 현란하게 수식되는 용어들에 비하여 합당하게 충분한 실리적인 성과가 있었는지는 논란거리다. 사실 벵거볼은 엄연히 알렉스 퍼거슨이 전술을 활용하는 방식처럼 '이미 발견된 전술들'의 리터칭에 지나지 않았다. 허버트 채프만의 W-M 포메이션, 엘레니오 에레라의 카테나치오, 네덜란드 대표팀의 토털사커 그리고 아리고 사키의 4-4-2에 이르기까지의 혁신적인 개념들의 바탕 아래에서 나타난 축구적 특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펩 과르디올라티키타카를 제일 먼저 창조하진 않았더라도 영원히 티키타카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을 것처럼, 물 흐르듯이 흐르는 그의 아름다운 패싱 축구 또한 아르센 벵거 그만의 아이덴티티로 남아 있는 것이다.

2. 시스템



2.1. '''두두다다'''


벵거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빠르고 유기적인 숏패스와 전진패스'''로 공간을 끌어내어 '''빠른 역습'''을 만들어내는 아스날 특유의 전술을 뜻한다. 벵거는 리누스 미헬스의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 가릴 것 없이 전원이 수비와 공격에 참여하는 '토탈 사커'와 아리고 사키의 수비라인을 끌어올리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여 공을 뺏어내는 사키이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운 축구' 전술을 도입했다. 선수들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하여 공을 뺏어낸 뒤 가능한 빨리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으로 달려 든다.
사실 현대 축구에서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온더볼'(On The Ball) 못지 않게 공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을 받기 위해 움직이는 '오프더볼'(Off The Ball)을 강조한다. 아니, 어쩌면 오프더볼을 온더볼보다 더 중요시한다. 실제로 90분 풀타임을 뛰는 선수 개개인의 공 소유 시간은 2~3분 정도이다. 따라서 경기의 승패는 오프더볼 상황에서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이는 팀에게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벵거는 일찍부터 오프더볼의 중요성을 알아챘다. 물론 그는 공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수록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걸 기본으로 뒀다. 하지만 공을 잡고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 진영으로 천천히 진격하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패스를 주고 받고 쓰루패스를 적극적으로 찔러주며 상대 진영을 유린하는 걸 선호한다. 즉, 벵거볼은 지공보다는 속공이 우선시되는 전술인 셈이다.(물론 이건 후에 변화하지만 그건 하단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이렇듯 쉴틈 없이 빠른 속도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를 공략하는 아스날 선수들이 마치 말이 달리는 것처럼 행동한다면서, 사람들은 이 전술에 말이 달리는 소리인 '''두두다다'''라는 별명을 붙였다.

2.2. 스위칭 플레이


벵거볼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스위칭 플레이'다. 스위칭 플레이(Switching play)란 선수들이 서로의 포지션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단순히 포지션만 바꾸는 '체인징 포지션'(Changing Position)과는 다르다. 체인징 포지션은 경기 도중 두 선수의 포지션을 어쩌다 한번 서로 바꾸는 것이지만 스위칭 포지션은 그보다 훨씬 체계적인 공격 전략이다. 스위칭 플레이를 지시받은 선수들은 끊임없이 선수들끼리 포지션을 바꾸며 경기 내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스위칭 플레이는 왜 필요한가? 그것은 현대 축구에서 보편화된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으로 공격 들어간 선수들은 상대 선수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변의 동료들과 긴밀한 협력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비록 자기 포지션은 아닐 지라도 공간이 생기면 곧바로 그쪽으로 달려가 대신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스위칭 플레이를 실행한다. 또한 스위칭 플레이는 상대팀 수비를 교란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스위칭 플레이가 잘만 적용되면, 상대 수비들은 누굴 먼저 막아야 할 지 알지 못해 혼란에 빠지게 되고 침투할 수 있는 공간 또한 그만큼 많이 생기게 된다.
벵거는 이 스위칭 플레이를 일찍부터 도입했다. 그는 공격수들로 하여금 서로의 포지션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키게 했다. 또한 벵거는 풀백을 통한 빌드업을 주로 사용했다. 즉, 풀백은 상대팀에 비해 매우 높게 오버래핑하게 침투해 들어가고 이로 인해 생긴 공백은 센터백과 중미 한 명이 커버한다. 풀백이 이렇게 높게 올라가면, 상대는 이를 막기 위해 그쪽으로 쏠리게 되므로 다른 쪽에는 광활한 공간이 생긴다. 이렇듯 상대편 수비수들의 위치 조절이 불균형을 이룰 때 광활한 공간 쪽으로 볼을 보내면 상대 수비수들은 '아뿔사!'하고 다시 그쪽으로 달려든다. 이리 되면 상대 수비진의 대열은 흐트러지고 그 틈을 타 스트라이커가 침투해 들어가 해결짓는다.

