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빈 요제프 2세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의 37대 황제다.
2. 작중 행적
선제 프리드리히 4세의 아들인 루트비히 황태자의 아들이다.
황태자 부부는 사고로 요절했고 황제의 직계손자이므로 황위계승서열은 맨 위에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명문가가 아니라서 뒷배경이 좋지 않았고,[1] 아직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강력한 계승권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4세의 재위기간에는 황태손 칭호를 받지 못했고 그냥 황제의 직계 정도로만 언급되는 수준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프리드리히 4세가 사망한 후 제위계승권을 놓고 다툼이 벌어진 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선제의 사위인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나 빌헬름 폰 리텐하임 후작에게 권력을 내줄 생각이 없었던 국무상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는 옥새를 틀어쥐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끌어들여 아직 다섯 살인 에르빈 요제프 2세를 황제로 옹립시켰다. 선제의 직계가 즉위한 것이기 때문에 제위 계승에 대해서 이견은 없었으나, 그 과정에서 문벌귀족들이 배재되었기 때문에 문벌귀족의 반발을 샀고, 결국 립슈타트 전역이 발생했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황제로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리히텐라데가 섭정을 맡았으나, 립슈타트 귀족연합이 몰락한 직후 리히텐라데도 숙청당하면서 제국재상이 된 라인하르트가 섭정 노릇을 했다.
골덴바움 왕조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고 해도, 라인하르트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치졸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 골덴바움 왕조 황제들이 흔히 바라고 행했던 것처럼, 어린 황제의 자아에 대한 어떤 억압도 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있으면 전부 들어주도록 지시했다. 이런 완전방임에 가까운 양육의 결과,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제심과 도덕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자신의 1차적인 욕구충족 말고는 관심이 없는, 아무 생각 없는 소년이 됐다. 즉, 통치자로서 완전히 부적합한 인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작중 인물들의 내면 독백을 보면, 이런 인격이 형성되도록 방임주의를 지시한 것 자체가 라인하르트의 노림수이기도 했던 것처럼 그려진다. [2]
제국의 실권을 장악한 라인하르트의 입장에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애물단지였다. 라인하르트가 어린 아이를 상대로 제위를 찬탈한다면 그 역시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이고,[3] 행여 황제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라인하르트의 탓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에르빈이 폭정을 부린다면 그를 근거로 찬탈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린아이가 무슨 폭정을 부리겠는가. 거기에다가 에르빈이 나중에 커서 철든 뒤에 정신을 차리고 대기만성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큰 문제였다.
그러나 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분쟁을 촉발시키려던 페잔 자치령에서 문벌귀족 잔당을 이용해 어린 황제를 납치하는 공작을 펼쳤고, 어찌되건 손해볼 것은 없었던 라인하르트는 페잔의 교섭을 수락하고 납치를 사실상 방관해버리면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동맹으로 망명하여 은하제국 정통정부의 황제가 됐다. 이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지가 아닌 '''유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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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A에서 그를 정중히 모셔가는(?) 장면. 아무리 봐도 유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러니 슈마허가 "이건 유괴잖아!"라고 탄식할만하다.
문벌귀족들은 그를 막연히 황실의 피를 이은 소년황제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듯하나, 란즈베르크 백작과 망명정부의 주요인사들은 개초딩 이상의 패악을 부리는 황제에게 당혹감과 실망감을 느끼고, 나중에는 분노를 드러낼 정도였다. 납치를 실행했던 레오폴트 슈마허는 황제의 전속시녀이자 개인교사에게 '''대체 어떤 식으로 교육시켰기에 애가 이 모양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 게다가 페잔으로 갈 때도 로시난테 호의 선원들에게 잔뜩 민폐를 끼치고 선장인 보멜마저도 질리게 만들 정도였다. 이러니 이런 개초딩 황제를 진심으로 끝까지 모시거나 위하려고 한 사람이 극소수 정도밖에 없던건 당연한 일.
황위를 찬탈당한(?) 어린아이란 점 때문에 망명지인 동맹에서도 어느 정도 동정표를 얻긴 했으나,[4] 개초딩이나 다름없는 황제의 모습이 공개될 경우 이 동정표마저 날아갈까봐 두려워한 정통정부 인사들 때문에 사실상 유폐 생활을 했다. 대외적으로 공개해야 할 때는 일부러 재워버렸다. 이로 인해 동맹 사람들이 본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모습은, 항상 잠들어 있는 소년황제였다고 한다.
자유행성동맹의 정치가들은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명분으로 삼아 은하제국의 분열을 기도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곧바로 에르빈 요제프를 폐위하고 새로운 황제로 카타린 케트헨 폰 페크니츠를 즉위시켜, 오히려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동맹령 침공의 명분으로 삼아버린다.
