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1. 개요
2. 국제적 사용
3. 상세
4. 현황
4.1. 독일에서의 MMP
4.2. 뉴질랜드에서의 MMP
4.3. 대한민국에서의 MMP
5. 특징
5.1. 사표방지 및 민의의 비례적 반영의 장단점
5.1.1.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 가능
5.2. 과반의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정 vs 합의제 민주주의의 초석
5.3. 정당명부 작성방식에 대한 논의
5.3.1.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따른 문제점
5.3.2. 대안과 한계
5.4. 초과의석 관련 문제
5.4.1. 해결책
5.5. 정권교체의 어려움 vs 국정운영의 일관성 및 안정성
5.6. 다수당의 과다 대표 방지로 인한 소수당의 성장
5.7.1. 사례
5.7.2. 해결책
6. 참고자료


1. 개요


Mixed-Member proportional(MMP; 혼합형 비례대표제). 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결합시키되 비례대표제의 성격을 더 강하게 하는 선거 방식이다. 사표#s-3(死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으로 평가 받는다.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독일식 비례대표제'''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이 제도 지지자들은 총선 때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이고 뉴질랜드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후술할 초과의석 문제 때문에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교적 정당 득표율대로 각 정당이 걸맞은 의석을 가져간다는 점과, 사표를 없애 총선 때 투표에 참여한 거의 모든 유권자들의 민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 또 그러므로 사표방지심리를 없앤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극단적 성향을 가진 정당이더라도 일정 수준의 득표율만 얻으면[1] 원내에 진입하기가 비교적 쉬워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2. 국제적 사용


독일, 뉴질랜드, 볼리비아, 레소토는 모든 의회 선거에서, 태국은 하원 선거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주의회 선거에서, 영국스코틀랜드 자치 의회 선거, 웨일스 자치 의회 선거 및 런던 시의회 선거에서 MMP를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은 1인 2표제이나, 레소토와 태국은 지역구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을 분배하고 볼리비아는 함께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을 분배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국회 하원 선거에서도 MMP를 도입할 것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코스타리카, 스리랑카에서는 정부의 주도로 MMP를 도입할 것이 논의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2008~2012년, 베네수엘라는 1991~2009년, 알바니아는 1996~1997년과 2001~2005년, 헝가리는 1989~2010년에 MMP를 채택했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2] 전부 비례대표 선출자의 구성 비율을 크게 높이는 것을 전제로 MMP를 폐지.

3. 상세


간단히 말하자면 각 정당의 국회 의석수가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이다.
  • 일단 선거 때 유권자들은 지역구비례대표 방식으로 투표한다. 과거의 한국 국회의원 선거와 여기까지는 같다.
    • 쉽게 예를 들어. 총 국회의석이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30석, 합쳐서 100석이라 가정한다.
    • A당이 정당 투표에서 40%의 득표율을 얻었다면, 총 40석의 국회의석을 받아야 한다.
      • 만약 A당이 지역구에서 40석보다 적은 30석을 얻었다면? 비례대표 10석을 받게 된다. (한국이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 반인 5석을 받는다)
      • 만약 A당이 지역구에서 40석보다 많은 50석을 얻었다면? 나라마다 다르다.
        • 독일이라면 전체 국회의석을 125석(지역구 70석, 비례대표 55석)으로 바꿔버린다. 그럼 50석은 125석의 40% 맞으니까 A당에 비례대표 하나도 안 주고, 다른 당들에 비례대표 더 주면 정당별 지지율과 의석 비율이 일치하게 된다. [3]
        • 뉴질랜드라면 A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도 안 준다. 하지만 전체 국회의석이 늘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머지 당들에 전체 국회의석 100석에 득표율을 곱한 만큼 의석을 다 주면 결국 A당이 초과 차지한 만큼 전체 국회의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경우 전체 국회의석이 110석(지역구 70석, 비례대표 40석)이 되겠다.
        • 한국은 굳이 따지자면 뉴질랜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한다. 자세한 내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대한민국 문서 참조.
참고로 원래 한국이 사용했던 일본식 병립형 비례대표제(Mixed Member Majoritarian; MMM)는 다음과 같다.
  • 지역구와 비례대표는 완전히 별개로 선출한다. 즉,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아무 상관 없이 배분된다.
    •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국은 국회 전체 의석 중 지역구 의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4] 정당의 전국 지지율보다는 어느 지역구에서 승리하느냐가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20대 총선 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총 득표율로는 새누리당국민의당에 뒤진 3위를 기록하고도 지역구에서의 압승 덕에 원내 제1당이 되었다.

