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군인
1. 개요
진짜, 참되다라는 뜻을 가진 참과 군인이 합쳐진 단어. 어떤 군인이 실로 군인다울 때 쓰는 말로, 장교와 병사를 가리지 않고 참군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장, 덕장, 용장, 맹장 등 뛰어난 지휘관, 장군들에게만 붙이는 명칭들과 차이점이 있다.[1] 반대로 어느 장군이 참군인이긴 하지만 명장이나 용장까지는 아닐 수도 있다.
'군인답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본래 참군인이란 능력과 업적보다는[2] 마음가짐이나 용기, 자세 등에 좀 더 방점이 찍힌 단어다. 즉 소신과 원칙에 대한 중시, 정치적 중립, 부당한 명령에 대한 용기있는 항거, 군사적 업적보다는 인명을 우선시, 사리사욕보다는 군인의 명예 중시 등이 본래 참군인의 조건으로 평가된다. 가령 개인적으로는 친일행적 등의 오점이 있고, 6.25 전쟁에서도 그보다 전공이 큰 장군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이익을 무릅쓰고 이승만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끝끝내 지키려 했다는 이유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참군인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이종찬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령 어떤 지휘관이 뛰어난 작전으로 연전연승한다면 명장이라 불리겠지만 참군인이라기엔 애매하다. 반면 불의한 명령(민간인 학살 등)을 거부하고 좌천된다든가, 큰 보상을 미끼로 쿠데타 동참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한다든가, 자신을 희생해 전우들을 구한다든가 하면 참군인이라 불릴 만하다. 물론 오늘날에는 이런 의미로만 한정적으로 쓰이지는 않고, 군인으로서의 포스나 위엄, 능력이 넘쳐 흐른다면 반쯤 경탄을 담아 참군인이라 부르기도 하는 편이다.
누군가를 혼쭐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 의미의 참교육과도 비슷한 단어 쓰임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참군인이란 단어는 일반 민간과 언론 뿐만 아니라 아래 사례에 나와 있듯이 대한민국 육군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단어다.
2. 참군인의 속성
참군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충실히 다하는 군인이 참군인일 뿐 유별나게 다른 점은 없다. 단지 그 군인본분이 어려워서 참군인 소리 듣는 군인이 적을 뿐이다.
- 올바른 충성, 정치적 중립, 불이익을 무릅쓰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함: 전술했다시피 원래는 이 의미가 가장 컸다.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인의 충성의 대상은 국가와 국민이며, 권력에 충성해선 안된다.[3] 위법한 권력에 충성을 바치는 군인은 국민의 군대인 국군이 아니라, 일개 권력자들의 사병일 따름이다.[4] 그게 어느 쪽이든 어느 정파와 연결되어 정치적인 행보를 보인 정치군인에게 참군인이란 단어를 쓰기는 어렵다. 국방의 본분보다 정치에 더 신경쓰는 시점에서 그 사람은 군복을 입은 정치인이다. 반란군은 더더욱 참군인과 거리가 멀다. 반란군이 내세운 대의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군인이 할 일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 군기 유지: 군대의 기율을 잘 지켜 사기를 유지하고 군인 신분으로 언제 있을지 모를 전투에 대비하는 것. 가장 기본이 되는 군인의 정신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참군인의 자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경계근무에서 잡담이나 취식 등 요령을 안 부리고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근무시간 내내 사주경계에 힘쓰는 초병이 있다면 그 초병은 참군인이라 할만한 것이다. 참고로 군기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상급자에게 아부 잘하는게 군기가 잘 잡혀있는게 아니다.
- 전투 기량 유지: 근무 뿐만 아니라 전투와 유사시 등을 대비한 각종 훈련, 교육도 마찬가지다. 어느 병사가 각종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고 전투 기량을 갈고 닦는다면 그것은 참군인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군인으로 있으면서 흔하게 참군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사격훈련에서 고득점을 얻는 것으로, 화기를 잘 다루는 능력은 현대 군인의 가장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장교가 일을 대충 설렁설렁 하지 않고 정해진 일과와 연간~월간 계획에 따라 충실히 업무를 수행해서 군인들의 기량 유지를 한다면 참군인이라고 칭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FM, 정석대로 군인의 일을 하면 된다.
- 전공, 업적: 평시 근무와 훈련교육 등을 통해 작전, 전투, 전쟁에서 공로를 쌓은 것. 이 전공들을 장성급이 쌓아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면 위에서 말한 명장이 된다. 굳이 지휘자가 아닌 병사여도 공로를 쌓으면 상급자에게 어깨 토닥임을 받으며 참군인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있다. 꼭 눈에 띄는 공적이 없어보여도 국방이 튼튼한 것은 참군인들이 평시에 공로를 쌓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인 부대에서 볼 수 있는 공로는 바로 무사고다.
- 대민지원: 국민에 대한 비전투 서비스. 부대 외에서 참군인이라고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제설이나 수해로 인한 지원이 일반적이지만 그 외에도 시민을 구했다는 여러 훈훈한 미담에서 군인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굳이 참군인이라기 보다 의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군인이었기에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심폐소생술을 더 익히거나 힘으로 범인을 제압한 병사, 또는 수영으로 시민을 구한 장교 사례도 있다.
