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보나라
1. 이탈리아어 단어
'''Carbonara'''
숯쟁이, 석탄 광부를 가리키는 이탈리아어이다. 2번 항목에서 다루는 파스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19세기 이탈리아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며 이탈리아 통일을 지지하던 비밀 결사를 지칭하는 '카르보나리(Carbonari)'는 이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카르보나리 당원들은 자신들을 카르보나로(Carbonaro, 단수 남성형)라고 불렀다. 이름의 유래에 관하여 단원들이 숯쟁이로 위장하고 활동했었다는 설과, 사회 최하층민을 대표하는 의미를 담아 이 단어를 사용했다는 설이 있다.
2. 이탈리아 요리
2.1. 개요
관찰레(없으면 판체타)를 볶아 기름을 낸 뒤(취향에 따라 올리브유를 조금 더해 볶는 건 가능) 달걀 노른자에 치즈와 후추를 섞은 소스를 면과 함께 버무린 파스타 요리이다.
대표적인 파스타 요리 중 하나로 파스타를 다루는 레스토랑에서 거의 빠짐없이 다루는 메뉴이다. 특히 로마에서는 매우 대중적인 요리이다. 메뉴명으로 쓰일 때는 '(파스타 이름) alla carbonara'로 표기한다. 스파게티를 사용했다면 Spaghetti alla Carbonara가 된다. 한글로 표기할 때는 '''카르보나라'''보다는 '''까르보나라'''라는 표기를 더 흔히 사용한다.
이탈리아의 레시피는 관찰레(guanciale)[1] 와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만 사용하거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일정 비율로 섞어 쓴다. 관찰레는 편의 상 판체타로 대체하기도 한다. 파스타에 염장육 대신 베이컨을 쓰는 것은 소스에 훈제 향이 배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현지 방식에서 멀어진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탈리아식 염장육이나 치즈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베이컨과 합성 치즈가루를 사용하는 레시피가 비교적 흔하다. 양젖 치즈인 페코리노 로마노와 염장육인 관찰레를 쓴 카르보나라는 파마산 치즈와 베이컨으로 대체한 경우와는 맛이 상당히 다르다.
이탈리아와 미국을 중심으로 유명해진 요리이며 지역에 따라 레시피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관찰레, 판체타를 베이컨으로 대체하는 것 이외에도 소스에 크림을 첨가하거나[2] 버섯, 브로콜리 등 추가 재료를 넣기도 한다.
카르보나라의 소스는 염장육에서 나온 기름과 계란 노른자가 핵심으로 마요네즈와 비슷하다. 유화를 일으켜서 소스를 만든다는 점도 유사한 부분이다.
주키니 호박을 사용하는 카르보나라 디 주키니(carbonara di zucchine)는 관찰레, 판체타 등 염장육을 쓰는 대신 주키니를 볶은 올리브유와 면수, 계란, 치즈만으로 소스를 만든다. 치즈를 듬뿍 넣어서 농도를 잡는다.
관찰레나 판체타의 기름 + 계란 노른자 + 치즈 등 지방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요리이다. 후추가 많이 들어감에도 어떤 한국인의 입맛에는 느끼할 수 있다. 정 느끼하다면 후추의 양을 더욱 늘려보자.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카르보나라의 어원이 문제로 나온 적이 있다.
2.2. 역사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의 요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1950년대 이후 신문, 영화, 요리 서적 등 매체로부터 카르보나라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전에 카르보나라와 유사한 요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세기 이후의 문헌에서 발견되는 파스타 카초 에 우오바(pasta cacio e uova, 치즈와 계란 파스타)는 돼지기름과 치즈, 계란을 사용하는 파스타 요리로 카르보나라와 조리 방식이 상당히 흡사하다.[3]
현재 전해지는 형태의 카르보나라를 최초로 발명한 요리사는 볼로냐의 셰프 레나토 괄란디(Renato Gualandi, 1921~)이다. 관련 기사 레나토 괄란디는 1944년 9월부터 1945년 5월까지 연합군의 요리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1944년 연합군이 리치오네 지방을 탈환한 것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최초로, 당시 군용 저장식품과 인근 마을의 물자를 활용하여 이 요리를 선보였다고 증언했다.
이후 약간의 과도기[4] 를 거쳐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카르보나라 레시피가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이 요리에 대해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반인 듯.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의 구체적 유래에 관해서는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흑후추가 많이 뿌려진 모습으로부터 음식에 숯 가루가 뿌려진 것을 연상하여 '숯쟁이 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 이탈리아 석탄 광부들을 위한 든든한 한 끼 요리로 유명세를 타면서 카르보나라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 같은 이름의 로마 레스토랑에 의해 대중화된 요리라서 카르보나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2.3. 한국에서
한국에서 주로 통하는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안 파스타와는 상이한 요리이다. 크림과 우유를 주 재료로 삼는 크림 소스 파스타이며 계란과 돼지기름, 경우에 따라 치즈까지 사용하지 않는다.[5]
재료나 조리법만 보면 알프레도 파스타에 가깝지만 이 크림 카르보나라는 알프레도 소스에 비해 치즈를 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레시피에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알프레도 소스처럼 치즈를 많이 넣는 경우나 베샤멜 소스처럼 루(Roux)를 사용하는 레시피도 드물게 있다.