4. 현황



4.1. 독일에서의 MMP



독일 연방의회선거, 연동형비례대표제 _ 초과의석, 보정의석 : 세계 민주주의를 만나다 5회
현재 독일 연방하원에서는 지역구 의원 299명, 정당명부 의원 299명으로 총 598명의 의원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총 16개의 주에 인구비례에 따라 지역구가 배분되며, 각 주에는 지역구 개수 만큼의 정당명부 의원 정원이 배분된다. 즉, 어떤 주의 지역구 의석수가 10석이라면 정당명부 의석수도 10석이며, 그 주의 총 의석수는 20석이다.
투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1차 투표'와 지지 정당을 뽑는 '2차 투표'로 나뉜다.
  • 먼저, 1차 투표를 통해 각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 299명을 의원으로 선출한다.
  • 2차 투표에서 전국 득표율이 5% 이상이거나, 전국에서 3개 이상의 지역구 의석을 얻은 정당은 각 주에서 정당명부 의석을 얻을 수 있다. 각 주별 득표 비율에 따라 주별 전체 의석비율이 결정된다. 따라서, 각 당은 각각의 주에서 (당이 얻은 주 전체 배정의석)-(주 전체 지역구 당선의석)만큼의 정당명부 의원을 당선시킨다. 즉, 어떤 당이 한 주에서 5석의 의석을 배정 받았는데 그 주에서 3석의 지역구 의석을 얻었다면 2석의 정당명부 의석을 얻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이른바 '''"초과의석(overhang)"''' 문제이다. 초과의석은 정당이 배정 받은 의석수보다 많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만으로 확보했을 경우 발생한다. 지역구 50석, 정당명부 50석 등 총 100석의 의석이 배정되어 있는 주에서 A당이 10%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다면, A당은 100석의 10%인 10석을 배정 받는다. 그런데 만약 A당이 지역구 선거만으로 12석의 의석을 얻었다면, A당은 2석의 초과의석을 갖게 된 것이다. A당의 배정 의석수 10석에 맞추기 위해 A당의 지역구 당선자들 중 2명을 탈락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럼 다른 정당들에 100석에 득표율을 곱한 것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뺀 만큼을 모두 나눠주면 그 주의 총 의석수는 102석이 되며 문제의 2석이 '''초과의석'''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초과의석을 갖는 주인공은 거대 정당이기 때문에[5] 집권 다수당에 득표율에 비해 많은 의석을 안겨주는,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수당이 많은 초과의석을 얻어 과다한 의석을 차지하게 되는 초과의석 제도가 직접선거의 원칙을 위배한다고 해서, 2013년 제18대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를 앞두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다수당이 가질 수 있는 초과의석을 15석으로 제한하도록 판결했는데, 이에 대응해서 2012년 기독교민주/사회연합,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의 합의하에 선거법이 개정되었다.
핵심은 다수당의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 그것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 비율을 침해하지 않을 때까지 전체 의석을 하나씩 재차 늘려서 만들어지는 '보정의석'(Ausgleichsmandate)을 도입하고, 발생한 보정의석 수를 인구 비례에 따라 각 주에, 전국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독일 선거제도에서는 의석배분은 전국 정당득표율에 따르지만, 정당명부는 주별로 작성되고, 인구비례에 따라 주별 의석수가 할당되기 때문에 이 계산 역시 복잡하다. 따라서 특정 주에서만 보정의석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2013년 총선 결과 기독교민주연합이 4석의 초과의석을 내었는데, 이에 대응해서 29석의 보정의석이 만들어졌다.(기독교민주연합 13석, 사민당 10석, 좌파당 4석, 녹색당 2석). 33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해서, 총 의석수가 631석이 되었다.[6] 이것만 아니었어도 2013년 총선에서 어마어마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CDU/CSU가 단일 내각을 구성할 수 있었다.

4.2. 뉴질랜드에서의 MMP


뉴질랜드는 독일의 과거 방식(2013년 제18대 독일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바뀌기 전의 방식)과 똑같다. 다만 비례대표 배분을 권역(주)별로 하지 않고, 지금의 한국처럼 전국단위로 비례대표를 배분한다.

4.3. 대한민국에서의 MMP



대한민국은 원래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다가,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였다.

