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5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3화~16화
- 은하영웅전설 OVA 6화~7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65화 ~ 68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6화~7화
- 시기: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표준력 5월 14일
2. 배경
2.1. 역사적 배경
은하제국측이 이제르론 회랑에 요새를 건설한 이후 자유행성동맹의 제국에 대한 공격 시도는 모조리 봉쇄당했다. 제국군은 요새를 바탕으로 동맹령 각지에 공격을 감행하였고 동맹군은 함대 주둔지의 부재, 이에 따른 막대한 물자 손실과 보급의 어려움 등을 강요받으며 방어전을 치뤄야만 했고 시간이 갈 수록 막대한 손실이 누적되어만 갔다.
당연히 자유행성동맹군의 제1목표는 이제르론 요새를 점령 혹은 파괴하거나, 하다 못해 무력화라도 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은하제국은 이제르론 요새가 지닌 엄청난 위력의 주포 '토르 하머'와 수많은 방공 포대, 그리고 1만 5천 척에 달하는 주둔 함대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공격해오는 동맹군을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았다. 제4차 공방전까지는 제국군의 유인작전에 동맹군이 걸려들며 전투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일방적인 학살극이 펼쳐졌을 뿐이었다.
그나마 제5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는 시드니 시톨레 대장이 지휘한 동맹군이 이전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했고, 토르 하머의 사정권에 딱 걸친 채로 공격을 가해 제국 함대를 역으로 꾀어낸 뒤, '''함대를 신속하게 적 함대 사이로 돌진시켜 토르 하머를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공세를 점할 수 있었다. 뒤이어 무인 함선을 돌격시켜 요새에 큰 구멍까지 뚫리는 손상을 입히는 쾌거까지 거두었으나, 요새가 위기에 처하자 기겁한 요새 사령관 클라이스트 대장이 '요새가 함락되면 역사적으로 이제르론을 넘긴 멍청이로 남을 오명은 싫다'고[2]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전장을 향해 토르 하머를 쏘는''' 돌발 행동을 하는 바람에 또 패배하고 말았다.[3] 그래도, 제국군과 동맹군 사상자 및 피해는 비슷할 정도였기에 패배하고도 시톨레 대장은 종전에 4번의 전투에서 학살당하던 수준과 달리 엄청난 선전을 인정받아 원수로 진급했다.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도 역시 제국군 주둔 함대를 유인하고 윌렘 홀랜드 소장이 이끄는 별동대가 기습에 나서 '''요새 외벽을 걷어내고 내부에 상당한 손실'''을 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4] 결국엔 패배했다.
동맹군의 요새 공격 시도도 거의 정례화되었고 특히 동맹 정부에 의한 선거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매우 '정치적인' 군사 작전이 수없이 반복되자 은하제국 장병들 사이에서는 반란군 내부에서 통용되는 '선거'라는 것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선거철이 되면 동맹군이 공격을 감행하곤 한다'는 속설이 나돌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이를 바탕으로 하는 논문이 발표되는 일까지 생겼다.
수없이 반복되는 패배는 자유행성동맹군과 군을 지탱하는 국민들에게 막대한 심리적 압박이 되었다. 수 천척의 함선과 수 백만명의 장병들이 죽고 다치는데다가 이에 수반되는 천문학전 예산소모는 동맹 국가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리고 있었고 추가로 요새에서 숱하게 넘어오는 제국군의 공세에 맞서 언제까지나 방어전을 펼쳐야만 한다는 점이 이 어려움들을 더욱 가중시키만 했다.
2.2. 동맹군의 입장
최근 제국-동맹 사이의 전투는 대부분이 소규모로 벌어져 서로가 서로를 승자라고 평가하며 사실상 무승부 정도로 평가될 전투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요새 공략작전의 실패, 제3차 티아마트 회전, 제4차 티아마트 회전, 아스타테 회전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유행성동맹군은 11함대, 4함대, 6함대를 상실하고 2함대가 치명상을 입으며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5]
군부의 실패는 군부의 1인자인 통합작전본부장 시드니 시톨레 원수의 입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패전은 시톨레 원수의 능력 문제가 아닌 문민통제 원칙으로 군 통수권을 지닌 행정부 최고평의회의 정치적 군사작전의 강요로 인한 것으로 시톨레 원수의 반대에도 정부에서 작전을 무턱대고 밀어붙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6]
최고평의회는 자신들의 의중에 사사건건 반대는 시톨레 원수를 눈엣가시로 여겨 원수를 몰락시킬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고 시톨레 원수는 자신이 몰락한다면 정부가 무리한 전쟁을 벌이다 국가를 파멸로 몰아갈 것을 염려하여 자신의 임기 만료 약 70일을 남은 현 시점에서 본부장 연임을 굳힐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시톨레 원수는 옛날부터 군인으로써 낙제점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 군인으로써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양 웬리' 준장을 함대 사령관으로 이제르론 요새 공략 작전을 입안하였다.
정규함대 사령관은 오직 중장이상의 장성들이 보임받는 직위이기 때문에 준장에 불과한 양 웬리를 사령관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 함대 손실이 막대하여 정규 함대를 신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 패전을 거듭한 직후에 또다시 실패만 반복했던 작전을 시도하냐는 것에 대한 극심한 반대, 그리고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국방위원회에서의 허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 시톨레 원수의 고민거리였으나 원수는 양 웬리 준장이 아스타테에서 생환시킨 4, 6함대[7] 의 잔존 병력에 신병들을 보충한 '반쪽짜리' 제13함대를 구성하고, 양 웬리 준장을 이러한 공로로 소장으로 진급시킨 뒤 제13함대의 사령관으로 삼아 함대 문제를 해결하고 제13함대를 통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다는 작전안을 구성해 국방위원회에 제출하였다.[8]
국방위원장의 허가를 맡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나 국방위원장 욥 트뤼니히트는 유형무형으로 시드니 시톨레 원수와 대립해온 탓에 시톨레 원수를 실각시킬 명분만을 노리고 있었고 트뤼니히트는 시톨레 원수의 '작전안'을 궁지에 몰린 생쥐의 최후의 발악정도로 보았고 성공할 가능성은 없고 실패한다면 정적이 알아서 자멸하고[9] 반쪽짜리 함대 정도는 잃어도 전혀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작전안을 전격적으로 승인하였다.
