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5장
- 은하영웅전설 OVA 70화
- 시기 :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 표준력 1월 12일 ~ 14일 0시 45분
2. 배경
버밀리온 성역 회전 이후 동맹군에서 전격 퇴역하여 부관 프레데리카 그린힐 소령과 결혼하고 그토록 꿈꾸던 연금 생활을 영위하던 양 웬리 퇴역원수는 겉으로는 과거를 다 잊어버리고 평화로운 노후를 즐기는 것 처럼 보였으나 사실 은하제국에 대항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패전 직후라 은하제국군이 고등판무관부를 설치, 하이네센에 주둔하여 양 웬리 퇴역원수를 포함한 동맹 정부, 군부의 전현직 인사들에 대한 세밀한 감시망을 펼쳐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행동을 보여서는 안되다보니 이 계획은 처음부터 매우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양 웬리에게 참패를 경험했던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이 고등판무관으로 하이네센에 부임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렌넨캄프는 전형적인 '모범적인 무인'으로 자신이 겉으로는 전혀 군인답지 못한 양 웬리에게 참패를 경험하자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으나 속으로는 매우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고 심지어 정상적인 판단력마저 흐려지며 고등판무관으로써의 직무도 잊어버린채 거의 월권에 가까운 행위를 벌여[1]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를 일으키고 만다.
'양 웬리는 제국에 대항할 계획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엄밀히 맞는 말이었으나 양 웬리는 관련 증거를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렌넨캄프의 행동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바였으며 최소 5년 정도 조용히 미래를 구상할 시간을 생각해두었던 양 웬리는 군인 생활 내내 꿈꾸던 연금 생활을 불과 100여일만에 마감해야만 했고 황급히 하이네센을 탈출해야만 했다.
달리 생각해둔 바도 없어 하이네센을 탈출 했어도 양 웬리는 특별한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우주를 떠돌며 전 우주의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만 있었다. 다만 느긋한 양 웬리와는 달리 전 우주의 정세는 양 웬리를 중심으로 매우 바쁘게 움직였는데 자유행성동맹의 '죄'를 규탄하고 치뤄야할 댓가를 치루게 하겠다 천명한 제국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공개적으로 양 웬리를 제국의 품으로 끌어넣고자 했고[2] 자유행성동맹의 현 상황을 비판하여 전격적으로 이탈을 선언한 엘 파실 혁명정부도 양 웬리가 자신들에게 합류하길 원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알렉스 카젤느를 위시한 참모진은 엘 파실 독립정부로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양 웬리 본인은 아직 자유행성동맹에 대한 일말의 '미련'이 남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3] 그러나 자유행성동맹 정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아래에서도 어떠한 행동도 하지않은 채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고 보유자금이 바닥난 양 웬리는 결국 미련을 접고 엘 파실측에 전격 합류했다.
그렇기는 하나 엘 파실 독립정부는 아직 기반이 미미했고 양 웬리도 일단 환영받긴 했으나 엘 파실 수뇌부들로부터 완벽하게 신뢰받고 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 한번의 실패가 파멸로 이어질 수 있어 양 웬리는 엘 파실의 신뢰도 얻고 '''민주공화제의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하여 회랑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여주어 전 우주에 자신의 뜻을 전하겠다는 기초적인 구상을 제시하였고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능력으로는 은하제국은 커녕 자유행성동맹조차 어쩌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던 엘 파실 정부측이 이 구상을 받아들여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3. 공략 준비
양 웬리 퇴역원수는 한때 수만 척에 달하는 웅장한 함대를 이끌었으나 이 시기에는 보잘 것 없는 '함대'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소규모 병력만을 지휘하고 있었다. 문제는 엘 파실 독립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긴 했으나 양 웬리의 소규모 병력이 바로 엘 파실 혁명군이 되었을 정도로 이 보잘 것 없는 양 웬리의 '함대'에 준하는 무력조차 없었다.
