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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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SF)문학론
3. 정치, 사상론
4. 2010년대의 행보와 암 투병
5. 작품 목록
6. 복거일 소설의 특징과 개인사


1. 개요


복거일(卜鉅一, 1946년 3월 20일 ~ )은 대한민국소설가시인 겸 시사평론가이다. 본관면천(沔川)이다.
충청남도 아산시[1]에서 태어나 미군 기지촌에서 자랐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을 쓴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상학과를 1964년에 입학하여 1968년 졸업했다. 60년대 말 최전방에서 포병부대 관측장교로 복무하며 북한군과 교전을 해봤고 사회로 나와선 무역회사, 은행, 선박회사 등에서 16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이때 노동운동도 했던 것 같다. 여기서 쌓은 경험들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높은 땅 낮은 이야기>에서 나오는 전투와 죽음에 대한 묘사, <비명을 찾아서>에 담긴 주인공의 생생한 직장생활 묘사 등이 대표적이다.
1983년에 창작에 전념키로 작정하고 늦깍이로 문단에 발을 들여 1987년에 작품을 발표했다. 대표작인 <비명을 찾아서>, <역사 속의 나그네>, <파란 달 아래>는 모두 SF 소설이며 <비명을 찾아서>는 한국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즘 소설로 꼽힌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논객활동에 전념한 탓에 소설가로 언급되기 보다 경제/시사 평론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장주의 우파 작가이며, 우파 작가 모임인 문화미래포럼 대표를 맡았다.

2. (SF)문학론


인문학과 자연과학 양쪽에 지식이 풍부하고 히피 문화도 탐구하는 등 폭넓은 교양을 쌓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사회의 인문사회학적 변화상을 정말 상세하게 그려낸다. 외형적 묘사, 기껏해야 (작가 자신의 생각이 담긴)철학적 묘사에 그치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미래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까지 손을 뻗친다. 이 바닥이 원래 그렇지만 특히 SF의 경우엔 독학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의 제자나 후예는 딱히 없다. 꾸준한 SF 발표라는 점에서 최근 작이 매우 드문데도 불구하고 한국 SF계에서 매우 독보적인 존재. 한국 SF의 첫번째 흥기였던 80~90년대에 활동한 작가중에 살아남은 몇안되는 작가이며 장편작가로선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았다.[2] 한국 SF 작가풀은 2000년대 들어 배명훈이나 김보영이 가세해서 약간 더 숨통이 트였고 2010년대 후반에가서야 양적으로는 제법 늘어났다.
다만 다른 SF작가들과는 달리 사변주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관념적인 작품을 주로 내서 작품 평가에 진영논리가 끼어들기 때문에 평이 극과 극이다. 여기서 사회주의라는 의미는 작품이 좌파적이라는 것이 아니고, 다음과 같은 의미이다. 구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과학입국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SF를 장려했고 과학발전에 따른 사회주의적 유토피아 건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주로 장려했다. 역설적으로 자유롭게 주제를 발표할 수 없었던 반체제 작가들은 그런 점을 이용해서 '''SF를 통해 소련사회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복거일이 많은 SF에서 맘에 안드는 정책을 비판하는 건 이 오랜 전통에 기반했다.
한국 SF 작가중엔 드물게 과학에 해박하며, 특히 생물학에 애착을 보인다. <쓸모 없는 지식을 찾아서>에서는 경제학과 생물학을 연계시켜 논평하기도 했고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에서는 진화심리학을 논증수단으로 활용했다.
다른 장르 소설가들에 대해 논평한 적도 있는데 이우혁이영도[3]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젊은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싱싱한 힘이 느껴진다'거나 '탁월한 이야기꾼이다'라며 호의적인 평가 또한 내렸다.

