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 십팔사략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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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동아출판 버전 4권 표지. 모델은 진시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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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애니북스 버전 표지 모음. 표지 속 인물을 하술.
고우영이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로, <서유기> 이후 중국사 창작물로서의 컴백작이긴 하나, 창작물이 아닌 역사서를 원작으로 했다. 고우영다운 역사 해석이 돋보이며 이전 작품들과 달리 줄거리보다 등장인물들의 인간드라마에 초점을 뒀다. 청소년 추천 도서가 되기도 했다. 만화인데다가 축약판이라 중국사에 사전지식이 없어도 보면 대략적인 중국사의 흐름 정도는 알 수 있기 때문인듯.
고우영의 만화 대부분이 묘사가 노골적이긴 하지만 십팔사략은 그 중에서도 아주 조금 더 심한 편이다. 특히 고대 중국의 각종 끔찍한 고문이나 사형 방법 등이 상당히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래도 워낙에 데포르메가 심하다 보니 큰 충격은 없는 편. 가슴의 경우 그냥 반원 가운데 점이 찍힌 정도이고 팔다리가 잘리는 묘사도 그냥 만화고기 처럼 보인다.
원래 두산동아(구 동아출판사)에서 출간해왔으나, 2004년에 두산동아 측이 원고 전량을 잃어버리는 사태로 인해 작가가 이를 문제삼으면서 두산동아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1억8800여 만원을 배상해 내는 등 우여곡절 끝에 두산동아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애니북스와 판권 계약을 체결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만화를 그리기 전에 고우영은 십팔사략과 관련된 유적지를 답사했다. 1권 처음에 답사 루트가 있는데, 꽤 많은 곳을 답사했다. 답사 시기는 1990년대 초중반으로,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직후인데다 중국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이전이라 여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1]
2012년 11월에는 컬러판 십팔사략이 출간되었다. 고우영의 아들 고성언이 채색한 것. 그리고 컬러판에서는 원본에 나온 몇가지 오류에 주석을 달아 덧붙였다. 이를테면 죽림칠현이 죄다 혜강처럼 저항하다가 죽은게 아니라고 나온 것. 그리고 시대가 바뀌었다보니 평가나 밝혀진게 달라진 경우도 주석을 달아 혼동을 방지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오히려 채색으로 인해 고우영 특유의 먹이 퍼지는듯한 효과로 위압감을 주는 부분이 줄어든 것. 먹과 여백만으로 표현한 표정이나 기운들이 색을 칠해 오히려 약해진 부분도 적잖다.
중국에서도 "만화십팔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바 있다. 현재는 절판된 듯.
내용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를 필두로
- 반고(班固)의 전한서
- 범엽(范曄)의 후한서
- 진수(陳壽)의 삼국지
- 방현령(房玄齡)의 진서
- 심약(沈約)의 송서
- 소자현(蕭子顯)의 남제서
- 요사렴(姚思廉)의 진서
- 요사렴의 양서
- 위수(魏收)의 위서
- 이백약(李百藥)의 북제서
- 영호덕분(令狐德芬)의 주서
- 위징(魏徵) 등의 수서
- 이연수(李延壽)의 남사
- 이연수의 북사
- 구양수(歐陽修)의 구당서와 신당서
- 설거정(薛居正)의 구오대사와 구양수의 신오대사, 탁극탁(托克托)의 송사를 하나로 묶은 증선지의 십팔사략을 베이스로 한다.
2.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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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질은 코믹과 진지가 어우러져서 매우 뛰어나다. 시황제 편에서 진시황과 형가, 고점리의 이야기를 그린 부분은 원숙기에 들어선 고우영 만화의 극한을 보여준다.[2] 남북조시대 권은 그야말로 막장 급인 이 무렵의 역사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왕촉과 악의에 일화도 시종일관 진지한 그림체의 비장미 넘치게 그려져 있다 왕촉이 죽은 것을 알자 머리를 숙여 한탄하는 악의가 백미
원본 자체가 축약본인지라 빈약한 내용이나 어떤 사건은 그냥 넘어가거나 자잘한 오류가 많고[3] , 초한병립시대편과 삼국시대편은 자신의 전작인 초한지와 고우영 삼국지에서 가져온 것도 많다.[4] 정밀한 사서로서는 신뢰할 수 없지만, 중국역사의 대략적인 흐름을 재미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초한'과 '삼국'이 워낙 흔히 다뤄진 것이고, 고우영 자신도 기존 작품에서 재탕해온 부분이 많은데다가 생략까지 했으니 별로 평가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십팔사략 시리즈에서 아주 재미있는 부분은 초한과 삼국을 제외한 부분. 특히 다른 매체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던 '후한'과 '남북조' 부분이 아주 재미있다.
