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틸테인
1. 개요
미스틸테인(Mistilteinn)은 옛 노르드어 및 아이슬란드어로 겨우살이라는 뜻이다. 현대 스웨덴어로는 '미스텔'(Mistel), 덴마크어로는 '미스틀틴'(Mistelten), 현대 노르웨이어로는 '미스텔테인'(Misteltein)이라 한다.[1]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 겨우살이라는 이름을 가진 도구가 두 개 등장한다.
2. 발두르를 죽인 나뭇가지
오딘의 아들, 빛의 신 발두르를 죽였을 때 사용된 겨우살이 나뭇가지. 오딘의 아내인 프리그는 발두르를 특별히 아꼈으나, 영생 불멸하지 못할지라는 예언을 듣게된다. 이에 프리그는 만물에게 '발두르를 상처입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기 시작했으며, 발두르는 세상만물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별 어려움 없이 맹세를 받아 발두르를 상처 입힐 수 있는 존재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프리그는 오직 어린 겨우살이 하나에게만은 맹세를 받지 않았는데, 가느다랗고 조그만 나뭇가지가 감히 신을 해할 수는 없을거라 여겼던 것.[2]
만물이 발두르를 해치지 않겠다 맹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신들은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발두르에게 사소한 물건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물건들을 던져보게 된다. 곧 발두르가 어떤 물건이나 무기로도 상처입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신들은 그가 죽지 않을 것이라며 기뻐하였고, 이후 발두르에게 물건이나 무기를 던지는 것은 발두르가 받은 만물의 맹세를 재확인하는 의식이자 신들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로 발전하게 된다.
한편 이런 발두르의 엄친아 뻐기기에 질투가 난 로키는 발두르를 죽여버리기로 한다.[3]
이를 위해 우선 로키는 노파로 변장하여 프리그에게서 맹세의 허점인 겨우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스가르드를 샅샅이 뒤져 그 겨우살이를 찾아낸다. 그 후 로키는 맹인 신이었던 호드를 꼬드겼는데, 발두르의 동생이지만 찬란한 빛을 발하는 형과는 달리 앞조차 보지 못하는 어둠을 상징하는 신인 호드는 눈이 안보이는 탓에 발두르에게 물건을 던지는 저 놀이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하여튼 눈이 안 보이는 신세 때문에 혼자 짜져있는 호드에게, 로키는 회두르에게 발두르의 방향을 가르쳐줄테니 '''자기가 주는 물건'''을 던지라고 하였으며, 결국 발두르는 이 겨우살이 나뭇가지에 꿰뚫려 죽어버리고 만다.
이에 격분한 오딘은 새로이 인간의 왕녀를 취하여 복수의 신 발리를 태어나게 하였으며,[4] 발리는 '''태어난지 이레만에 호드를 죽인다.'''
북유럽 신화에서 레바테인과 함께 세계멸망급 무기로 꼽히는 데, 발두르의 죽음은 곧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가 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라그나로크를 알리는 징후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나타나지만, 이것들은 '곧 그날이 올 것이다' 수준의 다소 애매한 징표이다. 그러나 빛을 상징하는 발두르의 죽음은 이제 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종말이 시작된다고 직접적으로 알리는 강력한 메시지를 품는다.
3. 흐로문드의 검
아이슬란드의 전설 중, 『그립스의 아들 흐로문드의 사가』에서도 미스틸테인은 등장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미스틸테인은 나뭇가지 따위가 아니라 엄연한 검으로서 등장한다. 이 검은 본래 드라우그라 불리는 일종의 언데드로 변한 덴마크 왕 슬레인의 소유였는데, 영웅 흐로문드는 무덤 속에서 슬레인을 물리치고 마검 미스틸테인을 손에 넣었다.
흐로문드는 미스틸테인의 힘을 이용해 적국의 왕들을 쓰러뜨렸다. 그러다 한 번은 적의 책략에 빠져 미스틸테인을 바닷속에 빠트려버렸는데, 어느 어부가 낚아올린 큰 물고기의 뱃속에서 도로 발견해 되찾은 적도 있다.
4. 검인가? 창인가? 나뭇가지인가?
게임이나 만화 등, 서브컬처에서 미스틸테인은 흔히 검으로서 등장한다. 이를 보면 아마도 흐로문드 전설과 《덴마크인의 사적》에서 나오는 영웅 호테루스의 검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짐작된다. 왜냐하면 발두르를 죽인 겨우살이 가지는, 화살이나 투창으로 묘사되기는 해도 검으로는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왕 이 미스틸테인을 두고 자료 서적 등에서 '신을 죽인 검'이라고 할 때도 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발두르를 죽인 나뭇가지와 흐로문드의 검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이 같다 보니 둘을 동일시해버린 오류. 흐로문드의 검은 '신을 죽였다'는 일화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데인인의 사적》에서는 영웅 회테루스가 숲의 트롤(정령) 미밍구스에게서 받은 검으로 뇌신 토르를 쫓아내고 반신 발두르를 살해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여기서 회테루스란 바로 북유럽 신화에서 발두르를 죽인 호드의 다른 이름이다. 이 전설에서 회테루스가 사용한 미밍구스의 검을 미스틸테인과 동일시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 또한 미스틸테인이 검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는데 한몫한 것이다.
5. 대중문화 속의 미스틸테인
- 만화 《ARMS》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ARMS 중 하나인 나이트#s-1.2가 장비한 창이다. 자바워크#s-2의 손톱과 같이 암스의 나노머신을 파괴, 기능정지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세계관에서는 그야말로 신을 죽이는 창.
