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작물

 

1. 개요
2. 특징
3. 아이러니와 대응책
4. 상징
5. 관련 문서

救荒作物

1. 개요


가뭄이나 장마 등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고 비교적 척박한 땅에서도 가꿀 수 있어, 흉년 등으로 기근이 심할 때 주식으로 대용할 수 있는 작물. 비황작물(備荒作物)이라고도 한다. , , 기장, 메밀, 감자, 고구마, 돼지감자, , 옥수수, 순무, 토란, 등이 이에 속한다. 콩나물도 물과 콩만 있으면 기를수있기때문에 밤눈이 좋다면 좋은 구황작물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카사바, 야콘, 고구마 등의 작물들은 재배기간이 길다는 등의 이유로 구황작물로 사용될 수 없는 작물이란 인식도 있다. 이것들, 특히 카사바 등은 그냥 주작물. 그러나 시각을 바꾸면 고구마와 야콘은 주작물이자 동시에 구황작물이 맞다. 재배기간이 짧은 품종이 개발되고 있고, 특히 동남아 등지로 가면 거긴 그냥 땅을 파서 열려 있는 걸 따내는 수준이다. 카사바 역시 대단히 오랫동안 그것과 다른 한두 종류말고는 탄수화물을 구할 마땅한 작물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재배했고 강인한 성질을 가지며 무척 다양한 품종이 전세계에 산재한다.
역사책을 펼치기만 해도 시도때도 없이 기근이 일어난지라 이에 대해 정리한 책들만 해도 구황본초, 구황작물, 구황절요, 구황촬요, 황정대개 등등 잔뜩 존재한다.

2. 특징


모든 조건을 다 떠나서 다양한 작물 중 수확하기까지의 재배기간이 상당히 짧은 것이 무조건적으로 선택된다. 보통 60일 내외, 길어도 90일을 초과하지 않는다. 동북아시아 환경 한정이라면 순무와 옥수수가 구황작물이 될 수 있다.[1]. 또한, 가뭄만 아니라면 재배기간이 최소 75일(올콩, 즉 하대두), 보통 90~120일인 콩 역시 훌륭한 구황작물이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재배기간만 따지면 최근의 개량종 벼도 재배기간이 짧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 개발되고 있어서 구황작물이 될 수 있다. 육종기술의 발달로 단순히 재배기간을 단축하는 것으로만 따지면 20세기 초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작물이 구황작물의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GMO기술에 대한 거부감과 구황작물이 맛보다 탄수화물량을 우선하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점이 문제일 뿐.
보통 '''주식으로 삼는 작물의 흉작이 예상될 때 닥쳐올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배한다.''' 이모작을 하는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2월 초쯤 보리농사가 흉작이 될 것을 예상한다고 하자. 그럼 바로 보리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자운영을 심어 지력을 돋운 후 바로 감자농사를 지어 하지쯤에 수확하고 모내기에 들어가는 식이다. 혹은 8월 말쯤에 여러 가지 이유로 벼농사가 망할 것 같으면 논을 갈아엎고 메밀이나 콩을 심어 겨우내 굶어죽는 사태를 막아보려는 것들이 구황작물의 운용법이다.
즉 구황작물을 일반작물과 병행생산하는 건 아니다. '''통상의 구황작물은 주식으로 삼는 작물의 실패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그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급하게 심는 작물'''이다. 다시 말해 반드시 일반 작물보다 재배기간이 짧아야 한다는 거다.[2] 괜히 구황작물에 대해 말하면서 재배기간을 몇 번이나 언급하는게 아니다.
이렇듯 '구황작물'이란 일반 작물이 나지 않는 경우의 임시조치일 때 붙여지는 이름이다. 바꿔 말하자면 일반 작물이 어느정도 생산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구황작물로 분류되는 작물도 기호식품이나 부식, 사료용으로 일정량이 재배되는 일반작물이라는 의미.
구황작물이라는 이름답게 일단 먹을 수 있고, 주식으로 사용해도 당장은 무방할 정도로 수확량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감자같은 경우에는 구황작물의 차원을 넘어가서 평시에도 많이 재배하는 일반작물의 위치를 확보했다. 특히 유럽 아일랜드의 경우 아일랜드 대기근 등 여러 이유가 겹쳐서 사실상 주식의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서 메밀처럼 건강미용상이나 특수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일반작물까지는 아니더라도 특수작물의 위상까지는 올라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구황작물은 일반작물에 비해 '''맛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적어서''' 일반작물이 되지 못하거나, 되더라도 곧 대체종이 나오는 바람에 심하면 잡초 수준까지 위상이 떨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 당연하게도 평상시의 상품가치는 제로다.
그리고 작물이라는 명칭이 붙었으므로 인위적으로 재배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것만 이용하려고 하면 의외로 수량도 적고 품도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일반작물 재배하기도 모자란 땅에다가 상품가치가 평시에는 제로에 가까운 구황작물을 재배하기도 힘들다. 그런 이유로 인해 평상시에는 두렁이나 하천변 같은 자투리땅에 씨앗을 뿌려놓고 가끔씩 관리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량을 확보해서 기근에 대비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평소 국가에서 기근에 관심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구황작물을 심으라고 압박을 가하는 경우며, 평소에는 자투리땅까지 일반작물을 기르기 때문에 기근이 닥치기 전까지는 구황작물을 인위적으로 기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3. 아이러니와 대응책