3. "티키타카"전술과 무엇이 다른가?


벵거볼은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기회를 엿본다는 면에서 펩 과르디올라의 "티키타카" 전술과 비슷하다. 하지만 두 전술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티키타카는 상대가 아예 공을 잡지 못하게 만든다. 즉, 점유율을 극도로 끌어올리면서 서로 짧은 패스를 주고받다가 기회를 포착하면 곧바로 스루패스를 찔러서 끝을 내버리는 것이다. 반면에 벵거볼은 점유율을 그렇게까지 끌어올리지 않고 상대의 공격을 압박으로 끊어낸 후 빠른 공격 전환과 유기적인 움직임, 그리고 짧은 패스와 롱볼 패스를 적절히 혼합하여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공에 속공까지 모두 다해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축구인 셈이다. 반대로, 전술적으로 티키타카처럼 짜임새가 있는 패턴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나, 벵거는 공격에 나서는 선수들에 한해서는 간결한 플레이이외에는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고 자유도를 적극 부여한다.
또한 공격 패턴도 판이하게 다르다. 티키타카를 썼던 바르셀로나는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니에스타만 스루패스를 찌르지 않았고 중미 차비 에르난데스, 수미 부스케츠, 심지어 메시까지(메시는 스트라이커, 윙포워드, 폴스 나인 등 원하는 역할을 마음껏 수행하는 프리롤) 기회만 되면 적극적으로 스루패스를 찔러 상대 진영을 유린했다. 또한 펩 과르디올라 체제의 FC 바이에른 뮌헨은 아예 센터백이었던 제롬 보아텡의 롱패스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1] 그에 비해 벵거볼은 패스능력이 출중한 플레이메이커or공격형 미드필더에게 의존을 많이 한다. 벵거 초기 베르캄프가 있었고, 파브레가스를 거쳐 외질이 그 예. 물론 다른 포지션에서도 롱패스를 찔러주긴 하지만, 주요 공격 루트는 1~2명의 키 플레이어가 주도하며 해당 선수가 부진할 경우에는 경기력이 감퇴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아스날의 중원은 프티 & 비에이라, 실바, 팔러등 피지컬이 탁월하고 거친선수들로 구성되었었다. 이는 터프한 프리미어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고, 비에이라는 사실 그 어떤 중미보다도 터프한 중미로 아성이 높다 (레드카드를 많이 받은 선수 중 한 명.) .

4. 역사



4.1. 도입 이전 : "Boring Boring Arsenal"


지금의 아스날에 익숙한 팬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겠지만, 사실 아스날은 영국에서 대표적으로 이른바 '''뻥축'''을 고수하는 구단이었다. 조지 그레이엄 전(前) 아스날 감독은 토니 아담스로 대표되는 '''황금 포백'''을 구축하고 수비 라인을 최대한 내린 후 전방의 공격수 이안 라이트에게 공을 전달하고 라이트가 알아서 해결하는 전술을 채택했다[2]. 그 결과 아스날은 실점을 극도로 줄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컵 대회에서 몇 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골은 매우 적게 들어갔고 경기가 매우 재미없었기 때문에 안티팬들은 아스날이 지루한 축구를 한다며 "지루하디 지루한 아스날"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다가 그레이엄이 선수 영입 때 에이전트로부터 뇌물을 받는 것이 들통나는 바람에 쫓겨나자, 아스날은 구단을 쇄신할 겸 전술의 변화를 택하기로 했다.

