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F조
1. 개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의 진행상황 중 조별리그 F조를 설명하는 문서. 전통의 라이벌인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 '''스웨덴-잉글랜드'''가 한데 엮인 2002년 월드컵 최고의 '''죽음의 조'''.
2. 1경기 : 아르헨티나 1 vs 0 나이지리아
이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제왕 나이지리아의 맞대결이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국가 부도 사태로 인해 국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선수들이 자비를 들여 일본까지 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이 지지리 꿈도 희망도 없는 국민들을 향해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겐 축구가 있다!"'''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는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었고 상당히 고전했지만 세트피스 찬스에서 주포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각도만 바꾼 헤더 슛으로[1] 결승골을 터뜨려 1 : 0으로 제압했다. 1승을 챙겨 조 1위로 올라간 아르헨티나였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3. 2경기 : 잉글랜드 1 vs 1 스웨덴
이른바 바이킹 징크스라는 악연으로 얽힌 두 팀이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스웨덴 국적의 스벤 예란 에릭손이란 것이다. 이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그야말로 홈 경기로 착각할 정도로 일본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2] 스웨덴을 밀어붙여 전반 24분 만에 솔 캠벨이 선제골을 넣어 앞서갔다. 하지만 바이킹 징크스는 참으로 끈질기게 따라왔고 스웨덴의 알렉산데르손에게 후반 14분에 중거리포를 얻어맞으며 결국 1 : 1 무승부에 그쳐 또다시 징크스를 깨뜨리는데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 팀은 4년 뒤에도 같은 조에 편성되어 또다시 무승부를 기록한다.
4. 3경기 : 스웨덴 2 vs 1 나이지리아
이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의 득점자 줄리어스 아가호와(Julius Agahowa)는 동영상에서 나온대로 뒤로 '''재주넘기를 무려 연속으로 7번이나 하는''' 대단한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는데, 1982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마르코 타르델리가 보여준 포효 셀레브레이션, 시피웨 차발랄라의 남아공 팀 댄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베베투가 보여준 요람 셀레브레이션과 함께 월드컵 역대 최고의 셀레브레이션으로 일컬어진다. 그런데 그 선제골[3] 및 세레머니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역전패를 당해버리는 바람에 결국 F조에서 가장 먼저 탈락이 확정되어 나이지리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직전 월드컵 때, 스페인과 불가리아를 잇달아 꺾어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했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 이후 나이지리아가 16강에 진출하기까지는 12년이 더 걸리게 된다.
5. 4경기 : 아르헨티나 0 vs 1 잉글랜드
'''원조 삿포로 참사'''
이른바 포클랜드 전쟁이란 악연으로 얽힌 두 팀 간 대결에서 잉글랜드가 난적 아르헨티나를 1 : 0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실력이 좋아서 이겼다기보다는 꼼수로 이겼다고 2020년에도 회자되는 경기이다. 전반 44분에 마이클 오언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태클에 걸렸을 때 할리우드 액션을 했는데 그만 천하의 명심판 콜리나 주심마저 속아넘어가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이 성공시켰고[4] 남은 시간 동안 극단적인 수비로 일관해 겨우 이긴 것이다.
이로서 잉글랜드는 1승 1무로 스웨덴과 승점, 득실 차 모두 동률이었으나 다득점에서 밀리며 조 2위를 차지했고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갈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올라섰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이 경기의 패배로 인해 탈락 위기에까지 몰리고 말았다. 남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갈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다.[5] 여담으로 이 경기가 삿포로 돔에서 열린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이전부터 있었던 두 나라간의 악연 때문에 삿포로 시는 준전시 상태에 들어갔고, 시내의 가게들도 대부분 휴점을 했으며, 초등학교도 오전 수업만 했다.링크
6. 5경기-1 : 스웨덴 1 vs 1 아르헨티나
반드시 이 경기를 이겨야만 16강에 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32개 출전국 중 가장 강력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스웨덴을 완전히 박살내려고 초반부터 성난 사자처럼 밀어붙였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었는지 좀처럼 스웨덴의 골문을 열지 못하고 오히려 후반 14분에 스웨덴의 안데르스 스벤손이 찬 프리킥을 그대로 실점해 0 : 1로 끌려갔다. 후반 43분에 얻은 페널티킥도 실축했으나 세컨드 볼을 에르난 크레스포가 밀어넣어 겨우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역전골은 넣지 못했고 결국 1 : 1로 비기고 말았다.