반면 이제르론 요새에는 명장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이 지휘하는 약 1만 5천척의 정예함대가 주둔하고 있어 전면전에서는 아무리 양 웬리라 할지라도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양 웬리는 수 년전 이제르론을 포기하며 먼 미래를 대비한 놀라운 '방법'을 남겨놓았고 이 덕분에 제국군에게서 간단하게 요새를 탈환할 수 있는 비책을 가지고 있었다. 정보 분야의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바그다슈 중령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요새의 동향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양 웬리의 비책을 사용할 최적의 시기를 계산하였다.
그런데 원래는 양 웬리가 직접 나서 작전을 지휘하게 되어있었으나 일선 지휘관으로 엘 파실을 떠날 양 웬리 대신 남을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중장에 대해 엘 파실 수뇌부측에서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 양 웬리는 강한 불쾌감을 느꼈으나 이것을 빌미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을 것을 염려하여 결국 양 웬리 본인이 엘 파실에 남고 메르카츠 중장이 요새 탈환 작전을 지휘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구상과 일선 지휘부의 인선까지 완료되었으나 전면전을 벌일 함대가 없는 상황에서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요새에 직접 들이닥칠 부대를 구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백병전의 달인이자 이제르론 요새의 방어 지휘관을 역임한 발터 폰 쇤코프 소장이 지휘하는 최정예 로젠리터 부대가 있어 큰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으나 자유행성동맹군 시절부터 보충병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추가로 지원자를 모집하였다. 율리안 민츠, 올리비에 포플랭, 루이 마솅고 등이 자원했고. 쇤코프 소장의 딸인 카테로제 폰 크로이처도 육전부대에 지원했으나, 결정권을 가진 쇤코프가 적당한 이유를 대고 명단에서 삭제했다. 전투가 끝난 후 카테로제가 따지러 오자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서 백병전 경험이 없는 지원자는 처음부터 배제했다'라고 딱 잘라 말해서 할 말을 잃게 말했다. 하지만 이래놓고 '그리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살벌하게 무기 휘두르는 모습은 보기 그렇거든~'이라고 덧붙이는 바람에 카테로제는 '제 어머니를 유혹할 때와 똑같군요'라고 말하며 더 열받았다.
4. 탕아들의 귀가
4.1. 신나는 루츠 낚시
엘 파실 혁명군의 요새 탈환작전이 개시된 1월 1일, 이제르론 요새에서는 갖은 방해전파가 흘러나와 통신의 악영향을 주었다. 제국군 사령관 루츠 상급 대장은 양 웬리의 공세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며 다음 날인 2일, 제국군 총본영으로부터 최초의 명령이 수신되었다.
루츠 상급 대장은 이 명령에 따라 함대를 내보낼 준비를 시작했으나 양 웬리의 공세가 코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혹 '''이 지령이 양 웬리의 계략으로부터 비롯된 거짓 명령'''이 아닌지 의심하였다.[4] 그런데 총본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오고서 불과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최초 명령을 취소한다는 새로운 지령이 명령되었다.『제국군 총본영으로부터 이제르론 요새 및 주둔함대 사령관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에게 명령을 전달한다. 즉시 이제르론 요새를 떠나 동맹 수도 하이네센의 후방을 확보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63
그 양 웬리가 상대인 만큼 루츠 상급 대장은 서로 상반된 명령이 하달되자 혼란스러워했으며 '''과연 어떤 명령이 양 웬리가 보낸 거짓 명령'''일지 고심하고 있는 와중에 '''3번째 명령이 하달되었다.'''[5]『경의 임무는 이제르론 요새를 고수하는 것이다. 출격은 불허한다. 양 웬리는 기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요새 내에 동맹 및 페잔에 대한 동조자가 잠복해 경이 출격한 후 요새를 점거하고 회랑을 봉쇄할 가능성이 있다. 반복 명령한다. 요새를 고수하라. 출격을 불허한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63
경계를 늦추지 않은 루츠 상급 대장으로써도 이런 명령은 딱히 위험할 여지도 없어 조사를 시행해본 결과 '''정말로 페잔의 상인들과 결탁하여 횡령을 저지르던 장병들이 발각되었다.''' 이에 루츠 상급 대장은 '''3번째 명령과 연결된 2번째 '출격 금지' 명령이 진짜 명령이라 판단'''하였다.『지난 명령에 관한 추가사항을 전달한다. 경의 부하 중 부정을 저질러 이를 통해 페잔과 손을 잡고 이제르론 요새를 내측에서부터 해하려는 자가 있다. 속히 조사를 실시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64
이후 '''4번째 명령'''으로 어서 일부 병력만 요새에 남기고 하이네센으로 출격하라는 명령이 왔으나 루츠는 이를 자신을 요새에서 끌어내려는 수작으로 여기고 요새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4가지 명령 모두가 바그다슈 중령이 꾸며낸 거짓'''이었다. 요새 내 100만 명 장병 중에 비리를 저지르는 자가 없을 수 없는 노릇이었고, 바그다슈는 그것을 노린 것.[6] 루츠 상급 대장은 이 거짓 명령들에 빠져 며칠이 지나 1월 7일, 5번째로 내려온 '''제국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직접 내린 출격 명령을 무시했다.''' 루츠 상급 대장은 요새를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하며 반복되는 출격 명령에도 요새를 굳건하게 지켜나갔다.