4.2. 벵거, 축구판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다


1996년 9월 아스날에 부임한 벵거는 초콜렛이나 퍼먹으면서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선수들의 식단 관리를 엄격히 하는 한편 전술도 혁신적으로 바꿨다. 그는 뻥축구가 대세였던 영국 축구판에서 짧은 패스와 속공, 그리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전술을 도입하여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전술은 얼마 안가 위력을 발휘했고 아스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다음의 강팀으로 거듭났다. 이후 벵거는 자신의 전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4.3. 절정기


1998년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아스날은 최전성기로 치닫는다. 벵거에 의해 아스날에 입단한 선수들은 자신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아스날의 전성기에 한몫을 담당했다. 특히 전설적인 투톱 앙리베르캄프, 윙어 로베르 피레스융베리, 중미 비에이라질베르투 실바는 실로 환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며 축구 팬들이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포백 또한 수비 역할을 잘 수행했다. 좌우풀백인 애슐리 콜로렌은 거침없는 오버래핑으로 상대 진영을 유린했고, 솔 캠벨콜로 투레가 버티고 있던 수비라인과, 2000년대 초 탑급 골키퍼 옌스 레만은 괴물같은 공격라인 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이렇듯 아스날은 2000년대 초반 승승장구했고 급기야 2003-04 시즌엔 '''무패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여 세간의 찬사를 받았다.

4.4. 정체기 : 속공에서 지공으로


그러나 2004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의 건설 이후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된 아스날은 어쩔 수 없이 주전 선수들을 하나둘씩 타팀으로 떠나보내야 했고 그들을 대신할 선수를 데려올 이적자금도 줄어들었다. 이에 벵거는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팀내 유스들을 길러내어 주전으로 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스들의 능력으로는 기존의 4-4-2식 속공 전술을 구사하는 것은 벅찼다. 그래서 벵거는 전술의 기조를 조금씩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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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시즌, 벵거는 이른바 황금의 4중주(흘렙-세스크-플라미니-로시츠키)를 완성한다. 이 4명의 선수들은 완벽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하여 쉴틈 없이 빠르고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상대 진영을 유린했다. 무패 우승을 달성한 03-04 시즌과는 다른 스타일로 베르캄프나 앙리같은 특정 에이스에게 의존할 것 없이 모두가 굉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했다. 그래서 벵거볼의 완성을 이 07/08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후반기에 아스날 당 시즌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될 버밍엄 시티전(클릭주의)[3], 아스날 최대의 적 부상신 강림이 겹치면서 1위를 달리던 아스날은 3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2008-09 시즌에 흘렙과 플라미니가 이적하자, 벵거는 황금 4중주를 해체시키고 디아비-데닐손-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DDS 라인을 중심으로 한 4-3-3 전술을 구축했다. 이 전술은 초기에는 데닐손의 스탯관리, 디아비의 홀딩 능력, 송의 기복없는 공수 밸런스 유지로 황금 4중주에 못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시즌 초반의 모습이었고 중반기에 접어들 무렵엔 데닐손과 세스크의 동선이 겹쳐서 움직임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디아비가 장기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전술의 기조가 무너지고 말았다. 게다가 데닐손은 이내 끝없는 부진의 나락에 빠졌고 송은 스탯 귀신의 모습마저 보이며 아스날은 우승 경쟁권에서 멀어지고 만다.
이후 벵거는 아론 램지, 잭 윌셔 등 잉글랜드 유스들을 대거 기용하며 새로운 변화를 줬다. 그는 4-3-3 포메이션을 4-2-3-1 포메이션으로 변경하고 속공 위주의 전술에서 지공 위주의 전술로 바꿨다. 속공을 지공보다 중시하던 벵거볼이 이제 지공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은 아스날 선수들의 기량이 이전에 비해 떨어져서 지공 전술을 택하여 안정성을 주는 것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괴력은 그만큼 감퇴되었고 이제 경쟁팀들이 벵거볼에 익숙해지면서 성적은 계속해서 EPL 4위, UEFA 챔스 16강에 머물게 된다.[4] 이로 인해 벵거볼은 이제 시대에 뒤쳐진 전술이 아니냐는 비판이 들끓었다.
2013/14 시즌은 07/08 시즌이후에 벵거가 선호하는 벵거볼을 극단적으로 잘 보여주면서도, 극단적인 실패로 귀결될뻔한 예시이기도 하다. 이 시점 아스날은 월콧과 같은 팀내 빠른 스피드를 내주는 윙어가 전멸한 상황인지라 좌우 윙어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당시, 아스날은 외질을 중심으로 좌우 윙어에 로시츠키 & 카솔라 혹은 램지가 그 자리를 커버하는 식으로 포메이션을 짯는데 바로 이 부분이 대박을 치게 되었다. 빌드업 플레이나 찬스 메이킹, 테크닉이 아쉬운 월콧대신에 로시츠키와 카솔라, 혹은 램지와 같은 테크닉과 연계플레이가 훌륭한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짜게 되자 최대한 간결하고 이타적인 패스 플레이가 외질과 램지를 중심으로 재현될 수 있었고, 이를 뒷받침해줘야 할 지루는 전반기까지 완벽한 포스트플레이와 원터치패스로 아스날이 전반기 1위를 하는데 기여를 하였다.
허나, 이 전술 역시 후반기 들어서 체력부담과 사이드에서 속도 부재. 더불어, 거친압박과 수비가담 문제가 불거지게 되면서 후반기에 빅팀들을 상대로 대량실점을 하게 되면서 결국 다시금 4위에 머무르게 되는 사실상 실패한 시즌을 맞게 되었다. 그나마, 이후에 긍정적인 것은 벵거가 기존과 달리 이후 시즌부터는 압박과 수비가담을 모든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바로 그 결과가 14/15 시즌 맨시티전 아스날이 원정에서 거둔 오랜만의 승점 3점의 쾌거이기도 하다.