양 웬리가 얼핏 말도 안되는 공략전 참가를 받아들인 까닭은 시드니 시톨레 원수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와 같았다. '''바로 이제르론을 탈취하여 제국군의 동맹령 침공 시도를 차단시켜 일시적인 정전상태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페잔 회랑은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동맹측에서 먼저 공세를 가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이제르론 요새를 틀어쥐고 있으면 계속된 전쟁으로 피폐해진 동맹의 국력을 회복하고 전력을 확충하는 소중한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잘하면 제국과의 공존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10][11]
(...)[12]
3. 공략 준비
작전안이 승인되었으니 이제 사령관만 급하게 임명된 제13함대에 참모진과 휘하 부대를 배정할 차례가 되었다. 함선 숫자는 '반쪽짜리' 함대 답게 4,6함대 잔존 병력에 몇 안되는 신병을 더해 약 6,400척.
참모진은 함대 부사령관에 4함대 부사령관으로 사령관이 전사하고 부대가 붕괴되는 위기상황에서도 남은 부대를 결집시켜 반격을 시도한 에드윈 피셔 준장을, 함대 참모장에는 냉철하고 강직한 무라이 준장을, 함대 부참모장에는 용맹하고 대범한 표도르 파트리체프 대령을 각각 임명되었고 사령관 양 웬리 소장을 보좌한 부관으로는 통합작전본부 총참모장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의 추천을 받아 사관학교 수석졸업 출신의 프레데리카 그린힐 중위가 임명되었다.[13]
참모진은 건실했으나 작전안 입안부터 주된 논란거리의 근원이 되었던 '반쪽짜리 함대'가 문제였다. 그간 동맹군은 요새 공략작전에 최소 3개 함대 이상을 투입하였고 1개 정규함대 15,000척의 3분의 1 규모밖에 안되는 제13함대 하나를 급조하여 요새를 공격한다는 사실은 누가봐도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 이제르론 공략작전이 군부에 전파되자 이를 본 동맹군 주요 지휘관들의 반응은 비관과 조소로 융합된 그것. 그나마 제5함대 사령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중장 정도만이 조소를 퍼붓는 동료 제독들을 점잖게 나무라는 형태로 양을 옹호해주는 정도였다.
페잔 자치령의 란데스헤르(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당연히 동맹군의 요새 공략 작전안 정보를 입수했으나 자신이 봐도 말도 안 되는 작전에, 아스타테에서 양 웬리의 활약을 보고받고 흥미가 생겨 일부러 제국 쪽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14]
이렇게 되자, '''제국군은 동맹군이 공격해 온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15][16]
시톨레에게서 공략에 필요한 모든 편의를 지원하도록 지시받은 카젤느는 양의 계획을 캐물어보려 했으나 답을 회피했고. 다만 사흘 내로 노획된 제국군 함선 1척과 약 200벌 가량의 제국군복를 지급해 달라 요청하기만 했다. 또한 우국기사단의 폭력에 위협받을 뻔한 적이 있어 자신이 집을 비울 동안 율리안 민츠를 보호하고자 헌병들의 순찰범위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시톨레의 임기도 걸려 있는 문제였던 까닭에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고[17] , 양은 꼭 필요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수도성 하이네센을 출발해야 했다.
4. 이제르론으로 향하다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4월 27일에 양 웬리 소장이 지휘하는 동맹 제 13함대는 수도성 하이네센을 출발하였다. 제국쪽으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신설 함대의 대규모 기동훈련으로 알려져 있어 약 3일 동안은 이제르론과는 반대 방향에 있는 보르한 성계[18] 로 향했으나 그 다음부터는 방향을 바꿔 8회의 장거리 워프와 11회의 단거리 워프를 걸쳐 4000광년을 24일 만에 주파해 이제르론 회랑 인근에 도착했다. 요새 공략 작전에 몰두한 양 웬리 대신 함대 운용을 담당한 부사령관 에드윈 피셔 준장의 활약으로 모든 함선이 완벽하게 도착하였다.
대략적인 세부 사항을 정한 양 웬리는 먼저 함대 지휘부를 소집하여 대략적인 작전안을 알려주었다. 사실 목표부터가 황당하기 짝이 없으니 양 웬리의 계획도 황당하기 그지없어 피셔, 무라이, 파트리체프는 다들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기만 했다. 그나마 무라이가 실패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작전안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 다음으로 양이 만난 인물은 자유행성동맹군 육전총감부 소속 육전부대 로젠리터 연대의 연대장 발터 폰 쇤코프, 양 웬리의 작전 수행에 '''가장 핵심이 될 부대의 지휘관'''이었다. 자신들이 수행할 임무 내용을 하달받은 쇤코프 대령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기묘한 성격답게 '''만약 자신이 배반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등 여러가지 질문을 양 웬리에게 던지며 양 웬리가 다른 일반적인 군인과는 아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안건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은 듯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곧바로 실무적인 이야기로 넘어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파트리체프나 무라이가 양 웬리가 쇤코프를 그렇게까지 신임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지만 에드윈 피셔의 강력한 지지로 아무 일 없이 넘어갔다.