한편 출격 명령을 하달하였으나 요새에서 미동조차 보이지 않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나 [7][8] 어차피 동맹의 후방을 장악할 루츠가 없어도 전체적인 작전이 크게 어그러지는 것도 아니고 '''양 웬리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니[9] 일단은 루츠의 명령 거부 행위를 묵인하고 다시 출격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이제르론의 루츠 상급 대장은 이런 라인하르트의 판단을 알 리가 없었고 라인하르트의 2번째 출격 명령도 무시하며 요새를 지켰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명령이 하달되었다.'''
고압적인 명령에 루츠 상급 대장은 '''자신이 판단을 잘못하고 있었던 게 아닌지''' 혼란이 더욱 커졌으나 '''이것조차 양 웬리의 계략의 일부'''가 아닌지 판단을 내리지 못해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결국 양 웬리의 목적은 '이제르론을 점령하는 것'이니 그에 가장 방해가 될 자신의 함대를 끌어내려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하여 '''양 웬리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하여 함대가 이제르론을 떠난 것처럼 위장하다 요새로 접근해올 양 웬리를 격멸'''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 준비에 착수하였다. 참모장 오토 뵐러 중장은 양 웬리의 의중이 그러하다면 차라리 요새에서 움직이지 않는 게 최선이 아니냐 건의했으나 일단 작전은 완벽하였기에 더 이상의 반대는 하지 않았다.[10]『짐의 명령을 무시하고 출격하지 않겠다면 짐에게도 생각이 있다. 경의 마음대로 행동하라. 단, 동맹군을 모조리 격멸한 후에는 반드시 경의 죄상을 물으리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66~167
4.2. 본격 양 웬리 홍차빠 인증
제국군은 작전대로 1월 12일 루츠 상급대장 지휘하에 모든 함대를 이제르론 요새에서 내보냈다. 다음날인 13일 바그다슈 중령을 통해 이 정보가 메르카츠 중장에게 전달되었고 '''루츠 함대가 이제르론에서 최대한 떨어질 시기를 포착하여 공격을 시작했다.''' 엘 파실 혁명군의 공격을 보고받은 루츠는 상황이 예상대로 진행됨에 따라 이제르론 요새의 토르 하머와 부유포대, 그리고 자신의 함대를 되돌려 적을 포위섬멸하려 했으나 분명 요새에서 토르 하머가 발포를 시작해야 했음에도 '''이제르론 요새는 적군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토르 하머를 발포하지 않았다.'''