4.5. 최근의 변화


2013-14 시즌, 벵거는 갈수록 정체되는 벵거볼을 되살리기 위해 메수트 외질을 클럽 레코드 기록을 깨가며 영입했다. 벵거가 외질에게 기대하는 것은 물론 탁월한 패스 능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이었다. 외질은 독일에서 뛰던 시절부터 오프더볼 상황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항상 적절한 공격 위치에 가 있으며 동료에게 적절한 패스를 뿌려줬다. 이러한 외질의 활약으로, 아스날은 시즌 초반 잘 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외질의 탈압박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질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던 상대편 수비진은 외질의 약점을 간파하고 외질을 집중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고 외질은 점점 제 활약을 하지 못했고 외질이 봉쇄된 아스날의 성적은 또다시 추락, 간신히 4위를 수성하는 데 그치고 만다. 그러나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2014-15 시즌, 아스날은 이번엔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하여 측면 공격진을 강화했다. 산체스는 과연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문제는 다른 아스날 선수들이었다. 시즌 초반 아스날 선수들에 부상신이 강림하여 수많은 주전 선수들이 병원으로 실려갔고 산체스의 반대편에서 뛰어야 할 측면 공격수가 딱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바람에 공격 루트가 매우 단조로워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탈압박 능력을 갖춘 외질이 살아나고 긴급 복귀 시킨 프랜시스 코클랭이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재발견되고 다른 선수들 또한 제 역할을 하면서 시즌 초반 암울했던 아스날은 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5년 3월 맨체스터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거둔 승리는 주목할 만하다. 사실 아스날은 강팀만 만나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 일쑤였는데, 이 날만큼은 철저한 역습식 전술을 구사하며 상대에 카운터 펀치를 날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는 벵거가 지금까지 지공 전술만을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전술에 유연성을 불어넣기로 결심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구너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그리고 FA컵 2연패를 달성해 아스날은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이 되었다.
2015-16 시즌, 아스날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인 페트르 체흐를 영입한 것 외에는 아무런 영입도 하지 않아 사방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탈압박을 리그 최고로 잘하게 된 외질이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아스날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계속 유지하면서, 아스날은 현재 우승 가능권에서 머물고 있다. 다만 산체스가 월드컵에 이어 코파 아메리카를 뛴 여파로 부진하고 산체스와 반대편에서 뛰는 측면 공격수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홀딩 미드필더가 부족하여 포백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려운 점은 해결해야 한다. 특히 홀딩 미드필더는 그 역할을 잘 수행하던 프랜시스 코클랭이 장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마땅한 자원이 없게 되었으니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결국 아스날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2016-17 시즌은 전 시즌과는 달리 그라니트 자카, 루카스 페레스, 슈코드란 무스타피 등을 영입하는 등 활발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자카는 아스날에서 부족하던 중거리 슈팅과 양질의 패스 공급을 보여주고 있으며 페레스는 아직 잘 나오고 있진 못하지만 산체스와 월콧의 서브 자원으로 언제든지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팀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무스타피는 이번 이적 시장의 신의 한 수로 코시엘니와 함께 코스타피 라인을 구축해 EPL 탑 클래스의 센터백 듀오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난 시즌 메르테사커, 파울리스타, 체임버스가 초래한 수비진 불안을 해결시켰다. 이는 올해 들어 도입된 이워비-산체스-월콧으로 이어지는 제로톱 전술에 강력한 시너지를 부여해 전체적으로 경기 템포를 빠르게 끌어올려 아스날 특유의 속공이 부활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빠른 속도로 패스 앤 무브먼트를 보여주며 역습 상황이던 지공 상황에서든 상대팀의 공간을 찢는 모습은 팬들에게 '''예전 아스날'''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중. 덕분에 아스날은 천적이던 첼시마저 두들겨 패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이며 챔스권에서 멀어질 거라는 일부 언론의 예측을 비웃고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번리 전에서 보여주었 듯이 극단적 수비 전술을 뚫어내는 데에는 조금 부족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헤딩볼을 따내 줄 올리비에 지루의 부재와 주축들의 부상으로 강행군을 치룬 선수단의 피로도 있었겠지만 우승을 노린다면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 전망된다.
분명한 것은 2016-2017시즌은 벵거가 공식적으로 아스날과 계약된 마지막 시즌이며 벵거볼의 집약이다. 현 아스날의 스쿼드는 벵거가 그토록 추구했던 축구 철학을 실현시킬 수 있을만큼 두텁고 단단해졌다. 따라서 이 시즌은 그동안 암흑기를 거치면서 내실을 다져왔던 벵거체제 아스날의 스완송이며 시즌의 결과가 결국 벵거볼의 성공 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다.