-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A's》에서는 야가미 하야테가 어둠의 서를 상대로 이 이름의 마법을 시전한다. 그런데 속성은 좀 뜬금없게 석화#s-2 마법. 무적의 신을 죽인 무기의 이름과, 생명력을 빼앗는 '석화'의 이미지를 일치시킨 것일 수도 있다.
- 애니메이션 《이것은 좀비입니까?》에서는 히로인 하루나가 사용하는 전기톱이다.
- 웹툰 《나이트런》에서는 현대 노르웨이식으로 읽어 미스텔테인이라고 표기한다.[5] 영식 히페리온이 사용하는 무기로 등장. 정확히는 나뭇가지지만 창으로 쓰인다. 자세한 건 문서 참조.
- 게임 《파이어 엠블렘 성전의 계보》에서는 성전사의 무기 중 마검 미스틸테인이 등장한다.
- 게임 《캐슬바니아 효월의 원무곡》에서는 몬스터 '드라이어드'가 드랍하는 무기로 등장. 성속성이라는 게 특징이다.
- 게임 《갓 오브 워》에선 창이 아니라 겨우살이로 제작된 화살로 등장. [6] 난쟁이 대장장이 신드리가 질 좋은 놈이라고 아트레우스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정작 사용되는 일 없이 프레이야의 손에 태워지지만 딱 한개의 화살촉을 크레토스가 끊어지려는 화살통 끈을 수선하는데 사용했고 이 촉이 최후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원전과는 다르게 겨우살이 그 자체가 발두르를 죽이는 역할은 아니고, 발두르에게 부여된 불사의 마법을 해제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뒤 발두르의 에너지를 깎는 건 플레이어가 직접 발두르와 싸우면서 해야 한다.
- 온라인 게임 《라테일》에서는 마이스터의 2번째 스킬이다. "미스텔테인"이라고 표시되어있다. 전방에 검으로 2번 공격하는 로봇을 소환한다. 위력은 절륜한 편. 근데 로봇을 잘 보면 다리가 없다.
-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미스텔테인이라는 엘프들을 지키는 보물로 나오며, 이 보물의 수호 덕분에 헬레나는 검은 마법사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엘프가 되었다. 정작 미스틸테인은 150제 무기인 파프니르 무기 중 한손검으로 나온다.[8] 루시드는 메르세데스가 헬레나에게 이걸 맡기는 걸 숨어 지켜본 후 메르세데스에게까지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극심한 허무감에 빠져 나중에 군단장이 된다.
-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에서 '검은 양' 팀의 막내 미스틸테인의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다. 오토코노코 속성을 지녔으며, 긴 마상창을 사용한다.
- TCG 《유희왕》에서 이를 모티브로 한 드래그니티 암즈-미스틸라는 카드가 있다.
- 라이트 노벨 <대 마도학원 35시험소대> 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무기. 이름의 유래 그대로 신을 죽이는 힘의 열쇠로 취급된다.
- 온라인 게임 《라그하임> 에서 퍼롬 종족이 착용 가능한 480레벨 창 이름이다. 허나 이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유는 타 클래스와 달리 퍼롬의 400~520 레벨 무기의 공격력이 타 클래스에 비해 낮아서 520 무기 조차도 쓰지 않는 게 주요 이유로 꼽힌다.
6. 관련 문서
[1] 여담으로 일본 매체를 통해서 접한 사람은 '미스트루틴'이라는 이름으로 아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미스틀틴을 일어로 옮긴 ミストルティン(미스토루틴)을 중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이다. 궁그닐과 비슷한 사례.[2] 혹은 겨우살이가 나무가지에 가려져 있었어서 있는 줄 모르고 맹세를 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어느쪽이든 라마야나의 라바나가 인간과 원숭이에게 죽는다거나, 아킬레우스가 유일하게 무적이 아닌 뒷꿈치에 화살을 맞아 죽는 등 다른 신화에서도 흔히 보이는 '사소하게 넘어갔던 부분 때문에 무적이라 생각했던 존재가 죽게되는 이야기'의 전형이다.[3] 혹은 자기 자식들이 오딘과 다른 신들 때문에 자신의 품에서 떨어져서 오지에서 생고생을 하게 된 것에 원한을 품고 오랫동안 이를 갈아오던 로키가 이를 빌미로 삼아 발두르를 죽이기로 결심했다고 해석하는 케이스도 있다.[4] 이 과정에서 오딘은 엄청나게 차인다. 본디 오딘은 그 어떤 정순한 여성도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는 매혹의 룬 마법을 지니고 있는데, 라그나로크가 가까워오면서 이것이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고대에서 시라면 역사의 전승 아니면 세레나데 용도로 쓰인 게 대부분인데, '''시의 신이며 마법의 신'''인 오딘이 필멸자 여자한테 구애를 하다가 '''죽빵싸대기'''를 맞거나 여성이 구애를 받아주는 척 하고서 바람맞히는 등의 에피소드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5] 하지만 위키 작성자들도 그렇고 미스틸테인으로 아는 사람이 꽤 많다. 어차피 의미는 같으니 큰 문제는 없다.[6] 애초에 'mistilteinn'은 원래 그냥 겨우살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이걸 '미스틸테인'이란 고유명사로 번역하는 대신 보통명사인 겨우살이로 번역한 거라, 틀리진 않았다.[7] 들어가는 재료들 이름중 여린 나뭇가지와 어머니의 악몽, 장님의 어리석음, 로키의 속삭임이 있다. 위의 신화 원전을 읽어보면 매우 적절한 이름들이다.[8] 엘프의 보물 미스텔테인이 화살 형태를 가지고 있고 파프니르 무기는 검이라는 점에서 전자는 2의 것이, 후자는 3의 것이 모티브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