- 전우애: 얼마나 전우를 아끼고 사랑하는가이다. 간과하기 쉽지만 이조차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해서 선임이나 상급자, 후임과 하급자에게 욕을 먹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즉, 이 부분은 생활 속 인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평시에 상급자에게 인정받고 후임들에게 존경 받는 군인도 충분히 참군인이라 할만하며, 불시에 일어난 사고나 전시가 되어 전우를 구하는 것도 참군인이라 할만하다.
- 자기희생: 전우 대신 자신이 죽었다던지, 전우들에게 위험을 알리다가 부상당했다던지 여러 사례가 있다. 전공을 세운 상이군인이라면 더욱 참군인으로 불린다.
3. 참군인 사례
- 12.12 군사반란에서 대한민국 국군(진압군)측에 섰던 군인들 중 끝까지 맞섰던 사람들
- 김영수: 해군 소령, 상관의 부정에 항거하면서 많은 불이익을 당했지만 공익을 위해 커리어를 바친 진정한 참군인
- 김도현: 어린이날 블랙이글스 공연에서 공연을 펼치다가 순직하였다.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기체와 함께 산화하는 그 순간까지 민간인들이 없는 쪽으로 기수를 틀었다. 자기희생을 죽음으로 실천한 참군인이다.
- 김은기: 전 공군참모총장으로,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을 반대하다가 경질되었다.
- 나상웅: 초임소위들을 이병으로 잠입시켜 부조리와 병 생활개선에 힘 썼고, 솔선수범하여 수하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본인도 FM대로 했다. 또한 병들이 전역하면 우리가 지켜야할 시민이라는 말까지 남긴 진정한 참군인
- 육군은 매년 충성·용기·책임·존중·창의 등 5대 가치관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장병 및 군무원을 대상으로 참군인 대상 수상을 하고 있다.
- 이순신: 자신부터 모범을 보인 엄정한 군기, 전란에 대비했던 훈련들, 빛나는 전승, 국가와 백성을 향한 충성과 애국심, 부하들을 위한 사랑, 마지막 노량해전에서 자신의 죽음까지. 참군인의 교과서를 넘어 명장, 성웅으로 불리니 두말할 나위 없다.
- 이상희: 공군 대위, 전투 조종 훈련 중 사고로 추락하는 와중에 기체가 민간인 마을로 향하는 걸 막으려고 "이젝션 불가"라는 교신을 한 후 끝까지 조종을 했다. 김도현 소령의 예처럼 전투조종사로서 끝까지 책임완수를 위해 힘쓴 사례이다.
- 이종찬: 친일행적, 유신정우회 참가 등 여러 오점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정권의 부산 정치파동 당시 명령을 거부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지켰기 때문에 참군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개별적 평가와 별개로 참군인은 이미 이종찬을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다.
- 전인범: 중위 시절인 1983년 10월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때 대통령을 수행한 합동참모의장 이기백 대장의 전속부관으로, 당시 폭탄 테러로 아수라장이 된 묘소에서 추가 폭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들어 중상을 입은 이기백 대장을 구출하였다. 이 공으로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훈했다.
- 정두근: 32사단장으로 부임하면서 많은 부조리를 없애려는 와중에 상부로부터 대장진급을 조건으로 개혁을 그만두라는 거래를 거부하고 자신의 진급과 소신을 맞바꿔 많은 부조리를 없앴다.
- 지하철 선로의 시각장애인을 구한 해병
- 김종오 6.25 전쟁 초기 흩어진 병력을 규합해 un군이 도착하기 전까지 성공적인 지연전을 펼쳤다. 그 뒤 백마 고지전투 등에서 화려한 전공을 새웠다.
- 김홍일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중일전쟁 등에 참전하였다. 6.25 전쟁 당시 성공적인 지연전을 펼쳤다.
- 채명신 베트남 전쟁 당시 파월 한국군 사령관
- 요나이 미쓰마사: 일본군 해군과 그 수장인 해군대신을 거쳐 일본 총리를 지냈던 인물로, 성격이 온화하고 부하들을 잘 챙겼으며 미쳐 돌아가는 군부에 지속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리고 끝까지 전쟁을 반대했지만 이런 또라이가 총리대신을 맡는 바람에 결국 일본은 비극의 최후를 맞았다.
- 쉬친셴: 천안문사태 무력 진압을 거부하다 해임되고 고초를 겪은 중국의 장군.
- 비슈누 쉬레스타
-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1] 물론 명장, 덕장, 용장, 맹장들도 참군인에 포함될 수 있다. 그 장수의 인격 평가가 바닥이 아니라면 말이다.[2] 이 요소들이 안 중요하다는 건 물론 아니다.[3] 보통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고 권력자는 대통령이거나 총리이며 이들은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임명된 국가행정의 최고책임자이자, 국군통수권자이므로 이들의 명령에는 당연히 충성해야 한다. 단지 위법한 권력과 위법한 명령에 충성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4] 굳이 그 나라 법에 위법하지 않아도 군주국가의 군대, 중국처럼 국가차원에서 당의 군대를 유지하거나, 나치당 같이 일개 정당의 군대도 역사상 있긴 하다.