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
1. 소개
1993년 중국의 진개가(천카이거, 陈凯歌) 감독이 연출한 영화. 홍콩의 작가인 이벽화(李碧華)[2][3] 의 동명소설[4] 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자가 각본에도 참여하였다. 제목인 패왕별희는 본래 사면초가와 함께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이며,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곧 영화의 제목이다.
1993년 제46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국내엔 1993년 12월에 개봉되었다. 비디오로 출시되었으며 90년대(1995년, 1997년) KBS에서 명절특선으로 더빙하여 방영한 바 있다. 당시 더빙 영상
2. 시놉시스
3. 등장인물
한국의 비디오판이나 영화판의 자막은 영어자막을 중역한 듯 하다.[5] 중국어 한글표기법과는 거리가 있는 발음, 예를 들어 뎨이(Dieyi)는 "데이", 샤오러우(Xiaolou)의 경우 "샬로"라고 나온다.[6] 현재는 중국어 표기법이 확립되었으므로 이 문서에서는 정식표기를 사용한다.
- 청뎨이 (程蝶衣: 정접의/아명: 더우쯔[豆子]) (성인역: 장국영 / 아역: 인쯔[尹治]) - 한글판 자막으로는 "청데이", 아명은 "도즈" 또는 "두지"라고 나온다. 더빙판 성우는 김승준.
- 돤샤오러우 (段曉樓: 단효루[8] /아명: 스터우[石頭][9] ) (장풍의 [张丰毅][10] , 아역: 자오하이룽(赵海龙)) - 한글판 자막으로는 "단샬로", 아명은 "시투"라고 나온다. 더빙판 성우는 신성호.
- 나쿤 (那坤: 나곤) (잉다 [英达]) 경극 극장주
- 샤오쓰 (小四: 소사) (레이한 [雷漢][20] ) 한글판 자막으로는 "서"로 나온다. 앞의 샤오(小)는 중국어에서 애칭에 붙는 접두어. 그러니까 이름은 그냥 사(쓰, 四)인듯.[21]
- 샤오라이쯔 (小癩子:소뇌자) (양잉차오 [楊永超])
- 관사부 (關師傅) (뤼지 [呂齊])
- 장내관 (張公公) (퉁디 [童弟])
4. 줄거리
4.1. 서막 (1977)
1977년, 불이 꺼진 체육관에 경극분장을 한 두 남자가 들어 온다. 그들은 한때 경극배우로 명성을 떨쳤던 돤샤오러우와 청뎨이로, 무대에 나오지 않은 건 20년 가량, 서로를 못 본지는 10년 가량 되었다고 한다.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체육관 관계자는 두 사람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며 요즘은 문화대혁명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후[25] , 오래간만에 경극을 하고 싶다는 두 사람을 위해 조명을 준비한다.
4.2. 소년기 (1924-1932)
1924년[26] , 베이징 경극학교에 더우쯔(豆子: 콩알)라는 소년[27] 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춘부였던 더우쯔의 어머니 옌홍(蔣文麗 분)은 어느 정도 자란 사내아이를 유곽에서 키울 수 없어서 무작정 아들을 데리고 길거리로 나섰다가 경극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보게 된다. 공연 중 샤오라이즈란 소년이 달아나면서 공연은 엉망이 되고 사람들은 사부에게 엉터리 쑈로 사기를 쳤다고 항의하지만 이때 스터우가 진짜 쑈를 보여주겠다면서 벽돌을 머리로 깨는 묘기를 보임으로 사부를 구해준다.[28] 이걸 본 옌홍은 아들은 경극학교에 맡기려고 했지만, 본래 6손이였기 때문에 경극학교에서 더우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옌홍은 눈물을 흘리면서 천하다고 버리지만 말아달라면서 아이만 받아주면 뭐든지 다 하겠다고 눈웃음을 치지만, 관 대인은 "천하다니? 자네나 나나 마찬가지지! 배우될 팔자가 아닌 것을 어쩌겠나?"라고 완고히 거절한다. 그러자 옌홍은 식칼로[29] 그의 손가락을 강제로 잘라낸다.[30] 내성적인 성격의 더우쯔는 경극학교의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데, 단지 내성적이고 여린 성격 때문만은 아니고 창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아이들이 옌홍이 더우쯔에게 걸쳐준 외투를 놀려대자 더우쯔는 그 자리에서 외투를 불태워버린다. 그런 더우쯔를 스터우(石頭: 돌멩이)[31] 라는 1~2살 차이인 소년이 곁에서 보듬는다. 다음날 벽돌로 다리를 고정시켜 유연성을 키우는 고통스러운 훈련을 받게 된 더우쯔는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스터우는 걸음을 연습하는 척 벽돌을 걷어차서 고통을 줄여주려다가 관 대인에게 걸려서 두들겨맞고 눈오는 겨울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얹고 버티는 벌을 받는다. 꽁공 언 스터우가 들어오자 더우쯔는 그를 안으면서 친구로 받아들인다. 두 소년은 사형과 사제로서 독독한 정을 나누며 자라다가 경극 배역을 받게 되는데, 더우쯔는 여자 주연을, 스터우는 남자 주연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더우쯔와 스터우를 포함한 경극학교 수련생들의 훈련은 가혹함으로 시작해서 가혹함으로 끝났다. 수련 중 실수하면 매를 맞고 잘하면 '''앞으로도 계속 잘해라'''라는 격려 차원에서 마찬가지로 매를 맞았다. 더우쯔와 스터우는 이 가혹행위를 하루하루 견뎌내며 경극배우로 성장하고 있었다.[32] 세월이 흘러 이들이 수련을 한지 9년이 지난 1933년, 이들은 곧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더우쯔는 다른 건 다 잘해도 여자 역할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는 원래 계집아이로 태어나서 사내아이가 아닌데"라는 대사를 계속 "나는 원래 사내아이로 태어나서 계집아이가 아닌데"로 뒤바꿔 말하는 것이다. 선생들에게 손에 피와 물집이 잡힐정도로 맞은 것은 덤. 더우쯔와 함께 샤오라이즈 역시 계속된 실수로 매일같이 죽도록 매를 맞고, 다른 학생들도 연좌제로 모두 기합을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결국 데뷔 이틀을 앞두고 샤오라이즈와 더우쯔는 경극학교를 탈출한다. 학교에서부터 과일사탕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샤오라이즈는 더우쯔가 챙겨둔 동전을 슬쩍하여[33] 그걸로 사탕을 사먹는다. 그때 나곤의 극장으로 몰려드는 관객들과 경극 배우들을 본 더우쯔와 샤오라이즈는 극장 안으로 들어가 이들의 공연을 본다. 샤오라이즈는 경극을 보면서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이렇게 잘하게 된거냐고 눈물을 줄줄 흘리고, 더우쯔도 감동 받아 눈물을 흘린다. 결국 두 사람은 경극 배우가 싶은 생각으로 다시 학교에 돌아온다. 학교에서는 남은 학생들이 두 사람이 달아나게 냅뒀단 이유로 다들 두들겨맞고 있었는데, 매를 못 견딘 스터우가 달아나자 사부가 그의 뒤를 쫓다가 돌아온 더우쯔를 보게 된다. 더우쯔는 스터우는 잘못이 없으니 자신을 때려달라고 엉덩이를 까고 눕고, 사부는 전에 없이 가혹하게 더우쯔를 때린다.[34] 하지만 더우쯔는 잘못을 빌라는 사부와 스터우의 말에도 끝내 빌지 않고 매를 맞고 결국 스터우가 더우쯔를 때려죽일 참이냐고 사부에게 덤벼든다.[35] 한편 더우쯔가 두들겨 맞는 걸 보던 샤오라이즈는 챙겨둔 사탕을 모조리 먹은 후 목을 매어 자살하고 다른 사부들이 그를 발견하면서 학교는 아수라장이 된다.