3. 정치, 사상론


SF에 관심없는 일반인에게는 "영어 공용화론"으로 대표되는 괴짜 평론가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 주제로 박이문과 논설문 배틀을 뜬 것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유명했다. 그래도 2000년대 초반 까지는 논란 속에도 인물과 사상 등에도 기고하며 "겨뤄볼 만한 우파 논객"으로 거론 되기도 했었다. 복거일 개인 역시 '주류 정설'(시장주의)의 우위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진보신당과 같은 사민주의를 포용하자고 주장하는 등 다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설들이 활발하게 나와야 사회가 진화할 수 있다"라는 논지. #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영미의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을 즐겨 인용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자들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프리드먼을 자주 인용하며, 그 관점에서 글을 썼다. 영어 공용화론, 원화 폐지 및 달러화 도입론, 쌀시장 개방 지지로 대표되는 주장을 내세워 내세웠다가 가루가 되도록 까이기도 했다.
이런 강경한 시장+자유주의적 논의들은 외부필진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한, 게다가 우파적 스탠드의 조선일보조차도 바로 반박 칼럼을 올릴 정도로 충격이 컸다. 경제가 개막장에 접어들어서 미국의 원조만을 바라는 제 3세계 국가나 50년대 한국조차도 자국 통화폐지는 하지 않는데, 이는 민족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에 따라 벌어지는 경제적 리스크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영어 공용화의 경우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이나, "복거일의 영어공용화론: 혹은 진보의 성배를 찾아서"(블로거 소넷의 글)를 참고하자.
사상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재벌의 불공정 행위마저도 하이에크를 들어 합리화할 정도로 오독하고 있다는 것. 하이에크는 자유시장 못지 않게 공정경쟁을 중시했다는 것을 참고하자.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면 아무도 시장에 뛰어들지않는다. 게다가 밀튼 프리드먼은 생전에 유로화같은 정치적 통합 없는 통화연합/외국통화 도입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이었으며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거부하면서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바라는 기업들의 행태를 경계했다.
우파라기 보다는 "숭미주의자"라고 보는 게 더 좋을 정도로 미국을 "절대선"으로 생각한다는 평가도 있다[4]. 그래서 한때 조선일보와 함께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하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명백한 미국의 침략전쟁이었던 이라크 전쟁마저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을 도와 참전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
심지어 어떤 칼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에 '''미군이 계엄군으로 들어갔으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비평집 <진단과 처방>에 나온 글로 주한미군 철수나 미군 범죄 비판하는 세력들에 대한 반박글에서 나왔다. 미군은 민주적인 시민군대라서 광주의 비극은 없었을 거라는 논지.
기업의 자유의지를 극단적으로 강조하여, 심지어 과거에는 비판했었던 대한민국의 70 ~ 80년대의 관치금융이나 재벌의 독점같은 경우는 사실상 자유시장 원리에 해로운 부분임에도 위에 설명한 이유로 찬양하고 기업 독점을 옹호하기도 한다. 심지어 모 회장님이 아들 문제로 폭력행사를 한 사건에 대한 대중의 비난도 반기업 정서로 비판한다.
복거일은 헤겔식 역사관을 가지고 역사는 특정 지점으로 수렴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여기서 그의 "진보"는 일반적인 의미의 진보와는 좀 다르며, 말하자면 자신이 보기에 가장 "진보"적인 나라인 미국이 보여주는 모든 게 진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자신은 보수나 진보 등의 정치적 진영과 달리 인간의 "기술"에 의한 발전을 신봉한다고한다. 80년대는 그 자신이 고백했듯이 사회주의에 애정을 가졌고 지금은 신자유주의에 애정을 가지는 것이 각각 이 이념들이 인간의 진보와 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믿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진보주의적 믿음에서 한발 더 나아가 봉건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는 역사 발전을 위해서 '''없어져야 마땅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영어 공용화론을 주장한다.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에서 왕조 말기의 조선을 까는 게 같은 논리였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황석영이 동행하자, 그가 종북주의자라며 이문열이 동행했어야 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사실 이러한 사고 방식의 변화는 19세기말 아시아 지식인들에게 많이 퍼져있던 사고방식이었다. 일제 연간 당시 수많은 선각자나 원로 문학가들이 꿈꾸었던 사상의 근간은 사회진화론과 극도의 자본주의와 인종주의였다. 이런 시대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이광수가 내놓은 작품이 민족개조론이며 윤치호의 절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메이지 유신 연간에도 '''일본어 완전 폐지'''와 일본민족의 혼혈화를 주장한 개화지사가 있었다. 복거일의 이론 엘리트주의는 이들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초기작인 <비명을 찾아서>에서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광수 식의 절망적인 민족론과 동양인, 특히 일본인들의 서구에 대한 열등감을 맹렬하게 비판하고 자국어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복거일이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을 과거 동아시아 주류 문명권이었던 '''중원'''에 빗대고 있는 다음 인터뷰를 보아도, 자신의 문화권에 대한 변방 의식은 분명한 듯하다.

