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선발
1. 개요
선발 투수 예고제를 시행하기 전에는 위장오더의 형식으로 라인업 교환뒤 선발 투수를 퀵후크하는 꼼수였다.
선발 투수 예고제 이후에는, 예고한 투수를 보통 1이닝 이내의 아주 짧은 이닝만 던지게 한 뒤, 선발 투수를 교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상대방이 우완 투수를 예고하여, 좌타자로 선발을 짜서 내보냈더니, 1이닝만에 투수가 교체되어 좌투수가 올라온다면 이것을 좋아할 감독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선발 투수는 초반부터 마구 난타당하는 게 아니라면, 승리 투수 조건이 되는 5이닝 정도는 던지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1]
참고로 대부분의 프로야구 리그에서 선발 투수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위장선발을 낸다고 하여 제재를 받는 규정은 딱히 없다. 단지 비매너라고 상대 팀과 팬들에게 욕을 먹을 뿐이다.
2. 선발 투수 예고제에 대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선발 투수를 미리 알리는 제도다.
각 감독은 상대 투수에 맞추어 타자를 배치하여 더 공격적인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야구 관중들도 그날의 선발 투수를 미리 알고 있다면 관람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과 KBO 리그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였다. 단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 예고제는 관례상일 뿐이다. 메이저리그 경기는 항상 끝나고 감독 인터뷰가 있는데 보통 3~4게임 시리즈 중 마지막 경기(혹은 마지막 경기 바로 전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음 시리즈의 선발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이 있고, 감독은 그에 대답하는 식으로 예고가 이루어진다. 반드시 예고해야하는 것이 규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다음 시리즈의 선발 맞대결을 예고하는 흥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답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예고와 다른 투수가 등판해도 페널티는 없다. 이 외에도 ESPN이나 MLB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다음 3경기정도의 선발투수들는 이미 예고되어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퍼시픽 리그는 시행한 지 오래되었으나, 센트럴 리그에서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가 2012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원래 이 선발 투수 예고제 자체가 위장선발과 위장오더 꼼수를 막기위한 수단이었다.[2]
3. 논란 예시
한국에서는 '''김성근''' 감독이 위장선발 카드를 내밀기로 유명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국내 야구의 선발투수 예고제가 바로 김성근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생겨났다.'''
2011년 5월 12일.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SK 김성근 감독은, 선발인 우완 투수 송은범의 부상을 이유로 단 1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게 한 뒤, 좌완 투수 고효준으로 교체한 일이 있었다. 부상으로 선수를 교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만약 송은범의 부상이 명백하다면 경기 전에 투수 교체 사실을 상대 팀에게 미리 알려서 그에 맞게 타선을 변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야 했다. 이렇게 했다면 위장선발 논란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송은범과 같은 우완 투수로 교체했다면 위장선발 논란은 훨씬 더 적게 발생했을 것이다. 절차나 규칙상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관련 블로깅
게다가 SK 김성근 감독은 2009년 9월 22일에도 삼성을 상대로 송은범을 선발로 내보냈다가 부상을 이유로 고효준으로 교체한 적이 있다. 관련기사
2015년, 2016년 한화 감독을 하면서도 1주 3선발 등판을 했던 안영명, 3일 휴식 후 등판했던 송창식 등이 위장선발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자세한건 김성근/구설 항목을 참조해보자. '''위장선발뿐 아니라 위장타순 등 다양한 위장오더로 악명이 높다.'''
이러한 위장선발 작전은 메이저 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나타났다. 2018년 10월 17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내셔널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밀워키 선발 웨이드 마일리가 1회말 선두타자 코디 벨린저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크레이그 카운셀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은 선발 마일리를 5구 만에 강판시키고 브랜든 우드러프를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택했다. 깜짝 등판한 우드러프는 이후 4회까지 단 1피안타로 다저스 타선을 틀어 막았지만, 5회말 1사 3루에서 오스틴 반스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하였고, 6회말 맥스 먼시에게 역전 적시타를 헌납하여 아쉽게 패전투수가 되었다. 우드러프의 오늘경기 최종 성적은 5.1이닝 3실점 2자책. 다저스는 팀의 1,5차전을 담당하는 가을복권에게서 로또가 터져나와 하마터면 질 뻔했던 경기를 역전승, 시리즈를 3승2패로 리드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팬덤에서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좋은 작전이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이런 작전은 선발 투수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해서는 안된다 라는 의견 등으로 갈리는 편이다. 당장 지면 내일이 없는 토너먼트에서 승부조작이나 약만 아니면 이길 수 있는 짓은 일단 해봐야하는 것이겠지만. 다만 미국에서는 특별히 비난은 없는 편. 카운셀 감독도 이거 위장선발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순순히 그렇다고 인정했다.
