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실주의

 

1. 개요
2. 분파와 정의
2.1. 고전적 현실주의
2.2. 신현실주의 (구조적 현실주의)
2.2.1. 공격적 현실주의
2.2.2. 방어적 현실주의
3. 논쟁
3.1. 이상주의자들의 비판
3.1.1. 반론
3.1.1.1. '낭만적 현실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3.1.1.2.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 다를 뿐이다
3.1.1.3.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3.2. 극우주의로 변질되기 쉽다는 비판
3.2.1. 반론
3.2.1.1. 현실주의는 반드시 특정 정파와 연관되지 않는다
3.2.1.2. 국제관계에서의 정치현실주의와 현실주의는 다르다
5. 관련 문서
6. 관련 외부링크
7. 관련 서적


1. 개요


"정의란 대등한 힘이 있는 국가 사이에나 통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란 약육강식의 법칙이다. 큰 나라(아테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지만, 작은 나라(멜로스)는 그것에 순응해야 한다. 우리 아테네의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천명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아테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1]

...(중략)... 우리는 불의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승리하는 것은 예로부터 있었던 보편적 진리이지, 아테네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대들 멜로스가 강자의 입장이었다면 달랐겠는가? 약자가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 역시,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 투키디데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중 "멜로스의 대화"

(枪杆子里面出政权)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마오쩌둥





Political Realism
A Conversation on Realism
정치현실주의 또는 현실주의는 국제관계 연구에서 이론적 기반으로 설명되는 특정 관점을 의미한다. 현실주의의 구체적 개념은 1930년대 말과 1940년대 초로 제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해 완성되어 한스 모겐소에드워드 핼릿 카에 의해 발전되었다. 이들은 현실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한 1세대 학자들로 현실주의의 근본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들의 현실주의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들간의 자연스런 조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간의 권력투쟁은 국제법, 민주화, 국제 무역 등으로 완화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신념은 위험한 것이다. 전간기의 외교관들 이상주의학파는 그러한 이상주의적 사고에 의지하여 실패했고 현실주의에 대하여 무지했다. 국제연맹이 실패한 것,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히틀러의 유럽 정복 등은 모두 현실주의로 설명이 가능하다. 주권국가 내의 도덕적 진보는 정부와 사회구조를 통하여 실현이 가능하지만 국가 외부의 영역(영토)은 생존의 영역이다. 때문에 도덕진보이상, 보편적 정의가 통하지 않는다. 세계는 기본적으로 무정부성이 판치는 곳이며 그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세계는 보편적 정의가 아니라 세력균형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국제관계는 계속되는 투쟁의 영역이자 안보(생존)를 위한 투쟁의 공간이다."
논리가 간단하고 강력한 예측력을 갖춘 이론이라 많은 학자들, 특히 미국 쪽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론. 그러나 냉전 종식을 예측하지 못했고, UN 등의 국제기구NATO, ASEAN 같은 지역협력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설명하지 못한다.[2]

2. 분파와 정의


국제관계학(international politics)에 관해선 자유주의, 구성주의, 구조주의, 이상주의 등 여러 메타적 이론이 존재하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치현실주의(realism/realpolitik, 現實主義)#이다. 정치현실주의는 파워(힘)를 정치의 본질로 본다. 그리고 그 파워를 기본적인 분석단위로 본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사회의 질병이라고 인식되었으며 국제정치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켰다.
'이상주의'는 국제기구, 국제규범 등을 중요시한 사상이다. 1차세계대전 이후 우드로 윌슨이 창설한 국제연맹은 바로 정치이상주의의 상징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상주의 관련 인물로는 노먼 에인절,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이 꼽힌다. 케인스는 IMF, 세계은행 등의 성립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그 뒤인 1930년대, 국제사회의 운영이 정체되고 침체되자 이상론에 대한 회의론이 퍼졌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부정주의 즉 정치현실주의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냉전에 다다르게 되자 현실주의는 국제정치학의 중핵으로 떠올랐다. 고전적 현실주의 관련 인물로는 E. H. 카, 한스 모겐소, 헨리 키신저 등이 꼽힌다. 키신저는 정치인으로서 활동하여, 베트남 전쟁의 전개, 미-중의 외교 방향, 남미 민주주의의 붕괴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2.1. 고전적 현실주의