3. 작품 리스트
- 1권 삼황오제에서 서주까지 : 구판 표지는 후예. 신판 앞표지는 여와, 뒷표지는 후예.[5]
- 2권 춘추시대 : 신구판 모두 오자서로 동일.[6]
- 3권 전국시대 : 구판은 손빈. 신판 앞표지는 굴원, 뒷표지는 손빈.
- 4권 시황제의 천하통일 : 신구판 모두 진시황제로 동일.[7]
- 5권 항우 유방의 초한지전 : 신구판 모두 항우로 동일.[8]
- 6권 후한시대 : 구판은 왕소군. 신판은 앞표지는 채륜, 뒷표지는 왕소군. 참고로 광무제는 '한신', '제갈량', '일지매' 역할을 하던 바로 그 꽃미남 캐릭터로 묘사된다.
- 7권 조조 유비 손권의 삼국시대. 구판은 관우. 신판 앞표지는 조조, 뒷표지는 관우. 캐릭터 대부분을 고우영 삼국지에서 따왔다. 물론 차이점도 있는데 가령 조조는 삼국지에 비해 체구가 크고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 8권 남북조시대 : 신구판 모두 도연명으로 동일. 팔왕의 난을 시작으로 남북조의 막장 시대를 다룬다. 구성상이나 고증상으로 꽤나 문제가 많은 편이다. 우선 앞에서 말했듯이 북위의 황성을 척발씨로 표현한다든지[9] 유유가 후연을 정벌한 것 말고도. 유유가 선양을 받을 때, 사마덕문이 사마덕종을 죽이고 황위에 오르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는 본 위키의 항목만 들어가봐도 완전히 사실 관계가 뒤집힌 표현인 걸 알 수 있다. 또 선양받을 당시의 유유는 거의 60이었는데, 젊을 때랑 전혀 차이가 없게 나온다(...). 그 외에도 유유에 대한 미화가 꽤 있거나, 실책이 생략되어 있다. 구성상으로도 별로 좋은 작품으로 볼 수 없는 게, 제목이 남북조 시대인데, 북위의 역사가 한 컷으로 나온다. 사실 전반의 석호(후조) 정도를 제외하면 북쪽의 역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당장 2017년 기준으로 탐구 과목 동아시아사에서 북위를 중요시 하는 것과 반대된다. 물론 약 20년 전 책이라 시대 차이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긴 하다.
- 9권 당의 흥망 : 구판은 양귀비, 신판 앞표지는 이백, 뒷표지는 양귀비.[10] 주로 당태종, 측천무후, 당현종과 양귀비 등을 중심으로 묘사한다. 초반부에는 수양제가 상당히 분량을 잡아먹는 편이다. 양제의 고구려 침공도 등장하는데, 부견이 승려 순도를 고구려에 보내서 불교를 전파했다는 아주 짧은 장면을 제외하면 고우영 십팔사략에서 유일하게 한국사와 직접 관련된 부분이다. 대신 당나라의 고구려 침공이나 신라의 삼국통일전쟁 참전, 나당전쟁 등 당나라의 한국사와 관련된 부분은 통편집되었다. 이후 황소의 난과 주전충 등으로 넘어감.
- 10권 북송시대 남송시대 : 신구판 모두 악비로 동일하나 신판 뒷표지는 어린 사마광이 장식했다. 석경당의 연운 16주 할양, 곽위와 후주 세종, 풍도, 조광윤 등으로 넘어간다. 여기서도 오류가 보이는 데, 후당 명종 이사원이 이존욱의 양자로 나와 있는데, 이사원은 이극용의 양자다. 즉, 장종의 수양형인 셈. 마지막은 애산 전투로 마무리 짓는다.