참고로 이 과정에서 양 웬리가 뜬금포로 은퇴 의사를 밝혀서 좌중을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19]
5. 전개
5월 14일 제국군 이제르론 요새 사령부에서는 약 이틀전부터 계속되는 전파방해 현상에 '''무언가 이상한 일이 생기고 있다'''라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사전에 동맹군이 침공해 온다는 정보가 접수되지는 않았으나 요새 사령관 토마 폰 슈톡하우젠 대장과 요새 주둔함대 사령관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 대장 사이에서 열린 최고 지휘관 회의에서 요새 완공된 뒤부터 '''요새 사령관과 주둔함대 사령관 사이 대립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라는 전통이 그대로 지켜지며 함대 출격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20]
그나마 이 오래되고 지지부진한 논쟁을 끝낸건 '''요새로 접근하는 제국군 순항함에서 발송되는 통신'''이었다. 동맹군에게 추격당하고 있으니 급히 지원군을 파견해 달라는 요청에 '도움이 필요한 아군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젝트 대장은 즉각 출격을 지시했으나 젝트 휘하 참모로 갓 부임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이것은 반란군의 함정일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하였다. 그러나 오베르슈타인은 어두운 외모 덕분에 어디 부임할 때마다 경시당하기 일 수 였고 젝트 대장도 별다르지 않아 오베르슈타인을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었다.[22] 결국 이 칙칙한 참모의 진언은 무시되었고 15,000척에 달하는 요새 주둔함대가 급히 출격한다.[23]『제국 수도 오딘에서 중요한 연락사항을 지닌 브레멘형 경순항함,經巡航艦, 1척이 이제르론으로 파견되었으나, 회랑 내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현재 도주 중. 이제르론 측의 구원 바람.』[21]
요새 주둔함대가 출격한 지 6시간 뒤, 브레멘형 경순항함에서 요새 부근에 도착했으니 원호 사격을 부탁한다는 통신이 잡음과 함께 이제르론에 수신되었다. 슈톡하우젠은 속으로 젝트를 까면서 포격 준비를 명령했다. 그러자 동맹군 함대는 요새 주포 사정거리 밖에서 머뭇거리다가 제국 함정이 요새 유도전파를 따라 요새로 들어가자 철수해버렸다.
입항한 경순항함은 동맹군의 공격으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함정에서 함장 폰 라켄 소령이 내려 제국공용어로 요새 사령관과의 대면을 요구하였다. 정비장교가 요새 외부의 상황을 묻자 폰 라켄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둔함대는 궤멸한 것 같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외쳤다.
사령관과의 면담 요구는 즉각 받아들여졌다."아무래도 반란군은 회랑을 통과하는 어처구니 없는 방법을 고안해낸 듯하네. 사태는 이제르론만이 아니라 제국의 존망까지 걸린 일이 되었지. 어서 사령관에게 안내해주게."[24]
OVA에서는 방해전파로 통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티아마트 성역에 있는 4번째 행성, 암샤르의 궤도에서 동맹군을 찾아낸 주둔함대가 아텐보로의 유인에 끌려나가고 그 사이 위장통신을 다시 접한 요새에서 방공포대를 준비한 상태에서 쇤코프가 탑승한 브레멘형 경순항함이 들어오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어쨌든 무사히 요새에 입항한 경순항함의 함장 폰 라켄 소령은 마중나온 경비대 소속 아윈 소위에게 '''"더러운 반란군 놈들이 이 이제르론 요새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찾아서 시도한 후 회랑을 돌파하려 한다!"'''라고 외치며 사령관 슈톡하우젠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그리고 카스퍼 린츠가 동맹군 함대가 요새 주포 사정거리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걸 보면서 "아 시작되고 말았다!"라며 리얼하게 연기했다.[25]
여기서부터 원작소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OVA, DNT의 전개가 크게 달라진다.
5.1. 원작소설
폰 라켄 소령을 비롯한 경순항함의 장교 5명은 요새 사령관 슈톡하우젠 대장과 만날 수 있었다. 슈톡하우젠은 반란군이 이제르론 회랑을 통과할 방법을 고안해냈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며 이럴때야말로 필요한 주둔함대를 데리고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는 젝트를 까고 있었다. 장교들이 도착하자, 슈톡하우젠은 사정을 설명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폰 라켄 소령은 슈톡하우젠에게 가까이 가자 바로 그를 제압하고 금속 탐지기에 반응하지 않는 세라믹제 권총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자신의 본래 신분, 로젠리터 연대의 쇤코프 대령임을 밝히고, 사령실 보안이 허술한 점을 비웃었다.
레믈러 중령은 블래스터를 쇤코프에게 겨누고 "사령관 각하는 죽음보다 불명예를 두려워하시는 분이다."라고 말하지만 쇤코프는 "글쎄? 사령관 각하는 과대평가가 영 부담스러우신 모양인데?"라고 받아치고 부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부하는 세라믹제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꺼냈다.
열에 반응하여 폭발하는 기체 폭탄 '제플 입자'가 살포되자 레믈러 중령은 당황하고 경비병들도 공포에 질려버렸다. 결국 슈톡하우젠은 동맹군에게 항복해버린다.
이후 앞서 입항한 순항함에서 동맹군의 기술병들이 비밀리에 나와 이제르론 요새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공조 시스템을 이용해 수면가스를 뿌려 요새 내 장병 50만을 모조리 재워버린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13함대가 이제르론 요새에 입항하면서 요새를 완전히 장악했다. 5시간 뒤 잠에서 깨어난 제국군 장병들은 동맹군에게 요새가 장악당한 모습과, 포로 신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했다.
그리고 계획대로 양 웬리는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는 젝트 함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 병사의 반란 발발. 구원을 청한다."는 전문을 날렸다. 이 전문을 받아든 젝트는 슈톡하우젠을 비난하면서 요새 주둔병들에게 호의를 베풀 기회라면서 반전을 지시했다. 한편 오베르슈타인이 다시 나서서 이건 함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젝트는 그 주장 역시 무시하고 이제르론으로 급행했다.