Classical Realism
한스 모겐소의 사진
1963년, 한스 모겐소(Hans. J. Mrgenthau)
대표학자로 한스 모겐소가 있다. 모겐소는 기존의 국가를 객체로 예시하고 그 본성을 설명하였다. 모겐소는 국가라는 객체는 미래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는 본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을 '여분의 안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국가는 타국보다 더 많은 것을 확보하고 획득하려 한다며 그것을 확보하지 못할 때 질투와 불안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모겐소는 국가라는 객체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빼앗은 것은 금방 잊지만 빼앗긴 것은 절대 잊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주장했다.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67407&cid=200000000&categoryId=200002643# ##
“국제정치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든 힘을 위한 투쟁은 첫 번째 목표이다”
‘삶의 충동, 번식의 충동 그리고 지배의 충동은 모든 것에 공통하는 것이며’
‘실제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권력정치는 사회생활과 불가분의 것이다
“모든 정치가들은 국가이익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권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쟁”
또한 모겐소는 다음과 같은 현실주의 6원칙을 제시하였다.
1
정치란 인간성에 내재해 있는 불변의 객관적인 법칙에 의해 지배된다.
2
정치적 현실주의의 중심개념은 권력으로 정의된 국가이익의 개념이다.
3
권력으로 정의된 국가이익의 개념은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고 가변적이다.
4
정치적 행위의 도덕적 중요성을 인정하며 도덕적 요구와 성공적인 정치적 행위의 요구 사이에 불가피한 긴장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5
특정국가의 도덕적 열망과 세계를 지배하는 도덕법칙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6
정치적 영역의 자율성을 주장한다.
모겐소의 이론에 따른 국가별 세가지 정책
순서
분류
해석
첫째
국력을 보전하는 정책
현상유지 정책(Status Quo)
둘째
국력을 확장하는 정책
제국주의 정책(Imperialism)
셋째
국력을 과시하는 정책
기득권 과시 정책(Prestige)
이와는 별개로 현실주의학파는 국가간의 협력을 힘들게 하는 두 가지의 요소를 거론했다.
1
타국의 '배신(cheating)'에 대한 우려
2
'상대적인 이득의 성취'에 대한 우려
동맹의 영원함은 현실의 자국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실정치 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국이 영원히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윤리적인 면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 바로 정치이상주의는 이러한 도덕, 윤리, 법 등을 강조한 사상이다. 미국 만능주의의 기반이 되는 이러한 정치이상주의적인 사상은 현실적인 면보다 이상주의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신뢰라는 자본 또한 이상주의적인 외교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대국의 선의와 국제규범에 대한 신뢰를 기본으로 국제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정치이상주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한 측면만 바라본 경우며 평화시기의 연장속에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하다. 다만 정치현실주의가 이런 정치적 이상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고, 정치적 이상 그 자체를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로서 취급한다. 베트남 전쟁을 종결시킨 요소 가운데 미국 국내의 여론이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현실적 요소로 작용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image]
아널드 울퍼스
아널드 울퍼스, 존 허츠 역시 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학자라 할 수 있다. 울퍼스는 현실주의에 '비극학파'와 '사악학파'가 있다고 주장했다. 울퍼스는 현실주의를 분류하면서 사악학파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맟추어 국제사회를 설명하려 한다고 보았다. 한편 울퍼스는 "힘의 균형은 혼란만 주는 진부한 개념"이라고 설명하며 균형론의 무용성을 주장했다.
라인홀트 니버의 사진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
한편 현실주의학자인 라인홀트 니버는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하며 국제정치를 설명하려 했다.

"인간(국가)은 끊임없이 선망, 질투, 오만, 완고 그리고 탐욕의 충동을 탐닉하는 것


2.2. 신현실주의 (구조적 현실주의)


Neorealism
기존의 고전적 현실주의를 ‘환원주의’라고 비판하면서 등장한 것이 신현실주의 혹은 구조적 현실주의라 부르는 분파다. 케네스 월츠는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1979)"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갈등을 중재할 상위 권위자가 없는 무정부상태의 국제체제는 국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지켜야 하는 자구체제(self-help system)이다. 자구체제에서 국가들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권력을 추구하며, 보유한 권력의 정도에 의해 체제 내 자신의 지위와 행동양식이 결정된다. 국제체제의 구조는 물질적 능력의 국제적 배분에 의하여 규정되는데(강대국의 수), 크게 양극체제와 다극체제로 나뉜다. 왈츠에 의하면, 자구체제에서 국가들이 합리적 행위자이며 생존을 추구할 때 세력균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세력균형은 다극체제보다 중요 행위자가 보다 적은 양극체제의 상황에서 더욱 안정적이다.
고전에서 국가가 추구하는 것을 모든 종류의 힘과 권력이라 주장했다면, 신현실주의에선 생존이라 말한다. 생존의 수단으로서 다양한 종류의 힘을 이용할 뿐이며, 힘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또한 전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서 고전에서 주장한 "권력욕"을 비판하며 안보 딜레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라 주장한다.
신현실주의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분기점은 국가가 권력을 어디까지 추구하느냐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패권을 쥐는 것이 곧 안정이라 여기며, 방어적 현실주의에선 세력균형으로 여긴다.

