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
1. 개요
正統性, Legitimacy
한 사회내에 그 권력기반이 되는 관념이다. 예를 들어 한국사는 한반도의 권력을 기반으로 정통성을 잇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대통령의 경우 선거를 통해 권력이 부여된 권력자라는 점에서 정통성을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1] 명분의 하위개념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이 없거나 희박하면 그 국가의 정부는 흔들리고 취약해지며 특히 내전중 이라면 그 정권이 붕괴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베트남 공화국/패망 원인참조.
2. 부여주체
주권을 가진 사람이다.
3. 부여방법
일반적으로 공화국에서는 선거, 군주정에서는 상속이다.
3.1. 왕정
정통성은 국가기반이 되는 중요한 무형적 자산이므로, 전제군주제나 절대왕정 체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후계자 선정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자신이 권력자가 될 자격이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하는 수단이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천명이다. 요순시대에 있었던 고사를 토대로[2] 형식적인 모습이더라도 새 왕조의 창업군주들은 자신이 욕심으로 권력을 찬탈한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대의명분으로 일어나 이전 왕조로부터 선양받는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썼다. 특히 이전 왕조가 몇백년간 정통성을 유지했다면 이후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더라도 새 왕조나 권력자가 이를 무시한다면 민심을 얻기 힘들어지며,[3] 형식적으로라도 이전 왕조를 존중해주고 정당하게 권력을 이어받았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혼란한 민심을 수습하려고했다.
그리고 동아시아에서는 종법 질서라고 하여 같은 혈연이라고 해도 정통성 순서를 명확하게 갈랐다. 어느 정도냐면 예송논쟁에서도 볼 수 있듯 무려 죽은 왕 가지고 정통성이 있네 없네 논쟁을 벌였을 정도다. 물론 이 시기가 그런 것에 더 민감했던 시기기는 했지만
서유럽에서 정통성은 서유럽과 지중해를 지배했었던 로마 제국으로부터 시작된다. 비록 서로마 제국이 멸망했고 수많은 국가들이 난립하는 시기가 길었지만 로마 황제라는 칭호만으로도 유럽의 지배자라는 정통성을 가지기 충분했기에 유럽의 왕들은 이 칭호를 얻기 위해 애썼다. 특히 동로마 제국이 살아있었던 10세기에 신성 로마 제국이 등장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왕권신수설은 유럽의 정치상황에서 타협적으로 등장한 이념이다. 대체로 왕의 권한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이를 부정한 왕도 적지 않았다. 주로 파문된 왕이 그렇다. 유럽 봉건제도는 왕의 통치력이 왕 개인 영지에만 국한되어 있는 극도로 분권화된 체제이기 때문에 국가란 사실상 반독립적인 영주 귀족과 좀 큰 영주에 불과한 왕의 불안정한 계약관계에 불과했다. 이것을 제3의 권력인 가톨릭교회의 권위를 힘입어 하느님과의 관계로 대체하고 왕의 통치권을 지방영주의 영지에까지 뻗는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이는 대체로 기존의 봉건제보다 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통치이념으로 작용하지만, 한편으로는 세습과 통치의 정당성을 영주과 왕 사이의 계약, 하느님의 관계가 아닌 가톨릭교회에 넘겨버렸기 때문에 교회와 교황이 개입되기 쉬워졌다.
이런 맹점 때문에 고대의 왕으로서 왕권신수설 비슷한 것을 주장한 왕들은 자신이 신이나 신의 아들을 겸했지만, 중세 이후의 유럽의 왕들이 자신이 하느님이라거나 하느님의 아들(즉 재림 예수)라고 자처하면 가톨릭 교리상 자동파문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질 못했다. 따라서 왕의 권위의 근원을 교회가 부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왕이 교회의 눈치를 보게 된다는 맹점이 존재했다. 또한 절대선으로 인식되는 하느님의 규범과 행동의 해석은 세속권력이 아닌 가톨릭교회와 교회에서 운영하는 신학대학 등에서 해석하였으므로, 왕이라 할지라도 폭정을 저지르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저항할 수 있다는 논지로 시민 저항권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3.2. 민주정
민주정에서는 선거로 정통성을 한번 부여받았다면 레임덕이 있더라도 다음 선거 전까지 정통성 자체가 훼손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지율은 정책 추진력과 관련있는 문제로, 정통성 자체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비록 민주주의 탈을 쓴 독재라도 선거 결과를 조작하거나 강압적인 투표를 할 지언정 선거제도 자체를 없애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선거가 권력의 정통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4]
3.3. 북한
현재 북한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로 정통성이 부여되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다르게 김정은은 백두산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김정일의 자식이므로 혈통 자체가 일반 국민들과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워, 골품제 비슷한 것을 만들어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전근대적 신분제 국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논리다. 왕조의 정통성은 전대 왕의 아들에게 이어진다는 논리다. 사실 뚜껑 따보면 야훼 대신 "민족"을 기반으로 한 왕권신수설이다.
북한의 세습제를 떠받치는 백두혈통은 원시적인 세습 논리체계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다. 북한에서 그토록 반대하는 "봉건적" 체계에 정확히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봉건적"이라는 용어는, 봉건제의 정의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는 전근대적인 모든 체계를 "봉건적"이라는 용어 하에 묶어서 배척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네 최고존엄의 세습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봉건적"(전근대적)인 사상체계의 정수 중에 정수인 세습군주정의 논리라는 것이 개그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애초에 백두혈통론 자체가 마르크스주의 유물론에 정확하게 반대되는 주체사상 및 개인숭배와 왕권신수설의 논리를 그대로 가지고 와서 권력 부여의 주체만 야훼에서 민족으로 바꾼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얘네 사상체계는 김씨일가의 행동에 어떠한 제약이나 견제도 허용하지 않으며, 당연히 삼권분립은 개나 줘버렸고, 통치자가 어떤 폭정을 저질러도 이를 견제할 합법적인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도자가 마음에 안 들면 살아남을 방법이 쿠데타밖에 없으니 김씨일가가 밤에 잘 때 두려움에 떨면서 자야 하는 것. 그냥 "위대한 혈통이고 민족정기를 김씨 일가가 독점하고 있으니, 한민족은 이들의 뜻에 무조건 따르라"는 수준이다.
4. 기타
재벌의 경우 기업총수가 자식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는 것을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며, 그들 중 누가 경영권을 가져가는지에 대해 언론의 이목이 쏠리기도 한다. 이는 재벌이라는 구조가 창업주가 은퇴 전까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지 않았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1] 심지어는 이름만 대통령이고 실제로는 독재자나 다름없더라도 선거제도가 있다면 선거 자체를 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선거가 권력의 존립근거가 되기 때문이다.[2] 다만 실제 요임금과 순임금의 관계는 평탄하지 않았다는 말도 있다. 순(삼황오제) 참조.[3] 삼국지의 조조가 후한의 헌제를 옹립하여 명분을 얻었고 이를 세력 팽창에 이용하였다.[4] 박정희 정권이 초기에는 평탄하게 돌아갔지만 말기에는 이래저리 골치를 썩게 된 이유도 유신헌법으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