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령 침공작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7장~10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23~30화
- OVA 은하영웅전설 12~16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10~13화
- 시기 : 우주력 796년, 제국력 487년 표준력 8월 22일 ~ 10월 ??일
동맹의 국운을 건 대작전이란 표현에 걸맞게 대규모 병력을 투입한 원정작전으로, 자유행성동맹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군함들이 동원되었다. 정규 함대 대부분이 동원되었고 각 성계의 경비함대에서도 뽑아낼 수 있는 함정은 모조리 뽑아 출격시켰다. 다만 수도 방위를 담당하는 제 1함대, 제3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윌렘 홀랜드 중장이 객기 부리다가 전멸 위기를 간신히 넘긴 제 11함대는 동맹령에 잔류하였다. 작전 초기에는 은하제국령 일부를 성공적으로 장악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나, 은하제국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청야전술로 인한 물자부족 사태와 제국군의 대대적인 반격 작전에 자유행성동맹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고 만다. 동맹은 이 때 입은 피해를 멸망할 때까지 복구해내지 못했다.
원작에서는 제국령 침공작전이라는 용어를 따로 쓰지 않고, 제국령 침공 - 제국군에 패퇴 - 암릿처에서의 결전을 합쳐서 '암릿처 회전'으로 부른다.
은영전 역사상 최대규모의 작전이기도 하다. 이 작전에서 자유행성동맹군은 함정 20만 척에 장병 3천만 명을 동원했고 은하제국군도 못해도 함정 10만 척에 1500만 명 가량을 동원했다고 추산된다. 이는 제2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양국이 동원한 추정 함정 10만 척에 장병 1천만 명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수치이다.
2. 배경
2.1. 침공의 군사적 배경
공세의 직접적 계기는 양 웬리가 주도한 제7차 이제르론 공략전의 성공을 들 수 있다. 동맹군은 과거 6차례에 걸쳐 이제르론 요새에 대대적인 공세작전을 펼쳤으나 번번히 실패하였다. 그런데 양 웬리가 난공불락의 요새로 악명이 자자했던 이제르론 요새를 무려 '''아군의 피해 없이''' 단번에 점령하자 자유행성동맹 건국부터 150년에 걸쳐 일방적인 제국군의 공세와 그것을 방어하는 동맹군의 위치가 단번에 뒤바뀌자 자유행성동맹 전체가 이 승리에 크게 도취되었다.
한편 우주함대 사령부 산하 참모본부에는 사관학교 수석졸업자로 26세의 나이에 준장 계급을 단 앤드류 포크란 젊은 참모가 있었다. 포크는 주변 인물들에게 수재란 소리를 듣고 있었고, 20대 중반에 장성 계급을 달 정도로 초고속 승진을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관학교 성적도 보잘것 없고 겉보기에는 전혀 군인다운 면도 없는 양 웬리 따위(…)가 여러 굵직한 공적을 세우고 급기야는 이제르론 요새까지 함락시키면서 영웅이라 불리며 추앙받자 그 명성과 출세에 불타는 질투를 하게 됐다. 이로 인해 양 웬리보다 더 높은 군사적 위업을 세우고자 군부의 작전입안 과정을 무시하고 자신이 손수 입안한 제국령 침공계획을 개인적인 루트로 로열 샌포드 최고평의회 의장의 비서에 올렸다. 일개 준장이 작전안을 정부에 직접 꽂은 것.
2.2. 침공의 정치적 배경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된 우주력 796년, 당시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는 로열 샌포드가 집권하고 있었다. 이 내각은 최근 정보교통위원장의 뇌물 수수사건으로 인한 스캔들과 아스타테 회전에서의 참패로 점차 지지율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당시 지지율은 하락을 거듭하여 31.9%, 비지지율은 무려 '''56.2%.'''
내년 초에 있을 선거에서 주전파와 평화파의 공세에 재집권이 실패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란 것은 무엇보다 집권세력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해결책은 '대대적인 군사적 전과로 지지율을 상승시키자.' 이런 상황에서 포크의 작전안이 건의되었다. 당연히 최고평의회에서는 이 안건을 채택하였고 8월 6일에 논의가 시작되었다.
최고평의회에서 재정위원장 조안 레벨로와 인적자원위원장 황 루이는 재정과 인구, 국민들의 부담을 이유로 출병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정보교통위원장 코넬리아 윈저이 성전 운운하며 출병안에 찬성하고 최고평의회 의장 로열 샌포드가 추락한 지지율을 보여주면서 100일 안에 제국에 대한 혁혁한 군사상의 승리를 거두면 지지율이 최소 15%는 오른다고 말했고, 윈저 여사가 군부의 작전안을 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한다. 레벨로는 반대했지만 결국 투표에 붙여졌다.
투표의 결과는 찬성 6 반대 3 기권 2였다. 그런데 반대표 중 2표는 조안 레벨로와 황 루이, 이 두 명의 반대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누구도 예상하지못한 이 반대 1표가 최고평의회를 비롯한 동맹 시민들을 당혹하게 하였다. 바로 강경 주전파의 기수로 이름높은 국방위원장 욥 트뤼니히트가 반대표를 던졌던 것이다. 거수 투표를 진행하던 평의회 의원들은 매우 당황하여 트뤼니히트를 쳐다봤고, 평의회 투표 결과 뉴스를 접한 동맹의 시민들도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이에 인터뷰 요청을 받은 트뤼니히트는 "나도 애국자지만 항상 전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란 답변을 남겼다.[2]
3. 동맹 측의 원정 준비
정부에서 정식으로 침공안을 승인하자 바톤은 군부로 넘어왔다. 통합작전본부장 시드니 시톨레 원수는 침공안이 상정됐을 때부터 이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부의 승인이 떨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반대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포크 준장이 올린 침공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원정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우주력 796년 8월 12일 오전 9시 45분부터 열린 작전회의에서 원정계획에 따라 우주함대 사령장관 로보스 원수가 총지휘를 맡고,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이 총참모장으로 로보스 원수를 보좌하게 됐다. 그리고 그 밑으로 작전주임참모 코네프 중장, 정보주임참모 비로라이넨 소장, 보급주임참모 알렉스 카젤느 소장이 배치됐다. 작전안을 올린 포크 준장은 작전참모로 배속됐다. 이렇게 편성된 원정군 사령부는 이제르론 요새에 설치되어 작전을 총괄할 예정이었다. 당시 동맹군에 정규함대 편제를 갖춘 함대는 총 10개였는데 그 중에서 수도방위를 맡는 1함대와 제3차 티아마트 회전에서 패배한 뒤 재편성 중이던 11함대를 제외한 8개 함대를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 제3함대 - 르페브르 중장
- 제5함대 - 알렉산드르 뷰코크 중장
- 제7함대 - 호우드 중장
- 제8함대 - 애플턴 중장
- 제9함대 - 알 살렘 중장
- 제10함대 - 우란푸 중장
- 제12함대 - 보로딘 중장
- 제13함대 - 양 웬리 중장
이미 모든 안건이 결정된 상태에서 동맹군은 작전에 참여하는 제독들을 소집하여 작전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의논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문제는 원정계획이란 것이 너무도 허술해서 제국에 쳐들어간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구체적인 준비가 없었다. 게다가 기본 중의 기본인 침공의 목적이 '일회성 군사력 과시'인지, '은하제국의 수도성 오딘까지의 진군'인지, '제국 영토의 일부만 점령'하는 것인지조차 결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인들은 '제국을 침공한다'만 결정해놓고 다른 목적은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회의에서 작전안을 세운 포크가 온갖 미사여구를 곁들여 작전을 설명했고 뒤이어 우란푸 중장이 구체적인 작전의 목표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포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알렉산드르 뷰코크가 독설을 내뱉었으나 포크는 정중히 무시하였고,[5] 뒤이어 양이 발언했다."대군을 동원해 제국 영토로 깊숙이 진격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제국 놈들은 간담이 서늘해지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포크 준장의 답변이었다.
"그럼 싸우지 않고 물러나는 건가?"
"그것은 고도의 유연성을 유지하며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우란푸는 눈살을 찡그려 불만의 뜻을 표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없겠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군."
"간단히 말해 주먹구구란 소리 아닌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88
이후 포크와 양은 논쟁을 벌였다."제국 영토로 침공할 시기를 현 시점으로 결정한 이유를 묻고 싶네."
설마 선거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는 않겠지.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해 하고 있으려니, 포크 준장은 거들먹거리며 설명을 계속했다.
"전쟁에는 시기란 것이 있습니다. 이를 놓친다는 것은 결국 운명 그 자체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그때 결행했더라면 하고 나중에 후회해봤자 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귀관은 지금이 바로 제국에 대해 공세로 나설 기회라고 말하는 건가?"
"'''대'''공세입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88~289
양 웬리의 반론에 더해 뷰코크 제독이 결국 화를 터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류 포크는 지지 않고 연설을 이어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이제르론을 잃은 후 제국군은 낭패에 빠져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런 시기에 동맹군의 전무후무한 대함대가 장사진을 이루며 자유와 정의의 깃발을 내걸고 나아간다면, 그 앞길에 승리 이외에 그 무엇이 있겠습니까?"
3차원 디스플레이를 가리키며 역설하는 포크의 목소리에는 자아도취의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작전대로 간다면 적진 한복판에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게 되네. 대열이 너무 길어져서 보급에도 연락에도 불편을 초래할 걸세. 게다가 이렇게 얇아진 측면을 적에게 얻어맞는다면 아군은 쉽게 분단될 텐데."
