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토마니아

 


[image]
이집트를 문화의 근원으로 묘사한 에드윈 블래시필드의 벽화.
1. 개요
2. 역사
3. 근황
4. 문제점
5. 이들이 좋아하는 대상
6. 창작물
7. 같이보기


1. 개요


고대 이집트의 역사나 문화, 혹은 고대 이집트에 관련된 모든 것에 열광하는 부류를 일컫는 표현. 여기서 이집트라 함은 '고대 이집트'에 국한되는 것으로, 넓게 봐야 동로마 제국 시대까지만 뜻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동로마 시대까지만 해도 고대 이집트와 문화적 연관성이 있지만 이슬람 시대쯤 들어가면 언어나 문화면에서 간극이 너무나도 커서, 그 이후의 이집트 문화라고 하면 보통 아랍 문화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아랍 문화라 해도 분명히 이집트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집토마니아라고 하면 어디까지나 아랍 문화와는 무관한 시대를 좋아하는 부류만 포함된다.
하고많은 고대 문명 중에서 유독 이집트가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신비롭고 위대한 문화'라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은 국가의 형태로는 남아있지 않고 당대에도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왕조 변천이 심해서 현실적인 사상을 지니고 있었기에 후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었던 반면 이집트는 수천년 동안 안정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 특유의 내세에 대한 사상, 태양신 종교 등 은밀한 문화에 힘을 쏟을 수 있어 현대인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었다.

2. 역사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엄청나게 오래된 취향이다. 2500년 전 헬레니즘 시대만 해도 이미 이집트는 2500년 이상의 역사를 갖춘 문화 대국이었던데다 훌륭한 관광지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 압도적인 문화에 끌려 이집트빠가 된 사람들이 당시에도 넘쳐났다.[1] 당시 지중해 사회에 있어 지금으로 비유하자면 대충 유럽이나 일본과 비슷한 지위에 있었으니 당연히 이집트 문화에 영향을 안 받을 래야 안 받을 수 없는 시기였다.[2]
하지만 중세시대 ~ 근대시대에 들어서 이집트가 이슬람화되자 이집트인들은 자국의 고대 유산을 탐탁치 않게 여기게 되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슬람교는 성상에 특히 부정적인지라 성상 빼면 시체였던 이집트 전통 문화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문화였던데다가 이미 이집트 상형문자 같은 건 이미 잊혀졌고[3] 문화재 보호 개념 같은 것도 없었던 시절이었던지라 정작 당사자들은 고대의 유산들을 그다지 귀중하게 여기지 않게 된 것.[4]
무슬림 뿐만 아니라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들도 이집트 고대 유물에 대하여 무시 및 외면은 이어졌다. 이와 달리 유럽인들의 이집트 문화재에 대한 수요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무력으로 빼앗긴 유물도 많았지만 이집트 본국의 도굴꾼들이 팔아 넘기거나 높으신 분들이 친목을 다지려고 아무 나라에나 내줘 버린 것도 허다하다. 지금 기준으로는 황당하게 보일 뿐이지만 파리에 있는 거대한 오벨리스크 역시 그때의 높으신 분들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시계 하나와 냉큼 바꿔먹은 것이다(...). 그래서 반환을 주장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모범적인 이집토마니아의 예로 손꼽히는 오귀스트 마리에트는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위대한 유물을 십년도 못 가 고장나는 시계와 바꾸고 말다니!"라고 절규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마리에트는 이집토마니아로 전설이지만 적어도 이집트 문화와 역사, 유적을 사랑했으며(심지어 조국 프랑스보다도!) 유럽 및 미국의 이집트 유물 도굴 및 반출을 막으며 이집트 유물은 이집트에 있어야 한다고 발설하고 이집트 높으신 분들을 찾아가 열변을 토하며 유물을 아끼라고 일갈하던 사람이다. 아예 이집트인들에게 자국 문화재에 대한 위대함을 가르치고 보호하도록 제자들을 양성했다. 파리에 있는 오벨리스크 반출에 대하여 절규하던 마리에트가 이집트 영주이던 무함마드 사이드를 찾아가 분노했는데 사이드조차도 데꿀멍하고 알았다고 하며 유물에 대한 건 당신에게 맡기겠다고 물러섰을 정도이다. 자국 황제인 나폴레옹 3세의 이집트 유물에 대한 욕심을 좀도둑이라고 앞에서 대놓고 까서 대노한 나폴레옹 3세가 프랑스 입국을 금지해버렸을 정도이다. 이런 이집트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보호에 대한 노력으로 마리에트는 지금도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 앞에 동상으로 남아 추앙받는다.
하지만 마리에트같이 순수한 이집토마니아는 당시에는 드물었고 특히 제국주의 시대 서양인들의 이집트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은 거의 병적인 수준이어서 이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이집트에 관한 것은 예술·문학을 막론하고 꾸준히 소재로 쓰여 왔다.

