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피셔
1. 인물 개요
Edwin Fischer[1]
자유행성동맹군, 엘 파실 혁명군의 제독. 최종 계급은 중장. 이름의 유래는 스위스의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관현악 지휘자인 에트빈 피셔(1886~1960)에서. 애니메이션 성우는 스즈키 타이메이/설영범.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에서는 소노에 오사무.
기함은 버밀리온 성역 회전까지 OVA에서는 아가트람, DNT에서는 마난난 막 레르, 회랑 전투까지 시바. 아가트람은 64문, 시바는 80문의 주포를 장착한 막강한 화력의 거함이었다.
피셔는 작중 아스타테 회전에서 자유행성동맹 우주함대 제4함대 소속으로 처음 등장[2] 한 이후 회랑 전투에서 전사하기까지 양 함대의 부사령관으로 활약했다.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은 범용하지만 함대 운용의 달인이어서, 양 웬리의 신화 대부분은 이 사람의 예술적인 함대기동[3] 이 뒷받침 된 결과였다. 게다가 스스로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어서 전투중엔 항시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이 내용을 반영하여, OVA에서는 피셔의 적절한 함대 컨트롤 장면이 원작에 비해 많이 추가되었다.
우연히도 제 1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 해군의 참모총장인 존 피셔(John Arbuthnot Fisher)와 'Fisher' 성이 같다.[4] 다만 현장의 함대기동의 전문가인 에드윈 피셔와는 달리 이 쪽은 드레드노트급과 순양전함의 건조, 해외 함대의 영국 본토 재배치, 석유로 함선 연로를 전환함 등 행정가의 성격이 강하다.
2. 이력
작중 피셔의 존재는 양 웬리의 지휘 의도를 구현하는 함대의 2인자로서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회랑 전투에서 전사하기까지, 피셔는 출중한 함대 운용 능력을 통해 상관인 양이 기발한 전략 구상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를 수식하는 별명인 '''살아 있는 항로도''', '''함대 운용의 명인''' 등을 통해 함대에서 그가 차지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2.1. 아스타테 회전
작중 시계열상 피셔의 첫 등장은 아스타테 회전이다. 소설 아스타테 회전에는 활약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이후 13함대 창설 시에 아스타테 회전 당시 4함대에서 선전했다고 참전 경력만 언급된다. 제국군의 공격으로 함대 붕괴와 함께 파스톨레 제독 및 사령부 인원들이 전사하고 기함 레오니다스가 격침 당했으나 피셔는 살아남아 잔존 부대와 더불어 귀환하였다. OVA에서는 제4함대 소속 선임장교로, 사령관 파스톨레 중장이 작전을 설명할 때 얼굴을 비추지만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당시 제2함대 참모였던 양 웬리와 마찬가지로 준장 계급에 붉은색 참모 휘장을 단 것으로 보아 각자 비슷한 위치였을 가능성이 있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에서 에드윈 피셔의 활약이 잠시 나온다. 2함대 소속 분함대 사령관으로, 양 웬리가 미리 전술 컴퓨터에 입력해둔 작전을 활용해 함대운용을 하였다는 것으로 각색되어 소설에는 언급되지 않은 피셔의 활약상을 표현하였다. 다만, 추가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분함대 사령관인 피셔가 직접 기함 기관장에게 생명유지장치를 제외한 모든 에너지를 중화자장에 돌리라는 명령을 한다는 것이다. 함대 사령관은 함대 전체에 관해 관할하며 기함 함장을 무시하고 기함 승무원에게 직접 명령하는 것은 월권이다. 은하영웅전설에서 함대 사령관과 기함 함장 간의 권한 차이를 직접 묘사한 장면이 다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옥의 티가 되어버렸다.