2.2.1. 공격적 현실주의


Offensive Realism
공격적 현실주의자 존 미어샤이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가정, 국제관계 속에서 국가들은 무정부 상태다. 이는 국가보다 상위의 권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가진다. 따라서, 국가는 다른 국가에게 잠재적으로 위험하다.
세 번째 가정, 국가들은 다른 국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설령 과거나 현재의 의도를 알 수 있더라도, 미래의 의도는 알 수 없다.
네 번째 가정, 국가들은 생존을 추구한다. 국가들은 자신의 주권을 유지하길 원한다.
다섯 번째 가정,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국제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한다.
이상을 통해 세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서로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을 가지고 대하며, 전쟁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한다.
두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각 국가는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움직인다.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도와줄 국가보다 상위에 있는 권위체가 없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잠재적 위협이기 때문에 안보차원에서 국가들은 다른 국가를 의존할 수 없다. 즉, 국가는 자조(self-help)적이다.
세 번째 결론, 국제구조 속의 국가들은 자신의 상대 이득(Relative gain)을 극대화하는 걸 추구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군사적으로 유리할 수록, 더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국가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패권을 얻는 것이다. 이는 국제구조 내에서 거의 절대적인 생존을 보장한다.

2.2.2. 방어적 현실주의


Defensive Realism
국가가 추구하는 권력의 정도를 현상유지적인 수준(status quo)으로 여기며, 그 이상은 낭비라고 한다. 이유는 대략 두가지 정도다.
첫째로, 자국이 강력해질 경우 이에 대항하여 다른 국가들이 연합을 결성한다. 두번째로 전쟁은 공격자보다 방어자가 유리하며, 따라서 패권을 추구하는 자는 다른 연합된 방어자들에 의해 패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어적 현실주의는 자국 체제의 안정만 보장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3. 논쟁


해당 문단의 비판들은 학술자의 정식 비판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이 포함된 의견이므로 사용하는 언어부터 통일되어있지 않다. 유의하며 읽을 것.

3.1. 이상주의자들의 비판


이런 접근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힘의 경쟁에서 열세에 놓이지 않기 위해 군사주의적 팽창을 도모하면서 민족주의를 불러들이게 되고, 이는 이 지역을 힘의 각축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의 힘의 구축이 다른 편에서 그에 대응하는 또 다른 힘의 구축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상황, 그것은 가장 직접적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장집

현실주의의 네메시스, 헨리 키신저 문서의 비판 부분 참고.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현실은 영원한 권력투쟁의 장이며, 추구할 가치는 이익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보편적 가치, 정의, 도덕, 윤리라고 불리는 것이 존재한다. 이들 개념에 대해 완벽한 합의는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1) 자기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며(존엄성을 모욕당하지 않으며), 2) 자기 이익을 조금이라도 보장받으며(혹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며=룰을 어긴 자를 응징하며), 3) 서로 합의된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을 정의라고 어느정도 인정한다. [3]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실주의적으로 상대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힘의 추구로 상대의 존엄성을 모욕하며, 상대가 동의할 수 없는 절차를 거칠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주의 외교를 추구하는 사람을 적대시하게 된다. 사람들은 아무리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많은 이익이 주어졌더라도, 이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장기적으로 자신도 손해를 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반발한다. 현실주의적으로 패권을 추구한다면 반드시 많은 적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3.1.1. 반론



3.1.1.1. '낭만적 현실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정치현실주의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낭만적 현실주의'를 정치현실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례도 있다. 낭만적 현실주의란 쿨병과 비슷한 형태로, 앞서 말한 국제사회의 아나키(anarchy, '무정부 상태') 같은 현실주의의 기본 전제에만 매달린 채 '모든 외교는 강대국 마음대로 좌지우지한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용납이 가능한다'라고 믿는 형태이다.
당연하지만 본래 의미의 정치현실주의는 이와는 다르다. 정치현실주의에서는 국가간의 관계로 인한 힘의 변화와 종류는 이렇게 단순무식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이걸 무시하고 이런 형태의 '낭만적 현실주의'를 정치현실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정치현실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자칫 허수아비 때리기로 빠질 여지가 있다.

