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페리온(은하영웅전설)
1. 개요
ヒューベリオン/HYPERION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우주전함. 자유행성동맹의 명장으로 추앙받는 양 웬리의 기함이다. 양이 소장으로 진급하면서 급조편성된 어중간한 반쪽 함대,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제13함대로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하라는 명을 받았을 때 탑승 기함으로 최초 등장하여 「불패의 양 함대」에서 활약했다.
휘페리온(을지서적판), 휴페리온, 휴베리온(서울문화사판)과 같은 다양한 번역명으로 알려졌다. 이타카판에서는 히페리온이다. 일어 원문 표기가 ぺ(pe)가 아니라 べ(be)인 것을 감안하면 휘베리온이 맞겠지만, 히페리온(휘페리온)에서 따온 것이 확실한 이름이고 라틴 문자 표기로도 HYPERION이므로[2] 히페리온으로 번역하는 것도 적절하다 할 수 있다. 기함명 히페리온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티탄 12신 중 하나로 '높은 자'라는 뜻이다.
양 웬리가 이 함선을 기함으로 삼는다는 점을 제국도 알고 있는 지라 은하제국의 내로라하는 명장들도 이 전함이 눈에 보이기만 하면 '''양 웬리가 나왔다'''라 생각하여 매우 경계했으며 양 웬리도 이 사실을 이용하여 자신은 사령부에 남고 히페리온만을 내보내 제국군을 여러 번 낚았다. 초기 기함의 함장은 마리노 대령이나 마리노가 준장으로 승진하여 양 웬리 휘하의 분함대 사령관이 되자 아사도라 샤르티앙 중령이 함장직을 맡았다.
양은 자신의 성격답게 항상 지휘석에 앉아서 지휘하기보다는 테이블 위에 앉거나,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은(높으신 분들이 생각하기에는 '군인답지 않은') 자세로 생각하거나 지휘해왔다. 율리안 민츠가 양에 대해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테이블 위에 앉아서 홍차 홀짝이는 모습이었을 정도.
동맹군의 기함형 전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강해보이는 모습과 정의감에 넘치는 양 제독을 넣은 동맹군의 지원병 모집 포스터를 당대의 유명한 화가가 그렸지만, 자신과 자신의 기함이 그려진 이 포스터를 본 양 웬리 본인은 "'''이것은 어디의 양씨이지?'''"였다고 한다.
히페리온의 색깔은 국방색 비슷한 초록색 일색의 동맹 함선과는 전혀 다른 청록색을 띄고 있는데, 이는 제작자 후기에 따르면 히페리온에게 특징을 부여하기 위하여 다른 곳에 사용되지 않은 색을 사용했다고 한다. OVA에는 히페리온에 144M라고 써있는데, 이건 히페리온에 칠한 물감의 번호라고 한다. 설정상으로는 13함대 기함이므로 1301이 되어야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기존 식별 번호를 단 채로 이제르론 요새 공략작전에 참가했고, 이후 작전이 성공하면서 얻은 높은 명성 때문에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에서는 이전 OVA에서의 색깔은 계승하였으나 식별번호 대신에 13FB09-2144라는 번호를 부여받았다.
2. 특이한, 혹은 슬픈 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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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A 설정화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의 '함대 기함'들은 비슷비슷하게 생겼는데 양 웬리의 13함대 기함만은 그 중에서 색이나 외관적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제국측 주인공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브륀힐트같이 주인공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서글프게도 히페리온과 브륀힐트는 말 그대로 '''급이 다르다.'''
브륀힐트는 동맹보다 앞서는 은하제국군 군사과학기술에서도 가장 최신예 기술을 적용시키고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칙령에 따라 오직 라인하르트만을 위해 '''건조 비용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은''' 사치스러움의 극을 달리는 최첨단 전함이다. 반면에 양 웬리의 히페리온은 최첨단은 커녕, 좋게 말하면 역전의 노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노후함'''이다.
브륀힐트는 은하제국 장성이 대장 이상 진급했을 경우 주어지는 '개인 기함을 건조가능하고 소유가능한 권한'에 의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황제의 칙령으로 대장 진급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새로이 건조한 함선이다.