(전략) 백호 임제(白湖 林悌·조선 중기 천재 시인)가 돌아가실 때 뭐랬는지 알아? 5호 16국이니 뭐니 하면서 선비족 돌궐족 여진족 다 중원으로 가서 천자 칭호하고 황제가 됐다, 그런데 우리 조선은 한 번도 못 했다, 조선 땅에 태어난 게 부끄럽다. 그러니 (나 죽었다고) 곡(哭)을 하지 말라 했다고. 나도 그래. '''이 문명의 변두리 나라'''에 태어나서 한 번도 '''중원인 미국'''에서 학설 하나 못 폈다고. 근데 한 가지는 건졌어. 문명권의 변두리 지식인 눈에 비친 세상, 그건 보편적인 것 아냐? 그걸 소재로 소설을 썼어. ‘높은 땅 낮은 이야기’(1988년) ‘보이지 않는 손’(2006년)이 바로 그거야. (후략)


4. 2010년대의 행보와 암 투병


"역사 속의 나그네’ 세 권(4∼6권) 매듭짓고 세 권 더 썼어. 논픽션도 여섯∼일곱 권 분량이 되고. 나도 놀랄 정도야.”[5]

2012년 3월 이화여자대학교의 특강중에 "여자는 항상 혼외정사의 의도가 있어"라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홈페이지나 블로그 같은 걸 운영하지는 않았다. 과거 <파란 달 아래>에서 가장 선구적으로 독자들과 소통했던 것을 감안하면 참 안타까운 측면이다. 그의 작품과 글들을 보고 싶다면 그의 팬이 운영하는 여기를 참고하자. 아래에 언급되는 '역사 속의 나그네'도 수록되어 있다.
2014년 3월에는 2년 반째 간암 투병중이라는 뉴스가 올라왔다. # 소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치료를 거부한 것이지만, 남들도 이럴까봐 두렵다는 소감을 올렸다. 죽음을 상당히 덤덤히 맞고 있는 편이지만 회한도 많은 편. 대표적인 인터뷰로는 #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와의 인터뷰를 참고하자. 그러나 2011년 암 선고 이후 2020년에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건강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경제원 주최의 이승만 시 공모전의 심사위원이었다. 하지만 이 공모전은 이승만 시 공모전 세로드립 사건 때문에 시끌시끌했다.
2017년 6월 2일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는 최순실 사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결정적 사유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서투르긴 하지만 용감한 시도였다. 정부의 돈이 편협한 작품에 들어가는 건 막아야 한다." 라며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반(反)박근혜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이념에는 무지한 젊은 세대들이 경제난에 불만을 품고 일으킨 일"이라고 폄하하면서, 보수 진영의 탄핵반대 운동(일명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빛난 보수의 희망적 증거"'라는 식으로 감쌌다.[6] 자유시장경제정책에 대한 신념은 여전해서 "자유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선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난 18대 대선에서 들고나온 경제민주화 공약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편으로는, 언론 인터뷰에서 작가 본인이 우파논객이란 명함에 취해 작품에 집중하지 못한게 후회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5. 작품 목록