2.2. 제13함대 부사령관
이후 피셔는 제13함대 창설시 양 웬리에게 직접 발탁되어 줄곧 양 함대의 부사령관으로 근무했으며, 거시적인 작전 계획과 전략 설정에 매달리는 양 대신 세부적인 함대 운용을 도맡았다.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을 위해 출격했을 때는 피셔가 양의 기함인 히페리온에 탑승, 양에게서 함대 운용 임무를 모두 위임받는다. 사실상 전술상 권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게 된 셈. 이에 관해 함교 승무원들이 담소하는 장면이 OVA에 나오는데, '''"나는 하이네센의 거리마저도 길을 잃고 헤매일 정도이니, 함대 운용의 명인인 피셔 제독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말했다며 사령관인 양을 약간 못미더워한다(…). 아닌게 아니라 소설에서는 피셔가 함대 운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양은 검토없이 바로 승인했다는 언급이 나오며, 그 때문에 피셔는 자신의 기함 애거트람보다 히페리온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지적 때문인지는 몰라도 DNT에서는 실제 피셔가 함대를 이끌고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가 이끄는 오갈데 없게 된 제국군 이제르론 주둔함대의 후방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왔다.[5]
또한 피셔는 그간 동맹군 내에서 백안시당하던 로젠리터 연대와 연대장 발터 폰 쇤코프 대령을 전격 기용한 양의 복안에 찬성했다. 그리고 이에 선뜻 찬동하지 못하는 보좌진들을 상대로 무겁게 한 마디 하여 좌중을 가라앉혔다. 에코니아에서의 인연으로 사령관의 사람됨을 알던 무라이나 표도르 파트리체프마저도 양이 로젠리터를 참가시키는 뜻을 얼른 납득하지 못했으나 피셔는 곧장 신뢰의 뜻을 밝혔고, 다른 참모들도 동조하기를 권했다. 양은 이에 감사를 표했다.
암릿처 회전에서 칼 구스타프 켐프, 볼프강 미터마이어,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등 적 용장들과 맞붙었을 때도 피셔의 능력은 빛을 발했다. 켐프의 진형 변환에 대처하며 전황을 우위로 이끄는 모습에 양은 기쁜 듯이 '''"음, 과연 피셔의 함대 운용은 명인계로군."'''이라 말했고, 라인하르트 또한 제13함대의 움직임을 깊이 눈여겨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다.[6] 제13함대가 장병 귀환율 70%를 기록하며 수훈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는 피셔의 공적이 컸다고 볼 수 있다.
2.3. 양 함대 부사령관
제국령 침공작전 종결 후 제13함대가 증편되어 정식으로 양 함대의 이름을 공인받자 사령부 참모진의 보직에 약간의 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피셔는 소장으로 진급한 것 외에는 변함없이 함대 부사령관을 맡으며 함대 운용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근무했다.
피셔는 도리아 성역 회전에서 구국군사회의에 가담한 루글랑주 중장의 제11함대 별동대에 맞서서 분함대를 이끌었다. 양의 작전에 따라 후방을 맡아 적의 기습에 대비했는데, 여기서 소설과 OVA의 묘사가 약간 다르다. 소설에서는 양의 지시대로 행동하던 피셔가 별동대를 견제하다가 양의 본대와 더불어 공세를 가하며, OVA에서는 더스티 아텐보로가 피셔의 임무를 수행한다.
일명 요새 대 요새 전투라고도 하는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에는 더스티 아텐보로, 응웬 반 티우 제독과 더불어 활약했다. 이때 사령관 대리인 알렉스 카젤느 소장의 허가로 함대 지휘를 맡은 객원제독 메르카츠 중장의 요청에 맨 먼저 지지를 표명하여 힘을 실어주었다.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때는 전력 보존을 우선시한 양의 뜻에 따라 예하 장병들의 전투 의욕을 억누르기도 하며 오스카 폰 로이엔탈, 코르넬리아스 루츠, 헬무트 렌넨캄프의 대부대와 대치했다. 직후 양 함대가 전투부대와 민간인 및 비전투요원 호송부대로 나뉠 때 전투부대에 참가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는 못하여, 알렉산드르 뷰코크 원수의 동맹군 본대를 보호하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이 끝난 후 제국군의 추격에 대비하면서 함대를 지휘하다가, 탈취한 적 구축함에 탄 율리안 민츠의 메시지를 받고 조사한 후 합류시키기도 했다. 이후 하이네센으로 귀환하여 양의 원수 진급과 더불어 중장 계급장을 달았다.
자유행성동맹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는 수도로 귀환한 양 함대 참모부 전원을 1계급 진급시키고 양 웬리에게 원수 계급장을 달아 주었을 뿐 아니라, 그의 전략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러한 배려로 양 함대는 절대적인 행동 권한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피셔가 그 수완을 발휘할 무대가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양 함대는 수송선단 습격전, 라이가르 성역 회전, 타실리 성역 회전에서 제국군 병력을 차례로 격파했는데, 이같은 연전 연승에 피셔의 공로가 컸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분개한 라인하르트가 직접 나선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서도 피셔는 분함대를 지휘하여 적 방어진을 돌파하였으며, 격전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2.4. 자유행성동맹 몰락 이후
피셔는 바라트 화약 조인 후 동맹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잠시 한직으로 좌천되었으나 이내 비밀 임무를 맡았다. 즉 우주함대 사령장관 뷰코크 원수와 총참모장 춘우 지엔 대장의 배려로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양도받은 5,560 척의 함선을 이끌고 제국군이 눈치채지 못하게 변경 성계를 거치면서 이제르론 요새로 향한 것이다. 춘우 지엔의 부름으로 우주함대 사령부에 출두한 자리에서, 피셔는 망설이던 무라이에게 "최선의 길을 갈 것"을 주문하면서 총참모장의 요청에 응했다.