3.1.1.2.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 다를 뿐이다

현실주의는 힘의 논리를 인정하지만, 외교의 최우선 목표가 주관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들 대신 국익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일 뿐 그 도덕적 당위성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경제학을 생각해 보자.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보이지 않는 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설사 수정자본주의자나 복지론자라 할지라도 "모든 경제주체는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전제조건은 인정하며, 단지 그 과정에서 약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등 가능한 부작용들을 고치고자 할 뿐이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들조차 결국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및 경제주체들을 당근과 채찍으로 유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이상 이를 도덕률로 부정하는 건 현실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현실주의자들은 국가의 이기심과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의 최대화하고자 한다는 대전제를 인정할 뿐, 그것이 옳다고 믿지는 않으며 그 과정에서 약소국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실주의의 문제의식은 "모든 국가가 국익을 최대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가능한 많은 국가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세력구도를 형성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에 가깝고, 더 나아가 "약소국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는 말처럼,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현실이고 그들을 멈춰세울 물리적 힘이나 유인이 없는 한 그들은 멈춰서지 않는다. 나치 독일-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보라. 강대국이 아무리 약작에게 횡포를 부려도 힘이 없는 피해자는 가해국을 응징하기는커녕 막아세우지도 못하며, 정작 그 피해국들도 상황이 호전되면 자국의 이익에 따라 더 약한 국가들에게 똑같이 횡포를 부리는 것이 국제사회이다. 거기서 약소국가 살아남으려면 아무리 불합리한 현실이라도 일단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강대국들의 외교적 이익을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법이 없는 사회니까 주먹질하는 건달에게 맞고 살라는 게 아니라, 법이 없는 사회에서 맞고 살지 않으려면 덩치를 키우던가, 칼을 들던가, 더 힘센 보디가드를 두던가 아무튼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3.1.1.3.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T.R. Tyler의 정의(正義)에 대한 정의(定義)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는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할지언정 국제사회를 설명하는 데는 부적합하다. 일례로 인간의 존엄성은 유엔 인권 헌장 등으로 어느 정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만, 국가의 존엄성이란 무엇인가? 중화인민공화국대만이나 홍콩, 티베트분리주의를 언급하는 것을 자국의 정체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대만에서는 중국인들이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다" 따위를 외치는 것을 존엄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태국같은 왕조 국가에서 국왕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기준을 국왕이 없는 다른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국가의 존엄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국가의 주권만이 존재할 뿐이며, 이 주권조차도 신성불가침이 아니라 세력균형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는 개념일 뿐이다.
다음으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룰을 어긴 자를 응징한다"고 했는데, 대체 그 룰은 누가 정하는가? 현대 국가에서는 국가와 사법부가 법이라는 최소한의 규범을 정한다. 하다못해 전근대 절대군주제 국가에서도 국왕이라는 기준점은 있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무정부상태이다. 미국이 정한 자유민주주의의 룰은 중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중국에서 정한 공산주의 독재라는 룰은 미국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 질서를 보편화하며 거기에 저항하던 독립운동가들을 테러리스트로 격하하는 을 만들었다. 경제강국들은 시장개방과 자유경쟁을 통해 자국의 시장을 확대하는 룰을 퍼트리고 싶어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산업보호를 통해 우선 자국의 경쟁력을 키우는 룰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여기에 객관적이라거나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은 없으며, 결국 (현실주의에서 강조하는) 힘의 논리에 따라 정해진 '그 시대의 기준'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공정한 경쟁도 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정의나 도덕, 인륜과 같은 가치들은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며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위구르인들은 중공정부의 탄압에 시달리다 못해 칼부림 테러를 일으켰고, 이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도덕'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그리고 테러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게 이는 절대악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로서는 미국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국가라고 인식할 수 있지만, 미국과 대립하는 반서방진영이나 미국의 제국주의로 고통받은 역사를 가진 이들에게는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국가일 뿐이다. 정치란 옳은 답도 정해진 답도 없고, 그렇기에 유사 이래로 수많은 사람들이 신념과 이상이라는 명목으로 피를 흘려왔던 것이다. 이처럼 불안정하고 주관적인 가치에 기준을 둔 학문으로 국제관계처럼 민감한 분야의 전략을 짜다 보면, 그 끝은 결국 파멸에 불과할 것이다.

