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준플레이오프/1998년
1. 개요
1993년 이후 5년만에 LG 트윈스와 OB 베어스 간의 잠실시리즈가 열려 LG 트윈스가 2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4위 팀 OB는 승률 5할이 안되는(0.496) 역대 최소 승률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는데[1] 9월 초까지 꼴찌로 떨어졌다가 마지막 한 달 동안 우동수 트리오를 앞세워 막판 8연승으로 한화와 해태를 제치고[2][3] 기적적으로 가을야구에 성공한 OB는 허망하게 셧아웃.(...) 그리고 OB라는 이름은 2차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스트시즌이 시작 되기 전 날 정규리그 시상식 발표가 있었다. 리그 MVP는 OB의 '''타이론 우즈'''가,[4] 신인상은 현대의 '''김수경'''[5] 이 선정 되었다.
LG는 전력 누수가 다소 있었다. 주전 2루수 신국환이 신장염으로 빠졌고, 백업포수이자 지명타자 옵션인 조인성이 시리즈 전 교통사고로 결장하게 됐다. OB 역시 비로 인해 구단 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 때문에 투수들 중 일부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1선발 박명환은 손톱 부상으로 인해 등판하지 못했다. LG에 희소식은 교통사고로 시즌 내내 1경기도 출장하지 않았던 서용빈이 복귀한다는 점이었다.
1.1. 1차전: 포스트시즌 사상 최초 끝내기 실책
승리 투수 : 마이클 앤더슨
패전 투수 : 진필중
홈런 : 주니어 펠릭스(1회 2점) 이상 LG
KBS 뉴스
1998 시즌 잠실구장은 거의 늘 비어있었지만 이날은 30,500석 전석 만원관중을 이뤘다. 경기에 앞서 영화 '미스터 마구'가 상영돼 일찍 찾은 팬들의 무료함을 달랬다. LG의 열성팬인 지체장애인 채형석씨(21)가 1차전 시구를 했다.
1회말 LG는 1사 1루에서 주니어 펠릭스의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OB는 2회초 선두타자 김동주의 안타, 심정수의 2루타, 에드가 캐세레스의 적시타로 1점을 추격했고, 장원진의 2루수 앞 땅볼 때 동점을 이룬 뒤 LG 2루수 손지환의 실책으로 3-2로 역전했다. 그러자 LG는 4회말 유지현과 이종열, 손지환의 연속 안타로 3-3 동점을 이뤘다.
6회초 OB는 김동주의 내야안타를 시작으로 캐세레스의 2루타, 장원진의 고의4구, 김민호의 3루타로 6-3으로 앞서며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6회말 LG는 2사 후 이경필[6] 을 상대로 손지환과 유지현의 볼넷, 김재현의 적시타와 폭투로 5-6으로 따라붙었고, 8회에는 대타 허문회의 적시타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막판 OB는 행운의 승리를 거두는듯 했다. 9회초 OB는 선두타자 정수근의 3루타[7] 에 이어 김실이 몸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타이론 우즈의 타석 때 송유석 대신 등판한 마이클 앤더슨의 보크[8] 로 OB는 행운의 1점을 얻어 1차전을 가져가는듯 했다. 그러나 LG는 9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재현의 안타에 이어 심재학과 이병규의 연속볼넷으로 만든 1사만루에서 김동수의 땅볼로 점수를 7-7로 만들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0회말 앞서 2루 대수비 요원으로 출장한 9번타자 이준용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그리고 유지현의 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김재현이 때린 평범한 땅볼을 2루수 에드가 캐세레스[9] 가 알까기를 시전하여 2루에 있던 이준용이 홈으로 달려들어 결승점을 뽑았다. 우익수 심정수가 홈으로 송구를 했지만 아쉽게 세이프가 되어 경기가 끝나버렸다. 사상 최초 '''끝내기 실책'''으로 끝난 준플레이오프가 되어버렸다.
라이벌전답게 양팀은 9회까지 역전 1번, 동점 3번을 기록하며 준PO 사상 5번째 연장전을 치렀다. 9회 보크로 실점한 앤더슨은 승리투수가 됐고, 7회에 마운드에 오른 진필중은 패전투수가 됐다. 1998 프로야구 MVP를 수상한 타이론 우즈가 1회 유격수 땅볼, 3회 3루 땅볼, 5회-7회 2루 땅볼, 9회 중견수플라이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것과 OB 투수들이 결정적일 때 볼넷으로 자멸한 것이 OB의 패인이었다.[10]
1.2. 2차전: LG, 다시 한번 웃다
중계방송사는 MBC.
승리 투수 : 최향남
패전 투수 : 김상진
홈런 : 김동수(2회 1점) 이상 LG
KBS 뉴스
전날과는 다르게 양팀의 홈&어웨이가 바뀌었을뿐 똑같은 구장에서 경기를 치뤘다.