반론하는 양의 말투는 열기를 띠었으나, 그의 본심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략구상 그 자체가 엉망인데 작전에 소소한 배려를 기울인다 해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왜 분단의 위험성만을 강조하시는 겁니까? 우리 함대의 중앙으로 끼어든 적은 앞뒤에서 협공을 당해 참패할 것이 분명합니다. 고려할 가치도 없는 위험입니다."
포크의 낙관론에 양은 지치기 시작했다. 그럼 네 마음대로 하라고 내뱉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양은 다시 반론했다.
"제국군의 지휘관은 아마도 로엔그람 백작이 될 걸세. 그의 군사적 재능은 상상을 초월하지. 그걸 고려해 좀 더 신중하게 계획을 입안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포크보다 먼저 그린힐 대장이 대답했다.
"중장, 자네가 로엔그람 백작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잘 아네. 하지만 그는 아직 어려. 실패와 오류를 범하는 일도 있을 걸세."
그린힐 대장의 말은 양에게 그리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승패란 건 상대적이라...... 그가 범한 것 이상의 오류를 우리가 범한다면, 그가 이기고 우리가 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애초에 대전제로 이 작전의 구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다.
"어찌 됐건 그것은 예측일 뿐입니다."
포크가 말을 끊었다.
"적을 과대평가해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무인으로서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행동입니다. 하물며 그것이 아군의 사기를 저해하고 결단과 행동을 무디게 한다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로는 이적행위,利敵行爲,나 마찬가지입니다.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용 테이블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뷰코크 중장이 손바닥으로 내리친 것이었다.
"포크 준장, 귀관의 발언은 지나치게 무례하지 않나."
"어디가 말입니까?"
노제독의 날카로운 안광을 받으며 포크는 가슴을 활짝 폈다.
"귀관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고 신중론을 펼쳤다 해서 이적행위 운운하는 것이 올바른 발언이라 할 수 있나?"
"저는 일반론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받아들이시면 매우 유감스럽군요."
포크의 알팍한 빰이 실룩거렸다. 양에게는 그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는 화를 낼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이 원정은 전재정치의 폭압에 신음하는 은하제국 250억 민중을 해방하고 구제하는 숭고한 대의를 실현키 위한 것입니다. 이에 반대하는 자는 결과적으로 제국을 옹호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소관의 말이 틀렸습니까?"
언성이 높아지는 것에 반비례해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감동한 것이 아니라 기가 막혔던 것이리라.
"설령 적이 지리적으로 유리하고, 대병력이 있고,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신병기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물러나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해방군이며 호민군,護民軍,이라는 대의에 따라 행동한다면 제국의 민중은 환호하며 우리를 맞이하고, 기꺼이 협력할 것이며......."
포크의 연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289~291
이렇게 대부분의 함대사령관들이 문제점을 제기하는데도 불구하고, 포크의 작전안은 어떤 수정이나 개선도 없이 그대로 동맹군의 작전이 되어버렸으며 바뀐 것은 전혀 없었다.[6] 확실한 묘사는 없으니 포크가 어지간히 연줄을 강하게도 잡았다는 것이 언급된다.
최선봉은 우란푸 제독이 맡고, 2진은 양 웬리가, 나머지 함대는 본대로 제국령으로 들어가는 작전안이 결정됐다. 양을 비롯한 일선 지휘관들은 이 원정의 싹수가 노랗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으나, 이미 결정된 사안인지라 그들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4. 제국 측의 방어 준비
제국은 동맹의 제국령 원정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제르론 요새 함락으로 동맹으로 기운 저울을 조정해야겠다고 판단한 페잔 자치령 란데스헤르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페잔 자치령 주재 제국 고등판무관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을 만나 자유행성동맹이 제국령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과 병력 규모를 은하제국에 넘겼기 때문이다. 그 규모를 들은 렘샤이트 백작을 경악할 수 밖에 없었는데, 동원 병력이 무려 3,000만, 동맹보다 인구가 2배 가량 많은 은하제국으로서도 한 번도 동원하지 못한 숫자였기 때문이다.[7] 렘샤이트 백작은 즉각 제국에 동맹 침공 사실을 알렸고 한창 카스트로프 동란을 수습하던 국무상서이자 재국재상 대리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과 재무상서 겔라흐 자작은 내키치 않았지만 동맹군을 막을 사람은 '금발 애송이'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은하제국군 우주함대 부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에 요격을 명하였다. 이는 라인하르트와 20~30대의 젊은 제독들로 구성된 라인하르트 원수부의 첫 출전이었다.
동맹의 원정 규모를 전해들은 라인하르트 원수부 휘하의 제독들은 그 규모를 부러워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앤드류 포크의 주장대로 사기가 떨어지거나 기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방어계획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이제르론 회랑 출구에서 적과 맞서 싸워야 된다고 주장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적이 충분히 예상하고 최정예 함대를 배치했을 것이고 곧 후속부대가 쏟아져나올 것이니 최대한 깊숙히 끌어들인 다음 적이 지쳤을 때 반격을 가하는 작전을 내놓았다.[8] 그리고 최대한 빨리 동맹 원정군을 격퇴시키기 위해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최종적으로 조율한 청야전술을 채택하였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는 제국의 민중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이 작전에 은근히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강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침이란 점과 50일 정도면 작전이 완료될 것이란 점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9]
이에 이제르론 회랑에서 제국 쪽에 존재하는 주요 군사기지, 유인행성에서 행정관료, 귀족, 병력과 주요 물자들만 싸그리 챙겨서 후방으로 철수하였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민중들만 남게 되었다. 이러한 청야전술의 실행 책임자는 OVA에서는 울리히 케슬러 중장으로 되어 있으나[10] 코믹스 및 소설, DNT에서는 실행 책임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5. 원정의 경과
5.1. 과중한 보급 부담과 무능한 지휘부
동맹 원정군은 8월 22일을 기해 출전에 나섰다. 첫 1개월 동안 그야말로 승승장구하였다. 요격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 제국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에 큰 저항 없이 500광년에 달하는 제국령과 그 영토에 속한 200개의 항성계와 30개의 유인행성, 5,000만 명의 제국민을 장악하는 성과를 올렸다. 게다가 점령한 지역에서 들은 결과 제국령을 지배하던 총독, 변경백,[11] 징세관, 군인 등 지배층은 모두 도주한 뒤였다.
하지만 서서히 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왜 적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가? 어디에 숨어 있는가?" 란 반응을 보이며 불안과 초조감에 휩싸였다. 게다가 제국군이 청야전술을 시전하면서 주민들에게 식량은 곧 몰려올 반란군 놈들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며 설득한 후에 갔기 때문에 그들에게 접해보지 않은 자유와 평등, 시민의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량이었다. 해방군이라는 명분하에 진군해 온 동맹군으로서는 제국의 민중이 굶주리게 놓아둘 수 없었으므로 자신들의 물자를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나눠주나 마나 결과는 달라질 게 없기도 했다.
당시 동맹 원정군 총사령부의 후방주임참모를 맡고 있던 알렉스 카젤느는 일선에서 올라온 보급요청을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원정군은 보고서에서 5,000만 명이 180일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점령지가 항구적으로 기아에서 해방하기 워한식용 식물 200종의 종자, 인조단백 제조 플랜트 40기 , 수경,水耕, 플랜트 60기와 이를 수송할 선박을 요청했다. OVA에서는 곡물만 10억 톤이고 모두 합치면 50억 톤에 달한다는 수치가 제시됐으나 개정된 소설판에서는 5,000만 명의 180일간의 식량으로 1,000만 톤으로 기재되어 있다.
현재 1인당 1일 식량 섭취량을 2000kcal 이상을 권장하는데, 곡물로 치면 1인당 5-600g이다. 5000만명이 180일 연명하는데 곡물로 500만톤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북한군도 아니고 식량을 강냉이로만 지급하지는 않을테고, 군인 같은 육체노동 직업은 권장 섭취량이 더 높은 편이니 개정된 소설판의 계산이 대략 일치한다. 어쨌든 이제르론 요새에 비축한 물자를 몽땅 쓸어담아도 이 요구량을 충족시킬 수 없었고, 보고서 말미에 해방지구가 늘어날수록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예정이란 말이 있어 보급참모 카젤느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제국령 침공작전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카젤느는 일부러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로보스 원수에게 보고했지만 하이네센에 요구하면 들어줄 것이라는 식으로 답을 했다. 수송을 해준다 쳐도 제국군이 당연히 보급선단을 노리고 있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자 포크가 나서서 '''"이미 최전선을 우리가 점령하고 있는데 무슨 걱정임? 호위도 적당하게 붙일 거니 그딴 거 신경 끄셈."''' 이란 답변을 하여 카젤느를 어처구니없게 만들었다. 결국 카젤느도 질려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저 친애하는 벗 양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최전선의 요구를 받은 최고평의회에서도 한바탕 찬반논쟁이 불거졌다. 찬성하는 쪽은 원정의 목적이 압제에 시달리는 민중들을 해방하고 구휼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지원을 해줘야 된다고 하였지만, 반대하는 쪽은 이미 원정으로 재정난에 직면할 지경인데 점령지 민중들까지 부양하다가는 재정파탄이 나게 생겼다며 즉시 원정취소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전선에서 사실상 비명에 가까운 '''"아군 장병에게 전사할 기회를 달라. 손가락만 빨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불명예스러운 아사의 기회에 직면할 뿐이다!"''' 란 보고가 올라오자 쌍방 합의가 이루어져 1차 수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동맹군의 점령지가 늘어남에 따라 주민의 수가 1억을 돌파하고, 최전선에서 또 5000만 명 분의 물자를 보급해달라고 요구하자 찬성파는 끝없는 요구에 당혹스러워 했으며 반대파는 갈수록 최전선에서 요구하는 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니 속히 철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평의회에서는 재정위원장 레벨로가 철군하지 않으면 아군은 기아에 시달리다가 제국군의 총반격에 패배할 거라고 철군을 주장했으나, 찬성파는 원정 취소시 떨어질 지지율을 우려하여 전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임해야 된다는 이유로 철군론을 부결시켰다.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기준으로 이때 철군안은 찬성 4, 반대 5, 기권 2표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되었는데 본래 침공론 당시 반대표가 단 3표였음을 감안하면 침공에 찬성한 다른 각료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된 것은 분명하다. 당장, 철군론쪽으로 1명이 확실하게 넘어왔고, 2명은 이도저도 못하고 기권을 했으니. 그러나 최종적으로 철군안이 부결됨에 따라 결국 동맹은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먹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제국군의 청야전술 때문에 이 시점은 철수하기에는 최적이었으며 정치적으로도 유효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일단 동맹이 일시적으로나마 제국의 여러 항성계를 점령한 것은 실질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는 충분히 전과라고 볼 수 있다. 이대로 동맹이 철수했다면 적어도 인구 보충의 의의는 있었고, 제국에 의미가 있는 타격은 주지 못해도 정치적 승리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욕심이 너무 많았던 동맹군 지휘부는 여기서 끝을 내지 못한다.
