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소설)
1. 개요
The Road Not Taken.
비잔티움의 첩자, 타임라인-191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대체역사소설을 써서 유명해진 미국의 소설가 해리 터틀도브의 초기 단편 과학소설이다. 1985년 출간.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제목과 주제를 따왔다. 대한민국에서는 그가 발표한 다른 단편 대체역사소설 최후의 신조와 함께 <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이라는 앤솔로지에 포함되었다.[1] 옮긴이는 조호근. 정식 한국어판의 제목은 '''<선택하지 않은 길>.'''
이 작품은 '에릭 G. 아이버슨'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였는데, 작가의 본명이 멧비둘기(Turtledove)라는 새의 이름이라서 독자들이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편집자의 권유로 잡지에는 이 필명으로 발표했다. <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 한국어판에서도 이 필명을 그대로 표기했다. 단, 작가의 다른 작품인 최후의 신조는 본명 그대로 표기했다.
한국어 번역본
후속작 허빅-하로 가번역본
2. 줄거리
이 소설의 주인공은 '록솔란'이라는 외계 종족의 군인인 토그람 대위이다. 그가 속한 록솔란은 초광속 항행과 중력조작 기술을 발명하였으며, 화약과 강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2]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별들을 옮겨 다니며 우주의 다른 종족들을 상대로 정복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이들은 어느날 물로 덮여 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행성 주변에 초광속 항행이나 중력조작이 사용된 흔적이 없음을 확인한다. 우주 항행을 위한 기초 중의 기초 기술인 이 둘이 쓰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행성의 거주민들이 미개한 종족일 것이라 판단한 록솔란인들은 행성을 선점하기 위해 강하를 시작하고, 뭔가 이상한 조짐 몇 가지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저항 없이 안전하게 강하를 마친 토그람 대위 휘하의 록솔란인들은 토착민들이 우주선 주변으로 모여드는 걸 보자 늘 하던 대로 토착민들에게 화약무기의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기 위해 그들의 지도자로 보이는 일행을 향해 2열 횡대로 정렬하여 머스킷 일제사격을 가하게 되는데...
그들이 강하한 행성은 '''2039년의 지구였다.'''
지구인들은 화성으로 향하던 탐사선이 처음으로 록솔란인들의 우주 함대를 발견한 이후 계속 전파 통신을 시도했으나, 기껏해야 콩키스타도르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록솔란인들이 전파 통신에 응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3] 하지만 이를 몰랐던 인류는 록솔란인들의 무응답 및 록솔란인들이 보유한 우주선의 엄청난 크기와 무시무시한 기동성에 지레 겁을 먹고 그들이 강하하는 장소에 군대를 보내 진을 치게 하고는 외계인과 대화할 사절단을 보낸다. 지구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강하하기 시작한[4] 록솔란인들의 우주 함대들 중 주인공 토그람 대위가 탄 함선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 교정에 착륙하였고, 이들이 머스킷 일제사격으로 날려버린 일행은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포함된 미국 사절단이었다.
록솔란인들이 토착민의 리더를 전멸시킨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는데, 토착민들은 화약병기에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록솔란인들의 '''총검'''과 '''머스킷''', '''비행선''' 따위로는 '''자동소총'''과 '''전차''', '''제트전투기''' 등[5] 으로 무장한 미군에게 당연히 상대조차 되지 않았고 다른 곳도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결국 고작 20분 만에 록솔란인들의 모함까지 박살나고, 토그람 대위를 비롯해 살아남은 자들은 모조리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지구인 연구자들은 록솔란인들의 기술을 연구한 결과, 이들의 중력조작 기술과 초광속 항해 기술이 '''너무나 간단해서 인류 역사 중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었던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되어 놀라고 만다. 결국은 이 단순한 기술 하나를 발견 못한 것으로 인해 지구와 다른 외계 종족들의 운명이 이렇게 달라진 것이다. 프로스트의 시에서도 말했듯이, 다른 외계 종족들은 일단 초광속 항행 기술을 개발한 뒤 우주로 뛰어드는 것만으로도 인구 증가를 감당하는 데 지장이 없었기에 더 이상 기술 발전이 없었지만, 지구라는 행성 하나에 늘 묶여 있어야 했던 인류는 단 하나의 행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을 고도로 발달시킴으로써 다른 종족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작품 내에서 위의 시가 간접적으로 언급된다.
