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FIFA 월드컵 독일/8강
1. 개요
2002 한일 월드컵과 다르게 전통 강호들의 매치가 많이 선사되었다.[1] 네덜란드와 스페인을 제외한 우승 후보들이 전부 올라왔고, 우크라이나만이 유일하게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 않는 팀이었다.
이 대회부터 8강에 든 팀들의 주장은 인종차별 반대 선언문을 낭독하게 된다.
2. 독일 1 (4) vs (2) 1 아르헨티나
양팀 다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120분 동안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전반엔 경기력이 절정으로 달리는 아르헨티나의 화려한 패스축구로 독일을 압박하기 시작했으나 독일은 미하엘 발락과 토어스텐 프링스라는 강력한 박스 투 박스 미들진의 기동성으로 아르헨티나의 전진을 사전에 차단시켰다. 볼 점유율은 아르헨티나가 확연히 많았지만 독일은 아르헨티나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때에 따라 번뜩이는 역습으로 극강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대등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후반 4분 로베르토 아얄라가 코너킥에서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앞서갔으나 후반 30분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마찬가지로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 경기에서의 득점으로 클로제는 5골로 득점 선두가 되었고, 후에 득점왕이란 타이틀을 획득한다. 사실 여기서 아르헨티나 감독인 호세 페케르만 감독의 실책이 있었는데, 골키퍼 아본단시에리의 부상으로 인해 서브 골키퍼인 레오 프랑코가 들어가자, 바로 리켈메를 빼고 에스테반 캄비아소를 투입시키는데 이 카드는 딱히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후반 28분 에르난 크레스포를 빼고 훌리오 크루즈를 투입시킨 것이다. 그리고 불과 1분 뒤 클로제에게 동점을 먹히고 아르헨티나는 크루즈 카드로 독일 수비진을 흔들어야 하는데... 사실 크루즈의 투입은 세트피스를 노리는 독일의 공격에 대항해 190cm의 장신인 크루즈가 독일의 세트피스와 고공공격을 막아내는 어떻게 보면 수비용으로 쓰일 공격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동점골을 내주고, 다시 공격을 해야하는데 플레이메이커 리켈메도 없고, 결국 테베즈와 크루즈의 조합으로 뚫어야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루초 곤잘레스의 위협적인 슈팅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했고 독일 역시 당시 세대교체의 과도기인지라 이 땐 사실상 스쿼드 부분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밀리는 상황이였다.
결국 양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뇌빌과 크루즈가 모두 성공시키며 1대1 동점이 되었다. 독일의 두번째 키커는 독일의 주장미하엘 발락. 성공이었다. 두번째 키커는 오늘 골을 터뜨린 아얄라였는데, 독일의 키퍼 레만이 선방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키커로 나온 포돌스키와 로드리게스 모두 성공하고, 독일은 4번째 키커 보로프스키까지 모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는 에스테반 캄비아소가 찬 공을 옌스 레만 키퍼가 쳐내면서 아쉽게 8강에 머물러야 했다. 옌스 레만은 이날 4번의 페널티킥을 '''한번도 안 틀리고 방향을 모두 잡아냈으며 그 중 2번의 선방을 해냈다.''' 과연 골키퍼 걱정 없는 독일. [2]
여담으로 이 날 레만은 자신의 스타킹에 쪽지를 넣어두고 공을 막기 전마다 꺼내서 읽었는데, '''그것은 바로 아르헨티나 키커들의 승부차기시의 성향이나 습관에 대해 분석해놓은 커닝페이퍼였다'''(...) 독일 대표팀의 철저한 분석과 레만의 선방이 합쳐진 PK 승리였다는 뜻. [3]
주전 골리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올리버 칸과 레만이 승부차기 직전에 손을 꼭 맞잡던 장면은 많은 독일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후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 뒷맛은 개운치 못했다.
