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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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혀로 대상의 표면을 쓸어내리는 행위. 사람이나 동물의 혀는 대개 침으로 덮혀있으므로 침을 묻히는 동작이 수반된다.
2. 의미/통사 구조
도구(Instrument) 의미역은 거의 언제나 '혀'이며 '혀'라는 단어에 도구격 조사를 쓴 '혀로 핥다'가 자주 쓰인다. 대개 '혀로'를 쓰지 않아도 혀를 이용해 핥는다는 것이 전제되어있다.[1] 도구 의미역과 동사 사이의 이러한 연관 관계는 다른 신체 부위 - 동사에서도 조금 나타난다. '이 - 씹다', '입술 - 빨다', '손 - 잡다' 등.
'핥다'라는 단어는 약간 1회성의 뉘앙스가 강해서,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핥아먹긴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핥는다'라고 하면 1번 핥는 것만 보통 의미한다. 먹기 위하여 분명 핥는 행위가 이어지지만 이를 특히 강조하지 않는 경우에는 '핥다'를 굳이 잘 쓰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아래 서술하듯 먹는 목적 이외에 정말 '핥기'가 강조되는 페티시적 의미에서 '핥다'라는 단어를 자주 쓰게 된다.
비유적으로 자연물이 대상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가는 것을 '핥다'라고 쓰기도 한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핥는다" 등. 기타 문단의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 사건(?)에서도 보듯 근래에 이 용법은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다.
3. 어원 및 표기
15세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할ㅎ-'으로 나타난다. 17세기에야 오늘날의 형식인 '할ㅌ-'가 나타나는데, '할ㅎ-'일 때 '-다가'처럼 'ㄷ'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한 형식인 '할타가' 등에서 영향을 받아 역으로 기본형이 바뀌었을(역형성)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ㅌ}의 영향으로 '-고', '-다'가 이어질 때에는 [할꼬], [할따]가 되는데, 이를 18세기에 '핤-'으로 적기도 하였다.[2] 규정상 'ㄾ'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언문철자법(1930)에서가 최초이므로 '핥다'라는 표기도 그 때부터 나타난다.[3] 다만 규정이 생겼다고 사람들이 바로 따르는 게 아니다 보니 1930년대에도 '할타'로 표기한 동아일보 기사가 간혹 등장한다.·혀·로 太·탱子:ᄌᆞᆼㅅ :두 ·누·늘 할·하 ·대·고·ᄌᆞᆯ ·ᄲᅢ·ᅘᅧ:내니·라
(혀로 태자의 두 눈을 핥아 대나무 꼬챙이를 빼낸다)
'''《월인석보(1459)》 22:51ㄴ'''
'핥'이라는 글자는 오로지 이 '핥다'에서만 쓰인다. 여기 위키에서도 '핥'이라고 검색하면 오로지 이 형태소가 쓰인 예만 나온다. 사실 ㄾ 받침을 쓰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햝'이나 '핧', 드물게 '햟'로 잘못 쓴다. 맞춤법에 맞는 표기는 'ㅎ+ㅏ+ㄹ+ㅌ'이다.
4. 목적
혀가 가진 미각을 이용하여 대상의 맛을 볼 때나, 가루 형태나 액체 형태의 음식물을 혀에 묻혀서 입 안에 가져와 먹을 때 이루어진다.
사람을 핥는 경우도 있다. 핥을 때는 표면에 침이 묻기 마련인데, 침이라는 것이 보통은 비위생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어지간히 친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핥을 수는 없다.[4]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핥는다는 행위는 부위가 어디가 되었든 그 자체로 페티시적인 성향을 띤다. 이곳 위키에서도 '핥'을 찾아보면 온갖 다양한 걸 핥는 취향(?)을 찾아볼 수 있다. 구글에도 [소망]의 의미를 지닌 싶다를 결합시킨 "핥고 싶다"를 검색해보면 욕망이 들끓는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사람의 부위 중에서 꽤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부위이기에 성관계시 성감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상대를 핥기도 한다. 성기 부위를 빠는 것을 각각 커닐링구스, 펠라치오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일본어에서 유래한 듯 보이는 사까시라는 은어가 있다.