5. 문제점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5.1. 공격 중심의 철학에서 파생한 전술이라는 한계


토탈 사커의 태동 이래 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전술들은 모두 '수비적인 철학'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축구는 '골을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골을 안 먹히면 지지 않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리고 사키의 사키이즘, 압박 축구는 말할 것도 없고, 티키타카 역시 '상대에게 공을 주지 않음'으로써 실점을 하지 않는 게 모토다. 위르겐 클롭의 '게겐 프레싱', 디에고 시메오네의 두 줄 수비, 스리백 시스템 역시 모두 수비 중심적인 전술이다.
간혹 '게겐 프레싱'은 벵거볼을 베낀 것이며 벵거볼도 전방 압박에 대한 강조 정도는 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으나, 그래서 벵거볼이 '전방 볼 소유자에 대한 4면 압박' 이라는 슬로건을 내 건 적이 있는가? 아스날이 게겐 프레싱 정도로 극단적인 전방 압박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스날 선수들이 게겐 프레싱을 사용하는 팀 정도로 12~15 킬로미터의 극단적인 활동량을 자주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 벵거볼은 상당히 공격 중심적인 전술이다. 물론 벵거와 벵거볼 역시 높은 점유율을 1차적인 목표로 두고 있긴 하나, 빠른 역습과 빠른 전진을 가치로 내밀고 있는 전술이다. 이런 공격적인 목표를 중요 가치로 삼은 전술은 찾기 힘들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벵거볼은 '안 지는' 전술이 아니라 '골을 넣는' 전술이다. 벵거의 이상주의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게 결국 벵거볼의 한계이자 가장 마지막까지도 뛰어넘지 못하는 벽 중 하나다. 물론 벵거볼이 아예 수비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닥공 전술은 아니지만 최근의 실리적인 축구 흐름에 비해서 확실히 공격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전술적인 문제에 더해서 벵거 감독의 후반기로 갈수록 재정압박 때문인지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중앙 미드필더나 피지컬 좋은 센터백, 노련한 골키퍼 영입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문제가 점점 심각해졌다. 이에 대한 정확한 예로 벵거볼의 안정감에는 수비적으로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전성기에 패트릭 비에이라와 질베르투 실바가 있었고, 벵거볼이 부활했던 07/08에는 플라미니가 있었다. 수비 문제가 자주 드러나는 최근의 아스날 중원은 자카나 램지나 윌셔.. 예로 든 세명 다 수비적인 능력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이것은 2005년 이후 선수영입에 큰 돈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벵거 감독이 자신의 공격 우선 철학에 따라서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영입을 우선시 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버릇이 된건지 재정상황이 좋아진 최근에도 수비라인은 거의 보강을 하지 않고 혹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골키퍼는 체흐를 데려와서 해결했지만 체흐가 부폰과 같은 특이 케이스가 아니라면 골키퍼 역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확실한건 벵거볼의 수비 방법론은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뒤쳐저 있다.