1회초 OB 선발 김상진[11] 의 체인지업에 클린업트리오가 3연속 헛스윙 삼진을 당한 LG는 2회 2사 후 6번 김동수의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날려 기선제압했다.
기세가 오른 LG는 3회 이종열이 몸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손지환의 번트타구가 뛰어들어오던 김상진의 발에 걸려 내야안타가 되면서 대량득점을 올릴 준비를 했다. 유지현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김상진[12] 의 폭투와 심재학의 2루 땅볼 등으로 점수를 3-0으로 벌렸다. 이어 LG는 김상진이 계속해서 사사구로 자멸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이병규와 서용빈의 2타점 2루타, 이종열의 적시타 등으로 3회에만 7득점하며[13] 8-0으로 리드해 일찌감치 플레이오프행을 예약했다.
OB는 김상진에 이어 류택현-이광우-이혜천-최용호 등 투수들을 연이어 투입하며 LG 타격을 저지하려 했지만 4호초 LG는 김재현-펠릭스-이병규 등 클린업트리오의 연속 안타에 다시 3득점하며 OB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최향남은 5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지난해 급성맹장염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털고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이날 5타수 1안타에 그쳤으나 1차전에서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던 김재현이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양팀은 이 경기에서 총합 19득점으로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우고 최다타점 타이(17)를 이뤘다. 또한 양팀 한경기 최다안타 신기록(25개)도 이뤘다.
결국 4년 만에 만난 잠실시리즈는 LG가 내리 2번 승리를 하며 허무하게 끝났다. 포스트시즌 사상 처음으로 선발타자 전원안타 및 전원득점[14] 의 기록을 세운 LG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오죽하면 끝나가기 전에 이미 구장에 있던 관중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3회 7실점을 했던 것이 매우 큰 치명타였다. 전날 4시간이 넘는 연장 10회 경기를 역전승으로 잡은 LG 선수들의 경기력은 가볍고 경쾌했지만 OB 선수들의 어깨는 무겁고 처져있었다.
OB의 강점이었던 기대했던 우동수 트리오는 정작 포스트시즌에서는 삽만 펐다.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정규시즌 MVP를 따낸 타이론 우즈는 시리즈에서 단 1안타에 그치고 결정적일 때 범타나 병살타로 물러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나마 OB에서 잘한 선수는 심정수 한 명 밖에 없었다.
반면 승자 LG는 신인왕 출신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팀컬러인 '신바람 야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1990년 신인왕 김동수는 2회 선제 결승홈런을 날렸고, 지난해 신인왕 이병규는 3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날려 승리의 주역이 됐다. LG는 대구로 가는 티켓을 획득하여 2년 연속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맞붙게 된다.
[1] 3위 LG 역시 승률이 0.504밖에 안 된다.[2] 단 한 번만 삐끗해도 포스트시즌이 무산되는 상황이었다.[3] 마지막 2경기가 4위였던 해태 원정이었다. 1무만 해도 바로 해태가 4위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대진과 이강철, 임창용이 총출동한 해태를 기적적으로 모두 잡고 극적으로 4위했다.[4]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를 처음으로 영입하는 시기였다. 그리하여 '''장종훈'''의 '''41 홈런'''을 하나 더 쳐서 42 홈런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이승엽이 '''54 홈런'''을 때려내다가 4년 뒤 '''56개'''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NPB의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외국인 선수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개'''를 돌파했다.[5] 데뷔 첫 선발 신인 최다 탈삼진을 기록 했으나 김진우와 류현진이 뒤를 이어 돌파를 했다. 그리고 선발 투수 신인이 승률 1위를 찍은 적은 김수경 이후 아직 없다. 다만, 순수 선발이 아닌 경우 2005년에 신인 선수상을 받은 오승환의 사례가 있다.[6] 시리즈 전 OB 선수단 버스사고 때 부상당했던 투수였다.[7] 김재현의 다이빙캐치 시도가 실패했다.[8] 포스트시즌 사상 두 번째 보크 득점이다.[9] 이날 5타수 2안타 2타점에 OB가 이겼다면 일등공신이 될 뻔 했다. 앞서 10회초 2루 땅볼 때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손에 타박상을 입었다.[10] 우즈와 MVP 2차투표까지 갔던 다승왕 김용수 역시 5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11] 1998 시즌 LG 상대로 2승1패에 완봉승 2번으로 LG에 강했다.[12] 김상진은 LG전에서 잘 던진 적도 많지만 중요할 때 무너지는 안좋은 버릇이 있었다. LG와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인 1995 시즌 김상진은 LG 에이스 이상훈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13] 1991년 준PO 4차전 롯데-삼성전 기록과 타이[14] LG 구단 역사상 첫 포스트시즌 선발전원득점 경기이다. 선발 전원안타는 구단 4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