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나방
1. 개요
나비목 누에나방과 누에나방속에 속하는 곤충.
유충은 '''누에''', 한자로 잠(蠶)이라고 하며, 이것을 기르는 '''양잠'''(養蠶) 행위를 순우리말로 '''누에치기'''라고 한다. '누워있는 벌레'라는 뜻의 '누웨'에서 유래했다.
편리를 위해서 인간이 오래 전부터 사육한 대표적인 가축 곤충으로, 1만~5천 년 전 중국에서 견사를 얻을 목적으로 기르기 시작하였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서 현재는 인간이 먹이를 줘야 하는 등 돌봐주지 않으면 자연상태에서 생존할 능력이 없다.[1]
2. 특징
에티오피아구(Ethiopian Region)에서부터 동양구(Oriental Reigion)에 걸쳐 많은 누에나방과 곤충들이 분포하는데, 대개 종이 날개가시[2] 가 있지만 누에나방은 없다. 더듬이는 암/수 모두 양빗살 모양이며, 그 중 수컷의 더듬이는 매우 뛰어나서 암컷의 페로몬 분자가 5개 이상만 붙어도 반응할 정도로 매우 민감하다. 작은 턱수염은 없고 아랫입술수염은 아주 작다.[3] 이는 입이 하루살이처럼 퇴화했기 때문. 멧누에나방류 등 누에나방과의 야생종들도 원래 입이 없으므로, 입 없는 것과 양식과는 관련 없다.
날개를 편 길이는 44~51 mm로 몸 크기에 비해 상당히 작다. 그래서 제대로 날지 못하는데, 그나마 하체가 날씬해서 단거리라도 날 수 있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날개에 비해 하체가 비대해서 날기는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한다. 이 때문에 암컷이 자기가 뚫고 나온 고치에다가 산란하는 경우도 많다. 짝짓기 이후 산란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까지 산다.
뉴런의 수는 약 10만 개로 비슷한 체급의 장수말벌과 유사한 수준이다.
사촌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곤충으로는 같은 누에나방과에 속하는 멧누에나방이 있으며,[4] 현재의 하얀 누에나방이 가축화되기 전에는 멧누에나방과 생태가 비슷했으리라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런 재래·야생 근연종도 적용대상으로 한다.[6]
누에나방무리는 산출량은 다르지만 전부 고치에서 실을 뽑고, 번데기와 애벌레는 식용할 수 있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털이 무진장 하얗고 복슬복슬해 보인다. 사실 누에나방도 눈이 있는 머리 부위나 조금 볼 만하지 배까지 전부 드러난 모습을 보면 기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배의 마디에는 털이 없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살이 튼 것처럼 보이는지라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알은 납작하고 측면에 난공(호흡용 알 구멍)이 있다. 누에 알은 종이나 그물 같은 데에 붙여서 농장에 보급하는데, 알인데 불구하고 누에'씨'라고 부른다. 한자로도 잠란이 아니라 잠종(蠶種)이다.
2.1. 유충
누에. 영어로는 비단을 만드는 벌레: 실크웜(Silkworm)이다.
주식은 뽕잎이지만 요즘은 사육기술이 발달해 인공먹이로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암컷 누에나방은 한 번에 알을 약 2천 개를 낳는데 이 알에서 나온 것이 바로 누에. 처음에는 크기가 작아 언제 이게 다 크나 싶지만 고치가 될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일이다. 성장 정도에 따라 1~5령으로 나누는데 5령까지 크면 처음 알에서 나왔을 때보다 몸무게가 1만 배 가까이 커진다. 거기까지 커지기 위해 30일간 뽕잎을 잔뜩 먹고 싸기를 반복한다.
성충이 되는 누에나방은 번식을 위해 내버려두는 것이므로 대부분 암컷이다.
유충인 누에는 가늘고 길게 생겼고 짧은 2차 자모가 있다. 8번째 배마디에 후면을 향한 뿔 모양의 돌기가 나 있다.[7] 알에서 깬 까만 개미누에를 거쳐 잠을 자가면서 하얗고 길쭉한 누에로 자라난다. (다만 천잠, 작잠은 색갈이 녹색이거나 갈색일 수 있고, 털이 나 있기도 하다.)
자연학습용으로 누에를 기르는 관찰 키트를 팔기도 하는데 성의 없이 키워도 의외로 잘 죽지 않는다. 그러나 살충제나 제초제 등의 약제에는 매우 취약해서[8] , 여름철에 집안에서 누에를 키울 때에는 모기약이나 모기향을 일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잘 죽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사육장 내 환경적인 의미이다. 담배, 매연, 모기향 등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독성 기체에는 정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하나라도 있다면 사육이 쉽지 않다.