5.2.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대한 대처 문제


링크는 2014년 첼시전에 대한 분석영상이다. 벵거볼을 상대한 EPL 팀들은 반칙을 오가는 수준으로 거칠게 대처했고, EPL 심판들이 이에 대해서 대단히 온건하게 넘어가면서 아스날은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 타팀보다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후달리는 아스날 선수진은 거친 몸싸움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필연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벵거볼이 속공 위주로 플레이하던 시절부터 그랬지만, 지공으로 변한 다음에는 더더욱 효과적으로 변했다. 아스날 선수들을 파울로 끊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5] 특히 벵거볼은 패스 앤 무브먼트로 전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템포가 끊어진다면 상대에게 말려들어갈 위험도 크다. 이런 경우에 대처법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다이브와 같은 헐리웃 액션이지만[6] [7] 아스날 선수들은 그런 것을 잘하지도 못하고, 애초에 시도도 거의 안 하기에 부상증가와 심판판정 손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역시 리더쉽과 카리스마를 갖춘 강력한 리더가 없다는 점도 한 몫한다. 벵거의 첫 더블 당시에는 아스날 역대 최고의 주장으로 꼽히는 토니 아담스가 있었고, 이후엔 패트릭 비에이라가 있었다. 아담스나 비에이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팀을 떠난 후 아스날의 계속된 무관은 단순 우연인 것만은 아닌 것.
또한, 아스날은 카솔라와 디아비가 부상으로 무너진 이후에 기술적으로 볼 소유를 잘하는 선수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윌셔는 잘하지만, 그만큼 많은 턴오버를 하기도 하는 선수라). 어찌 보면, 중앙에서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줄어든 것 역시 아스날이 가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스크 이후에 아스날에서 카솔라와 같이 완성된 선수를 제외하고는 벵거 밑에서 아스날 레귤러면서 탑클럽에서 뛸만한 레벨로 성장한 선수는 그나마 램지가 유일하고, 그 램지마져도 기복이 있다.

5.3. 라인을 내리고 역습하는 상대에게 고전하거나 쪽박찬다.


EPL 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아르센 벵거이지만 유독 주제 무리뉴에게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다. 무리뉴가 첼시 감독 일때 리그에서 이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8] 그 까닭은 무리뉴가 벵거볼의 약점, 즉 넓은 뒷공간을 허용한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벵거볼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고 상대를 압박하여 공을 탈취한 뒤 속공을 가해 상대 골문을 흔든다. 그러나 상대방이 수비 라인을 내리고 포백과 미드필더 간의 공간을 극도로 좁힌다면, 벵거볼은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공간이 생겨야 속공을 하든 말든 하지, 상대가 섣불리 달려들지 않고 제 위치를 고수하는데 어떻게 쉽게 뚫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무리뉴가 맡은 팀 첼시는 리그에서 수비력이 제일 좋은 팀이기 때문에 무리뉴식 역습 전술의 위력은 한층 더 위력을 발휘했다. 무리뉴의 이러한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자, 다른 팀들 또한 이를 참고하여 아스날과의 경기에 써먹었고 아스날은 그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17/18시즌 아스날vs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15라운드 경기가 그 완벽한 예로 볼 수 있는데, 두줄 수비를 가동한 무리뉴의 맨유를 상대로 벵거의 아스날은 점유율 73대 27. 슛팅수 19대5의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지만 몇번의 실수와 역습허용으로 결과는 1:3의 패배.
무사의 일대일 결투로 예를 들면, 칼, 창 등을 이용해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공략하려 하지만 그것이 모조리 방패에 막히고, 지치거나 당황해 잠시 멈칫한 사이 방패로 얻어맞아 KO당하는 유형
실제로, 벵거가 무리뉴를 잡았던 시점은 벵거 체제의 아스날에서 가장 낮은 라인을 사용했었던 3백을 사용한 이후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9]