다음날 사부는 패왕별희의 줄거리를 얘기해주면서 노래도 좋지만 인간의 도리를 가르쳐주는 극이라면서 우희가 되어서 패왕을 버린 더우쯔를 나무란다. 이에 더우쯔는 자신의 뺨을 스스로 치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들의 데뷔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극장주인 나곤이 경극단의 후견인이며 청나라 시절에 궁중 내시었던 부유한 노인 장 내관의 분부를 받고 경극단을 찾아온다. 사부들은 나곤에게 굽신거리지만 나곤은 장 내관은 서태후를 모시고 경극을 관람하신 분이니 얼렁뚱땅한 경극으로 눈속임을 하려 들면 줄초상을 치를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그때 더우쯔를 발견한 나곤은 흥미가 동해 더우쯔에게 노래를 불러보라고 하지만 더우쯔는 또 다시 자신을 사내라고 하면서 가사를 틀리고 만다. 나곤은 인상을 쓰면서 다음에 보자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하고, 경극단이 위기에 처하자, 스터우가 나서서 눈물을 흘려가며 더우쯔의 입을 담뱃대로 쑤시며 제대로 하라고 강요한다. 더우쯔의 실수 때문에 중요한 후견인을 놓치게 될 상황이었고, 게다가 심한 체벌이 당연시되던 경극단 분위기상 뎨이는 정말 맞아죽거나 쫓겨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스터우로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충격을 먹은 더우쯔는 그 직후 대사를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고, 여자 역할을 받아 들인다. 결국 스터우를 위해서 모든 걸 시작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극 내내, 더우쯔(=뎨이)가 가진 동성애 성향은 몹시 애매하게 그려진다. 엄마와 헤어진 후 유일하게 자신을 보살피고 보호해준 스터우에 대한 애정인지, 극 중 언급되는 것처럼 극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극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본래 동성애 성향이 있었던 것인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덕분에 나곤이 다시 그들의 실력을 확인하게 되면서 그들은 장 대인 집에서 예정대로 공연을 하게 된다. 이들은 훌륭하게 공연을 해내지만[36] 더우쯔는 그의 미모를 눈여겨 보던 장 대인에게 강간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스승이 상납한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37] 이 일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더우쯔의 유년시절이 끝났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들이 패왕과 우희로서 무대에서 존재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뎨이의 희생과 더러운 뒷거래가 있었어야 함을 뜻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더우쯔는 경극학교 앞 마당에 버려진 아기를 보고 스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샤오쓰'라고 이름을 붙이고 데리고 와서 키운다. 후에 스승이 죽고 경극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는데도 경극배우를 포기하지 않는 샤오쓰를 보고, 후배이자 제자로서도 양성하게 된다.
경극학교 학생들은 졸업을 하게 되고 학생과 스승들이 다 같이 모여서 졸업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년시절 파트는 종결된다.
4.3. 중일전쟁 (1937-1945)
이들이 데뷔하고 4년이 지난 1937년, 청뎨이(더우쯔의 예명)와 돤샤오러우(스터우의 예명)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극 배우가 되어서 패왕별희의 주역으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이들의 명성을 떨치는 시기는 극도의 혼란기로, 이들의 활동 무대인 베이징이 화북분리공작에 휘말려 일본에 넘어가니 마니 하는 위태위태한 상황이었다. 데이와 샤오러우는 같이 기념사진을 촬영하지만, 반일 시위대에게 나라가 망해가는데 노래나 부르고 있냐고 봉변을 당하게 된다. 샤오러우는 중국인이 되어서 패왕도 몰라보냐고 마구 소리를 질러 시위대를 도발하지만 같이 있던 나곤이 같은 중국인끼리 싸워선 안된다고 시위대를 구슬러서 상황을 모면하고 예정대로 공연을 하게 된다.[38]
이날 공연에서 북경 문화계의 거물인 원세경이 나타나 공연을 관람하고 뎨이에게 눈독을 들이게 된다. 원세경은 뎨이에게 값비싼 패물을 선물로 주는 한편 샤오러우에게는 패왕은 일곱 걸음을 걷는데 왜 다섯 걸음 밖에 걷지 않았냐면서 샤오러우에게 따지지만, 원세경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노골적으로 원세경을 무시하던 샤오러우는 '대인께서 그러시다면 그러시겠지요~'라고 빈정대면서 나곤과 뎨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원세경은 뎨이와 샤오러우 두 사람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만 샤오러우는 기생집에 선약이 있다면서 능글맞게 거절하고[39] 뎨이는 샤오러우가 거절한 상태에서 자신만 가겠다고 할 수 없어 역시 침묵으로 거절한다. 이에 원세경은 다음 기회를 도모하겠다고 물러난다.
기생집을 방문한 샤오러우는 홍등가의 유명한 창녀인 쥐셴(공리)을 불러달라고 청하지만, 기생집 마담은 쥐센은 선약이 있다면서 다른 기생을 샤오러우에게 붙여준다. 샤오러우는 말로는 쥐셴을 보고 싶다면서도 기생을 더듬으면서 즐기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갑자기 소란과 함께 윗층 방에서 쥐셴이 나타나자 샤오러우를 맡았던 기생은 그리 좋아하는 애인에게 가보라고 화를 내면서 나가버린다. 쥐셴은 한 무리의 술취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들의 주정에 시달리다가 결국 더 이상 괴롭히면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지만 취한 남자들은 그럼 자신들도 같이 뛰어내리겠다고 주접을 떤다. 이때 1층에서 자신을 향해 손수건을 흔드는 샤오러우를 발견한 쥐셴은 정말로 몸을 던지고, 샤오러우가 쥐셴을 받아낸다. 샤오러우에게 쥐셴은 저자들이 입으로 술을 먹여달라고 했다고 하소연하면서 어디 뛰어내려 보라고 남자들을 도발하지만, 남자들은 비겁하게 계단으로 내려와서 샤오러우에게 쥐셴을 만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했으니 남의 좋은 밤을 방해하지 말라고 위협한다. 이에 샤오러우는 갑자기 쥐셴에게 오늘은 네가 잘못했다, 왜 너와 나의 약혼날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너스레를 떤다. 샤오러우가 황당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쥐셴은 포기했는지 그래! 오늘이 내 약혼날이지 어디 술을 따라보시오! 라고 남자들의 품에 안기려 하지만 샤오러우가 정말로 자신이 따라놓은 홍주를 마시자 놀라는 표정으로 샤오러우가 건내주는 홍주를 마신다. 이에 손놈들이 지금 장난 치는거냐고 샤오러우에게 덤벼들자 샤오러우는 특별한 쑈를 보여주겠다고 머리로 도자기를 깬다.
다음날, 뎨이는 도자기 파편에 이마가 찢어진 샤오러우에게 '홍등가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며?'라고 싸늘하게 운을 띄운다. 샤오러우는 불쌍한 여자 하나 살려주려고 그런 것 뿐이라고 변명하면서 다음에는 같이 기생집에 가자고 뎨이에게 추근대지만 뎨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당황한 샤오러우가 농담이었다고 사과하자 뎨이는 제발 평생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무릎을 꿇고 샤오러우에게 애원한다. 샤오러우는 이미 반평생을 같이 했지 않냐고 하지만 뎨이는 한평생이어야 한다면서 일분일초라도 부족하면 한평생이 아니라고 샤오러우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샤오러우는 뎨이보고 경극에 미쳤다면서 무대와 현실을 구분하라는 투로 말한다.
한편 그날 샤오러우의 공연을 본 쥐셴은 마음을 굳히고 마담에게 자신이 번 모든 패물과 돈을 넘겨준 후 맨발로 샤오러우를 찾아가 당신과 약혼하는 바람에 쫓겨났다면서 받아달라고 청한다. 샤오러우는 처음에 당황하지만 자신의 옷을 벗어서 쥐셴에게 덮어주면서 그녀를 받아들인다. 다른 단원들의 환호 속에서 샤오러우와 쥐셴은 그날 밤 바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선언하지만, 무척이나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던 뎨이는 쥐셴에게 신발 한켤레를 던져주면서 연기력이 대단하다고 빈정댄다. 샤오러우가 결혼식의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자 뎨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건달과 매춘부의 연극은 관심도 없고 배운 적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떠나는 샤오러우에게 제발 가지 말라고 애원하면서 원세경이 후원을 약속하면서 초대했다는 말을 하지만 샤오러우는 그자가 뭔대 자신을 후원하냐면서 '너는 진짜 우희를 하거라, 나는 가짜 패왕을 할테니!'라고 뎨이를 버리고 떠난다.
