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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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요나라의 창업군주.
2. 생애
872년 태어났는데 당시 거란 사회는 8개의 큰 부족들이 요련(遙輦)씨를 연맹장으로 하여 느슨하게 연합한 형태였다. 어린 시절 거란 사회 내 갈등으로 질랄부(迭剌部)의 부족장이었던 조부 야율균덕식(耶律勻德寔)은 피살, 아버지 야율살랄적(耶律撒剌的)과 삼촌들은 달아나고 자신은 할머니가 숨겨 키우는 등 불안한 유년기를 보냈다. 후에 야율살랄적은 질랄부의 부족장이 되었고 야율아보기도 그 뒤를 이어 질랄부의 부족장이 되었으며, 거란 연맹군의 총사령관인 우월(于越)이라 불렸는데 이는 그가 거란 연맹의 2인자가 됐음을 의미한다. 906년 중원의 당나라가 쇠퇴하면서 전 중국에 몰아닥친 혼란을 틈타 야율아보기는 반대파인 부족장들을 잔치에 초대하여 모두 주살해버리고 여타 7개 부족장의 지지를 받고 연맹장이었던 가한 요련흠덕(遙輦欽德)의 뒤를 이어 전 거란족의 가한에 오른다.
이후 활발한 정복활동을 전개해 영토를 급속도로 넓혔다. 여진 세력의 일부를 물리쳐 요동 진출의 발판을 삼았고, 908년 요동 남쪽으로 진출해 중국으로 통하는 발해의 주요 교통로를 차단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요사에서는 거란 태조가 20여 년을 힘들게 싸워 발해의 요동 지역을 얻었다는 대목이 나와, 903년에서 918년 사이 시점에 결국 거란의 침입으로 요동 일대를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916년에 황제라 칭했고 요하 상류인 임황에 도읍하여 국호를 '거란'이라 하였으며,[3] 그 해 7월 친히 군사를 이끌고 서쪽의 돌궐, 탕구트, 사타족 부락을 평정, 8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중국 황하 이북을 원정해 큰 전과를 거뒀다.
922년에는 막 궁예를 몰아내고 세워진 신생 국가였던 고려에 사신을 보내기도 했다.[4] 그는 주위의 나라들에게 조공을 바치도록 하였으며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여 한자를 본따 거란 문자를 창제하였고, 농업을 발달시켰으며, 황제를 종신제로 하여, 유목민의 한계를 청산하고 요나라의 기초를 다졌다. 이때 후당의 이존욱과 충돌했으나 이존욱 역시 만만치 않은 군사적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큰 성과 없이 물러났다.
그는 먼저 몽골 지역을 정벌하기 위해 서방 정책을 실시하였다. 924년 5월 조바심을 느낀 발해왕 대인선이 거란 동부를 공격하는 사태가 일어났고, 마침 서방 정책이 마무리가 된 때인 925년 9월 야율아보기는 발해 침공을 준비하였고 같은 해 12월에 출정명령을 내려 발해를 기습적으로 공격하였다. 거란의 발해공격은 상경과 가깝고 거란도의 거점이었던 부여부를 공격하면서 시작하였다. 부여부는 3일만에 함락되었고 계속 진격하여 수도인 상경이 1월 9일 포위되었고 발해는 3일이 지난 1월 12일 항복하였다.
926년 1월 14일 발해는 정식 항복하였고 멸망하였다. 그는 그곳에 동쪽의 거란국이라는 뜻의 동란국을 세웠다.[5]
야율아보기는 발해를 멸망시키고 거란으로 귀환한 후 곧바로 죽었다. 그의 장남 야율배(야율도욕)는 동란국왕으로 봉해졌으나 차남 요태종과의 제위 다툼에서 패배하자 후당으로 망명을 갔다가 거기서 죽었다. 요나라는 야율아보기 사후 순흠황후 술률평이 잠시 나라를 다스리다가 차남인 요태종에게 물려주었다.
3. 여담
중국의 땅을 영유하기를 몹시 원하였다. 중국 후당의 사신한테 황하 이북을 할양한다면 다시는 중국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제안하였지만 당연히 거절당하자 진주, 정주와 유주(북경)만 할양해도 좋다고 했으나 당연히 또다시 거부되었다. 그의 야망은 요태종 때 연운 16주로 실현되었다.