5. 동물의 핥기
혀를 내밀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상당수의 동물이 할 수 있는 동작이다. 강아지가 주인을 핥거나 고양이가 자신의 몸을 핥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동물들은 액체를 마실 때 핥아서밖에 마실 수 없다. 물론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사람 말고는 별로 없으니 들고 마실 수야 없겠지만, 쭉 빨아마시는 것도 못하는 동물이 꽤 많다. 개, 고양이가 그런 예로, 개나 고양이는 항상 우유 같은 것을 핥아서 먹는다.
동물의 호감 표현이기도 하다. 어미가 새끼를 핥아주거나 애완동물이 주인을 핥는 것은 매우 높은 친밀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고양이과 동물은 혀에 가시가 돋쳐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고문이 된다(...).[5] 염소도 비슷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고대 로마에서 실제로 고문으로 쓰였다고 한다.
동물은 손을 잘 쓰지 못 하기 때문에 혀로 자기의 몸을 다듬기도 한다. 그러한 행위를 영어로 그루밍이라고 한다.
6. 관련 어형
명사형 어미 '-기'가 붙으면 '핥기'가 된다.
주된 목적인 '먹다'가 합성된 '핥아먹다'가 사전에 등재되어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의미 변화가 일어난 "옳지 못한 수단으로 남의 재물을 단번에 빼앗다"의 의미만 실려있어서 규정상 정말 핥아 먹을 땐 '핥아 먹다'라고 띄어 써야 한다. 같은 의미이지만 거의 쓰이지 않는 '핥아세다'라는 표현이 있다.
피사동 접사가 붙은 '핥이다'[할치다][6] 가 피동, 사동의 의미 모두 지니고 있으나 그다지 자주 쓰이는 형식은 아니다. 그런 상황이 자주 생기지도 않고, 정 그런 상황이 생겨도 '핥아지다', '핥게 하다'를 가능성이 더 높다.
의태어로는 '-적/작'[7] 이 붙은 '할짝', 그리고 거기에 '-대다, 거리다' 등이 쓰인 '할짝대다, 할짝거리다'가 있다. 동사 어근을 밝혀적는다면 '핥작'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할'로 적고 후행 음절의 경음을 그대로 표기한다.[8] 그러나 어원이 너무나 명백해서[9] '핥짝' 식으로 적는 사람들이 (상단의 레바 읭읭이 짤방을 포함하여) 아주 많다. 만화 원피스에는 이 의태어를 쓴 할짝할짝 열매가 등장한다.
이름에 '핥다'가 들어가는 동물로 개미핥기가 있다. 상당히 특이하게 이름이 붙은 동물인데, 다른 언어를 보면 대체로 '먹다'(anteater, アリクイ, 食蚁兽)[10] 를 쓰지 '핥다'와 같은 특화된 단어를 쓴 경우는 드물다.
껍질이 튼튼한 것은 껍질만 핥아서는 아무리 핥아봤자 소용이 없다. 이를 은유하여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피상적인 것에만 집착한다"라는 의미로 '수박 겉핥기'라는 말이 쓰인다.
한국의 스트리머 BaD-Mouth는 핥는 것과 상당히 엮여서 '배마핥짝'이라는 표현도 있다.
스쳐 지나간다는 면에서 '훑다'도 비슷한 면이 있다. '핥다'가 워낙 혀랑 의미상 밀착해서 그렇지, '핥다'도 일단은 혀로 "쓸고 지나간다"는 의미이기는 하다. '훑다'도 몇 안 되게 'ㄾ' 받침을 쓰는 어휘라 두 어휘가 모음 대체를 통해 연결되는 어형일 것 같기는 한데, '적다/작다', '얕다/옅다' 정도로 그렇게 의미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것 같지는 않다.
7. 다른 언어
영어로는 lick이라고 한다.