이 한국식 파스타가 카르보나라라고 불리게 된 경위는 확실치 않다. 미국식 카르보나라는 계란, 돼지기름, 크림, 후추, 치즈를 사용한 소스에 주로 베이컨을 사용하는 파스타로,자료1자료2자료3자료4 이탈리아식에 비해 한국식 카르보나라와 재료 구성이 비슷한 편이다. 이를 근거로 한국식 카르보나라를 미국에서 카르보나라 레시피가 전파되면서 변형된 요리로 볼 수도 있다. 혹은 아직 한국에 오리지널 카르보나라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카르보나라'라는 이탈리아 요리 이름을 차용한 메뉴나 식품에 의해 한국의 크림소스 파스타가 카르보나라로 알려졌을 수도 있다.
명칭의 전파 경위에 따라 국내에서 쓰이는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의 타당성은 갈릴 수밖에 없다. 때로 한국식 카르보나라를 평가하는 이탈리아인들은 이 음식을 카르보나라라고 부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안 크림소스 파스타를 지칭하는 단어로 '카르보나라'라는 단어가 쓰여 왔기 때문에, 이미 전파 경위와는 무관하게 한국어 '카르보나라'에 '크림 소스 파스타'의 의미가 포함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작장면과 짜장면이 재료와 맛에 차이가 있다고 하여 중국인이 짜장면을 두고 '이것은 작장면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과 별다를 바 없는 이야기인 셈이다.
2010년대 중반 들어 쿡방이 유행하면서 원조 카르보나라 레시피가 많이 알려짐에 따라 크림 소스 파스타와 카르보나라를 구분해 부르는 경향이 생겨났다. 한편 서가앤쿡의 까르보나라, 애슐리의 까르보나라 떡볶이,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 등 프랜차이즈 식당 및 식품 회사에서는 여전히 카르보나라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2.4. 레시피
이탈리안 셰프 안토니오 칼루초(Antonio Carluccio)[6] 의 레시피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
파브리치오 페라리의 레시피
'''재료(2인분 기준)'''
위 재료를 구하기 힘든 경우 아래 재료로 대체할 수 있다.
'''조리법''''''1)''' 계란은 노른자를 따로 분리한 뒤 한 그릇에 담고, 치즈와 후추를 갈아넣고 섞어준다.[11]
'''2)''' 소금을 넣은 물을 끓여 스파게티를 삶는다. 조리하는 양이 많다면 소스와 섞는 동안 면이 퍼질 수 있으므로 조금 덜 익힌다.[12]
'''3)''' 물이 끓어오를 동안 고기를 먹기 편한 모양으로 썰어둔다. 스파게티가 약 2분 정도 삶아지면 준비한 재료를 중불에 볶기 작한다. 고기에서 지방이 많이 녹아 나온다면 키친타올 등으로 덜어내고 반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올리브유를 추가한다.
'''4)''' 스파게티가 적당히 익었다면 모든 불을 끄고 스파게티를 팬에 옮긴다. 팬에 면수를 조금씩 부으며 휘젓는다. 면수와 기름이 유화되어 점성을 띌 때까지 저어준다. 이 과정에서 팬에 갇혀있는 고열이 빠져나오게 된다.
'''5)''' '''1'''을 팬에 넣어 면과 버무린다.
'''참고사항''''''6)''' '''5'''를 그릇에 옮겨 담고 치즈와 후추를 추가로 올린다.
- 계란의 응고 : 팬의 표면 온도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면 속에 잔열이 많이 갇혀있는 경우 계란 소스를 투입했을 때 계란이 금방 굳어버릴 수 있다. 맛, 비주얼, 식감 모두 떨어지게 되어 요리를 망치는 셈이다.[13]
- 계란의 살균 : 완전히 익히지 않은 계란 소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올바르게 조리하지 않을 경우 식중독 위험이 있다. 날계란에 의한 식중독은 주로 살모넬라균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식품안전의약처에 의하면 살모넬라균에 한해 보았을 때 약 75도 온도에서 1분 간 가열하면 살균할 수 있다.[14] 계란을 통한 살모넬라균 감염은 확률이 낮긴 하나[15] 카르보나라를 조리할 때는 외부에 금이 있거나 오염되어 보이는 계란을 사용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으며, 특히 병균에 취약한 임산부 등은 섭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일반적인 조리 방식대로라면 카르보나라를 먹고 식중독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일부 레시피에서는 계란 소스를 팬에 투입하지 않고 면을 차가운 그릇에 옮겨 소스와 섞어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충분한 가열 과정을 거치지 않아 비교적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덜 가열한 계란을 쓰는 카르보나라가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나 걱정이 더러 보인다. 특히 여름철 등 유의 기간에는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겠다.