애초에 야구라는 스포츠가 미국에서 탄생한 스포츠이고, 신대륙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법 빼고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는 미국인들의 정서가 있어서 기사도나 신사적임과는 한참 거리가 멀고 또 이것이 야구의 매력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야구에서는 상대팀이 어필을 하지 않으면 누의 공과도 그냥 넘어가고, 반칙행위도 상대팀이 어필을 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룰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으며, 걸리면 나쁜놈이지만 걸리지 않으면 반칙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기본 이념 중 하나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닐 때 2루로 진루를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태어난 도루라던지, 엄연히 심판의 눈을 속이는 할리우드 액션이지만 포수의 당당한 기술 중 하나로 인정받는 프레이밍이라던지.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약물이나 부정투구 등의 이슈도 훨씬 많은데, 이게 다 '''반칙해도 안 걸리면 오케이'''라는 사고방식 덕분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덕분에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위장선발에 대한 불만이 적은 편이다. 단적으로 오히려 미국이라면 김성근 감독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사무라이적인 정정당당함, 무사도를 좋아하며 야구에 투영하는 일본과 야구문화를 일본에서 배워온 한국에서는 이런 미국야구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해 위장오더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편이다.
4. 예고된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등판하지 못할 경우
선발 투수로 예고된 선수가 갑작스런 부상 등으로 당일 등판하기 힘든 경우 해당 팀 감독은 부상을 인지한 후 최대한 빨리 상대편 감독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관례다. 그리고 교체할 투수가 누군지도 미리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도 규정이 있는데, 기존에 예고된 선발이 오른손이면 대체선발도 오른손, 기존에 예고된 선발이 왼손이면 대체선발도 역시 왼손으로 가야한다. 물론 투수 엔트리에 오른손이나 왼손이 그 하나밖에 없는 경우라면 반대 손의 선발을 쓸 수도 있지만, 프로는 왼손과 오른손 모두를 최하 세 명 이상은 1군 엔트리에 등록하므로 그럴 일은 없다.
실제로 2015년 8월 25일 SK 와이번스는 KIA 타이거즈에 김광현을 선발로 내보내려 했는데, 막상 그 김광현이 어깨 부상으로 공을 던질 수 없게 되어 경기 시작 전에 KIA 벤치에 양해를 구하고 선발 투수를 역시 왼손인 박희수로 변경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투수 김성태 역시 2011년 8월 19일 선발 등판 당시 어깨 통증을 느껴 공을 던지지 못했고, 같은 우완 투수인 김수경이 대신했다. 이 경기가 김성태의 커리어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2017년 8월8일 경기에는 선발로 예정이었던 에릭 해커가 배탈 증세로 강윤구가 선발로 올라왔다.관련기사
2020년 7월 24일 LG 트윈스의 선발투수 차우찬이 부상으로 0.1이닝만에 교체되었는데, 그 뒤를 잇는 투수로 우완 임찬규를 내보내서 위장선발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상대팀인 두산 베어스측에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엘지는 그 경기를 승리함으로써 류중일 감독이 LG에서의 두산전 10승째를 달성했다.
5. 특이한 예
이벤트성으로 위장선발이 용인되는 경우도 있다. 2009년 9월 23일의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대전 경기에서는 이 날 은퇴 경기 겸 은퇴식을 가진 한화 이글스의 송진우가 선발 투수로 올라와서 1회초 타자 박용근 단 1명[3] 만을 상대하고 류현진으로 교체되었다. 물론 이 날의 은퇴식 이벤트는 양 팀 간의 사전 협의가 된 상태에서 치러졌으며, 이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8.1이닝 2실점 11K'''를 찍고 레전드 선배의 은퇴식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0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진행된 구대성의 은퇴경기에서도 구대성이 선발로 등판, 1타자만 상대하고 교체되었다. 상대타자는 조동찬이었으며 결과는 외야수 플라이. 이날 경기 역시 양 팀 간의 양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화 감독과 삼성 감독의 관계[4] 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2016년엔,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고 5년 동안 재활을 거듭한 끝에 끝내 복귀하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한 전병두 역시 홈 시즌 최종전인 10월 8일에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이벤트 성으로 은퇴 경기에서 한 타자만 상대하고 은퇴식을 치렀다. 이후 전병두는 윤희상으로 교체되었다.
OB 베어스의 투수였던 박철순도 은퇴식에서 위와 같은 이벤트성 선발로 1이닝 동안 등판하려 했었다. 상대 팀이었던 LG 트윈스 타자들이 먼저 찾아와서 박철순을 위해 "가운데로 던지시면 알아서 스윙 세 개 하고 물러가겠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박철순은 '''"내가 어떻게 지켜온 마운드인데, 거기서 장난질 치는 것 같고 그래서 도저히 등판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하고 은퇴식만 치렀다고 한다. 박철순이 선수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지녔는지를 알 수 있는 훌륭한 사례.[5] 물론 위의 '''송진우와 구대성의 사례도 조작은 없었다.''' 박용근은 안타를 치고 출루했으며[6] 조동찬이 파울 한차례를 포함, 끝까지 승부하다 삼진이 아닌 외야 플라이로 아웃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7] 2018년 10월 3일 이런 일이 있었다. 치바 롯데 마린즈의 오토나리 켄지의 은퇴경기에서 오토나리가 선발로 나와 딱 한 타자만 상대하고 실질적인 선발 사카이 토모히토로 교체된 것이다. 근데 이때 상대타자였던 우에바야시 세이지는 안타를 치고 득점까지 했다(...) 결국 오토나리는 은퇴경기에서 한 명 상대했는데 그 한 명이 결승 득점을 올리는 바람에 패전투수행... 물론 끝까지 조작 없이 열심히 했다는 것이니 전혀 문제없다.
