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 성역 회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 7~8장
- 은하영웅전설 OVA 107~108화
- 시기 : 우주력 801년, 신제국력 3년 표준력 5월 29일 8시 50분 ~ 6월 1일
2. 배경
당초 배배꼬인슈타인이 오베르슈타인의 풀베기를 단행하여 위험인물로 분류된 구 자유행성동맹의 요인들을 인질로 삼고 이제르론 공화정부에 출두를 요청하였고, 동료들의 희생을 지켜볼 수 없었던 이제르론 공화정부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하려 하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라그풀 교도소 폭동사건이 발생하여 수감당한 인질들이 희생되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제르론 공화정부의 요인들이 안전을 우려하여 이제르론 요새로 돌아갔다.
한편 황제 라인하르트는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와 오베르슈타인의 대립 소식을 듣고 이를 중재하기 위해 하이네센으로 향하다가 라그풀 교도소 폭동사건 소식을 전해듣고 불같이 화를 냈으며, 하이네센에 도착한 직후 수감된 사람들을 석방하고 이제르론 공화정부에 황제의 이름을 내걸고 정식으로 초청장을 날렸다. 이제르론 공화정부 측은 지난 번 사건처럼 함정이 아닌가 우려하였지만, 황제의 이름을 내건 정식 회담제의이고 황제 라인하르트는 적어도 배배꼬인슈타인보다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 회담에 응하려 하였다. 그대로 무난히 흘러갔으면 큰 유혈없이 양 세력의 회담이 성사되었을 수도 있었으나, 하필 시바 성역에서 제국군과 이제르론 혁명군 사이에 가벼운 충돌이 발생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주력 801년, 신제국력 3년 구 동맹령에서는 900명 남짓의 사람들이 노후우주선 신세기호에 몸을 싣고 이제르론으로 탈주를 시도하였다. 간신히 제국군의 감시망을 피해 항해 중이던 신세기호는 그만 엔진고장으로 시바 성계 근처에서 표류하는 신세가 되었고, 어쩔 수 없이 이제르론 공화정부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이제르론 공화정부에서는 즉시 호송선단을 파견하여 이들을 구조하려 하였고, 역시 통신을 감청한 제국군에서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였다. 결국 신세기호를 추적하던 두 세력은 정면으로 맞딱뜨리게 되었다.
갑작스런 이제르론군의 출연에 놀란 제국군은 구원을 요청하였고 드로이젠 분함대가 현장으로 급파되었다. 이제르론군 입장에서도 이 뜻밖의 상황에 짜증을 냈지만 역시 후방에 구원을 요청하였다. 그 때문에 수 천척의 군함이 오로지 신세기호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출동하여 서로 총질을 해대는 상황이 되었고, 드로이젠은 이 무의미한 교전을 피하려고 하였으나 이제르론군이 너무 많이 몰려나오는 바람에 철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신세기호는 이제르론군과 무사히 접촉하였고 이제르론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한편 라인하르트가 이 사태에 대해서 무력으로 응징을 할 것으로 판단한 민츠는 함대주력을 이제르론 회랑 주변에 소집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이 조우전을 이제르론 혁명군의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친정을 선언하였다.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나이트하르트 뮐러는 굳이 라인하르트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간언하였으나 라인하르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라인하르트는 미터마이어에게 선봉을 맡겨 전장을 설정하도록 하고, 좌익에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우익에 비텐펠트, 후방에 뮐러를 배치하고, 통수본부 참모총감 에르네스트 메크링거에게 보좌를 지시하였다.
3. 전개
3.1. 진홍의 성로(星路)
은하제국군은 함정 5만 1,700척, 장병 584만 2,400명을 동원하였다. 장병 모두가 실전으로 단련되고 황제에 대한 굳건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최정예 함대였다.
이제르론 혁명군은 압도적인 불리함 속에서도 민주공화제를 지켜내야한다는 일념으로 수차례 전투를 치뤄왔으나 회랑 전투에서 입은 손실과 정신적 지도자 양 웬리의 사망, 엘 파실 독립정부의 해체로 대거 이탈자가 발생하여 함정 9,800척, 장병 56만 7,200명만을 동원할 수 있었다. 함선도 부족했지만 인력은 더더욱 부족하여 함선 하나에 정원을 모두 채워 넣을 수조차 없어 대다수의 함선은 정원미달 상태에 일부는 무인함이었다.
