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1. 로마시의 시민
2. 로마 제국의 시민
3. 오스만 제국 치하의 정교회 신자
3.1. 그리스계 정교도 터키인
4. 관련 문서


1. 로마시의 시민


이탈리아수도 로마에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나, 이 경우는 그냥 "로마 시민"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2. 로마 제국의 시민


로마 시민권자를 가리키는 말로, 로마가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건국 초기에는 1번 항목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그러나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 세계를 제패하는 과정에서 로마 시민권을 피정복민에게 개방하면서, 더이상 로마인은 로마시의 주민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게 되었고, 초기의 주류 민족이었던 라틴족과는 전혀 다른 이민족이라도 로마 시민권을 얻으면 법적으로 로마인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는 그리스 출신으로 로마 시민권자가 된 폴리비우스나 '''태어날 때부터 로마 시민권을 갖고 있는 유대인'''이었던 사도 파울로스 등이 있다. 그리고 3세기 카라칼라 황제의 안토니누스 칙령에 의해 피정복민이 로마 시민이 되기 위해 극복해야만 했던 제약이 사라짐으로써, 로마 제국의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자유민이 로마인이 되었다.
즉, 로마인이라는 단어는 '''로마가 특정 민족의 국가가 아닌 다민족 보편 제국임을 보여주는 단어'''이다. 그래서 군인 황제 시대에는 트라키아인 황제, 아랍인 황제 등 라틴족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 황제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 서로마 멸망으로 인해 제국 내에서 라틴족의 존재감이 줄어든 중세 로마 시대에도 로마라는 국가 정체성은 1453년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다만 로마가 거대한 제국이 되기 전에는 로마인이란 의외로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었던 듯하다. 자신들을 박해한 유대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트라키아인들도 로마인들을 경계했으며, 그리스인들 역시 마구잡이로 전쟁을 일으키고 도시를 파괴하는 로마인들을 곱게 보지 않았다.
이라클리오스공용어 전환 조치로 인해 라틴어가 동로마의 공용어에서 배제되고 그리스어가 공용어로 채택되어, 동로마가 '그리스 제국'으로 변질됐다는 오해가 대중적으로 퍼져있지만 이것은 오늘날 역사학계에서는 폐기된 학설이다. 그리스기원전 2세기로마에게 정복당한 이래 수많은 그리스인들이 로마 시민권을 획득했고, 위에서 서술한 안토니누스 칙령에 의해 모든 그리스인이 로마인이 되었고, 이라클리오스 시대 이전에 이미 그리스인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하고 스스로를 로마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1]
그런데 현대에는 민족주의와 민족국가 개념이 강하고 국적과 민족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 로마인은 곧 라틴인이고, 게르만인이나 그리스인 등은 로마인이 아니라는 오해가 대중적으로 퍼져있다. 맥락은 조금 다르지만 "미국인"이라면 앵글로색슨 백인만 떠올리고 한국계 미국인을 미국인이라고 취급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그리스어는 헬레니즘 시대부터 서아시아이집트에서 공용어로 사용되었고, 로마의 정복 이후로도 그 상태가 유지되었기에 동로마의 영토는 동서 분열 이전에 이미 그리스어권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로마 제국 동부에서는 그리스인이든 아니든 그리스어를 썼다. 라틴어를 썼다고 해서 꼭 라틴인이 아니었듯이 그리스어를 썼다고 해서 꼭 그리스인인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라클리오스의 공용어 전환 조치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군사 용어를 라틴어에서 그리스어로 바꾼 것일 뿐 공용어를 완전히 갈아엎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로마-동로마는 황제들의 출신만 봐도 라틴인 또는 그리스인만의 국가는 아니었다. 우선 그리스어 공용어 전환 조치를 했다는 이라클리오스부터가 아르메니아인이었고, 그 밖에도 별명부터 대놓고 트라키아인레오 1세 트라키안, 이사우리아인인 제노, 아랍인 혈통인 필리푸스 아라부스니키포로스 1세, 시리아인인 레온 3세, 이라클리오스와 같은 아르메니아 혈통인 레온 5세바실리오스 1세 등 여러 비라틴/그리스 혈통 황제가 있었다. 심지어 고트족 황제인 티베리오스 3세도 있었다. 의외로 혈통적으로 그리스인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들은 콤니노스 왕조 이후이다.

3. 오스만 제국 치하의 정교회 신자


오스만 제국은 본래 동로마 영토였던 소아시아에서 수립된 국가라서 그런지, 동로마인 뿐만이 아니라 피정복민 가운데 정교회 신자들을 모두 '''로마인'''을 뜻하는 '''룸라르'''라고 불렀고, 자국의 유럽 영토를 '''로마인의 땅'''을 뜻하는 '''루멜리아'''라고 불렀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동로마를 멸망시킨 나라가 동로마가 로마임을 입증하는 근거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또한 동로마를 멸망시킨 메흐메트 2세는 동로마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천도하고, 터키어로 로마 황제를 뜻하는 '''카이세리 룸'''을 칭하며 권위를 과시했는데, 이러한 오스만 제국의 로마 계승 의식은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메흐메트 2세 이래 오스만 제국의 황제들은 비록 무슬림이었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를 임명하며 정교회의 수호자를 자처했는데, 밀레트 제도 하에서 정교회 신자들은 '''룸 밀레트''', 즉 로마인 밀레트로 분류되었다.

3.1. 그리스계 정교도 터키인


오늘날 오스만 제국의 후신인 터키에서는 로마인을 뜻하는 룸라르라는 단어가 터키 영토에서 정교회를 믿으며 사는 그리스계 터키인을 일컫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이는 정교회를 믿는 민족들이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한 이후, 현재까지 터키 영토에 살면서 정교회를 믿는 민족[2]이 그리스계 터키인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그리스 혈통이지만 정교회 대신 이슬람을 믿는 그리스계 터키인들은 기리틀리[3]라고 부르고, 독립국 그리스에 사는 그리스인은 유난[4]이라고 부르면서 그리스계 정교도 터키인인 룸라르와는 구별하고 있다.

4. 관련 문서


  • 로마
  • 고대 로마
  • 밀레트 제도
  • 로마인 이야기[5]
  • 집시

[1] Names of the Greeks라는 위키백과 문서에 의하면 'By the time of the fall of the Western Roman Empire most easterners had come to think of themselves as Christians and, more than ever before, as Romans.(서로마의 멸망 시점에서 대부분의 동방 제국민들은 스스로를 기독교인, 그리고 종전보다도 더욱더, 로마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 the Greeks among them could no longer consider it foreign, run by Latins from Italy.(그리스인들은 it(로마 제국)을 더 이상 이탈리아에서 온 라틴인이 운영하는 외국(즉 외래의 정복자)으로 간주할 수 없었다.)'라는 문장이 있다.[2] 다만 아타튀르크 이래 터키 정부에서는 '''터키 영토에 살면서 터키어를 쓰고 터키인의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터키인이다'''라는 모토를 내세워서 모든 터키인이라는 하나의 민족임을 강조해서 공식적으로 소수민족에 대한 통계를 내지 않는다.[3] 그리스계 무슬림 터키인 가운데 크레타 출신이 많아서 크레타인을 뜻하는 기리틀리라고 부르게 되었다.[4] 고대 소아시아에 있었던 그리스 식민도시들을 일컫는 말인 이오니아에서 유래했다.[5] 일본소설가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으로 로마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에 로마사를 대중에거 널리 알린 책이다. 그래서 입문용으로는 괜찮은 편이지만 저자가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편향된 관점이 가득하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재미로만 읽어야하지, 책 내용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