샤오러우를 사랑하던 뎨이는 넋이 나가 분장실에 쓰러지는데, 그때 원대인[40] 이 살아있는 꿩의 깃털을 뽑아서 만든 장식을 들고 나타나 뎨이를 유혹한다. 결국 뎨이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원 대인의 집을 찾아간다. 원대인의 집에서 과거 장내관의 집에 있던 검을 발견한 뎨이가 관심을 보이자 원대인은 검은 자고로 친한 친구들끼리 주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설마 우리 사이에 돈으로 사려는 건 아니겠지요?'라고 운을 띄운 후 자신의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한다. 그날 밤 취한 두 사람은 경극 분장을 하고 패왕별희를 부르며 노래를 부르고 뎨이는 일순간 원대인의 검을 뽑아 자결하려는 시늉을 한다. 놀란 원대인이 만류하자 뎨이는 검을 떨어뜨리며 눈물을 흘리다가 원대인과 입을 맞춘다.
원대인에게서 검을 받은 뎨이는 인력거를 타고 샤오러우의 집을 찾아가던 중 일본군 기병대에 포위되지만 어찌어찌 풀려나서 도보로 샤오러우의 집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뎨이가 샤오러우와 화해하러 온 줄 알고 환영하고 샤오러우도 '형님 체면 살려주다니 기특한 녀석!'이라고 기뻐한다. 하지만 뎨이는 검을 결혼선물로 던져준 후[41] 각자의 길을 가자고 이별을 선언한다. 뎨이가 샤오러우의 집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일본군들이 베이핑으로 입성한다. 일본군들 틈사이로 총총이 사라지는 뎨이를 보며 사오러우는 '뎨이는 괜찮겠지?'라고 걱정하지만 쥐셴과 경극단원들은 일본군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근다.
일본 치하에서도 뎨이와 샤오러우는 일단은 경극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장기와 대동아공존공영의 포스터가 나부끼는 극장 안에서 뎨이는 더 이상 패왕별희가 아니라 양귀비를 소재로 한 귀비취주를 공연한다. 그의 공연을 경극빠인 아오키 사부로 대좌는 몹시 흡족한 표정으로 관람하고 있었고, 원대인은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바람잡이를 하고 있었다. 공연 중에 반일 포스터들이 뿌려지고 불이 꺼지는 소동이 벌어지지만 뎨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훌륭하게 공연을 마무리하여 아오키 대좌의 박수갈채를 받는다.[42] 한편 공연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던 샤오러우는 자기 공연 의상을 빼앗아 입는 일본군 편을 들면서 네 조상 수의라도 이분이 원하면 얌전히 줄 것이지 어딜 대드느냐고 주접을 떨던 중화민국 임시정부(괴뢰 정부) 경찰을 공격했다가[43] 일본군에 체포되어 처형될 뻔 한다.
그 소식에 놀란 뎨이는 혼비백산하여 아오키 대좌가 주선한 위문공연을 열어 샤오러우를 석방시키고자 한다. 나곤은 말이 초청이지 협박이라면서 뎨이까지 일본군에게 끌려가서 어떻게 되면 극장은 어떻게 하냐고 징징대다가 뎨이의 무서운 눈빛에 깨갱한다. 그런데 쥐셴이 찾아와 샤오러우를 구해달라고 간청하자 외출준비를 모두 끝냈던 뎨이는 외투를 벗어버리고 모른 척 앉아서 장신구를 다듬으며 기싸움을 한다. 쥐셴은 샤오러우가 당신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지만, 뎨이는 그걸 아는 사람이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였냐고 힐난한다. 샤오러우를 향한 뎨이의 마음을 눈치 챈 쥐셴은 샤오러우만 구해준다면 자신은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제안하면서 차라리 술집에 있을 때가 마음은 편했다고 한다. 그러자 뎨이는 약속은 지키라면서 일본군 앞에서 일본군 앞에서 곤곡 목단정(昆曲 牡丹亭)의 유원(游園)을 부르면서 위문공연을 한다. 일본군들은 뎨이의 공연에 흡족해하고 샤오러우를 석방시킨다. 샤오러우가 풀려나자 쥐셴과 뎨이가 모두 달려나가 그를 쓸어안지만, 샤오러우는 뎨이에게 일본군 앞에서 경극을 한게 사실이냐고 비난한다. 뎨이가 아오키는 경극을 이해하는 일본인이라고 변명하자 샤오러우는 뎨이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를 무시한 채 차에 탄다. 뎨이가 샤오러우를 위해서 공연한 걸 아는 쥐셴은 당황하여 그의 얼굴에 묻은 침을 손수건으로 닦아준 후 남편을 따라간다. 샤오러우가 자신에게 보인 싸늘함에 맛이 간 뎨이는 잠시 일본군영 안에서 서성거리지만, 일본군들이 많은 중국인들을 압송해서 총살시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달아난다.
이후 샤오러우와 쥐셴은 결혼식을 올리고 뎨이는 샤오러우를 잃은 상실감에 아편에 찌들어 살게 된다. 하지만 샤오러우는 샤오러우대로 쥐셴의 요구에 따라 경극을 그만둔 후 제대로 된 직업 없이 귀뚜라미나 보여주는 한량들에게 돈이나 빌려주는 한심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그들의 사부 관 대인이 두 사람을 경극학교로 호출한다. 관 대인은 유명배우들이 납셔서 내 체면 살려줬으니 절이나 받으라면서 두 사람을 비난하고, 뎨이에게 형이 경극을 그만뒀으면 마땅히 도왔어야지 왜 방관하고 있었냐면서 과거 샤오러우가 뎨이의 입에 쑤셨던 담뱃대를 던지면서 샤오러우를 때리라고 한다. 하지만 샤오러우가 담뱃대를 주워서 얼른 자신을 때리라고 채근해도 뎨이는 무시하고, 관 대인은 아파서 못 때리겠다는 거냐면서 자신이 형아우도 몰라보라고 가르쳤냐면서 뎨이를 체벌한다. 이에 샤오러우가 자신의 엉덩이를 까서 자신을 때려달라고 청하고, 관 대인은 전혀 마다않고 샤오러우도 두들겨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쥐셴이 이제 제 남편인데 자기도 한마디 해도 되냐고 끼어들지만 샤오러우가 입 다물라고 소리 지르고 관 대인도 귀하신 손님인데 그냥 구경만 하시라고 의자와 차를 내준다. 하지만 남편에게 계속되던 체벌을 보던 쥐셴은 다시 '형이야 술에 도박에 주색잡기를 했다지만, 동생도 아편에 빠졌다던데요?'라고 끼어들면서 제자들의 말도 들어봐야지 않냐고 한다. 이에 샤오러우가 끼어들지 말라고 쥐셴의 뺨을 때린다. 쥐센이 아내에게 이것밖에 못하냐고 하자 샤오러우는 한마디만 더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소리 지른다. 그러자 쥐셴은 샤오러우의 아이가 든 배를 감싸면서 죽일테면 죽여보라면서 그럼 당신 집안의 대는 끊어진다고 외치고는 자리를 뜬다. 놀란 샤오러우와 뎨이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자 관 대인은 '누가 일어서래?'라고 꾸짖으면서 이들을 다시 무릎 꿇리고, 샤오러우에게 이제 곧 아버지가 된다는 놈이 정신 못차렸냐면서 두 사람이 다시 공연할 것을 종용한다.
이후 관 대인은 제자들을 가르치던 중 노환으로 급사하고, 뎨이와 샤오러우는 스승의 장례식을 치른 후 경극학교의 문을 닫는다. 그런데 떠나지 않고 버티는 제자가 있는 걸 보고 그에게도 떠나라고 하지만, 그 제자는 스승님이 7일간 벌을 주셨으니 손대지 말라고 하면서 고집스럽게 남는다. 이제 학교도 닫았으니 떠나라는 말에 제자는 어차피 고아라서 갈 데도 없다고 대답한다. 샤오러우와 뎨이는 이 소년이 자신들이 과거 거둔 고아 샤오쓰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거두어 가르치게 된다. 이날이 일본 제국이 패망한 날이었다.