우주력 801년, 신제국력 3년 5월 29일, 하이네센에서 12일 떨어진 시바 성역에서 제국군은 106.4광초, 3192만 km를 두고 혁명군을 발견했다. 그리고 동일 8시 50분 교전이 시작되었다. 15분간 서로 포격을 교환한 직후 이제르론 혁명군 좌익이 후퇴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제국군 우익부대를 지휘하는 비텐펠트는 이제르론 요새 주포 사정거리에 휘말려들어선 안된다고 부하들의 진격을 제지하였다. 그 때문에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십자포화망에 유인하려던 계획이 물거품되었고 더스티 아텐보로는 "멧돼지 비텐펠트가 어느새 사전에다 '신중'이니 '조심'이라는 단어를 써놓은 모양이야. 이제 와서 수재인 척하려고 그러나?"란 발언을 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율리안은 기함 율리시스의 전진을 지시하였다. 이를 신호로 혁명군이 전진과 공격을 시작하였으나, 워낙 제국군이 강대하였기에 별 성과없이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당시 미열과 오한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주변에서 보좌중이던 메크링거와 부관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가 놀라서 걱정된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몸의 컨디션 저하로 인해 라인하르트는 적극적인 공격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고, 소극적인 방어에 치중하고 있었다.
율리안은 좌익과 후방에 무인함을 배치하여 전략적 예비병력으로 위장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이용하여 이제르론 방면 또는 제국군 우익에 양동을 가하려는 척, 페이크를 써서 제국군의 신경을 긁었고 그 때문에 일부 병력을 할애하여 이 양동병력에 대응하려 하였다. 만약 라인하르트의 컨디션이 정상이었으면 이 얕은 꾀를 간파하고 즉시 분쇄하였을 것이나 당시 라인하르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다행히 율리안의 의도대로 전개되고 있었다. 하지만 율리안은 제국군의 움직임이 너무 무겁고 라인하르트답지 않은 소극적인 용병에 어딘가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5월 30일 23시 30분, 비텐펠트가 돌격을 시작하였다. 아텐보로는 이 공격에 맹렬히 대항하여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공세에 10% 가량의 병력을 손실하였으나 일시적으로 저지할 수 있었다. 5월 31일 2시 40분, 비텐펠트는 혁명군이 이제르론 회랑 방면으로 철수를 기도하고 있으며 이를 포위하여 섬멸하겠으니 허가바란다는 요청을 사령부에 상신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는데 고열에 시달리던 라인하르트가 브리지로 향하다가 혼절했기 때문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미터마이어는 적에게 황제와병사실을 알려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일부 통신망을 차단하고 함구를 지시하는 바람에 지휘계통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 사실을 통신에 대놓고 말할 수가 없었기에 아이제나흐와 비텐펠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는데, 결국 무리한 공격을 하지 말고 후퇴하라는 명령을 받은 비텐펠트가 폭발하였다. 그리고 후퇴명령을 내린 메크링거와 언쟁을 벌였으며 '''"언제부터 오베르슈타인이 지은 곡에 맞춰 피아노를 치게 되었나!"'''란 폭언에 '''"멧돼지에게 들려주기에는 자칼이 지은 곡도 과분해!"'''로 응수하였다.
한편 혁명군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던 아이제나흐는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병력을 후방으로 물러날 것을 지시하였고,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제르론군의 도전에 대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뮐러도 후방에서 병력을 전진시켜 이제르론군을 쓸어버리자는 혈기 넘치는 참모들을 다독이면서 황제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무렵 스파르타니안을 이끌고 전투를 펼치던 올리비에 포플랭이 "카이저 혼절."이란 통신을 감청하였고 기함 율리시스에 복귀하여 율리안에게 이를 보고하였다. 한편 기묘한 제국군의 움직임에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했던 아텐보로와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가 기함에 방문하면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라인하르트의 와병이 이 기묘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 수뇌부는 어차피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제국군이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았고 이에 공세를 펼치기로 결정하였다. 더불어 율리안이 로젠리터와 함께 브륀힐트에 진입하여 라인하르트와 담판을 짓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메르카츠와 어텐보로, 그리고 무인함을 동원하여 제국군을 저지하고 혼란에 빠지게 한 사이 강습양륙함을 브륀힐트에 꼴아박고 내부에 진입하여 제국군의 저항을 똟고 길을 만들어 율리안이 라인하르트를 만나 그와 담판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6월 1일, 메크링거는 일단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져들자 미터마이어와 뮐러를 기함으로 불러들였다. 더불어 이 무렵 라인하르트의 정확한 병명과 불치병이란 사실이 공개되었다. 그로 인해 제국군 수뇌부는 충격에 빠져들었을 무렵 이제르론군이 철수를 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미터마이어는 그 자식들 가건말건 냅두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렸지만, 괜히 약하게 보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비텐펠트에게 추격을 지시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율리안에게 확신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3.2. 브륀힐트는 피를 탐한다[3]
6월 1일 1시, 혁명군이 후퇴속도를 올렸다. 제국군 지휘부는 처음에는 이제르론군이 요새로 후퇴하던 말던 내버려두려 했으나 이전부터 돌격 요청을 해오는 비텐펠트에게 공격 명령이 하달된다. 이에 비텐펠트는 추격에 박차를 가하였는데, 율리안이 위장용으로 둔 무인함대를 털어먹으려다 자폭공격에 휘말려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않고 이제르론군이 제국 총기함 브륀힐트로 저돌적으로 돌격한다. 이에 미터마이어는 그제서야 함정임을 파악하고 자책하였지만, 이미 제국 함대가 넓게 퍼져있는 대다가 총기함 브륀힐트 주변이 허술한 상황이었고 혁명군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돌진, 브륀힐트가 뒤늦게 선회하였지만 허술해진 선두부대를 돌파한 강습양륙함,强襲揚陸艦, '이스트리아'가 브륀힐트가 뿜어내는 열화우라늄탄 화망을 뚫고 함저,艦低,에 충돌하였고, 곧바로 외벽에 구멍을 뚫어 로젠리터 연대가 브륀힐트 함내로 쇄도하였다. 이때가 우주력 801년 6월 1일 1시 55분이었다.