- 소스의 질감 : 계란 소스의 질감을 더 완벽하게 내고 싶다면 계란을 조리 약 30분 전에는 실온에 꺼내어 두는 것이 좋다. 계란이 더 잘 풀린다. 요리를 완성한 뒤 계란 소스의 점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중약불에서 팬을 가열하며 소스에 점성이 생길 때까지 저어주자. 혹은 계란 소스를 미리 뜨거운 물에 중탕하는 방식도 있다.
- 소금간 : 염장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다. 염장육을 구하기 힘들어서 국산 시판 베이컨을 사용할 경우 염도가 그렇게 높지 않으므로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춰야 한다.
- 선도가 떨어지는 계란을 사용하면 흰자 비린내가 날 수 있다. 상태가 좋지 않은 계란을 사용하는 경우 노른자만 사용하는 편이 더 좋다.
- 치즈 선택 :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맛과 향이 비슷한 편이지만, 페코리노 로마노가 더 꼬릿한 치즈 냄새를 가지고 있다.[16] 비슷한 계통인 그라나 파다노 치즈도 쓸 수는 있지만 맛이 꽤 달라진다. 페코리노 로마노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천연 치즈임에도 MSG처럼 쓸 수 있을 정도로 감칠맛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파마산 치즈가루 등으로 알려진 블렌드 치즈가루는 합성조미료가 포함된 것임에도 맛과 향이 얄팍한 편이다.
- 육류 선택 : 관찰레나 판체타는 건조에 긴 시간을 들인 염장육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는 베이컨(훈제육)과는 맛이 상당히 다르다. 관찰레는 기름이 많은 볼살 같은 부위이기 때문에 기름 소스를 만들어야 하는 카르보나라에 있어 적합한 식재료이다. 이탈리아식 염장육은 훈연 향 대신 구수한 향과 약간의 산미가 있으며 오랜 시간을 건조한 만큼 단단한 식감을 낸다. 국내에서도 소량 생산되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미국식이 아닌 이탈리안 카르보나라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염장육을 사용해 보자.
2.5. 관련 문서
[1] 돼지 볼살이나 턱살 따위를 사용하여 만드는 이탈리아식 염장육. 지방이 아주 많다.[2] 미국식 레시피. 크림소스 스파게티처럼 크림을 소스의 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계란 소스에 크림을 더하는 방식이다.[3] 계란을 제외하고 보면 유사한 요리는 많다. 간단한 파스타인 카초 에 페페(치즈+후추)를 기초로 관찰레를 더하면 그리치아(치즈+후추+관찰레)가 되는데, 그리치아에 계란을 더한 것이 카르보나라(치즈+후추+관찰레+계란), 토마토를 더한 것이 아마트리치아나(치즈+후추+관찰레+토마토)이다.[4] 한때 이탈리아 카르보나라도 크림을 사용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2차대전 종료 이후, 당시 패전국이던 이탈리아에서는 군대 보급품으로 쓰던 가루형 계란이 많이 소비되었는데, 신선한 계란에 비해 식감이 너무 나빠 크림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생계란을 다시 소비할 수 있게 되자 크림을 넣는 행위가 중단되었다고 한다.참고(2:50 부터)[5] 베이컨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돼지기름이 어느 정도 새어나오게 되지만 관찰레처럼 기름을 뽑아내서 소스로 활용하는 정도는 아니다.[6] 2017년 11월 8일 작고하였다.[7] 계란 노른자.[8] 노른자를 더 넣거나, 노른자를 더 넣고 흰자를 빼기도 한다.[9]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그라나 파다노 치즈로 대체 가능.[10] GUANCIALE, 돼지의 턱에서 볼살까지 이어지는 부위를 염장한 이탈리아식 육가공품. 간단하게 관찰레는 돼지 볼살을 염장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찰레를 만드는 부위는 삼겹살처럼 비계 비율이 높다. 직접 만든 사람의 후기. 한국에선 별로 안 쓰이는 부위. 그래서 이 부위를 따로 정형해서 소분하는 식으로 팔지 않는다. 돼지머리 생고기를 취급하는 곳에서 정형을 부탁하고 허락받는 수밖에 없다.[11] 후추는 빻는 것이 향을 내기에 더 좋다.[12] 익힘 정도에 관해서는, 면의 굵기에 따라 익는 시간이 다르므로 포장지에 적힌 시간을 참고하거나 건져서 먹어보는 것이 좋다.[13] 노른자는 약 65도 이상 온도에서 서서히 응고하기 시작한다. 다만 80도 정도의 온도에서도 계란이 금방 굳지는 않으므로 팬을 과도하게 식힐 필요는 없다.[14] 온도가 낮아질수록 살균에 필요한 시간은 길어지며 70도 온도에서 약 3분, 60도에서 약 20분의 시간이 필요하다.[15] 자료[16] 치즈 특유의 발냄새 비슷한 냄새가 난다. 치즈 향을 즐기지 않는다면 조금 고약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