5.2. 제국군의 반격과 침공의 대실패
최고평의회에서 철군론이 부결된 것도 문제였지만, 여기에 총사령부가 내린 지시는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말았다. 바로 현지 조달.
본국으로부터 물자가 도착할 때까지 필요한 물자는 각 함대가 현지에서 조달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314
해방군, 호민군을 자처하던 동맹군에게 '''이제 제국 내 민중들이 가진 물자를 약탈하라'''는, 한마디로 자신들의 침공 명분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지시를 내린 것이었다. 함대 입장에서도 굶어죽지 않으려면 무력과 유혈로 물자를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현지조달하라는 명령을 듣자마자 호우드 제독은 발끈 화를 내며 '우리보고 민간인을 약탈하란 말이냐?!' 라고 묻자 포크는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사령부의 명령을 하달할 뿐입니다.' 라고 제 할말만 하고는 뚝 끊어버린다.
적지에서 피아가 불확실한 적국 민간인들보다 명확한 아군인 병사들을 더 챙길 수 밖에 없는 지휘관 입장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결국 동맹군은 굶주린 제국민에게 물자 공급을 중단했고, 이에 제국 민중 입장의 동맹군에 대한 인상은 최고로 나빠지게 되는데, 이는 소설에서는 간략하게 문장 몇 개로 묘사하고 있으나 코믹스판 및 OVA에서는 보다 상세하게 묘사된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동맹군이 물자 제공을 중단하자 제국민들이 몰려와 물자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제국민들이 동맹 군인들을 덮치게 된다. 그러자 엉겹결에 한 군인이 발포했고, 그 때문에 '''어린아이 하나가 즉사한다.''' 분노한 제국민들은 동맹군에게 엽총과 화염병으로 공격하고, 이에 맞서 동맹군은 전차를 끌고와 진압한다.
결국 제7함대의 점령지에 대규모 폭동이 터지고, 일선 지휘관들은 더 이상의 점령지 고수는 무리라는 판단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양 웬리가 당시 최일선의 선임자였던 우란푸 제독과 먼저 논의하여 보급품이 바닥나기 전에 철군하기로 결정하고, 양이 뷰코크 제독에게, 우란푸 제독이 다른 제독들에게 연락하여 의견을 통일한 다음, 가장 연장자인 뷰코크 제독이 대표로 이제르론에 철군을 요청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령부의 주요인물들은 다 어디 갔는지 포크가 나타나서 뷰코크 제독의 통신을 받았고, 철군안이 거론되자 포크는 철군은 절대 안 된다고 칭얼거리면서 뷰코크와 언쟁을 벌였고 뷰코크의 독설에 극심한 좌절감에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쓰러졌다. 갑작스런 사태에 뷰코크는 당황했고, 의무관 야마무라 소령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치료를 위해서는 포크가 하자는 대로 해서 포크의 에고를 충족시켜주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겠지만 이 안건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사안이니 차선책으로 포크를 가둬서 요양시켜야 된다 발언했고 그대로 조치가 취해졌다. 포크가 실려나간 직후 그린힐 대장이 통신을 이어받았고, 총사령관 로보스 원수가 '''지금 오침,午寢, 중이라''' 원수가 기상한 후 재가를 받으면 통보하겠다고 답을 주었다. 기가 막힌 뷰코크는 전선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의 목숨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겠다는 답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로보스 원수가 낮잠을 퍼자느라 철수안을 재가받지 못한 사이 라인하르트는 공세의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 키르히아이스에게 별동대를 주어 동맹군의 수송선단을 섬멸하게 하였다. 그레드윈 스코트 소장의 지휘하에 10만톤급 수송함 100척과 호위함 26척으로 이루어진 동맹군 수송선단은 이제르론 요새를 출발하여 여유롭게 항해를 했지만 이내 키르히아이스가 이끌던 2만 척이 넘는 제국 함대의 공격을 받았고 제국군은 전함 1척 중파와 발퀴레 14기만 잃은채 수송선단을 성공적으로 섬멸한다.
그리고 수송선단의 섬멸을 신호로 라인하르트 휘하의 명장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표준력 10월 10일 16시를 기점으로 동맹군 제3함대는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에게, 제5함대는 오스카 폰 로이엔탈에게, 제7함대는 키르히아이스에게, 제8함대는 에르네스트 메크링거에게, 제9함대는 볼프강 미터마이어에게, 제10함대는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에게, 제12함대는 코르넬리우스 루츠에게, 제13함대는 칼 구스타프 켐프에게 공격당하며 서로 구원해주기는 커녕 제 목숨 부지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12]
이때 동맹군이 각 지역에서 동시에 공격받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제국군은 자국 영토에서 싸우고 있고, 동맹군은 항로도도 제대로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서 맵핵을 킨 것이나 다름없는 제국군이 샛길 등을 통해 분리된 동맹군을 각개격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격을 시작할 때 한정으로는 제국군의 규모도 동맹군의 규모에 육박하거나 더 큰 것처럼 보인다. 동맹군의 8개 정규함대는 거의 동시에 제국군 함대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단순히 보급 부족으로 인한 열세뿐만 아니라 병력면에서도 제국군의 각 함대는 상대하는 동맹군 함대와 대등 이상의 전력을 지녔었다. 특히 키르히아이스 함대는 1개 동맹 함대의 거의 세 배에 가까운 3만 척의 대함대였기 때문에 최초로 접전한 동맹군 제7함대가 제대로 후퇴도 못하고 완전히 전멸당했고, 제13함대도 교전 중에 무리하게 후퇴하느라 상당한 손실을 입었을 정도였다.
결국 양 웬리만이 켐프를 상대로 조금 우세한 싸움을 했고, 그래서 견디다 못한 켐프 함대가 작전상 후퇴를 하자 양 웬리는 추격명령 대신 후퇴명령을 내려 도주했고 덕분에 켐프 제독 및 참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기고 있는 적이 후퇴하는 자신들을 추격하지 않고 도리어 물러났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제13함대의 후퇴가 자신들을 유인하는 함정이라고 판단해버렸다. 어차피 양 웬리의 입장에선 켐프 함대를 끝까지 쫓아가 전멸시켜봐야 주변의 동맹군 함대를 작살낸 다른 제국군 함대들에게 도리어 포위섬멸당할 게 뻔하니 틈이 보일 때 바로 튀는 게 가장 양호했다.
뒤늦게 교전보고를 접한 이제르론 요새의 총사령부에서는 전황이 너무나도 불리하게 돌아가자 총참모장인 그린힐 대장이 로보스 원수에게 후퇴를 건의하였지만, 로보스 원수는 이대로 후퇴할 수 없다며 남아있는 전 병력을 10월 14일을 기해 암릿처 성역으로 집결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3함대, 7함대, 12함대는 완전히 전멸한 상황이었고, 명령에 따라 집결한 함대는 5함대, 8함대, 9함대, 10함대, 13함대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휘부와 전투제대를 유지하고 있던 것은 뷰코크 제독의 5함대, 애플턴 제독의 8함대, 양 웬리 제독의 13함대 뿐이었고, 9함대는 알 살렘 제독의 부상으로 라이오넬 모튼 소장이 지휘권을 승계받은 상황이었고, 10함대는 절반 이상의 병력을 상실하여, 패잔병들은 더스티 아텐보로가 임시로 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라 양 웬리의 지휘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제국군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기적적으로 3개 함대만이 전멸했을 뿐, 나머지 함대들을 합치면 그래도 4개 함대 규모는 됐고 지원함대도 남았다. 전열을 유지해서 철수를 단행한다면 제국군이라도 쉽게 추격할 규모는 아니었다. 정 승리가 필요하면 방어전과 교란전에 치중하여 제국군을 지치게 만든 뒤 재반격을 하여 제국 함대의 일부에 큰 타격을 주고 철수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철수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최고평의회 및 원정군 총사령부는 암릿처 성역에 함대를 집결시켜 '''제국군과 회전을 벌여 섬멸'''하라는 막장 명령을 내린다.[13]
라인하르트도 마지막 반격을 노리는 동맹군을 섬멸하기 위해 휘하 병력을 암릿처 성역로 집결시킴으로써 대규모의 일대 결전이 벌어지게 된다. 제국군의 반격으로부터 시작되는 상세한 전투 양상은 암릿처 회전 문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6. 결과
원정 중 점령한 점령지는 모두 포기해야 했고 제국군이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이제르론 요새만이 남았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이 막대한 물자, 병사, 함정의 손실만 남았다. 병사 3천만 명 가운데 무려 '''2천만 명'''이 전사, 실종, 포로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였고, 이후 라인하르트의 제의로 이루어진 상호 포로교환으로 동맹군 포로 약 2백만 명이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포로교환 자체가 라인하르트가 자신의 지지층을 늘린 효과도 가져왔으며, 여기에 라인하르트의 비밀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잠입한 누군가가 있어서 결론은 대손해. 끝까지 놀아났다.