데뷔 후 초기 수년간의 복거일은 순수 문학이 달성하지 못한 성취를 완전히 한국적인 SF 문학(과학소설)으로 달성한 선구자라고 단언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서구)문명권의 변두리(한국) 지식인 눈에 비친 세상"이란 보편성을 달성한 것이다. 이것은 저자나 평론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비명을 찾아서>가 인기를 얻은 건 88올림픽 개최를 자랑하는 군사정권에 대한 풍자와 조롱 때문이다. 후반으로 갈 수록 강해지는 기노시다 히데요의 성장을 제외하고는 요새 기준으로 보면 신문만평이나 블로거의 풍자 개그 수준으로 당시 사회를 빗댄 경우가 많다. 심지어 주인공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완전히 종속 경제론의 복사. 또 <파란 달 아래>의 경우, 지금이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높으신 분들에게 논의될 정도였지만 당시만 해도 연방제 통일을 언급하는 것은 코렁탕의 지름길이었다. 그런데 파란 달 아래는 버젓히 연방제 통일 국가가 나온다.
  • 비명을 찾아서 - 1987년 3월 발표한 첫번째 장편작. 신춘문예를 거치지 않고 원고지만으로 당당히 발표된 수작. 대단히 현학적이긴 하고, 80년대의 내용인 만큼 문체와 가치관이 상당히 까다롭지만 순수문학 진영과 SF 진영에서 수작으로 인정받는다. 작가도 독자도 평론가도 절대다수가 좌파인 한국 SF판에서도 비명을 찾아서 만큼은 순순히 인정한다. 발표하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 그의 데뷔작이자 최고작으로, 지금까지 세간의 평가, 판매량 모두에서 이 작품을 넘어선 그의 작품은 없다. 조선의 문화와 역사, 언어가 모두 말살된 상태에서 조선말과 한글을 찾아 되살리려고 하는 주인공의 노력이 애처로운데 막상 지금 작가의 행보는 그와 정반대인 점이 흥미롭다.
작가 개인적 측면에서는 스스로의 "변신"을 예언하는 측면도 있는데, 작가는 굳이 따지면 "불행한 뿌로메떼우스"인 이광수의 길을 따른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최후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절망"이란 단어가 비명을 찾아서에서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는 등 부정적인 단어로 몇 차례 등장하며, 자신은 이광수처럼 절망하지 않겠다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말에서 주인공 히데요와 현실의 복거일이 걸은 지향과 방향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작가는 이 소설 자체를 그렇게 중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비명을 찾아서>의 작가 복거일이 죽었다"라는 부고 기사를 보기 싫다고 했던 적도 있고, 그래서 <역사 속의 나그네>에 더욱 애정을 가져서 대작으로 써보겠다는 말도 남겼으나 논객활동으로 외유가 심해지면서 지키진 못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일 합작(?)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영화가 나왔다.
  • 역사 속의 나그네 - 두번째 장편작. 2074년의 "조선민주공화국"에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시간비행사 "이언오"의 이야기. 양산형 대체역사소설에 비해 수준 높은 고증과 임진왜란 이전의 조선어를 최대한 복원한 개념작이다. 1988년부터 <중앙경제신문>에 3년간 연재 된 후 제 1부 "시간여행자"에서 제 8부 "혁명가"까지(1991년 3권 단행본 출판), 원래는 세계역사 전반을 다루는 장대한 대하소설로 기획되었으나 작가가 논객활동 하느라 작품에 집중을 못하고, 연재처를 찾아 떠돌다가 2012년에야 탈고되고 2015년 6월 30일이 되어서야 전6권 출간되었다. SF로서는 비명을 찾아서 보다 못해도, 문학적으로는 복거일의 최고작이 될 수 있다 점쳐진 작품이었으나 이런 이유로 많은 이야기가 증발되어 완결되었지만 미완성작인 안타까운 작품이 되었다. <파란 달 아래>와 30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세계관을 공유한다.
  • 높은 땅 낮은 이야기 - 1988년 4월 작. 세번째는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어느 장교 이야기다. 내용은 GP(소설내에서는 '지피'라고 한다)에서 근무하면서 부하들이 죽어나가면서 군 생활을 하고, 북한군과도 싸우다가 제대한다는 내용인데, 사람이 픽픽 죽어나가는 모습을 담담하다 못해 무건조한 문체로 표현했다.