이후 피셔는 무라이, 파트리체프, 순 수울 소령 등과 협력하여 무사히 양의 본대에 합류하였다. 도중에 파리피라 성역에서 병사들의 소요 사태에 맞닥뜨리고 초신성 폭발을 만나는 등 고생이 심하여 작전 중 기절하기까지 한 험난한 여정이었다.
2.5. 회랑 전투
우주력 800년 4월 29일, 피셔는 회랑의 전투 전초전에서 비텐펠트의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와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의 함대를 상대하며 전선에 나섰다. 그는 열세인 병력을 침착하게 지휘하며 적을 종심진 안에 유인 격파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파렌하이트 전사,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패주에 공을 보탰고, 제국군 본진을 맞이했을 때도 침착한 지휘로 양을 도와 전선을 유지했다. 5월 6일 보급을 끝내고 재출격하는 자리에서 피셔는 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고, 결국 그것이 그의 유언이 되고 말았다.
''저도 요즘 들어 겨우 함대를 움직이는 데 약간 자신이 붙었습니다. 평화가 오면 으스대며 책이라도 한번 써 볼까요? 아텐보로 제독만 인세로 먹고살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요."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 김완, 이타카(2011), p.67
양과 피셔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이 장면은 원작 소설 10권에서는 회상 형식으로 묘사되었으며, OVA 81화에서는 직접적으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게임 은하영웅전설 4에서는 능력치가 올랐을 때 각 제독들이 말하는 대사로 이어졌다.
5월 14일 22시, 미터마이어 직속 부대의 공격을 격퇴한 양이 반격에 나서자 비텐펠트가 대응, 15일 4시 40분에 기함을 중심으로 한 공격부대를 편성하여 맹공을 가했다. 이 공격에서 피셔의 기함인 대형전함 시바가 격침되었고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 사실이 근처에서 교전중이던 전함 아이리아를 거쳐 기함 율리시스의 함대 사령부에 전해진다. 혼전 속에서 기함 승무원들을 대피시키거나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여유도 없었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양 함대의 주요 인물로서 활약한 에드윈 피셔 제독은 결국 이제르론 회랑에서 전사했으며, 양 웬리는 그의 사후 라인하르트와의 교섭에 임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많은 병력을 잃었으며, 무엇보다도 함대 운용 및 기동의 모든 것을 책임지던 피셔의 부재는 곧 '''지금까지의 전략적 저지력 및 전술적 우위 또한 사라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양 또한 오래지 않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피셔 사후에는 마리노 준장이 함대 기동 및 운영을 맡게 되었다.
3. 공적 및 사후 추서
제13함대 창설시부터 양과 함께한 그의 지위는 함대 내에서 2위이며, 같은 계급인 무라이, 카젤느, 쇤코프, 아텐보로보다 서열상으로 위에 있다. 부사령관으로서 함대 운용 면에서 양을 보좌할 뿐 아니라 직접 분함대를 맡아 전선을 유지한 그의 공적은 상당히 큰 것이다.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당시 제국군을 상대로 84개의 동맹령 전방 보급기지들을 활용하며 현란한 유격전을 펼친 양 함대의 활약은 피셔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줄곧 함대 운용을 도맡은 피셔의 전사에 양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소설 및 OVA에서 묘사된다. 불사를 자랑하던 양 함대 참모진 중 처음으로 전사하게 된 것은 물론, '키잡이를 잃었다' '한쪽 다리를 잃었다'고 일컬어질 정도이다. 그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은 아텐보로의 한탄이 양 함대에서 피셔가 점유했던 위치를 짐작케 한다.
