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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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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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가 1781년 무렵 그린 '단원풍속화첩'(종이에 수묵담채, 25첩, 크기 각 27x22.7㎝, 보물 제527호) 중 하나인 '''‘편자 박기’'''
한자어처럼 보이지만 순우리말이다. 영어로는 horseshoe, 중국어 간체로는 '马蹄铁'로 표기된다. 등자와는 다르다.[1]
말의 발굽에 보조하여 다는 금속제의 장치. 말 전용 신발이라고 할 수 있다. 닻이 선박과 선박 관련 분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쓰이듯, 편자 역시 말과 말 관련 분야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쓰인다.
2. 상세
원래 야생마는 부드러운 초원에서 걸어다니다가 목숨이 위험한 때에만 달렸기 때문에 편자를 착용 할 필요가 없었다. 도로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페르시아 시대에는 기병용 군마도 맨 발굽으로 달렸다.[2] 하지만 로마 제국이 부흥하면서 사람이 포장한 단단한 도로를 걷다보니 발굽의 마모가 심해졌고, 그냥 내버려두면 제대로 달리지 못하거나 넘어지는 사고가 나게 되었다. 이런 발굽의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로마인들은 말샌들(Hipposandal)이라는 금속제 신발을 신겼다.[3]
현대적인 편자가 언제 어디에서 개발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동아시아권에서는 매우 일찍부터 편자가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요동에 있는 성산시대 유적이나 전라북도 장수군 동촌리 가야고분군에서 출토된 편자 유물로 보았을 때 삼국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에서는 도입이 늦었는데, 대략 10세기 초반에 유럽에서 등장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기록이 있다.[4][5]
혹시나 편자를 다는 과정이 아플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발굽은 발톱처럼 죽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감각이 없다. 편자를 다는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면, 다시 말해서 발굽을 지탱하는 살아있는 세포를 건드리지 않으면 아무런 고통도 없다. 애초에 아프면 방어 기제로 말이 날뛰거나 저항한다.[6] 사람에 비유하면 매니큐어를 훨씬 광범위한 규모로 바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비슷한 예로는 악력을 강하게 써서 손톱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투수들이 손톱강화제를 바르는 점과 비슷하다. [7] 오히려 편자를 박지 않으면 발굽이 계속 자라다가 휘어버리면서 말이 제대로 걷지 못한다.
관리받지 못해 발굽이 휘어버린 당나귀의 발굽을 손질하는 영상
전통적으로 편자는 철로 만들어졌으나, 야금학이 발달하면서 말의 주력 종목에 맞춰서 다양한 종류의 금속으로 만들게 되었다. 폴로와 같이 급격하게 방향 전환을 하고 격렬하게 땅을 밟아야 하는 종목에는 내구성이 높은 강철을,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경마에는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을 사용한다.[8] 최근에는 선수용 운동화나 마라톤화에 적용되는 기술을 도입해서 폴리머소재로 만드는 편자까지 등장했다.
편자, 더 정확히는 전술한 말 샌들/발굽 부츠와 유사한 것을 한국에서도 사용했다. 다만 말이 아니라 소에게 신겼고, 이름도 쇠신이라 한다.
튼튼한 금속을 박아놓았으니 발굽이 마모되지 않아, 사람 손발톱이 자라듯 계속 자란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굽 높은 신발을 신은 사람처럼 말이 비척거리며 불편해하기 때문에 편자가 녹슬거나 닳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편자를 박는 일은 일반인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걸 전문적으로 하는 장제사(말발굽기술자, Farrier)라는 직업이 있다. 2014년 기준 국내에 80명 정도가 있는 희귀직업이다.(승마협회 공식 장제사는 60명) 사람 수가 적은 건 근본적으로 수요가 적기 때문으로, 다시 말해 저 정도의 인력이면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경주마/승용마의 편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일 자체가 고되다보니 양성과정에서 80%가 중도포기한다. 관련 기사
3. 일본의 말 짚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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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편자가 아닌 짚으로 만든 일종의 짚신같은 말굽 보호 장비(...)가 사용되고 있었다.
일본 전국시대에 편자가 큐슈의 일부 지역에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널리 쓰이지는 않았으며 또한 에도시대에 도쿠가와 요시무네는 아라비아 종의 말을 수입해 품종 개량을 시도하고 1733년에는 승마 교련 사관과 말에 편자를 장착시켜주는 장제(装蹄)사가 일본에 이미 있었지만, 더 이상 전장에 뛰어 다니는 것도 없었기 때문인지 이 때에도 편자는 여전히 보급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품질좋은 철이 귀했던 일본이다보니 말한테까지 철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듯하다.