함대를 지휘하는 루츠 상급대장 대신 요새 사령부를 지키던 뵐러 중장은 적군의 접근을 기다리며 토르 하머를 발포하고자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의 뜻을 알 수 없는 통신이 요새로 수신되었고, '''이제르론 요새 전체가 기능을 멈췄다.''' 양 웬리의 숨겨진 계책이 발동된 것이다. 생각치도 못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자 뵐러 중장은 당황해 했고 멀리 나가있던 루츠조차도 왜 토르 하머를 쏘지 않는 거냐며 같이 당황했다. 그래도 , 아무리 함대 전체가 자리를 비웠어도 방어 병력은 충분했고 사태를 파악한 루츠 함대는 불과 5시간이면 요새로 돌아올 수 있어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루츠 함대가 있는 힘껏 돌아오고 있기에 쇤코프 중장을 위시한 엘 파실 혁명군은 요새를 마비시키긴 했으나 시간이 다급한 처지였다. 요새 방어병력에 비해 돌입 병력은 소수에 불과하여 시간을 너무 끌면 제국군이 요새 기능을 복구하거나 루츠 함대가 돌아올 것이고 '''요새에 돌입한 병력 모두가 몰살될 처지에 몰린다.''' 따라서 요새에 돌입할 때부터 다시 돌아나갈 생각을 달리 하지않고 막무가내로 들이닥쳐[11] 신속하게 목표로 향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72
다만 요새가 마비되며 내부의 방어시설들이 모두 무력화 되고 제플입자를 투입시켜 화기를 모두 봉쇄시킴으로써 최정예 백병전 부대인 로젠리터는 아무리 소수라도 제국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며 방어선을 찢어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뵐러 중장은 중앙사령부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수하려 했고 결국 엘 파실 혁명군은 중앙사령부 대신 23시 20분을 기해 제 4예비관제실을 장악하였다. 제국군은 그깟 관제실 하나쯤 내줘도 중앙사령부를 지키고 있으니 딱히 문제가 아니라 판단했으나 '''이것이 승패를 결정지을 최악의 패착이 되리란 것을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관제실로 진입한 율리안 민츠 중위는 '''작전대로 하나의 문장을 컴퓨터에 입력했다.'''
『러시안 티를 한 잔. 잼도 마멀레이드도 아니고 벌꿀을 넣어서』'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77/ 을지판에서는 "러시안 차 한 잔, 잼도. 마말레이드는 싫다. 꿀물도 끓여주도록"이란 괴이한 오역이 탄생했다.
5. 제국군 멘붕 및 항복
재차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요새 컴퓨터에 입력되자 요새 기능이 회복되었으나 '''모든 제어권이 점령된 제4예비관제실로 넘어가는 당혹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
황급히 요새로 돌아오던 루츠 함대는 분명 아군이 있던 이제르론 요새에서 자신들을 향해 토르 하머를 가동하려는 모습을 보고 황급하게 회피했으나 토르 하머의 발사와 동시에 '''약 1,500척의 함선이 그 자리에서 소멸되었고 약 1,500척의 함선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12] 루츠 함대의 귀환만을 기다리던 요새의 제국군은 전의를 대거 상실하여, '''이때를 기점으로 승패가 갈렸다.'''[13]
결국 자정을 넘겨 다음날인 14일 0시 45분, 요새 방어를 지휘하던 뵐러 중장은 엘 파실 혁명군 측에게 통신을 통해 '''제국군 장병들의 안전한 퇴거를 보장해달라,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요새와 자폭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조건부 항복을 선언했다. 돌입 부대 지휘관중 한 명인 율리안 민츠 중위가 즉각 조건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약간의 시간을 두고 답변해야 한다는 바그다슈의 의견에 따라 약 15분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요새 곳곳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부상병들이 늘어나자 민츠 중위는 다시 7분 뒤 제국군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며 전투는 종결되었다. [14]
뵐러 중장은 엘 파실 혁명군 측이 항복 조건을 받아들이고 '''부하들의 안전한 퇴거가 확인되자 요새 상실의 책임을 지고 사령실에서 자신의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는 '''점령군의 몇 배에 달하는''' 패잔병들이 이제르론에서 빠져나갔으며 이들 상당수가 자신들의 패배를 믿을 수가 없다며 망연자실해했다.