뽕잎을 먹이면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가 들리며 그 모습이 매우 귀엽다. 정성을 들여도 변태 후 나방 단계까지 가기는 힘든데, 관찰 키트용 수조는 너무 좁고 습도 유지가 안 돼서 그렇다. 고치를 만들기 전의 유충은 살짝 투명해지며, 누런 빛을 띈다. 그리고 번데기에서 성충이 나올 때 고치를 녹이고 나오는데[9] 그 녹은 부분은 나중에 검게 변한다.[10] 고치 안의 번데기는 충격에 약하므로 고치를 던지면 번데기가 죽는다. 던지지 말자. 누에를 살짝 만져보면 차갑고 부드러워서 촉감이 매우 좋다. 비단 같은 느낌이다.
양식 누에는 변태시도를 해도 번데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비극의 벌레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화를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들이 바로 실을 뽑아내고 간식으로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3. 누에의 쓰임새
누에가 우화를 위해 고치를 짓고 나면 그걸 삶아서 실을 뽑는데 그것이 명주실(견사)이며, 그것을 짜서 만든 천이 비단이다. 요즘에는 아예 염색 유전자를 누에에게 심어 녹색 실, 빨간 실이 나오기도.[11]
견사를 뽑고 남은 삶은 번데기는 흔히 뻔데기라 부르는 간식이 된다. 간식이 되지 않고 살아남은 누에나방의 번데기는 나방으로 우화시켜 누에 증식용으로 쓰인다.
대한민국에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번데기를 식용하게 된 역사는 광복 이후부터이지만, 중국, 태국 등 전통적으로 양잠을 해온 국가에서는 볶거나 튀기는 방식으로 누에나방의 번데기를 식용한 역사가 있고 지금도 현지에서 그런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번데기를 식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가축 사료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식용하는 것은 번데기이지만, 먹을 게 없는 개미누에 말고는 누에 유충 그 자체도 먹을 수 있고, 식품공전에는 식품으로 분류했다. 주로 누에가루나 환으로 가공해서 판다. 누에가루로 만든 정력식품 '누에그라'까지 시중에 있다.
누에는 흔히 동충하초의 숙주로도 쓰인다.
누에에 인위적으로 백강균이란 세균을 감염시키면 하얗고 뻣뻣하게 되어 죽는데 이를 백강잠이라 하며, 한방에서 약재로 쓴다.
최근 해외에서는 설치류, 파충류 등 애완동물의 먹이로 누에가 이용되기도 하는데, 밀웜 등에 비해 대단히 단백질 비율이 높은 고영양식이다. 다만 아래에서 보듯이 공기 오염에 취약하고 신선한 뽕잎을 제공해야 하는 등 가정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대량 사육하기는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물 누에가 사료 목적으로 대량 유통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유충이나 성충이나 온순한 편이고 몇 마리 정도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아서 애완곤충으로 기르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잘 보면 귀엽다! 애벌레의 움직임도 역겹지 않고, 외형도 깔끔한 하얀색에 감촉도 부드럽다. 그러나 수명이 한달 정도밖에는 되지 않아 오래 사육할 수 없으므로, 대를 이어서 키우지 않고 하나의 애완동물에게만 정을 붙여 키우는 사람이라면 피하기를 추천한다.
일본에서 누에나방을 애완곤충으로 기르는 사람이 올린 영상이다.
이를 극대화한 만화가 바로 おかいこぐるみ이다.
과거에는 누에를 치는 양잠업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큰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도 조선시대에도 왕이 선농단에서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를 모시는 제사를 지낸 후 백성들 앞에서 농사를 짓는 시범을 보일 때 왕비는 선잠단[12] 에서 역시 잠신(蠶神) 서릉씨(西陵氏)에 올리는 제를 올린 후 백성들 앞에서 뽕을 따서 누에를 치는 시범을 보였던 기록이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잠원동 역시 과거 이 지역에서 양잠업이 크게 성행했던 것을 반영한 지명이다. 또 지금은 없어졌지만[13] 과거에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14][15] 에 누에의 실을 연구하는 학과인 잠사학과가 있었다.
일부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음료 등에는 제조할 때 사용하는 녹색 색소가 동엽록소인데, 이것은 누에의 똥이 원료라고 한다. 동엽록소는 비타민이나 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대중매체
만화 테라포마스에서 아키타 나나오의 수술 베이스로 나오며 테라포머가 그 능력을 사용한다. 그 외에도 누에나방의 실을 뽑아서 옷을 만들거나 먹어서 근육을 키운다.
게임 Hollow Knight의 최종보스가 누에나방을 모티브로 했다.
성인 동인지 백습의 히로인이자 빌런이 누에의 신령이다. 외모도 잘 보면 누에나방의 외형에서 많이 따왔다.
웹코믹 おかいこぐるみ는 누에나방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화나는 누에를 인간을 비유해서 "누에고치"라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
5. 관련 설화
누에는 동양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곤충이어서 이런저런 설화가 상당히 많은데, 그중 몇 가지 설화를 소개한다.