결말은 주인공인 토그람 대위가 절친한 동료인 수석 조타수 란시르크와 재회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제 다른 외계인들에게 닥쳐올 운명에 대해 암시하는 섬뜩한 장면으로 끝난다.
토그람은 슬프게 귀를 흔들었다. "이건 불공평해. 고작 하이퍼 드라이브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다른 모든 걸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인간들은 이제 하이퍼 드라이브까지 가지고 있지."''' 란시스크가 일깨워 주었다. "우리 덕분에 말이야."
두 록솔란인들은 소름이 치밀어 오르는 걸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3. 등장인물
3.1. 록솔란(Roxolan)
수많은 행성과 문명을 침략해 식민지로 두고 있는 초강대국. 자신들을 '신민'이라고 칭하는 걸로 보아 군주제로 보이며 전쟁의 여신 '에디에바'께 봉한 등불이라고 토그람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종교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강철 생산도 좋은 수준이 아니라 함선 같은 데는 황동으로 만들고 교육 수준도 매우 떨어진다. 문명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사회 수준도 많이 떨어지는 듯, 경비병을 대동하고 자신들을 찾아온 여성 심문관을 보고 '행실이 좋지 않은 인간족 공주가 우릴 구경하러 왔구나' 따위로 생각할 정도.[6] 이런 허접한 기술력과 문명으로도 전 은하계를 휘어잡고 다녔지만 '''지구에 갇힌 우주구급 전투종족 인류에게 뺨따귀를 종족 단위로 후려맞게 되고''' 하이퍼 드라이브, 중력조작 기술을 노획 당하고 대의명분까지 만들어진 바람에, 앞날이 어두운 안습의 끝을 달리는 종족이다. 인간들과 달리 뒤로 눕지 않고 엎드려 잔다고 한다.
3.1.1. 토그람 대위(Captain Torgam)
소설의 주인공. 록솔란 침공 함대 불굴(Indomitable[7] )함 선발 강하부대 중대장이다. 군 장교답게 무기를 항상 점검해두며 수많은 언어들을 익힐 정도로 재능 있지만[8]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화법을 쓰는 우직한 성격이다.[9] 재능이 뛰어나 낮은 신분에 연줄이 얼마 없음에도 대위까지 올랐으나 우직한 성격 탓에 대위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전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전쟁광 끼도 보인다.
지구의 거대하고 정돈된 도시들을 보며 기대에 차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기오염 크리를 먹고[10] 놀란다. 이후 메치락 머스킷 2열 횡대로 미국 사절단을 날려버리지만 부대가 '''자동소총, 전차포 찜질을 맞는 바람에''' 부대가 전멸하고 본인은 미군 병사들에게 끌려가 심문당한다. 거기다 본인의 우직하고 직설적인 화법 덕에 기술력이 화약, 강철 생산 정도밖에 안 되는 게 알려지고 본인 또한 원리 등을 아예 모른다는 걸 알려줘 교육 수준 또한 몹시 떨어진다는 것도 알려지게 된다. 이후 란시르크를 만나 지구의 막장기술력과 앞으로 닥칠 인류의 우주구급 깽판에 전율하게되고 이후의 생사는 불명이다.
3.1.2. 란시르크(Ransisc)
불굴함의 수석 조타수(Senior steerer)로 주인공 토그람 대위와는 친한 사이다. 토그람보다는 성격과 사고가 유연하나 그럼에도 지구의 기술력에 대해 오판하는 모습을 보인다.[11] 부대원이 전멸한 뒤 선 내부에 침투한 군대에게 붙잡혀 끌려간다. 이후 인류의 기술력을 전해듣고 토그람과 전율하는 것으로 출연 끝.