5.2.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기지 내로 들어온 폰 라켄 소령은 주둔함대가 전멸했으며 반란군이 이제르론 회랑을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냈으나 시급히 슈톡하우젠 대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요청은 즉각 받아들여져 폰 라켄 일행이 요새 중앙지령실로 가 슈톡하우젠 제독을 만나고, 그가 가까이 오자 팔에서 칼을 꺼내 슈톡하우젠을 인질로 잡고 그 부하들도 본색을 드러나 권총과 칼을 꺼내든다. 갑작스런 사태에 깜짝 놀란 제국군에게 쇤코프는 자신들을 로젠리터 연대라고 소개한다.
한편 그 시각, 카스퍼 린츠를 비롯한 브레멘형 경순항함 내부에 있던 로젠리터 연대원들은 소형 강습양륙함에 탑승하고, 순항함의 주포로 얇은 요새 내벽을 날려버린다. 경순항함이 포격하기 직전 요새 우주항에 있던 제국군은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어딘가로 연락하려 했으나 라이너 블룸하르트를 비롯한 순항함 바깥에 있던 로젠리터 연대원들에게 제압당한다. 요새 내벽을 날려버린 로젠리터 연대는 경순항함을 폭파하여 제국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양륙함을 발진시켜 요새 내벽을 관통하여 요새 공조 시스템이 있는 층까지 단숨에 진입한다.
갑자기 나타난 동맹군 백병전 부대에 놀란 제국군은 총을 쏘려고 하지만 제플 입자가 살포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백병전 부대를 내보낸다.
한편 제국군과 쇤코프 일행은 여전히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레믈러가 총을 쏘려고 하자 갑자기 경보가 울리는데, 로젠리터 연대가 공조 시스템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젠리터 연대원들은 제플 입자를 살포하고 레믈러를 제압한다. 그러자 쇤코프는 슈톡하우젠을 부하에게 떠넘기고 중앙지령실의 제국군을 백병전으로 모조리 쓸어버린다.
그 시각 젝트 대장의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는 여전히 구조 신호를 보내는 브레멘형 경순항함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순항함을 찾았지만, 이건 동맹군이 준비한 가짜였다. 그제서야 젝트 대장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젠리터 연대가 돌입한 지 오래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고, 슬슬 제국군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을 타이밍이 오자 양은 요새에서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꾸미라고 명령한 뒤 뜬금없이 허공으로 레일 캐논 발포를 지시한다. 동맹군 장병들은 느닷없이 무슨 소리냐며 황당해하지만 사령관의 명령이니 허공으로 레일 캐논을 발사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 보낸 것처럼 꾸민 구원 통신이 주둔함대 기함에 수신되었고, 젝트 대장은 즉각 요새로 귀환을 지시하였다. 참모 오베르슈타인 대령이 이건 함정이니 귀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젝트는 오베르슈타인을 겁쟁이로 매도하면서 요새 귀환을 명령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레일 캐논 포탄이 일제히 요새 주둔함대를 덮쳤다. 갑작스런 포격으로 주둔함대 함선 500척이 격침당했으나 정작 포탄을 쏜 적 함대는 보이지도 않았다. 동맹군은 제국군이 구원 통신을 수신할 시간과 요새로 귀환할 항로를 계산해서 예측샷을 쏜 것. 덕분에 동맹군은 요새 함락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한편 요새 공조 시스템을 두고 로젠리터 연대와 제국군 백병전 부대 간의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로젠리터 연대의 전투력이 너무 강한 데다가 동맹군이 요새 사령부를 점거한 탓에 지원군도 방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밀리던 제국군은 공조 시스템이 함락되기 직전 메인 공조 시스템을 서브 공조 시스템으로 전환하였으나 이것 또한 동맹군의 노림수였다. 메인보다 기능이 단순한 서브 시스템이 더 조작하기 쉽다는 걸 노린 것.
서브 요새 공조 시스템에 침입하여 제국군을 제압하고 시스템을 조작한 라이너 블룸하르트는 방독면을 쓰며 요새 전체에 최면 가스를 흘려보냈다. 요새 내의 대부분의 제국군은 무슨 일이 일어난지 깨닫지도 못하고 잠들 수 밖에 없었다. 요새를 함락한 쇤코프 대령은 13함대에게 요새 함락을 보고하였고 양은 13함대의 요새 입항을 명령하였다.
포로로 잡힌 슈톡하우젠은 그제서야 동맹군 사령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전혀 군인답지 않은 양의 얼굴을 본 슈톡하우젠은 "이런 녀석에게 당했단 말인가?!"라며 어이없어했다.
5.3. OVA
슈톡하우젠을 인질로 잡은 쇤코프는 이제르론 요새 사령부에 있는 제국군의 무장을 전원 해제시켰다. 하지만 사령실 경비장교 레믈러 중령이 작은 반항을 보였다. 요새 컴퓨터에 락을 걸어버려 요새의 전 기능이 정지되는 바람에 13함대의 입항까지 막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미끼 함대에 끌려가던 젝트는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즉시 반전을 지시했다. 한편 입항을 못하고 있던 양 웬리는 이제르론 요새가 점령되었다는 거짓 전문과 함께 요새를 등지고 방어진형을 펼치면서 블러핑을 펼쳤다. 이에 의구심을 품은 오베르슈타인이 진격을 건의했지만 젝트는 그 진언을 묵살했다.[26]
그 무렵 요새 내에서는 쇤코프, 라이너 블룸하르트, 카스퍼 린츠가 백병전을 펼쳐 '''50여 명의 요새 수비대'''를 썰어버리고[27] 중앙 관제 컴퓨터를 다시 장악했다. 요새를 장악하자 13함대는 신속하게 요새로 입항하였고 방어 태세를 붕괴시키고 도망가는 동맹군을 본 젝트 제독은 당황하여 즉각 공격을 지시한다. 오베르슈타인은 이미 요새가 점령된 상황에서 돌격은 자살행위라며 만류했지만 젝트는 오베르슈타인을 겁쟁이 취급을 하며 묵살했고, "꺼져버려!"라고 일갈하여 오베르슈타인을 함교에서 물러나게 했다.