우주함정면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와해된 정규함대만 7개였다.''' 제13함대 외에도 귀환한 함정 수는 상당하지만(특히 제5함대) 애초 원정에 8개 정규 우주함대뿐 아니라 각 지방 경비대들까지 닥닥 긁어서 동원한 터라 귀환한 병력 중 유일하게 정규함대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던 제13함대에 제10함대의 잔존병력을 합쳐 특수함대인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를 창설하고 나머지 병력은 모두 지방경비 명목의 소함대들로 재편했다. 즉, 이제르론 요새를 점유하고 있어 이후 제국의 군사적 공격에 과거처럼 여러 정규함대를 동원해야 할 필요가 적어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과거 사례로 보면 어지간한 공격은 이제르론 요새와 주둔함대만으로 방어가 가능하고 좀 더 규모가 커지더라도 남아 있는 제1함대와 제11함대를 증원전력으로 활용하는 철저한 수세적 방어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작전에 참가한 함대중 사실상 양 웬리의 13함대를 제외하면 함대지휘부와 전투제대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함대가 없었다.
재정도 단숨에 파탄나버렸다. 오랜 전쟁으로 자유행성동맹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고 아스타테 회전에서 전사한 유족들의 연금과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얻은 포로들을 먹여살리는 바람에 재정적자가 극심해지고 있었다. 거기에 제국 침공으로 낭비한 군비만 2000억 디나르, 여기에 유족연금으로 당장 지출해야 하는 돈만 2500억 디나르로 도합 4500억 디나르, 동맹정부 예산의 12%가 허공에 날아가며 재정적자는 동맹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진다.
로열 샌포드 의장을 비롯한 최고평의회 멤버들은 패전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였다. 하지만 출병안에 반대했던 트뤼니히트는 원래부터 지지층이 탄탄하여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가'란 칭송과 함께 차기 선거가 있을 때까지 임시로 정부수반 노릇을 하였고, 이듬해 선거에서 최고평의회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군부에서는 통합작전본부장 시톨레 원수와 우주함대사령장관 로보스 원수가 패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다. 그리고 참모부를 구성하던 장교들도 대부분이 사망, 사퇴, 좌천되었는데 총참모장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은 국방위원회 사무총국 사열부장으로 좌천되었고, 후방보급을 책임지던 카젤느 소장은 동맹 국내 제14보급기지 사령관으로 좌천되었으며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앤드류 포크 준장은 작전 막판에 히스테리를 일으켜 강제 예편되고 요양소에 수용되었다. 함대사령관 대다수가 전사했다. 단순히 인재들을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전사한 장성, 장교, 장병들에게 계급 추서, 보상금이 지급되어 결과적으로 제국령 침공작전이 자유행성동맹에게 남겨준 것은 막대한 재정지출과 구멍이 뻥하고 뚫린 인재풀만 남았다.
동맹군은 급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통합작전본부장에 쿠브르슬리 제독,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뷰코크 제독을 임명하였고 양 웬리는 대장 승진과 동시에 암릿처에서 생환한 병력 대부분을 통합하여 재편된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 겸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최전선을 담당하게 되었다.
더불어 립슈타트 전역을 준비하던 라인하르트가 막후공작을 펼치고, 때마침 트뤼니히트에게 종속되는 군부의 꼬라지에 우려를 표하고 있던 군인들이 그린힐 대장을 중심으로 구국군사회의 쿠데타를 일으키는 바람에 동맹은 한층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장 딱 3개 남은 정규 우주함대 중 제11함대가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당시에 말 그대로 전멸해버렸고 군부내에 남아있던 양식있는 군인들도 쿠데타의 여파로 싹 날아가고 정치권에 아부하는 군인들이 득세해버렸다.
물론 이것이 동맹의 결정적인 멸망 원인은 아니었다. 어차피 사라진 함정은 보충할 수 있고, 인재도 다시 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양 웬리를 비롯해 주요 지휘관급 상당수가 아직 살아 있었고, 제국은 이 때문에 동맹 침공에 압도적인 전력을 갖췄음에도 양 함대의 활약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게다가 제국령 침공작전 과정에서 제국 역시 어느정도 피해를 입은데다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하기는 어려웠기에 아마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장기간에 걸친 대치 상황이 다시 이어지는 걸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동맹에는 운이 없었다. 전력 재건과 사회 안정화에 필요한 시간을 갖기 전 로엔그람이 먼저 선공을 가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 것도 아니다. 은영전 세계관에서 동맹이든 제국이든 엄청난 원정거리 때문에 상대를 군사적으로 점령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깨뜨린 원인이 바로 이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인한 피해다. 아마도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동맹정벌이 처음으로 가능성 있는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자체가 동맹군의 전력이 크게 약체화되어 제국군이 양 웬리만 별동대로 묶어두면 나머지 동맹군 함대를 제국 원정군이 전력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원정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성립된 작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장 큰 문제는 이 사건으로 인해 '''욥 트뤼니히트'''가 동맹의 정권을 잡은 것이다. 그는 수년의 기간 동안 피폐해진 동맹의 국력 회복은 커녕 자신의 권력 강화에만 신경을 쏟았다. 그로 인해 구국군사회의 쿠데타가 일어나 남은 3개 우주함대 중 하나가 사라졌고 양 웬리를 사문회로 불러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불필요한 피해(알라르콘과 응웬 반 티우 함대 괴멸)가 발생했으며 쿠브르슬리 제독같은 유능한 인재가 물러났으며 은하제국 정통정부를 받아들이면서 라인하르트가 제 1차 라그나뢰크 작전을 감행하는 명분을 제공했고, 동맹은 피해복구는 커녕 더더욱 손실이 누적되어 약체화가 가속되었다.
사실 암릿처 회전을 벌이지 않고 그냥 후퇴만 했다면 그나마 피해를 좀 줄일 수 있었을텐데 그 한방으로......
7. 평가 및 이런저런 이야기
동맹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상 동맹 멸망의 전주곡이나 다름없었다. 작전 실행전에 보유했던 10개 정규 우주함대 전력 중 무려 약 70%를 날려먹은 것도 문제지만, 이 후폭풍으로 동맹은 제대로 국가 막장 테크를 타버렸고 몇 년 후 정말로 망하고 만다.
만약 동맹이 전면적인 제국령 침공작전을 하지 않았거나, 혹은 선거를 의식하여 침공작전을 계획-마치 제국이 별다른 치적이 없는 황제의 치적쌓기용외에는 아무런 의의도 없는 침공을 했던 것처럼-하더라도 2~3개 함대 수준의 '비교적' 소규모 작전으로 제한하여 우주함대 전력 대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페잔을 경유하는 동맹령 침공작전인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을 생각하지 않거나 시도했어도 실패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 자체가 동맹군의 전력이 크게 약체화되어 제국군이 양 웬리만 별동대로 묶어두면 나머지 동맹군 함대를 제국 '''원정군'''이 전력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원정을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성립된 작전이기 때문이다. 적당히만 했다면 제2차 티아마트 회전의 자유행성동맹의 패전 수준으로만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한편, 제국의 입장에서 이 사건은 적 전력의 대부분을 몰살시키고 잠시 영토의 일부가 동맹군에게 점령당하긴 했어도 쳐들어갈 수 없는 이제르론 요새를 빼고는 모두 되찾았기 때문에 중간 과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있으나 대체로 성공적인 방어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제국 입장에서는 최고의 시점에 최고의 결과를 거둔 셈이다. 제국령 침공작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황제 프리드리히 4세의 죽음으로 은하제국은 내전으로 돌입한다. 동맹이 은하제국 침공을 조금만 늦췄더라면 제국이 내전에 휘말린 상황을 이용할 수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제국이 내전을 앞두고 위험 요소인 동맹의 전력을 적절한 타이밍으로 제거한 셈이 되었다.
페잔으로서도 손해만 입었다. 그동안 페잔은 제국 48 동맹 40의 국력비를 유지해오고 있었는데 이거 한방으로 동맹이 나가리되어 더이상 국력 맞추는 의미가 없어져 "기왕 이렇게 된거 금발의 애송이놈이 우주 먹게 하고 우리가 그 뒤에서 조종하자" 라는 계획을 세웠지만 라인하르트가 제국이고 동맹이고 페잔이고 다 먹어서 망해버렸다.