4. 기타
적어도 초한대전을 다룬 부분까지는 고퀄리티인데, 그 이후가 좀 질이 떨어진다. 사실 남북조시대 이후로는 청보법과 천국의 신화 파동으로 만화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데다가 IMF 외환위기까지 겹쳤던 시절인지라 출판사 자체도 사정이 극히 안 좋았고 당나라 이후는 듀크 뉴켐 포에버가 될뻔 했고 마지막권은 간신히 나올 정도. 그리고 7권 삼국시대편과 8권 남북조시대편은 자세히 보면 그림의 퀄리티도 기존보다 조금 떨어지는데, 이는 원래 완성된 원고 7-8권 분량을 출판사가 분실해서 급하게 하나 더 만들어내서 그런 것. 생각해보자. 열심히 만화 2권 분량의 그림을 그려놨는데 출판사가 잃어버려서 다시 그려야 한단다(..) 이 때문에 작가 자신이 출판사에 소송을 걸기도 했다. 그래도 상당히 날림 삘이 나는 8권에 비해 9~10권은 8권 전 권들과 비교해서도 꿀리지 않는 고퀄리티 작화.
고우영 본인이 연재당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X팔사략'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터뷰 링크
1권의 경우 페이지당 세로 4열X3~4칸으로 배열되어 있고 해설도 고우영 자신이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서술되어 있지만, 2권부터는 3열X2~3칸으로 컷이 약간 커지고 해설도 문어체로 변경되었다. 때문에 1권에는 해설도 개그를 치지만 2권부터는 철저히 등장인물이나 연출로만 개그를 친다. 아무래도 1권의 내용이 실제 역사책 내용이라기보다는 신화나 창세기에 가깝기 때문인듯.
[1] 지금은 중국 어느 대도시에서든 지하철을 볼수있고, 고속철도도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잘 깔려있으며 항공 교통편도 활발히 운행되지만 이때는 지하철이 깔린 도시라고 해봐야 베이징, 톈진, 상하이 정도였고, 그마저도 노선이 얼마없었다. 또한 고속철도는 개통되기 이전이라서 철도로 각 지방을 돌아다니기에는 소요시간이 한참 걸렸으며 침대버스의 경우에는 이 시대에는 닭장차 퀄러티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항공 교통편 역시 당시에는 비싼 비행기값으로 수요가 많지 않아서 운행 편수가 적었다. 지금도 중국의 공중화장실 시설이 불결하다는 평을 들을때가 많지만 이 시대의 화장실은 도저히 사람 다닐만한 곳이 아니라고 느껴질정도로 위생관리가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 이전의 한국 화장실도 위생상에 문제점이 많았다는 평이지만 이 당시 중국 화장실에 비하면 몇수 아래였다.[2] 특히 고점리가 형가의 유지를 받들어, 궁중 악사의 신분으로 진시황 암살을 기도할 때의 장면은 필견. 고점리가 묵직한 축을 들어 진시황에게 던질 때, 두페이지 전체를 할애하여 폭발적인 비장미를 자랑한다. 웬만한 영화 스틸컷같은 씬이다.[3] 예를 들어 장평대전은 그냥 진(秦)과 조(趙)의 다툼 정도로만 언급. 유유의 남연 정벌은 후연 정벌로 잘못 언급되고(이 부분은 컬러판에서 수정이 되었다.) 북위의 왕족의 성씨를 탁발씨가 아닌 척발씨로 잘못 표기. 또한 전국시대 제나라는 강태공의 마지막 후손 제강공이 전화라는 귀족에게 왕위를 빼앗겨서 진시황에게 멸망당할 때의 왕의 이름은 전건. 즉 강태공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였는데 여기서는 제나라 마지막 왕을 강태공의 후손이라고 잘못 적었다. 그 밖에도 삼국시대편과 남북조시대편을 보면 이런 생략이나 오류가 많다.[4] 특히 삼국시대편은 마지막에 작가 본인이 재미를 위해 연의에서 참고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많다... 예를 들자면 삼국시대편에서 원술과 원소의 에피소드가 마구 뒤섞여 있다. 원소가 꿀물드립하며 죽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사와 연의에서는 원술이 했지만 원소가 했다는 설이 있다고 페이지 아래에 해설글로 써놨다.[5] 다만 어째서인지 반고로 오기가 되었다.[6] 신판 앞표지의 오자서는 백발이 될 때까지 방랑을 할 때의 모습이고, 구판의 오자서는 굴묘편시의 순간의 모습이다.[7] 신판에서는 구판의 시황제가 뒷표지가 되었고, 새로 그린 시황제가 앞표지를 장식했다.[8] 신판 앞표지의 항우는 패왕별희 경극에서의 항우로 그려졌다.[9] 척과 탁 두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척을 고른 것 같다. 하지만 2017년 기준 탁발로 굳었다.[10] 다만 어째서인지 측천무후로 오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