5.4. 과도한 유연성으로 인한 선수 의존도


감독은 전술을 짤 때 선수들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허용할 지, 금지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 없이도 개별적으로 행동한다면 전술이 흐트러질 우려가 있지만 선수 자신이 경기를 읽고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벵거볼은 그 점에서 선수들에게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전술이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자기 포지션을 고수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데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서로 스위칭 플레이를 하고 오버래핑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만들어 내는 데에 집중한다.
이는 선수들의 기량이 리그 탑급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해내 아스날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문제는 벵거볼을 소화해낼 수 있는 핵심 선수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상황에서 불거졌다. 구장 건설과 함께 선수단의 클래스가 옛날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 아스날은 스위칭 플레이, 오버래핑 등 자유로운 플레이를 수행하면서도 정작 자기 포지션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벵거볼을 수행하려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만큼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 수록 벵거볼의 위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팀이 적절한 스쿼드를 가지고 로테이션을 잘 돌려야 한다. 하지만 얇아진 아스날의 스쿼드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컸고, 이로 인해 벵거는 믿을 수 있는 주전들로 계속 밀고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스날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전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떨어져 후반기에는 언제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벵거볼은 아름다운 플레이 만큼이나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퀄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이 나쁘면 이도저도 아닌 전술이 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DDS 라인이 결성되던 시기 이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올랐고 아스날은 상대 공격진의 역습에 사정없이 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벵거는 이 점을 타개하기 위해 벵거볼을 지공 위주의 전술로 변경하여 안정을 찾게 했지만 예전의 속공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졌고 여전히 아스날 선수들의 경기 집중도가 떨어지면 4:0으로 이기다가 4:4 무승부가 되어버리는 등 여러가지 굴욕을 당하곤 한다.
쉽계 말해 '''축구 지능 만렙인 알아서 잘 해내는 선수가 필요한''' 모습. 이 점은 펩의 점유율 축구와 비슷한 점이다. 펩 또한 축구 지능이 만렙인 선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벵거의 경우 지시가 없어도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해내기 위해 축구지능을 요구하지만 펩은 지시 사항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축구지능을 요구한다.

5.5. 고질적인 세트피스 수비 약점


벵거 하의 아스날은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매우 취약했고 이로 인한 실점을 많이 당했다. 게다가 세트피스에 대한 별도의 세부 전술도 없는 벵거볼이다보니 이로 인한 실점은 더욱 심각했다.
그리고 비단 세트피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경기 상황에서도 피지컬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한 듯한 선수구성 때문에 피지컬 괴물이나 활동량 머신한테 너무나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원 구성, 심지어는 수비라인 구성도 피지컬보다는 빌드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대팀의 피지컬로 압도하는 대응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아스날 천적으로는 역시나 첼시. 공격 능력도 중시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가장 우선시하는 주제 무리뉴 감독의 선수 구성이 자리잡은 첼시는 클로드 마케렐레, 프랭크 램파드, 존 오비 미켈, 마이클 에시앙, 미하엘 발락, 다비드 루이스, 네마냐 마티치, 커트 주마 등등 피지컬이 우수한 선수들을 이용하여 아스날의 중원을 힘으로 누르면서 벵거볼을 원천 차단했다(물론 첼시의 황금세대가 노쇠화했다고 평가받는 10/11시즌부터 무리뉴가 돌아오기 전 시즌인 12/13시즌까지는 벵거볼이 잘 먹혀들어가기도 했다).[10] 그리고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인 드록신은 그야말로 아스날을 학살하고 다녔다. 아스날 상대 13경기 13골 2어시스트, 드록바가 출전한 경기에서 10승 1무. 그 외에 아스날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준 웨인 루니도 피지컬이 탄탄하고 활동량이 대단한 선수이다. 유독 아스날 상대로 특히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 박지성도 같은 맥락. 그리고 뻥축으로 유명한 샘 알라다이스의 볼튼한테도 그렇게 강한 전적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벵거가 6승 6무 4패로 앞서고는 있지만 두 감독이 맡은 팀의 전력차를 감안한다면 고전했다고 보는것이 맞다.