히페리온은 우주력 760년에 설계가 시작된 '아콩카과급' 또는 '칸첸중가급 대형전함' 중 하나로 1개 정규함대 규모가 1만척 전후로 편성되던 시절 기함으로 사용되었던 함선이다. 동맹 정규 함대 규모가 1만 2천척에서 1만 5천척까지 늘어나며 기존 아콩카과급과 칸첸중가급 대형전함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이 아이아스급 대형전함이 개발되었고 노후화된 아콩카과급과 칸첸중가급 대형전함들은 대부분 폐기되거나 2선으로 물러나 지역성계 경비함대로 재편성되었다. 히페리온은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제 3 변방경비함대의 기함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즉, 양 웬리는 건조된 지 수십년이 지나 1선 전투함으로 쓰기엔 다소 문제가 있어 변방으로 돌려진 노후함을 기함으로 받은 것이다.
이런 서글픈 첫 등장의 이유는 양 웬리가 새로 신설되는 제 13함대의 사령관으로 취임할 당시 13함대가 '''패잔병과 애송이들을 모아놓은, 게다가 숫자도 절반밖에 안되는''' 반쪽짜리 함대였기 때문이다. 함대 편성자체가 급조되었으니 신형 대형전함을 기함으로 주지 않고 '''제 3 변방경비함대의 기함로 사용되던 히페리온을 차출하여''' 13함대 기함으로 주었다.
당연히 이러한 이유로 인해 히페리온은 보통 아이아스급 전함이 기함이 되는 정규함대 기함에 비해 화력, 장갑이 떨어진다. 함교도 내부구조가 간략한데다가 미사일 사출구가 함교 아래에 위치하고, 함교자체가 함선 바깥에 설치된 형태라 방어력 면에서 매우 떨어진다.[3] 거기에다 히페리온이 건조된 때는 스파르타니안이 없었기 때문에 함재기 수납도 불가능했고, 나중에야 함재기 수납이 가능해졌다.
통신과 지휘 능력 역시 아이아스급에 비하면 후달리는 편인데 이후 13함대가 정규함대로 편성되고 히페리온의 통신장비 및 지휘능력에 대한 개수가 이루어졌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대함대 지휘에는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다른 함대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 걸출한 분함대 사령관들의 활약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양 제독과 에드윈 피셔, 더스티 아텐보로, 응웬 반 티우, 마리노 등의 분함대 제독들간의 협조와 신뢰관계를 통해 유연한 분함대 운용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양 웬리 휘하의 동맹군 올스타 군단의 명성을 쌓게되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3. 기함으로서의 지위
아무래도 성능이 아이아스급보다 못하다보니 화력이나 방어력 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갖춘 최신예 전함 트리글라프가 배치되자, 양 제독이 기함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양 웬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무라이가 넌지시 기함 변경에 대한 의견을 내놓자 다음과 같은 한 마디로 입소문들을 버로우시켰다.
이 말을 들은 율리안 민츠는 "그냥 새 기함으로 옮기고 익숙해지는 게 귀찮아서 그러시는 거 아닌가"라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게 양의 본심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결국 트리글라프는 더스티 아텐보로의 기함이 됐다."물론 트리글라프는 '''보기 좋은''' 전함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함으로 삼지 않는 겁니다. 제가 거기 탔다간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4]
그 외에 히페리온 하면 양 웬리의 기함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의외로 양 웬리가 직접 탑승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일례로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는 양이 사문회에 끌려가는 바람에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이 대신 지휘했고,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선 직접 탑승하지 않고 낚시 떡밥으로 투척된 적도 있다. 그리고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끝나고, 동맹에서 이탈한 이후 양은 율리시스를 기함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고는 해도 양이 가장 오래 기함으로 사용한 함선인 만큼, 양 웬리의 기함 하면 히페리온의 인상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4. 최후
양 웬리 사후에는 이제르론 공화정부군 소속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의 기함으로 주어져 활약하다 시바 성역 회전 당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기습적 맹공에 격침되고 만다. 메르카츠 제독도 피격 당시 중상을 입고 결국 사망, 부관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중령 및 남은 승무원들은 무사히 탈출함으로 기나긴 함생을 마친다.
프레데리카 그린힐과 율리안 민츠는 양 웬리와의 추억이 가장 많이 서려있는 함선이 없어진 것을 다소 아쉬워했다.
5. 여담
- 더스티 아텐보로가 쓴 기함 마사소이트는 히페리온과 동시대 전함이다.
-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에도 똑같은 이름의 전함이 있다. 구형 함선이라는 설정도 똑같으나, 스토리 진행 자체가 차이가 있어서 은하영웅전설의 히페리온은 최후의 전투 이후 결국 격침당하나, 스타크래프트의 히페리온은 숱한 전쟁을 겪고도 끝끝내 살아남아 폭압적인 정권을 뒤집는 혁명에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