3.2. 극우주의로 변질되기 쉽다는 비판


세계 여러 국가에선 현실주의적 관점들이 극우진영에 의해 변질되어 전파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금융이나 노동시장이 조금이라도 얼어붙을 경우, 이게 다 외국에 무역으로 돈을 퍼주어서,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퍼주어서 발생한 일이라는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 진영의 선전이 지지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극단적인 중우정치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인 선거방식으로 통과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브렉시트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3.2.1. 반론



3.2.1.1. 현실주의는 반드시 특정 정파와 연관되지 않는다

정치현실주의가 꼭 극우하고만 연계되어 나타나지는 않는다. 대표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은 미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나 미국-이라크 전쟁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모두 찬성했다. 극우 진영 내에서도 존 볼턴처럼 북폭을 주장하는 강경한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처럼 북한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 대해 공세를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4] 아웅산 수지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끌었으면서도 국가 통합과 역사 문제를 명분삼아 로힝야라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를 묵인했다. 20세기 극좌 공산진영을 대표하는 이오시프 스탈린은 20세기 최고의 현실주의자이기도 했으며, 필요하다면 서방 연합국과도 나치 독일과도 손잡기를 꺼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들만 보더라도 정치현실주의를 극우적인 이념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오류이다.

3.2.1.2. 국제관계에서의 정치현실주의와 현실주의는 다르다

이런 관점의 비판에서는 사회학적 개념에서의 현실주의와 국제관계 이론으로서의 정치현실주의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반이민·반난민 정서나 중우정치 따위는 외교적인 현실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주제이고, 앙겔라 메르켈이 반난민 정책을 펼쳤든 말든 그건 국제관계학이 아닌 정치학에서 다뤄야 할 사안이다. 국제관계론은 오직 국가 대 국가의 관계와 전략을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지, 국가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국가의 정치체제가 정당한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극단적인 예로 나치 독일아돌프 히틀러가 수십 년 간 철권 통치를 하든 말든 수백만을 가스실에서 학살을 저지르든 말든, 당대 현실주의 학자들의 관심사는 "독일의 GDP, 산업기술력, 군사력, 외교력이 어느 정도인지, 이를 감안할 때 우리가 나치가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럼에도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싸워야 할지"였을 뿐이다. 독재, 학살, 포퓰리즘과 같은 비외교적 이벤트들은 그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가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내적 불안정성이 해당국의 외적 국력에까지 손실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서만 정치현실주의적 의미를 갖는다.

4. 국가별 사례




5. 관련 문서



6. 관련 외부링크


“대륙과 해양세력 각축장 ‘한반도’는 흡수통일 불가능”
반론:[동아광장/안드레이 란코프]흡수통일 공포는 이유 있다
외세의 끊임없는 한반도 분할 획책
(데일리NK)한국, 한반도 균형자로 자리매김할 묘수 있나?

7. 관련 서적


  • Carr, E. H. The Twenty Years Crisis, 1919–1939: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International Relations, London: Macmillan, 1939(김태현 옮김, 『20년의 위기: 국제관계연구입문』, 녹문당, 2000.).
  • Morgenthau, Hans J. Politics among Nations: The Struggle for Power and Peace, New York: Alfred A. Knopf, 1948(이호재, 엄태암 옮김, 『국가 간의 정치: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 김영사, 2014.).
  • Waltz, Kenneth N. Man, the State, and War: A Theoretical Analysis,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59(정성훈 옮김,『인간, 국가, 전쟁: 전쟁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고찰』, 아카넷, 2007.).
  • Waltz, Kenneth N.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New York: McGraw Hill, 1979(박건영 옮김, 『국제정치이론』, 사회평론, 2000).
  • Walt, Stephen M. The Origins of Alliance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1987(박민형, 김성아 옮김, 『동맹의 기원』,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2016.).
  • Mearsheimer, John J.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New York: W.W. Norton & Company, 2001(이춘근 옮김,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나남, 2004).

[1] 요약하자면 "중립국으로 남겠다는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항복이외에는 전쟁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다."[2] 단, NATO의 성립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이라는 강력한 보증인과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냉전기 서유럽 각국의 입장에서 미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던 이웃나라보다는 소련이 우선적인 위협이었으므로, 지역 내 세력균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공동의 강적에 맞서 NATO라는 형태로 뭉친 것은 어쩌면 매우 현실주의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주의가 완벽히 설명에 실패한 것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지극히 불안정한 국제연합이라는 시스템의 존속과 소련의 평화적인 붕괴, 두 가지 뿐이다. 전자는 양차대전을 겪으면서 패권국으로 떠오른 미국소련 양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후자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예상치 못한 선택으로 인해 벌어진 특수한 귀결이었다.[3] 미국의 저명한 학자인 T.R. Tyler가 정의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며, 나무위키의 정의 문서에서도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4] 단,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체제나 사상을 이유로 북한을 적대하는 사람들이 이상주의적이고, 독재자든 뭐든 전쟁을 통해 손해볼 게 더 많으니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방향이 오히려 현실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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