5. 특징



5.1. 사표방지 및 민의의 비례적 반영의 장단점


이 제도는 일단 '''사표를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지율을 기반으로 의석을 배분해 사표를 방지한다. 현행 1인 소선거구제도[7]의 경우 상대의 득표율이 49%에 달한다 해도 51%를 가지기만 하면 승리하게 되므로 나머지 49%가 사표가 되어 49%만큼의 민의는 배제되는 것이다.
[image]
실제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2010년대까지 한국의 선거제도 불비례성은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다만 한국은 1980년대 군사 독재 정권 하의 수치가 반영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야당 인사들의 정치 활동이 강제로 제한되고 1981, 1985년 총선에선 여당은 35% 득표로 단독 과반수를 차지했는데(1988년엔 34% 득표율로 단독과반수에 25석 미달), 1당에게 비례대표의 2/3을 우선 배정, 1988년에는 1당에 1/2을 우선배정하는 식으로 전체적으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선거제도였기 때문.
1개의 지역구에서 최소 2명 이상의 당선자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도 이 같은 사표 방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군소 정당의 지지를 대변하지 못하여 양당 체제를 고착시킨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명을 선출하는 지역구에서 3명의 후보가 나왔을 때 각 후보 득표율이 41%, 39%, 20%라면, 두 대형 정당 후보들은 당선되지만 '''군소 정당의 20% 지지율은 무시된다.'''
근본적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비례성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지역구와 비교해 비례대표의 수가 비슷해야 한다. 현재 상황처럼 300명 중 50명을 비례대표로 정하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같은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가 0명이 나오고, 더 심한 경우 상당한 초과의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선관위 안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지역구와 비례석을 150석씩 1:1로 배분하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8] 지역구 200석, 비례석 100석으로 하는 안으로 일단 시행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단점으로는 정치인 개인이나 혹은 정치적 신념, 정책보다는 정당 그 자체만을 보고 뽑는 경우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결로 당선,정책을 결정짓는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정책이나 의견이 채택될 수 없으며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특히 대선의 경우는 왜 예외가 되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표를 얻은 만큼 일수를 계산해서 5/n년으로 임기를 나누면 되지 않겠는가. 정말 사표라는게 문제가 된다면 대통령의 임기도 이런 식으로 후보자들이 득표율에 따라 임기기간을 나눠야 한다. 다만 대통령은 1인의 관리이고, 의회는 여러 사람의 회의체라는 점에서, 대통령은 행정을 처리하는 리더이고 의회는 다양한 의견을 토론하는 회의체라는 점에서 똑같이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동시에 의회는 단순히 법률을 제정하는 기능만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런 기관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이 다수결이므로 소수의견은 대표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가 있다. 동시에 맨 처음에 정책보다 정당 자체를 보고 뽑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당의 존재 의미 자체가 같은 정치적 신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구성한 결사체임을 떠올려 보면 정당과 단순한 파벌을 혼동한 주장이라 볼 여지가 있으며, 오히려 이쪽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정당들이 지나치게 수명이 짧고 정치적 신념 혹은 정책보다는 특정 인물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치인 개인을 보고 뽑는 경향이 강한 군 지역의 지방선거 단위 등을 보면 개인이 위주가 된 선거에서 오히려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이 두드러지지 않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권역별이 아닌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제의 경우에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대폭 집중되어 있는 한국 특성상 정당들(특히 소수정당)이 지방에 관심을 갖지 않고 수도권 표만을 노린 선거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뚜렷한 지역 기반을 만들지 못해도 (수도권 인구가 과반수인) 전국 지지율만 어느 정도 나오면 유의미한 의석 확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소선거구제 하에서 거대 양당이 갖는 통칭 '지역 기반'을 지역 유지들과의 유착에 기반한 기득권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반대로 소수 정당들이 지역을 위한 사업에는 소홀하고 이미지 정치로만 표를 얻으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니 판단은 알아서.

5.1.1.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 가능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도에서는 의회가 양당제로 귀착된다. 하지만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수 많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를 단 2개의 정당이라는 그릇에 모두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연동형비례대표제 또는 100% 비례대표제에서는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자연스레 다당제가 정착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과 관련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시민사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비례민주주의연대의 공동대표이자 녹색당 공동대표를 지내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의 칼럼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아래 글은 1918년에 스위스에서 있었던 선거제도 국민투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비록 스위스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아예 100% 비례대표제이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 가능'이라는 장점은 연동형비례대표제에서나 100% 비례대표제에서나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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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8년 스위스에서 선거제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 소선거구제를 상징하는 왼쪽에는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비례대표제를 상징하는 오른쪽에는 5명의 시민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18년 스위스 전역에는 한 포스터가 나붙었다. 왼쪽에는 탐욕스러운 자본가가 식탁을 독점하면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그림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5명 정도의 사람이 동등하게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그림이 있었다.

이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민투표를 앞두고 만들어진 포스터였다. 왼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당시 스위스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오른쪽의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것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이 한 장의 포스터는 ‘선거제도 개혁이 국민 밥그릇’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는 힘있고 돈있는 자들의 목소리만 반영되는 정치가 되는데,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정치가 가능해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포스터 덕분이었는지 그해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 66.8%가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데 찬성했다. 이 개혁은 오늘날의 스위스를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

스위스의 포스터가 잘 표현한 것처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서 다수의 국민들, 특히 약자와 소수자들은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특권과 부패를 낳는다. 그래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보다 공정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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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과반의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정 vs 합의제 민주주의의 초석