자유행성동맹이 멸망당하고 제국의 일부로 병합된 이후로 폐위된 어린 황제는 잠적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노이에란트 전역이 진행중이었던 우주력 800년 11월, 황제를 데리고 도망친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로 노이에란트 총독부의 관헌에게 체포되면서 그가 갖고 있던 황제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백작이 쓴 수기,手記,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황제는 우주력 800년 3월 거식증으로 쇠약사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실성한 란즈베르크 백작은 정신병원으로 보내졌으며, 황제의 시신은 하이네센의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
그런데 루빈스키의 불 축제에서 신분증 위조로 체포된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이 조사받는 과정에서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진짜 에르빈 요제프 2세는 란즈베르크 백작의 보호를 뿌리치고 어디론가 도망쳐버렸다'''는 것. 제국군은 조사를 통해 '''에르빈 요제프 2세는 정말 도망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으며 이로 인해 란즈베르크 백작은 반쯤 미쳐버리고 말았다'''는 진실을 밝혀내었다. 황제의 사망 기록이 적힌 일지도 백작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며 발견된 시체도 시체안치소에서 황제와 동년배 사내아이의 시체를 훔친 것이었다.
이후 황제의 행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결국 제국 공식 기록에 행방불명으로 기록되었다.[5]
3. 후지사키 류 코믹스
후지사키 류 코믹스판에서는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안 좋은 아이로 나온다. 첫 등장부터 인형과 장난감들의 머리를 뽑아낸다. 왕관을 씌우는 대관식에서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워서 대관식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연히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화에서는 소리를 지르며 가구나 물건을 마구잡이로 던진다.
4. 평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데다가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휘말려 제대로 된 인성교육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사랑받아보지도 못한 채 계속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게 된, 굉장히 불행하고 불쌍한 아이다. 어떻게 보면 라인하르트의 희생자이기도 한 셈.
에르빈 요제프 2세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는데, 황제가 되었을 때 그는 겨우 '''5살'''밖에 되지 않았다. 인격 형성이니 뭐니 하는 얘기가 다 의미가 없을 정도의 어린 나이이다. 에르빈 요제프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철이 들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고, 이 가능성은 천하의 라인하르트마저 염려했을 정도다. 거기에다 주위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를 이용해먹으려는 생각 뿐이었다.[6]
[1] 그런데 뒷배경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힘만 있으면 누구나 뒷배경이 될 수 있다는 뜻도 되기에, 다른 황제 후보와 커넥션이 없으면서 힘과 야심을 갖춘 이들에게는 황제감으로 딱이었다. 예를 들자면 라인하르트.[2] 신코믹스판에선 황제 즉위 이전부터 방임되었는지 즉위 전부터 이미 정신적으로 글러먹은 듯이 묘사됐으며 이런 모습을 본 귀족들이 브라운슈바이크와 리텐하임에게 가담하려는 생각을 한다.[3] 후임 황제인 카타린 케트헨 1세를 상대로는 찬탈을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녀의 아버지인 위르겐 오퍼 폰 페크니츠 공작이 있었기에 그의 동의를 구하는 형식으로 양위를 받았다. 또한 그 대가로 카타린 케트헨 일가의 재산, 신변, 작위를 보장하고 막대한 연금을 주는 등, 후히 대접해주었기 때문에 뒤탈없이 양위가 이뤄질 수 있었다.[4] 이런 모습에 양 웬리 함대에서는 개탄을 금치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5] 사실, 황족의 지위도 인정되지 않고 법 앞에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무법천지의 거리 어딘가에서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맞이할 운명이란 건 사실 뻔하긴 하다. 고아를 노리는 나쁜놈들에게 끌려가 남은 생을 섬노예처럼 부림당하다가 비참하게 죽거나, 운이 좋아 고아원 같은 데 거두어졌더라도 누구인지 신원도 파악되지 않는 천애고아 신세가 되어 근근이 살아갔을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하필이면 하이네센은 여러차례 큰 변을 겪은지라 이들 중 하나에 휘말려 비명횡사해 버렸을 가능성도 있다.[6]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원수,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 정도의 소수뿐이었다. 그나마도 렘샤이트와 란즈베르크마저 그를 옹립해 다시 골덴바움 왕조를 이어간다는 목표가 있었음을 생각하면 정말 순수한 의도로 에르빈 요제프 2세를 위한 인물은 메르카츠 하나뿐이다. 그래도 란즈베르크는 끝까지 황제를 섬길려는 책임의식은 강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