3.1.3. 올그렌(Olgren)
란시르크의 도제. 군인 생활이 얼마 안 된 신병이다.[12] 조금 앞서나가는 성격이라 란시르크에게 주의를 듣는다. 항해 도중 지구의 어두운 부분에서 밝고 넓게 빛나는 부분이 거대 도시라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나 계급이 낮아 금방 무시된다. 란시스크의 언급을 보면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3.1.4. 슬레본 전쟁관(Warmaster Slevon)
불굴함에 동승한 고위 장교. 강하 여부나 지점을 정하는 등 함대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록솔란 본성에는 보다 높은 고위 전쟁관(High Warmaster)이 있다고. 전투 뒤에는 언급이 없어 생사 불명이다.
3.2. 인류
하이퍼 드라이브, 중력조작 기술 등의 부재로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 묶인 채로 살아남아야만 했던 안습의 연대기를 달리'''던''' 종족이다. 2039년에 이르러서는 결국 자원이 고갈되고 국가라는 형태로 조각나있어 멸망의 끝을 향한 제3차 세계 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록솔란 침공 이후 우주엔 지구 말고 살아갈 수 있는 행성이 많다는 것, 무엇보다 이 지옥 같은 행성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마침내 각 국가가 UN 아래 연합하여 우주로 발을 들이게 된다.
한 행성에서 묶여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거나 분쟁 시에 그대로 전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술과학, 특히 무기 분야에서 미치도록 발전해 다른 문명과 충돌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13] 후속작 허빅-하로에서 묘사되는 바로는 연합을 창설하고 200년간 은하계의 극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고 한다. 그러나 매우 공격적으로 팽창한 탓에 200년 간의 패권이 멈춰버리자 그들도 몰락의 길을 걷는다.
3.2.1. 벅 헤르조그(Buck Herzog)
화성 탐사선 아레스 3호의 지질학자 승무원. 화성까지 항해 중 이미 4개월이 지났고 앞으로 5개월 반이 남아서 지루해하면서 자전거 운동을 하고있을 때 록솔란의 함대를 발견한다.
외계 함대와의 조우를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이 순간을 놓칠 거냐고 하면서 자기들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로 교신을 시도한다. 하지만 외계인 쪽에서는 대답이 없이 지구를 향해 가속을 하고 아레스 3호만 남겨져 화성을 향해가고 있을 때 울고 싶었다고 하면서 록솔란 함대의 시점으로 옮겨진다. 울고 싶었다고 하는 게 지구가 걱정돼서 울고 싶어졌다고 하는 거면 괜한 걱정이었다. 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옥같은 우주비행사 훈련까지 해서 우주에 나갔더니 패싱당했다는 생각에 울고 싶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볼수 있다.
3.2.2. 멜리사 오트(Melissa Ott)
화성 탐사선 아레스 3호의 통신 담당 승무원. 록솔란 함대를 발견하기 직전에는 지구에서 오는 뉴스에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부고를 보고있었다.
레이더에 탐지된 록솔란 함대를 보고 단순한 고장으로 생각해서 샤워하던 전자전문가 프레데리카를 불러서 수리를 맡기지만 고장난 것은 없었다. 그리고 휴스턴에 자신들이 목격한 것을 보고하자 몇 분 뒤 휴스턴에서도 혼란스러워하면서 자기들도 봤다고 한다.
그리고 외계 함대와 교신을 해보자는 벅의 의견에 휴스턴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을 날리려냐는 벅의 의견을 듣고 다른 승무원들을 보고 안심하고 본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언어로 교신을 시도하지만 당연히 대답이 없었다.