'''특정 정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실제로 약 60년이 되는 독일 연방의회에서 단일 정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적은 '''딱 한 번'''뿐이었으며[9], 당연히 모든 정권이 연립정부의 형태로 유지되었다. 이는 비례대표 없이 오로지 지역구 선거만 존재하는 영국 하원의회 선거와 비교된다.[10] 이런 연정을 통해 소수 캐스팅보터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 입장에서는[11] 이런 점이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입장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승자독식을 지양하고 극단적인 반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독일을 비롯하여 비례대표제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유럽 대륙국가들의 정치체제의 경우 대체로 양대 중도정당들이 안정적으로 대연정 혹은 소연정을 구성해 합의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과 영국은 과거 각각 가장 폭력적인 국회 2, 3위에 뽑히기도 했을 정도로[12] 반목과 극단적 대립이 심한 편이다. 연방정부 예산까지 끊을 정도로 벼랑 끝까지 가는 미국 의회의 대립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주요 정당에서는 강경파보다는 온건파들이 각 정당에서 득세하게 되고 강경파들은 당내 소수파로 소외받다가 별도의 정당을 차려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국정을 주도하는 양대 정당은 의회의 의석 절대다수를 점유함으로써 합의를 통해 국정을 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정당 간 반목과 대립을 합의와 양보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제도의 변화가 문화의 변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는 희망사항이다. 한국의 과거 정치경험을 돌이켜보면 대통령과 국회의 분점정부 상황에선 언제나 극단적인 반목과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가 반복되었다는 점에서도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민주화 이후 실질적 여소야대 상황[13]은 총 6번 있었는데,
  • 13대 총선~3당 합당 사이 노태우 정부: 3당 합당으로 인위적으로 구도를 바꿨고, 이는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보수 편향 구도의 원인이 된다.
  • 국민의 정부: 한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연정인 DJP연합이 성사되었던 시기. 불발되긴 했지만 내각제 개헌이 논의되던 시기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내각제와 비슷하게 운영된 면이 있다.
  • 17대 총선 이전 참여정부: 친노계가 당내 갈등 끝에 민주당을 박차고 나오고, 여야간 갈등이 극한에 달하다가 급기야는 사상 최초의 탄핵 소추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지만 탄핵 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얻으며 크게 승리했다.
  • 18대 총선 이전 이명박 정부: 어차피 총선이 코앞이고 한나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던 상황이라 별 상관이 없었다.
  • 20대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든 상황이었고, 이후 야권에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탄핵으로 임기를 마친다.
  • 21대 총선 이전 문재인 정부: 총선까지 한참 남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들어선 정부. 협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시각이 많기는 했지만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계기부터가 탄핵이다 보니 여야 관계가 원만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었고, 각 당의 지지자들 사이에도 단순 정치적 견해 차를 넘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었던지라 수도 없이 국회 파행이 반복되었다. 결국 21대 총선에서 압승하며 여소야대에서 벗어났다.
보다시피 대체로 협치가 이뤄지기는커녕 여야 갈등이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심해져만 갔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독일과는 달리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한국에서 연정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14]
독일식 합의제 민주주의가 도입되도 대통령 중심제이기 때문에 굳이 협치안해도 행정부 운형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긴하지만 입법부에서 협치를 안하고 서는 입법활동을 할수 없기때문에 국회에서는 협치가 가능해진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통령 중심제와 맞지 않다는 의견에 대한 반론 http://m.hani.co.kr/arti/politics/polibar/874189.html#cb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논할때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 말해서는 안되며 추가적인 제도적, 문화적 기제들을 함께 논함이 타당하다.
연동형 비례제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성향이 다른 정당들끼리의 대연정이 일상화되면 다른 문제도 생기는데, 거대 정당들이 연정으로 연립 여당 노릇을 하게 되면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모두 만족하기보다는 모두 불만족하게 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거대 양당이 모두 여당이기 때문에 야당으로 남은 (주로 강경파인) 소수정당에 표를 줄 수밖에 없고, 이것이 극단주의 정당의 성장을 부를 수 있다는 것.

5.3. 정당명부 작성방식에 대한 논의



5.3.1.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따른 문제점


과거 전국구나 오늘날 비례대표제가 가지는 문제점, 즉 지역구에서 낙선된 거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점과, 정당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에서 함량미달의 후보가 쉽사리 당선될 수 있는 점이 있다. 대표적인 전자의 예가 베를린 선거구의 헬무트 콜 수상의 예가 있고, 후자는 한국의 경우 과거 18대 친박연대 국회의원인 양정례 의원과 같은 경우가 있다.[15] 이 때문에 비례대표를 전체의 절반으로 늘리면 양정례가 100명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 이것은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부정경선 사건이 터지면서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문제있는 정치인이 지역구에서 나온다면 그 동네 사람들이 안 찍으면 그만이지만, 비례대표 앞 순번을 달고 있으면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모든 해당 정당 지지자가 그 당을 안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례 대표 자체가 국민이 직접 뽑아서, 선택을 받아서 정정 당당하게 민의를 대신하는 국회의원의 정의 자체와 크게 괴리가 있다. 다만 이 건에 관련해서는 불구속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5.3.2. 대안과 한계


이 문제점 때문에 정당이 명부를 결정하는 폐쇄형 명부제(Closed List) 방식의 비례대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비판을 받아 폐지되었다. 유권자가 직접 비례대표 순위도 결정하는 개방형 명부제(Open List) 방식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도입되어 실행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가 가장 극단적으로(?) 유권자의 선택권을 넓힌 경우다. 스웨덴은 여러 장의 투표용지 중에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유권자는 선호하는 후보의 이름을 적을 수도 있고, 정당이 제시한 여러 개의 후보자 순위 중에서 선호하는 명단을 선택하여 투표할 수도 있다. 개인선호 투표에서 8% 이상 득표한 후보는 무조건 최우선순위가 되어 당선되고, 나머지는 가장 많이 득표한 명단의 순위에 따라 당선된다. 자세한 내용은 항목 참조.
해당 문서에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유권자가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각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검증도가 그만큼 저하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유권자의 투표 의욕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 수십 명을 일일이 살펴서 순위를 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더구나 이런 투표의 특성상 비례대표 후보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소수[16]에게만 표가 집중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절대다수의 나머지 후보들[17]은 당선되기 어려운 구조인지라 소수자 배려라는 비례대표제의 의의가 퇴색된다는 한계가 있다.