순식간에 총기함에 적이 돌입해버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제국군 총본영과 브륀힐트 함장 지크베르트 자이틀리츠 사이의 지휘계통에 혼란이 생겼지만 일단 돌입한 적병의 제압에 나선다. 이때 한 병사가 핸드 캐논을 들고 나가려 하자 자이틀리츠가 고함을 쳐 멈추게한다. 그 때 뮐러가 브륀힐트에 돌입한 혁명군 병력에서 율리안 민츠를 발견하고 이를 보고받은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앞까지 올 수 있다면 그와 대화를 나눌 가치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 무렵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비텐펠트는 즉시 함대를 돌려 브륀힐트에 돌입한 이제르론군을 소멸시키려 했으나 자칫하다가는 브륀힐트까지 날려버릴 위험이 있기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이에 더욱 분노한 비텐펠트는 설령 이제르론군이 브륀힐트에서 승리하고 나온다 해도 돌아갈 집을 없애버리겠다며 남은 이제르론군에 대한 맹공을 개시한다. 이때 아이제나흐 함대가 같이 공격하였다면 회랑 전투때와 마찬가지로 아군에게 혼란만 발생시킬것을 우려하여 전장을 우회하여 퇴로를 차단하고 화력지원을 함으로써, 비텐펠트의 공격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다.
비텐펠트의 맹공을 잘 방어해낸 메르카츠 제독이지만, 5배나 되는 수적 불리에 밀려 방어선이 붕괴 위기에 처하자 함대의 후퇴를 명령했다. 그 순간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발사한 중성자 광선이 기함 히페리온을 강타하였고, 결국 메르카츠 제독은 부관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브륀힐트에 돌입한 이제르론군은 구 동맹군의 최정예 육전부대 로젠리터가 주력이었고, 이제 제국군을 3:1의 교환비로 학살하고 있었으나 원래 수적으로 우세한데다가 황제 친위대까지 포함된 제국병사들이 필사적으로, 완강하게 저항하자 아무리 로젠리터들이라 해도 전진하기 어려웠다. 결국 발터 폰 쇤코프와 로젠리터들이 남아 제국군을 저지하는 동안 율리안 민츠, 올리비에 포플랭, 루이 마솅고가 황제를 향해 돌진하였다.
압도적으로 제국군을 학살하던 로젠리터들은 결국 압도적인 숫적 불리 때문에 전멸직전에 몰리고 생존한 로젠리터 대원 모두가 중상을 입고 무력화되었다. 쇤코프마저 쿠르트 징후버의 공격에 부상을 입고 37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거의 동시각 카스퍼 린츠 대령도 중상으로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다.
한편 황제쪽으로 움직이던 율리안 일행은 도중 다수의 제국군 병사가 나타나 공격하여 마솅고의 희생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포플랭이 적을 제거하고 황급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황제의 침소 부근에 이르러 라인하르트와 율리안 사이에 마지막 제국군, 친위대장 귄터 키슬링이 나타나 앞을 막아세운다. 포플랭이 율리안을 먼저 보내고 키슬링에게 방어복 헬멧을 집어던지며 주먹싸움을 하는 동안 율리안은 드디어 황제 라인하르트와 대면하게 된다. 오는동안의 극도의 피로감으로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나 토마호크를 지지대 삼아 겨우 버티며 황제와 대화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말하고 율리안은 쓰러졌다. 이에 라인하르트는"선 채로 존의,尊意,를 청하겠습니다, 카이저 라인하르트 폐하."
"경의 이름을 묻노라."