5.4. 후지사키 류 코믹스
브레멘형 경순항함이 접근하자 젝트는 즉각 함대 출격을 명령한다. 슈톡하우젠은 순항함이 곧 토르 하머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니 굳이 출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젝트는 슈톡하우젠을 '우주 두더지'로 비웃으며 출격한다. 제국함대가 출현하자 동맹군 제13함대는 추격을 멈추고 도망가고, 주둔함대는 도망치는 동맹군을 쫓는다.
한편 그 사이 순항함은 이제르론 요새에 입항했다. 그러나 함체는 걸레짝이 되어버렸고 함장 폰 라켄도 파편이 몸에 박힌 채 위독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 놀란 슈톡하우젠은 함장을 만나러 출발한다. 급히 요새 탑승교까지 도착한 슈톡하우젠은 폰 라켄을 만났지만 그는 다름이난 동맹의 군인 발터 폰 쇤코프였다. 쇤코프는 슈톡하우젠을 제압한 뒤 몸에 박혀있던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꺼내 화기를 봉쇄하고 부하들은 무력화된 호위병들을 두들겨패 제압한다.
슈톡하우젠을 제압한 세 사람은 그를 침상에 눕히고 공조 시스템실을 찾아가서 슈톡하우젠의 생체정보로 보안을 뚫고 최면가스를 전 요새에 뿌려 제압한다. 도망치는 척 하던 동맹군은 요새로부터 제압했다는 발광신호가 오자 즉시 방향을 틀어 요새로 향했다. 젝트는 동맹군이 도망칠 수 없음을 알고 자포자기로 요새로 향했다고 생각했지만 동맹군은 토르 하머의 방해 없이 무사히 요새에 입항한다.
5.5. DNT
이제르론 요새로 들어온 폰 라켄 소령은 경비대 대장 만 대위에게 우리들은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원수의 명을 받아 동맹령 내에 정보작전을 수행중이었으나 발각되어 본대는 전멸했고 간신히 무언가를 빼돌리는데 성공했다며 서류가방을 내밀고 이 가방 안에 동맹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무력화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깜짝 놀란 슈톡하우젠 대장은 폰 라켄 소령을 요새지령실로 데려 올 것을 명령했다.
폰 라켄 소령을 비롯한 일행들은 요새 중앙지령실로 향했다. 중간에 제국군 군율에 위반되는 라이너 블룸하르트의 문신이 지적받았으나 폰 라켄이 동맹령 잠입을 위해 필요했다고 둘러댔다.
무사히 지령실 앞까지 도착했으나, 사령실 경비주임 레믈러 소령이 워낙 깐깐한 인물이라 총기 반납, 몸수색, ID 제출을 요구했다. 몸수색 도중 폰 라켄은 만년필을 지적당했으나 부적으로 삼고 있는 조부의 유품이라고 둘러댔다.[28] 그런데 문제는 제출한 ID가 인식되지 않았다[29] . 레믈러가 이대로는 사령실 입실을 허가할 수 없다며 본국에게 통신을 보내 확인하겠다고 하자 폰 라켄은 한달이건 두달이건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그때 슈톡하우젠 대장이 조급함에 부관을 보내 들여보낼 것을 명령하였다. 그래서 폰 라켄 일행은 사령실에 입실할 수 있었다. 폰 라켄 소령은 슈톡하우젠 대장을 향해 걸어가다가 부관을 밀치고 슈톡하우젠에게 돌진하였다. 레믈러 소령이 블래스터 권총을 들이밀었으나 역으로 만년필을 레믈러의 팔에 박아버리고 슈톡하우젠의 블래스터를 꺼내 그를 제압했다. 그 와중에 한 제국군 장병이 요새를 무력화하려 했으나 카스퍼 린츠에 제압당했다. 신분을 밝힌 쇤코프 대령은 서류가방으로 위장한 제플입자 발생장치를 가동시켜 제플 입자를 사령실에 살포하였다.
대치 중 슈톡하우젠 대장은 투항한다면 좋은 조건으로 거두어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쇤코프는 양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동맹에는 꼬시지 못한 여자가 산처럼 쌓였거든!" 운운하며 완강하게 거절한다. 레믈러 소령이 블래스터 발포를 망설이는 사이 슈톡하우젠이 항복하고 만다. 이후 쇤코프가 양 웬리에게 '수면 가스를 퍼뜨려 나머지 제국군도 무력화했다'고 한다.