5.4. 초과의석 관련 문제


앞서말한 초과 의석 때문에 의원 정수가 고정되지 않고, 현행 한국의 낮은 비례 의석 비율을 그대로 유지시킨다 해도 초과 국회의원이 항상 5~10명 정도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무소속이 지역구 의석 전체를 휩쓸었을 경우 초과의석이 지역구 전체 의석만큼 독일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전체의석의 50%가 나온다. 즉, 지역구 투표가 비례대표 투표의 비례성을 훼손하게 된다. 상기 인용한 그래프에서도 나타나듯 독일의 비례성은 높은 수준이지만, 완전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보다는 낮은데 이 초과의석 때문이다.
또한 초과의석은 지역적 구도를 굳히는 결과를 낳는다. 예컨대 독일에서 기사당바이에른, 사민당자를란트, 구 동독 사회당의 후신 정당인 좌파당은 해당 지역에서의 패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는 동독 지역에서 심한데, 일부 학자들은 통일 직후 반발을 낮추기 위해 제도적인 게리맨더링이 적용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의석들은 모조리 초과의석의 원인이 된다(...). 한 계산에 따르면, 초과의석 제도에 따라 심지어 특정 지역구에서의 지지율이 (비례대표 지지율보다) 낮아야 더 의석을 얻는 케이스도 생긴다! 이는 결선투표제에서도 나타나는 비단조성의 문제이다.[18] 여느 선거 제도가 그렇듯 MMP 또한 완전무결한 선거 제도는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이 초과의석의 존재 때문에 위성정당이라는 꼼수가 가능하다. 위성정당 문제 단락을 참고.

5.4.1. 해결책


비례득표율과 지역구 당선자 수의 차이가 가장 큰 정당의 의석이 비례득표율과 일치할 때까지 비례의석을 늘리는 방법 또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역구 의석이 100석일 때, A당이 지역구 50명, 비례득표율 25%를 받았을 때 50석이 25%가 되는 200석을 전체 의석으로 하는 것이다.[19] 본 대안에 따를 경우 초과의석 발생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각 정당의 최종의석비율이 정당득표율과 일치하는 결과가 되므로 '''민의의 비례적 반영'''이라는 본래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다만, 이의 단점은 간극의 크기에 따라 전체 의석수가 널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군소정당에서 더 크게 두드러지는데, 비례득표 1%를 받은 B당이 지역구에서 5석을 받으면 전체 의석 수가 500석이 되어 버린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소정당에 예외를 두는 방안 또는 몇 석 이내의 초과의석은 인정해 주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독일의 해법은 다수당의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 그것이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비율을 침해하지 않을 때까지 전체 의석을 하나씩 재차 늘려서 만들어지는 보정의석(Ausgleichsmandate)을 도입하고, 발생한 보정의석 수를 인구비례에 따라 각 주에, 전국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었다. 즉 2013년 총선 결과 기독교민주연합이 4석의 초과의석을 내었는데, 이에 대응해서 29석의 보정의석이 만들어졌다.(기독교민주연합 13석, 사민당 10석, 좌파당 4석, 녹색당 2석). 33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해서, 총 의석수가 631석이 되었다. 또한 지역구에서만 당선되는 군소정당의 예를 위해서는, 5%미만의 전국투표를 받은 소수정당 의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되거나, 기성 정당의 한 후보가 정당명부에 기입되지 않고 지역구에만 후보로 나가 당선되거나, 무소속으로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5%를 넘긴 정당들의 총의석이 그만큼 줄어들도록 했다. 대신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정당투표는 전체 정당투표 계산에서 빼도록 했다.

5.5. 정권교체의 어려움 vs 국정운영의 일관성 및 안정성


독일은 내각이 강하고 그 지지도가 곧 의석에 반영되기에 견제가 쉽지 않다. 달리 말하면 물갈이가 잘 안 된다. 한국으로 치면 대략 대통령 선거하면서 그 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나눠주는 제도라 볼 수도... 물론 한국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와 내각제가 함께 도입되지 않는다면 상관없거나 덜하겠지만, 의원내각제와 함께 등장한다면 총리들의 십수년의 장기 집권도 꿈은 아니다. 실제로 콘라드 아데나워가 15년, 헬무트 콜이 16년이나 집권하였고, 다른 총리들도 한두 번 연임은 기본이 된 독일의 사례를 보면 이건 꿈을 넘어서 이미 현실이다. 당장 현임 앙겔라 메르켈 수상도 이미 수상 4선에 무려 13년째 집권 중이다. 당장 메르켈은 대안이 없다는 평이 많아 '''독일 사상 첫 20년 집권'''도 꿈이 아니라는 평일 정도. 심하게 말하면 히틀러보다 오래 해먹는다.(...)
한편으로 그만큼 정치를 잘하면 얼마든지 오래 집권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무조건 5년 뒤 아웃시키는 것보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에 있어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직에서는 자꾸 5년 내에 무언가를 하려고만 한다. 그러다보니 4대강 사업과 같은 무리수가 등장하고[20], 전직 대통령들은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무슨 일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당 간의 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제1다수당이 모든 국정을 독점하는게 아니라 다른 당들과 나누게 되기 때문에 선거를 통해 제1다수당이 바뀌더라도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민당 소속인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은 후임인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총리가 이어받았는데, 메르켈 1기 내각은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의 대연정이었기에 원활한 정책 추진이 가능했다. 또한 통일의 물꼬를 틔운 동방정책도 사민당 총리와 기민당 총리를 거치면서도 지속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다수석을 점하지 못한 정당들은 국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국정운영 능력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을 찾자면 위에서 언급했듯 현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기보다 혁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강경파 정당을 찍어야 한다는 것 정도.