6. 미래 : 아름다운 축구와 실리 축구는 공존이 가능한가?


벵거볼은 실리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아름다운 축구만을 구사한 결과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어지며 심지어 아름다운 축구조차 구사하지도 못한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논지다. 물론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재밌는 축구를 추구하는 자세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과가 따라와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벵거볼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금 리그를 호령하고 유럽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려면 '아름다운 축구'와 '실리 축구'를 공존시킬 필요가 있다. 아스날은 언제나 리그에서 챔스존 안에 드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온갖 전략과 전술이 난무하는 유럽 리그에서는 그동안 16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 물론 사실 펩의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원래부터 빌드업을 중시하던 축구인지라 피케와 발데스가 중용된 이유이기에 뮌헨부터라고 이해를 하면 안된다[2] 이거 이탈리아가 카테나치오로 날리던 시절 구사하던 대전략과 판박이다. 선수비로 실점을 일단 없애고, 공격은 역습시에 공격수가 알아서 해결. 이 전술은 공격수인 라이트가 부진하다면 말짱 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았지만, 라이트는 아스날의 득점을 잘 책임지며 팀의 레전드로 남았다.[3] [image] [image] 사실상 0708 아스날의 운명을 결정지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큰 경기였다.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않아 주전과 준주전을 오가며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에두아르도 다 실바가 버밍엄 시티 수비수 마틴 테일러의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면서 개방성 골절이 일어나고 발목은 완전히 돌아가서 탈골 돼버리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실바가 바로 산소마스크 쓰고 실려나갔을 정도로 시즌아웃은 물론 선수생명까지 위협할 수준의 매우 심각한 부상이었다. 당연히 선수들은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2:1로 경기는 이기나 싶었으나, 경기종료직전에 가엘 클리시의 실책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버밍엄 시티의 득점으로 이어졌고, 경기는 2:2로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단순히 승점 2점을 날린 경기가 아니라 에두아르도의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한 선수들의 동요, 당시 주장이었던 윌리엄 갈라스의 리더십 부재 등 복합적인 요소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아스날은 이 경기 이후 극도의 부진을 겪게 된다.[4] 리그에선 어쩌다가 3위 혹은 2위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4위였고, UEFA 챔스는 매년 16강에서 무너졌다.[5] 이는 전술 변화의 문제도 있었지만 선수 구성의 변화가 가장 컸다. 벵거 우승 시즌 멤버들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키 크고 피지컬 좋은 선수가 많았고 패트릭 비에이라같이 한 성깔 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이 때의 아스날은 현재의 아스날과 다르게 거친 파울로 저지하려다간 키 큰 흑형들에게 둘러싸여서 데꿀멍하는 상황이 더 많았다. 무패우승 이후 멤버들이 떠나가고 벵거가 떡대보다는 기술적인 멤버들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현재같이 막파울+EPL 막장심판에 고통받는 아스날이 된 것.[6] 심판들의 실력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7] 바르셀로나의 경우가 이 방법으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동시에 이득도 많이 본 케이스.[8] 2015 커뮤니티 실드에서 처음으로 무리뉴의 첼시를 이겼으나 커뮤니티 실드는 시즌 시작하기 전에 있는 이벤트성 경기로 대우받는지라 의미있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무리뉴가 맨유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야 드디어 리그에서 무리뉴를 상대로 첫 승리를 했다. 스코어는 2대0[9] 실제로, 이것도 빅 샘의 팰리스에 3:0으로 털리는 굴욕을 맛 본이후에 바뀐 것[10]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근래 첼시FC 최악의 시즌이라는 15/16시즌에도 더블을 당했다. 특히 외질이 첼시만 만나면 떡대들한테 집중마크당하여 힘을 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