4.4. 국공내전 기 (1945-1949)
1945년 일본군이 패전하여 중국 국민당이 대륙을 수복하자 베이핑을 수복한 국부군들이 몰려와 경극을 관람한다. 하지만 국부군들은 손전등을 마구 비추며 공연을 방해하고, 견디다 못한 뎨이가 공연을 중단하고 돌아서려하자 무대로 난입해서 계속 공연을 하라고 위협한다. 이에 샤오러우가 무대 위로 올라가 매우 정중하게 "공연 중에는 손전등을 비춰선 안된다, 일본놈들도 이러진 않았다"라고 하며 착석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병사들을 지휘하던 장교가 그 말이 맞으니 자리에 앉자고 하다가, 갑자기 '하지만 저놈이 일본놈을 찬양했다!'라고 가만둘 수 없다고 선동한다.[44] 이에 병사들이 일제히 반합과 손전등을 던지면서 배우들을 공격하고, 배우들과 병사들 사이의 난투극이 벌어진다. 임신 중이던 쥐셴은 샤오러우를 때리는 병사들을 뜯어내려다가 배를 구타당해서 쓰러져 하혈한다. 난투극 내내 뎨이는 공포에 질린 채로 커튼 뒤에 숨는다. 병사들이 떠난 후, 쥐셴을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순간 경찰들이 나타나 나곤 사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후 폐허가 되버린 무대 위에서 망연자실하게 서있던 뎨이에게 수갑을 채워서 끌고간다. 샤오러우가 당한 건 우린데 무슨 근거로 사람을 잡아가냐고 항의하지만 경찰들은 뎨이는 한간(漢奸)죄로 체포되었다고 위압적으로 통보한다. 샤오러우가 한간이라는 증거를 대라고 항의하는데, 경극단원들이 울부짖으면서 쥐셴이 유산했다고 알린다. 쥐셴은 샤오러우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빨리 뎨이에게 가보라고 한다.
샤오러우는 결국 원대인에게 사정하기로 결정한다. 그의 집에 가기에 앞서, 쥐셴은 샤오러우에게 두 사람이 같이 공연만 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하면서 이번 일을 기회로 뎨이를 구해주는 것으로 뎨이에 대한 빚을 모두 청산하고 다시는 그와 공연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아가자고 약속한다. 샤오러우는 원대인을 찾아가 뇌물을 바치면서 뎨이만 구해주면 극장의 3년치 수입을 바치겠다고 하지만,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던 원대인은 '내가 당신들이 없으면 이 새들을 굶겨죽일까봐 걱정하는가?'라고 비웃는다. 그러더니 샤오러우를 보면서 '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처음 본다는 듯이 군다. 나곤이 패왕별희의 패왕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패왕이 우희를 구해야지 않은가?'라고 또 발뺌한다. 그러자 나곤은 그건 극에서의 일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원대인이 패왕 아니겠냐고 아부하고 전에 원대인 앞에서 고압적으로 굴던 샤오러우도 맞장구친다. 그러자 원대인은 8년 전에 있었던 대화를 끄집어내면서 그렇다면 패왕이 몇걸음을 걸었냐고 묻고 샤오러우는 원대인이 과거에 말한 것처럼 7걸음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원대인은 한번 걸어보라고 하면서 샤오러우의 굴복을 맛보려 한다.
그때 쥐셴이 나서서, 원 대인이 뎨이에게 줬던 칼을 가져와 "뎨이가 말하길 이 칼의 주인이 자신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원 대인을 구슬린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뎨이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으니 그를 원망하지 말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이에 당황한 원대인이 설마 내가 일본군에게 노래하라고 시킨 줄 아느냐고 하지만, 쥐셴은 만약 원대인께서 시켰다면 체포될 일도 없지 않겠냐면서 집앞에 기자들이 많으니 빨리 가봐야겠다고 은근슬쩍 만약 뎨이를 돕지 않으면 뎨이가 살기 위해서 원대인을 배후로 지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에 원 대인은 뎨이가 자신이 일본군에게 고문 당해서 강제로 노래했다고 증언한다는 조건으로 뎨이를 구해주겠다고 한다. 원대인의 약속을 받아낸 쥐셴은 뎨이를 면회하면서 원대인의 말을 전하는 한편, 더 이상 뎨이와 공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샤오러우의 편지를 전달한다. 그 사실에 절망한 뎨이는 감옥 안에서도 아편을 피우며 괴로워한다.
재판 당일, 검사 측은 뎨이가 일본군에게 아첨하면서 풍기문란의 노래를 불러 민족의 존엄을 훼손했다고 그를 기소한다. 이에 원대인은[45] 뎨이는 일본군의 총칼의 위협으로 억지로 노래 부른 것이며 곤극의 목단정은 중국 문화의 정수인데 이를 풍기문란이라고 하는 검사 측이야 말로 민족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극 애호가인 그의 특기를 살려서 강하게 변호하고, 이에 청중들이 호응하여 박수를 친다. 하지만 판사의 발언 요구에 뎨이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하고, 위문공연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제는 아니었으며 "만약 나의 노래를 좋아했던 일본군의 아오키 사부로 대좌가 살아 있었다면 일본에도 경극이 퍼졌을 것"이라는 위험한 발언을 한 후 자신을 죽여달라고 외치고 만다.[46] 이 일로 원 대인과의 관계는 단절되고 뎨이의 생명은 그대로 끝나는 듯 했지만 갑자기 재판정으로 한무리의 헌병들이 난입해서 재판장에게 모종의 서류를 전달한다. 이에 재판정은 뎨이가 지극히 위험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무기한 연기하고 뎨이를 가석방한다. 그리고 당황한 뎨이에게 판사와 검사가 정중하게 인사하면서 조만간 또 보자고 아부성의 인사까지 던지고 퇴장한다. 이후 뎨이는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극장으로 이동한다. 베이핑을 방문한 국민당 고위 장교가 곤극 목단정을 보고 싶어하자 뎨이가 긴급히 투입된 것이다. 정황상 중일전쟁 이후 베이핑 행영주임에 임명된 리쭝런으로 추정되는데, 사령관으로만 불리며 이름이나 직위가 언급되지 않는다. 그를 위해 모인 청중들 사이에는 조금 전에 재판정에서 마주했던 검사와 판사가 양복으로 갈아입고 같이 있다.
다시 3년 후인 1948년, 뎨이는 여전히 아편에 찌들어 살고 있었다.[47] 만주에선 국부군이 패배하면서 베이핑도 풍전등화의 처지가 되었고 식량부족으로 연일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 한편 나곤은 곧 공산당의 세상이 될 것이라면서 공산당도 경극을 볼 것이니 이제 새 돈 세는 일만 남았다면서 샤오러우와 뎨이의 화해를 종용한다. 수박장사를 하고 있던 샤오러우는 뎨이가 건낸 칼을 받고 그와 다시 화해하고 세 사람은 베이핑 시민들이 식량을 실은 트럭을 공격하는 것을 구경한다. 나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좋든 싫든 우리 만주족은 300년간 대륙을 지배했다네. 그런데 민국은 건국되자마자 망해버리는군..."[48] 이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샤오러우에게 공산당과도 설마 싸울 셈이냐고 묻는데, 샤오러우는 공산당도 수틀리면 들이박겠다고 한다. 그러자 나곤은 웃으면서 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림도 없고 원대인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한다. 그때 뎨이와 샤오러우는 그들 뒤에서 담배를 팔고 있던 백치 노인이 다름아닌 어린시절의 뎨이(더우쯔)를 강간했던 장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37년 시점에서 이미 예전에 파산했다던 장대인은 두 사람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담배 사세요란 말만 반복한다.