7.1. 추진단계에서의 각종 패착들
동맹 역사상 첫 장거리 원정, 거기다가 국운을 건다고 말할 정도로 대규모 전력을 동원한 작전이었음에도 실질적으로 따지고 보면 비뚤어진 공명심에 불타는 일개 참모 한명이 기획한 작전이었다. 그것도 정식절차를 밟고 위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포크가 개인자격으로 개인 인맥을 이용해서 중간 절차를 싸그리 무시하고 바로 최고평의회로 올려보냈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 군에서 이랬다가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타인에게 타당성을 확인받지 않은 문제까지 불거지므로 개념 없다는 소리와 함께 폭풍갈굼을 당할 일이건만, 막기는 커녕 통과됐다는 점에서 동맹정부뿐만 아니라 동맹군 역시 막장루트를 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재선을 의식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지지율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것 하나만 바라보고 승인해 버렸다. 지지율 부분을 보면 최고평의회는 이미 이제르론 요새 함락으로 지지율 상승의 호재를 맛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30%대의 지지율에 불과했다는 점이 오류로 비춰질 수 있으나 워낙 뇌물수수 사건 및 불황의 여파가 크리티컬해서 지지율을 간신히 끌어올린 상태거나 혹은 호재에 비해 많이 끌어올리지 못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당시 동맹 정부의 입장은 제3차 티아마트 회전의 원인인 제국측 입장과 비슷한 부분이 존재한다.
비슷한 사례로 양 웬리가 이제르론 요새 공략을 서두른 것도 시톨레 원수의 통합작전본부장 재선을 고려한 것이지만 이제르론 공략은 실패하더라도 전력적인 피해는 이미 피해를 입어 재편 과정 중에 급조된 반쪽짜리 함대 뿐이고, 그마저도 작전상 교전하는 대상은 로젠리터 5명 뿐이며, 인사 면에서도 시톨레와 양 웬리만 망신당하고 끝날 정도로, 그나마도 죽는 게 아니라 커리어가 깨지는 정도로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였다. 게다가 그 둘도 커리어가 아예 날아가는 것이 아닌 게 이길만 한 전투에서 패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무리수가 반 이상인 전투에서 질만 해서 진 거라 잠시 욕 좀 먹고 끝이다. 즉, 실패하더라도 로젠리터 병력 5명과 브레멘형 경순양함에 숨은 기술병 약 200명이 죽거나 잡히고, 두 명의 고급 지휘관이 망신 좀 당하고, 게다가 어쨌건 이 침투 과정에서 요새는 어쨌건 한번은 털리게 되는데 그 뒤 공략은 더욱 수월해질 것이 분명하다.
반면 제국령 침공은 어떤 형태로든 국가 재정의 압박이 심했고,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국가 재정은 거의 회생불가의 타격을 입을 정도로 스케일을 키워버렸다. 설사 목표 달성을 했다고 쳐도, 제국의 변방 지역 지배를 굳혔다 해도 내전에서 승리한 라인하르트가 반격에 돌입하면 결국 암릿처가 몇년 뒤 재현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어도 '''심하게 무리수를 뒀다.''' 단순히 8개 정규함대'''만'''을 동원했다면 함정 수 최소 10만 척 이상, 병력은 최대 1,500만 정도로 원작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지만 이제껏 제국과 동맹의 전투에서 일방에 동원한 최대급의 전력일 수준으로 엄청난 규모인데, 거기에 우주함대 외의 전력까지 동원가능한 병력은 모두 투입하여 함정 수 20만, 병력 3천만의 대군을 밀어넣은 건...설사 제국군의 반격을 성공적으로 격퇴했다 해도 결국은 전비압박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으며 대참패로 끝난 원작의 파멸적인 재정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맹은 재정적으로 치명타를 입었을 것이다.
작전안 자체도 포크 혼자서 기획한 작전이 절차도 밟지 않고 정치권으로 직행해버렸으니 그 내용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는 위의 원정 준비 파트에서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견제해야 될 정치권에서도 지지율 문제에 얽매여 무턱대고 OK 불러버렸으니 군부에서도 어떻게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럭저럭 침공안을 구체화시키는 단계에서도 애초에 뭘 할 건지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대부분의 전투를 방위전으로 일관했으며, 종종 이제르론에서 전술 규모의 공세전이나 수행하던 사람들이 대규모이며 장기간에 걸친 공세전 그것도 전략급의 대규모 야전을 벌인 셈이니 허둥댄 것일지도 모른다. 사후처리 부분에도 문제가 많은데 일이 잘 풀려도 자국보다도 더 광대한 영토의 제국의 영토를 일부라도 어떻게 점령, 유지하려는 것인지도 잡혀 있지 않았다. 요약하면 그냥 쳐들어가면 그만이라는 포크나, 당장 자기네들 재선에나 신경쓰는 정치인들이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썼을지는 의문이지만…
욥 트뤼니히트의 경우에는 주전파로 명망 높은 인물이라 해도 장기간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따라서 이 작전안이 허술하고 동맹군의 역량을 뛰어넘는 일이란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경쟁자들 죄다 실각시키고 차기 정권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였기에 회의석상에서 내내 애매한 태도만 보이다가 최종표결에서 문제점을 하나 둘 지적하면서 반대표를 던졌다. 대세 다 기울고 나서 말이다. 게다가 자신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강조했고, 이후 상황이 악화되어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마음 속으로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하지만 욥 트류니히트도 정치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정도로 지고 끝날 줄 알았지 동맹군이 저렇게 까지 절단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것 같음.)
7.2. 작전 수행 중의 각종 패착들
기본적으로 포크 준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컸다. 물론 작전안의 골자를 세운 인물이기에 그보다 작전안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총사령관 로보스 원수, 총참모장 그린힐 대장까지 바지사장으로 만들어버리고 포크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수준이었다. 실제 작전이 추진되는 내내 일선 제독들은 "로보스 원수는 작전참모의 스피커"라 비아냥댔을 정도였다. 이는 구 일본군에 있었던 폐습인데 일개 작전참모가 자신을 돌봐주는 높으신 분을 배경삼아 일선지휘관들 무시해가면서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랬던 일본군이 어떻게 됐는지는 역사가 아주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우선 작전의 목표 자체가 없었던 탓에 동맹군은 제대로 된 목적 없이 무의미하게 점령지만 늘렸다. 작전회의에서 우란푸 중장이 말했듯이 제국령 일부를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점령할 거 였으면 제국령 변경 일부를 점령한 시점에서 진격을 중단하고 해당 항성계에 병력을 배치하고 요새화해야 했고, 황제에게 평화를 맹세케 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으면 꼭 필요한 항성계를 제외한 나머지 항성계는 무시하고 바로 제도 오딘으로 달려가 제국군 주력과 정면대결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동맹군은 함대를 찔끔찔금 진격시켜 제국령 변경을 조금 점령했을 뿐, 제국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했고, 무계획적으로 점령지를 늘려 동맹군의 보급 부담만 늘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14]
당장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을 보면 동맹군의 진격이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는데, 제국군을 페잔 회랑은 점령하고 동맹령에 첫 발을 들인 우주력 799년 1월 8일 부터 포레비트 성역에 집결한 1월 30일까지 22일동안 2,800광년을 진격해 변경을 넘어 동맹령 중추부 끄트머리까지 진격했다. 반면 동맹군은 1달 동안 겨우 500광년 진격했으니, 제국군에게 반격할 시간을 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여기에 함대를 분산 배치하면서 제국군의 반격에 각 함대가 서로 원호하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깨져 암릿처로 후퇴하는 원인이 된다.
제국군이 청야전술을 펼치는 과정에서 동맹의 보급선단을 노리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포크가 "일선이 이미 아군 함대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호위대를 적당히 배치하면 된다"는 식으로 답변해서 카젤느를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고, 결국 카젤느의 예상대로 키르히아이스가 이끄는 제국군 함대에게 탈탈 털렸다. 아무리 동맹이 일선을 장악하고 있었다고 해도 제국군 관점에서는 홈그라운드에서 싸우고 있었다. 과거 동맹은 제국이 동맹 내부의 성도를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서 효과적인 방어전을 수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국도 얼마든지 이를 이용하여 틈새를 찾고 찌르고 들어올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역지사지가 뭔지도 모르는 뻘짓이었다.[15]
동맹군의 경우에는 몇 차례 최악의 사태를 피할 기회가 있었다. 양이 철군을 제안하고 다른 제독들도 여기에 동조하여 사령부에 연결했을 때가 첫 번째 기회였다. 하지만 포크는 찡얼거리다가 히스테리로 쓰러졌고, 로보스 원수가 오침 중이어서 바로 재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 간발의 타이밍에 제국군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여기에 로보스 제독은 동맹군이 패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힐 대장이 제시한 철군안을 거부하고 암릿처 성역에 집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미 원정군이 보유한 8개 함대 중 서전에서 이미 3개 함대가 전멸하였고, 더욱이 8명의 함대사령관 중 암릿처까지 무사히 퇴각해서 병력을 지휘할 수 있었던 제독은 고작 세 명(뷰코크, 애플턴, 양 웬리)뿐이었고 물자부족에다가 참패까지 당한 병력의 사기는 바닥을 친 상태였다. 만약 이대로 후퇴하면 제국군이 역으로 동맹령까지 침공해올 수 있어 무조건 막아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면 그 명령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반격 정도로 볼 수 있지만, 당시 동맹군은 이제르론 요새를 통제하고 있었고 제국군이 이 요새를 무력으로 점령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기에 당시 동맹군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이제르론 요새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었다. 제국군을 이제르론 회랑으로 유인하여 요새와 협격을 가하여 격퇴시킬 수도 있었고, 제국군이 여기에 응하지 않고 추격을 멈춘다면 요새에 함대를 배치하여 제국군이 상당한 전력을 상시 대기시켜 이들을 견제하게 만들기만 해도 충분한 성과였다. 그럼에도 로보스 원수는 체면을 차리기 위해 물자부족과 서전에서의 패배로 인한 전력감소 및 사기저하, 상당수 사령관들의 전사 및 중상으로 지휘체계도 엉망이 된 병력으로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라인하르트군을 상대로 암릿처 성역에서 회전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후새드.