3.2.3. 빌리 콕스(Billy Cox)
로스앤젤레스에 강하한 외계인과 교전한 미군 병사 중 한 명. 원래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으나 징집으로 군에 끌려갔다.
소설 중반부에서 외계인과 협상하려 접근한 사절단을 보며 부러워 한 걸 보면 정치학에 나름 애착이 있었던 모양. 교전이 시작되었을 때 외계인들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당하는 것을 알고 당황하며, 전투가 끝난 뒤 수색 도중 외계인이 가지고 있는 '''구식 화승총'''을 보며 혼란스러워 하나 뭘 할 틈도 없이 특수부대와 조사단이 오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교전 중 외계인의 모습에서 과거 유럽 총병들이나 미국 독립 전쟁 당시 민병대의 모습을 떠올린 걸 보면 역사에도 조예가 있는 듯하다. 사실 이건 아는 게 당연한 수준인데 미국에서 역사 교육을 할 때 가장 많이 집중하는 부분중 하나가 미국 독립전쟁,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미 진출이다.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나오기도 하고. 마치 활을 보고 조선 궁수를 떠올린다고 역사에 조예가 깊다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 작품에선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3.2.4. 산토스 아모로스(Santos Amoros)
빌리의 상관으로 나오는 군인으로 계급은 하사(Sergeant).[14] 흔히 '샌디(Sandy)'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지적인 빌리에 대해 태클을 거는 게 작중 보이는 주요한 모습이다. 위에서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하는 게 자기들의 일이라고. 처음 록솔란인들의 공격에 새끼 손가락 끝부분을 잃어버렸지만 곧 부하들에게 반격을 명했다. 물론 그 뒤는 일방적인 학살극이었기에 부하인 빌리가 공평하지 않다고 하자 저들은 지들 목숨 살 기회를 날려버린 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일갈한다.[15] 그리고 교전 후 록솔란 함선 잔해를 수색하던 도중 빌리와 함께 살아남은 토그람을 발견해 부대원들과 생포하나 곧 헬기로 온 특수부대에 넘겨주며 시무룩하고 반대 입장이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중얼거리는 등 고작 훈장 쪼가리나 받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데 나름 출세욕과 속물욕이 있는 듯. 아마 이후 우주 원정부대에 참여했거나 하면 꿈을 이루었을지도?
3.2.5. 힐다 체스터(Hilda Chester)
잡힌 록솔란인 토그람을 심문하기 위해 온 언어학자. 당황하면 머리를 긁는 버릇이 있다. 심문 중 처음에는 록솔란인들이 우주를 항해하는 존재들이니 나름 기술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녹음기를 보여주었지만 반중력과 초광속항행 기술 외에는 원시적인[16] 록솔란인 토그람 입장에서는 악마의 물건이나 다름없는 것이었기에 질책만 당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록솔란인의 언어를 배워 토그람과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되었지만 이들의 기술력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만 확인하고는 굴욕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오지 않았다면 몇 년 지나서 인류는 스스로를 날려버렸을 거라고... 다만 다른 심문관 역할을 한 동료 학자가 자신들이 이 우주의 종족들에게는 깜짝 선물이 될 거라는 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걸 보면 이들을 정복하는 데에는 회의적인 듯 하다.