4.5. 공산당 집권 (1949-1950년대)
다시 해가 바뀌어 1949년, 베이핑 시장 푸쭤이가 공산당에 투항하면서 홍군이 베이핑으로 입성한다. 샤오러우와 뎨이는 홍군을 위한 경극을 공연하는데, 아편에 찌들어 있던 뎨이는 고음처리를 하지 못하고 기침을 하며 공연을 망치고 만다. 과거 국부군이 행패를 부렸던 것을 기억하는 샤오러우는 뎨이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면서 병사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는데, 반듯한 자세로 정좌해있던 병사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치고는 일제히 군가를 부른다. 무대 위에 걸린 마오쩌둥과 주더의 초상화 밑에서 샤오러우와 뎨이는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고, 혹시 샤오러우가 또 싸움을 벌일까봐 말리러 달려왔던 샤오쓰는 국부군과 달리 엄정한 군기를 보이는 홍군 병사들을 보면서 감격하며 환하게 웃는다.
뎨이는 아편을 끊고 새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몸부림친다. 뎨이가 너무 고통을 못이겨하자 샤오쓰는 샤오러우를 찾기 위해 군중대회로 나가게 되는데, 군중대회에서는 원대인이 문화계를 타락시킨 악질 반혁명분자로 몰려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샤오러우는 어쩔줄을 몰라하지만 쥐셴은 그에게 빨리 구호를 외칠 것을 종용한다. 샤오쓰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반응이었지만 이내 열렬하게 원대인을 타도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내의 군중집회에 참여한다. 샤오러우와 쥐셴은 귀가하여 혼자서 괴로워하는 뎨이를 보고 그를 묶어서 진정시킨 후 의사를 부르러 간다. 샤오러우가 나간 사이에 뎨이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찾는다. 그것을 본 쥐셴은 그를 아기 어르듯 안아주며 그때까지 싫어했던 뎨이에게서 눈물을 흘리며 연민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유산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를 잃은 그녀가 엄마를 떠나보낸 뎨이를 생각하자 모성으로 더 애틋한 것도 있을 것이고, 사실 여태까지 뎨이가 샤오러우를 위해 더러운 일을 했다는 것을 쥐셴은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편 군중집회에 나가서 인민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샤오쓰를 본 쥐셴은 스승을 버리고 나가서 노닥거리고 온 그의 뺨을 갈긴다.
감상을 덧붙이면 뎨이가 뒤에서 해왔던 일들 역시 결국은 창녀와 다를 바가 없었기에, 뎨이가 자신의 치부를 떠올리게 하는 쥐셴을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자신을 버린 엄마도 창녀였는데, 엄마를 대신해준 샤오러우를 빼앗아간 사람도 창녀였으니, 당시 자신을 경극학원에 두고 간 엄마에 대한 원망까지 합쳐서 원망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49] 이후 쥐셴이 뎨이를 대하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지는데, 이전에는 연적으로 대했다면 이후는 동정심을 가지고 대하는 게 엄마말 안 듣는 아들 대하는 듯한, 모정으로써의 느낌이 있다.
아편 중독에서 회복된 뎨이는 인민복으로 갈아입고 찾아온 나곤 사장 이하 경극단원들의 축하를 받는다. 이후 공산당의 경극 공연 논쟁에 참여한 뎨이는 현대극은 재밌지만 경극은 아니라면서 현대적 의상과 배경을 이용한 극을 하면 더 이상 경극이 경극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기 시작한 샤오쓰는 전에 없이 뎨이의 의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구태의연한 장사와 미녀만 노래해야 경극이고 노동대중을 노래하는건 왜 경극이 아니냐고 따진다. 뎨이는 정진하다 보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샤오쓰를 꾸짖지만, 다른 젊은 공산당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따진다. 결국 화살은 샤오러우에게 돌아가지만, 샤오러우가 대답하기 전에 쥐셴이 민감한 대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비가 왔다는 핑계로 우산을 건내주면서 그의 말에 끼어든다. 아내의 의도를 눈치 챈 샤오러우는 뭐든 간에 노래만 할 수 있으면 경극이 아니겠냐고 대답하고, 나곤도 끼어들어서 자신은 이미 극장을 당에 바치고 새 공산당원으로 거듭났으며 뎨이 동무의 의견이 틀렸다고 한다.(이때 뎨이가 놀라서 나곤을 쳐다본다.)
망신을 당하고 돌아온 뎨이는 샤오쓰에게 물쟁반을 지게 하는 체벌을 내리면서 잘 배우지도 못한 놈이 설친다고 크게 꾸짖는다. 하지만 관대인 밑에서 묵묵히 처벌을 감내하던 과거의 샤오쓰와 달리 지금의 샤오쓰는 이를 갈면서 이런 체벌은 위법이라고 따진다. 그러자 뎨이는 잘못을 했으면 혼이 나야 한다고 하지만 샤오쓰는 쟁반을 내팽개치며 대든다. 이에 뎨이가 목검으로 그를 후려치자 샤오쓰는 다시는 당신에게 무릎 꿇는 일이 없을 거라고 짐을 싸서 나가버린다. 충격을 받은 뎨이가 나가서 삼류배우나 하라고 저주하자 샤오쓰는 고압적인 공산당원의 태도로 돌변하여 그런 말은 구사회에서나 통한다고 비웃고 '당신 밑에서 배웠는데 내가 어떻게 삼류배우가 되겠는가?'라고 빈정댄 후 그와 결별한다.
이후 패왕별희 공연에서 분장을 하고 있던 뎨이는 샤오쓰가 분장한 또 다른 우희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경악하여 자리에서 튕겨일어난다. 단원들은 모두 두 우희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고 공연을 하기 위해 나타난 샤오러우도 우희가 두명인 걸 보고 충격으로 굳는다. 뎨이가 알고 있었냐고 따지자 샤오러우는 방금 알았다고 변명하지만, 샤오쓰는 어제 회의에서 같이 결정내리지 않았냐면서 끼어든다. 당황한 샤오러우는 '네가 뎨이에게 말한다면서?'라고 소리 치지먄 샤오쓰는 '분명 돤 사부님이 말씀드리는게 좋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라고 유들유들하게 대답한다. 이에 샤오러우는 공연 못해먹겠다면서 하고 싶은 놈만 하라고 분장을 걷어치우고 자리를 뜨려 하지만 샤오쓰는 샤오러우에게도 고압적인 태도로 '노동대중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가겠다고? 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쏘아붙힌 후 공연을 나간다. 다들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사이에 단원 한명이 샤오러우가 팽개친 분장을 집어들지만 차마 자신이 전해주지 못하고 책임을 떠넘기듯이 서로에게 릴레이로 넘겨준다. 마침내 쥐센에게까지 분장이 돌아오지만 쥐센도 차마 분장을 씌워주진 못한다. 이때 뎨이가 나타나 샤오러우의 분장을 씌워주고 샤오러우는 공연을 하러 간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뎨이에게 안쓰러움을 느낀 쥐셴이 그에게 우희의 외투를 엎어주지만 뎨이는 "쥐셴 소저, 고맙군요."라고 여전히 선을 긋고 쥐셴이 덮어준 외투를 팽개친 후 극장을 뜬다.
공연 후 샤오러우는 뎨이에게 사과하지만 뎨이는 나와보지 않는다. 샤오러우는 '그 뱀같은 놈을 키운건 네가 아니냐? 그 뱀이 용이 됐는데 어쩌겠는가?'라고 하면서 노래만 부르면 우린 모두 패왕과 우희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뎨이는 결국 마지막에 희생당하는 것은 우희 뿐이라고 대답한다. 결국 샤오러우는 너는 경극에 미친 놈이라고 화를 내면서 돌아선다. 샤오러우가 떠난 후 뎨이는 집안의 모든 공연용 옷들을 불태우면서 공산화 직후의 시기도 막을 내린다.