3. 이탈리아 3 vs 0 우크라이나
시작하자마자 잔루카 잠브로타가 시원한 중거리골을 성공시켰다. 이탈리아에게 실점을 당하고 안드리 셰브첸코를 앞세운 우크라이나가 거세게 밀어붙였으나 부폰에게 선방 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루카 토니가 멀티골을 터뜨리며 3대0 이탈리아의 대승.[4] 이탈리아는 12년 만에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도 몇번의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체력부담과 경험의 부족으로 결국 패배했다.하지만 나름 좋은경기력을 보여준건 사실이다.
여담으로 잔루이지 부폰은 멋진선방으 보여주다가 골대에 머리를 부딫히기도 했다.
4. 잉글랜드 0 (1) vs (3) 0 포르투갈
잉글랜드 vs 네덜란드와 월드컵 역사에 남을 경기를 치른 포르투갈의 대결. 경기는 포르투갈의 승리였다. 전후반전과 연장전을 0대0으로 마치고, 승부차기 돌입, 잉글랜드는 하그리브스를 제외한 램파드, 제라드, 캐러거[6] 가 모두 실축하며 탈락했다.[7] 잉글랜드는 승부차기 징크스를 또 극복하지 못했다. [8] 징크스도 있지만 일단 골키퍼들의 대결에서 포르투갈의 히카르두가 완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징크스 탓하기도 뭣하다. '''그는 4번의 승부차기 중 3개를 막았고''' 나머지 하나도 히카르두 손에 맞고 들어갔다. 전날 독일 vs 아르헨티나 경기 승부차기에서 레만이 보여준 것 이상의 대단한 활약이었던 것이다.[9] 반면 잉글랜드의 폴 로빈슨은 방향도 잘 못 맞추는 등 승부차기에서 영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경기에서 웨인 루니가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영 좋지 않은 곳(...)을 밟은 직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심판에게 고자질하고 퇴장을 시킨 뒤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려 전 잉글랜드 팬들의 공분을 샀다. 실제로 잉글랜드에서 ihateronaldo란 사이트가 잠깐 생겨날 정도였다!!! 특히 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고있는 동료였다. 후에 호날두가 자신은 벤치에 있던 포르투갈의 감독이 싸움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던 것에 대한 답이였다고 해명했다.
참고로 스벤예란 에릭손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 마지막 경기 였는데, 에릭손 감독의 잉글랜드는 메이저 대회를 3번 참가했다. 그런데 그 3번 모두 다 8강에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에게 패해 탈락했다. (2002 월드컵 vs브라질, 유로 2004 vs포르투갈, 2006 월드컵 vs포르투갈)
5. 브라질 0 vs 1 프랑스
당시 브라질은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카카라 불렸던 황금의 4중주를 보유하였고,[10]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 후보 1위 국가였다. 브라질은 조별 예선에서 수많은 골을 넣으며 조 1위로 무난히 진출했지만 프랑스는 마지막 경기 돼서야 겨우 2위로 턱걸이로 올라왔다. 두팀의 대결이 결정되었을때 ‘복수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둘의 예상 결과는 너무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티에리 앙리의 골로 브라질의 참패. 스코어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네임벨류로는 역대 최고였던 브라질을 늙은 수탉이라 조롱받던 프랑스가 침몰시켰다는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경기 속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브라질이 프랑스에 박살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브라질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폼이 하락한 호나우두를 끝까지 선발투입 시키며 기록 집착이 빚어낸 참사였다.[11] 또한 페헤이라 감독 역시 마법의 4중주가 절대 실현 될 수 없는 전술임을 이미 인지하면서 이번 경기에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이자 수비력이 좋은 주니뉴를 선발로 내세웠는데 이는 지네딘 지단을 철저히 마크해 프랑스를 압박하겠다는 의중이었다. 