3. 근황


[image]
이렇듯 서구권에서는 매우 유구한 팬덤(?)인지라 유럽의 관광지에 가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곳에서 이집트의 조각상이 서있다거나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룩소르'라는 호텔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종 창작물 중에 이집트가 배경인 것이 굉장히 많으며 이집트 자체가 배경은 아니더라도 이집트를 배경으로 삼은 에피소드가 한두개는 등장하거나 게임에서도 이집토마니아를 끌어들이기 위한 먼치킨들이 한두 명은 등장한다.
동양권은 아무래도 서양에 비하면 이집트와 교류를 한 역사 자체가 짧기 때문에 그다지 오래된 팬덤은 아니지만, 유희왕과 영화 미이라 시리즈의 대흥행[5]으로 어느 정도 이집토마니아를 양성하는데 공로를 했다.

4. 문제점


문제는 이집토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집트'라는 나라나 매체에서 묘사되는 이집트라는 요소 자체가 '''심각하게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하고 있거나 다른 중동계 국가와 혼동되어 왜곡되어 있다'''[6]는 점이다.
지금의 이집토마니아는 제국주의 시대에 확립된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문화에 압도되어 이집트덕후가 된 이들이 상당수이지만, 이 때는 고대 헬레니즘 시대의 이집트덕후와는 달리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7] 이런 면모는 이집트에 여러가지로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각종 창작물에서 이집트를 소재로 삼으면서 이집트학에 대한 관심을 드높인다'는 긍정적인 입장[8]과 '왜곡이 난무하여 이집트에 대한 편견만 가지게 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9]
또한 인류 문화와 역사의 근원이라고 지나치게 이집트를 추종하고 '모든 인류 문화는 결국 이집트 문화에서 영향받은 거니까 짝퉁이라능!' 같은 식으로 이집트에 비해 발전이 늦었던 다른 문화권 나라들을 얕보는 이집토마니아들도 많은데, 이 역시 포지티브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해서 따지고 보면 결국 편견에 지나지 않는 시선일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이집트 문명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신대륙의 고대 문명은 설명이 안 되니까.
현대 이집트에서도 당연히 이런 걸 무척 짜증낸다. 이슬람적이 아니라고 하는 시각도 많으나, 반대로 서구 놈들이 미라나 스핑크스만 나오는 걸로 우리나라를 인식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는 것. 실제로 여행 전문가 함승모는 이집트 여행에서 알게 된 이집트인 친구와 이를 주제로 이야기하자 그 친구도 짜증나듯이 "스핑크스와 미라, 아득한 고대 유적과 그 문화만 이집트인지 아는 거 지겨워요! 이슬람이니 뭐니 이것도 천여 년에 걸친 문화인데 이건 뭔지도 모르는 거 같더군요. 더더욱 서구 놈들이 그러는데."라고 울컥해 했다고. 그러나 이집토미니아들은 여전히 이슬람 시대 이집트에 관심이 없다.
물론 이집트인 본인들도 엄연히 조상들의 문화인 만큼 고대 이집트 문화에 애착이 없지는 않고 되려 자국의 장구한 역사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이슬람적 정체성과 상충된다고 여길수도 있지만 이란인들이 페르시아 제국을 자랑스러워하고 튀니지인들이 한니발 바르카를 자국의 위인으로 존경하는것처럼 전혀 상충되는 일도 아니며 자기네들이 피라미드 세울때 세울때 대다수 다른나라들이 신석기 시대인 경우가 다수였으니 이집트인들도 자국의 고대사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10] 어느 이슬람 신학자가 우상이니까 스핑크스를 가리거나 박살내야 한다는 말을 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은 적도 있으며 같은 이슬람 신학자들도 이에 대해서 이슬람 세력이 입성하고 나서도 스핑크스나 피라미드를 우상이라며 부순 적이 있냐며 우상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단지 선입견 같은 게 싫을 뿐이다.