4.6. 문화대혁명 (1966-1969)
다시 10년 후, 1966년,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기 전날이었다. 안경을 쓰고 많이 노쇠한 뎨이는 밤중에 샤오러우의 집을 찾아간다. 쥐셴과 샤오러우는 홍위병들에게 걸리면 봉건주의 잔재로 몰려 봉변당할만한 물건들을 태워없애고 있었다. 샤오러우는 쥐셴이 결혼식날 입었던 붉은 옷을 태워버리려 하지만, 쥐셴은 그걸 다시 끄집어내서 입는다. 두 사람은 술잔도 구사회의 것이니 마셔 없애자고 술을 마시고 잔도 깨뜨린다. 쥐센은 자신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는데 당신이 없었다고 한다. 이에 샤오러우는 반드시 쥐셴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하고 둘은 격렬하게 정사를 나눈다. 빗속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뎨이는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린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이 극에 치달으면서 샤오러우에게도 마침내 화살이 날아오게 된다. 심문장으로 압송된 샤오러우는 뎨이의 검을 몇차례에 걸쳐서 받았냐는 질문을 받는다. 2차례에 걸쳐서 받았단 대답에 이번에는 2번째는 언제였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샤오러우는 베이징이 해방되던 즈음이라고 대답하자 그때 나눈 대화를 생각해보라는 심문이 떨어진다. 샤오러우는 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다시 잘 생각해보라고 스피커가 외친다. 샤오러우가 아무리 생각해도 별게 없었다고 하자 스피커는 '공산당에 대해 어쩌고 했잖아!'라고 다그치고 샤오러우는 흥분해서 절대로 그런 일 없었다고 항변한다. 스피커가 '증인이 있는데?'라고 하자 샤오러우는 누군지 데려오라고 당당히 외치지만 벽돌을 들고 나타난 나곤을 보고 굳어버린다. 나곤에게 샤오러우는 '내가 무슨 말을 했단 말이오?'라고 따지는데, 나곤은 수틀리면 공산당과 싸우겠다고 한것이 기억나지 않느냐고 한다. 무려 18년 전에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이 생각나 경악한 샤오러우는 나곤에게 악질 자본가라고 저주를 퍼붓더니 다시 도움을 청하고, 스피커에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다가, 다시 한 적이 없다고 횡설수설한다. 이때 스피커를 통해 심문하던 샤오쓰가 나타나 '벽돌을 그리 잘 깬다면서?'라고 이마로 벽돌을 깨보라고 하지만, 겁에 질린 샤오러우의 이마만 깨질 뿐이었다. 샤오쓰는 구사회에서 기생집에 드나들고 매춘부와 결혼한 것이 부끄럽지 않냐고 샤오러우를 비판한 후 청뎨이에 대해서도 비판하라고 한다.
얼마 후 샤오러우와 뎨이가 몸담았던 경극단은 경극분장을 한 채 조리돌림을 당하게 된다. 조리돌림에 앞서 배우들이 각자의 분장을 하는 가운데, 샤오러우는 공포에 질려서 제대로 분장도 못하고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때 완벽하게 분장한 뎨이가 나타나 그의 분장을 도와준다. 이후 길거리로 끌려나간 단원들은 홍위병들에게 인민재판을 당한다. 홍위병의 우두머리가 샤오러우를 때리면서 청뎨이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자 샤오러우는 뎨이가 경극에 미친 자라서 상대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경극을 했다고 비판한다. 홍위병들이 숨기는 것이 있다고 더 때리자 샤오러우는 뎨이는 한간이며(이때 놀란 뎨이가 고개를 든다.) 일본군 앞에서도 공연했고 국민당 앞에서도 공연했고 깡패와 헌병들 앞에서도 공연했다고 마구 비난한다. 그 모습을 샤오쓰는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바라보고 쥐셴도 남편을 말리는 눈빛으로 처다본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샤오러우는 홍위병들이 계속 비판하라는 말에 뎨이가 아편을 했던 것도 고발하고, 마침내 뎨이가 더러운 원세경과 '그런 관계'가 아니었냐며 비판한다. 그의 말에 모든 경극단원들이 경악하여 샤오러우를 쳐다보고 샤오쓰조차 탄식하면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뎨이가 준 검을 불길에 집어던진다. 이걸 본 쥐셴이 경악하여 검을 끄집어내었다가 홍위병들에게 잡혀 같이 조리돌림을 당하게 된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뎨이도 통곡을 하며 자신도 비판할 것이 있다고 일어선 후 샤오러우가 양심도 염치도 없는 놈이라고 비난한다.
패왕조차 굴복하여 목숨을 구걸하고 있으니 경극도 끝이라고 울던 뎨이는 홍위병들이 그를 다시 꿇어앉히려 하자 아직 비판할 게 남았다면서 분노에 이성을 잃고 홍위병들에게 붙들린 쥐셴을 가리키며 그녀가 요사스러운 기생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매춘부였노라고 폭로하면서 저 여자도 비판하라고 악을 쓴다. 홍위병 두목이 정말이냐고 샤오러우를 추궁하자 샤오러우는 견디지 못하고 '''"단 한 번도 쥐셴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라는 거짓말을 한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 이젠 우리는 남남이라며 이혼선언까지 하고 만다. 쥐셴은 이런 샤오러우의 말을 듣고 엄청난 절망과 배신감,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하지만 샤오러우, 넌 '패왕'을 버렸어!!!!!"'''
결국 그날 셋 다 살아서 홍위병들로부터 풀려나긴 하지만, 충격을 받은 쥐셴은 뎨이가 샤오러우에게 주기 위해 원대인에게 몸을 바쳐 얻어낸 보검을 뎨이에게 돌려주고[50] 집으로 돌아와 목을 매어 자결한다.
비척거리며 샤오러우의 집을 찾아간 뎨이에게 샤오러우는 이성을 잃고 울부짖으며 덤벼들고 두 사람의 몸싸움으로 집은 난장판이 된다.[51] 이때의 샤오러우와 뎨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성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배신하고 홍위병이 되었던 샤오쓰는 어느 큰 방에서 혼자 뎨이의 장식품을 가지고[52] 우희 분장을 한 채 도취되어 있다가, 갑자기 한손에 모주석 어록을 하나씩 든 홍위병들에 의해 잡혀가게 된다.[53]
4.7. 종막 (1977)
다시 영화 첫장면인 1977년으로 돌아와, 세월이 흘러 마오쩌둥도 사망하고 4인방도 체포되어 문화대혁명의 영향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54] 샤오러우와 뎨이는 관객없이 둘만의 패왕별희를 연기하다가 절정 부분에서 숨이 딸려 공연을 멈춘다. 자신이 늙었음을 한탄하는 샤오러우와 그를 애잔하게 바라보는 뎨이. 갑자기 샤오러우가 뎨이에게 어렸을 적 계속 틀렸던 대사를 외치며, 뎨이가 대사를 틀리게 말하도록 유도한다. 유도에 말려들어 대사를 틀린 뎨이는 "나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거늘..." 하며 중얼거린다. 샤오러우는 '또 틀렸지?'라며 웃고, 뎨이는 뭔가 깨달은 듯 그 구절을 한번 더 중얼거린다.
이후 재개한 연습에서 다시 극은 절정으로 치달아, 둘은 우희가 패왕의 검을 뽑아 자결하는 장면을 연기한다. 샤오러우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기 직전, 뎨이가 샤오러우를 향해 굉장히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경극의 장면처럼 뎨이는 샤오러우의 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샤오러우는 뎨이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하다가,[55] 나지막하게 더우쯔의 이름을 읊조리며 막이 내린다.[56]
이후 1990년, 베이징에서 경극 200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완전히 끝이 난다.
5. 샤오쓰과 뎨이의 갈등 원인
작중 청뎨이가 거둬 키웠던 양자 샤오쓰는 뎨이와 사이가 벌어진다. 이에 대한 평론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있다. 어느 한쪽만 맞는 것이 아닌 모두 다 가능하며, 분석의 유력함 순서가 아닌 그저 편집상의 순서로 나열된 것이니 참고할 것.
1. '''뎨이에 대한 샤오쓰의 질투심 때문이다.'''
뎨이가 아편에 심하게 취했을 때 샤오쓰가 뎨이의 대역을 한 적이 있고, 나중에 뎨이와 사이가 나빠진 후 공산당원 권력을 이용해 우희 역을 빼앗기도 하였다.
2. '''중국 예술계의 세대갈등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위와 같은 첫번째 분석은 개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패왕별희가 청조몰락 이후부터 문화대혁명 종말까지의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샤오쓰가 청뎨이와 멀어진 계기는 결정적으로 예술관과 경극관이 달랐기 때문이다. 청뎨이는 과거 전통을 고수하려는 구세대 예술인, 샤오쓰는 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새로 나온 신세대 예술인을 상징한다.