일본어로는 なめる(나메루)라고 한다. 한자는 대개 舐める/嘗める로 쓰는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혀로 사람을 핥아서 깜짝 놀라게 하는 요괴들이 많아서 'なめ'(나메)가 붙는 요괴들이 꽤 있다. 나메온나, 아카나메, 아부라나메 등. 대개 이에 걸맞게 혀가 아주 길다. 이런 요괴들의 핥기를 흉내내려고 담력시험 때 차가운 곤약을 매달아놓는다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의미가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なめる라는 단어에는 "우습게 보다"라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우습게 보지 말라"는 의미에서 'なめるな'(나메루나)라는 말도 자주 쓰인다.
한자로는 舐(맛볼 지), 甞(맛볼 상)이 있으나 한국 한자어에서 쓰이는 예가 그리 많지 않다. 사자성어 중 와신상담(臥薪嘗膽)이 甞을 쓴다.
8. 기타
2013학년도 6월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필적확인란 문구로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와서 수험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유적으로 자연물이 부드럽게 쓸고 지나간다는 의미로 쓴 것인데 이 의미가 근래에는 잘 쓰이지 않아 정말 직접적으로 혀로 핥는다는 식으로 생각하니 영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애초에 '핥다'라는 단어가 그다지 상쾌한 이미지를 주는 단어는 아니기도 하고. 한수산 소설가의 1982년작 '유민'의 문장을 일부 다듬은 것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표준국어대사전 '핥다'의 2번 의미의 예문으로도 실려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의 인물 브루노 부차라티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대방의 땀을 핥은 적이 있다. 그 유명한 "이 맛은!... 거짓말을 하는 「맛」이로구나...!" 하는 대사.
[1] 혀와 비슷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축축한 것이라면 '○○로 핥다'에서 ○○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 좀 매니악한 용례이기는 하나 '촉수로 핥다'와 같은 표현이 간간히 등장한다.[2] 후행음절의 경음화를 일으키는 동사들은 조선 후기에 'ㅅ' 받침으로 적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왜학서류에서는 간혹 'ㄷ' 받침으로 통일된 예가 등장한다. ㄷ 불규칙 활용을 하는 것을 ㄷ으로, ㄷ과 7종성 이외의 자음이 후행음절 초성에 이어지는 것을 받침에도 동일하게 적도록 규정된 것은 20세기부터이다.[3] 그 이전에 표기법 개정을 설파하는 김윤경의 1928년 신문 사설에서 [舐\]의 의미로 '핥아'라는 표기를 쓸 수 있다고 언급한 예가 나온다(동아일보 1928년 11월 28일 기사). 'ㄾ'을 쓸 수 있는 예로 아무거나 든 것이기는 한데 현행 표기에서도 'ㄾ'을 쓰는 어휘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훑다'가 아니라면 '핥다'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54년 한글 간소화 파동 때도 다시금 예로 '핥다'가 언급된다(경향신문 1954년 7월 4일 기사)[4] 키스 문서를 참고하면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레트로닌이 분비되면 상대 체액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5] 고양이는 본인 피부가 약한 게 아니라면 간지러운 수준이지만, 은근 따깝기도 하다.[6] 피사동 접사는 연음이 되는 조건이기에 [할티다\]가 되나, 'ㅌ' 말음 어간의 공시적 구개음화('같다-같이[가치\]' 등)를 적용하여 [할치다\]가 된다.[7] 어근에 '-적/작'이 붙어서 생긴 다른 말로는 '걸리적-', '비비적-', '만지작-' 등이 있다. 대개 '-대다, 거리다'가 붙어 쓰이는 어근성 명사이다.[8] 겹받침은 대개 뒷받침이 소리나는 경우 표기에 원형을 살리고 그렇지 않고 앞받침만 나는 경우에는 살리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형태소 {넓-}을 지닌 '널찍하다', '넓적하다'도 표기가 갈리게 된다. '넓적하다'는 [넙쩍하다\]라고 뒷받침 [ㅂ\]으로 읽지만 '널찍하다'는 [널찍하다\]라고 앞받침 [ㄹ\]로 읽기 때문이다.#[9] 이런 것을 의미론적으로 투명하다고 한다.[10] 특이하게 프랑스어 fourmilier는 개미를 뜻하는 fourmi-에 그냥 행위주 접사 -ier가 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