백전노장 메르카츠는 이 광경을 보고 '''신산귀모(神算鬼謀, 신출귀몰한 책략)'''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토르 해머 사정거리 밖으로 후퇴한 루츠 상급대장은 더 이상의 전투를 포기하고 요새에서 빠져나오는 아군 장병들을 수용한 뒤 이제르론 회랑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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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이제르론을 바라보며 그는 분노와 안타까움, 원통함을 감추지 못했고 말없이 서있을 뿐. 부관인 구텐존 소령이 이제 좀 쉬시라고 간청했지만 그 말은 들리지도 않은 듯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15]
6. 이후 이야기
루츠는 요새에서 퇴각한 이후 바로 슈타인메츠 제독의 함대가 있는 간다르바 성계로 갔다. 아직 1만 척에 이르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얼마든지 엘 파실 성계를 공격할 수 있었지만, 굳이 보복해서 무인의 명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고, 양 웬리가 직접 이 작전을 진두지휘했다고 생각해 양이 없는 엘 파실을 칠 가치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큰 손실 없이 이제르론 요새를 장악했다는 소식에 엘 파실 전역이 환호했고, 중앙경기장에서는 1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승전을 기뻐했다. 양은 승전기념집회에 출범한 이후 숙소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피했는데, 이 태도는 후세에 비판을 받았다. 독립정부 요인들은 다가올 은하제국과의 전투에 대비하여 이제르론으로 거점을 이동했다. 승리에 도취한 엘 파실 혁명군이었으나 '''마르 아데타에서 동맹군이 대패하고 뷰코크 원수와 지엔 대장이 전사했다는 보고'''가 도착함으로써 큰 충격에 빠졌다.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을 통해 이 일련의 전투는 라인하르트와 양 모두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라인하르트는 알렉산드르 뷰코크 원수가 시간을 끄는 동안 양 웬리가 이제르론을 빼앗은 것으로 생각해 '''자신을 포함한 은하제국 전체가 양 웬리 단 한 사람에게 놀아났다'''고 판단하여 크게 분노했으나, 얼마 안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을 통해 '양 웬리의 인품을 생각해보고, 두 전투의 전후 상황을 파악해볼 때' 일련의 사태는 어디까지나 우연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다. [16]
양은 뷰코크 원수의 전사 소식을 듣고서, 이럴 줄 알았으면 뷰코크 원수를 강제로라도 모시고 왔어야 했다며 자신에게 화를 냈다. [17] 실제 양이 뷰코크 원수의 요격계획을 알았더라면, 전혀 다른 작전을 세워서 공동작전을 펼쳐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긴 했다. 어쨌든 프레데리카 그린힐이 옆에서 필사적으로 다독여 주었고, 양도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양의 성격상 상처가 치유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장병들, 귀중한 군함들을 잃고 이제르론 요새마저 강탈당한 루츠 상급대장은, 애초에 명령을 무시한 게 아니라 거짓 명령에 속았다는 게 인정되어 항명죄를 벗었다. 애초에 거짓 명령으로 인해 군이 입는 피해에 대한 책임은 상급자인 라인하르트가 지는 게 당연했으므로. 물론 양 웬리에게 패한 죄는 남았지만 은하제국 황제 라인하르트를 포함해 제국군 주요 지휘관들 중 양 웬리에게 패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던 탓에 '''이제 와서 양 웬리에게 패배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도 없어''' 이 또한 유야무야 되어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18] 대신 자신의 함대를 이끌고 계속 양 웬리와 싸우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말했다시피 황제를 포함해 '''거의 모든 군 수뇌부가 13함대에게 목숨을 위협받았던지라(...).''' 다만 이후 루츠는 사실상 처벌을 받았다며 자책한다. 루츠는 페잔 지역의 방어사령관으로 보직이 바뀌었는데 그 자체는 중책이 맞으므로 어디까지나 수평적인 보직 변경일 뿐이었다. 하지만 곧 벌어질 회랑의 전투를 앞둔 상태에서 일선 함대의 지휘관이 아닌 후방의 보직으로 바뀌었다는 건 야전 군인인 루츠로선 썩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당연했다. 친구인 바렌은 이런 루츠를 위로할 겸 자신의 송별 연회를 거창하게 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 연회장에서 페잔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