후속작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소설이 있는데, 첫 장편작인 '비명을 찾아서'의 영화화인 2009 로스트 메모리즈(현재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의 문제(모티브만 베끼기로 했는데 완전히 베껴버린...)때문에 소송이 일어났다. 이 소설은 그 소송 사건을 소설화한 것이다. '높은 땅 낮은 이야기'의 주인공 정이립이 나오며, 사실상의 자서전이라는 평가. 복거일은 허문명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비명을 찾아서가 아닌 높은 땅 낮은 이야기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서전은 순 거짓말이야. 더럽고 부끄럽고 잘못한 건 다 빼고 솔직하지 않지. 소설가가 소설 쓰면 되는 거지 뭐 자서전까지. 작가나 예술가는 나이 육십 넘어가면 창의성이 갑자기 떨어져. 자기 모방이 많아지고 옛날에 한 거 되풀이하고…."라고 밝혔다.
  • 파란 달 아래 - 1992년 10월 작. 하이텔에서 최초로 연재된 전문작가의 소설로 당시엔 완전히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책 말미에는 달에 관한 여러 정보, 데이터와 독자들과의 대화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다만 서두의 액자식 구성, 즉 작품 전체를 미래에 쓰여진 '소설 <파란 달 아래>'로 분류하는 통일 시대의 역사가들의 (가상) 해설이 생략되어 있다. # 액자 구성 제목의 "파란 달"은 지구를 의미한다.
시기는 연방 통일을 가정한 2037년의 미래. 북한과 남한이 달기지를 따로 건설했다(각각 김일성 혁명기지, 장영실기지). 여자 북한 우주 요원 입장에서 연애담과 통일(완전한 통일)이야기가 함께 쓰여진 책. "SF 분단문학의 이정표"라는 평과 함께 비명을 찾아서와 함께 지금도 간간히 회자되는 책. <역사 속의 나그네>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5천원의 가격으로 아직 재고가 남아있다는 말이 있으나 구하기는 쉽지 않다.
  •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 - 1994년 작. 복거일의 전반기 마지막 작품으로 마지막 작품답게 자신("재근")이 살았던 기지촌에서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사실상 기지촌이 지어져 철수하기까지 한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를 그린 소설이기도. (서문에서 부모님께 바친다고 했다.) 6.25 전쟁남로당 활동을 하다가 조부모와 큰 형을 두고 빠져나와 가족들을 죽게한 아버지의 마지막 고백이 소설의 클라이막스. # 평가
  •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 - 복거일의 2005년 판타지소설로, 퀄리티가 뛰어난데 어린이용 동화다. 자신의 정치적 감각을 투영시키는데, 점령군 수하에서 적군 앞잡이 노릇을 한 자를 옹호한 건 아무리 봐도 친일파 옹호고 적군의 지도자가 둘째부인 아들이라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북한 김정일을 풍자한 듯하다.
  •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 - 문학과 지성사. 신문 연재 소설을 모아 출판한 2001년작. '끼끗한'은 '깨끗한'의 오타가 아니다. 역시 어린이 용 판타지소설.
  •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 21세기의 친일문제- - 들린아침, 2003년 11월작. 친일파에 대한 옹호까지는 아니더래도 기존의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종 통계나 비시 프랑스 등의 예를 들면서 친일파에 대한 범위와 객관적 시각을 팩트 안에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결론이라면 일제치하 친일파를 단정하여 구분하기엔 쉽지 않으며 좋지 않은 과거라고 과거를 부정, 단절해야 하는가? 또 매번 과거에 매달리는 건 (정리하기 어려운 과거를 정리하려는 모순 때문에) 미래를 위해 좋지 않다 정도. 분량도 꽤 많고 재미있거나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2012년 표지도 일신해서 재판됨.