5. 이들이 좋아하는 대상


  • 이집트 미라[11]
  • 멤피스(이네브 헤지)
  • 룩소르(웨세트, 테베)
  • 스핑크스#s-3(셰셰푸 앙크)[12]
  • 아부심벨 대신전
  • 왕가의 계곡
  • 이집트 상형문자
  • 파라오
    • 쿠푸왕 - 대(大)피라미드를 건설한 파라오. 그리스인 헤로도토스에 의해 폭군인 것마냥 누명 쓴 분 맞다.
    • 하트셉수트 - 여성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의 대중성에 미치지는 못하나 창작물에 간간이 등장한다.
    • 아케나톤 - 이단아 파라오.
    • 투탕카멘 - 파라오 자체는 큰 업적이 없으나 그의 무덤에서 밝혀진 고고학적, 역사학적, 예술적 성과에 열광하는 경우가 있다.
    • 람세스 2세 - 고대 이집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강력했던 명군 중 하나이기에 이집토마니아 사이에서도 크게 여론이 갈리지 않는 파라오다.
    • 클레오파트라 7세 - 사실상 '고대 이집트'의 마지막을 알리는 파라오. 그냥 클레오파트라로도 많이 불린다. 그녀의 기민하고 매력적인 처세술과 대중적으로 알려진 미녀로서의 이미지 때문에 예술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파라오이다.
  • 임호텝
  • 네페르티티
  • 피라미드(메르)
  • 나일강
  • 고대 이집트 신화와 신들
  • 앙크
  • 사자의 서

6. 창작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문명 시리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 등등 서양에서 만든 역사·판타지 계열 게임 중 이집트풍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 툼 킹 - 진영 자체가 고대 이집트+언데드. 다만 언데드라고 해서 악의 진영이 아니라 중립진영에 가깝고 인류 최초의 대제국이라는 타이틀도 있으면서 원본 이집트 인들의 미라 제작을 비틀어 만든 불사 군단과 석상군단을 운용하는 복합적인 성격이다.
  • 레이디버그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릭스의 오빠 잘릴이 이집트에 관심이 많은 이집토마니아이다.

7. 같이보기



[1]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보면 이집트인들이 자기들이 원조라고 뻐기는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2] 물론 당시 지중해 사회를 제패한 국가는 이집트가 아닌 마케도니아이기는 했지만 헬레니즘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된 배경에는 이집트의 유구한 문화적 파워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이슬람 제국도 마찬가지여서 헬레니즘 제국이건 이슬람 제국이건 일단 이집트를 점령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3] 다만 완전히 잊혀진 건 아니고 피라미드 같은 건 이전부터 유명했고 아무리 상형문자가 잊혀졌다고 하지만 콥트어는 여전히 쓰였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피라마드가 옛날 왕의 무덤 정도라는 걸 알 정도의 수준이었다.[4]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여서 중세 때 스핑크스를 훼손하려고 한 극단주의 무슬림이 잡히자 술탄이 '''그를 목 매달아 스핑크스 앞에 걸어두었다.'''[5] 중국 배경인 3편과 졸작인 리부트작은 제외[6] 가장 흔한 유형이 고대 이집트 문화와 아랍·이슬람 문화를 같은 통속으로 취급하는 경우이다. 거진 중국 은나라 시대 문화, 한나라 시대 한족 문화, 청나라 시대 만주족 문화를 혼용해서 표현하는 거나 마찬가지. 특히 서구권에 비해 이집트에 무지한 편인 한국이나 일본 매체의 판타지물에서 이렇게 묘사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또 하나 예를 더 들자면 위에서 예로 든 레넥톤의 갑옷도 이집트보다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이나 히타이트 쪽 무장과 더 닮았다.[7] 이 때문에 현대의 '이집토마니아'라는 개념은 서구인에 의해 왜곡된 이집트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으며 2014년 3월부터 위키백과의 'Egyptomania' 항목 역시 'Ancient Egypt in the Western imagination'이라는 항목과 통합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제시되고 있다.[8] 재미있게도 이렇게 왜곡된 이미지의 이집트 문화에 심취하여 이집토마니아가 되었다가 연성을 하면서 '제대로 된 이집토마니아'로 돌아서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9] 이러한 미디어에 대한 대표적인 논쟁거리가 바로 이집트 왕자. 고증으로 따지면 이집트 왕자만큼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창작물도 적지만 이것도 고증면에서 문제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성에 대한 견해가 크게 갈리는 것이다.[10] 물론 개도국 정도인 현대 이집트의 모습과 찬란했던 옛 이집트의 모습을 비교해보면서 씁쓸해하는 이집트인들도 많기는 하다(...)[11] 붕대(아마포)를 몸에 감은 전형적인 이집트 미라의 모습.[12] 위의 이네브 헤지, 웨세트 표기와 마찬가지로 진짜 고대 이집트식 발음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스핑크스는 그리스인들이 자신들 신화 속 괴물 이름을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외국어의 특성상 발음 표기가 다양한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로마자로 옮길 때도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