위에 언급한 이유 덕분에 정작 구황작물이 기근시에는 수량이 부족한 사례가 많다. 당장 자투리땅에서 반쯤 방치상태로 기른 작물의 수확량이 일반작물만큼 많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딱 도둑놈 심보다. 그리고 진짜로 지독한 기근이 들면 구황작물도 잘 자라지 않는 막장사태가 전개된다.
따라서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비상시를 위해서 다른 먹거리를 찾는 노력이 많았다. 당장 구황작물만으로 식량이 해결이 안 되면 도토리, , 고사리, 소나무 껍질과 잎, 얼레지 비늘줄기, 야생 열매, 기타 나물등을 먹었고, 해안지방에서는 해초 등이나 상품가치 없는 해산물 등을 먹기도 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면 개미메뚜기, 물방개[3][4], 지렁이 같은 벌레고기개구리, 도룡뇽 등의 소동물을 먹게 된다. 원래 이런 종류의 소동물이나 벌레를 먹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는 일이므로 그렇게까지 특별하지는 않다. 다만 주식을 대체할 정도로 양을 구하기 힘들고, 양에 비해 채집하는 노력이 많이 들며, 먹기에 혐오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할 때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식단에 오르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육이나 까지 손대게 된다. 인육이야 말 안해도 알 정도로 막장사태고, 흙의 경우에는 배가 고프니 배나 채우고자 먹어 봤자 칼로리가 없으니 허기는 전혀 가시지 않는다. 이런 종류 흙은 운모의 일종으로 백색토라고도 부른다. 산화 실리콘을 비롯한 무기질이 주성분으로 먹을 때는 물에 풀어서 돌가루 같은 큰 입자를 가라앉힌 다음 중간의 미세질을 밀가루처럼 가공하여 먹는다. 이를 토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기질이므로 칼로리가 전혀 없고 소화 효소에 반응하지 않으므로 결국 복통, 장폐색을 일으킨다. 한편, 중생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따 이런 흙을 관음토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과거 호기심 천국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덕분에 엄청난 가난에 시달려서 진흙쿠키를 먹기로 유명한 아이티 같은 경우는 정말 극단적인 상황. 인간이 극한에 몰리면 식인에 손을 대게 되는데 식인에 대한 기록은 근대 이전 기근이 들었을 때 각국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4. 상징


감자는 매우 보편적인 민중의 서민적 먹거리로 자주 표현된다.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
유럽에서 특히 아일랜드감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아일랜드에서 감자를 자주 먹게 된 것은 단순한 가난 이외에 영국의 수탈이 주된 원인이었다. 당시 19세기 유럽에서 감자 따위의 구황작물은 가축에게나 먹이던 음식인 것을 생각하면 영국이 얼마나 아일랜드를 착취해댔는지 알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아일랜드에서 감자 역병이 돌자 식량 부족으로 인구의 절반이 죽어나갔다.
조선 시대에는 1763년 일본에 조선통신사로 다녀온 조엄(조선)이 고구마를 들여온 이후부터 우리가 아는 형태의 구황작물이 자리잡아 나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구황작물은 도토리[5] 정도. 특히 마는 고려시대 의서 《향약구급방》에 기근시 사용 가능한 구황작물로 기록되어 있을 정도.

5. 관련 문서



[1] 다만 옥수수는 특유의 어마어마한 지력 소모 때문에 구황작물로 부적합하다. 지금 당장은 먹고살 수 있겠지만, 미래에 더한 기근이 기다리고 있다. 옥수수를 그것도 산악지대에서 재배해 일어난 게 북한의 고난의 행군[2] 아니면 동남아시아에서의 카사바, 야콘처럼 땅을 파서 열려 있는 걸 따내는 수준으로 구하기 쉬워야 한다. 이점은 한국에서 기근 상황에서의 식량으로 도토리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토리 자체는 일부 참나무과 나무의 열매로 나무가 커서 열매를 맺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인간 입장에서는 굳이 재배할 필요없이 그냥 산에 가서 있는 걸 따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구황작물로서 활용될 수 있었던 것.[3] 한 때는 이 곤충을 쌀먹듯이 했다고 쌀방개라 부르기도 했다.[4] 태국에서도 물방개를 튀겨서 먹는 지역이 있다. 물론 이 쪽에서도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구황식품으로써 먹기 시작한 것.[5] 참나무계 나무가 필수로 동반되긴 하고 생산량을 많이 낼 정도로 나무가 자라는데는 기간이 많이 소모되기에 생육기간으로 보면 구황작물로 칠 수는 없다. 허나 나무가 있다는 가정 하에서 제대로 열린다면 한 그루의 나무에서도 대량의 도토리를 가을마다 수확 가능하기에 가을철 구황작물로 써먹는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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