4. 설정
록솔란인들은 생김새는 그들이 뾰족한 주둥이와 짤막한 팔다리, 넓은 엉덩이와 갈색 털, 둥근 귀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며, 그들과 처음 조우한 미군 병사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테디 베어를 떠올렸다. 록솔란인들이 미군들의 복장을 보고 "털가죽으로 덮여 있다"는 추측을 하는 것으로 보아 록솔란인들은 종족 자체가 옷을 입지 않는 듯하다. 다만 무기를 착용하기 위한 벨트와 부츠는 착용한다는 언급이 있다. 그리고 생긴 것은 포유류이지만 알에서 태어난다고 한다.[17] 작중 묘사를 보면 이런 식으로 생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간략한 작품 설명
한편, 이 무렵의 지구는 과학기술은 발달했지만 인구가 90억을 찍는 바람에 사실상 지구 자체의 인구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인지 유인 화성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토그람을 심문하던 언어학자의 대사 중 록솔란인들이 몇 년만 늦게 왔어도 지구는 자멸했으리라는 뉘앙스의 대사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단순히 인구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한 수준을 넘어서 인터스텔라나 문명: 비욘드 어스, 폴아웃 시리즈의 전쟁 직전의 세계처럼 극도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 소설 속의 미 공군에서는 '''SR-81'''이라는 기체가 제식으로 취역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이 SR-81이라는 기체가 공대공 미사일까지 장비하고 있으며,[18]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던 대학원생이 2차 시리아 분쟁 때문에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군대에 끌려갈 정도인 것을 보면 언제 제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전운이 가득한 개막장 상태로 보인다.
그러나 록솔란의 지구 침공으로 인해 외계인이 실제로 존재하며,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결코 우호적인 존재는 아니지만(애초에 록솔란들은 지구 정복을 위해 찾아왔다.) 동시에 록솔란들을 통해 외계인들의 기술력 수준이 드러나면서 '외계인을 대상으로 한 정복전쟁에 따르는 위험부담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게다가 결과야 어찌되었든 먼저 쳐들어와서 선빵을 날린 건 외계인들이고 외계인들이 세계 곳곳의 대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해서 조금이나마 인명 피해도 발생시켰으므로 전 지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의명분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선택할 길은 당연히 인류제국이나 지구 집정 연합 같은 전 지구를 통합한 단일 세력의 탄생[19] , 그리고 '''우주 정복'''일 것이다. 모든 외계인이 멸망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지구를 직접 공격한 당사자인 록솔란과 그 본성만큼은 꿈도 희망도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류는 모성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달해 식민지 행성이 필요하고 상당히 호전광스러운 면모를 가진 터라 우주적 깽판을 벌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므로 록솔란 이외의 외계인도 미래가 밝지 않다.[20]
반중력 기술을 무기에 활용하지 않는가 생각할 수 있는데[21] , 이미 머스킷만 가지고도 온 우주를 제패하던 록솔란 입장에선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기술이다. 기술은 필요에 따라 투자되고 발전하는 것이고 특히 군사기술이 그러한데, 작중 묘사로는 전쟁으로 영토나 전리품을 얻는 일이 아예 없진 않지만 그보다는 그냥 개척을 떠나는 게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아보인다. 그리고 록솔란인들이 지구의 생산 효율성에 놀라는 것으로 보아[22] 이 작품 세계의 우주는 중세 시대 기술로도 그런대로 농사 짓고 먹고 살 만한 행성이 널려 있는 모양이다. 작품 내 세계에선 개척 가능한 토지가 극단적으로 제한되어 악착 같이 군비경쟁을 벌이다 못해 모성 밖으로 떠날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기네 문명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무기를 몇십 번은 자멸 가능할 정도로 쌓아놓는 호전광 지구인들이 더 비정상이다.[23] 그러니 '가지 않은 길'이다. 비슷한 사례는 인간의 역사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남미의 아즈텍이나 잉카 문명도 고도의 천문학과 건축 기술을 갖고 있었고, 소설에서도 언급되지만 잉카 제국은 발달된 기술력과 강인한 군사력으로 무서운 속도로 팽창한, 그야말로 당시 남미 대륙에서는 초강대국이었으나 유럽인들과의 분쟁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화약을 먼저 발명한 건 중국이지만 정작 화약 기술의 발전은 유럽에서 이루어진 것 또한 기술력의 발달이란 상대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작중 반중력 기술로 무기 만들 생각부터 하는 종족은 인류뿐이다. 중세 수준의 우주 대다수 문명들은 중력 무기나 APS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문명 수준이 정체되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인류가 반중력 기술을 가졌다면 특유의 호기심과 창의력으로 이런저런 분야에 응용해보려 했을 것이니 록솔란이 인류에 비해 호기심과 창의력이 많이 부족해서 이런 결말을 맞이했다고 보는 편이 더 낫다.