  • 그라운드 제로, 목성잠언집 - 목성의 가장 큰 위성 가니메데와 화성 등을 배경으로 실제로는 그 나라(북한)와 이 나라(한국)의 핵문제 이야기를 정면으로 풍자했다. 그런데 상당히 노골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이 매우 짙다. <목성 잠언집>이 더 먼저 나왔고(2002년 1월), <그라운드 제로>는 역시 정권 말인 2007년에 희곡의 형태로 나왔다. <그라운드 제로>의 경우엔 대학로 동덕여대 극장에서 연극으로 올려지기도 했는데 흥행은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이 나라"를 풍자한 국가의 대통령인 "티모시 골드슈타인"은 생전의 여러 사람을 연상시킨다.[7] 반대쪽 정치 관점의 사람들이 보기엔 짜증 많이 날 것 같은 작품. 참고로 상대방 나라의 지도자 메가리스는 아무리 봐도 북한의 김모씨 부자를 연상시키며,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김일성이 암살당한 듯하다는 음모론을 여기서 써먹는다.
  • 애틋함의 로마 - 2008년 작으로 오랫만에 문학과 지성사에 출판한 작품. SF소설 단편집. 대부분이 SF이다. 일부는 '그라운드 제로'와 똑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 내 몸 앞의 삶 - 2012년 12월 작. 5년만에 나온 11번째 장편이다. 중국에게 예속된 207X년의 북한을 그렸다. 북한에서 반중활동을 하다가 김일성 가계의 몰락으로[8] 25년만에 강제노역에서 풀려난 44세의 주인공 윤세인이 자기도 모르고 임신시킨 애인 박민히의 딸 '신지'의 결혼자금을 위해 중국 부호에게 정신만 남기고 1100만 위안(현재 환산하면 219억이 된다)에 몸을 64세로 바꿔파는 내용이다. 그런데 또 그 몸은 한번 바꿔친 리진호라는 청년의 몸으로, 역시 30년이 흐른 몸이었다(...) 작가 본인은 정체성과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데, 이번에도 딸이 나오고, 40대 리즈이던 60대 작가의 글이라는 것이 낯설지 않다. 2014년의 인터뷰로 간암 투병 상태에서 쓰여졌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문학과지성사.
  • 오장원의 가을 - 1995년쓴 시집. 가끔 복거일의 문학을 보면 시가 자주 인용되는 경우도 있는데(대표적으로 비명을 찾아서), 그게 모두 자작시다. 문학과지성사.
  •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 - 2002년. 김영사 펴냄. 환상문학 장르 전반을 훑어내리고 있으며 한국의 현대 판타지 소설로서는 퇴마록드래곤 라자 두 작품을 비평의 도마에 올렸다. 이우혁의 '퇴마록'에 대해서는 국수주의적이고 어설픈 인도주의로 가득 차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기교도 떨어지기 때문에 권장할만한 작품은 못 되지만 글을 처음 써보는 작가 특유의 싱싱하고 강한 힘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읽히는 글이며 앞으로도 계속 읽힐 것이라고 전망을 내렸다.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에 대해서는 문체가 미흡하고 세계관이 비논리적이며 결말이 작위적이지만 12권에 걸쳐서 이야기를 따분하지 않게 풀어내는 솜씨는 훌륭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 쓸모 없는 지식을 찾아서 - 1996년작.
  •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 1998년작. 제목이 "국제화"가 아니다. "영어 공용화론"을 최초로 표방한 그의 문제작. 고등학교 문제 지문으로 인용된다. '글쓴이의 의도를 비판하는 것을 고르시오.'같은 지시문이 딸려나오거나, '우리말을 지켜야 하는 이유' 등을 설명할 때 인용된다. 당연히 좋은 뜻이 아니다.
  • 현실과 지향, 진단과 처방, 소수를 위한 변명 - 1990년, 1994년, 1997년 문학과지성사 출판. 경제/시사평론집. 다만 기존의 다른 평론집과는 주장하는 바가 좀 많이 다르다. 논은 환경 파괴적이라든지 , 외국인 정치가를 영입하자든지 , 음란물은 청소년에게 '유용'하게 쓰여 성범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니 허용해야 된다든지(...). 세 권 모두 논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 각각 2003년2005년 출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판.