양이 라인하르트의 협상 회담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된 것도 전력의 손실이 누적된데다 결정적으로 피셔의 공백을 메꿀 길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양은 라인하르트에게 가기 전 참모진과 마지막으로 가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난리 났군, 우리의 살아있는 항로도가 죽은 항로도가 됐어. 이제부턴 함부로 숲에 하이킹도 못 가겠는걸."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8권 <난리편>, 김완, 이타카(2011), p.140
다만 이처럼 맹활약한 실적에 비해 작중에서는 피셔에게 계급 특진이 주어지지 않았다. 자유행성동맹 정부가 멸망하지 않고 존속했더라면 지난날의 명장들인 우란푸, 보로딘, 애플턴 제독처럼 그도 원수로 사후 진급했을 것임이 틀림없다."작전을 세우기만 해서는 이길 수 없어. 함대에 그걸 완전히 실행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안 되지. 지금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가 금방 다음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거야말로 자살행위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8권 <난리편>, 김완, 이타카(2011), p.160
4. 인물 평가
양 웬리 휘하에서 오랜 시간 함대 운용을 도맡으면서도 소설 및 OVA에서 그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전술가로서 그의 존재는 양 함대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었으며, 양 웬리가 아무리 뛰어난 전략적 식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피셔의 보좌 없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란 어려웠을 것임을 작중 그의 활약으로 짐작할 수 있다.
타실리 성역 회전 후 행성 우르바시의 회합 때 볼프강 미터마이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1개 함대, 단 1개 함대로 우릴 가지고 논다. 그 자식이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 나타날 수 있다 할지라도! 이럴 수가 있는가!"'''라 외치며 분노했는데,[7] 그를 위시한 제국군 장수들에게 양 함대가 그토록 공포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비상식적인 부분을 찌르는 양의 기발한 발상과 적장의 심리를 꿰뚫는 능력에 피셔의 독보적인 함대 운용 능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아텐보로가 유인작전 및 분함대 운용으로 양 웬리의 부담을 덜어주었다면 피셔는 양의 구상이 제국에 대해 실질적 억지력을 지니도록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양이 원할 때,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의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 피셔의 역할이요 장기였던 것이다. 부사령관이자 분함대 지휘관 겸 참모로서 훌륭했던 팔방미인이자, 양 함대의 영향력이 작중 전 인류의 세력권으로 확대되도록 도운 전략과 전술 양면의 일등공신.
여기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휘를 삼가며 항상 침착하게 행동하거나 망명 제독인 메르카츠를 앞서 지지하고, 양 함대의 분위기(…)에 물들지 않는 등 곧고 반듯한 인품 또한 그를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무라이는 불평분자들을 모아 이제르론 요새를 이탈할 때 율리안의 간곡한 만류를 거절하면서, 피셔와 파트리체프가 죽고 없는 상황을 언급하며 쓸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런 피셔의 죽음으로 인해 소수 병력으로 최대 전과를 거둬 온 양 함대의 전략적 기동력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양 함대의 둘째가는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양 또한 피셔를 뒤따르듯 세상을 떠남으로써, 압도적으로 강대한 제국군을 상대하여 연전연승해 온 양 함대의 활약상은 이 두 사람의 퇴장과 함께 종지부를 찍었다.
비록 양의 유지를 계승한 율리안과 아텐보로, 마리노 등이 이제르론 혁명군을 이끌어 제11차 이제르론 공방전과 시바 성역 회전에서 선전하긴 했지만 피셔와 양이 살아 있을 때 보여준 화려한 함대 기동과 기민한 반응, 빈틈없는 연계에는 불행히도 미치지 못했다.
'''양 웬리의 불패 신화는 에드윈 피셔와 더불어 정점에 달했고 그의 죽음과 함께 그 끝을 맺었다.'''
5. 기타 미디어
함대 운용 및 기동에 통달한 인물인 만큼, 소설을 소재로 한 기타 작품들에서는 피셔의 이러한 능력이 특히 부각된다. 게임에서 그의 기동 능력치는 등장인물 중 무조건 최고이며, 양이나 라인하르트도 기동에서만큼은 피셔를 따르지 못한다.
5.1. 코믹스 판
미치하라 카츠미가 그린 코믹스 판에서는 암릿처 회전 초반에 볼프강 미터마이어를 능가하는 함대 기동을 보여주었다. 당시 미터마이어가 "내가 함대 기동에서 뒤쳐지다니..."하면서 이를 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아텐보로는 그에게 '질풍 피셔'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독설과 폭언을 퍼붓는 호탕한 무인이 되었다.