5. 외전
이 소설의 배경 연도로부터 1200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외전 <허빅-하로(Herbig-Haro)>에서는 영토와 자원 문제로 싸우기 싫어서 연합을 형성한 후 우주로 뻗어나간 인간들이 영토 확장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우주에 너무 넓게 퍼져 버려 구심점을 잃고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다가 증기기관과 흑색화약, 그리고 인공지능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퇴보해버린 행성들도 생겨나는 지경으로 몰락해버린다.[24] 그래서 고대의 기술을 복원하기 위해서 파괴된 도시의 잔해나 낙후된 도시들을 뒤져가며 쓸 만한 물건들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우주선의 무장으로 핵무기와 화학탄두를 굴릴 정도로 기술력은 유지하고 있고, 가장 낙후되었다는 행성들조차 증기기관을 사용하는데다 기술력을 보존, 발굴하고 발전시켜나간 행성들은 강인공지능을 굴릴 정도니 가장 기술이 발달한 게 콩키스타도르 수준인 다른 외계인들보다는 여전히 우월하다는 점이 포인트.
그러나 나중에 역관절 여우 종족 자낫(Zanat).[25] 에게 주인공이 붙잡히게 되는데, 이들은 함포와 포탑, 핵무기로 무장한 우주선으로 우주 항행을 하고 주인공의 우주선에 전파통신을 걸며, 지상에서는 콘크리트 시설과 AK를 닮은 소총, 장갑차를 운용하는 등 지구의 1970년대 - 작중 시점에서는 연합 창설 전 130년 시기 -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인류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초광속 기술 외의 다른 기술도 발달시키는, 다른 종족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간 종족인 것. 주인공은 인류 문명이 몰락하기 직전의 초강대국이었던 인류 연합이 멀쩡히 살아있다고 뻥카를 쳤는데[26] 놀랍게도 이 개뻥이 어느 정돈 먹힌다! 1000년 전 인류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주인공이 포로로 잡히면서 자낫 종족에게 여러 가지로 블러프를 치고 탈출해 올 때 추적해오던 거대 함선 네척을 파괴하는 쾌거를 먹여준 탓이지만.
이 자낫 종족도 과거 인류연합이 그러했던 것처럼 다른 은하계의 다른 기술력 딸리는 행성들을 정복하러 나섰는데, 주인공이 이들과 맞닥뜨리게 된 이유도 은하계 지도에 미개척 지역으로 기록된 지역에서 정찰선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 이를 파악하고자 나선 것이었다. 다만 문명 수준이 수준이니만큼 포로와 심문을 여흥거리 정도로나 여기던 록솔란족과 달리 주인공을 험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다만 과거 인류연합보다는 기술 수준이 떨어져 다른 종족들을 상대로 아주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주인공도 자낫 종족을 급습한 과거 록솔란족 수준의 레이피어, 화승총, 폭탄 등의 무장을 갖춘 호리호리하고 회색에 털이 없는, 자낫 종족 말로는 도살자(Slayor)라고 불리우는 원주민의 급습에 자낫의 기지가 쑥대밭이 되는 와중에 탈출하는 상황이다.
작가는 이러한 설정을 기묘하게 발전시킨 끝에, 성간항행 기술[27] 과 동면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군사 기술은 제트전투기와 헬리콥터, M16 소총 수준의 개인화기, 그리고 핵무기가 있는 등 1970년대 지구 문명 수준에 머무르게 된 파충류 형태의 외계 종족이 1940년대의 지구를 침공하는 연작인 <월드 워(World War)> 시리즈를 집필한다.[28] 본작과 마찬가지로 이 종족도 문명 발전이 정체된 반면에 지구는 외계인이 놀랄 만큼 문명 업그레이드가 시작돼서 피를 본다는 이야기이다.