설사 만에 하나로 암릿처 회전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한들 동맹 입장에서는 다시 공세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애초에 제국군에 패퇴하여 암릿처 성역으로 집결한 시점에서 제국령 침공작전은 이미 실패했고 막판에 군사적 승리를 얻었다 한들 이미 치른 막대한 희생에 추가적인 희생으로 그저 몇몇 정치인들과 로보스 원수 등의 몇몇 군인들의 씨알도 안 먹힐 전후 변명용밖엔 되지 못할 터였다. 그래봐야 엄청난 희생과 제국령 침공작전의 실패로 전후 뒷처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겠지만.[16]
게다가 이 일로 동맹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제국이 청야전술을 써서 행성의 모든 물자를 가져간 후 행성 클라인겔트의 어느 농부 가족의 아들의 반응처럼 동맹에게 어느정도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동맹군이 식량 배급을 중단하자 제국민과 동맹군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정도로 파괴된다. 만일 동맹이 어찌저찌 다시 일어나서 2차 침공작전을 수립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이 동맹군을 반겨줄까, 아니면 꺼지라고 할까? 분명 제국의 지배와 수탈은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을지 몰라도 동맹의 침공과 수탈은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일로 동맹은 향후 수년~수십년간 제국령으로 침공을 하면 동맹의 이미지만 더 깎여나가게 생기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는 자유를 찾아서 혹은 정치적 망명 그것도 아니면 포로를 목적으로 제국에서 동맹으로 넘어가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치적 망명과 포로 외엔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딱 한가지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를 묘한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되는 명령과 상황에 시달렸으면서도 동맹군의 붕괴가 없었다는점. 암릿처 회전 이후 붕괴되긴 했지만 그건 총체적 패배로 인한 붕괴므로 논외. 보급, 특히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원정의 실패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동맹군 함대중 항명을 일으켜 철수하는 함대는 하나도 없었다. 동맹군이 징병제로 인해 사기가 낮을 수 밖에 없다는걸 감안하면 보급부족과 민간인에 대한 적대 행위등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집단 항명을 일으키며 도주하지 않고 사령부 명령 한마디에 암릿처로 집결했다는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적어도 동맹군이 제국군이 깔보는것처럼 어중이 떠중이 농민 반란군 수준이 아니라 정규군급의 명령체계가 잡혀있다는걸 증명하긴 하지만. 그 명령체계를 컨트롤하는 높으신 분들이 썩어빠졌을경우에는 되려 멸망을 부르는 독이였다는게 문제. 해방한 제국민을 태우고 본국으로 철수가 가장 이상적이였겠지만 정신나간 동맹의 정치가들 때문에 공식적으론 불가능 했을테고 차라리 각개 함대가 암릿처로 집결하지 않고 본국으로 도주했다면 동맹을 멸망으로 이끌만한 대참패수준의 피해는 아니였을것이다.
7.3. 소설판 서술의 문제
소설판 묘사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암릿처 회전에 참여한 병력에 확실히 8함대는 전멸되는 부분이 묘사되었다. 그러나 뷰코크 제독과 그의 5함대는 어디서 뭐했는지에 대한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작중 내용으로 추론하면 양 웬리의 제13함대와 애플턴의 제8함대가 미터마이어 함대, 비텐펠트 함대, 메크링거 함대를 맞아 싸우고 있을 때 동맹군 제5함대와 모튼 제독이 이끄는 제9함대 잔존세력은 뷰코크 제독의 지휘 하에서 로이엔탈과 켐프가 이끄는 제국군 함대들과 전투 중이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단지 소설판은 주인공인 양 웬리의 활동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판에서는 전투 막바지에 양 웬리와 화상통신을 하며 후퇴의 선두를 맡았고 양 웬리가 후미를 맡아 동맹군 잔존전력을 탈출시킨다.
다만 귀환 후 서술에서는 양 웬리의 13함대만이 온전한 것처럼 묘사되고 있고 대부분의 함대는 전멸했거나 와해된 뉘앙스의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사후 병력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기존 13함대와 8함대, 10함대 전력을 통합하여 이제르론 주둔함대, 통칭 양 웬리 함대로 재편했고 나머지 전력은 각지의 치안 활동을 담당하는 소함대로 분산재편됐다는 언급을 감안하면 5함대도 잔존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암릿처에서 무사 생환하여 대장으로 승진하고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영전하는 뷰코크 제독을 감안하면 소설판의 묘사가 상당 부분 생략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그 외 문제로는 동맹군이 털리는 묘사가 매우 부실하다. 9함대, 10함대, 12함대, 13함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제국군의 맹공을 받고 후퇴했다."는 한 줄로 대충 퉁쳐버린다. 심지어 주역인 알렉산드르 뷰코크의 제5함대도 마찬가지다. 문서 상단의 표를 보면 동맹군이 일방적으로 털렸음에도 의외로 장성급 전사자가 적은데, 이 때문이다. 원작에서 사망 또는 생존이 확인된 제독은 양 웬리(생존), 알렉산드르 뷰코크(생존), 우란푸(사망), 보로딘(사망), 그레드윈 스코트(사망), 등 단 다섯 뿐이고 나머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다. 부상당했지만 살아남은 알 살렘도 다시는 나오지 않고 애플턴는 제8함대가 털릴 때 살았는지 죽었는지 불명확하다.
7.4. 개연성 문제
7.4.1. 비판
- 군사적 성공만으로 지지율이 상승할 거라는 예측은 굉장히 허황된 예상이다. 이전까지는 제국이 공격하고 이를 동맹이 방어하는 입장으로 동맹은 싫어도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적 성과는 외부의 침략을 막아냈다는 소리니 분명 정치적 호재다. 그렇지만 이제르론 요새의 점령으로 더이상 제국의 침공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즉 이전처럼 기를 쓰고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는 군사적 성과를 거둬도 시민들이 이를 큰 성과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아니 오히려 반대파에게 이만큼 전비를 쓰고도 성과는 이것밖에 안되냐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제국군은 라인하르트가 패권을 잡아 더 강해진 후에도 양 웬리가 지키는 이제르론을 넘을 생각도 못했고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같은 소모전으로 그 사실을 직접 확인받았으며[17] 나중에 이제르론을 함락하긴 하나 그건 그냥 양 웬리가 버린걸 주운 것에 가깝고 실질적으로는 페잔 회랑을 이용해야만 동맹령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외에 라인하르트가 원수부를 키울수 있었던 것도 제국령 침공작전의 방어로 인한것이니 동맹이 그냥 얌전히 이제르론을 성벽 삼아 국력을 키웠다면 라인하르트는 그냥 황제 애첩의 동생으로써 귀족들 아래 억눌려 살았을거고 제국은 그저 황제가 치적 쌓고 싶을 때 이제르론에 놀러왔다 양 웬리에게 쳐발리는 전개만 반복되며 동맹이 튼실해졌을 것이다. 뭐 라인하르트가 어찌저찌 강해진다고 해도 립슈타트 전역으로 제국이 약해졌을 때 제대로 제국령을 침공한다면 그건 동맹에게도 승기가 있는 오히려 절호의 찬스를 제공하는 꼴이 될것이다. 더군다나 애초에 승리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라는 효과는 이제르론 점령으로 충분히 뽑아 낼 수 있는 것이었고[18] 제국령 침공이라는 허황된 시도를 한다 한들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을 수 있는 위험이 너무 컸다. 만약에 이들이 원할만큼의 성과를 내려면 아마 오딘을 함락해야 가능했을것이다. 그정도 되면 "우리 정권은 전제군주제를 쫑냈다!" 라고 크게 선전할 건덕지는 되니까 무엇보다 이 전쟁의 목적조차 불분명해서 선전용으로 써먹기가 곤란하다. 가령 사람들이 그냥 쳐들어갔다는것에만 의의를 두었다면 쳐들어가기만 해도 상관없겠지만 오딘 침공쯤 되어야 만족할 정도라면 그걸론 안된다. 결국 씨뿌리고 물을 주고 거름도 주었지만 물과 거름을 얼마나 줘야 할지 목표할 수확량은 얼만지 계산도 하지 않고 무작정 잘 자라서 수확하겠거니 하며 주먹구구식으로 했다가 날려먹은 셈.