하지만 지단은 이를 인지한 듯, 아예 3선까지 내려오면서 프랑스의 빌드 업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고 2선을 활동량 좋은 리베리와 말루다가 활발히 브라질의 측면을 붕괴시켰으며 결국 주니뉴 카드는 졸지에 쓸모가 없어지게 되어버렸다. 여기에 비에이라와 마켈레레가 포백 앞에서 터프한 수비를펼치자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앙리에게 한 방 얻어터지고 난 뒤 브라질은 주니뉴를 빼고 아드리아노와 호비뉴까지 모두 투입시키지만 이미 폼이 바닥난 호나우두는 갈라스와 튀랑의 한끼 식사에 불과했으며 호비뉴와 아드리아노 역시 말루다와 리베리의 후방 수비 지원까지 하면서 아무짝도 쓸모가 없어지게 되었다. 실제 브라질이 기록한 유효슛팅은 달랑 한 개(...) 그것마저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재주는 브라질이 혼자 부리면서 프랑스는 그저 느긋하게 방어만 하고 있다가 앙리의 한 방으로 손 쉽게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12]
그리고 지네딘 지단은 다음 경기에서 져도 3, 4위전이 있기 때문에 은퇴 경기를 두 경기나 더 연장시켰다. 지단은 은퇴하는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들린 활약을 보여주었다. 경기내내 환상적인 기술을 보여줬는데 브라질 선수들이 막아보려 하지만 공도 건드리지 못 할 정도였다.
[1]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당시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전통 강호는 브라질,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뿐이었다. 이탈리아는 16강에서 탈락하고, 프랑스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2] 마지막 캄비아소의 킥을 선방하고 별다른 세레모니 없이 그저 묵묵히 검지를 흔들고 가는 레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3] 물론 어느 팀이든 월드컵이나 챔스같은 큰 대회에서 승부차기를 대비한 상대 키커 분석은 흔한 일이지만, 그래도 승부차기 직전에 읽고 들어가거나 구두상으로, 혹은 신호로 방향을 전달하는게 보통인데 레만은 그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상대가 보는 앞에서 읽었다는게 그의 똘끼를 매우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4] 우크라이나가 패한 원인에는 실력차도 있겠지만 스위스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체력을 많이 소진한게 컸다.[5] 첫 시도에서는 성공했으나 휘슬을 불기 전에 차 무효가 되었고, 다시 찬 공은 포르투갈의 히카르두 골키퍼에게 막혔다.[6] 이때 캐러거가 회상하길, 본인은 에릭손에게 안하겠단 의사를 표했지만 그래도 키커로 넣었다 한다. 리버풀에서도 pk를 한적이 없는데 왜 시켰는지 의문스럽다고 한다.[7] 가장 믿을만한 키커 였던 베컴은 유로 2004때 터키전, 포르투갈전의 대재앙급 실축 2개와 프랑스전의 실축을 이유로 대표팀에서의 PK는 안차겠다고 천명한 상태였다. 그 이후로 램파드나 제라드가 담당하게된다.[8] 잉글랜드는 월드컵 승부차기를 2018 월드컵 콜롬비아와의 16강전 이전엔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안습...[9] 그는 2년 전 유로 2004 8강에서도 잉글랜드와의 승부차기에서 맨손(!)으로 킥을 막아내고 경기를 끝내는 위닝샷을 직접 성공시켰다.[10] 프랑스전에서는 아드리아누가 서브로 내려가고 주니뉴 페르남부카누가 선발로 나왔다.[11] 다른 경기에서는 한두차례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 경기에서는 기동력도 낮을 뿐더러 전반 10분 39초에 날카롭게 올려주는 호나우지뉴의 결정적인 킬패스를 실축한다던가, 후반 추가시간 19초에는 영 좋지않은 땅볼을 슛으로 날리는 둥, 전반적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12] 그렇다고 느긋하게 방어만 한 것도 아닌 것이 골을 넣기 전까지 점유율은 전반 초반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프랑스가 높았으며, 골을 넣은 이후에도 후반 막판을 제외하면 프랑스와 브라질이 비슷했다. 또한 슛팅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찬스는 프랑스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