청뎨이는 자신과 샤오러우가 겪었던, 아동학대나 다름 없던 전통적인 경극수련 과정으로 샤오쓰를 가르치려다가 샤오쓰의 반발을 산다. 샤오쓰는 구습을 타파하려는 공산당 지지자이고, 구타와 인권유린 열정페이가 만연하는 이런 수련을 구습으로 본 것이다.(실제로 이런 교육과정은 대륙에서 공산당 집권후 사라졌다. 그리하여 대만 경극이 더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뎨이가 추구하던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야 하는 수많은 경극의 기교들은, 샤오쓰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 유산층들의 쾌락을 위한 것이며 반동적인 것일 뿐이다. 거기다가 경극이 백화문으로 되어 있는 대사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이미 청나라 시기의 구어인데다가, 원래부터 경극은 사대부 이상의 지식층을 위한 노래이기 때문에, 고전지식이 미약한 일반 대중이 듣기는 매우 힘들었다.[57] 이런 상황에서 뎨이가 무식한 관객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대사로 공연하는 것을 전통으로 고집하는 것은, 샤오쓰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또한 샤오쓰는 경극에 대해 인민대중에 공산주의적 사상을 불어넣는 도구로 쓰여야 한다는 입장을 가졌다. 이는 공산당 집권 이후 나온 여러 현대경극에 나타나며, 이런 현대경극에는 전통경극에 있었던 화려함이나 기예는 모두 사라졌고, 다만 사회주의의 승리 및 무산계급의 각성이라는 주제가 부각되었다. 이에 반해 청뎨이는 관객의 눈길을 끄는 화려한 분장 및 의상, 그리고 뼈를 깎는듯한 수련 끝에 익혀야 하는 경극 특유의 기교가 없어진다면 경극의 예술적 가치는 사라질 것이며, 공산주의 선전만을 위한 경극은 예술적으로 파산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하여 평상복을 입고 당의 이념만을 설파하는 현대경극은 경극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는 문화대혁명 직전에 경극극장에서 현대경극을 두고 뎨이와 샤오쓰가 벌인 논쟁에서 나타난다.
결국은 문화대혁명 당시 샤오쓰가 속한 홍위병에 의해 청뎨이 및 돤샤오러우가 거리에서 집단구타를 당하는 것으로 폭발한다. 이는 1960년대 중국 예술계의 신구 세대갈등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6. 명대사
'''한번 웃으면 온 세상이 봄이요, 한번 흐느끼면 만고에 수심이 가득하니(一笑萬古春, 一啼萬古愁)...당신을 노래한 것 같군. 一 '''
- 항우 분장을 한 원대인, 우미인 분장을 한 채 검으로 자결하는 장면을 연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청뎨이에게.
'''인간의 삶은 무상하여 봄날의 꿈과 같고 (人生在世如春梦)'''
- 청뎨이, 貴妃醉酒(귀비취주[58]
)의 대사 중 하나.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서 계집아이도 아닌 것이 머리를 깎여(我本是男儿郎,又不是女娇娥,被师傅消去了头发)...'''
- 어린시절의 청뎨이(더우쯔), 이 노래는 곤곡[59]
<얼해기(孼海記)> 중에서 한 막인 사범(思凡)에서 나오는 한 곡인 <山坡羊·小尼姑年方二八> 의 대사라고 한다. 비구니역의 등장인물이 하는 노래인데, 원래는 "나는 계집아이로서 사내아이도 아닌것이"(我本是女娇娥,又不是...)라고 해야 한다. 청뎨이는 자꾸 반대로 노래한다.[60]
'''일생을 같이 하기로 했잖아. 일 년, 한 달, 일 초라도 같이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생이 아니야...'''
- 청뎨이, 돤샤오러우에게.
'''你当今儿个是小人作乱, 祸从天降? ...不是, 不对! 是自各儿一步步, 一步步走到这步田地来的!!! 报应! 报-应!!'''[61]
(오늘 소인배가 난리를 피워 하늘에서 재앙이 내린다고? ...아냐, 틀렸어! (재앙은)스스로가 한 걸음 한 걸음씩 다가서는 거야!!! 업보다! 업보야아아!!)
'''네 붉은 화장을 지운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이 널 몰라볼 줄 아니?'''
- 유곽의 여성 포주, 홍등가를 떠나는 쥐셴에게.
'''그(청뎨이)는 경극에 미쳤습니다. 경극에 미쳐서...관객이 누구라도 상관없이 노래를 했습니다.'''
- 샤오러우, 자신을 비롯한 경극배우들을 포박한 격양된 홍위병들에게
'''두려워. 구름 사이로 높은 건물의 난간에 서있는 꿈을 꾸었지. 뛰어내리고 싶었는데...'''(샤오러우: 내가 받으면 되지.[62]
)'''당신은 거기에 없었어. 날 버리지 마.'''
- 쥐셴, 샤오러우에게.
7. 마케팅
7.1. 예고편
7.2. 포스터
8. 평가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작품이며 전세계적으로 극찬을 받았다.
9. 기타
- 감독 천카이거는 중학생 때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직접 홍위병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행동을 벌였는데, 이러한 모습들을 영화 속 문화대혁명 시기 예술과 가족의 관계성이 탄압받는 모습으로 그려내었다.
- 마지막 장면에서 뎨이가 샤오러우의 검으로 자살하는 것에 대한 복선 및 그 검과 뎨이의 기이한 인연이 영화 초반부 및 중반부에 등장한다. 그 검은 원래 어린 뎨이를 강간했던 장 내시의 것으로, 당시 어린 샤오러우가 검을 보고 "패왕의 검은 이런 휼륭한 검이었을 것이다. 이것만 있으면 나는 패왕이고 넌 왕비가 될 수 있을텐데"라고 감탄하며 갖고 싶어했다. 그러데 장 내시가 몰락한 후 원대인의 소유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샤오러우의 결혼식날 밤에 절망한 뎨이가 원대인 집에서 술에 취해 원대인과 패왕별희를 연기하다가, 원대인의 허리춤에서 이 검을 뽑아 정말로 자살할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보인다. 그러자 원 대인이 깜짝 놀라 "조심하시오, 그건 진짜 칼이오!"라면서 만류하고, 이날 밤 실연과 배신감으로 절망한 뎨이는 원대인에게 몸을 주고 그 대가로 검을 받는다. 그리고 샤오러우의 결혼식 잔치에 뒤늦게 가서는 그 검을 결혼선물이라며 주고 이별을 선언한다.
- 중국 상영판에서는 뎨이가 자살하지 않고, 샤오러우와 공연을 이어나가는 장면이 페이드 아웃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 샤오러우가 점점 힘과 권위를 잃어가는 모습은 벽돌을 머리로 깨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곤란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자기는 천하의 영웅 패왕이라며 벽돌을 자신의 머리에 내리쳐 깨뜨리는 걸로 힘과 사내다움을 과시하며 위기를 넘겼다.(사부에게 경극 배우로서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짓이라며 혼이 난다.) 성인이 돼서도 홍등가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도 도자기 주전자를 깨면서 박치기 실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화대혁명 와중에 홍위병들이 벽돌을 머리로 깨보라고 강요했을 때는,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지기도 했고 공포에 질려 옛날의 패기를 잃었기 때문에 벽돌을 못 깨고 머리만 다쳐 피를 흘리는 지경이 된다.
- 경극 패왕별희의 내용을 반영한 영화답게 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면초가와 같이 뎨이와 샤오러우가 몰리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샤오러우를 잡아가 협박하는 일본군, 경극을 방해하며 소리를 지르는 국부군, 관객석에서 크게 노래하는 홍군, 문화대혁명 때의 홍위병 등등. 또한 홍위병이 든 깃발의 색깔과, 유방의 나라인 한나라를 상징하는 색깔은 둘다 붉은색이다.
- 배우 장국영은 중성적인 뎨이의 모습과 경극 패왕별희 속 여인인 '우희'의 모습, 그리고 동성애 성향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그가 훗날 (비공식적으로) 양성애자임이 세상에 알려졌던 것을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부분.