6. 여담
다른 분야는 둘째치고 싸우는 분야에는 강한 지구인이 외계인 침략자를 박살낸다는 구도는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관한 것은 이 지옥 같은 행성 문서 참고.
[1] 이 앤솔로지에는 터틀도브의 두 작품 이외에 로렌스 블록의 <솔저라고 부르면 대답함>, 프리츠 라이버의 <란크마르의 불운한 만남>, 마이클 무어콕의 <노래하는 성채>가 실려 있다.[2] 다만 강철은 대량양산이 불가능해 보병장비에나 쓰고 기함은 청동, 황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3] 상술한 항행 기술만 빼고 나머지 기술들은 원시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복선이었다. 위생시설이 요강이라든지 함내 조명이 벌레 불빛이라든지.....[4] 이 부분은 후속 단편인 <허빅-하로>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록솔란인들의 우주선은 도쿄, 카이로, 뉴욕 등 스무 곳이 넘는 곳에 강하했다고 한다.[5] 2010년대의 기준으로도 넘사벽의 차이이지만, 작중 배경이 약 20년 뒤인 서기 2039년이기 때문에 미군의 무기는 네오 아말라이트 자동소총, F-29 전투기 등 지금 쓰는 것보다도 진보된 모델들이다. 물론 실제로는 가장 군비를 많이 투자하는 군대인 미군조차도 현재 사용 중인 제식소총이 만들어진지 50년이 넘었고 장비들도 수십 년 이상 우려먹는 게 많다. 심지어 100년 가까이 굴릴 예정인 장비도 있는 등 현대 군사장비의 발전이라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지 않으므로, 2039년의 군사력이 현재의 군사력보다 어마어마하게 발전이 되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다만 오래 사용되는 군사장비들은 지속적인 보수와 개량을 거치면서 초기형보다 성능이 향상된다는 점,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신규 도입되는 장비가 소수나마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쨌든 지금보다 더 강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리고 소설 내의 2039년은 국제분쟁이 심화되고 3차대전의 기운이 도사리는 군비경쟁의 시대이다.[6] 록솔란 사회에서는 미국처럼 여성이 남성 못지 않게 자유로운 사회 활동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다는 뜻이다.[7] 패배 후 토그람은 이 이름을 '잘못 붙였다'고 촌평한다.[8] 극후반부에 심문관 힐다 체스터와 대화를 하며 영어를 익히는 모습도 보인다.[9] 그러나 그의 친구 란시르크의 말에 의하면 젊을 땐 좀 막나가는 스타일이었다고.[10] 지상에 착륙한 함선 문이 열렸을 때 록솔란인들은 매캐한 지구 도시의 공기에, 지구인들은 록솔란인들이 풍기는 악취(제대로 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보니)에 서로 놀랐다고 묘사된다.[11] 작중에서도 선발대 고참 수석 조타수인 란시르크와 신병 올그렌이 지구에서 밤이 된 곳에서 행성 절반에 걸쳐 밝게 빛나는 기이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썰전을 벌인다. 올그렌은 빛나는 부분이 바다의 만, 큰 강가 주변이라는 이유를 들어 그곳들이 지금껏 보지못한 거대한 도시라는 정확한 추론을 내었으나 란시르크는 록솔란과 이젤록의 규모, 덧붙여서 '''그런 대도시들도 우주로 나가면 흔적조차 찾기 힘든데 우주 항해도 못한 종족이 저런 도시를 어떻게 만드냐며 타이르고 넘어가버린다.'''[12] 작중 란시르크의 언급으로 이번이 처음 우주 항해라고 한다.[13] 작중 묘사되는 인류의 종특이 호기심인 것도 한몫한다.[14] 상기 번역본 링크에는 '중사'로 되어 있지만, 원문에는 단순히 'sergeant'로만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줄여 부르는 게 아니라 정말 계급이 하사인 것으로 보인다.[15] 이 때 저 외계인들이 한 것 중 잘한 건 시장을 죽인 것뿐이라고 말하며 맘에 안 드는 늙은 또라이라고 깠다.[16] 물론 지구 기준에서.[17] 포유류이지만 알을 낳는 동물은 실제로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오리너구리가 있다.