5.6. 다수당의 과다 대표 방지로 인한 소수당의 성장


극우 정당이나 극좌 정당, 혹은 종교극단주의 정당이[21] 소수의 결집된 지지자를 믿고 등장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제한 투표율이 있어야한다는 의견과, 그것도 민주주의의 일환이란 반박이 대립/공존한다. 또 각 정당의 이념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중도를 피하려는 경향도 생길 수 있다. 이미 17대 총선부터 이러한 정당들이 등장하였으나, 현행 54명을 배분하는 것과 단순하게 비례대표를 50%라 하여도 150명을 배분하는 것은 제도권 정치 진입 가능성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3%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얻지못하면 의석이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22] 소규모 정당의 원내진출은 오히려 힘들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의석 진출 한계를 1% 정도로 낮춘다면 초과의석이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

5.7. 위성정당 문제


여기에서 제도적인 미비가 있을 경우 발생하는 헛점인데, 만약 어떤 기성 정당이 위성 정당을 만든 다음, 자신들은 비례대표 후보를 한 명도 내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위성정당에 정당 투표를 해달라고 당부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얻는 총 의석 비율이 정당 득표율과 최대한 일치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한 정당이 얻은 지역구 당선자 수가 득표율에 비해 적으면 그만큼 비례대표 당선자를 더해주어 득표율에 딱 알맞는 총 의석수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얻은 기성 정당은 비례대표 당선자를 적게 얻어야 한다. 그런데 위성정당을 사용할 경우 서류상으로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위성 정당은 많은 비례대표 당선자를 얻는다.[23]
사실 비례대표 선거에만 참여하고 지역구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위성 정당[24]의 존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비례대표 선거에는 불참하고 지역구 선거에만 후보를 내는 정당[25]의 존재다. 위성 정당을 쓰는 기성 정당들은 지역구 선거에만 참여하고 비례대표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으니, 당연히 득표율이 0%가 될 것이고, 그럼 그 정당들이 얻은 지역구 당선자 수는 무조건 득표율에 비해 많을 것이다. 이 경우 지역구 당선자를 뺄 순 없으니 해당 정당의 의석 비율과 득표율을 맞추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원래대로라면 득표율만큼, 혹은 득표율보다 많은 지역구 의석을 얻은 기성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혹은 아예 받을 수 없어야 하나, 이러한 꼼수를 씀으로써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챙기면서 추가로 위성정당으로부터 비례의석까지 챙겨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해당 정당에 한하여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얻었을 것보다 많은 의석을 얻게 해주고 마는 것이다.[26]
예컨대 어느 나라 국회의 의원 정수가 300명이고, 지역구 250석과 비례대표 50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A당, B당, C당, D당 등 4개 정당의 참여 하에 총선을 치른 결과 각 정당의 득표율은 순서대로 35%, 35%, 20%, 10%, 지역구 당선자 수는 115, 115, 16, 4명으로 나왔다고 가정하자. 의원 정수 300명의 35%는 105석이므로 A당과 B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하나도 배분 받을 수 없고, 다만 지역구 당선자를 탈락시킬 수는 없으므로 A당, B당에 각각 10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C당의 배분의석은 20%인 60석이므로 지역구 16명을 뺀 비례대표 44명이 당선되고, D당의 배분의석은 10%인 30석이므로 지역구 4명을 뺀 26명이 당선된다. 이렇게 총 320석 중 A당 115(의석비율 35.9%), B당 115(35.9%), C당 60(18.8%), D당 30(9.4%)의 의석분포가 되는 것.
그런데 이 사례에서는 지역구:비례 의석비율이 독일처럼 50:50인 상황이 아니라 지역구 의석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이므로, 어차피 A당과 B당 같은 거대 정당은 비례 의석을 얻지 못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여기서 꼼수가 등장할 동기가 생긴다.[27] B당이 꼼수를 부려 b당을 만들고, B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b당은 비례대표만 출마시킨 후 B당 지지자들에게 비례표를 b당에 몰빵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쉬운 것은 아니지만, B당 지지자들이 100% 충성도를 발휘하여 실제 그것이 실현되는 경우, 상황은 다음과 같이 변하게 된다. A당, C당, D당의 상황은 동일하지만, B당은 비례표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115석 전부가 초과의석이 된다(B당 지역구 당선자들은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 그리고 b당은 35%를 얻었으므로 비례대표만 105석을 얻게 되고, 최종적으로 총 425석 중 A당 115(27.1%), B+b당 220(51.8%, B당 115, b당 105), C당 60(14.1%), D당 30(7.1%)이라는 황당한 상황이 나오게 되는 것.
정도는 덜하긴 하지만, 동일한 지역구와 비례 의석비중 하에서 초과의석 방지장치를 둔 50% 준연동형을 적용하여도 비슷한 왜곡이 발생한다. 50% 준연동형 하에서 지역구 당선자만으로도 득표율 대비 당선자 수를 초과하는 A, B당은 1차 비례대표 배분이 없고, C당은 22석, D당은 13석을 1차로 가져가며,[28] 나머지 15석을 4개 당의 득표율로 나누어 2차로 5, 5, 3, 2를 배분하여, 비례대표 합계의석은 5, 5, 25, 15가 되고, 최종의석은 A당 120(40.0%), B당 120(40.0%), C당 41(13.7%), D당 19(6.3%)가 된다. 그런데 B당이 꼼수를 쓰면 1차 배분에서 b 30, C 13, D 7로 3당 사이에 50석이 모두 배분되고[29] 2차까지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A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없어지며, 최종적으로 총 300석 중 A당 115(38.3%), B+b당 145(48.3%, B당 115, b당 30), C당 29(9.7%), D당 11(3.7%)이 되는 것.