한고조와 소하에게 매우 큰 감명을 받았는지, 야율아보기는 갑자기 유방의 뒤를 잇겠다고 하더니 황실의 성인 야율씨를 중국식 성인 유씨로 개성하면서 다른 부족의 성을 죄다 소씨로 바꿨다. 뜬금없이 자기 조상들을 버리고 중국식 성을 황제가 쓰자 당연히 황실과 신하들은 크게 반발했고 이에 야율아보기는 황제의 성을 야율씨로 환원했지만 소씨는 끝까지 남겼는데 그 이유가 "난 유방은 아니지만 소하를 거느리고 싶다."라는 이유였다. 그래서 거란 8부족 중 황실 친족인 3부족은 야율씨로 남고 나머지 5부족은 죄다 소씨가 되어 버렸다. 요나라 건국 이후로는 거란의 인물들[6]이 죄다 야율씨 아니면 소씨를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중화문명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어떤 면에서는 좀 황당한 구석도 있었던 인간인 모양(...).[7]
요사에 의하면 야율아보기가 황제를 칭하기 이전인 915년 고려(이때는 태봉)가 보검을 진상한 기록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궁예가 후삼국 통일에 앞서 후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거란에 친교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발해를 멸망시켜 한민족의 만주 지배를 끝낸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사에 있어서는 원수격인 인물. 그래서인지 훗날 왕건은 발해 유민들을 받아들이고 후삼국을 통일한 이후, 거란 사신을 유배하고 선물로 받은 낙타 50여 마리들을 강제로 굶겨 죽인다. [8]
야율아보기를 비롯한 거란족은 발해 후기 때부터 발해를 원수로 여겼는데(물론 처음부터 우호적 관계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적대적 관계는 더욱 아니었다) 이 부분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추측된다. 발해가 강성할 때 거란이 발해에게 핍박을 받았거나, 야율아보기의 할아버지 야율균덕식이 피살되었을 당시 배후자 중 하나로 발해가 지목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물론 추측에 불과하며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사실 거란과 발해는 발해 말기인 900년대가 아닌 이상 딱히 원수라고 여길 정도의 흔적은 없는데 발해 내에도 거란인들이 일부 있었고(다만 고구려계 및 말갈계만큼 발해에 친연적인 것은 아니었음) 옛 고구려 때처럼 거란을 쥐어팬 것도 아니었으며 수와 당 또는 돌궐과 위구르처럼 거란을 광범위하게 복속시키고 조공관계를 맺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사이가 특별히 나쁘지 않았더라도 전성기 이후 몰락해가던 발해와 급격히 성장하던 거란 사이에는 요동지방을 둘러싼 상당한 긴장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록상 발해 멸망 후 발해인과 여진족도 상당히 사이가 나쁜 것으로 나타나는데 요나라 치하에서 발해인이 여진족을 향해 배신을 밥먹듯이 한다고 까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4. 사후
야율아보기가 죽고난 직후 쇼킹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야율아보기가 죽고 장례식 도중 황후였던 순흠황후 술률평(述律平)[9]이 야율아보기가 유언으로 신하들을 순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신하들은 반발했지만 요나라 풍습상 순장은 해야 했기에 명분이 필요했는데 이때 한족 출신이던 조사온(趙思溫)이 술률평이 야율아보기와 가장 가까웠으니 황후 먼저 순장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술률평은 아들이 어려서 본인이 수렴청정해야 하므로 아직 자기가 죽을 순 없고 대신 팔 하나를 순장하겠다며 진짜로 자기 팔을 잘랐다(...). 결국 신하들은 술률평의 팔 하나와 같이 순장당해 버렸고(...)[10] 술률평은 단완태후(斷腕太后, 팔을 끊어버린 태후)라는 별명이 붙는다. [11]
5. 둘러보기
[1] yaruud 야루드 라는 발음에가까움.[2] 거란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보기는 거란어로는 아삼키(asamki)라는 발음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 비슷한 계통인 몽골어로는 암바갼(ambagyan) 또는 암바가이(ambagai)로 읽는다. 금나라에게 피살당한 카묵 몽골의 2대 칸 암바가이 칸이 칭기즈 칸의 증조부인 카블 칸의 사촌동생이자 후임자였다. 참고로 아보기는 본명이 아닌데 '약탈자'라는 뜻의 별명이었다 한다.[3] 947년 요태종 때 국호를 '대요'로 바꾼다.[4] 당시는 아직 후삼국시대였으며, 왕건의 고려는 남쪽에서 후백제, 신라 및 반독립적 제호족 세력과 대치하고 있었다.[5] 하지만 발해는 중심부만이 궤멸되었고 아직 각 지방 세력들은 아직 온전했기에 멸망한 이후에도 정안국 등 발해의 계승국들이 생겨났다. 이 발해 부흥세력을 수십 년 동안 정리하고서야 그 너머의 고려 공략을 시작해 여요전쟁이 시작된 것이다.[6] 고려에도 쳐들어온 소배압, 소손녕 등.[7] 지구 반대편 유럽에선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프랑스 덕질을 했던 일화가 있다.[8] 다만 발해 멸망 이후 만주 지배를 상실한 부분은 발해가 지나치게 빨리 무너졌기에 방어를 제대로 못 한 것 아니었냐 혹은 심각한 내부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었냐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멸망시킨 주체는 거란족이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긴 하지만.[9] 성이 술률씨. 위구르 계통의 성씨이다.[10] 위키백과에 따르면 다른 신하들이 먼저 순장당한 뒤 조사온이 이렇게 말했고 그래서 결국 목숨을 건졌다고 나온다. 권중달 역 자치통감에서도 조사온은 살았다고 나온다. 다만 후에 '''집 정원에 운석이 떨어져 그걸 맞고 죽었다고 한다(...).''' 순장을 막은 것에도 볼 수 있듯 성격이나 능력이 나쁘지 않았기에 암살해놓고 핑계댔다거나 천벌을 받았다는 식의 서술도 보이지 않는다. 진짜로 운석 맞고 죽은 모양.[11] 참고로 중국에서는 몽골족의 원나라의 영향을 받아 한족 국가였던 명나라에도 순장이 잔존해서 명나라에서도 순장 관련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가령 황후가 순장 대상이 되어 신하들이 순장을 요구하자 황후가 "그럼 니들이 먼저 순장당해봐라"라고 하고 신하들은 다 같이 데꿀멍해버려 결국 순장당하지 않았다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