누에와 관련된 동양 설화 중 한국 설화로는 방이 설화가 있다.[16]
누에의 성질과 관련된 전설이 경상북도 안동에 전한다.
한편 중국에는 양잠(누에치기)의 여신 마두낭(馬頭娘)의 이야기가 수신기에 기록되었다.
한편 일본에서 누에와 관련된 설화로는 오오케츠히메노카미(大氣都比賣神) 혹은 우케모치노카미(保食神)라는 신과 관련된 것이 있다.
[1] 간혹 야생에서 발견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출처 불명의 카더라에 불과하다, 사육되는 누에와 비슷하게 생긴 야생곤충이나 근연종인 멧누에나방 등을 보고 헷갈렸을 가능성이 높다.[2] 앞날개와 뒷날개를 연결해 마치 한 날개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생체부위로, 꿀벌과 말벌에도 있다.[3] 곤충분류학(361 페이지) 참고.[4] 산누에나방과는 다르다. 산누에나방은 나비목에 속할 뿐 누에나방이나 멧누에나방과는 과 단계에서부터 이미 다른 종류다.[5]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작잠이 '멧누에'라고 나왔다.[6] 같은 법 시행령 제2조(기능성 양잠 산물)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가목 및 나목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물"이란 대량 사육이 가능하게 순화된 천잠(天蠶: 참나무멧누에), 작잠(柞蠶: 섭누에)[5] , 상잠(桑蠶: 멧누에) 및 피마잠(蓖麻蠶: 아주까리누에)과 그 고치를 말한다.[7] 원색 한국나방도감(287 페이지) 참고.[8] 이 덕분에 번데기 등 누에 가공식품, 뽕나무 잎이나 열매(오디)로 만든 식품은 농약 오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농약이 원래 '벌레 잡는 독약'이므로 당연히 농약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누에가 죽어버린다.[9] 단백질 성분인 고치의 실을 녹이는 염기성 소화액을 입에서 내어 구멍을 뚫고 나온다.[10] 양잠업을 할 땐 구멍난 고치는 실 손실이 많아져 상품성이 떨어지므로 우화하여 뚫고 나오기 전에 증기, 끓는 물로 번데기를 죽인다. 생 번데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11] 한 술 더 떠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무독성 식용색소를 넣은 사료를 누에에게 먹이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스펀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핑크색 누에가 아주 인상적이다.[12] 1908년에 일제사 잠신의 신위를 사직과 합친 이후 빈 터로 남았다가, 광복 이후 1963년에 사적 제63호로 지정하여 정비했다. 위치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성북로 17, 성북초등학교 바로 옆이다.[13] 정확히 말하면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개편된 것이다.[14] 서울시립대, 서울산업대, 경북대, 동아대, 영남대 등에 잠사학과가 있었다.[15] 서울대학교 잠사학과의 경우에는 1989학년도부터 천연섬유학과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바이오소재공학전공으로 개편되었으며, 여기 출신 유명인으로 가수 겸 배우 김창완, 운동권 출신 정치인 권영길 등이 있다.[16] 해당 설화는 그 유명한 흥부전의 원전이라 알려졌다. (흥부전의 또다른 원전일 수도 있는 흥보만보록이 발견되긴 했지만 흥보만보록은 아마도 고려시대에 나온 듯하다. 그런데 방이 설화는 그보다 더 전인 삼국시대 이야기이다. 흥보만보록이 덕수 장씨 부흥기에 신화적 성격을 더한 글이라고 추측되는걸 보면 흥보만보록을 제작한 사람들이 먼저 나온 방이 설화를 참고했을 수도 있다.) 형제들 중 복을 받는 건 착한 쪽(방이, 흥부)이고 처지가 나빠진 건 나쁜 쪽(방이의 동생, 놀부)라는 스토리 구성까지 매우 유사하다.[17] 혹은 다 삶아서 못 쓰게 된 씨앗과 삶아버린 고치들만 아우가 방이에게 줬는데, 이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고치에서 거대한 누에가 나왔다는 버전도 있다.[18] 삶은 씨앗을 땅에 심었던 것.[19] 단, 맹사성은 실제로는 안동부사가 된 적이 없다.[20] 장수, 혹은 무사라는 말이 있다.[21] 아버지가 말을 몰래 죽였다는 말도 있다.[22] 혹은 말머리가 달린 거대한 벌레가 되어 실을 자아내다 고치가 되었다고 서술하는 버전도 있고, 단순히 다음날 뜰 앞 뽕나무 위 말가죽이 내려앉은 자리에 수많은 흰 벌레가 뽕나무를 갉아먹고 있었는데, 그 벌레가 누에라고만 서술하는 버전도 있다.[23] 이런 식으로 신이 자신의 육체 자체를 근원으로 하여 각종 식량이나 곡식을 창조해서 인간들에게 내려준다는 신화는 농경사회라면 어디에나 있다.[24] 볏과의 잡곡 '피'를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