5.7.1. 사례


  • 2005년 알바니아 총선에서 기존 양당인 민주당과 사회당은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해 유권자들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선거 연대를 한 군소 정당에 투표하도록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지역구에서는 100석 중 99석을 기존 양당이 가져갔으나 비례대표에서는 공화당과 사회민주당처럼 지역구 의석을 단 1석도 못 낸 정당들이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당시 비례대표 의석들을 획득한 군소 정당들은 선거 직전에 급조된 정당은 아니었고 대부분 훨씬 이전에(공화당과 사회민주당, 환경농업당은 1991년, 인권통합당은 1992년, 신민주당은 1999년 등)에 창당되어서 여러 번 당선자를 낸 적 있는 정당들이었다. 결국 이 선거 이후로 알바니아는 지역구 의석을 폐지하고 완전 비례대표제로 전환하였다.
  • 2007년 레소토 총선에서는 양대 정당이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여당 레소토민주의회(LCD)는 민족독립당(NIP)을, 제1야당 전바소토협의당(ABC)은 레소토노동당(LWP)에 투표하도록 지원해 양대 정당이 사실상 비례대표를 싹쓸이했다. 레소토의 경우 이후 2000년까지의 대한민국처럼 지역구 의석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형 의석을 분배하도록 선거법이 개정되었다.

5.7.2. 해결책


제3공화국 때처럼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없게 하는 안이나, 혹은 극단적으로 모든 비례대표 후보를 석패율제도에 따라서 지역구에서 아쉽게 탈락한 사람들로만 구성하자는 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정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도록 강제되므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설립이 원천봉쇄되는 것은 맞다. 다만, 굳이 따지자면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없게 하는 게 아니라, 비례대표 후보가 없는 당은 지역구 후보도 낼 수 없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인 대책이다. 위에 설명했듯이 정당 득표율보다 많은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의 존재가 문제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은 지역구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의 존재가 문제인 게 아니기 때문.
또 다른 방법으로는 비례대표 득표율은 지역구 의원 중 최대득표율을 넘을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한국당이나 더시민당 및 국민당은 지역구의원이 없으니 자연히 0%가 되고 정의당은 지역구 최대 득표율인 심상정의원의 득표율이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높으니 비례득표율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한편, 레소토태국의 경우 별도의 정당 투표 없이 지역구 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을 분배하고 있다. 즉, A당의 지역구 후보들이 받은 표수의 총합이 A당의 득표수로 간주되는 식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제6~8대, 제15~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용한 제도이기도 하다. 이 방법의 경우 위성정당의 등장을 원천 봉쇄할 수 있지만 정당에 대한 지지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지지의 차이가 무시되고, 소속 지역구에 지지하는 정당이 출마하지 않았거나 무소속 후보자에 투표할 경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불가능하게 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이미 2001년 1인 1표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해당 방법의 도입은 불가능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독일 바이에른 주의회 선거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즉, 정당의 지역구 득표수와 비례대표 득표수를 모두 합쳐 그 정당의 최종 득표수 및 득표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정말 단순하게는 지역구 당선자 의석율이 정당 득표율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만큼의 지역구 당선자를 탈락시키거나, 의회 의석수 자체를 늘려 지역구 당선자 의석율을 정당 득표율과 강제로 일치시키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30] 전자의 경우 지역 유권자의 지지로 정당하게 당선된 자를 탈락시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후자의 경우 무소속 의원이 다수 당선될 경우 의회 의석이 폭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6. 참고자료


21대 국회 의석수 계산기
미디어오늘 기사
최장집 등 정개특위 자문위 ‘360명 증원·연동형 도입’ 의견서 제출
[윤평중 칼럼] 선거법 개혁으로 敵對정치 넘어서야
[朝鮮칼럼 The Column] 거대 양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뭐가 두려운가
[김진국 칼럼] 상대당 실수로 버티는 거대 양당
[김진국의 퍼스펙티브] 집권당은 떡시루, 제1야당은 떡고물 차지했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기득권 세력은 ‘국회의원 증원’ 싫어한다
[중앙시평]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께
[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답인가…지역구 합쳐 한 선거구서 3명 이상 뽑자
[기고] 영국식 의석추가형 비례제 참고하자[31]
[기획] 연동형 비례제 나라를 가다