6. 마무리
요새가 점거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젝트 함대가 다가오자 양 웬리는 즉각 토르 하머의 발사를 명령, '''제국군은 지금까지 적들을 몰아내던 주포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젝트 함대의 제1진이 '''한순간에 우주에서 소멸되었다.''' 처음으로 토르 하머를 쏴보는 동맹군 병사가 경악할 정도. 소설판의 경우에는 방심하고 접근중에 당하여 제국군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젝트의 지시로 요새에 함포 사격과 미사일 발사를 했으나 '''당연히''' 공격이 안 먹히는 모습을 보고 제국군 장병들의 충격과 공포를 배가시켰다.[30]
쇤코프가 이 이상의 전투는 단순한 학살일 뿐이라고 진언하자 양 웬리 역시 이에 공감하고 위의 통신을 보내 항복 또는 도주를 권고했다.[31] 이 전문이 젝트의 기함에 도착해서 통신장교가 읊자 기함의 장병들은 살아날 길이 있다고 기뻐했으나 젝트는 요새도 빼앗기고, 함대의 절반도 날아갔으며, 패군지장이 되어 황제 앞에 나서는 것은 무인의 명예를 중히 여기는 그로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아래와 같은 통신을 보내 항복을 거부하고 전 함대를 이제르론에 돌진시켜 옥쇄하려 했다.「더 이상의 유혈은 무익하다. 항복하라. (중략) 만약 항복하기 싫다면 도망쳐라. 추격하지는 않겠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14
이 전문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자, 쉰코프는 씁쓸한 얼굴로 전문 내용을 보고했고 듣고 있던 양 웬리는 속으로 '죽어서 패전의 죄를 씻고자 하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부하들을 강제로 길동무 삼으려 하는가'라고 분노했다.[32] 원작만 봐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엄청나게 화를 내는 통에 부관인 그린힐 중위는 깜짝 놀랐다. 그런 얼굴로 양은 포수에게 기함만 집중 저격할 것을 명령했다. 주둔함대는 막대한 포격을 퍼부었으나 요새 장갑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무인의 마음을 변별하지 못하는 자에게, 우리는 살아서 오욕에 물드느니, 죽음으로 명예를 보전하는 길을 택하노라. (중략) 이제부터 이제르론 주둔함대 잔여 전 함은 요새로 돌입해 깨끗이 산화할 것이며, 이로써 황제 폐하의 은총에 보답하리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15
"너는 무인의 마음을 분별치 못하나 나는 죽어서 명예를 다하는 길을 안다. 살아서 오욕으로 더러워지는 길은 모른다. 따라서 전함 돌진으로 깨끗이 목숨을 바침으로써 황제 폐하의 은총에 보답할 뿐,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인의 마음?"
프레데리카 그린힐 중위는 양의 목소리에서 괴로운 분노의 울림을 느꼈다. 실제로 양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죽음을 통해 패전의 죄를 변상하겠다면 그건 좋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라면 왜 자기 혼자서 죽지 않고 부하들을 강제로 끌고 가는 것인가.
'''저런 놈이 있으니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고 양은 생각했다. 이제 질렸다, 이런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적의 전함대, 돌진해 옵니다."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였다.
"포수! 적의 기함을 식별할 수 있겠나? 그곳을 집중 겨냥하라!"
양이 이토록 날카로운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토르 하머에 저격당한 기함과 그 주변 함정은 젝트의 소원대로 모조리 산화했으며, 사령관의 꺼지라는 명령을 완벽히 이행한 오베르슈타인은 그 전에 셔틀을 타고 기함에서 탈출했다. 옥쇄를 강요하던 사령관이 죽은 마당에 요새에 돌진하여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할 멍청이는 없었으므로, 나머지 제국 함정은 뒤도 안 돌아보고 제국령으로 도망쳤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셔틀을 조종하던 병사가 불안한 얼굴로 "참모장님, 사령관님을 버리고 우리만 달아난 건 전시도주죄에 해당합니다만 괜찮을까요?"라고 하자 오베르슈타인은 "자네는 내 명령을 받아 조종한 것이니 전혀 걱정말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젝트 대장은 개죽음을 골랐다. 살아서 다시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을..."라고 젝트를 깠다.[33]
OVA에서는 셔틀을 조종하던 병사 중 하나가 "이제르론을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기다니...."라고 애석해하자 오베르슈타인이 무표정하게 "저런 요새쯤은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7. 결과 및 여파
- 결과
- 은하제국
이제르론 주둔함대는 7,500척 이상이 토르 하머에 소멸되었고 함대 사령관 한스 디트리히 폰 젝트 대장 및 참모진 대다수가 몰살 됨.[34]
이제르론 요새 요새 사령관 토마 폰 슈톡하우젠 대장을 포함한 주둔군 약 50만 명이 동맹군에게 항복하여 포로가 됨.
- 자유행성동맹
- 여파
-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
8. 이후의 이야기
수도 하이네센으로 귀환한 양 웬리는 다시 한 번 동맹군 최고의 영웅 소리를 들으며 우레와 같은 찬사를 듣게 된다. 더불어 양을 등용한 시톨레의 안목 역시 높이 평가받아 시톨레는 통합작전본부장에 재선되었다. 이후 13함대는 정규함대로 재편되고, 그때까지 사령관 부재 상태로 유지중이던 2함대 세력까지 흡수하게 됐다. 하지만 양은 나중에 율리안과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은하제국의 수도 오딘까지 쳐들어가라 하면 그런 재능도 없다면서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37]
한편 제국은 이제르론 함락이란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도 그럴게 '''은하제국 건국이래 처음으로 신성불가침의 제국 영토가 외적에게 빼앗긴, 초유의 사태'''였으니.[38] 보도관제를 통해 이 사실을 민간에까지 퍼뜨리진 않았으나 어렴풋이 그러한 입소문들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일단 양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기에 제국재상 대리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을 위시한 관료들이 쪼던 분위기를 좀 풀어줘야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다.
군부에서는 제국군 3대 장관들이 이제르론 함락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3통의 사직서를 받아든 제국재상 리히텐라데는 책임지려는 행동은 좋으나 그 직함을 물려받게 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을 해보라면서 만류했다. 하지만 결국 세 장관의 완고한 의지에 결국 프리드리히 4세를 배알하고 세 장관의 사직허가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즉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호출하여 세 장의 사직서를 보여주면서 어느 직함을 갖고 싶냐고 물었다. 소설판 서술에 따르면 그 태도가 마치 '아이구 우리 귀여운 막내손주, 어느 직함 가지고 싶어요? 이 할애비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게요' 수준이어서 지켜보고 있던 리히덴라데 후작을 황당하게 만들었다.[39]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공적도 없고, 책임이라면 젝트와 슈톡하우젠이 각각 전사와 포로가 되어 졌으므로 불가하므로 분부를 거두어 주십시오"라 요청했고, 결국 세 장관이 1년간 연봉을 반납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전몰자 기금으로 돌리는 형태로 넘어갔다. 이러한 라인하르트의 태도가 세간에 알려지자 과연 욕심이 없는 인물이란 우호적인 평과 뭔가 꿍꿍이가 있는 수작이란 식의 비판적인 평이 돌았다고 한다.[40]
이러한 라인하르트의 행동은 제국군 3대 장관 입장에서는 빚을 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고, 이는 오베르슈타인의 구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오베르슈타인 대령은 이제르론 요새 및 주둔 함대 지휘부에서 유일하게 살아돌아온 탓에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처벌을 내릴 제국군 3대 장관이 이제르론 요새를 잃어버린 책임을 지고 직책을 내려놓으려다가 라인하르트의 설득을 들어준 황제의 명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되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오베르슈타인에게만 처벌을 내리겠는가.'''허나 거절할 수도 없지 않소. 우리들은 이미 황제 폐하의 관용을 받았으니.[41]
결국 라인하르트가 군무성에 오베르슈타인의 사면과 라인하르트 원수부 배속을 정식으로 요청하자 군소리 없이 허가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기에는 오베르슈타인이 오딘에 복귀하자마자 라인하르트를 찾아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모종의 거래를 한 결과이기도 했다.