- 장국영이 캐스팅되었을 때 천카이거는 홍콩 배우가 뎨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고 한다. 이때 장국영은 자신이 뎨이에 적격이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엄청난 열연을 펼쳤다. 뎨이가 원세경에게서 검을 받아 인력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 장국영의 연기를 보고 제작진들이 모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63]
- 장국영의 아역으로 나오는 두 명의 소년배우들은 외모가 출중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아이[64] 는 장국영의 어린시절이라 해도 믿길 정도로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두 번째로 등장하는 아역은 실제 여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모가 돋보이는데, 특히 눈에서는 눈물, 입가에서는 피를 흘리며 경극 투자자를 뚫어져라 노려보는 장면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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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촬영 당시 장국영과 함께
이 아역은 인즈(尹治,한국어 독음: 윤치, 1976년생)이라는 배우이며, 훈남배우로 성장하여 2000년대는 중국의 TV극에 가끔씩 얼굴을 내밀었지만, 2010년대는 활동이 없다. 패왕별희로 이름을 알리긴 했지만, 지나치게 그 그림자에 가리는 것을 원치 않는 듯 패왕별희 출연에 대한 취재는 절대 사절한다. 물론 패왕별희를 기리는 기념 다큐에는 기꺼이 출연해 인터뷰도 한다.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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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성인이 된 인즈가 영화 "매란방[65] "에 장쯔이, 여명(홍콩)과 함께 출연했을 때.
- 이 영화가 제작되었던 1993년은 아직도 중국이 경직되었을 때라서, 이 영화의 중국 내 상영은 엄격히 제한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문제삼은 표면적인 이유는 동성애와 자살 미화. 그러나 실제로는 문화대혁명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면서 공산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66] 이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67] 하지만 현재는 제작된지 오래되기도 했고, 국제 영화계에서 상을 휩쓸는 등 수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하며, 그동안 배달의 기수식의 관제-선전 영화만을 만들어 와서 수준이 저평가되었던 중국영화의 실력을 보여준 작품으로 칭송되어, 아무 제한없이 TV에서 틀어주고 있었다. 또 중국 영화평점 사이트에서도 최고점을 받는 걸작으로 등극해 있으며, 중국 대중의 평가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감독 천카이거 역시 중국의 거장 대접을 받으며 각종 시상식이나 방송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중국의 역사영화에서도 민국이 대륙에 있던 시절의 청천백일기는 당연히 나온다.
- 2020년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이라는 이름으로 5월 1일 한국에서 재개봉되었다. 원래 장국영 사망 17주기 기념으로 4월 1일 개봉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한달 미뤄진 것이다. 한국 재개봉판은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감독판을 개봉한다고 한다. 감독판은 중국판보다 15분정도 길다. 감독판에 늘어난 장면은 상영에서 지나치게 늘어졌다고 판단되거나 혹은 동성애와 같이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장면 등이라고 한다. 이런 장면들은 뎨이와 샤오러우의 어린시절 일부, 장내관의 뎨이의 강간장면, 위안스칭과 뎨이의 동성애 장면(베드신), 뎨이의 아편흡입, 홍위병의 인민재판 일부 등이라고 한다. 중언부언하던 과거 비디오판 자막에 비해서 자막의 질이 크게 올라갔지만 다만 이 재개봉판도 자막은 영어판에서 중역한 듯 하다. 1994년판 자막에서 지적되었던 오기("두지", "시투", "데이", "샬로" 등) 등은 수정되지 않았는데, 이미 익숙해진 인명이기도 하고 그냥 한국 관객이 더 읽기 쉬운 인명으로 유지해버린듯. 그리고 주인공들은 중국식 독음으로 읽으면서 원세경은 또 원세경이라고 한국식으로 읽는 등 좀 왔다갔다하는 독음도 흠. 사실 이 영화의 많은 경극 가사들은 보통번역자로는 힘들고, 중국문학 전공자가 아니면 제대로 손대기가 어렵기도 하다. 어설픈 중한번역을 하느니 차라리 중국인이 번역한 영어자막을 한국어로 중역하는 것이 뜻은 더 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 원래 뎨이의 배역으로 후보에 오른 사람은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역을 맡은 존 론이었다. 존 론도 미국으로 가기 전에 홍콩에서 경극학교를 다녔고, 그 시점에서 서방 영화계에서는 마지막 황제덕에 장국영보다는 존 론이 더 유명했기 때문에 배역을 맡아도 그다지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카이거 감독은 아무래도 장국영이 뎨이와 더 맞다고 판단, 원작을 쓴 이벽화와 접촉해서 장국영을 움직였다고 한다. 장국영은 매염방과 함께 1987년 이벽화가 원작인 인지구(咽脂口)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이벽화와 안면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인지구에서 장국영은 잠시 경극배우로 등장한다. 한편 존 론도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M.Butterfly에서 여장 경극배우를 연기했고, 이 영화는 패왕별희보다도 직접적으로 동성애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 장국영은 홍콩 토박이라서 광동어가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며 표준중국어(보통화)를 못했으나, 이 영화를 찍으면서 보통화를 열심히 익혀서 보통화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고 한다.[68] 실제로 경극(京劇)은 문자 그대로 베이징의 지역의 전통 가무극이기 때문인 것도 있고, 경극 항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든 대사와 가사가 보통화 밑 백화문으로 되어 있다. 또한 경극 무용도 짧은 시간에 전문가들이 인정할 정도로 완벽히 습득했다고 한다. 스탭진은 아이돌 가수출신인 장국영이 영 못미더워서 대역을 할 수 있는 경극 배우 두 명을 대기시켰으나, 이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장국영은 뎨이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 참고로 패왕별희라는 단어를 번역하기 어려웠던 탓인지, 이 영화의 영문판과 프랑스판 제목은 각각 'Farewell my concubine" "Adieu ma concubine"(첩이여 안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패왕별희란 말의 원뜻이 "항우가 애인과 이별한다"는 뜻이므로 직역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희는 항우의 첩이라기보다도 애인에 더 가깝다.(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않았지만 사서에 나타나는 항우의 연인은 우희 뿐이다.) 또한 동명의 원작 경극의 공식 영어제목 역시 "Farewell My Concubine"이다.
- 주인공들의 옷[69] 차림과 마차와 인력거에서 승용차로 바뀌는 거리 풍경의 모습에서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 정성일 평론가 오디오파일#
- 주인공 뎨이(蝶衣)가 아편에 빠져 허우적댈 때, 카메라는 어항 너머로 뎨이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어항은 주인공의 삶을 은유하는 걸로 보인다. 또한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 따르면, 접의(蝶衣, diéyī)는 나비의 날개를 가리키는 문어체라고 한다. 원 대인이 보낸 패물이 괜히 나비 모양이 아닌 셈이다.
- 경극 배우로 훈련받는 아이들이 力拔山兮氣蓋世를 외치며 해하가(垓下歌)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 중국 제5세대 감독인 천카이거 감독이 40대 초반에 연출한 정점같은 작품이며, 천카이거는 이 작품 이후로는 그다지 인상적인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패왕별희 이전의 저비용 초기작들(예를 들어 황토지, 변주변창(한국 개봉명-현위의 인생))이 더 명작이 많다. 패왕별희 이후 대가의 반열에 올랐고, 이 때문에 대자본을 쓸 수 있게 되어 여러 외국배우(장동건)을 기용해서 만든 무극(2006)이 있기는 하지만 욕만 먹고 그다지 흥행에 성공적이지 않았다. 역시 5세대의 다른 대표 감독인 장예모와 마찬가지로 블록버스터에는 연출에는 별로 재능이 없는 듯 하다. 여명을 기용해 만든 경극영화인 매란방(2008)도 그냥 범작이며, 한국에서는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 천카이거 감독은 미국에 유학한적 있고, 미국 대학에서 강사도 한 경력이 있어 영어가 유창하다. 패왕별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당시 칸 영화제나 기타 해외 영화제 인터뷰를 보면 통역 없이 능숙하게 영어로 응답한다.[70]
- 2020년 5월 1일 한국에서 재개봉하였다. 장국영의 기일인 4월 1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5월 1일로 밀렸다. 재개봉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누적관객수 10만 명을 돌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