5.2. 은하영웅전설 4
초기 능력치는 통솔 56 공격 72 방어 59 '''기동 100''' 운영 41 정보 45 육전 55 공전 72
뛰어난 기동 능력을 가지고 양의 휘하로 등장한다. 실제로 피셔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제 13함대의 움직임은 많이 차이가 나며, 적의 숫자가 많을 경우 승패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제국령 침공작전 이후 시나리오부터는 소규모 함대 지휘를 맡고 있는데 함대 최대사기를 결정하는 통솔력이 고작 '''56'''밖에 안되는 관계로 양 웬리 휘하 제독들 중에서는 지속 전투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 타 함대와 연계하여 기동력을 살린 단기결전으로 몰고 가야 승산이 있는데 낮은 방어력이 발목을 잡는다.
5.3. 은하영웅전설 5
모든 제독들이 그렇듯이 기묘하게 미화된 초상화로 등장. 높은 기동 수치로 한번에 다수의 부대를 상대하는 싸움에서 빛을 발한다.
5.4. 은하영웅전설 6
초기 능력치는 '''통솔 56 지휘 62 공격 66 방어 63 기동 100''' 운영 37 정보 32
기동 100 으로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더불어 게임 내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미터마이어가 용맹 성향의 지휘관이라 전투가 없거나 자신이 투입되지 않으면 적극성이 처지는 반면, 피셔는 일반 성향의 참모로 등장할 때가 많아 전투가 있든 없든 능력치가 쑥쑥 오른다(…). 이 때문에 양이 이끌고 피셔가 보좌하는 제13함대는 적극성 100 기준으로 시작부터 통솔 100, 지휘 100, 기동 100이라는 먼치킨 능력을 갖게 된다. 피셔의 적극성이 101을 넘으면 마찬가지로 기동 수치 또한 오르는데, 기동 101부터는 '''각 함선들이 기본적인 이동 능력치를 초과하여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 초기부터 모든 부대가 9~10 헥스를 단 한 턴에 이동하는 모습은 오직 피셔가 속한 함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기.[8]
아스타테 성역 회전 시나리오에서는 제4함대가 피셔 버프 덕택에 신출귀몰한다. 용맹 성향으로 전면전 능력을 갖추었으나 기동력만은 38로 절망적인 파스톨레 중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가 참모로 있는 한 제4함대가 기동에서 제국군에 발목을 잡힐 일은 '''절대 없다.'''[9]
그러나 통솔 56에 지휘 62의 일반 성향인지라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나 회랑의 전투 등 직접 분함대를 이끄는 시나리오에서는 격렬한 전면전에 내보내기가 어렵다. 이는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은 범용하다는 작중 평가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지만, 의외로 실전에서 상당히 냉정한 면모를 자랑하기도 했으니 일반 성향을 주기에는 좀 아까워 보인다.
5.5. 반다이남코판
반다이남코판 은영전 게임에선 응웬 반 티우가 피셔보다 높이 평가된데다, 특기인 '지고의 용병'도 별 쓸모가 없는 어중간한 제독이 되었다. 기동이나 통솔 수치가 낮은 함대에 참모로 넣어주는 게 쓸만하다. 원작을 생각하면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
6. 작중 명대사
'''제독께서는 함대 운용을 전부 내게 맡겨 주셨다. 이번에는 우리가 제독을 믿어드릴 때다.'''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을 앞두고 쇤코프와 로젠리터 연대를 기용한 양의 전략을 인정하며)
'''나는 메르카츠 제독을 지지한다!'''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협력을 당부하는 메르카츠 중장에게 답하며)
'''적의 전진에 맞춰 중앙부는 후퇴, 우현 좌현은 전진!''' (회랑의 전투 전초전에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공격에 대응해 진형을 변환하며)
명대사는 남들만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사가 거의 없다.''' 설정상으론 양 함대에서 양 웬리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임에도 현실에선 말참견도 거의 안 하고 묵묵히 함대만 운용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선 거의 병풍 수준의 존재감.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당시 제11함대에서 위장 귀순한 바그다슈 중령에게 수도에서 숙청된 사람은 없는지 묻는 것, 그리고 춘우 지엔의 부름으로 우주함대 사령부에 출두한 자리에서 무라이를 설득하는 것 등이 그나마 함대전 상황이 아닐 때 눈에 띄는 장면이다. 제국에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가 있다면 동맹에는 피셔가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 다만 '침묵제독'같은 별명이 없는 걸로 봐서 일상 생활에 필요한 말은 하는 모양.[10]'''저도 요즘에는 함대 운영에 꽤 자신이 붙었습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아텐보로 중장처럼 책이나 써 볼까 합니다.''' (회랑의 전투에서 제국군 본대를 맞아 재출격하며 양 웬리와 가진 마지막 만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