양은 이 작전이 끝난 후 예편원을 시톨레에게 제출했지만 '''면전에서 기각당하고 중장으로 승진 "당했다".'''[42] 더불어 시톨레 원수가 "자네가 그만두면 애송이 투성이인 13함대는 누가 맡나?"라고 묵묵하게 말하자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양은 그대로 나오게 된다. OVA에서는 양이 곤란해하며 나간 후 건물을 나오자 기함 히페리온의 오퍼레이터 신병들이 양을 존경한다면서 제발 그만두지 말라고 간청한다.[43] 양으로선 그들을 내팽개칠 수 없었고 예편원은 쇤코프가 미소를 지으면서(...) 찢어버린다. 찢긴 예편원을 뒤로 하고 걸어가는 양 웬리의 쓸쓸한 뒷모습이 참으로 안습하다...
한편 이제르론 점령 자체가 너무나도 큰 위업이었던 까닭에 주전파들이 단체로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고, 양의 공훈을 시기한 앤드류 포크가 사적인 루트로 작전안을 올린데다, 당시 정부 지지율을 신경 쓰던 로열 샌포드 중심의 최고평의회가 합작으로 제국령 침공작전을 승인해버렸다. 그 결과 양과 시톨레가 구상한 더 큰 그림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페잔 자치령에서는 예상 외의 성공과 양 웬리의 계책에 크게 감탄하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동맹으로 세력의 추가 어느 정도 기울었으니 아드리안 루빈스키는 이를 조정하기 위해 동맹의 대규모 공세 사실을 제국에 그대로 불어버렸다.
더불어 소설판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양의 전무후무한 업적으로 인해 조안 레벨로 재정위원장을 비롯한 재정 담당 공무원들이 '''지옥을 맛봤다.''' 이제르론을 점령한 것까진 좋은데 이제르론 요새에 있던 50만 명이 죄다 포로로 수용되면서 예상범위를 초과하는 지출이 발생, 재정난을 가중시켰다고 한다.[44]
반면 좋은 점도 있었는데 제국군이 이제르론 요새에 남겨둔 물자들이 고스란히 동맹군 손에 들어온 것과 제국이 동맹에 깔아둔 스파이망의 절반이 발각 된 것. 제국군이 남겨둔 물자는 무려 100억 디나르에서 500억 디나르로 추정될 정도로 막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국령 침공작전 도중 2할이 동맹군 손에 횡령되었다.
훗날 벌어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 뮐러의 부하가 그깟 양 웬리 따위가 뭐 그리 두렵냐고 했을때 뮐러는 "경은 저 요새를 무혈입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라고 물었고 부하가 못하겠다고 하자 뮐러는 '''"그렇다면 양 웬리는 두려운 사내이다."'''라고 말했고, 실제로 양 웬리가 '마술사', '사기꾼' 등으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불린 첫번째 계기가 이 공방전이었다. 그 로이엔탈마저 이제르론 요새는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게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도 자신이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한 전투에서는 양 웬리가 그냥 이제르론 요새를 버렸기에 주어먹은거나 다름없고, 그마저도 무혈입성이 아닌데다가 한달이 훨씬 넘게 걸렸다. 심지어 양 웬리가 숨겨둔 함정을 눈치채지 못해 훗날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제국군이 허망하게 이제르론 요새를 뺏기는 원인을 제공했고(물론 그는 노력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대충 일이 종결되자 내 일이 아니라고 손을 놔버렸다.)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자체도 보면 무혈입성은 아닐지언정 진행기간을 보면 정보전을 포함해도 14일 정보전을 포함하지 않으면 3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도 2~3일밖에 안걸렸다. 제국군이 괜히 양 웬리를 두려워한게 아니다. 제국의 쌍벽마저도 한달넘게 공격해서야 '''적군이 전략적 목적이 없어서 버리고 간 요새를 먹을 수 있었는데''' 그 적군은 아기 물건 뺏듯이 가져가버렸으니... 게다가 연이어 벌어지는 양 웬리의 활약들은 제국군 입장에서 두려움을 살 만하다.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과정에서 하멜른 4호 탈취는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일이었다.
9. 평가
단순히 임시로 급조된 함대를 지휘한 양 웬리가 성과를 올린 점에서 양 웬리를 띄워주기 위한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확대해석을 보면 시톨레의 '''안전빵'''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상황을 보면 4함대, 6함대, 11함대를 말아먹은 상황이었고, 2함대 역시 전력이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함대급이 투입됐다가 만약 실패라도 한다면 그 후유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임시로라도 4함대와 6함대 잔존병력을 투입한 점에서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퇴역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정도가 되도록 손해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45]
사실 양 웬리의 작전은 위험성이 매우 크긴 했다. 실제로도 오베르슈타인 아니더라도 실패할 요소가 상당히 많은 양 웬리가 했음에도 가장 도박성 높은 일이었다. 예를 들면 젝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로젠리터가 배신을 한다면, 슈톡하우젠이 계속 버텼다면, 이제르론 주둔함대와 맞닥뜨려 교전이 벌어진다면[46] 등등 양 웬리라 할지라도 이 일은 실패할 요소가 매우 많았다. 특히 이 작전은 전적으로 로젠리터에게 100%에 가깝게 의존해야 했는데 처음에 쇤코프 전폭 지지선언을 했을때 13함대 수뇌부 전체가 발칵 뒤집혔듯 로젠리터는 실적은 우수하나 믿기도 다루기도 어려운 부대였다.