같은 시각에 열린 잉글랜드 대 나이지리아 경기가 무득점 무승부로 끝남으로써 아르헨티나는 1승 1무 1패로 조 3위에 그쳐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전 날 프랑스에 이어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도 그렇게 충격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반면 스웨덴은 조 추첨 당시엔 나이지리아와 함께 2약으로 꼽혔으나 1승 2무의 전적으로 잉글랜드를 다득점으로 제치고 조 1위를 따냈다. 그 밖에 이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클라우디오 카니자가 벤치에서 퇴장당하기도 했다.
7. 5경기-2 : 나이지리아 0 vs 0 잉글랜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잉글랜드는 이 경기를 무리해서 치르려 하지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이 경기라도 이겨서 명예회복을 하려 했으나 잉글랜드의 수비벽은 정말 탄탄했다. 결국 경기는 0 : 0 무승부로 끝났고 잉글랜드는 1승 2무로 스웨덴과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밀려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1무 2패로 조 최하위를 기록해 사상 최초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했다.
8. 평가
대회 최고의 죽음의 조 넘버 1이었던 F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잉글랜드를 제외하면[6] 잘 평가해봐야 유럽 중~상위권 수준의 스웨덴, 아프리카 강호라지만 세계구에서는 그리 강팀이라 볼 수 없는 나이지리아 등에 비하면 확실히 아르헨티나는 죽음의 조인 F조 가운데서도 가장 중량감 있는 팀이었기 때문.[7][8]
첫 경기 나이지리아전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의 골로 힘겹게 승리했으나, 잉글랜드 전에서 마이클 오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억울하게 페널티 골을 먹은 것이 치명타.[9] 아르헨티나는 그 다음 월드컵에서 바티스투타를 빼고 참가해서 지역예선 최고의 돌풍[10] 이라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무려 '''6-0'''이라는 괴물점수로 깼다. 오죽하면 그걸 본 베컴이 겁에 질렸을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 스웨덴전도 한 골씩 주고받으면서 무승부로 승점 4점으로 탈락. 잉글랜드는 첫 경기에서 스웨덴 징크스를 극복하지는 못했으나, 1998월드컵 16강전의 리벤지에 성공하고 나이지리아와도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승 2무로 16강 진출. 헨릭 라르손이 이끌던 스웨덴 역시 전통의 호구 잉글랜드를 통해 승점 1점을 쌓고, 마지막 난관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16강 진출. 참고로 아르헨티나와 스웨덴의 경기에서 클라우디오 카니자는 벤치에서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퇴장크리를 먹는 진풍경을 연출하였다. 나이지리아는 그냥 2연속 16강에 진출한게 아니었듯이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력을 펼쳤으나 그게 전부였다. 잉글랜드의 무승부를 제외하면 강팀들 사이에서 1점차 패배로 승점자판기 역할을 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설기현이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동점골을 집어넣었는데, 이게 스웨덴전 당시 에르난 크레스포가 넣은 동점골의 데자뷰를 일으키기도 했다. 골이 들어간 시간이 똑같이 '''88분'''이었고 '''0-1로 뒤지면서 끝까지 상대의 밀집수비를 두들기고 있었다는''' 것까지 똑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는데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여서 그대로 경기를 뒤집지 못해 탈락한 반면 대한민국의 경우 토너먼트여서 연장전에 돌입했고 그 연장전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어 대한민국은 8강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이 조는 8개의 조 중에서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했는데 6경기 다 합쳐서 겨우 '''9골'''밖에 안 나왔으며, G조와 함께 한 경기에서 한 팀이 3골 이상 넣지 못한 조이기도 하다. 또, 재미난 사실은 이 조에 속한 팀들 중 잉글랜드를 제외한 모든 팀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1번 이상 맞붙어봤다는 것이다. 또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이전 1994년을 포함해서 이 대회부터[11] 계속 같은 조에 엮이게 되지만 모두 아르헨티나가 이겼다.[12]
참고로 스웨덴이 이 F조에서 보여준 행보는 16년 뒤, 러시아 월드컵 '''F조'''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 당시 가장 평판이 높던 우승후보인 독일 팀과 엮였으나, 그 우승 후보 팀을 조별리그에서 탈락시키는데 일조했으며,[13] 본인들은 골득실 차이로 어떻게든 '''조 1위에 올라섰다.'''