"율리안 민츠라 합니다. 폐하."
젊은이의 시선 끝에서 금발 황제는 등받이가 높은 안락의자에 기대 있었다. 팔걸이에 오른쪽 팔꿈치를 기대고 턱을 받친 채, 왼발을 오른쪽 무릎 위에 얹고 푸른 얼음빛 눈동자를 똑바로, 침입자의 얼굴에 고정하고 있었다.
"그래, 경은 짐에게 무슨 제안을 하고자 여기까지 왔는가?
"폐하께서 원하신다면 평화와 공존을, 그렇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는?"
라인하르트의 질문에 율리안은 힘없는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 것을. 적어도 일방적인 복종을 맹세하러 이곳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로엔그람 왕조가......."
숨을 고르느라 말을 잠시 끊었다.
"로엔그람 왕조가 병들어 지치고 쇠약해졌을 때, 이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요법을 폐하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양 웬리가 폐하께 무엇을 바랐는지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 김완, 이타카(2011), p.270~271
그리고 미터마이어 원수의 전투중지 명령으로 시바 성역 회전이 종료되었다."제법 큰소리를 치는군. 짐에게 가르침을 주겠다고?"
라인하르트는 팔걸이에서 팔꿈치를 떼고 노기를 발하지도 않은 채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짐 앞에 도달해 기절한 자는 이번이 두 번째로군, 뮐러."
"예, 폐하."
"군의관을 불러주게. 짐에게는 소용이 없지만 이자에게는 도움이 될 테니. 그리고 미터마이어, 이자의 호언장담을 보아 전투를 중지하겠네. 이제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자격이 있을 테니."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0권 <낙일편>, 김완, 이타카(2011), p.271~272
'''우주력 801년 신 제국력 3년, 6월 1일 오전 3시. 이렇게 양군의 전투는 종료되었다.'''"나는 우주함대 사령장관 미터마이어 원수다. 황제 폐하의 명령을 하달하겠다. 전투를 중지하라. 화평이야말로 폐하의 뜻이다.[4]
미터마이어의 명령이 5분만 늦었더라도 카스퍼 린츠를 비롯한 여러 혁명군은 천국으로 떠났을지도 모른다. 카스퍼 린츠는 이때, 토마호크도 놓치고 나이프도 날이 부러진 채로 사생결단으로 싸워가며 제국군 시체 위에 서 있었지만, 크게 지쳐서 몰려오는 제국군을 보며 날도 다 나간 나이프에 키스를 하고 이제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명령 덕분에 제국군이 전투를 멈춰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로젠리터 다른 대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때만 해도 1,960명이 넘던 로젠 리터는 이 전투가 끝나고 204명만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이들도 전원 중상이었다. 물론, 맞서던 제국군도 그 몇 배의 피가 흘렸지만.
4. 결과
은하제국과의 강화성립 소식은 이제르론 요새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20만 이상의 전사자가 나왔다는 것과 고급 지휘관중에 메르카츠와 쇤코프 등이 전사했다는 사실이 전달되며 한충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회전 시작 전엔 제국군과의 전력차는 절망적이지만 일단 싸울 병력은 있었으나 성역 회전 종결 직후에는 전투를 수행할 함선도 병사도 장군도 없게 되었다
율리안은 프레데리카와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 병력을 수습한 후 하이네센으로 향해 황제와 회견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고, 프레데리카는 드디어 하이네센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모든 표현을 함축하였다. 그리고 알렉스 카젤느에게 사후처리를 주문하였다.
한편 제국군은 그들이 경애하는 황제가 불치병에 걸렸고, 시한부란 사실이 정식으로 공표되어 많은 제국군 지휘관들과 장병들이 비탄의 늪에 빠지게 하였다.[5]
이후 하이네센에서 정식회견을 가지고 바라트 성계의 민주공화정을 근간으로 한 자치령 설립과 제국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리고 율리안은 라인하르트 최후의 항해에 동행하여 그 최후를 지켜보았다.
OVA에선 배경 음악으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을 사용하였다.
평가하자면, 전략적으로는 이제르론 혁명군의 승리, 전술적으로는 제국의 승리이다. 이 전투에서 이제르론 혁명군은 전 인원의 30~40%가 전사했다. 쇤코프, 메르카츠 등의 지휘관이 전사했으며 로젠리터의 대다수도 죽어서, 화평이 아니라 이제르론 혁명군의 후퇴로 이어져 이제르론에 틀어박혔다 해도 전력이 매우 약해져 더는 전투를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략적 승리도 라인하르트의 관용적인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라인하르트는 이들이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만약 라인하르트 전사가 이제르론 혁명군의 목적이었다면 화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력차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긴 하나, 사실상 제국의 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