[18] 미사일이 장비되어 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 SR-81이라는 기체는 비슷한 형식번호를 가진 유명한 전략정찰기보다는 전술한 기체를 베이스로 만든 전투기의 후계기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즉, 이 세계의 지구는 그 천조국이 냉전 시절에도 정식 도입까지는 가지 않았던 YF-12의 후계기종을 정식으로 도입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각 국가간의 군비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자원이 죄다 고갈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군비경쟁만큼은 치열하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는...[19] 사실 작중 인류 vs 다른 종족들 정도로 과학기술 수준 차이가 벌어진다면 굳이 지구 전체가 단결하지 않더라도 우주선을 건조할 능력이 있는 국가라면 단독으로 별 몇 개씩은 정복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은 수준이긴 하다. 작중 상황을 보면 세계 정부가 온건하게 돌아가리란 보장이 전혀 없는지라, 장기적으로 우주의 다른 지적 생명체들 입장에선 18~20세기 근대 제국주의 시대처럼 그나마 서로 견제도 해가며 별따먹기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지금 작중 상황은 '''EU''' 내지 '''NATO'''가 18~19세기에 생겨난 거라고 보면 비슷하다(...). -[20] 후속작 허빅-하로에서 이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그 후 200년 간 연합을 맺고 정복사업을 벌였는데 외계인 입장에서는 분노한 신과 같았다고. [21] 사실 작중에선 지구의 군사력에 록솔란인이 그나마 대항을 한 기술이긴 했다. 미군 보병대가 맨패즈를 갈겼지만 록솔란 비행선이 놀라운 기동성으로 피했다고 하니. 하지만 시야 밖에서 달려든 미군 전투기가 쏜 미사일에 결국 당했다(...). 인류의 언급으로는 물체를 이리저리 빨리 옮기기만 하는 간단하고 범용성 낮은 기술이라고 한다.[22] 외계에서 알아주는 강대국이라는 록솔란과 이젤록의 인구가 백만이 채 안 된다고 한다.[23] 보병대 대장인 토그람은 지구인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무슨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하지만, 조타수인 란시스크는 기술 발전 방향이 다른 것이라고 정확히 인지한다. 반면 핵무기에 대해서는 란시스크는 믿기 힘들어하지만, 토그람은 도리어 이 무기의 존재를 믿는데 그 이유는 '''인간들도 말하면서 무서워해서'''.[24] 인류에게 선빵을 날린 록솔란과 우주 문명들, 인류와의 교전에 대해 묘사되는 바는 코즈믹 호러. 거기에 인류 연합이 건재했을 때는 다른 종족과는 달리 우주로 진출했어도 발전이 멈춘 건 아닌지 주인공의 낡은 우주선에도 자아가 있는 강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고 주인공과 다른 인물과의 대화에서 핵융합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핵융합도 실용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성장하여 연합이 통치하기에는 너무 커져버려 결속이 영원하지 않았다고 한다.[25] 주인공과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인간-인류처럼 단수로는 잔(Zan), 복수로는 자낫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알 수 있다.[26] 실상은 작중 시점에서 지구인들의 행성 중 자낫에 맞설 만한 무력을 가진 곳은 잘해야 몇백 개 정도고 그마저도 행성 3개 정도가 연합하는 게 한계라 할 정도로 콩가루 상태다.[27] 광속을 넘어가지는 못하고, 수십 년간 동면을 해야 하는 등 다른 SF에 비하면 여러모로 제한된 기술이다.[28] 외계인판 제2차 세계 대전이 <월드 워>, 20년 뒤의 외계인판 냉전이 <식민화> 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