그리고 요새가 허무하게 털린 것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 요새 주둔함대가 요새를 떠났음에도 요새에 있던 사람은 무려 50만명이 되었다. 묘사를 보면 동맹과는 달리 제국은 이제르론을 민간인을 거주시키는건 제한한 듯한데[47] 결국 그 50만의 상당수는 군인이라는 소리다. 문제는 이 50만이 있었음에도 단 5명, 그것도 발터 폰 쇤코프, 카스퍼 린츠, 라이너 블룸하르트 세 사람에게 허무하게 털린 것, 이 세사람이 만인지적이라 해도 한명이 만명을 잡고 죽어도 47만이 남는 지경인데 그렇다고 로젠리터가 무슨 오프레서급에 달한다는 건 아니다.
- 반론 : 그렇기 때문에 쇤코프는 제플입자를 살포해서 화기를 봉쇄했다. 그리고 제플입자는 휴대형 발생장치로도 가르미슈 요새의 25%를 날려버릴 정도로 폭발력이 강하다. 거기에다 이들이 살포한 장소는 요새의 중앙지령실이었다. 잘못하다간 요새가 통제 불능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쇤코프 일행도 블래스터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요새 내의 병력이 함부로 쇤코프 일행을 공격했다가 쇤코프 일행이 발사한 블래스터에 전부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제국군은 함부로 쇤코프 일행을 공격하지 못한 것이다. 덤으로 슈톡하우젠이 항복한 이후 쇤코프 일행은 경순항함에 숨어 있던 기술병들을 비밀리에 잠입시켜 공조 시스템으로 전 요새에 수면가스를 뿌려 제국군 장병을 모조리 잠재웠기 때문에 사정을 모르던 나머지 제국군들은 저항하지 못했다.
- 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양 웬리는 슈톡하우젠을 붙잡는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 문제는 요새 수비대가 OVA 기준으로 50명이었다. 지름 60킬로미터짜리 천체에 어째서 요새 수비대가 50명밖에 되지 않았는지 의문, 추측상 이런 수비대는 외적인 침공에만 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르론 요새는 동맹령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만큼 병사들 중에서 동맹에 항복하려는 자들도 있을 것이고 수백만명이 사는 곳이니 이런저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곳을 고작 50명밖에 안되는 수비대만이 지키고 있다면 그건 말이 안된다. 작중에선 요새 수비대가 아닌 병사들도 나오긴 했지만 그들이 술에 취해서 헬렐레 거린걸 보면 치안담당의 일을 맡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요새 수비대의 존재 가치는 외적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내적 문제해결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제르론 요새 내부의 치안을 바로잡는 행위를 하는 이들이라는 것, 설령 단순한 이제르론 요새 수비 임무라 할 지라도 50명이 너무 적다는건 변치 않는다. 백병전 부대끼리라면 그럴 수 있을 지 모르나 이들은 백병전 부대도 아니었다. 그보다도 적이 그렇게 숫자가 적고 요새 수비대가 제압되었다고 해도 나머지 49만 9950명은 뭐 했는지 나오지조차 않는다. 즉 요새 제압이 되기 전 충분히 요새 수비대가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요새를 지키기 위해 동원될 병사는 많았을 것이고 쇤코프가 무사히 요새 컴퓨터를 장악한데서 보듯 많은 구역이 막혔다고 해도 아주 이동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도 안되는 숫자의 요새 수비대 50명 외엔 아무도 안 나왔다.[48] 어느쪽이든 요새 수비대 숫자도 너무 적었고 그들의 저항 외에 나오지 않은건 이상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요새 사령관은 토르 해머 및 부유포대 공격을 제외하면 동맹군의 공격에 별로 할 일이 없으니 자신의 소속의 병사가 주둔함대 병사 숫자보다 적은건 당연하겠지만 수비대가 꼴랑 50명 정도면 이쯤되면 규모때문에라도 요새 사령관은 요새 주둔함대 사령관에게 찍소리 못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도 요새 수비대는 50명에 나머지는 나오지 않았으니 이상할 일 그 50명만 요새 사령관의 말을 듣는 이들이 아닐 뿐더러 숫자 자체부터가 잘못되었는데 말이다.[49]
- 요새 사령관 슈톡하우젠의 경우 후반부가 안습이라 그렇지 전중반부의 대처는 상당히 상식적이었다. 젝트가 똥고집만 안부렸다면 양 웬리의 계획과는 달리 요새 주둔함대가 요새 밖으로 나올 일조차 없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거냐면 양 웬리의 전략의 첫단계가 요새 주둔함대를 외부로 끌어내는 것이었기 떄문이다. 즉 1단계부터 틀어막거나 최소한 작전이 지연되게 만들 수 있었다는 것.
더불어 정면으로 맞붙어서 개발리던 전선이 양 웬리의 등장과 그가 짜낸 궤계[51] 한 방에 어이없이 무너졌다는 것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말로 정리가 가능하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세계 최강의 요새이자 난공불락이라고 평가받은 벨기에의 에반-에마엘 요새는 당시 연합군 수뇌부는 아무리 못해도 몇 주를 버티며 독일군의 발목을 잡아줄 것이라 기대했으나 독일군은 100명이 안되는 특공대를 글라이더로 투입했고 '''단 하루 만에 요새가 장악됐다.'''[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