[1] 정확히 말하면 원내진입을 위한 최소 요건(봉쇄조항)을 상회하는 득표율을 얻으면[2] 차베스 정권 때 MMP를 폐지한 베네수엘라의 경우 이후 러시아, 일본, 한국 등과 같은 병립형 비례대표제(MMM)로 전환하였다.[3] 독일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 좀 더 복잡하지만, 여기선 편의상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인 것처럼 서술한다.[4] 제5공화국 하에서 치러진 치러진 제11~12대 총선 때는 전국구(비례대표) 의원 수가 전체 국회 의석의 1/3을 차지했다, 원내 1당에게 전국구 의석 2/3가 배정되는 식이라 별 의미가 없었지만.(...) 민주화 이후로 비례대표 의석은 쭉쭉 줄어들었고, 1인 2표제가 도입된 17대 총선부터만 봐도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는 17대 243:56, 18대 245:54, 19대 246:54, 20대 253:47 등으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현저히 적다.[5] 특정 지역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으면 지지율에 비해 많은 의석수를 얻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부울경은 보수 정당 지지율이 일반적으로 60~70% 정도 되지만 대부분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승리해왔다.[6] 이 제도는 의회 정원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만약 2009년 연방하원 선거를 이 개정 선거법대로 치룰 경우 총 의석수는 622석이 아니라 648석이 되는 것ㅎㄷㄷ [7] 이런 제도를 FPTP라고도 한다. First-past-the-post.[8] 국회의원들이 영향을 미치는 선거구 획정은 항상 국회의원 증원을 반대한다는 민심을 명분으로 비례대표를 칼질하고 지역구를 유지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선관위 소속으로 바뀌고 나서도 마찬가지.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비례대표 증원 여론은 대체로 좋지 못한 편이다. 한 가지 사례로 여론조사 결과를 등에 업고 제주도의회 비례대표 의원수를 축소하려던 일도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무산되었지만.[9] 1957년 선거에서 기민/기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했으나, 이때도 보수계열의 독일당과 연정하였다.[10] 영국은 전통적으로 거대 양당체제가 지속되었는데, 여기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지역구만 존재하는 선거제도다. 그 영향은 자유당(영국)자유민주당(영국) 항목의 내용, 뒤베르제의 법칙을 참조.[11] 예를 들어 한국에선 제3지대 정당 혹은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이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12] 당시 기준 1위는 대만. 다만 영국의 경우 육체적인 폭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언어폭력이 문제가 된 케이스인데, 일부 네티즌들에게 영국 하원의 토론 문화가 고평가 받는 것과는 달리 서방권에선 '정도가 지나친 인격모독'이라는 평가 역시 많이 받고 있다.[13] 임기 말에 대통령이 탈당해 무소속이 됐다거나, 친여 무소속을 끌어들이면 과반이 된다거나, 정계개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여소야대가 된 상황 등은 제외한다.[14] 모든 당이 과반에 실패했을 때를 가정하자. 의원내각제는 제1당이라도 과반을 얻어 안정적으로 행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연정해야 하지만. 대통령 중심제는 그냥 대통령 선거를 이기면 안정적인 행정부를 구성하는 고로 연정할 필요가 없다. 다른 한편으로, 야당에서 연정을 받아줄 명분도 대통령 중심제 쪽이 훨씬 희박하다. 그래서 협치가 생기기 힘들고, 연정과 비슷한 시도를 하기도 힘든 편이다.[15] 30대 초반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 개인의 재능 부족도 문제였지만, 양정례의 어머니가 수십억의 공천헌금을 내고 딸의 비례 1번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드러나 당선이 무효가 되었다.[16] 아마도 유력 정치인[17] 아마도 정치신인, 장애자 등[18] "한 후보에 대한 지지가 올랐으면 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되어선 안 된다"는 원칙이 깨지게 된다.[19] 그러면 지역구 100석, 비례대표 100석이 되고 A당은 초과의석과 비례의석 없이 지역구 의원만 있게 된다.[20] 4대강 사업의 찬반을 떠나서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을 5년 임기 내에 끝내려고 하는 것부터가 무리다.[21] 종교정당 자체는 (극단주의만 아니라면) 독일 기민련의 사례에서 보듯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교정당의 전통이 약한 한국의 경우, 종교정당이 원내에 진입한다면 (기독자유당 등의 전례를 볼 때)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라 극단주의 정당일 우려가 있다.[22]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확보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해주기는 한다.[23] 위성정당은 기성 정당의 높은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해 높은 득표율을 받으므로 더더욱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얻게 된다.[24] 예: 21대 총선에서의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25] 예: 21대 총선에서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26] 본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총 의석 비율 = 정당 득표율"'''의 등식을 만족하도록 작동하여야 하나, 이 꼼수를 써서 거대정당의 모든 득표율을 위성정당으로 옮긴다면 '''"정당의 (사실상) 총 의석 비율 = 지역구 의석 + 정당 득표율"'''의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모든 정당이 똑같이 꼼수를 쓸 때 그렇게 나타난다는 것일 뿐이다. 전체적으로 병립형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려면, 모든 정당이 꼼수를 쓰거나, 꼼수를 쓰지 않은 정당이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없어야 한다. 특정 정당만 꼼수를 쓰고 다른 정당이 꼼수를 쓰지 않으면 지역구 의석 획득으로 인하여 배정에서 제외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만큼을 다시 모든 정당이 나누게 되므로, 꼼수를 쓰는 정당만 병립형보다 의석을 더 얻게 되고, 꼼수를 쓰지 않는 정당은 병립형보다 의석을 덜 얻게 된다.[27] 사실 비례의석을 얻을 수 있더라도 꼼수를 부리는 쪽이 유리하다.[28] 50% 준연동형 하에서의 연동배분의석은 비례의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뺀 후 2로 나눈 것이므로 완전연동형의 절반이다.[29] 연동배분의석이 b당 52.5, C당 22, D당 13으로 합계가 50이 넘어 초과의석이 발생하므로 3당 사이에 이를 다시 비례배분한다.[30]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 후자와 유사하다.[31] 해당 교수는 서울신문에도 같은 내용의 기고문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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