[1] 수비수가 기어이 걷어내려고 했는데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뒤였다.[2] 당시 데이비드 베컴이 일본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냈던 것도 한몫 했다.[3] 선제골도 나름 멋있었는데, 센터링을 골키퍼가 잡아내기 직전 아가호와가 직접 닥돌해서 방향만 바꿨다.[4] 경기 내용과는 별개로 베컴 개인에게는 1998년 대회에서의 실책을 만회했다는 의미가 있긴 했다. 상대편인 디에고 시메오네의 다리를 걷어차서 퇴장을 자초했던 그 발로 이번 경기에서의 결승골을 터뜨렸으니.[5] 그 경기에서 비겼을 경우에는 잉글랜드가 나이지리아한테 반드시 2점차 이상으로 패배해야만 16강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된다. 아르헨티나가 스웨덴한테 1:1로 비기고 잉글랜드가 나이지리아한테 0:1로 졌을 경우, 승점은 물론 골득실 및 다득점까지 동률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승자승 원칙이 적용되어서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 경기에서 이긴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16강에 진출하게 된다. 물론, 졌을 경우에는 얄짤없이 무조건 탈락이다.[6] 근데 2002년 잉글랜드 대표팀은 역대 잉글랜드 대표팀 가운데서도 사실 상당히 강팀이었다. 데이비드 베컴이나 마이클 오언 같은 스타플레이어들과 리오 퍼디난드, 솔 캠벨같은 최고의 수비진까지 포진해 있었기 때문. 다만 스티븐 제라드, 게리 네빌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게 불안요소였다.[7] 사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당시 국가부도 위기로 인해 대표팀이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회에 참여했다. 그들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인 셈. 거기다가 일본에서 조별리그를 치르게 된 것도 불안요소였는데, 당시 일본은 자기 편을 안 들고 한국 유치를 지지했던 아르헨티나를 엄청나게 미워했다.[8] 다만 이때의 아르헨티나는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보다도 우승 확률이 높다고 여겨질 정도로 강했다. '''이렇게 팀 내외적으로 불운이 있음에도 모두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니.''' 남미 예선에서 무서운 파괴력을 내며 1위로 통과했을 뿐 아니라 상대전적으로 밀렸던 이탈리아 같은 강호들도 평가전에서 시종일관 압도하며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주포였던 에르난 크레스포는 2년 연속 세리에 득점왕에 베론은 4000만 불에 맨유에 건너갔을 정도로, 전체 몸값이 가장 높은 데다가 조직력도 아주 좋았다. 그런데 플레이메이커 베론은 감기에 걸려버렸고, 비엘사 감독도 하향세에 있던 바티스투타를 기용하는 등 실책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에스테반 캄비아소, 하비에르 사비올라, 산티아고 솔라리, 후안 로만 리켈메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엔트리에 제외시켜버렸다. 4년 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리켈메와 캄비아소가 어떤 포스를 보여주었는지 생각한다면... 결론적으로 본선 직전까지 폼이 좋았던 선수들이 하필 본선에서 폼이 떨어져버린 것이 아르헨티나 입장에선 매우 치명적이였다.[9] 단 페널티킥을 먹고 이를 뒤집을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은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아리엘 오르테가만을 고집하다 결국 패배의 쓴잔을 들이키고 말았다.[10] 그 스페인을 플레이오프로 내던지고 지역예선 실점 총합이 고작 1점에 불과했다.[11] 서로 다른 조에 편성된 1998년과 나이지리아가 본선진출에 실패한 2006년은 제외.[12] 이후 두 팀이 함께 출전한 2010년, 2014년, 2018년 이렇게 3개 대회 연속 같은 조에 편성되어 공교롭게도 모두 1골 차의 아르헨티나 승리였다. 다만 1994년은 아르헨티나가 이겼지만 나이지리아가 조 1위로 올라갔다. 아르헨티나는 조 3위를 기록하고 3위 6개 팀들 중 높은 순위를 받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13] 그러나 정작 스웨덴은 독일한테 1:2로 역전패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