- 정보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동맹군은 자유행성동맹 건국 이후로 이제르론 너머에 뭐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판이다. 당장 훨씬 국력이 우월했던 제국이 동맹을 점령 못한 것도 동맹 지형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게 컸다. 당장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만 봐도 고작 야전 전력이 2~3만 척밖에 안 되는 동맹군에게 라인하르트가 죽을 뻔했다. 페잔 자치령을 병탄하여 동맹령의 성도를 확보하고 문벌귀족들 자산 몰수로 군자금을 넉넉하게 확보하고도 이 정도다. 그런데 준비조차 충분히 못한 상황에서 반대로 동맹이 공격을 한다는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작중에서야 라인하르트의 청야전술로 개발살이 난 것만 묘사되었지만 실제로는 제국군이 정석대로 매복전과 지연전 이후 피로해진 동맹 함대에게 함대결전만 걸었어도 정석대로 박살이 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다못해 제국령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이나마 해야 했지만 제국 정보를 얻는 주 통로인 페잔은 이미 제국 측에 붙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정보는 전무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동맹은 적어도 제국보다는 정보가 많았을지도 모르는데 동맹 사람들은 조상은 제국 사람으로 장정 1만 광년을 거쳐 제국령에서 도피해온 사람들이 건국한 나라일뿐더러 제국에서 망명해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에 페잔 항로국에서 자료를 얻어서야 동맹령으로 침공할 수 있던 제국의 수준보다는 좀 더 우월했을듯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병력은 분산배치시켜가며까지 맘껏 활동할 수 있을정도는 아니겠지만 작중에 300개에 달하는 성계를 함락시킨것도 보면 결국 그 300개 성계만큼의 지리는 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 옹호론에 따르면 주전론자도 충분히 많으니까 반전론자에 맞설수 있을 거고 중도의 표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제국 영토의 상당수를 항구적 점령하여 손해보다 이득이 훨씬 많았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예로부터 소국은 대국을 이기기 힘든 법이며, 소국이 대국의 영토를 다수 점령한 다음 그걸 또 방어하면서 항구적 점령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주력 796년 당시 국력비는 제국:동맹:페잔 순으로 48:40:12였다고 하는 구절을 들어, 동맹은 소국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국의 인구가 약 250억 명으로 동맹의 130억에 비해 1.9배에 달하며 종합적인 기술력이나 군 장비 수준이 동맹보다 우수하며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양국의 지도(제국이 동맹보다 5배정도 크다)와 외전등지에서 나온 모습을 볼 때 동맹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낮지 않을 것임을 추정 가능하다. 즉, 페잔을 제외한 양국의 국력비는 군사력에 가중치를 두고 평가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 국력 면에서는 제국은 대국이고 동맹은 소국임이 분명하다. 대국이 내전이나 기아로 개판 오분전이 됐다면 몰라도 제국의 전력은 건재했다. 애초에 이제르론에서 입은 실질적인 손해는 정규함대 절반과 대장급 장교 2명 손실이 전부로 상징적인 의미외의 손실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결국 얻을 수 있는 표라고는 적지의 고통받는 하층민을 대거 구출하여 동맹령에 정착시켜 동맹의 심각한 노동인구 부족을 해소하여 얻은 표와 구출자들 스스로의 표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물론 동맹의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제국민을 받아들여 인구를 불리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되었겠지만, 20만 척이나 동원할 가치가 있는 일은 아니다. 2~3만 척으로 치고 빠져도 충분하다.
- 애시당초 한 번의 대규모 원정, 그것도 상대보다 인적, 물적, 기술적 요소에서 설정상으로(은하영웅전설 함대 콜렉션 또는 플리트 파일 콜렉션 등의 피규어에 동봉되어 나오는 설정같은) 밀리는 상황에서 접적하는 순간 접적 전에 세운 계획은 종잇조각이 되버리는 전장에서 평시 및 불시의 사태 등에 대응에 필요한 추가적인 물자보급도, 병력파견도 여의치 않는[19] 상황에서 대전략도 뒷감당할 방침도 세우지 않은 채 무작정 쳐들어가서 무엇을 얻을 확률은 매우 적다. 전쟁은 지속적인 전투 가운데에서 우세를 점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투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아 그것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인데 이 원정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도박에서 행하는 올인이다. 원정거리도 짧으면 모를까 아예 제국 측이 했던 원정을 자신들이 하는 것이다.
- 거리가 너무 멀다. 이미 본국에는 보낼 물자조차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정작 물자를 마련해서 보낸다고 해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수송함대를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았고[20] 그걸 호위할 전투함대는 더더욱 없었다. 이래서는 보급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보급선이 끊긴 군대는 전투력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후일 제국의 동맹 전면침공 때도 양 웬리가 이걸로 제국 함대를 미친듯이 박살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설사 본국에 여력이 충분했다고 한들 전황이 필요로 하는 보급품과 그시점에 도달한 보급품이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이 너무 컸다. 식량이 없는데 탄약이나 함재기가 보급 온다던가 하는 사기를 팍팍 깎아먹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 컸던 것. 전투함 증원도 힘들고.. 거점으로 이제르론을 쓸수는 있었지만 어차피 함선 부족은 해결할 길도 없었다.
- 목적이 확실치 않다. 애초에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무릅쓰고 원정을 떠난다고 해도, 우란푸 제독이 지적했든 제국의 변경을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점령하는 것이냐, 아니면 제국군을 무너뜨리고 제국의 중추부까지 진군해서 제국을 무너뜨릴 것인지 결정했어야 했는데, 포크는 그저 '우리가 밀고 나가면 이기지 않겠음?'이라며 목적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 제국령은 동맹령보다도 더 넓고, 제국의 국력은 동맹보다 우월하며, 라인하르트를 비롯 기라성같은 명장들이 제국군에 즐비했다. 무기 개개의 스펙이라도 더 좋으면 모를까 현실은 오히려 제국군이 4~50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함선 스펙도 더 좋았다.동맹군 주력전함 787형은 제국군 ss75급 전함에게 대항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이 ss75급 전함은 우주력 750년에 나온 전함이다. 이 전함마저도 우주력 790년대와 800년 초반에는 노후화와 가속력 부족으로 바렌다운급 전함으로 교체되고 있었는데 동맹군은 이 ss75보다 화력, 방어력, 물자적재량, 함재기탑재량, 거주성 등 파손을 개의치 않고 만들어서 제국군 전함보다 나은 가속력과 전자전 능력을 제외하면 여러지표에서 못한 787형 전함을 대항마랍시고 우주력 787년에 생산하고 있었다. 함체크기도 작아서 제국군의 sk80순양함이 동맹군 전함보다 부피가 더 크다. 20만척의 어마어마한 전력으로도 점령한 제국령을 유지하는것은 둘째치고 동맹군은 제국령을 점령조차 하기도 힘들고, 정보도 부족한 제국령에선 압도적인 전력차... 접경지역에서의 수적 우월이라는 동맹군 측의 거의 유일한 장점조차도 잘 부각되기 힘든데, 거기에 제국의 함대전력도 깎아먹고 오라는건 그냥 배를 갖다 버리는것이다. 결국 목적도 확실치 않은 원정을 온 동맹군을 제국군이 전례 없을 관광을 태운 것은 뻔한 일이였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제국군에 어그로를 끌어 "야이 반란군놈의 새끼야 내가 함대 이끌고 가서 니네들 머리를 날려버리겠어" 라는 반응을 보이게 해서 이제르론에 병력 꼴아박게 한 후 충분히 병력을 박살냈다 싶을때 공격한다면 이건 그나마 봐 줄수 있을것이다. 이제르론에 누가 있는지 이제르론 주둔 함대가 누군지 동맹군이 이제르론을 왜 6번이나 공격했는데도 함락시키지 못했는지 이거 하나만 봐도 요런식으로 하면 제국군 함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리란건 분명하다. 물론 이것도 조건이 있긴 하다. 1:어마어마하게 긴 시간 2:동맹군의 질적인 강화&제국군의 질적인 하락 문제는 1을 시행하려면 이제르론 요새 완공 후 무려 30년이나 지났는데도 동맹은 제국이 제대로 넘보기 어려울 정도의 상대였다는 점에서 보면[21] 수십년이 걸릴지 수백년이 걸릴지 모른다. 2의 경우엔 라인하르트 원수부의 실력과 동맹군의 병신 요소가 한두개가 아님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
- 여기에 성공해도 문제, 목적이 불분명하니 애당초 어디까지 달성해야 성공인지는 알 수 없으니 그냥 제국령에 첫 침공이라는 의의/제국령 일부 일시적 혹은 영구적 정복/제국 정복 세가지 면을 놓고 본다면 일단 첫번째는 미묘하다. 기껏 함대 움직여놓고 그냥 돌아오면 그건 그거대로 낭비고 의미가 없다. 두번째도 곤란한게 만일 주 목적을 영토확대가 아닌 인구증가를 위해서라면 해 볼만 하기도 하다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접촉이래 100년도 넘는 세월동안 계속해서 자유행성동맹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망명을 오는 이들이 있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 자유행성동맹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수치가 정확히 얼마일지는 추정이 불가능하나 그 일시적 점령을 일시적이지만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다면야 제국에 비해 동맹이 얼마나 우월한지 설파하고 가겠다는 사람을 동맹으로 공짜로 보내주면 끝 하지만 이것은 어폐가 있다. 오려는 사람의 규모가 얼마나 될 지도 모르고 그렇게 인구 늘려봐야 전쟁으로 날려먹으면 도로아미타불 심지어 인구수가 동맹은 제국의 반이라 인구수를 얼추 맞추려면 50억명쯤은 되는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 그런데 이정도 사람을 데려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뿐더러, 이정도 인구를 데려오려면 변경성계로는 안 되고 제국령 중추부까지 점령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3번째 목적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제국이 자국 인구를 도둑질하는 동맹을 가만히 냅둘 리도 없을 뿐더러 아무리 제국 신민들이 동맹을 좋아한다 해도 동맹 본토로까지 갈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도 의문, 셋째는 제일 말이 안된다. 이걸 성공시키려면 오딘까지 제국군 깨부수고 진격해야 한다는 건데 코르넬리우스 1세의 친정처럼 유능한 지도자가 철저한 관리를 하고도 한가지 일로 말아먹기 쉬운 마당에 동맹 상황은 코르넬리우스 1세같은 지도자도 없고 제대로 된 준비도 안 되었다. 하다못해 시톨레, 뷰코크, 양 웬리 같은 인물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모를까 이들은 로브스와 포크에게 뭘 해볼 수도 없는 인물들일 뿐이며 결정적으로 이들은 전부 이 작전을 부정적으로 봤다. 뭘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빙신짓인지 알고 있으니 그 결과는 어떨지 안 해봐도 비디오 결론은 목적을 정확히 잡았다고 해도 첫째, 셋째는 애당초 안되는 일이었고 둘째는 그나마 약간의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이익이 얼마나 될 지 심지어 이익을 볼 수 있을 지 말 지조차 불투명하다. 결국 설령 앤드류 포크가 목적을 정확히 잡았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7.4.2. 옹호