결국 일본에서 편자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무려 메이지 유신 이후 부터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편자 기술은 서양 각국에서 일본으로 도입되었는데 특히 일본 육군은 1873년(메이지 6년)에 프랑스에서 장제(装蹄)강사를 초청하였으며 훗날 1890년(메이지 23년)에는 독일인 강사를 초빙하여 편자 기술의 도입과 정착에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메이지 시대 이후 편자는 일본 전국에 퍼졌지만, 농산촌 지역에까지 보급 된 것은 다이쇼 시대 이후 부터였다.
이후 1890년(메이지 23년)에는 수의사 면허 규칙이 제정되어 수의사는 국가 자격증이 되었는데 그 뒤 편자 기술자의 양성은 수의사 학교와 농학교 부속의 편자 전과로 진행되었으며 과정은 1년 과정으로 졸업 이후 곧바로 졸업증서를 수여했다.
이처럼 편자 기술은 군대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었지만,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당시 일본 육군은 여전히도 편자 기술자의 부족에 시달렸다(...). 중일전쟁에서 태평양 전쟁에 걸쳐 일본 육군은 수의사를 중시했는데, 당시의 동사무소의 병사(兵事)계는 편자 기술을 가진 민간인을 사전에 등록 동원시에는 우선적으로 소집영장을 보내 편자 기술자의 확보에 최대한 노력했다. 당시의 수의사관은 일본군에서 우대되는 존재로, 준사관인 특무상사 대우의 '수의사장'까지 진급 할 수 있었다. 또한 수의사장은 수의과대학에서 단기간만 배우고 곧바로 수의사가 되는 단기과정 또한 준비되어 있었다.
4. 여담
말굽자석(Horseshoe Magnet)은 모양이 편자와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서양에는 편자를 던져 말뚝에 걸리게 하는 게임이 있다. 게임의 명칭은 그냥 “편자”(horseshoes)이며, 우리나라에선 당연히 듣보잡이지만 의외로 공식 단체도 있으며 애호가가 많다. 미국 41대 대통령 조지 H. W. 부시는 이 게임을 좋아해 다른 나라 정상들과 편자를 던지며 놀기도 했다고.
차림새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이르는 속담으로 '개발에 주석 편자'가 있다.
5. 창작물
말이 달리는 모습을 묘사하는 의성어들은 십중팔구 금속 편자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따그닥 따그닥)로 묘사하고 있다.
영국 등의 서양권에서 U자 형태로 세운 편자는 행운을 가져오는 부적으로 쓰인다. 편자의 모양이 그리스도의 첫글자인 C와 닮았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행운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 7개의 못으로 고정하는 전통도 있었다. 이 때문인지 마이트 앤 매직 6에서는 뜬금없이 스킬포인트를 2 준다. GTA 산 안드레아스에서도 맵전역에 숨어있는 편자들을 모으는 서브미션이 있다. 반대로 끝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박힌 편자는 행운을 흘려보내는 불운, 저주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에서 불행(Misfortune) 마법은 반대로 박힌 편자를 아이콘으로 사용한다.
은수저 Silver Spoon에서는 미카게 아키가 '말은 사람을 밟지 않기 때문'이라고 유래를 설명하며 하치켄 유고에게 편자를 선물하는데, 이후 하치켄은 말에게 짤없이 밟힌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 '프라이어리 학교'에서는 말에게 씌우면 발자국이 말 발자국이 아니라 소 발자국처럼 찍히는 특수한 편자가 나오는데, 이 편자가 범인을 추리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꾸러기 수비대의 등장인물 마초는 편자 모양 부메랑을 무기로 사용한다.
[1] 참고로 등자는 안장 밑에 달린 발 받침이다.[2] Dr. Hiltrud Strasser, ''The Naked Hoof: 2000 Years of Shoeing?''[3] 이런 형태의 샌들은 발굽 부츠(Hoof Boot)라는 임시 신발의 형태로 살아남았다.[4] Clark, Bracy (1831). ''An essay on the knowledge of the ancients respecting the art of shoeing the horse, and of the probable period of the commencement of this art.'' p. 33.[5] 이상하게도 말 관련 용품들에 대해서는 서양이 동양에 비해 현저하게 늦는 모습이 나타난다. 등자만 하더라도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부터 등자가 사용된 것이 명확히 밝혀져있지만 유럽에서는 대략 기원후 800년대나 들어서서야 등자가 출현한다.[6] 때문에 굽을 박을 때는 바깥쪽으로 못이 돌출되도록 박는다. 이렇게 튀어나온 못은 잘라낸 후 줄을 이용해 꼼꼼히 갈아낸다.[7] https://en.wikipedia.org/wiki/Horseshoe#Process_of_shoeing[8] Price, Steven D. (ed.) The Whole Horse Catalog: Revised and Updated New York, Fireside 1998 ISBN 0-684-83995-4 pp. 8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