정규시즌은 아니고 시범경기지만 이와세 히토키 역시 이런 식으로 선발로 나와서 딱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는 식의 은퇴경기를 치렀다.
여담으로 투수의 경우는 대부분 위장선발로 나와 한 타자만 상대하고 내려가는 식으로 은퇴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타자의 경우는 은퇴경기라고 해도 이런 변칙적인 운용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폼이 살아있거나 선수가 엄청나게 레전드인 경우는 지명타자나 본인이 최전성기를 누렸던 포지션으로 선발출장해서 쭉 뛰고[8] , 해당 선수가 도저히 선발출장이 힘든 상태거나 하면 대타로 한 타석 나오거나 대타로 나온 후 1~2이닝 정도 수비를 보게 하고 내리는 경우가 많다.[9] 투수와 비교하면 은퇴경기에서 그래도 많이 뛴다.
6. 파생 은어
여기서 파생하여 선발 투수가 극도로 부진해서 아주 짧은 이닝만에 강판당하는 경우 해당 선발 투수에게 붙는 비하 명칭으로도 쓰인다. 이런 류의 은어가 다 그렇듯이 정확한 어원을 알 수는 없지만, 선발로 나온 투수가 1이닝을 간신히 채우거나 혹은 그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내려가는 모습이 위장선발과 비슷하다 하여서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슷한 용어로 시구가 있다.
만약 양 팀 선발이 둘 다 위장선발을 시전하면, 그 경기는 대첩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506 대첩.
7. 오프너?
2018년들어 탬파베이 레이스가 들여온 새로운 개념이다. 세이버메트릭스에 의거하여 강타자들이 즐비한 1회와 타자들이 슬슬 선발투수의 공에 익숙해질 6회에 실점률이 높다는거에 착안해서 먼저 1회를 여분의 불펜투수를 이용해 게임을 책임지는 투수가 아닌, 그냥 제일 먼저 나오는 투수라는 목표하에 등판해서 페이스 메이커처럼 1~2회를 틀어막고 이후에 원래 선발투수를 등판시켜 나머지 회를 처리하는 방식을 쓰거나[10] 아니면 멀티이닝 소화가 가능한 계투들을 등판시켜서[11] 여러 이닝을 이어던지며 경기를 끌고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물론 오프너와 위장선발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위장선발은 말그대로 상대 감독이 라인업 짤때 낚이는 걸 목적으로 선발투수를 한타자라도 빨리 퀵후크 하는 것이고, 오프너는 선발예고제 하에 전업선발투수가 아닌 스타터가 짧게 던지는 점만 비슷하고 이닝을 먹을 다음 투수는 어느정도는 정해져있고 상대팀도 최근 등판기록만 뒤져봐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라인업 낚시의 목적이 없다. 오프너도 위장선발 상황과 달리 1이닝 무실점 이상을 해야 임무를 마치는 것이므로 열심히 던져야한다.
자세한 내용은 오프너 문서 참고.
[1] 물론 이론상으로는 여러 투수가 균등하게 이닝을 소화하는 게 더 좋다. 하지만 명단에 든 투수들 모두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며, 야구 경기는 매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그나마 능력있는 선발이 많이 던지는 것이 현실적이어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2] 관련 에피소드가 당시 선발 예고제 없이 진행되던 센트럴리그를 다룬 만화 그라제니에 상당히 자주 나온다.[3] 당시 투수 강습 내야안타[4] 당장 한 해 전인 2009년까지는 한대화가 선동렬 아래서 수석코치로 뛰었으며, 훗날 선동렬이 KIA 타이거즈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도 한대화를 2군 감독으로 데려왔었다.[5] 출처 김은식 저, 한국 프로야구 결정적 30 장면 194P[6] 사실 투수 앞 땅볼을 의도하기는 했다고 한다.[7] 사실 일본프로야구가 이런 은퇴경기의 역사는 더 길다.[8] 양준혁, 이승엽,이구치 타다히토, 후쿠우라 카즈야 등등.[9] 하타케야마 카즈히로, 카나자와 타케시 같은 케이스. 은퇴식을 따로 해서 실제로는 은퇴경기가 아니지만 이병규의 현역 마지막 경기도 이런 식으로 끝났다.[10] 이에 따라 이 투수는 선발 투수가 아니라 메인이벤트 투수로 분류한다.[11] 이 투수들은 이닝테이커라는 명칭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