6. 복거일 소설의 특징과 개인사


1. 서문에는 다른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데, 출처도 밝힌다. 가끔 작정하고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작품의 구절을 인용하는 경우가 무척 많으니 조심해서 읽을 것. 세계관 해설 비슷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슷한 기법을 사용하는 잘 알려진 작가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다.)
2. 부녀관계가 강조된다. 1. 비명을 찾아서처럼 주인공이 딸을 위해서 살인하거나, 2. '애틋함의 로마'의 단편인 '서울, 2029년 겨울'은 정자은행에서 받은 정자로 태어난 딸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찾으러 가거나, 3. '꿈꾸는 지놈의 노래'에서는 고대인의 복제인 딸을 키우는 생물학자가 나온다. 4.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의 주인공(딸)에게는 아버지만 있으며, 5. '내 몸 앞의 삶' 역시 주인공이 딸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한다.
하다못해 '역사 속의 나그네'에서는 (미래의) 태어나지도 못한 태아 상태의 주인공의 아기가 딸이다. 실제로 복거일은 딸만 한 명 있는데(1983년생), 희곡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삽화를 담당했다. 책을 발간할 때마다 딸을 자주 언급하는 걸 보면 무척 아끼는 딸인 듯. 오랫동안 고향이 가까운 대전광역시에서 살았으나 2002년을 전후해 딸의 대학 진학으로 서울 은평구 수색동으로 전셋집 상경하면서 '서울 아닌 곳에서 살기란 참 힘들다'라는 평을 남겨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3. 과학적 지식이 많이 나온다. 심지어 분단문학인 '높은 땅 낮은 이야기'마저도 갑툭튀한 과학상식이 나온다. 본격 SF인 '역사 속의 나그네', '파란 달 아래', '그라운드 제로'는 물론이다. 의외로 "비명을 찾아서"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이한 점.
4. 정치적 성향이 분명하고 강한 소설을 쓴다. 앞에서 말했듯 <보이지 않는 손>, <그라운드 제로>, <목성 잠언록>이 대표적. 작품 속에서도 시장경제를 드러내 놓고 옹호하는 편이다.
5. 자기가 쓴 시(詩)들을 작품속에서 자주 인용한다. <비명을 찾아서>에선 주인공 직업부터가 시인이다. <오장원의 가을> 한권을 낸 것을 제외하고는 소설에 전념해온 작가이나 시업을 완전히 놓진 않은듯. 책 속에 나오는 가상의 시인들의 시는 죄다 그의 작품. 단, 그가 무척 애호하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것을 수록하는 것이 예외다. 김현 평론가는 40대의 복거일에 대해 '예이츠의 시에 대한 절망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1] 당시는 아산군이었으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역사 속의 나그네의 주인공의 고향도 아산이다.[2] 듀나는 평가는 둘째치고 제대로 된 장편하나 못쓴채 단편집 3권만에 전성기가 막내렸고, 장강명은 학생, 기자생활하다 2013년부터 전업작가가 되었다.[3] 다만, 복거일의 드래곤 라자 비평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평가가 대다수라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비평으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4] 사실 우파 자체가 사회의 갑작스러운 진보 대신 현실의 가치 고수와 그에 대한 소소한 수정을 통한 현상 유지를 지향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친미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민족주의든지 "숭미주의"든지 현상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버릴 수도 있는 것이고 반대로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5] 여기서 3편 더 썼다는 것은 <내 몸 앞의 삶>을 포함한 다른 작품으로 보인다.[6] 정작 최순실 게이트 당시 복거일은 특별 기고를 통해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가 완전히 상실되었으므로 하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국이 보수에게 불리해지자 진영논리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7] 목성잠언록에서는 '그 정권에서 그나마 가장 시장주의적인 사람이 티모시 골드슈타인'이라거나, 티모시 골드슈타인 퇴임 후의 원만한 말년도 그려내는 등, 어느 정도 온건한 평가들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아예 티모시 골드슈타인의 대에 위성이 멸망했다는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그 증오가 더욱 증폭된 측면이 있다. 여담으로, 티모시 골드슈타인은 연극에서 여성 배우가 연기하였다. 원 희곡의 야당 당수 역이 혹자(...)를 연상시키는 여성이었다는 걸 고려하면...[8] 김씨 왕조 몰락 후 새로운 주석이 들어선 상태. 그래도 제 나라는 조선이고 남한은 남조선으로 부르는 건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