- 작중의 자유행성동맹은 은하제국과 지속적으로 전쟁을 해오고 있는 상태이다. 그것도 직접적인 전면전 상황을. 당장 제2차 세계 대전때도 진주만 공습이 터지자 미국은 전쟁을 시작했으며 끝을 보았다. 굳이 국력이 넘치던 시절의 미국이 아니라 국력이 형편 없었던 한국전쟁 당시의 한국군도 끝까지 싸웠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거기에 자유행성동맹은 일단 150년 동안이나 지지 않고 은하제국과 맞섰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의 국력을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것 없으며, 설령 카탈로그적인 국력에서 밀리더라도 자유행성동맹의 사람들은 은하제국이라는 이름의 사악한 독재정치 아래 고통받고 있을 시민들을 올바른 민주정치 아래 자유라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방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이론 아래 사악한 제국에 겁먹지 말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 전쟁 중인 국가에서 전투나 켐페인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큰 지지율 상승요소이다. 적을 물리치고 아의 위세를 떨치는데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대로 전쟁에서 지고 있으면 그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크게 떨어진다. 정부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고 하고 언론은 이미 정부와 군부에 대부분 장악되어 있는 상황이니 당연히 성공할 거라고 믿지 않을까? 특히 제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던 이제르론이 영웅 양 웬리에 의해 뚫린 이상 그 기세를 몰아 제국을 공격해야 한다는 여론이 없을 리가 없다. 어떻게 보면 현 정부에서 지지율 상승을 걸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 자기 자식이 은하제국군과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했을 때 그것에 대해 강한 복수심을 품고 은하제국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할 부모들의 숫자가 과연 적을까. 이스라엘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항상 전쟁에 시달리지만 반전여론은 거의 없고 심지어는 아랍권과 전쟁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6일 전쟁의 전쟁 영웅이기도 한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암살된 이유는 팔레스타인과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한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만약 침공작전이 성공해서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다면 더이상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미래의 손실도 줄일 수 있고 당장 내 자식이 더 이상 군대에 끌려가서 죽지 않아도 된다. 중립적인 입장의 유권자들도 충분히 혹할 만 하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야 원정 자체가 얼마나 허황된 소리인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지만 작중의 자유행성동맹 국민들은 일부 지식인 계층들 빼고는 당연히 그런거 모른다. 모를수밖에 없는게 정치인들의 선전과 우국기사단으로 인해 반대 의견을 내기조차 어렵다.[22]
7.4.3. 결론
사실 작가도 개연성에 무리가 있다는걸 충분히 인지 하고 있었으니 별 의미없는 논쟁이다. 왜냐면 제국령 침공작전은 은하영웅전설을 끝내기 위한 화려한 자폭쇼였기 때문 (...) 이때 동맹의 전력이 박살나고 인재들이 단체로 끔살당하지 않았다면 다나카 요시키의 수많은 다른 작품들처럼 미완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상당히 초반에 벌어진 이벤트인데 그 후로도 소설 끝날 때까지 한참 진행된걸 보면...
7.5. 제국 측의 묘사에 대한 논란
작외적인 관점에서 생각하자면, 은영전의 자체가 전반적으로 제국의 '피해'에는 무감각하다. 사실상 국력 피폐는 오직 동맹만 겪는 문제이며 제국은 계속 치트키를 치고 있는 수준으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고 국력이 작은 동맹이 소모전에는 불리할 수 밖에 없으나, 제국 역시 내전 등으로 국력 소모[23] 를 겪을 수 밖에 없는데도 이런 묘사는 없는 편이다.
다만 이 부분은 제국을 온전히 하나로 보지 말고 제국 정부(이후 라인하르트)와 문벌귀족으로 나눠서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분명 제국령 침공작전과 내전으로 인해 제국 정부는 피해를 입었지만, 이후 문벌귀족을 처리하고 흡수한 이득으로 그동안의 피해를 단숨에 만회해 버린 것. 문벌귀족이 반란을 일으켰을 당시 적지 않은 수가 이미 붙잡혔음에도 불구하고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집결한 병력만 따져도 제국 정규군을 능가하고 있었던 걸 감안하면, 문벌귀족을 처리하고 얻은 이득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으로 이후 제국이 대규모 원정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기반이 되었다. 당장 내전 이후 막대한 수의 사병이 정규군에 편입되는 바람에 정규군만 따진다면 병력이 더 늘어났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
게다가 양 함대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으며 전력이 줄어들고 있다지만, 문벌귀족을 처분한 이후로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으니까 피해를 입더라도 전력복구의 필요성이 나올 일 없이 그저 기존 전력의 재편성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국은 중앙집권이 아닌 거의 반독립수준의 지방분권화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서 그렇지 실제 국력 자체는 동맹에 비해 압도적이었고[24] , 따라서 내부적으로 큰 피해가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남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동맹을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혹은 이보다 더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는데 바로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 특유의 설정 오류(...).
제국의 인구밀도 이상한 부분이 있다. 동맹군이 점령한 것은 200개의 항성계와 30개의 유인행성, 그리고 5,000만 명의 제국민이라고 한다. 30개 유인행성의 인구를 합쳐도 2012년의 대한민국 인구만도 못하다. 이렇다보니 3천만이나 되는 동맹군이 그 제국민을 못 먹여살려서 고생했다는 부분도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8. 게임의 묘사
은하영웅전설 4EX에서는 제국령 침공작전이 시작되는 시점의 시나리오와 암릿처 성역 회전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자유도가 높은 4EX답게 플레이어가 어떤 식으로 전략을 풀어나가는가에 따라 이후 전개가 달라진다.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시작할 경우 소설에서처럼 동맹군이 한큐에 공중분해 당하는 사태는 드물다. 다만 암릿처 성계 회전 시나리오에서는 전력차로 인해 동맹군의 패퇴만큼은 피할 수 없다.
은하영웅전설 5에서는 이전 전투인 아스타테 전투의 결과에 따라서 원작대로의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나올 수도 있고, 그레고르 폰 뮈켄베르거 휘하에서 제국군이 동맹군과 대병력을 동원한 일전을 벌이는 변경의 해방 시나리오로 빠질 수도 있다.[25] 그리고 제국령 침공작전에서 동맹군이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 암릿처 성역 회전으로, 그 이하의 피해로 클리어하거나 변경의 해방 시나리오를 승리하면 제국의 발할라 성계까지 진격해 제국군과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장정의 끝에> 시나리오로 전개되며, <장정의 끝에>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면 '동맹에 의한 은하제국 멸망'이란 엔딩이 뜨며, 깨지면 '제국령 침공작전 + 암릿처 성역 회전의 패배를 동시에 당한 것'으로 설정되어 이후 전개로 넘어간다.
은하영웅전설 6에서는 크게 두 개의 시나리오로 나눠서 묘사했다. 소설판을 따라가는 시나리오로 제국군의 반격이 시작되는 빌로스트-야반하르 성역 전투와 암릿처 성역 회전이 있다. 그 외에도 IF 시나리오도 도입되어 제국과 동맹이 초기에 맞붙은 상황을 가정한 도베르그 성역 회전, 단순히 플레이 가능 턴수를 더 늘려 동맹군을 더 철저하게 바를 수 있는(…) 빌로스트-야반하르 성역의 시나리오, 암릿처 성역 회전에서 청야전술에 불만을 품은 귀족들이 들고 일어나 라인하르트가 잘리고 대신 문벌귀족군이 출동하는 시나리오와 동맹군 전 병력이 피해 없이 조기철수한 시나리오, 1함대 11함대의 증원을 가정한 시나리오가 있다.
유저가 어느 쪽을 잡고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양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도베르그 성역 회전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동맹군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시작부터 물자나 사기가 떨어져 있고, 부대 전력이 엉망인데다가 제독들의 적극성도 떨어져 있어 능력치도 엉망이다. 냉정 성향인데다 적극성도 높게 설정된 뷰코크와 양 웬리만이 그나마 다른 제독들에 비해 잘 싸워주는 편이며, 나머지 제독들은 플레이어의 철저한 관리(…)를 받아야만 그나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무작정 패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암릿처 시나리오에서 유저가 함대 하나를 우회시켜 제국군 총사령관 함대를 전멸시킨 다음 역전승하는 엽기적인 플레이도 가능하긴 하다. 어떻게든 동맹군이 이겼을 때 나오는 욥 트뤼니히트의 병맛 넘치는 연설이 인상적이다. 보다보면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